(단어 유래의 허무함(2))

독립 직후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인 George Washington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연방국가의 수장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의회는 이 주제로 오랜시간 논의하였다. 충분할 정도로 많은 온갖 종류의 제안들이 올라왔다. 어떤 사람은 "워싱턴 최고 행정수반(Chief Magistrate Washington)", 어떤이는 "조지 워싱톤 전하(His Highness George Washington)", 또 다른 사람은 "미합중국 국민의 자유수호가(Protector of the Liberties of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로 칭하길 원했으며 일부는 그냥 "왕(King)"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3주간 지속된 논란에 모든 사람들은 적잖이 지루해졌는데 이렇게 된 것은 하원이 상원의 의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원은 George Washington이 권력에 도취되지 않기를 바랐다. Washington이든 그 후계자든, 일시적이라도 왕이라는 생각을 불식시키려고 왕이란 칭호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한...

가장 보잘 것 없고(Humblest),
빈약해 보이면서도(Meagereast),
가장 동정받을 만한(the most pathetic) 칭호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 호칭은 바로 "대통령(President)"이었다. 
 
 
이것은 당시 이미 존재했던 단어였고, "회합을 주재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그저 '위원회의 장'과 같은 뜻이었고, "배심원장"이나 "감독관"에 비해서 훨씬 더 위엄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실 상원이 반대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명칭은 정말 우습다. 그(George Washington)를 President라고 부를 수는 없다. 외국에 나가서 고위 관료와 만나 조약도 맺어야 할 사람인데, 이 사람이 그런 우스운 호칭을 가지고 있으면 누가 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아니, 미합중국의 감독관(President)이라니?"

그러나 결국 결국 상원이 굴복했고, 이들은 당분간 대통령(president)이라는 호칭을 쓰기로 했지만 그 대신, 상원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걸 명확히 해두고자 했다. 문명 국가의 소신과 관행에 맞는 예의바른 존경심을 갖추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것처럼 지금은 전세계에서 147개국에서 이 "President"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정치인들이 현실을 만들어 가거나, 조정하려고 단어를 선택하고 사용하지만, 사실 단어의 의미가 현실을 바꾸기 보다는 현실이 훨씬 더 강하게 단어의 의미를 바꾼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ted.com/talks/mark_forsyth_what_s_a_snollygoster_a_short_lesson_in_political_speak.html)

우연히 한 병원에 붙은 '줄기세포 설명회' 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줄기세포"라는 단어에서 상당한 어색함을 느꼈다. 저 이상한 이름은 도대체 누가 지은걸까? 이제서야 이 "줄기세포(stem cell)"이란 단어의 어색함을 느꼈던 것은 아마도 이미 학부생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왔기 때문일터다.

즉흥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줄기세포(stem cell)를 간단히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즉, totipotent 혹은 적어도 pluripotent)"의 개념으로 도입했다면 도대체 왜 '줄기'인가? (당연히 아니겠지만)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이러한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면 아마도 '뿌리세포'라고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근원' '근본' 이란 단어에서 '근(根)'자가 '뿌리 근'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다른가? 그렇지 않다. 영어에서도 root는 "MAIN CAUSE OF PROBLEM | [C] [주로 단수로] (문제의) 근원[핵심]", "ORIGIN | [C] [주로 복수로] 기원, 뿌리"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네이버 영어사전). 짐작컨데, 아마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이러한 개념을 처음 도입했더라도 그 사람은 "root cell"이라 이름을 붙였지 "stem cell"이라 명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뿌리세포"가 아니라 "줄기세포"인 것일까? 

몇 번의 검색을 통해 On the Origin of the Term “Stem Cell” (Cell Stem Cell, Volume 1, Issue 1, 35-38, 7 June 2007, doi:10.1016/j.stem.2007.05.013)을 찾을 수 있었다. 본문의 내용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줄기세포'라는 용어는 일찍이 저명한 독일 생물학자 Ernst Haeckel의 1868년 저술에서 등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의 주된 추종자였던 Haeckel은 이 책에서 생물체(organism)의 진화를 '공통의 조상에서부터 내려오는 계통수(phylogenic tree)'로 묘사하고, 이 계통수를 "Stammbaume"(Family tree의 독일어)이라 칭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Haeckel은 [모든 다세포 생물체의 진화에 있어 조상이 되는 단세포 생물체]를 "Stammzelle"(Stamm(Stem)+Zelle(Cell))이라 하였다.』

요약하자면, 줄기세포의 "줄기"는 한 독일 생물학자의 단어선택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이다. (거창한 시작에 비해서 결론은 너무 단순했다.)

결론이 심심하니, 여기에 덧붙여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새로운 전문 용어를 도입할 때, 용어 자체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용어보다 그것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된 Ernst Haeckel의 이 책은 (http://openlibrary.org/books/OL23408631M/Natürliche_Schöpfungsgeschichte)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아폴로 13호"의 시각효과 작업을 했던 Rob Legato는, 당시 우주선 발사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람들의 기억을 이용하였다. 다시 말하면, 그는 '사람들이 본 것'을 재현하지 않고 어떤 우주선의 발사장면을 보고 난 후 '그들이 기억하는 것'을 재현하였던 것이다. 

그는 기존에 있던 새턴5호의 발사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그것을 본 직후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떠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를 물어보았다. 황당하게도, 도대체 어떻게 그 영상을 보고 저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모든 것은 바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튼 이렇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바탕으로 다른 여러가지 장면들을 합성하여 "아폴로13호"에 들어갈 영상을 만들었다. 이것은 정말 보이는대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후 실제 우주인이었던 NASA의 고문(실제로 아폴로 15호에 탑승해서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이 Rob Legato가 만들어낸 장면을 과학적으로 다시 검토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그의 답은 이랬다.

 
"틀렸어요(That's Wrong)."

그리고 그는 발사대와 지지대에 대해서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가를 하나하나 지적하였다. 

Rob legato는 이번에는 이 NASA고문에게 '그 분이 탔던 우주선(아폴로15호)의 실제 장면'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그의 답은 이랬다.
 
 
"이것도 틀렸어요(That's wrong, too)."

사실 두 개의 영상에서 우주선 발사시에 발사대와 지지대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단지 차이점은 그 NASA고문 본인이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을 당시에, 그는 그 지지대가 완벽할 정도로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 뿐이다. 



(출처:http://www.ted.com/talks/lang/ko/rob_legato_the_art_of_creating_aw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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