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의 새로운 과제: 불확실성이 큰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의 강화

New Challenges for Korean Medical Education: Enhancing Students’ Abilities to Deal with Uncertain Ill‐Defined Problems

최익선1ㆍ윤보영1,2

1조지아대학교 교육대학 교육공학과, 2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Ikseon Choi1ㆍBo Young Yoon1,2

1Learning, Design, and Technology Program, The University of Georgia College of Education, Athens, USA; 2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Busan, Korea






서 론


각 시대마다 의학교육이 직면한 사회의 요구와 시대의 도전을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적 해결안을 제시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의학교육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본 글에서는 북미와 한국의 의학교육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도전을 해결하며성장해 왔는지를 먼저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의학교육이 감당해야 할 미래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미의학교육의 시대적 도전과 역할


1900년대 초, 북미 사회는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던 도제중심의학교육에 대해 의문을 던졌고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accountability)의 일환으로 의과대학 실태를 평가한 Flexner(1910) 보고서는 당시 155개의 북미 의학교육기관을 절반으로 줄이는 개혁을 단행하게 하였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서 시작된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대학 주도의 과목중심 의학교육과정 모델을 미국의시카고, 코넬,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존스홉킨스 대학 등에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Flexner (1910) 보고서는 이를 북미 전역으로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의과대학의 입학수준이 높아지고 대학중심의 2년간의 기초의학교육과 2년간의 교육병원 임상교육이 의무화되었다(Cooke et al., 2006). 즉 의학은 과학이라는 인식전환과 함께 양질의 의사를 사회가 요구했고 이에 부응하여 의학교육의 재편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후 의사 수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의과대학의 양적 팽창을 주도했고 같은 시기에 의학교육계는 과목중심교육과정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Papa & Harasym, 1999). Flexner (1910) 보고서는 의학에 과학의 객관성을불어넣었지만 이후 기초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의간극이 커졌다. 또한 의학지식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의과대학과정에서 학습자에게 모든 의학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강의 위주의 수업방식을 택한 과목중심 교육과정이 상황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취약점이 드러났다(Cooke et al., 2010). 이러한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기초의학과 임상지식의 통합으로 학습의 효과성을 꾀한 Case Western Reserve 대학의 장기계통 교육과정(Papa &Harasym,1999),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상황적 지식까지 활용하여 문제해결력을 배양하고자 한 McMaster 대학 등의 문제바탕 교육과정(Barrows &Tamblyn, 1980; Spaulding &Cochran, 1991)이 제시되었으며 이들은 현재까지도 북미의학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교육과정이 되고 있다(Papa &Harasym, 1999). 이 시기의 특징은의학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과대학 내에 의학교육실이만들어지고 교육전문가가 의학교육에 유입된 것이며 이들이 교육과정개발, 평가, 교수개발, 교육공학 분야에 기여를 하게 되었다(Papa& Harasym, 1999).


1980년대 이후 의료환경의 변화와 의료정책 및 의료보험 등의사회적 문제가 의료에 영향을 주면서 의학교육도 영향을 받게 된다.이런 맥락으로 1990년대에는 의료의 질문제가 대두되면서 환자안전, 레지던트 근무시간, 질 낮은 의사 배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양성과정마다핵심역량을 규정하려고 하였다. 진료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임상실습교육을 강화하였고 특히 규정된 의료시스템 내에서 의료를 행하는능력을 의학지식, 임상추론, 환자와의 의사소통, 직업전문성과 함께강조하였다(Irby et al., 2004).


이처럼 북미의학교육은 먼저 시대의 상황과 문제를 인식하고 규명하려는 노력을 하였으며 동시에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면서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따라서 역사 및 사회인식을 바탕으로 의료의발전과 미래를 논의하는 일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교육을 어떻게재정비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시대에 따라 계속 반복되는 중요한 작업이다. 같은 맥락으로 Flexner 보고서를 지원했던Carnegie Foundation for the Advancement of Teaching은 Flexner보고서 100주년을 기념하며 2010년에 발행한 “Educating physicians”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에 당면한 과제를 분석하고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1) 학습성과의 표준화와 학습과정의 개별화, (2) 교과서 지식과 임상경험의 통합, (3) 탐구와 혁신습관 개발, (4) 전문가정체성 형성과 같이 네 가지 의학교육의 과제를 제시하였다(Cookeet al., 2010). 의학교육에 기초과학을 들여오기로 한 때로부터 100년만에 실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것이다.


한국의학교육 발전의 흐름


한국의학교육은 북미의학교육의 역사적 흐름과는 다른 양상으로발전하였다. 

  • 한국의학교육의 역사는 1890년대 말을 시작으로 보고있지만 서양이나 일본이 주체가 되었던 의학교육의 초창기가 지나고 
  • 주도적인 의학교육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의과대학의 양적팽창 시기부터라고 볼 수 있어 그 역사가 길지 않다. 
  • 일본강점기후 한국의학교육은 과거 교육제도인 과목중심의 의학교육을 답습하고 있었다. 
  • 1990년 이후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의학교육의 중요성과 그 실천에 관심을가지기 시작하였다. 
  • 실질적으로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견인한 것은 의사국가시험의 변화인데 1994년 한국의사국가시험원(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주도적으로 새로 개발한 문항으로 시험을 치른 것이 의학교육을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가 되었다(Baik,2013). 
  •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학습목표를 개발하여 한국의 의학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일으켰고 1990년대 후반 의과대학에 의학교육실이나 의학교육학과가 생기면서 의학교육의 실질적인연구와 실천을 담당하고(Kim &Kee, 2010) 미국, 캐나다, 영국,호주 등의 여러 교육모델이나 방법을 채용하고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 장기계통통합교육, 문제바탕학습을 도입하는 학교의 수는 늘어났고(Kim &Kee, 2010) 최근에는 역량바탕교육을 강조하면서 성과바탕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Rho, etal. 2012). 
  • 또한 2009년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객관구조화진료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과 진료수행시험(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을 대비하기 위한교육내용의 변화가 있었다. 각 대학은 임상실습교육을 개선하였고표준화환자를 교육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실기시험준비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역량에 맞추어 자신의 실기능력을 훈련해야하므로 학생중심의 성과바탕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결국 한국의학교육 발전의 역사는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띠는데하나는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의 의지가 있는 리더들에의해 북미의 의학교육 제도와 교육과정을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고적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사국가시험 또는 의학교육평가인증 등 제도변화가 의학교육 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선 의과대학에 교육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의학교육이100년 이상 문제를 인식하고 규명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오늘날에 이른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근현대 한국에서 선진국수준의 발전을 이루어온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공통된양상으로 생각된다.



한국의학교육의 새로운 과제 1:한국의 고유한 교육문제 규명과 해결안 개발


1. 교육문제의 규명


한국의학교육의 중요한 미래 과제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고유한 의학교육문제를 규명하여 자생적인 해결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문제해결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문제해결과정을 크게 두 가지 단계로나누는데 먼저 주어진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적절하게 규명하는 것, 다음은 규명한 문제의 해결안을 마련하고수행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성공적인 결과는 대부분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규명했는가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Chi et al., 1988).의학교육전문가 집단이 사회적 현상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적절한 문제 진단이 해결안 마련에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즉각적인조치가 필요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각 의과대학 의학교육운영자의 입장에서는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해결안이 필요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교육운영의 역할을 감당하면서도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각 학교 의학교육 운영자가 공통으로접하고 있는 문제의 맥을 진지하게 찾아나가며 한국의학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미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도전이 무엇인가를분석하고 문제를 규명하는 일은 의학교육전문가가 맡아야 할 중요한몫이다.


문제규명의 대표적인 방법은 주어진 상황에서 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ideal)와 주어진 현실상황(real) 간의 차이를 찾아내고 그근본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Rossett &Arwady, 1987). 그리고해결안 개발은 바로 이상과 현실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안을모색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문제해결의 전반적인 과정은 역동적(dynamic)이고 반복적(iterative)이며 발전적(refined)이다. 현실 세계에서 완벽한 해결안이 존재하기 어렵고 완벽한 문제해결도 드물다. 문제의 규정도, 적절한 해결안도 결국 이해관계자 간의 다양한 관점 속에서 적절한 합의를 통해서 도출하는경우가 많다(Choi &Lee, 2009).


그러므로 문제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선행하여야 할 과제는 주어진 상황에서 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논의하고 전문가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북미의학교육의 100년간 흐름은 곧 좋은 의사를 양성하려는 이상과 현실 간의 차이에 대한 합의와 이를 줄이기위한 교육적 노력의 과정으로 압축된다.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저자들은 한국이나 북미의 의학교육이 추구하는 공통된 목적을 다음과같이 요약하고자 한다. 

  • 첫째는 반추적 사고(reflective thinking)를 통해서 개인, 공동체 및 사회 국가적 관점(Kim et al., 2014)에서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할 수 있고, 
  • 둘째는 기계적이고 단순반복적인 진료뿐 아니라 깊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추론할 수 있으며, 
  • 셋째는 여러 전문가와 협력하며(Harden et al., 1999), 
  • 넷째는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의 해결안을 개개인 혹은 사회에 설명하고(ABIM Foundation et al., 2002) 소통과정을 통해서 그것을 실행하고, 
  • 다섯째는 그것의 결과를 평가하여 다음 상황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 여섯째는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계발시킬 수 있는자기 주도 학습능력(Simpson et al., 2002)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것이다.


북미의 경우 각 시대 상황에 따라 이상과 현실을 줄이기 위한 핵심과제가 달랐던 것이다. 즉 핵심과제를 과학적 기초지식 강화,통합지식 함양, 문제해결력 혹은 실질적인 진료능력 강화, 환자 중심사고와 태도함양 등으로 재규정하면서 의학교육을 이끌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한국의학교육의 중요한 과제는한국의 사회 및 의학계의 상황에 비추어 이상과 현실 간의 차이와그 원인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자생적인 교육해결안 개발


교육은 각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인 맥락에서 전개되는 사회 현상이다. 한 지역에서 개발된 성공적인 교육해결안이 다른 지역에서는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특정 지역의 문화와 사회적맥락에서 개발된 교육해결안은 그 사회와 문화에 맞게 토착화(contextualization)를 거치지 않으면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어중간하게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과목중심 교육과정 이후 통합교육과정, 문제바탕교육과정, 역량바탕교육과정 등이한국에 소개되고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해결안들이 한국의학교육에서 의도했던 효과를 충분하게 거두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하였다(Ahn, 2011; Choi et al., 2013; Meng, 2004).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학교육에 영향을 준 문제바탕교육(problem-based learning, PBL)을 예로 들고자 한다. 교육과정으로서 PBL교육방법으로서의 PBL중에(의과대학 교육과정 대부분을PBL로 구성한다면 교육과정으로서 PBL이고 PBL을 부분적으로 적용한다면 교육방법으로서 PBL이라고 구분) 한국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교육방법으로서 PBL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PBL은 1960년대 말, 학생들이 실제 의사처럼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실질적인 진료능력을 배양하도록 하기 위해 개발한 북미의 교육해결안이었다. 따라서 PBL에 포함된 다양한 학습방법과 전략들은 북미 학생들의 학습문화를 반영한 해결안이라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Barrows와 동료(Barrows &Tamblyn, 1980)가 심각하게 우려했던 학생들의 깊은 사고력과 임상문제해결력의 결여는 현재 한국의학교육에서도 우려하는 문제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비슷하다 해도그 해결방법에 한국의 문화와 환경이 반영될 때 비로소 효과적일수 있다. 즉 북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비해서 교수-학생간에 비교적 수평적 소통관계를 가지고 학생들 간의 협력 및 토론학습의 경험이 많으며 동료들 간의 경쟁이 비교적 덜한 문화를 가지고있다(Frambach et al., 2012). PBL의 핵심요소인 학생중심학습, 토론학습, 협력학습, 촉진자(facilitator)로서 교수의 역할 등은 북미쪽 문화가 잘 반영된 방법인 반면, 한국대학의 학습문화와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있어 PBL을 적용하는 초기단계에서는 많은 한계점이예측된다(Choi et al., 2013). 특히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교사중심학습, 개인학습, 암기위주시험 등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PBL이 정착되어 의도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요인을 고려한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Frambach et al., 2012; Ju et al., 2013). 따라서 앞서 제시한 한국의 맥락에서 교육문제를 규명하는 것과함께 한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의학교육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해결안을 개발하는 것은 한국의학교육이 다음 단계로 성숙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학교육의 새로운 과제 2:실세계 문제해결력의 강화


저자들은 한국의학교육의 첫 번째 과제는 한국의 교육문제의 규명과 해결안 개발이라고 주장하였다. 본 단원에서는 앞서 제시한의학교육의 목적과 한국의학교육의 상황에 근거해서 한국의학교육의 두번째 과제를 실세계 문제해결력(real-world problem solving abilities) 강화라는 차원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의 학습문화는 시험과 경쟁이 낳은 극도의 암기 중심 문화가지배적이다.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입시경쟁에서가장 성공한 학생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암기와 시험중심 학습형태는 의과대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학습전략이 되며 실제 한국의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학습평가 또한 이러한 문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실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임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의과대학 교육의 목표를 이루는 데 치명적인 한계점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를 문제의 유형학(typology of problems)의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1. 문제의 유형학(Typology of Problems)


일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는 여러 방법으로 분류할수 있는데 그 중 한 방법은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규정할수 있는가의 정도(definedness or structuredness)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Jonassen, 1997). 예컨대 식당에서 9,000원짜리 식사를한 후 만원을 내고는 얼마의 거스름돈을 받아야 하는가의 계산 문제(story problem)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것은 그 문제가 분명하다.문제해결을 위한 정보도 모두 존재하고 효과적인 문제해결과정(algorithm)도 존재하며 답도 존재하고 답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분명하다. 이는 잘 정형화된 문제(well-defined problem)의 극단적인 예이다. 여기서 분명하다는 것은 이해관계자 간에 이견의 여지가없다는 것이다.


한편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를 수리하는 문제(troubleshooting problem)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의 시동과 엔진에 관련된 기본지식의 틀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몇 가지 가능한 문제의 원인을가정해 볼 수 있고 그것을 순차적으로 검증하면서 문제의 원인을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해결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를해결한 사람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한 지역의 특정 조건에 따라서검증의 순서가 다를 수 있고 서로 다른 해결안을 낼 수 있겠지만어떤 해결안이 더 타당한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들이비교적 합의가 가능하고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안의 수도 일정 범위내에서 존재한다. 이전의 계산문제에 비해서는 복잡성이 있고 문제의 정형화 정도가 조금은 낮지만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이해관계자간에 합의가 가능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임신 3개월의 중학교 여학생과 마주 앉은 상담교사의상황을 상상해 보자(dilemma problem). 우선 이 상황에서 교사는문제를 정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다. 여러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견해의 교차점 속에서 문제가 규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이여학생의 부모라고 생각해 보자. 상담교사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이 상황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것이 한국사회가 아니라유럽사회에서 나타났다고 한다면 이 상황을 상당히 다르게 해석할수 있고 그것에 따른 해결방안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문제는 정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고 문제해결의 목표도 불분명하다.문제는 여러 관점에 따라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에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많고 의견 합의도 어렵다. 더욱이한 상황 안에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문제의층도 개인적 차원에서 작은 공동체 혹은 광범위한 사회적 차원까지다양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정은 다양하고 가능한 해결안도 다양하며 때로는 아예 답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해결안을평가하는 가치기준도 다양하고 합의점을 결국 찾지 못하고 미궁으로빠질 수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비정형화된 문제(ill-defined problem)의 특징이다. 


Jonassen (2000, 2011)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를 이러한 정형화 정도에 따라서 알고리즘 문제(algorithmic problems), 이야기형 문제(story problems), 규칙활용문제(rule using induction problems), 의사결정문제(decision-making problems),고장수리문제(troubleshooting problems), 진단처방문제(diagnosis-solution problems), 전략문제(strategic performance problems), 정책분석문제(policy analysis problems), 설계문제(design problems), 딜레마문제(dilemma problems) 등 열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고 각 문제유형의 특징과 각 유형의 문제해결과정에요구되는 인지적 기능이 차이가 있음을 제시하였다(Jonassen, 2000,2011; Jonassen &Hung, 2008).




2. 임상문제의 유형


의학은 위에서 언급한 극도의 정형화된 문제로부터 극도의 비정형화된 문제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전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잘 조직된 지식으로 해결 가능한 정형화된 문제라도 그 문제가실제 환자 상황에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문제의 정형화 정도가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늘 내재하고 있는 영역이다.


감염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들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과 같은병원균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각각에 대응하는 치료방법을 배우게된다. 범위를 좁혀 세균감염이라면 그람음성균인지 양성균인지 모양이 어떤지에 따라 투여할 항생제를 결정한다. 세균배양을 통해균의 종류를 입증할 수 있고 실험실에서 항생제의 내성 정도도 검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를 보기 위해서 진단검사의학과의 여러단계 도움이 필요하고 실제 진료에서는 배양검사 결과가 나오기전에 항생제를 결정해야 하는데 환자의 증상과 몇 가지 자료로 쉽게원발병소를 찾을 수 있고 항생제를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나의사국가시험에서 이런 유사한 수준의 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위와 비슷한 지식이 요구되는 문제라 해도 상황에 따라서매우 불확실하게 전개될 수 있다. 만약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부신겉질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와 함께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같은 면역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가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통해 중환자실로 입원하였고 양쪽 폐에 심한폐실질 음영이 생긴 경우라면 판단이 쉽지 않다. 우선 증거를 확보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균배양을 하고 컴퓨터단층촬영을 한 후 지지적치료를 위해 산소포화도를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항생제를 투여하겠지만 확증을 통한 자신 있는 치료의 결정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마지막까지 증거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고려해야 할것은 면역억제 상황에서 생긴 폐렴인데 이때 폐렴을 일으키는 균주도 전형적인 세균감염부터 면역억제 상황에서 생기는 비전형적인균주들, 바이러스, 진균 등이 있고, 다음은 메토트렉세이트 약물에의한 간질폐질환을 고려해야 하며 류마티스관절염의 관절 외 증상인류마티스 폐질환도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 부신겉질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 때문에 감염이라고 하더라도 발열과 같은 초기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의학적 관심을 받지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이 심해지고 상황이 더 복잡해진 상태에서 병원에 오게 된다. 의사가 결정해야 하는 것에는 항생제를선택하는 것부터 부신겉질스테로이드의 양을 결정하는 것, 인공호흡기 적용의 결정 같은 치료에 관한 것이 있고 배양검사를 기다릴것인지 기관지내시경까지를 고려할 것인지 검사에 관한 것도 있다.또한 치료과정은 치료가 완결될 때까지 다양하고 어려운 결정의복합 상황이고 하나의 결정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하며 변화하는 환자의 경과와도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순환과정이라고할 수 있다. 또한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등 다른 분과 전문의들과도긴밀한 협조를 해나가야 하며 활발한 의견교환도 필수적이어서 여러의견의 조율과 그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확인하고 정제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결국 정형화 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도실제 상황에서는 문제가 비정형화되고 의사는 불확실한 상황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지속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3. 의과대학 강의실과 진료현장에서 다루는 문제 유형의 차이


의과대학 학생이 졸업 후 의사로서 접하는 문제는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유형도 있지만 비정형화되고 불확실성을 내포한 문제도많다. 더욱이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과거 자신의 의사결정을 반추하며 다각적으로 경과를 예측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문제들이 적지 않다. Figure 1A는 의대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이배우는 문제유형과 현장에서 실제로 접하는 문제유형 분포 간에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학교교육이 정형화된문제를 주로 다루듯이(Jonassen, 2011) 의과대학에서도 비교적 정형화된 문제를 많이 다루는 반면 비정형화된 문제를 경험하거나다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정형화된 문제와 비정형화된 문제가 혼재되어 있고 특히 비정형화된문제는 의사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면서도 의료과실의 빈도가높은 영역이다. 따라서 비정형화된 문제해결력은 의사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4. 문제유형에 따른 능력 차이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실제 의사 업무에서 다루는 문제유형의 분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학습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정형화된 문제와 지식전달의 비중이 큰 한국의학교육의 근본적인 미래 과제가무엇인지를 제시해 준다. 왜냐하면 정형화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비정형화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능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정형화된 문제의 성공적 해결이 비정형화된 문제의 성공적 해결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Figure 1B는문제의 정형화 정도에 따라 필요한 다양한 차원의 능력과 중요도를설명한 것이다(Choi, 2007).



1) 정형화 및 비정형화된 문제해결과정에서 인지능력 및 상위인지능력의 역할


문제해결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로 필요한 능력은 기본 인지능력과 이를 토대로 한 관련 지식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모든 유형의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본능력으로 책을 읽고 내용을이해하고 기억하고 어떠한 수치를 계산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등의인지능력을 포함한다. 의사가 기본 원칙대로 환자를 진찰하고 의무기록을 읽고 이해하고 진찰한 결과에 근거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이모두 이런 단계의 능력이다.


두 번째 단계는 상위인지능력인데 이는 자신의 사고과정을 점검하는 반추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능력으로 자신의 문제해결과정 혹은사고과정을 검토하고 재평가하며 문제해결과정을 계획하고 개선하는 활동과 관련된 사고능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능력은 정형화되어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자신이 푼 문제의 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거나 복잡한 문제를잘 나누어서 계획을 미리 세우고 진행을 하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주로 틀리던 문제들을 따로 모아놓았다가 공부를 하는 등의 전략을사용하는 학생은 상위인지능력이 높은 학생이며 이러한 능력은 특히학업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또한 문제가 정형화되지 않았을경우에도 이러한 상위인지능력은 어느 수준까지는 문제해결과정에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문제가 비정형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더욱 정교한 지식과 인지 및 상위인지 능력이 필요하겠지만 인지적 능력과 상위인지능력은 정형화된 문제와 비정형화된 문제에 모두공통적으로 중요한 기본능력이다.



2) 비정형화된 문제해결과정에서 개인인식론의 중요성


다음 단계의 능력은 개인인식론(personal epistemology)이다(Kitchner, 1983; Perry, 1968, 1999; Schraw et al., 1995). 개인인식론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정의, 지식을 어떻게 검증할수 있고 형성하는지 등에 대한 믿음 체계라고 볼 수 있다(Moore,2002). 이는 주어진 정보나 자신의 지식을 검증하고 선별적으로문제해결에 활용하는 능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성 있게 다른 사람의 관점을 수용 보완하는 능력, 보다 의미 있는관점으로 문제의 정의를 협의하며 문제해결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능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능력의 발달은 정형화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어떤 경우는 정형화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내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의과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교수가 가르치는 내용의 근거가 무엇일까?’, ‘그것을 어떻게 검증할까?’,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등등의근원적 고민을 깊이 있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강의 내용을 의심없이 진리로 받아들이고 암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시험성적을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론적 능력은 문제가비정형화 되고 문제의 해결과정과 결과가 불확실해질수록 그 역할이중요해진다.


이러한 개인인식론의 개념을 처음 발견한 Perry (1968)가 제시한 9단계의 인식론 발달단계는 크게 4가지 단계로 요약해 볼 수 있다(Moore, 2002). 

    • 초기 단계는 이원론(dualism) 지식관으로 주어지는모든 현상을 흑백 논리로 구성하고 지식은 반드시 참이나 거짓으로구분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반드시 정답이 있어야 하고두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면 그 중에는 옳은 의견과 틀린 의견이있다고 믿는다. 
    • 다음 단계는 다원론(multiplicity 혹은 complexdualism) 지식관으로 특정 지식을 참과 거짓으로 구분하는 것 외에도 참거짓을 확정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의 가능성을 이해하며 그 각각의견해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 단계이다.
    •  다음은상황적 상대주의(contextual relativism) 지식관으로 하나의 현상에대해서 이해관계자 간에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으나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주어진 정보와 지식의 타당성과 가치를 결정할 수있다고 믿고 근거 있는 논증과 설득을 통해서 문제를 합의하고 지식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단계의인식론이다. 
    • 마지막은 상대주의 내 신념(commitment within relativism) 단계로서 전단계인 상황적 상대주의 지식관 위에 자신의의사결정에 전문성과 도적적 책임성을 부과하는 인식론적 단계이다.즉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진료상황에서 의사로서 신념을 가지고자신의 의학적 지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토대로 주어진 상황에서가장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식론의 단계이다. 이 높은단계의 개인인식론은 다음에서 설명할 전문가 정체성과도 긴밀하게연결된다.



3) 비정형화된 문제해결과정에서 전문가 정체성의 중요성


다음 단계의 능력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가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이다. 의사 정체성은 결국 직업전문성이라는개념으로 투영될 수 있는데 의사의 직업전문성에는 치유자와 전문가두 가지 특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Cruess et al.,2009). 직업전문성의 정의나 개념 속에는 의사를 한 개인으로 보는관점에서부터 사회에 대한 역할이 있다고 보는 관점까지 다양하며 치유자 역량에서부터 도덕성과 윤리, 가치관과 정체성의 인식, 인간관과 세계관까지 포함하고 있어 업무능력부터 개인의 철학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체성이 내포되어 있다(Birden et al., 2014). 어떠한목적의 직업관을 가지고 문제에 임하는가는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결과,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자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Emmons, 1999). 그러나 정형화된문제(예를 들면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단계의 능력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문제가 비정형화되고 불확실하고 이해관계자 간에 이견과 갈등이 많을수록 문제해결과정에서 이런 능력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의사상은 무엇이고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어떤 전문가 정체성을 가르쳐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의사상’에 관한논문에 자세하게 다루어져있다(Ahn &Working Group for Projecton the Future Global Role of The Doctor in Health Care, 2014).



4) 비정형화된 문제경험 확대를 통한 의학교육의 강화


결론적으로 정형화된 문제로 훈련받은 학생은 실제 임상에서 비정형화된 문제를 접할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게된다. 대학에서 정형화된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된다면 학생의 인지적및 상위인지적 활동이 활성화되고 발달이 되겠지만 실제로 비정형화된 문제, 즉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을 다루는 데 추가적으로 결정적인역할을 할 수 있는 개인인식론과 전문가 정체성의 발달은 보장할수 없다. 이러한 영역의 능력들은 정형화된 문제를 다룰 때는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과대학에서 가르친 능력과 실제 임상에서 요구되는 능력 간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과 방법이 시대에 따라서 어떠한 교육적인모델이나 철학적인 옷을 입든지 궁극적인 교육목표가 실제 임상상황에서 접하는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본다면 결국 각 학교는 학생에게 정형화된 문제해결력뿐 아니라비정형화된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길러줄 수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학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위의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교육방법과 제도를 한국의 특성에맞게 개발하고 실천하며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 론


북미에서는 각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과목중심 교육과정, 통합교육과정, 문제바탕교육과정, 역량바탕교육과정 등의 교육과정을개발하며 의학교육을 진화시켜 왔다. 반면 한국의 의학교육은 주로북미의 의학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을 빠르게 수용하며 의사국가시험또은 의학교육평가인증 등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확산하며 발전해왔다.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발달한 한국의학교육이 다음 단계로성숙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의학교육의 문제를 정립하고한국의 사회와 문화가 반영된 의학교육학, 의학교육과정, 의학교육제도를 개발하는 것이다.


의학은 복잡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며 전문영역이다. 의학교육은 실제 임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실력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임상을성공적으로 다루는데 필요한 능력은

  • (1) 과학적 지식과 임상기본술기뿐 아니라,
  • (2)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지식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택하며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개인인식론의영역, 궁극적으로는 
  • (3) 의사 개인으로서 가지는 자신의 전문가 정체성으로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성숙한 개인인식론을 계발하고 사회에 부응하는자신의 의사상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실제 의사들이접하는 불확실한 임상문제들이 의학교육과정에 균형있게 반영되어야 한다. 교육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의학교육 공동체는한국 사회의 문화적인 맥락과 각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해결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선택, 적용, 수정하는 데 진지한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자생적 의학교육의 구축은 한국의학교육을넘어서 국제의학교육사회에 기여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Over the last century, medical education in North America has evolved by identifying educational challenges

within its own socio-cultural context and by appropriately responding to these challenges. A discipline-based

curriculum, organ-system or integrated curriculum, problem-based curriculum, and competency-based

curriculum are historical examples of the educational solutions that have been developed and refined to

address specific educational challenges, such as students’ lack of basic scientific knowledge, lack of integration

between scientific knowledge and clinical practice, and lack of clinical practice. In contrast, Korean medical

education has evolved with the influence of two forces: (1) the adoption of educational solutions developed

in North America by pioneers who have identified urgent needs for medical education reform in Korea

over the last three decades, and (2) the revitalization of Korean medical schools’ curricula through medical

education accreditation and national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Despite this progressive evolution in

Korean medical education, we contend that it faces two major challenges in order to advance to the next

level. First, Korean medical education should identify its own problems in medical education and iteratively

develop educational solutions within its own socio-cultural context. Secondly, to raise reflective doctors

who have scientific knowledge and professional commitment to deal with different types of medical problems

within a continuum from well-defined to ill-defined, medical education should develop innovative ways

to provide students with a balanced spectrum of clinical problems, including uncertain, ill-defined problems.


Keywords: Medical education, Korea, North America, Ill-defined problems, Typology of problems, Personal epistemology

20세기초 미국 의학교육의 개혁과 <플렉스너 보고서>*

황 상 익**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은 전세계의 의학을 주도해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의학도 대체로 그 영향권 안에 들어 있다. 미국이 이 시대에 의학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 요인으로 경이적인경제 발전과 그에 동반된 막대한 개발연구비의 투입, 유럽 등지의 유능한 과학 및 의학 연구 인력의 유입 등을 든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사회경제적 작용인(作用因)이 작동할 수 있었던 내재적(內在的)이며 전제적(前提的)인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 20세기 후반 들어 의학 활동이 만개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그 이전 시기의 미국 의학계 내부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만미국이 오늘날 전세계 의학을 선도하게 된 연유와 그 특성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말과 20세기 전반(前半)에 이루어진 미국 의학계의 변모를 여러 분야와 각도에서 다룰수 있겠지만, 본 논문에서는 이후 의학 활동의 중심이 된 의과대학 특히 그 교육 과정의 변화와발전을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그것은 20세기초를 전후로 한 시기 동안 이루어진, 실험실교육을 중심으로 한 기초의학 교육과 병원 내 임상실습의 강화 그리고 의학 연구와 교육의 결합이 당대와 그 이후 미국 의학의 특성을 이루고 번성을 가져 온 밑거름이 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유럽에서와는 달리 그 이전 시기 동안 거의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의과대학(medical college), 병원(hospital), 대학교(university)가1) 이 시기를 거치면서 제도적및 실제적 측면에서 한 울타리로 모이게 됨으로써 과학적 의학(scientific medicine) 발전의 기지가 되었으며 그러한 현상은 의학교육의 개혁이라는 모습을 띠고 나타났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의과대학의 개편과 의학교육의 개혁에 관련하여 그 동안 <플렉스너 보고서>에대해서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으며, <보고서>가 결과적으로 그러한 방향의 변화를 가속화하였다는 점은 저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마치 그 <보고서>에 의해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든지 하는 과장된관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오히려 이 시기 의과대학과 의학교육의 개편과 개혁은 그 이전 오랜 기간 동안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진행되어 온 흐름의 소산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관점 위에서, 미국 초기 시대부터의 의학교육의 전개 과정을 더듬는 한편, 비정규 의료인(sectarian, irregular practitioners)을 의료시장(medical market place)에서 축출하여 의료를 독점하고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의사의 수를 줄임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의 노력, 그리고 <플렉스너 보고서>의 작성 배경과 과정 및 그 이후에 나타난 변화 등을 검토함으로써, 이 시기 미국 의학교육의 개혁에 대한전체상과 사회적 함의, 그리고 이후 미국 및 20세기 현대의학 전반의 특성에 미친 영향 등을 이해하려 한다.



미국 의학교육의 전개 과정 - 식민지 시대부터 19세기말까지


식민지 시기의 미국 의료는 경험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그에 따라 공식적의학교육도종래의 도제 교육(apprentice training) 위주였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에 이르면 의학의 이론적 부분을 담당하기 위해 의과대학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실기 부분은 여전히 도제 교육에 의해 이루어졌다.2)


식민지 초기인 17세기와 달리 18세기에 이르면 식민지 미국과 유럽 본국 사이에 여러가지 교역과 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의학교육에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유럽의 명문 의과대학이나 병원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과 의사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수백명이 당시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떠오르던 스코틀런드의 에딘버러의과대학과 런던의 병원들 그리고 파리의 몇몇 병원 등에서 의학 수업을 받고 귀국하였다.3)


그러나 유럽 유학파는 아직 소수에 불과했으며 따라서 사회적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그보다많은 수의 의사 지망생들은 대개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의 명망있는 의사4)의 조수(도제)로 들어가 의술을 배웠다. 한 연구에 의하면 1630년부터 1800년 사이에 매사추세츠에서 진료를 행하던의료인 약 1600명 중 1/3 가량이 1년 이상의 도제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5) 그리고 그가운데 44%가 의사의 아들이었다. 매사추세츠와 다른 지역의 사정이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대체로 유럽의 의과대학에 유학한 의사들보다는 주로 자신이 생장한 지역에서 도제교육을 통해 의료인이 된 사람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의업(醫業)은 가업으로 전수되는경우가 매우 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4) 명망있는 의사라 하여 반드시 의술이 뛰어나고 의학 지식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명망이라는 것은 오히려 지역사회 내에서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의미가 더 강했다. 도제를 거느리고 어떤 의미에서든 의학교육을 담당하여 후배 의사를 양성하던 그러한 의사들을 식민지 초기 시대부터 preceptor라고 하였으며, 오늘날에는 그 단어는 주로 의과대학에서의 지도교수를 뜻한다. 그렇듯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어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지만, 이 논문에서는 장인의사(匠人醫師)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유럽 유학이나 도제 교육 등의 공식적 과정을 통해 의사가 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는 비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의술을 습득하여 의료 활동과 의료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러한사람들은 직업적 유동성이 매우 강했다.6)


어떤 점에서 미국 의학교육의 역사적 전개 과정은 비공식적 부문을 공식적 부문이 대치해 나가는 과정이었으며, 공식 부문 내에서도 도제 교육적 측면이 대학 교육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7)


도제 교육은 그 전 시대에 비해 식민지 말기인 1750년 이후 좀더 보편화되었다. 이는 도제를가르칠 만한 의사가 많아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직업 상의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의미하며, 또 한편으로는 식민지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있었던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도제 교육이 보편화됨에 따라 그 형식과 내용도 전 시기에 비해 표준화되기 시작하였다. 교육기간도 일정치 않았던 데에서 대체로 3년 과정이 통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수업료도 연간 100 달러의 현금 지불이 상식이 되었다. 당시 그들이 받은 교육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의학의 이론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부실하였는데 몇 권 안되는 낡아빠진 의학 책을 장인의사의 지도아래 또는 혼자서 독서하는 정도이었다. 육안해부학 지식과 외과술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으로인체나 동물을 해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체계적인 것은 아니었다. 환자를 진료하는 실제적인 면은 장인의사를 따라 다니며 익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지역사회에서의 의사의 역할도 배우곤 하였다.


당시 도제 교육 제도의 단점에 대응하여 생겨난 두 가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첫째로 18세기 후반, 몇몇 의사들은 도제를 교육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가져 정규 과정 비슷하게 교육을체계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해부학과 병리학을 가르치는 데 골격, 모형, 그림 등 여러 교육매체를 활용하였으며 최신의 의학 문헌도 수집하고 교육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도제-장인의 상대적으로 비공식적이던 관계는 학생-교사의 보다 공식적인 관계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8)
  • 이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변화는 해부학을 가르치기 위한 사설 강습소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해부학 강좌가 따로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보통의 장인의사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가르치기어려웠기 때문이며 그것은 도제들이 보다 나은 내용의 교육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뜻한다. 이 사설 강습소 과정이야말로 미국의 공식적 의학교육의 진정한 효시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18세기말과 19세기초에 생겨나기 시작한 의과대학의 모체가 되었다.9) 이로써 미국의 공식적의학교육은 강습소가 담당하는 이론 부분도제 교육을 통한 실제 진료 기술 습득 과정으로 2원화되기 시작하였다.

9) 유럽의 명문 의과대학들은 대부분 중세 시대 혹은 그 뒤에 대학(university)의 한 학부로 탄생하였지만 미국의 의과대학은 대체로 대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세워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설 강습소가 의과대학의 토대와 모체가 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의과대학과는 엄연히 달랐다. 의과대학은 강습소와는 달리 학생들에게 그리고 교수진에게도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특전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교수진에게 직업적 명망을 부여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젊고 야심만만한 의사들은 18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의과대학을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한편 당시 식민지의 대학들은 대학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과대학을 세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의사들은 무보수로 강의하는 대신 대학의 학위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그러한 제의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것은 형태적으로는 대학의산하에 의과대학이 생기는 모습이지만 그 상호관계는 거의 구속력이 없는 등,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기구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1767년 컬럼비아대학교의 전신이 되는 의과대학이 뉴욕에, 1769년에는 필라델피아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이 세워졌으며 1783년에는 하바드대학교에 의과대학이설립되었다. 1797년에는 한 의사가 독자적으로 다트머스 의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그 뒤 기성 대학과 무관한 의과대학이 설립되기도 하고 대학의 이름을 빌린 의과대학도 세워졌지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대체로 대학 본부와 의과대학은 별다른 관계없이 병존하는 모습을 보였다.10)


의과대학은 도제 교육이나 사설 강습소에 비해 몇가지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학생들은 교육의 내용보다는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의과대학을 선호했다. 의과대학은 처음에는 의학사(Bachelor of Medicine) 학위를, 독립 후에는 의학박사(Doctor of Medicine) 학위를 수여했다. 그리고 환자들도 장인의사의 인정증서보다는 대학의 학위에 대한 신뢰가 더 컸다. 의과대학과 어떤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장인의사들도 골치 아프고 시간만 많이 드는이론 과목을 자신들 대신 가르쳐 줄 의과대학을 지지했다. 또한 의과대학의 교수직(물론 전임[full-time]이 아님)은 환자들 사이에서 제법 신용을 얻을 수 있었으며, 대학의 선전 덕에 교수진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이점도 있어서 의사들 스스로 교수직을 선호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의과대학 재학 시에 교수를 임상 지도를 해 줄 장인의사로 선택하고 졸업 뒤에도 그러한 인연을 매개로 환자에 대한 자문이나 의뢰를 하였기 때문에 교수직은 자연히 선망 대상이 될 수밖에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의과대학의 수는 급증하였다. 1780년에 컬럼비아와 펜실베이니아의 두 개밖에 없던 의과대학이 1800년까지 4개로 늘어났고, 1820년까지는 13개로 급증하였다. 1800년 이전졸업생 총 수가 221명으로 추산되는 데에 비해 1810년대에는 한 해 평균 138명으로 증가하였으며, 1820년대에는 한 해에 400명이 넘는 의과대학 출신의 의사가 사회로 배출되었다.11) 그리고졸업은 하지 않더라도 강의에 참석하는 학생도 상당히 많았다.12) 요컨대 당시 의과대학이 의학교육의 주된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 사회적 비중과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11) 그러나 그 수는 도제 교육 과정만을 밟은 의사 수에 비해 여전히 소수이었으며, 그밖에 비공식 부분에서 활동하던 치유자(irregular practitioner, healer)에 비해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정도이었다.


남북전쟁 이전,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4명 내지 7명의 교수진이 대개 영리 목적으로 공동소유하고 공동운영하는 상태이었다. 당시 의과대학의 전형적인 교수진은 몇 명의 교수(professor), 한명의 해부학 시범교수(demonstrator), 그리고 한두 명의 임상교수(clinical professor)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의과대학의 입학 기준은 매우 낮았다.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야 했고 의과대학 교육에 관해 아무런 사회적 감시감독 체계가 없었으며 학생 수가 늘어야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모든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입학 요건을 낮게 잡았던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졸업 요건 또한 매우 허술했다. 그것은 국가나 주 정부가 관장하고 인정하는 의사면허제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19세기 중엽까지도 여전히 진료 능력은 도제 교육을 통해 습득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3년 동안의 도제 생활과 두 과정의13) 의과대학 강의 출석이 요구되었다. 교과 과정은 대개 해부학, 생리학, 화학, 약전(藥典), 내과, 외과, 산과의 7개 과목으로 이루어졌으며 19세기전반기를 거치면서 부인과와 소아과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병원 교육이 있는 경우에도 강의 위주였지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환자는 대개 의학적 흥미 대상이 되지 못하는 회복기의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병원에서의 임상 교육이래야 전통적인 도제 교육보다 훨씬 못했다.


19세기가 진행되면서 의과대학 교육이 점점더 대중화, 보편화되며 각급 의사회들이 조직되고 의학잡지가 간행됨에 따라 의사직은 점점 전문화되고 치료도 표준화되어 갔다. 지역 의사회가조직되어 수가(酬價) 협정을 마련하고 의료인 윤리 내규 등을 제정하는 등 서로 간의 경쟁을 줄이고 비정규 의료인들로부터 의료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여러 곳에서 주(洲) 의사회가 조직되었으며 전국적 조직인 미국의사협회가 1847년에 결성되었다.


19세기 내내 의과대학과 그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났다(표 1). 의과대학의 수는 100년 동안 40배가 되었으며 매해 졸업하는 학생 수는 150배 이상이 되었다.14) <표 1>에는 포함되지 않는, 정식으로 등록을 않거나 졸업을 하지 않고 수강만을 한 학생들까지 감안하면 19세기말 무렵 사회로배출되는 의사의 대부분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의과대학 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 출신자 전체를 놓고 볼 때에 의사직은 아직 별로 인기가 없었다. 1850년의 한 조사를 보면동북부 명문 대학 출신 가운데 절반은 법률가나 성직자가 되었으며 단지 8%만이 의사가 되었다.


13) 당시는 학년에 따라 과목이 달라지는 요즈음과 같은 학년제(graded course)가 아니라 똑같은 과목을 되풀이 학습하는 반복과정(repetitive course)이었다. 즉 첫 해와 둘째 해에 수강하는 과목이 똑같았으며 학교에 따라 사정이 약간씩 달랐지만 대체로 내용도 대동소이하였다.


14) 이 의과대학 수에는 동종요법의사(homeopath)와 약초요법의사(botanist) 등을 양성하는 의과대학(sectarian medical college)도 포함되어 있다.



표 1. 의과대학과 졸업생 수, 1800-1880 15)





전체적으로 보아, 그리고 역사의 진행 방향을 보건대 비공식적인 의술 전승과 도제 교육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리적, 사회경제적 변방에서는 여전히 의과대학을 다녀보지 않았거나 졸업을 하지 못한 의료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종요법가나 약초요법가 등 비정규 의료인의 활동도 만만치 않았다.


19세기 중엽을 넘어서며 도제 교육이 쇠퇴함에 따라 의과대학의 비중은 점점더 커져갔다. 의과대학은 도제 제도 대신 이제 더 실제적이며 최신의 지견을 교육하는 새로 생겨난 사설 학원과학생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사설 학원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편으로는 의과대학의교육 방침을 결정하는 힘의 중심이 이 무렵 교수진에서 학생들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결국 의과대학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의학교육 내용과 형태에 대한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며 그것은 남북전쟁 이후에 뚜렷이 나타나게 되었다.


의과대학과 학생들 서로 간에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의과대학의 학기는 점점 길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교과 내용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의과대학은 미국의 고등교육 기관 가운데 가장먼저 그리고 활발하게 자연과학의 방법과 내용을 교과과정에 도입하였다. 해부학 실습은 의과대학 초창기부터, 그리고 화학 실습도 19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대부분의 의과대학에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되었다. 또한 당시 성장해 가던 병원에서의 병상 회진과 병원강의실(amphitheater)에서의 수술 및 시범 진료는 병원을 임상교육의 한 중심지가 되도록 하였다.


19세기 중엽부터 이미 의과대학 교수진은 졸업생 수를 놓고 지역 의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었다. 미국의사협회는 비정규 의료인들을 의료시장에서 축출하고 독점권을 확보하려는 목적 이외에, 정규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의사의 수도 억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조직되었다.16) 미국의사협회와 여러 의사회들은 의과대학 졸업생 수를 줄일 것을 원하였으나 의과대학 쪽은 적절한 의학교육을 받은 사람 누구에게나 의사직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의사회는 희망과는 달리자신들의 이해와 주장을 의과대학 정책에 반영할 방법을 당시에는 갖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내내 의과대학의 수가 늘어나고 등록학생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고등교육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표 2). 모든 대학에 등록한 학생 수는 1860년의 3만2천명에서 1900년의 25만6천명으로 8배로 증가하였다.17) 인구 증가, 생활 수준의 향상, 그리고 교육기관이 급격하게 증설된 것이 그 주요한 배경이었다. 그 기간 동안 의과대학 학생 수의 증가는 3배 남짓으로 전체 학생 수의 증가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표 2. 미국의 전문직 교육 상황, 1878-1900 18)


학교 수                                     등록 학생 수                             학교당 등록 학생 수






많은 의과대학이 사설 학원과 경쟁하기 위해 계절학기를 늘리고, 새로운 교과 과정을 추가하였다. 임상의 전문과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교수진에 추가됨으로써 전문과목이 교과 과정에 끼게되었고, 반복 과정이 학년제(graded course)로 바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와 나이, 그리고 학력, 경력, 포부 등은 매우 다양하였다. 의과대학의 입학 자격은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추는 것이 상례였다. 대학교육 학력은 요구되지 않았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입학 전에 대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거의없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대학 과정과 의과대학 과정을 다니고 마칠 만큼의 여유있는 학생이 아직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의 나이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의과대학 지망생들의 다수가 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80년대에 입학 지원 자격으로 고등학교 졸업이나 그와 동등한 학력을 요구하는 의과대학이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몇몇 주의 의사면허법이 그러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의과대학, 특히 여러가지로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에서는 그것을 거의 요구하지 않았다.19) 충분한 수의 학생을 모집하는 일은 의과대학, 특히 수입의 거의 전부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학교에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변화와 발전의 모습은 여러 부분에서 나타났다. 거의 구술시험으로 이루어졌던 졸업시험이 18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필기시험으로 대치되었다. 컬럼비아 의과대학의경우 첫번째 필기시험이 치루어진 것은 1879년이었으며 1888년에는 전문과목에 대한 필기시험도추가되었다.20) 장인의사에게서 임상 훈련을 받는 도제식 교육의 모습은 19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사라지거나 개원의사들로부터 의과대학이나 병원과 관계가 있는 의사에게로 그 임무가 옮겨지기 시작하였다.21)


19세기말로 가면서 의과대학들은 임상 교육에 대한 필요와 책임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사설 학원이나 진료소와 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훈련과 교육을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 많이 포함시켜야만 더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 내용을 의과대학 과정에 포함시키면 그만큼 학기가 길어지고 따라서 수업료도 올라가게 되어 경제적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계절학기와 선택 과정 등이었다. 선택 과정에 포함된 과목은 기초의학 분야와 외과수술, 소아과, 정형외과 등 새로이 분화되어가는 전문과목들이 많았다.22) 임상의 전문 과목에 대해 의과대학에서 교육하는 문제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도 많았지만 의과대학은 우선 선택 과정에,그리고 나중에는 정규 과정에 전문 과목 교육을 포함시키게 되었다. 그것은 앞으로 더 나은 수입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대학에서 경력을 쌓기 원하는 그들 전문가(specialist)를 헐값에 또는공짜로 교육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점과 전문 과목 교육을 바라는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23)


22) 전문 과목에 대한 동경은 유럽에 유학했던 미국인 의사들의 경험에 기인하는 바가 많았다.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독일어권의 중부 유럽은 세계의학의 중심지이었으며 그곳에서는 새로운 임상 전문 과목들이 활발히 분화 발전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비엔나는 미국인 유학생들에게 메카이었다. 그곳에는 3천 병상의 거대한 병원이 있었고 각종 전문 분과가 한 지역 내에 다 모여 있었다. 전 세대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미국인 의사들이 주로 전문과목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기 위해 유럽으로 갔다. 1870년과 1914년 사이에 만명 가량이 비엔나로 그리고 3천여명이 베를린으로 갔다.(Bonner TN. American Doctors and German Universities. Lincoln: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1963, 39) 대부분의 미국인 의사들은 그곳에서 전문 과목에 대한 훈련을 대개 4-8주 과정으로 이수했다. 그곳에서 연수한 미국인 의사들 가운데 많은 수는 일반 과목보다 전문 과목이 훨씬 수지맞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스스로 전문 과목 의사(specialist)가 되기를 원했다.


1870년 무렵부터 주요한 의과대학들은 새로운 과학 지식과 임상 내용에 대한 시간을 늘려가기시작하였다. 그러면서 3년 과정의 학년제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강제성을 띠지 않던 3년제가점차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효시는 하바드 의과대학이었다. 1871년 하바드 의대는 처음으로 9개월씩 3년, 그리고 반복 강의가 아니라 학년제를 실시한 것이다. 그리고 1880년까지 10개 대학이, 1890년까지는 26개 대학이 3년 연한의 학년제 과정을 채택했다.24) 그리고 20세기초에는 사실상 모든 의과대학이 4학년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학년제를 실시함에 따라 가장 큰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임상 전문가들이었다. 하바드 의과대학은 4학년에 14개의 선택 과목을 배정하였는데 거의 모두 임상 전문 과목이었다.


유럽, 특히 독일어권 의학의 영향은 임상 전문 과목에 대해서만 아니라 기초의학 분야에도 미쳤다. 당시 173개에 달하는 독일의 의학연구소들은 의학 연구의 중심지로 전세계의 많은 학생들과 학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연구소는 이때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독일의 의학 연구자들은 임상적 활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연구와 진료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25)


미국인 유학파 기초의학자 제1세대들은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과학과 과학적 의학에 열광하기 시작한 일반 사회와는 달리, 의과대학은 기초의학자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데 거의 관심을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과대학은 기초의학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 관심이 별로 없었으며, 단지 그 자리를 교수직으로의 승진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강의를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변화가 일어나, 세기말에 가까와지면서 전임 기초의학 교수가 학생들의 실험실습을 지도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가장 뚜렷하였던 것은 당시가장 각광받던 세균학이었다. 1888년 28개의 주요 대학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그 가운데 11학교가 상당한 시간을 세균학에 할애하고 있었으며 또한 전임 교원과 실험실을 갖추고 있었다.26)비록 저항이 적지 않았지만 학년제가 실시되고 수학 연한이 길어짐에 따라, 그리고 주 면허위원회 등이 교육 내용 개선을 권장함에 따라 세균학에 이어 생리학, 병리학, 화학 등의 실험실습 교육이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위해 의과대학들은 유럽에서 훈련받은 의학자들을 채용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안되는 자격있는 기초의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전임 교수직이 제의되었고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도 할 수 있는 시설이 제공되기도 하였다.


기초의학의 전임 교수 자리가 마련되기 시작하였지만 19세기말에도 대부분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과대학에서의 교육, 병원 진료 그리고 개인 진료를 병행하였다. 대개 무보수로 병원이나진료소에서 빈민 환자를 진료하며 명성을 쌓고 대신 부자나 중산층을 대상으로 개인 진료를 함으로써 수입을 올리는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비전임(part-time)인 대학 교수 자리도 수입보다는 선전과 명성을 위한 것이었다.27)




20세기초 미국 의과대학의 개편과 미국의사협회


20세기 전반을 통해 미국의 의학계와 보건의료 분야에는 새로운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우선 국민들의 의료 이용 실태에 변화가 있게 되었다. 도시 빈민들은 공공병원과 사립병원의 외래에서 대부분의 진료를 받는 등 큰 변화가 없었으나,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산층은 그전 세기보다 사립병원에 입원하여 진료를 받게 되는 경향이 훨씬 강화되었다. 진료 활동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수와 구성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19세기 동안 의료시장에서 무시못할 부분을 차지하던 동종요법사와 약초요법사 등 비정규 의료인들은 20세기초를 거치면서 그 수와 사회적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정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도 절대 수에서는 약간 늘어났지만 인구 당 의사 수는 1900년부터 30년 사이에 대폭 감소하였으며 1950년까지는 대체로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였다(표 3). 이제 19세기에 비해 의료인 사이의 경쟁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28) 이러한 의사 수 감소의 효과는 농촌에서 더욱 뚜렷하였다. 1906년부터 23년 사이에 인구5천 이하의 마을에서는 의사-환자 비율이 25%나 감소한 반면 5만 이상의 도시에서는 8% 감소에그쳤던 것이다.29)



표 3. 의사 수, 1900-1950 30)




그러한 변화의 모습은 다른 전문 직종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1900년부터 1940년 사이에 미국의 인구가 74% 증가하는 동안 변호사는 69%, 치과의사는 137%, 약사는 533%, 엔지니어는682%, 경리직은 935%, 대학교수직은 1000% 증가했던 반면, 의사는 26% 증가한 데 불과했던 것이다.31) 모든 전문직이 이 시기 동안 인구에 비해 약간 내지는 대폭 늘어난 데에 비해 의사 수는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의료계에 나타난 또 한가지 특성은 의사들의 전문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1923년 전체 의사 가운데 10.6%가 스스로를 full-time 전문의라 하고 12.7%가 part-time 전문의라고 응답한 데에 비해 1938년의 조사에서는 그 수가 각각 19.8%와 14.5%로 늘어났다.


그리고 또 의사를 고용하는 기구도 증가하였다. 철도회사와 그밖의 기업체들은 부상한 피고용인의 치료를 위해, 생명보험 회사는 고객의 검진을 위해, 점점 성장해 가는 병원은 외래진료부에서의 진료를 위해, 그리고 지방정부의 보건담당부서는 공공의료를 위해 많은 수의 의사를 채용했다.32) 이제 의사의 상대적 수는 줄어든 반면 일할 자리는 늘어나는 호황의 시절을 맞게 된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병원 시설과 병원 진료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1920년과 50년 사이에 종합병원의 수는 17%, 병원 당 병상 수는 61%, 인구 당 병상 수는 35% 증가하였다. 그리고 실제병원 이용의 지표라 할 인구 천명 당 입원환자의 수는 1931년과 50년 사이에 두 배로 급증하였다. 이렇듯 이 시기에 병원이 대규모화하였으며 인구 증가를 넘어서는 병원의 성장을 보인 것이다.33)


이러한 변화에 동반하여, 더 정확하게는 그것에 선행하여 많은 변화가 의과대학에 나타났으며그것은 대체로 의학교육의 개혁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1900년대와 10년대의 몇년 사이에 많은 의과대학이 문을 닫거나 합병을 하든지 대학(university)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 시기에 살아남은 의과대학들은 입학 자격과 졸업 기준을 높이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끈 것은 몇몇 의학계의 지도급 인사와 미국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그리고 산업자본가들이 새로이 구성한 비영리의 모습을 띤 재단과 그 대표자 및 대변인들이었으며, 그러한 변화에 대한 당시 사회의 인준이었지만 그 이전 시기의 변화와 발전의 귀결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그 변모가 필연적이었다거나 변화의 손익이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른 역사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여러가지 대립된 경향과 세력 사이의 각축과 상호작용의 결과 우세한 쪽이 살아남게 되었으며 그 귀결의 혜택도 많은 부분 그쪽으로 쏠리게 된 것이다.


20세기초의 대개편의 결과 의과대학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으며, 그 교육 내용과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1920년대 후반이 되면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거의 모든 학생은 입학 전에 어떤종류이든 대학교육을 받아야만 하였으며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실험실 교육을 강조하는의학교육 개혁의 경향을 반영하여 대학에서 입학 전에 자연과학 분야의 과목(학점)을 이수하는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한 변화는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의과대학의 문호가 좁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1910년부터 40년 사이에대학의 학부 학생 수는 세배로 늘었는 데 비해 의과대학의 정원은 거의 늘지 않았기 때문에 입학조건의 향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표 4. 의과대학과 재학생 및 졸업생 수, 1880-1940 34)





이제부터 20세기초를 전후한 시기 동안 의과대학에 일어난 변화를 살펴 보자(표 4). 1880년부터 1900년 사이에 의과대학은 60개가 증가하여 한 해 평균 세 개가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1880년부터 1904년까지 전국 의과대학의 재학생 수는 11,826명에서 28,142명으로 138%, 전국 의과대학의 졸업생 수는 77% 증가하였으며, 의과대학 당 학생 수는 118명에서 176명으로 49% 증가하였다. 졸업생 수의 증가가 의과대학 등록 학생 수의 증가보다 적은 것은 이 시기 동안 많은 의과대학이 2년제에서 4년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기할 것은 전체 대학생 가운데 의과대학생이차지하는 비율이나 전체 인구 당 의대 졸업생의 비율은 이 시기 동안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던 것이 1905년 무렵을 고비로 하여 형세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즉 그때부터 1920년까지 의과대학과 의과대학생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1904년에 비해 각각 53%와 49%를 나타내었다. 그리하여 1920년에는 전체 대학생 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로 1904년에 비해 1/5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인구 당 의과대학 졸업생 수는 1904년의 40%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 뒤1940년까지 의과대학은 8개 더 감소하였지만 재학생 수, 졸업생 수, 인구당 졸업생 수는 각각54%, 67%, 34%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실은 의과대학과 졸업생 수가 급격히 팽창하던 1880년부터 20세기초엽 사이에도 의사/인구비율은 오히려 약간 줄었다. 유럽 등지에서의 이민 등으로 인구는 급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의업에 참여하는 의과대학 졸업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성 의사들은 점점불만을 갖게 되었다. 각 지역의 의사회에서는 의과대학들에게 입학 기준을 높이고 등록 학생 수를 줄임으로써 새로이 배출되는 의사의 수를 억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의과대학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것이었고 따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호소력을 거의 갖지 못했다. 일부 의사들에 의한 의료의 독점을 당시미국 사회와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각급 의사회는 각 주에서 의사면허를관장하는 기구에 로비를 벌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1900년까지 48개 주에서 의사면허법을 제정하였으며, 그 법의 대부분은 면허를 얻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인가받은 의과대학을 졸업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1910년까지는 44개 주에서 면허자격시험으로 필기시험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도 미국의사협회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법은 대개 강제력이 없었고 요구 조건이 주마다 달라서 한 주에서 면허를 얻지 못한 학생이 다른 주에 가서 면허를 얻는 사례가 빈발하였던 것이다35)


의과대학을 규제할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던 미국의사협회는 각 주에서 의사면허를 관장하는기구에는 의과대학을 제대로 평가할 인력도 자원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1904년 의학교육심의회(Council on Medical Education)를 구성하였다. 심의회는 1905년 의과대학들을 평가하기위한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 기준에는 의과대학 입학 자격으로 최소 4년제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 제한을 둘 것, 의과대학 수업 연한을 4년으로 할 것, 주 의사면허 시험에서 졸업생들이 일정수준 이상의 합격율을 보여야 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심의회는 1906년과 7년에 걸쳐 위의 요건과 교과 내용, 학교 건물 및 시설설비 등을 기준으로 당시 160개의 모든 의과대학을 실사하여 A(acceptable), B(doubtful),C(nonacceptable)의 세 가지 등급을 매겼는바 A급이 82개교, B급이 46개교, C급은 32개교였다.심의회는 각 의과대학에는 그 결과를 통보하였지만 대외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다.36) 일반 국민들로부터 별로 신뢰를 받지 못하던 미국의사협회로서는 그러한 조사보고서의 공개가 불러올 파장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1905년부터 미국의사협회는 기관지인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의학교육 실태에 관련된 연례 보고서를 게재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각 주에서시행하는 의사시험의 결과를 의과대학 별로 발표하였다. 그 잡지에 게재된 바에 의하면 1905년에는 주 면허 시험에 응시한 7173명 중 21%인 1492명이, 1910년에는 7004명 중 18%인 1289명이낙방하였다.37)


수적으로는 의과대학의 전성기인 이때 많은 영리 목적 의과대학(proprietary medical college)이 전면적인 재정난을 경험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학에 대해 과학적인 내용과 형태를 갖춘 의학교육을 요구하고 있었다. 시간제로 기초의학 교육을 담당하던 개원 의사들은 새로이 팽창하고발전하던 교과 내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많은 의과대학들은 따로 봉급을 지급하면서 기초의학 교육을 전담할 사람을 구할 수도 필요한 설비와 시설을 갖출 수도 없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의학 분야가 점차 세분화 전문화됨에 따라 기존의 교수진은 그러한 새로운 영역을 감당할수 없게 되었으며, 또한 병원 시설도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상태인 데다가 주 의사면허법에서 의과대학의 입학 기준을 높이자 학교를 운영할 만큼의 충분한 학생을 유치할 수가 없게되었던 것이다.38)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여 취약한 의과대학들은 다른 의과대학과 합병을 하거나 재정적 지원을기대하여 종합대학의 속으로 들어가거나 그도 안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1900년부터 <플렉스너 보고서>가 나오는 1910년까지의 10년 동안 이합집산이 심해 43개 학교가 다른의과대학이나 종합대학과 합병을 하고 27개 학교는 아예 문을 닫게 되었으며 1906년부터 4년 동안 전체적으로 31개 의과대학이 감소하였다. 이 시기 동안 학생 수의 감소는 더욱 뚜렷하여1910년은 1904년에 비해 그 24%인 6616명이나 이미 줄어들었다.




<플렉스너 보고서>와 의학교육의 개혁


많은 의과대학이 기준 미달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1908년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심의회는 카네기 교육진흥재단(Carnegie Foundation for the Advancement of Teaching)에대해 의과대학의 실태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 사업을 벌여 줄 것을 요망하였다. 그리고 이 조사연구 사업은 의학이나 의학교육과는 인연이 없던, 중등교육자인 플렉스너(Abraham Flexner,1866-1959)에게 맡겨졌다.39) 플렉스너는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존스홉킨스 의과대학40)의 교수진과 몇 차례 회합을 가지고 의학교육에 관한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였다. 미국의사협회는 표면적으로는 독자적인 조사 사업을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의학교육심의회의 간사가 1909과 10년에걸친 대부분의 의과대학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 플렉스너를 보좌하는 등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1910년 카네기 교육진흥재단은 <미국과 캐나다의 의학교육>(Medical Education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41)이라는 제목의 이른바 <플렉스너 보고서>(Flexner Report)를펴내었다.


<플렉스너 보고서>에서는 각 의과대학이 입학 자격, 등록학생 수, 교수 수, 재원, 실험실 시설, 임상실습 시설 등의 기준에 따라 기술, 평가되었다. 교수진의 자질, 교육 방법, 학생과 교수진과의 관계 등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플렉스너는 좋은 시설, 높은 입학 기준, 그리고충분한 수의 교수만 갖추어지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점에서 플렉스너는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심의회가 설정한 기준을 거의 고스란히 따르고 있었다.42)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이 <보고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알바니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플렉스너가 전화로 방문을 통보하고는 대학의 서무주임만 한 차례 만나는 일로 자기 대학에 대한평가를 끝냈다며 <보고서>에 대한 불신을 토로했다. <플렉스너 보고서>에 대한 의료계 내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당시의 가장 대표적이며 지도적인 의학잡지인 New York Medical Journal과Medical Record는 종합대학과 연관이 적은 의과대학들에 대해 플렉스너가 심한 혐오감을 가지고있다고 비판하였으며 그의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각 지역의의사들 역시 자기 지역의 의과대학에 대한 플렉스너의 비판에 대해 학교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보고서>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43) 미국의사협회의 기관지라는 성격상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플렉스너 보고서>가 이 시기 의학교육 개혁의 매우 주요한 동인이었다는 평가가 있어 왔다. 즉 <보고서>는 첫째, 능력없는 의사들을 양산하여 의사직의 가치를 낮추고 있었던 기준 미달 의과대학들의 실태를 폭로함으로써 많은 부실 의과대학의 문을 닫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여겨져 왔다. 둘째로는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교육 과정에서 실험실 교육을 중시하는 데크게 기여하였으며 임상 실습에서는 병원의 비중을 높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 <보고서>에는 다 부서져 가는 건물, 악취 투성이의 해부실습실, 보잘 것 없는 설비,경악할 정도로 형편없는 진료소, 실험실에 대한 투자보다는 선전광고비가 더 많은 경우 등 부실한 의과대학의 실상이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보았듯이 1900년부터 <보고서>가 나온1910년까지의 10년 동안 이미 많은 의과대학이 문을 닫거나 통합을 하였다. 그리고 <보고서>가나올 무렵의 의과대학 실태를 보면 자격 미달 의과대학이 수는 상당히 많았지만 그 졸업생 수는그리 많지 않았으며 더욱이 실제 진료 활동을 하는 의사의 수는 더욱 적었다(표 5).



표 5. 등급에 따른 의과대학의 특성, 1909년 44)





C급 의과대학은 전체의 1/4에 달하지만 대개 규모가 매우 작아 재학생 수와 졸업생 수는 약10%에 지나지 않았다.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수를 보면 등급에 따른 차이는 더욱 분명하여 C급의과대학 출신자는 불과 8%뿐이었다. 이 자료들을 볼 때 C급 의과대학은 <플렉스너 보고서>가발표될 당시에는 의사 양성에서 이미 미미한 위치를 차지할 뿐이었다. C급 대학 출신으로 진료활동을 하는 의사 수는 적었기 때문에 그들이 진료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으며, 대개 일급 의과대학 출신자들이 꺼려 하던 지역에서 개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에도 큰 영향을미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플렉스너 보고서>에 의해 이 시기의 의학교육 개혁이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변화에대해 촉매제로서 작용을 한 점은 틀림없을 것이다. 플렉스너의 전략이며 표어라 할 수 있는 실험과 과학에 기반한 의학 연구와 교육은 과학주의(scientism)가 만연하던 당시 사회에 커다란반향을 일으켰다. 과학이라는 이름 앞에서 동종요법사 의과대학과 약초요법사 의과대학 등은 맥없이 스러져 갔다. 역시 과학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함량 미달인 대부분의 흑인의과대학과 여자의과대학 들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또한 과학이라는 상표로 비정규 의료인(sectarian practitioner)에 대해 우위를 주장하던, 미국의사협회 쪽 의사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리고 앞으로의 의학 교육은 더욱더 과학에 기반한 것이 되어야 했으며의학 연구와 긴밀한 관련을 갖도록 추동되었다.


플렉스너의 의학교육관은 실제 진료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연구와 그것에 기반한 교육이었다. 그에게는 의과대학이 적절한 수의 의사를 사회에 배출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부차적인 것일뿐이었다. 또한 그는 저소득층 의과대학생이 직면하는 경제적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플렉스너는 자신의 <보고서>에서 1910년 현재 전국적으로 각각 300명 가량의 재학생을 갖는 30개나 31개의 4년제 의과대학만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당시 의과대학의 3/4은 도태되어야 하고 학생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야만 한다.45) 이러한 플렉스너를 퍼킨(Harold Perkin)은 이 나라가 그 동안 성취한 가장 커다란 학문적 업적, 곧 고등교육의 민주화를 한없이 왜소화시키려 했던 제잘난 속물 학자라고 야유하였다.46)


45)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플렉스너는 의학에 관련해 철저하게 엘리트주의를 신봉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러한 견해를 표명하던 당시 의학계의 지도자이던 웰치(William H Welch), 보우디치(Henry P Bowditch), 새턱(Frederick C Shattuck), 바커(Lewellys Barker), 미놋(Charles S Minot) 등의 견해가 반영되어 있다.(King LS. The Flexner Report of 1910. 1086)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심의회와 미국 의과대학협의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는 1916년 A급 의과대학의 최저 입학 자격 요건으로 대학 2년 과정의 수료를 요구하는데 합의하였다. 그리고 곧 이어 1918년에는 주 의료위원회 연합(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이 미국의사협회 기준의 A급 대학이며 따라서 미국 의과대학협의회의 회원교들을 모두 면허시험을 치를 유자격 학교로 승인하였다. 이렇듯 미국의사협회의 기준이 대부분의 주에서 공식적인 정책으로 인정됨으로써 미국의사협회는 의사 수를 억제하는 데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비정규 의료인(sectarian, irregular practitioners)들을 의료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추방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 뒤로 1930년대초까지 의학교육심의회는 의과대학에 대한 집단적 조사를통해 의학교육을 조절 규제하려는 시도는 벌이지 않았다. 대신 여러가지 점으로 어려움에 처한특정 의과대학들에 대해 개별적인 조사와 평가에 나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플렉스너 보고서> 이후 1916년 전국 의사면허시험 평의회(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가 구성되면서 전국적 규모의 의사면허 시험을 추진하는 노력이 가시화되었다. 평의회는 각 주의 의사면허위원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기구는 아니었지만, 면허시험 문제를 마련하여 각 주에 제공하는 역할을 자임하였다. 1922년 이후 그 시험은 기초의학 분야 시험, 임상과목에 대한 필기시험, 그리고 실제의 진료능력과 수기를 다루는 시험의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뉘었다. 1936년 5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가 평의회 주관의 시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플렉스너는 기초의학의 과학적 방법이 의학 연구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에도 진정한 밑거름이된다고 확신하였다. 그리고 강의식 교육의 필요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학적 방법은 실험실에서의 훈련을 통해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의학은 임상적응용이나 학생들의 진로와는 무관하게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당장 임상에활용해야 한다는 따위의 생각으로 방해받지 않는연구가 의과대학에서 주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임상교육도 거의 전적으로 진료소와 특히 병원에서의 임상 실습이라는 방식으로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는바, 그에게는 병원이 기초의학의 실험실에 대응되는 임상 실험실로 여겨졌다. 플렉스너는 대학교에 소속된 병원만이 제대로 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굳게믿었다. 그는 자신의 <보고서> 이전에 이미 자신의 이상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개선과 진보가 이루어졌으며 또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앞에서 살펴 보았지만, 많은 의과대학이 이미 4년제로 수업 연한을 확장하였고 실험실 교육을 도입하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임상 실습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의학교육의 그러한 개혁은 <플렉스너 보고서>로 더욱 촉진되기는 하였지만 <보고서>의 결과물은 아니었다.47)


20세기초에 기초의학 분야의 중요성은 점점더 커졌다. 새로운 실험실이 많이 지어졌으며 실험장비도 확충되었다. 기초의학 교육에서 실험 기법에 대한 강조는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었다.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웰치(William H Welch, 1850-1934)는 일찍이 1893년, 후대의 기초의학 전임교수들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나타내었다. "실험 기법에 정통함으로써 최근의 새로운 대발견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그것은 학생들에게 온전한 정신,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방식, 의학문제 해결 능력을 심어 주는바 이 모든 것이 의사에게 필요하다.48)" 그러나 많은 임상가들은 그러한 견해에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들은 임상의학과 관련되는 기초의학의 원리적인 측면을 주로교육할 것을 주장했다.49) 기초의학자와 임상의학자들 사이의 이러한 불일치는,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이후의 의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종의 타협을 가져 왔다.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유럽보다 훨씬 임상 응용을 중시하는 기초의학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이는그 뒤의 미국 의학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또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의과대학에서의 기초의학 연구 문제이었다. 웰치는 이미 1893년 기초의학 교육자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스스로 훌륭한 연구자이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연구의 정신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하고, 그리고 의과대학은 의학 연구의 발전을 위한 소임을 다하여야 하므로교수는 연구 능력에 따라 선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의과대학의 기초의학 교수는종합대학의 과학 분야의 교수진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하며 그것은 의과대학이 종합대학에 편입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실험실습실을 종합대학의 과학 분야 학과와 의과대학이 함께 활용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도 하였다.50) 그러나 그러한 주장과 추진에도불구하고 종합대학과 의과대학의 진정한 통합은 기대만큼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기초의학 연구에 대한 투자는 주로 대재벌이 출연한 재단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그 액수는 점점더 많아져 갔다. 19세기 동안 부유한 기부자들은 대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병원이나 진료소를 짓는 데에 많은 돈을 기부하였다. 단지 반더빌트(Vanderbilt) 가문에서 1880년대에 컬럼비아의과대학에 기증한 것이 의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대규모 기부의 유일한 것이었다.51)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부유한 사람들이 의학교육과 연구에 많은 재산을 기부하기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 기증이 아니라 자신들이 재단을 만들어 그 기구를 통해 기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따라서 점점더 기부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성격을 띠게되었고 출연자는 기부금의 쓰임새에 대해 개입하게 되었으며, 직접적인 영리 목적을 가진 것은아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투자의 측면을 가지게 되었다. 모건(J Pierpont Morgan)과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하바드 의과대학의 새 캠퍼스 건설에 각각 100만달러씩을 기증했다. 또한 록펠러는 1903년 뉴욕에 록펠러 연구소(Rockefeller Institute)를 세워 1910년까지 600만달러를 지원하였다. 카네기(Andrew Carnegie)는 1902년 워싱턴에 1천만달러를 들여 카네기 연구소(Carnegie Institution)를 세웠다. 록펠러 연구소의 주된 관심은 의학 연구이었으며, 카네기 연구소는 생물학 연구에 치중하였다. 그밖에 필라델피아에 핍스 연구소(Phipps Institute), 샌프란시스코에 후퍼 연구소(Hooper Institute) 등 여러 연구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소들은 일급 연구원을 포함하여 연구 인력의 부족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기부자들은머지않아 자신들의 기금 출연이 의과대학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52)


그리고 추가로 연구지원 재단이 설립됨에 따라 의과대학에 대한 지원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53) 이러한 지원은 주로 의학 연구 분야에 집중되었다. 재단들은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도 첨단 연구를 하는 일부 일류 의과대학에 지원하기를 즐겨하였다.54)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영향력이 있는 재단은 록펠러가 1902년에 설립한 교육재단(General Education Board)이었다. 그재단은 1928년까지 24개 의과대학에 6천백만달러를 지원하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코넬, 시카고, 존스홉킨스, 반더빌트, 워싱턴 의과대학에 집중되었다. 19세기 중반부터 주로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해 온 독일의 의학 연구와는 달리 미국의 경우는 대재벌이 출연한 비영리 자선재단(philanthropic foundation)의 투자가 주요한 자금원이 되었다.55)


Ben-David는 19세기 후반 50년 동안 이루어진 의학 상의 새로운 발견은 독일인에 의해 46%, 프랑스인에 의해 14%, 미국인에 의해 13%, 영국인에 의해 10%가 이루어진 반면 20세기 1/4분기 동안에는 미국인에 의해 33%, 독일인에 의해 30%, 영국과 프랑스인에 의해 각각 12%와 8%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하였다.56) 그 구체적 수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여도 의학 연구의 후진국이던미국이 이 시기를 거치며 어느새 선두 그룹에 끼이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까지도 의학 연구의 세계적 중심이던 독일에서는 연구는 의과대학이 아니라 정부 투자 연구소에서 수행되고 있었다. 연구소의 책임자들은 의과대학 교수이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교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기초의학 전공자로 그들의 관심은 기초 분야 연구이었지 임상적 문제는 거들떠 보지 않았다. 쓸만한 실험실과 병원 시설은대개 연구소 소속으로 의과대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 학생들의 교육과는 인연이 없었다.연구소의 책임자직을 맡고 있는 일부 교수 이외에 나머지 교수들은 연구소에 자리를 가지고 있지않았으며 따라서 연구는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봉급 일부는 정부에서, 나머지는 학생 등록금으로부터 나왔다. 교수들은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해 많은 학생들을 끌어 모아대형 강의를 하기를 즐겼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간에 긴밀한 관계란 생각하기 어려운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과학적 의학이 가장 먼저 발달했던 독일의 의과대학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학생들에게 새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일도 연구 방법이나 정신을 심어주는 데에도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57) 이러한 독일에 비해 미국은 의학 연구와 교육이 어렵지 않게 연결되는구조와 조건을 이 무렵부터 갖추기 시작하였으며, 의학 연구의 내용 또한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이연결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20세기초 웰치 등 몇몇 지도적인 기초의학 교수들은 임상의학 영역에도 전임 교수 요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기초의학의 전임 교수들이 이미 유럽에서 많은 과학적 발견을 하였으며 미국에서도 그들이 기초의학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1907년 웰치는 임상의 몇몇 주요 과의 과장은 자신들의 정력과 시간을 대학 바깥에서 진료 수입을 올리는 데 쓸 것이 아니라 병원 진료와 연구 및 교육에 바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거기에 동조하는 임상가는 거의 없었다.58) 이렇듯 임상가들 대부분이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임상의학 분야에도전임 교수가 시간제 교수를 대치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현상은 재원이 풍부한 대학에서부터나타났다. 그리고 전문 과목에 대한 교육과 진료가 임상 과정에 두드러졌다. 그리고 임상 교육이 주로 병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환자 대신 특이한 환자를중심으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플렉스너는 웰치의 영향을 대단히 많이 받아, <보고서>에서 임상교수들 역시 사적인 진료를 하지 않는 전임 교수가 될 것을 강력히 제안하였다. 그는 의과대학이 전임 임상교수를 채용함으로써 늘어나는 지출의 증가를 몇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선 임상 교수들은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다른 방법은 의과대학의 수를 30 내지31개로 줄여야 한다고 하였다. 세번째 방법은 사립 재단으로부터 막대한 기부를 받는 것이었다.59) 플렉스너의 마지막 방법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부자들의 관심이 변할 때에 맞추어 나타난 것이다. 이 분야에 특히 기여를 많이 한 것은 록펠러 교육재단이었다. 교육재단은 초기에는의학교육에 대한 특별한 목표가 없었다. 그러나 1912년 플렉스너가 그 재단의 임원이 됨으로써사정은 달라졌다. 1914년 그는 재단으로 하여금 8백만달러를 몇년에 걸쳐 임상교수 전임화 계획(Full-Time Plan)을 실현하는 데 쓰도록 하였으며, 1919년 그는 록펠러를 설득하여 자신의 <보고서>에서 제안한 내용, 특히 전임 임상 교수진의 확충을 위해 5천만달러를 투자하도록 하였다.그러한 노력은 록펠러 연구소의 연구책임자 회의(Board of Scientific Directors)의 위원이 된웰치에 의해서도 이루어졌다.60) 바커(Barker)에 따르면 플렉스너, 웰치 그리고 플렉스너의 형이며 당시 록펠러 연구소 소장이던 사이먼 플렉스너(Simon Flexner)가 임상교수 전임화 계획을 위해 록펠러 재단의 기금을 쓰도록 하였다고 한다.61)


당시 비전임 임상교수이던 리처드슨(Edward Richardson)은 임상 교수진과 동창회는 일치단결하여 반대하였던 반면 거의 모든 기초의학 교수들은 열정적으로 그 계획을 지지하였다고 한다. 사실 문제는 전임 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임 시간제 교수를 해임하는 것이었다. 비전임교수를 전임 교수로 대체하는 것은 길고도 힘든 과정이었다. 임상교수 전임화 계획이 임상가 대신 유능한 연구자로 대치하는 목표를 충분히 성취한 것은 아니었다. 인사위원회는 임상가로서는대단하지 않으나 뛰어난 연구 능력을 가진 후보와 그 반대의 경력과 자질을 가진 후보 사이에서고심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러할 때 항상 연구 능력이 중시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연구 능력을 갖춘 임상 교수를 많이 채용한 것은 틀림었는 사실이며 이것이 당시와 그 뒤의 미국 의학의 특성을 잘 나타내 준다.62)


이러한 개편과 개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의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였는바, 그것은 다른 전문직 교육과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하였다. 학생 1명이 1학점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비용이 치과 16달러, 법학과 공학 11달러, 상과와 사범계가 6달러 미만인 데 비해 의과는 27달러에 이르렀다.63) 그러한 비용의 증대는 주로 기초의학 교육의 강화에 기인하였는바, 기초의학 교육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의과대학 교육 예산의 50%를 상회하였다. 또한 임상 교수진의많은 부분이 전임제가 되면서 그들에 대한 봉급 지급액이 늘어남에 따라 임상 교육비도 함께 늘어났다. 1930년 학생 일인 당 연간 교육비는 전체 의과대학 평균 1163달러이었으며 몇몇 일류의과대학은 1920년대에 이미 2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러한 지출의 증가는 물론 의과대학 수입이 늘어난 데에 기인하였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세기에 비해서는 흠뻑 떨어졌지만 1920년대에도 여전히 제일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1926년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심의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생 등록금은 전체 수입의34%를 차지했다. 두번째로 중요한 수입원은 주 정부와 시 정부의 지원금, 그리고 여러 종류의기부금이었다. 지방정부의 지원금은 전체 수입의 22%로 일차적으로 공립학교에 주어졌으며 기부금은 23%로 주로 사립학교에 제공되었다. 또다른 주요 수입원은 무보수 임상교수들에 의한 공짜노동이었다. 무보수 임상교수들의 존재는 기초의학 교수들의 봉급과 그들의 실험실 시설에 학교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 비용과 등록금이 상승함에 따라 가난한 학생이 의학교육을 받을 가능성은 점점 축소되었다. 특히 주립이나 시립 등 공립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였다. 또한 대학들이제1세대 및 제2세대 이민, 여성, 유태인, 카톨릭 신자, 흑인 들을 정책적으로 배제하는 방침을택함에 따라 소수 계층의 의학교육 참여는 더욱 어려워졌다.64)


또한 이 시기를 거치면서 지금도 대개 통용되고 있는 표준화된 의학교육 과정이 나타났다. 의과대학 과정의 처음 두 해는 기초의학에 할당되었으며 그리고 나중 두 해 동안은 임상의학 교육이 행해졌다. 기초 과정은 실험실 교육이 점차 강조되었으며, 임상 과정은 강의와 더불어 병원에서의 임상 실습이 점차 중시되었고 전문 과목에 대한 강조도 해가 거듭됨에 따라 커 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교육과 연구에서 질병의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은 경시하는 대신 생물학적인 측면에 치중하였다.65) 이미 어느 임상가는 1914년에 당시의 조류와 경향에 대해다음과 같이 개탄하고 있다. 이 전문화와 즉각적 진단의 시대에, 전인격으로서의 환자의 모습은 종종 무시되고 있다. 요즈음의 임상 교육에서만큼 인간이 잊혀진 적은 결코 없었다. ....의학 지식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확장됨에 따라 환자를 더욱더 인격체로 대해야만 하는 데도,임상 전문 분과에 대한 교육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그러한 경향은 무시되고 있다.66)


이상 살펴 본 대로 20세기초 미국의 의학교육 개혁은 특히 그 결과에서 다의성(多義性)을 띠고있다. 그것은 의학교육 내용에서 실험실 교육과 병원 교육이 강화되었다는 측면을 가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통해 앞으로의 의학 자체의 특성도 달라질 터이였다. 그리고 점차그 세력이 약화되고는 있었지만 명맥을 유지하던 비정규 의료인을 거의 완전하게 의료시장에서축출하는 등 정규 의사의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는 데에 커다란 구실을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개혁의 과정은 어느 한 경향이나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끌려졌다기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경향과 세력이 상호작용하고 각축하는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측면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색인 단어: 의학교육, 미국의사협회, <플렉스너 보고서>, 과학적 의학




*이 논문은 1994년도 大韓醫史學會춘계학술대회(1994. 5. 6) <기획 심포지움: 현대 서양의학의

변모 과정>에서 구연된 것임

고대 헬라스에서 철학과 의학의 관계

이기백*





1 머리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철학을 하기시작한 것은 지금이나 최초에나 놀라워함으로인해서이다 라고 말한다 1) 그런데 어떤 현상에 대해 놀라워한다고 해서 곧바로 철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신화도 놀라워함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화는 놀라운 자연 현상을 초자연적인신을 도입해 허구적으로 설명해내는 이야기에불과하다 진정 철학이 시작된 것은 이 같은신화적·종교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자연 현상을 자연적인 요소들로 설명해내는 합리적사고에 의해서였다 고대 헬라스는 합리적인사고에 의해 철학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의학의 전통도 확립하게 된다 곧 히포크라테스의 코스학파는 질병을 초자연적인 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신체를 이루는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해냄으로써 주술적· 종교적인 의술이 아닌 합리적인 의학의 전통을 확립했던 것이다


널리 인정되고 있듯이 고대 헬라스에서는 철학과 의학이 상호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애초에 치료의 학은 철학의 일부로 여겨졌다 그래서 질병의 치료와 사물들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동일한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그리하여 우리는 많은 철학자가 의학에 밝다는것을 알게 된다 그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들은 피타고라스 엠페도클레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이다 2) 다른 한편으로 고대 헬레스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철학자이기도 했다히포크라테 이전 의학의 아버지 라고 불리기도 하는 알크마이온(Alkmai n)3)의 경우 전해지고 있는 그의 글들 대부분이 의학에 관한 것이지만 그는 의사(혹은 의학자)로 불릴 뿐 아니라 자연철학자로도 불린다 그는 의사로서자연철학의 우주론에 기초한 의학 곧 철학적 의학 4)에 종사한 첫 번째 인물로 볼 수 있다 알크마이온 이외에도 철학적 의학 에 종사한 많은 이들이 있었고 특히 히포크라테스전집의 저술들을 보면 코스학파의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을 알 수 있다


의학과 철학의 관계는 특히 엠페도클레스이후에 깊어져서 버넷은 자신의 초기 그리스철학 이란 유명한 저서에서 엠페도클레스이후로는 의학사를 계속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철학사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5)고언급하기까지 한다 에델슈타인은 버넷의 언급이 당시의 실제 상황을 잘못 설명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는데 그것은 버넷이 철학과의학의 관계를 과장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그가 의학이 철학 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식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에델슈타인은 고대헬라스에서 철학이 의학에 영향을 주었으되그 역은 아니었음을 역설한다 6) 그러나 이처럼 철학과 의학의 관계가 일방적인 관계로만이루어졌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지 않다 이를테면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편에서 질병에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의학자인필리스티온(Philisti n)의 질병이론의 영향을 받은 것이고 필리스티온은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이런 경우 철학과 의학의 관계는 단순히 일방적이라하기보다는 상호적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더 나아가 플라톤의 우주론에도 알크마이온 이래의 헬라스의학의 영향이 짙게 엿보인다 7)


그런데 고대 헬라스에서 철학과 의학이 줄곧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 중 적어도 고대 의학에 관하여 와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1장은 이른바 철학적 의학 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철학적 의학에 대한 비판은 곧 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키려는 시도로이해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훗날 로마의 백과사전 편찬자인 캘수스는 히포크라테스가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켰다 8)라고 언급했던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말은 그다지 적절한 것같지는 않다 적어도 고대에는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시대에도 그 이후에도 여전히 의학과철학의 긴밀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고대 헬라스에서 소크라테스이전의 자연철학자들과 히포크라테스의 코스학파를 중심으로 철학과 의학의 조화와 불화의 측면들을 살펴볼 것이다 먼저 철학과 합리적 의학의 발생과정에서 보이는 유사성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고대에서 철학과 의학의 긴밀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철학적 의학의 성격을 분석해볼 것이다 끝으로 특히 고대 의학에 관하여 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저술의 저자가 왜 철학과 의학의 분리를 시도했는지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철학적 의학자 일부인지 전체인지 그리고 그의 비판은 적절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2 철학과 합리적 의학의 탄생- 신화적 사고에서 합리적 사고로


1) 철학의 탄생


탈레스를 비롯한 밀레토스학파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냄으로써 최초로철학을 시작한 이들로 간주된다 이들 이전에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전형적인 방식은 초자연적인 신을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땅이 내려앉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은 아틀라스가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고 지진일 일어나는 것은 포세이돈이 땅을 흔들기 때문이며 천둥과 번개나 비는 제우스가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이런 신화적 · 종교적 설명은무역업으로 번성한 밀레토스의 합리적인 철학자들에게는 더 이상 그럴 듯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밀레토스의 철학자들은 초자연적인 요소를 끌어들임이 없이 자연현상들을 다음과 같이설명한다 탈레스는 땅이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에 혹은 물로 떠받쳐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내려앉지 않는 것이며 땅 밑에 있는 물이 요동함으로 해서 지진이 생긴다고 말한다 9) 지진과 관련해서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와 다르게 설명하지만 그도 초자연적인 요소를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탈레스와 다를 바없다 그는 땅이 적셔지고 말라붙음에 따라갈라지며 이렇게 갈라지면서 함몰하는 흙더미들에 의해 지진이 생긴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10) 번개와 관련해서는 아낙시만드로스는 바람에 의해 구름이 갈라질 때 생긴다 고 설명하고11) 아낙시메네스도 아낙시만드로스와 같은말을 하면서 노(櫓)에 의해 갈라질 때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의 예를 덧붙인다 12) 천둥과번개에 관한 아낙시만드로스의 다른 설명도전해지고 있다 그는 그것들이 생기는 까닭을[바람이] 짙은 구름으로 에워싸여 압축되었다가 미세함과 가벼움으로 인하여 [에워싼 구름을 비집고] 터져 나올 때 그 터짐이 요란한소리를 만들어 내는 한편 터진 곳은 구름의검음과 대비되어 번쩍임의 분출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 고 말한다 13) 그 밖의 몇몇 기상현상과 관련한 아낙시메네스의 설명도 전해지고 있다 그는 공기가 더 응축되면 구름이 생기고 더 많이 밀집되면 짜져서 비가 나오며우박은 떨어지는 물이 얼어붙을 때 생기고 눈은 바람 같은 것이 습기로 에워싸일 때 생긴다 고 말하고 있다 14)


이런 설명들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초자연적인 신을 끌어들임이 없이 자연현상을 자연적인 요소로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러 자연현상들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데 멈추지 않고 우주와 그 속에 있는 일체의 것들의 시원이 되는 것 혹은 만물을 이루는 근원적인 물질 곧 만물의 근원(arch )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했다 밀레토스학파는 그것을 한 가지 요소에서 찾아 물이나 무한정자혹은 공기로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우주와 그 속에 있는 온갖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근원 혹은 근원적인 요소(arch )가 있다고 보고 이것을 그들의 주된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15) 밀레토스학파는 그것을한 가지 요소에서 찾아 물이나 무한정자 혹은공기로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신화작가들과달리 오히려 이 자연적인 요소를 신 혹은신적인 것 으로 부르는가 하면16) 이 요소에신화 속에서 신의 속성으로 언급되던 표현들을 적용하여 영원하고 늙지 않는 것 혹은사멸하지 않고 파괴되지도 않는 것 이라고도한다 17) 밀레토스학파 이후에도 고대 헬라스의대부분의 자연철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자연적요소로 설명하는 밀레토스학파의 합리적 전통을 이어받는다 18)


밀레토스학파에 의해 기원전 6세기에 자연철학이 탄생된 이후 1세기쯤 흘러 코스섬을 중심으로 히포크라테스의 학파에 의해 합리주의적 의학이 성립된다 자연철학자들이 자연현상들을 순전히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을 하려했던 것과 같이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저자들도 질병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이러한 일치는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롱리그는 철학과 의학 사이에서 이루어진 관계에대한 가장 분명한 근거는 도아아인들의 정착지인 코스와 크니도스에서 기원전 5세기와 4세기의 의학 문헌이 이오니아어로 쓰였다는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는 예거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19) 이는 주목해 봄직한 점이다 히포크라테스학파는 이오니아의 밀레토학파를비롯한 자연철학자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던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다음 절과 3장의 논의를 통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2) 합리적 의학의 성립


합리적인 의학20)이 성립되기 이전에는 질병이란 신의 격노에 의해서 생기며 질병의 치료도 결국 신에 달려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 나타난 의술의전형적 형태는 다음과 같다 즉 어떤 오만불손에 격노한 신이 질병을 보낸다 이 격노의원인을 예언자가 추정한다 신은 기도나 제의에 의해 누그러지고 병이 사라진다 21) 서사시들에서 질병이나 죽음을 초래하는 신으로는제우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등이 언급되는한편 질병이나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으로 아테나 아프로디테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등이 언급된다 히포크라테스학파가 합리적인의학을 확립할 무렵에는 주술적 · 종교적 의술도 이미 고도로 정교한 방법과 이론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술에 종사했던 의사들은 질병분류학에 관한 내용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성한 병들을 분류하고 있을정도였다 22) 신성한 병 4장에 나오는 다음구절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만약 환자가 염소 흉내를 내고 우물우물 씹어 먹거나 몸의 오른쪽에 경련이 일어나면 그들은 신들의 어머니 신이 원인이라고 말한다만약 환자가 고음의 매끄러운 소리를 내면 그들은 이 환자를 말에 비유하고 포세이돈이 원인이라고 한다 질병으로 무기력하게 된 사람들이 그리하듯이 환자가 배설을 해대면 에노디아라는 별칭을 갖는 여신 탓으로 돌린다 새처럼 자주 묽은 배설을 하면 목자(牧者)인 아폴론이 원인이라 한다 환자가 만약 입에서 거품을 내면서 발길질을 하면 그 원인은 아레스신에게 있다고 한다 밤중에 공포나 두려움정신착란 침대에서 뛰어대거나 밖으로 달아나는 증세가 나타나면 헤카테가 공격하거나영웅들이 공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인용절은 종래 서사시에 나타난 질병의원인과 관련한 이야기들과 여러 점에서 비교가 된다 우선 관찰할 수 있는 증상들을 분류하여 여러 신들과 연결시키고 있고 또한 증상들에 따라 다른 원인을 제시함으로써 질병들을 세분화하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유의 주술적·종교적 의술은 당시에 상당한 영향력이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한 병 의 저자는 주술적·종교적 의술을 행사하는 무리를 거세게 비판한다 그는 최초로질병을 신성화한 사람들을 마법사들(magoi)정화꾼들(kathartai) 사기꾼들(agyrtai) 돌팔이들(alazones) 이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그들이질병을 신성화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즉 아무 것도 모른 다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환자가 건강해지면 평판과 경사를 제것으로 하며 환자가 죽으면 자신들에 대한 방어가 확고하게 되게 하고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고 신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핑계를 댈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23)


그러면 신성한 병(hier nousos) 으로 불렸던 간질병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살펴보자 저자는 아주 논리적으로 논증을 하고 있다 그는이 질병이 다른 질병들보다 전혀 더 신적이지않다 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두 가지 근거를제시한다 그 하나는 이 질병이 유전적(katagenos) 이라는 것이다 만일 유전적이라면 부모가 원인이 되서 자식이 질병에 걸리는 셈이되므로 특별히 신적인 걸 거론할 이유가 없어진다 다른 하나는 이 질병은 본디 점액질의사람들에게는 생기는 데 반해 담즙질의 사람들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는 것이다 하지만만일 이 질병이 다른 질병들보다 더 신적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생겨야 하고 담즙질의 사람도 점액질의 사람도 가리지 않아야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 그 질병이 다른 질병보다 더 신적이라 할 게 없다는것이다 24) 또한 저자는 그 질병의 발작 곧 간질 발작의 원인을 급격한 온도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25) 더 나아가 그는 이 질병이 다른 질병의 원인들과 똑 같은 원인들 즉 몸에 드나드는 차거움 햇볕 바람으로 인해 생긴다고말하는가 하면 이 자연적인 요소들이 신적인것들이라고까지 말한다 26) 이것은 자연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이 되는 자연적인 요소를 신적인 것으로 불렀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공기 물 장소 의 저자도 신의 탓으로 돌려지던 스키타이인들의 성기능장애와 관련해서 부유층 사람들이 승마로 인해 이 질병에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질병은 자연적인 요인에 따라(kata physin) 생기는 것임을 역설한다 27) 그러니까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저자들은 자연철학자들이 자연현상들을 순전히자연적인 요소로 설명을 하려했던 것과 같이그처럼 질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연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을탐구하여 그것으로부터 온갖 현상을 연역적으로 설명하려 했듯이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저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런 식의 탐구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장에서살펴볼 것이다 롱리그의 지적대로 자연철학자들의 합리주의의 배경이 없었다면 히포크라테스 의학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28)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그다지 무리한 언급이아니다



3 철학과 의학의 조화- 철학적 의학의 탄생


합리적인 의학의 확립과 더불어 히포크라테스전집의 저자들 가운데 자연철학의 연구 방법이나 결과를 의학에 적용하려는 여러 사람이 있게 되었다 이른바 자연철학자들의 우주론에 기초한 의학 곧 철학적 의학 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철학적 의학의 원조라할 수 있는 인물로는 크로톤의 알크마이온(Alkmai n)을 들 수 있다 그는 히포크라테스학파보다 1세기 정도 앞서서 합리적으로 의학적 문제에 접근했을뿐더러 이른바 철학적 의학에 종사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철학적 의학을 했던 이들이 주목한 철학적인 면은 무엇일까?


자연철학자들은 주로 이 우주는 무엇으로이루어졌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를 탐구하고 이 요소들에 근거해서 자연의 온갖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런데 우주의 구성요소는 곧 인체의구성요소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29) 그러니까우주의 구성요소를 알면 인체의 구성요소도아는 셈이고 인체의 구성요소를 알면 이 요소들로 질병이나 건강뿐 아니라 인체와 관련된온갖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자연철학자의 견해였다 이런 견해에 영향을 받아 철학적 의학을 하던 이들은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이루어졌는가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한 가지를 부연해 두어야 할 것 같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라는 제목의 저술이 있을 정도로 철학적 의학자들 사이에 본질(physis) 이라는 것이 중요한개념으로 쓰였는데 이는 자연철학자들이 근원(arch ) 이란 단어보다 더 즐겨 썼던 말이라는 것이다 자연철학자들은 자연(physis)을 더엄밀하게 말하면 자연 혹은 우주에서의 본질적인 것(physis) 근원적인 것(arch )을 탐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본질적인 것을 만물을구성하는 요소(ex hou)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철학적 의학자들이 인간 혹은 인체의본질을 논할 때 이는 인체의 궁극적 구성 요소를 문제 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바로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의 저자뿐 아니라 철학적 의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히포크라테스 이전 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알크마이온의 철학적 의학의면모를 살펴보자 알크마이온은 우선 인간의신체가 대립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것으로보고 있다 대립적 요소들로 사물을 설명하는방식은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에게서도 엿보이며 더 분명하게는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을통해서 볼 수 있다 이들은 10가지 대립자들을상정하였다 알크마이온도 이들과 비슷하게대립적인 것들을 상정하지만 그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사람들처럼 대립적 것들의 수를 한정해서 말하지 않고 이를테면 흼과 검음 닮과 씀 좋음과 나쁨 큼과 작음과 같이 닥치는대로 말한다 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형이상학 에서 언급하고 있다 30) 인체를 대립적인요소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은 몇몇 예외를 빼고는 알크마이온 이후 고대 헬라스 의학의 일반적 견해로 되었다 다만 무엇을 그대립적인 요소들로 보는가 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31)


더 나아가 알크마이온은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질병과 건강이 생긴다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힘들(dynameis) 즉 따듯함과 건조함 냉과온 씀과 닮 및 여타의 것들의 평형상태(isonomia)는 건강을 성립시키는 데 반면 그힘들 사이에서 [한쪽 편 것의] 일방적 지배 상태(monarchia)는 질병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한쪽 편 것의 지배는 [다른 편 것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건강은 성질들의 균형 잡힌혼합(symmetron krasis)이다 32)


여기서 isonomia 와 monarchia 는 사회정치적 용어로서 평등 과 일인지배 정치체제 를 뜻하는 말인데 알크마이온은 비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33) 그러니까 건강이란 대립적인 요소들의 평형상태 나 균형 잡힌 혼합 이라는 것이 알크마이온의 견해인데이것은 고대 헬라스 의학의 전통적인 견해로자리 잡게 된다 알크마이온의 질병에 대한 견해는 주술적 종교적 의술에서의 질병관과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점이 있다는 것도 주목함직하다 우선 초자연적인 요소를 끌어들이지 않고 순전히 자연적인 요소들을 갖고 질병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종교적의술에서처럼 질병이 인간의 몸에서 분리되어독립적으로 있다가 신에 의해 인간의 몸속에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히포크라테스전집 중 철학적 의학의 관점을 보여주는 저술들을 살펴보자 우선알크마이온과 유사한 설명방식을 갖고 있는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부터 보면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인체는 안에 피와 점액과 황담즙 및 흑담즙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들이 인체의 본질(physis)이고 이것들을 통해 인간은 고통을 겪고 건강을 누린다 그것들이 서로 간의 혼합이나 힘과 양을 을 적도에 맞게 유지하고 최대한섞이면 최대한 건강을 누리고 이것들 가운데어떤 것이 더 적거나 많거나 혹은 몸 속에서분리되어 다른 모든 요소와 섞이지 못할 때는고통을 겪는다 왜냐하면 그것들 가운데 어떤것이 분리되어 홀로 있을 때는 그것이 빠져 있는 부분이 병이 날 뿐 아니라 그것이 안에 넘쳐나는 부분도 지나치게 채워져 있음으로 해서 아픔과 고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4)


이 인용절은 피와 점액과 황담즙 및 흙담즘을 몸의 구성요소로 보고 이것들간의 적도에맞는(곧 균형잡힌) 혼합(krasis)이 건강을 낳고어느 하나가 혼합에서 빠지거나 부족하거나넘쳐날 때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데 이는 기본적으로 알크마이온의 착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다만 몸의 구성요소를 달리 보고 있고 그수도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같이 네체액을 기반으로 해서 질병과 건강을 설명한이론은 훗날 갈레노스에 의해 수용되고 의학사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영향을미친다


고대의학에 관하여 에서도 몸의 구성요소와 관련한 언급을 볼 수 있다


사람 속에는 짠 것 쓴 것 단것 신 것 떫은 것 싱거운 것 그리고 그밖에 수와 강도에있어 온갖 종류의 무수한 힘들을 지닌 것들이있다 이것들이 서로 섞이고 혼합되어 있을 때그것들은 눈에 띄지도 않고 사람에게 고통을주지도 않는다 반면에 그것들 중 어떤 것이분리되어 그 자체가 홀로 있게 되면 눈에 띄고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 35)


이 인용절도 기본적인 생각은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의 저자의 견해와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다만 몸의 구성요소들을 달리 보고 있으며 그 수를 알크마이온처럼 무수한 것으로보고 있을 뿐이다


히포크라테스전집 중 자연철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나머지 저술들을 보면 인간의 몸속에있는 요소들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보인다하지만 여전히 이 요소들을 질병의 원인으로여긴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그나머지 저술들과 관련해서는 간략하게 그 저자들이 무엇을 몸의 구성요소로 보았는지만을지적하기로 한다

    • 호흡에 관하여 우주 전체에서 가장 지배적인 것은 공기이며(3장) 이것이 질병의 유일한 원인이다(4장)
    • 섭생 I 인간은 불과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3장) 이 두 요소가 건강과 질병을 낳는다(32장)
    • 정서(pathos)에 관하여 몸속에서 담즙과점액이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거나 너무뜨겁거나 너무 차가울 때 이 두 가지 것에 의해서 사람들의 온갖 질병이 생긴다(1장)
    • 질병에 관하여 I 질병의 외적 원인들로지나친 온 냉 건 습과 아울러 운동과 부상을 들고 내적 원인으로 담즙과 점액을 들고있다(2장)
    • 질병에 관하여 IV 모든 질병은 네 종류의 습한 것에 의해 생긴다(32장) 그 네 종류는 점액 피 담즙 물이다(35장 이후)
    • 살에 관하여 우리가 뜨거운 것이라 부르는 것 (아이테르)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밖의 요소들로는 흙 공기 흙에 가장 가까운것 (물)이 있다(2장) 36)
    • 공기 물 장소 인간과 그 밖의 모든 것의 원인은 온 냉 건 습이다


히포크라테스학파 외에도 자연철학의 영향을 받은 의사들이 있는데 그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메네크라테스(Menekrat s)는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피와 담즙(온) 숨과 점액(냉)을 들고 페트론(Petr n)은 온과 냉을 들고 있다 37) 그밖에 시켈리아 의학파의 창시자 로까지 언급되는 엠페도클레스의 영향을 받은필리스티온(Philisti n)은 불(온) 공기(냉) 물(습) 흙(건)을 몸의 구성요소로 보았다 필리스티톤의 견해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편에서 전개된 질병에 관한 이론에 영향을 주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은 자연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으로 제시한 것들과 연관된 의학적견해들을 소개한 것인데 철학이 의학에 미친영향으로 세세한 것은 여기선 생략하기로 한다 고대 헬라스에서 철학은 의학에 생리학 분야뿐 아니라 생물학과 의학 개념 및 의사들의도덕적 규범 등과 관련해서도 큰 영향을 주었다 38)



4 철학과 의학의 분리- 코스학파에서의 방법론적 논쟁


1) 철학적 의학의 방법론 비판


히포크라테스의 전집 중 철학과 의학을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저술로 인간의본질에 관하여 와 고대 의학에 관하여 가 거론되곤 한다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의 저자는 1장에서 의학에 관계되는 정도 이상으로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논하는 걸 듣는 데 익숙해져버린 사람에게는 나의 이 논의는 듣기에적합하지 않다 (1장)고 말함으로써 자연철학의우주론에 기초해서 일차적으로 인간의 본질혹은 인간의 구성요소에 대한 앎을 중시하는철학적 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정작 그가 비판하는 것은 단지 일원론을 취하는 철학적 의학뿐이다 1장에서는물 불 흙 공기 중 한 가지 것으로 몸을 설명하는 일원론들을 비판하고 2장에서는 피와담즙과 점액과 같은 몸의 구성요소들 중 한 가지 것에 기초한 일원론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의 저자는 철학적 의학자 일반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앞 장에서 보았듯이 저자는 인간의 몸은 안에 피와 점액과 황담즙 및흑담즙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들이 몸의 본질(physis)이고 이것들을 통해 인간은 고통을 겪고 건강을 누린다 고 언급함으로써 분명하게철학적 의학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철학적 의학에 대해서는 고대 의학에 관하여 가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에 비해 비판의폭도 넓고 그 강도도 높다 특히 고대 의학에관하여 의 저자는 철학적 의학이 공허한 가정(hypothesis)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키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저술의 1장부터 살펴보자


의학(iatrik )에 관해서 말하거나 글을 쓰는데 종사하면서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이론을위해 스스로 온이나 냉이나 건 혹은 그들이선호하는 다른 어떤 것을 가정(hypoth sis)으로놓는데 즉 사람들의 질병과 죽음의 근원적 원인을 몇 가지로 좁혀서 모든 것에 [적용되는]동일한 원인으로서 한두 가지를 가정하는데/5/ 그런 모든 이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많은 새로운 것(kainon)들에 있어 명백히 잘못을 범하고 있다 나는 의학에 공허한 가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고해결할 수 없는 것들의 경우에 그것이 필요한것처럼 말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이를테면 공중에 있거나 땅 밑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누군가 뭔가를 말하려 한다면 가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떠한지를누군가가 말하거나 알고자 할지라도 그의 말이 참인지 아닌지가 말하는 사람 자신에게도듣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에 견주어 그것의 확실성을 알아보아야만 할지 그런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1) 질병과 죽음의 근원적 원인으로 온냉 건 습 중 한두 가지를 가정(hypoth sis)39)하고서 의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이들은 그들의 혁신적 시도에서 명백히 잘못을 범한다(2) 보이지 않고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의 경우에나 필요한 가정 하에서 언급되는 것들은 그것들의 확실성을 판별할 기준이 없으므로 참인지 거짓인지가 불분명하다 (3) 그러므로 의학에는 공허한 가정이 필요하지 않다


저자는 온 냉 건 습 중 한두 가지를 의학적 이론의 기초로 삼는 이들 다시 말해 질병과 죽음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가정하는 이들을 비판한다 이는 곧 인간의 본질 혹은 인체의 구성요소로서 몇 가지를 가정하고서 의학적 이론이나 치료법 등을 연역적으로 도출하려는 철학적 의학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이들의 탐구 방법을 가정의 방법으로 보고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가정의 방법은 확실한 지식을 가져올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가정은 공허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므로그는 가정의 방법이 의학에 필요하지 않다고주장한다


그러면 의학의 탐구 방법으로 저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험의 방법 즉 시행착오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의주장에 의하면 의학은 이 방법을 오래전에 알아냈고 이 방법에 의해 많은 훌륭한 발견이이루어졌고 장차 그 밖의 발견들도 이루어질것이라고 한다 40) 저자는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섭생법이 오랜 기간에걸친 경험의 결과로 생겨났는데 이 섭생법의성립이 곧 의학의 기원이라고 본다 그런데 섭생법이란 시행착오의 방법의 산물이며 또한이 방법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생각이다 반면에 저자는 철학적 의학은 공허한 가정에서 출발해서 아무런 발견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아 이런 의학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적 의학의 비판이란 곧의학에서 자연철학자들이 사용하는 가정의 방법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캘수스의 말대로 저자는 의학을 철학에서 분명히 분리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간단하지가 않다 1장의 내용을 좀더 분석해보자


앞의 인용절에 의하면 저자가 비판하고자하는 대상은 철학적 의학자일 텐데 그는 철학적 의학자 전체를 비판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부의 의사를 비판하는 것인가? (1)에서 한두가지 란 표현을 고려할 때 저자가 철학적 의학을 하는 사람들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특정 의학자를 지목하고 있다고 해도히포크라테스 전집의 저자들 혹은 자연철학자들 가운데서 정확하게 (1)에 부합되는 이들이누구인지가 몹시 불분명하다 앞 장에서 철학적 의학자라 할 수 있는 저자들의 견해들을 열거해보았는데 거기서는 정확하게 (1)에 부합하는 의학자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로이드는 자연철학자이면서 의학자인 사람들 가운데기원전 5세기의 피타고라스주의자인 필롤라오스를 지목한다 41) 필롤라오스의 의학적 견해는런던의 저자 미상 선집 에 담겨있다 그 선집에는 질병이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에서 생긴다42)고 주장하는 20명의 사상가들의 견해가소개되어 있는데 필롤라오스는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인체가 뜨거움 혹은 열이라는 하나의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는열을 가지고 질병을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질병을 담즙과 피 및 점액을 통해 설명한다 43) 이는 그가 이 세 요소를 다 뜨거운 것으로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로이드가 필롤라오스를 지목한 것은 적절한 것같다


그런데 저자가 비판하는 대상이 필롤라오스든 아니든 고대 의학에 관하여 1장을 통해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비판은 일원론적 가정이나 이원론적 가정에 기초한 철학적의학자에 대한 것이지 철학적 의학자들 전체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저자는 13장에서 나는 다시 가정에 기초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론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고말하고 온 냉 건 습 을 가정하고 치료할때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한두가지의 가정을 언급하던 1장과는 달리 적어도네 가지를 가정하는 철학적 의학자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이런 불일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의견해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저자의 견해를 비일관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것은 성급한 결론일 성 싶다 다음 단락에서인용한 20장의 구절에는 철학적 의학자들 일반을 비판하는 식으로 언급되어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대 의학에 관하여 가 단일 저자의 저술이라고 볼 때 그다지 길지 않은 저술에서 그것도 철학적 의학자들과 관련한 몇 안 되는 주요 언급에서 앞뒤가 안 맞는견해를 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1장과 13장 및 20장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저자는 가정의 방법을 사용하는 철학적 의학자들 일반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특히 한두 가지것만을 가정하는 견해에 대해서는 한층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질병과 죽음 등은 가정에방법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닐 뿐더러더구나 인체를 구성하는 한두 가지 요소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20장의 다음 구절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1) 어떤 의사들과 소피스테스들44)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자는 누구든 의학을 알 수 없고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하고자하는 이들로서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철학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엠페도클레스나 그밖에 자연에 관해 고찰하는 이들이 태초에 인간은 무엇이며 처음엔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으로구성되었는지에 관해 저술했듯이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 소피스테스나 의사들이 말하거나 저술한 모든 것은글 쓰는 기술(graphik )45)과 관련되어 있는 것보다도 덜 의학과 관련되어 있다 (3) 그리고의학이 아닌 다른 어떤 걸 통해서도 [인간의]본질에 관해 뭔가 확실한 것을 알 수 없다고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것을 파악할 수있게 되는 것은 온전하게 의학 자체를 제대로파악할 때이고 그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다고생각한다 (1 2 3은 필자가 삽입한 것임)


우선 (1)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은 (2)에서 언급된 인간의 본질(physis) 에 대한 물음이고 이는 곧 인간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가 하는 물음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앞 장에서 physis와 관련해서 언급했듯이자연철학자들의 경우에 그 두 물음은 사실상같은 물음으로 이해되었고 철학적 의학을 하는 의학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1)은일차적으로 인간의 본질 혹은 구성요소를 알경우에만 의학도 알 수 있고 질병도 제대로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철학적 의학자들의 주장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2) 그런데 그런주장은 철학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 사실상 의학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여기서는 인간의 구성 요소를 단순히한두 가지 구성요소 로 보는 입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의학 일반을 비판하고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엠페도클레스와 같이 인간의 네 구성요소의 가정뿐 아니라 그밖의 자연철학자들의 가정들도의학과 무관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3) 저자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 뭔가 확실한 것을 알아내는 것은 의학과 다른 것(곧철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의학을 통해서만 혹은 의학 자체를 제대로 알 때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1)에서 언급된 철학적 의학자들의 주장과 상반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철학적 의학자들은 자연철학의 우주론 혹은 가정의 방법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데 반해 저자는 의학 혹은 의학적 방법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니까 저자는 의학적 탐구에서 철학 혹은철학적 방법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켰다 는 캘수스의 말은 공연한말은 아닌 성싶다 하지만 우선 고대 의학에관하여 는 히포크라테스 전집 중 단지 하나의작품이기에 코스학파에서 그 저술의 영향력이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그 저술 이후에도 의학과 철학의 우호적인 관계가한결 같았다 더욱이 앞 장에서 보았듯 고대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 자신도 몸의 구성요소를 가정하는 철학적 의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도 짠 것 쓴것 단것 신 것 떫은 것 싱거운 것 그리고그밖에 수와 강도에 있어 온갖 종류의 무수한힘들을 지닌 것들 로 몸이 이루어졌다고 보고있는데 이는 저자 자신이 비판한 온 냉 건습과 같은 것을 가정하는 것보다 별로 더 나을바 없어 보인다 46) 물론 그는 그 요소들을 가정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주장할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내용을 일반화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일반화는 경험의 한계를넘어서는 것으로서 가정의 성격을 갖게 된다더 나아가 사실상 저자의 경험론적 입장은 인간의 탐구나 앎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자연철학자인 크세노파네스(DK21B34)나 의학자이며 철학자인 알크마아온(DK24B1)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47)


그러나 저자가 사변적 가정들에 기초한 철학적 의학이 가질 수도 있는 독단성을 경계하면서 경험을 중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의 경험론적 입장은 헬레니즘 시대에 의학의세 유파 가운데 합리론학파에 맞선 경험론학파에 영향을 주었고 훗날의 경험론적인 의학이론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의학적 연구가 가정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아니면 경험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하는방법론적인 문제는 의학사나 과학사에서 더나아가 의학철학이나 과학철학사에서 거듭거듭 다시 제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자연철학의 탐구 방법에 대한 재조명


자연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을 알아냄으로써 온갖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자연철학의 탐구 방법과 이에 영향을 받은철학적 의학자들의 탐구방법을 고대 의학에관하여 의 저자는 가정(hypothesis) 의 방법으로 규정하여 자신의 경험적 방법과 구분한다그리고 저자는 자연철학자나 철학적 의학자가사변적 독단 즉 경험에 의하지 않고 주관적편견에 의해 탐구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단순화로 여겨진다물론 자연철학자들은 관찰에 의한 자료의 수집에 근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상상력이나 사변적 사고에 더 크게 의존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도 관찰을 중시했다


가정의 방법을 중시했던 플라톤은 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와 달리 자연철학의 탐구방법을 가정의 방법으로 보지 않는 점이 흥미롭다 플라톤은 파이돈 편에서 자연철학의탐구 방식을 두고 육안으로 사물들을 바라보고 각각의 감각들에 의해서 그것들을 파악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을 사례들을 통해 고찰하는 사람 이라고 하는 반면 가정의 방법을 사용하는 이들을 진술 혹은 명제들(logoi)을 통해 고찰하는 사람 으로 명명하고 있다 48) 이는 자연철학자들이 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가생각하듯이 사변적 가정에만 치우치지는 않고경험적 방법도 중시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가 자연철학자들의 탐구 방법으로 규정한 가정의방법이 지닌 의미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입증되지는 않았으되 추론이나 이론의 기초로 이용되는 49) 가정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여러 경험적 자료를 일반화시켜 현상을 설명하려는 합리적인 시도의 산물이며 추측으로서 가설적 성격을 지닌다 50) 가정이 입증되지않은 것이라고 해서 가정을 배제하면 잡다한경험적인 자료만 남게 될 것이고 이런 잡다한자료만으로는 의학이든 철학이든 어떤 학문도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자연과학이 학문으로 성립하려면 경험에 의한 자료 수집과 가정을 통한일반화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고대 헬라스에서 자연철학자들은 그런 두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밀레토스학파의 철학자들은 경험적 관찰에서 주어지는 자료를바탕으로 해서 만물의 근원에 대한 사변적인통찰을 하고자 했다 더욱이 이들은 자칫 사변적 가정이 빠질 수도 있는 독단성을 벗어날 수있는 장치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비판적 논의의 정신이었다 이런 측면들은 특히 밀레토스학파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생각할때 그는 다음과 같은 관찰적인 사실에 근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그는 아마도 모든것의 자양분이 축축하다는 것과 열 자체가 여기서 생긴다는 것 그리고 이것에 의해 모든것이 생존한다는 것을 보고서 그리고모든 것의 씨앗들은 축축한 성질을 갖는다는이유 때문에 만물의 근원을 물로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51) 탈레스가 주목해 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관찰적 사실은 다음과같다 즉 습한 성질의 것은 각각의 사물로쉽게 변형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바뀌곤한다 그것의 일부분이 증발해서 공기가 되며그 공기에서 나온 가장 미세한 것[가장 가벼운것]이 에테르로서 빛을 내며 타오른다 그리고물은 서로 붙어서 진흙으로 변하여 땅으로 굳어진다 그 때문에 탈레스가 물을 네 가지 원소들 중에서 마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원소인 양 단언했던 것이다 52) 곧 사물들은 기체 액체 고체로 분류되는데 물은 그 자체는액체이면서 기체(공기 불)로도 고체(흙)로도쉽게 변하므로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비록 탈레스가 관찰에 의거해서 물이 만물이 근원임을 제시했다고 해도 여전히 사변적독단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위험성은 밀레토스학파의 철학자들이 실천해보인 비판적 논의의 정신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밀레토스학파의 비판적인 논의의 정신을 엿보기 위해 아낙시만드로스가 탈레스의 물을 무한정자(to apeiron)로 대체한 이유를 살펴보자 아낙시만드로스는 물(습)과 흙(건) 공기(냉)와 불(온)이 각기 대립적인 것들이어서 이 대립적인 것의 한쪽이 근원이라면 다른 쪽은 소멸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것을 근원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53) 그래서 그는 이들 대립적인 성질들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무한정자를근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탈레스의 견해를 관찰적 사실에 기초해 논박한 것이라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낙시만드로스는 땅이 물위에 떠받쳐져 있다는 탈레스의 견해도 부정한다사실 탈레스의 견해에는 큰 난점이 있었다 즉그의 견해에 대해서는 땅을 떠받치고 있는 물은무엇에 의에 떠받쳐져 있는가 하는 문제가 거듭 제기될 수 있다 그러니까 탈레스는 무한소급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땅은 어떤 것에 의해서도 떠받쳐지지 않은 채공중에 떠 있으며 모든 것으로부터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머물러있다 54)고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땅은 둥그런 우주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어서 위로나 아래로나 [좌·우] 어느 한 쪽으로도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지않고 반대쪽들로 동시에 움직일 수도 없으므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 55) 이는 관찰이 아닌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고 과학에서 상상력 혹은 사변적 사유의 중요성을일깨워주는 중요한 예이기도 한 것이다 만일엄밀하게 아낙시만드로스의 견해에 기초한다면 땅은 구형이라는 선구적인 견해가 나올 수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낙시만드로스는 땅은 모양이 원통형이며 넓이의 1/3정도 되는 높이를 지닌다 56)는 뜻밖의 결론을도출하고 있다 이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자신의 시각적 관찰을 무시하지 못해서 나온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무리 많은 관찰에근거하더라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좋은 교훈을 주고 있는 셈이다


아낙시만드로스에 이어서 등장하는 아낙시메네스는 다시 탈레스의 물과 같이 관찰 가능한 질료인 공기를 만물의 근원으로 제시함으로써 자연철학적 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공기에서 여러 다양한사물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농후화와 희박화라는 변화의 이치를 통해 아낙시만드로스의 결함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낙시만드스는 무한정자에서 대립적인 성질들이 분리되어나옴으로써 우주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57) 분리되어 나옴 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을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자연의 변화 이치인농후화와 희박화 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철학자들은 경험을 도외시하지않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변적 사유에 의해 만물의 근원을 가정하면서도 비판적인 논의의 정신에 의해 사변적 독단의 위험성을 극복해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을보고 반증주의의 창시자인 칼 포퍼는 밀레토스학파를 비롯한 자연철학자들의 활동에서추측과 논박 이라는 과학적 탐구의 전형적인모습을 보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Presocratics) 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다 58) 그런데 밀레토스학파가 보여준 특성들은 그대로 철학적 의학자들에게전승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으로 해서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가 그들을 향해강력한 비판을 하고 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학과 철학의 조화로운 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5 맺음말


고대 헬라스인들은 놀라운 자연현상들을 순전히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해냄으로써 철학을탄생시켰듯이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저자들도질병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의학을 탄생시켰다 59) 그리고 코스학파의많은 의사들이 철학적 의학자 였으며 이들은 인체의 본질(physis) 즉 인체의 궁극적 구성요소가 무엇인지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의학자들의 이런 관심은 자연철학자들이 우주의궁극적 구성요소를 알아냄으로써 우주의 온갖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듯이 인체의 구성요소를 알면 이 요소들로 질병이나 건강뿐 아니라인체와 관련된 온갖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른 한편 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는가정(hypothesis)의 방법을 이용하는 의학자들즉 인체의 구성요소로서 한두 가지를 가정하고서 그것을 의학적 이론들의 기초로 삼는 의학자들을 비판하고 나선다 이는 곧 철학적 의학자들에 대한 비판이며 의학을 철학에서 분리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는 가정의 방법으로는 확실한 지식을 얻을 수도 새로운 발견들을 이루어낼 수도 없다고 단언하고 의학에서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경험적인 시행착오의방법이야말로 의학의 올바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그런데 그의 저서에서 1장을 보면 한두 가지 를 가정하는 철학적 의학자를 비판하고 있어서 그는 철학적 의학자들 전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일부만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3장을 거쳐 20장에이르면 저자는 단순히 한두 가지를 가정하는이들만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고철학적 의학자들 일반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입장으로 확대된다


고대 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가 경험적 방법을 의학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의학과 철학을 분리하고자 한 것은 그 나름으로 큰 의미가있다 의학자와 철학자는 주된 관심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은 주로 이론적인 지식에 관심을 두는 반면 의학은 일차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것이기에 실천적인지식 쪽에 큰 관심을 둔다 그리고 환자의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은 환자에 따른 편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사변적인 이론들은 임상의에게는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를 고려할 때 고대의학에 관하여 의 저자가 방법론상 의학과 철학을 분리시키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고대의 철학적 의학자들은 의학을 응용 철학 혹은 철학의 한 분야쯤으로 여겼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적절한 관계 설정이라 보기 힘들기에 철학적 의학자들보다는 저자가 더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저자처럼 가정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개개의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나간다면 의학은 더 이상 학문으로서의 지위를 갖기 힘들 것이다 가정 없이는 사실상 여러 경험적 자료의 일반화도 현상들에 대한 합리적 설명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레토스학파의 철학자들의 철학적 방법을 되새겨 봄직하다 그들은관찰과 가정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캘수스는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을 철학에서분리시켰다 60)고 언급하기까지 했지만 고대의학에 관하여 라는 저술 이후에도 여전히 철학과 의학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만보더라고 그러하다 플라톤은 의학자들의 이론을 받아들여 티마이오스 편에서 몸과 혼의 질병에대한 설명을 할 뿐 아니라 그 이론을 우주의생성을 설명하는 데도 적용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해서 일차적인 원리들을 보는 것은 자연철학자가 할 일이다 거의 대부분의 자연철학자는 의학과관련된 것들에 대해 논하는 데서 끝을 맺으며의사들 가운데 자신의 기술에 아주 철학적으로 종사하는 사람은 자연과 관련된 원리들에서 시작한다 61)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헬레니즘 시대의 의학의 학파인 경험론 학파나 합리론 학파만 보더라도 경험론학파는 철학의 회의론학파와 연계되고 합리론 학파는 자연철학자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스토아학파 등의 사상이 지닌 사변적 측면에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헬레니즘 시대의 의학 학파들의 입장을비판하면서 일종의 절충주의적 입장을 취한갈레노스도 의학과 철학의 긴밀한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히포크라테스를 의사들의귀감으로 내세우며 가장 훌륭한 의사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는 말을 자신의 짧은 글의 제목으로 삼았고 이 글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히포크라테스의 추종자들이라면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한다 고 역설한다 일찍이 히포크라테스 전집 중 예법 의 저자는 철학(sophi )62)을 의학으로 옮기고 의학을 철학으로 옮기도록 하라 왜냐하면 철학자인 의사는 신과 같기때문이다 63)고 말한 바 있다 고대 헬라스의의학사와 철학사를 보면 철학은 의학으로의학은 철학으로 라는 말이 공허한 말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색인어: 고대 의학 종교적 의술 합리적 의학자연철학 밀레토스학파 가정 히포크라테스 코스학파







醫史學제14권 제1호(통권 제26호) 2005년 6월 Korean J Med Hist 14∶32–50 Jun 2005

大韓醫史學會ISSN 1225–505X


= ABSTRACT =

The Relation of Philosophy and Medicine in Ancient Greece

RHEE Kee - Bag*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deal with two questions concerning the relation of philosophy and

medicine in ancient greece (1) Which influences had philosophy on medicine? (2) Whom did attack the

author of On the ancient medicine? And (3) was his criticism right?


(1) Philosophy s influences was twofold (a) As early Greek philosophers had explained natural

phenomena by natural elements without recourse to any supernatural god so authors of Hippocratic

Works also had sought to explain diseases They had replaced magical and religious medicine with

rational medicine by virtue of rational explanation This seems to have represented medicine s debt to

philosophy (b) Many medical authors primarily had studied the nature of human i e the basic

constituents of the body since they had thought the very same to be causes of diseases This aspect

shows the conspicuous influence of philosophy Because it was the nature of cosmos i e the source or

basic constituent that early Greek philosophers had searched to explain cosmos and all natural phenomena

in it


(2) On the other hand the author of On the ancient medicine attacks physicians that are influenced by

cosmology of early Greek philosophers The point of his criticism in Chapter 1 is that philosophical

physicians postulate one or two constituents of the body as the primary cause of men s diseases Then

are physicians that postulate various constituents free from the author s criticism? At least according to

Chapter 20 it is not so He seems to criticize physicians in general who proceed by the hypothetical

method He contrasts this method with the method of trial and error and asserts that this is of medicine

but that is of philosophy


(3) Although this methodological separation was right in a sense at least the opinion of the author

seems to be extreme Because medicine can t be science if it does not make use of any hypothesis

And philosophical physicians or early Greek philosophers does not seems to be such dogmatic as the

author thinks First of all they did not exclude the method of experience Their method was both

empirical and speculative They postulated some constituents by speculation based on experience and had

a device to avoid danger of dogmatism that their theory might have It is critical thinking It s obvious

evidence is their various thinking concerning the basic constituents The same is applied to philosophical

physicians Thus the harmonious relation of medicine and philosophy had seemed to be maintained in

antiquity even though the author of On the ancient medicine attacked philosophical physicians so severely

and attempted to separate medicine from philosophy


Key Words∶ancient medicine religious medicine rational medicine early Greek philosopher hypothesis

* Department of Medical History Y 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성과중심교육에서 학생평가

Assessment in Outcome-Based Education

임선주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실

Sun Ju Im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Pusan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Yangsan, Korea






서 론

성과중심교육에서 ‘성과(outcome)’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달성해야 하는 역량(competency)을 의미하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현재의 수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모든학생들이 성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Shumway et al., 2003).이 과정에서 평가는 학생과 교수에게 현재의 수준에 대한 정보를제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적절한 평가 없이 성과중심교육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의학교육현장에서 평가는, 교육결과인 성과에 대하여 고려한 것이 아니라, 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위주의 학습목표에 대하여 지필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하고있다. 학생에게 현재 수준에 대하여 알려주고 피드백을 제공하는의도보다는, 진급과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종합평가로서의 목적이강하다(Carraccio et al., 2002). 이러한 현실에서 교육의 가치를 학생들의 역량 향상에 두고 있는 성과중심교육의 도입은 평가방법과체계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성과중심교육을 설계하는 과정은, 우선 학습성과를 선정한 다음,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이전에 평가기준과 방법을 먼저 설계하는것을 권장한다. 이것은 학습목표설정, 교육과정설계, 평가방법설계의 순서로 일어나는 전통적인 설계방법과 비교하여, 후향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취한다(Dent &Harden, 2009). 평가는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평가설계는 성과중심교육 설계의 초기에 일어난다. 평가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왜 평가해야 하고, 무엇을 평가하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려해야 하며, 평가도구의 신뢰도, 타당도, 실현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해당하는 것이 ‘성과 또는 역량’으로 볼 수 있으며, 성과의 특성을 잘측정할 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일반적으로 평가는, 

  • 평가의 목적(피드백을 주기 위한 형성평가인가, 서열을 결정하기 위한 총괄평가인가?), 
  • 평가방법의 선택(지필시험으로 판단할 것인가, 수행평가로 판단할 것인가?), 
  • 평가도구의 개발(수행평가를 시행한다면 체크리스트, 루브릭, 평정척도 중 어떤도구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및 
  • 기준설정(합격/불합격을 어떻게결정할 것인가?)의 사항을 고려한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평가에서의 고려사항에 대하여 문헌고찰을 통해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특성을 알아보고자하였다. 또한, 성과중심교육을 조기에 도입한 대학에서 시행한 평가방법과 이들 대학에서 제시한 모형을 통하여 성과를 판단하는적절한 평가방법과 도구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기준설정방법과 임상수행평가에서 기준설정방법에 대해 고찰하였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특성


평가의 목적, 방법 및 기준설정과 관련하여 성과중심교육에서평가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단계별로 향상 정도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평가는 목적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여 서열을 정하기 위한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와 학생에게 학업성취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점과 취약점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한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로 나눌 수 있다. 성과중심교육에서는 학생이 졸업할 때갖추어야 할 역량을 정의한 다음(exit outcome),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별 수준을 정하게 된다. 이것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교육내용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나선형 교육과정과 일치한다(Harden, 1999).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최종 졸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향상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Harden, 2007; Holmboe et al., 2010). 평가의 목적이 학생에게 향상 정도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평가는 총괄적이기보다 형성평가의 성격을 띤다. Carraccio et al. (2002)은 성과중심교육에서 총괄평가보다 형성평가가 중요함을 강조하였고, Burch et al. (2006)은형성평가를 통해 임상실습에서 학습을 향상시켰다고 보고하였다.그 밖에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목적은 교육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과정의 개선을 위해 시행하며,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의 제공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과도 연관되며, 이것은보편적인 평가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둘째,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는 지속적으로 자주 일어난다(Holmboeet al., 2010). 학생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 평가의 빈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예로 수업에서는퀴즈나 이해도에 대한 점검을 시행할 수 있으며 임상실습현장에서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평가는 교수와학습이 일어나는 수업·실습 중에 빈번히 일어나게 되므로 평가-수업 간 경계가 종종 불분명하게 된다.


셋째, 역량의 특성에 따라 합당한 방법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평가방법은 지필시험(written examination), 임상수행평가(clinicalor practical assessments), 관찰(observation), 포트폴리오와 다른기록평가(portfolio, other records of performance), 동료평가와 자기평가(peer report and self-report)의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Shumway et al., 2003). 이 중 성과에 명시된 역량을 잘 나타낼 수있는 평가방법을 선택하여야 하며, 각 평가방법의 타당도, 신뢰도,적용효과, 비용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넷째, 같은 역량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방법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Miller (1990)는 어떤 단일한 평가방법으로 의사의 전문적인 수행과 같은 복합적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의학지식 역량은 보편적으로 지필시험으로 평가하나, 포트폴리오, 관찰, 수행평가를 통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Shumway et al., 2003)


.다섯째, 성과는 궁극적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행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수행평가가 강조된다(Gruppen et al., 2012; Holmboe et al.,2010). 저학년 시기의 성과는 지식적인 내용을 습득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임상실습을 수행하는 3, 4학년 학생들의 평가는 실제 상황에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따라서 임상실습 상황에서는실제 수행을 평가하도록 권장하며, 불가능한 경우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조성하여 수행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여섯째,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 양적 평가와 더불어 질적 평가를 시행한다(Holmboe et al., 2010; Shumway et al., 2003). 의료윤리와 전문직업성처럼 양적 평가가 어려운 성과항목들은 질적 평가가합당하다(Davis et al., 2001; Smith et al., 2007). 질적 평가는 신뢰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며, 삼각기법(triangulation), 지속적이고 잦은 평가, 평가자 훈련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Shumwayet al., 2003). 삼각기법은 여러 평가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것을 의미하며, 한 번의 시점에서 평가한 것은 높은 신뢰도를 확보할 수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자주 평가해야 하며, 평가자 간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가자 훈련을 시행할 수 있다.


일곱째,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기준은 일반적으로 절대적 기준(standards, criterion)을 사용한다(Gruppen et al., 2012; Holmboe etal., 2010). 성과중심교육에서 합격/불합격을 결정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일은 한 가지 뚜렷한 방법은 없지만, 대체로 다른 학생들의 수행수준과 관련이 없는 기준을 사용한다. 이것은 모든 학생은 학습 후에 명시된 성과수준에 도달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덟째, 성과중심교육의 평가에 교수와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Holmboe et al., 2010). 성과중심교육에서 다양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므로 교수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이다.학생 또한 자신이 부족한 역량을 스스로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해,달성해야 하는 성과기준뿐만 아니라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과 평가에도 깊이 관여해야 한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구조 또는 과정을 강조한 교육과정으로서(structured and process-based education),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특성과 비교하여 Table 1에 제시하였다(Carraccio et al., 2002;Gruppen et al., 2012; Holmboe et al., 2010). 과정중심교육의 현재교육과정에서 평가는 종합평가의 의도로서 과정 종료시점에 간헐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습성과는 고려하지 않고 지필시험방법으로 지식습득에 대하여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적 평가는 드물고 학생들의 상대적인 결과에 따라 판정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은 평가기준이나 과정을 잘 알지 못한 채 통보받은경우가 많다. 이렇게 현재 시행 중인 평가의 특성과 차이를 보이므로 새로운 성과중심교육의 도입을 위해서는 평가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방법의 선택


유럽의학교육학회(Association for Medical Education in Europe)에서 발간한 성과평가에 대한 지침을 중심으로, 평가방법의종류와 성과에 합당한 평가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Shumway etal., 2003).



1. 평가방법의 분류


이 지침서에서는 평가방법을 5가지로 분류하여 장단점과 적용효과를 제시하였다. 

  • 지필시험(written assessments)은 지식의 회상또는 적용하는 성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용하며 단일정답형 또는 확장결합형 선택형 시험문항(multiple-choice of questions, MCQ)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필시험은 신뢰성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깊은 이해보다는 표면적 지식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수행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임상수행평가(clinical/practical assessments)는 임상수기 역량을 평가하는 신뢰성이 높은 시험이다. 표준화 환자 또는 시뮬레이션을 사용한 시험은 실제어려운 임상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이 시험을 준비할 때 임상수기의 단편을 수행하도록 훈련받아 임상수기 전체의 흐름 연결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며 표준화 환자 훈련 등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단점이 있다. 관찰(observation)은 문제바탕학습이나 임상실습을수행하는 동안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며 의사소통기술이나 태도등의 역량을 평가하기에 합당하다.
  •  체크리스트(checklist) 또는 평점척도(rating scale)의 방법으로 평가하며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교수 간 차이로 인해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 포트폴리오(portfolio)는 수행한 내용과수행에 대한 성찰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비판적 사고와 자기평가와같은 성과를 판단하는 유용한 방법일 수 있으나(Davis et al., 2001),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삼각기법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로그북(logbooks)은 포트폴리오와 유사하나 단순히 학생들의 경험을 기록한 문서라 평가로서 한계가 많으며 학생이 정확하게 기록을 한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 동료와 자기평가(peer and selfassessment)는 교수평가와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태도와 의사소통기술을 평가하기에 유용하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며 신뢰를 기본으로 한 교육환경의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평가방법을 선택할 때 측정하고자 하는 성과의 특성에 합당한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각 평가방법의 장단점, 교육에 적용할 때 고려사항 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성과에 따른 평가방법


Shumway et al. (2003)은 유럽의학교육학회 지침서를 통하여Miller의 평가 피라미드와 성과를 연결하여 평가방법을 선택하는모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Miller (1990)는 학생을 평가하는 목적에 따라 아는 것(knows),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knows how),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보여주는 것(shows how), 실제 하는 것(does)을 구분하여 평가해야한다고 하였다. Miller가 제시한 평가체계 피라미드와 평가방법을연결할 수 있는데, MCQ와 같은 지필시험은 knows와 knows how와,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OSCE)와 같은 임상수행시험은 shows how, 실제 상황에서 행하는 것을 관찰하는 방법이나 포트폴리오 평가는 does에 해당한다(Figure 1).


Miller의 평가 피라미드와 던디 의과대학(University of DundeeSchool of Medicine)의 12가지 성과를 연결하면 Figure 2와 같다.의학지식(medical sciences), 진단 및 처치(investigation and management)는 knows와 knows how에, 임상수기(clinical skills)와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shows how, 윤리(ethics)와 의사의 역할(role of doctor)은 does에 해당한다.







Table 2는 성과의 특성을 잘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제시하였다. 병력청취와 신체진찰 등을 포함하는 임상수기 역량은 OSCE와 같은 수행평가로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상실습을 수행할 때 관찰방법이나 로그북을 이용하여 평가할 수 있다. 의학지식역량은 지필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포트폴리오, 관찰 및 수행평가로도 판단이 가능하며, 태도와 윤리성은 실제 임상 상황에서판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3. 임상실습에서의 평가


성과중심교육에서는 실제 임상 상황에서 행하는 것을 강조하므로 임상실습에서 평가는 더욱 중요하며 가치가 있다. 의사소통기술이나 임상수기 역량은 임상수행평가를 통해서 가능하며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의사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임상실습평가로서 수행시험이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 환자를 훈련하여 시행하는임상수행평가는 임상수기의 단면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진료 전체의 흐름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실제 수행과는 차이가 있다(Shumway et al., 2003).


Davis &Harden (2003)은 실제 임상 상황에서의 수행을 평가하는 것을 강조하며, 직무중심평가(workplace-based assessment)와같은 새로운 평가방법을 제안하였다. 직무중심평가는 매일의 실습현장에서 형성평가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평가가 일어나며 피드백을통해 학생들의 수행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Burch et al. (2006)은임상실습 중에 장기간의 직무중심평가를 시행한 결과, 학생들은자신의 역량수준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동기유발, 실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고, 교수 또한실습 중 형성평가가 학생들의 학습촉진에 효과적이었다고 하였다.피드백은 학생의 요구와 일치하여야 하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효과적인데, 임상교수들의 평가에 대한 이해를높이기 위해서 교수개발프로그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Norcini& Burch, 2007).


직무중심평가의 평가방법으로는 수행의 직접관찰, 증례에 대한토의 및 동료, 간호사 및 환자에 의한 다각도의 360° 평가 등이 있다(Miller &Archer, 2010).


포트폴리오는 전문직업성, 평생학습능력과 같이 기존의 일반적인 평가방법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평가는 활동내용, 성취에 대한 근거, 학습경험에 대한 성찰을포함하게 된다. Friedman Ben David et al. (2001)은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평가를 위해 절차를 제시하였는데

  • 1) 포트폴리오 평가의목적을 분명히 하고, 
  • 2) 평가하는 역량을 결정하며, 
  • 3) 근거자료를정하고, 
  • 4) 채점표를 개발하며, 
  • 5) 관련 교수를 훈련하며, 
  • 6) 평가절차에 대하여 계획하며, 
  • 7) 학생에게 알려주며, 
  • 8) 평가지침을 개발하고, 
  • 9) 신뢰도와 타당도 근거를 확보하며, 
  • 10) 개선절차를 마련한다.



4. 강의와 실습에서의 실제 적용


브라운 의대(Brown Medical School)에서 9가지 역량에 대해 평가한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Smith et al., 2003). 

  • 첫째, 의사소통기술은 소집단수업에서 의사소통을 직접 관찰하거나 비디오로 녹화하여 평가할 수 있는데, 실제 해부학수업에서 해부실습을 하면서 발표, 질문과 응답을 통하여 의사소통기술을 평가하였다. 또, 선택과정에서 의사소통기술에 대하여 서술식으로 작성한 동료평가는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하였다. 임상실습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직접 관찰 또는 OSCE시험을 통해 의사소통기술 평가가 이루어졌다.
  • 둘째, 임상수기 역량은 2학년 임상의학입문수업에서 피드백을 위하여 표준화 환자를 활용하였으며, 임상실습에서는 직접관찰, OSCE시험으로 평가하였다. 
  • 셋째, 기초의학지식의 적용 역량은 문제바탕학습(problem-based leanring, PBL) 수업 또는 임상 상황으로 주어진 MCQ, modified essay question (MEQ) 문항으로 평가하였다.
  • 넷째, 진단·치료·예방 역량은 PBL수업에서 평가가 가능하며, 임상실습에서는 지필 또는 구술시험, OSCE시험을 통해 평가하였다.
  • 다섯째, 평생학습 역량에 대한 평가는 PBL에서 학습과제 준비를평가하거나, 임상실습 논문지도교수가 장기간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시행하였다. 
  • 여섯째, 자기인식·자기관리·개인적 성장 역량 또한 멘토교수가 오랫동안 학생과 교류하면서 평가하였다. 
  • 일곱째, 건강관리의 사회적 맥락은 보고서, 구술시험, 전시물 및 성찰수업시간에 교수 직접관찰 등을 통해 평가하였으며, 지역사회 관련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일반인 대상의 발표과제로 평가가 가능하였다.
  • 여덟째, 도덕적 사유와 임상윤리는 윤리적 이슈를 분석하는 지필과제, OSCE에서 윤리적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으로 평가하였으며멘토교수가 평가하기도 하였다. 
  • 아홉째, 문제해결 역량은 병원조직에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으로, 임상 상황 또는 지필시험분석, 실습에서 실제 복잡한 일이 주어졌을 때 처리방법 및 학생인턴수행 시 업무관리능력을 평가하였다.



5. 기준설정(Setting Standard)


성과에 도달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수집한 평가결과들을 취합하여 기준점수를 설정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기준설정은 기준의 유형과 기준설정방법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준의 유형은 상대적(relative/norm-referenced) 기준과 절대적(absolute/criterion-referenced)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대적기준은 피험자의 시험결과에 따라 특정 수나 퍼센트를 선발할 때적절하며 운영하기가 쉬운 장점이 있으나 역량의 성취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Norcini, 2003; Ricketts, 2009).


기준설정방법에는, 통과시킬 학생의 일정 비율을 정하는 고정비율방법(fixed percentage method, relative method),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한 학생집단에 대해 결정을 내린 후 합격과 불합격의 점수를 그래프로 나타내어 비교하는 비교집단방법(contrasting groupsmethod, examinee-centered absolute method), 시험문항의 내용을 고려하여 경계그룹(borderline group) 학생들을 판단하는 엔고프(Angoff)와 에벨(Abel)방법(test-centered absolute method), 상대적&절대적 평가방법을 절충한 호프스티(Hofstee)방법 등이 있다(Norcini, 2003).


이와 같은 기준설정방법은 지필시험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임상수행평가에서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다(Boulet et al.,2003). 엔고프와 에벨방법을 적용하면 각 시험방에 사용된 증례의채점표를 검토하여 최소수행기준을 정한 다음 각 시험방의 점수를합하여 기준점수를 설정한다. 비교집단방법에서도 유사하게 각 증례마다 합격과 불합격을 판단할 수 있는 점수를 정의하고, 모든 시험방의 점수를 합하여 기준점수를 정한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는 상대적 서열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량에 도달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절대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George et al. (2006)에 의하면두 가지 기준유형과 설정방법에 따라 판단결과가 차이를 보이며,각 방법은 장단점이 있다. 사전에 결정된 기준점수(cut-off scores)로 판단하는 준거참조법(절대적 평가)은 실패율에서 변동을 보이며, 상대적 평가는 기준점수 자체의 변동을 보이는 단점이 있으므로 병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Cohen-Schotanus& van der Vleuten, 2010).


기준설정은 시험의 목적, 학생의 특성, 역량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견해를 통합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서 평가도구가 신뢰도를 확보했는지, 합격률이 역량성취도와 일치하는지 숙고해야 하며, 향후 수행과도 비교하여야 한다(Norcini, 2003).



결 론


성과중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평가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핵심적인 일이다. 현재 의학교육현장에서 평가는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와 차이를 보이며, 다음과 같은 성과중심의 평가의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는 학생들에게 성과성취수준에 대하여 피드백을 주기 위한 형성평가의 목적이 강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평가방법을 선택하고 같은 성과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시행한다. 성과는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수행평가가 특히 중요하며, 양적 평가뿐만 아니라 질적 평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성과도달 여부의 판단은 대체로 절대적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양한 자료의 분석과 의견을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평가의 이러한 특성은 교수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지식뿐만 아니라 윤리성, 평생학습능력 등 다양한 성과에 대하여 평가가 필요하며, 특히 전문직업성 등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방법의 개발이 요구된다. 또 다양한 평가방법의 장단점을 알고 적절히 적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제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성과중심교육에서 학생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성과의 정의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역량을 파악하여 개선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성과중심교육과정과 평가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설계하여 공유의식을 높이고, 지원체계와 시스템을 갖추어 수월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Assessment plays a vital role in outcome-based education (OBE). This article describes the characteristics of assessment and appropriate assessment instruments for measuring learning outcomes in OBE. Assessment in

OBE needs to be formative, continuous, and frequent. Miller’s pyramid is useful for selecting the appropriate assessment

instruments to reflect a specific outcome; different methods can be applied to evaluate one outcome.

Outcomes and competency mean that student must ‘do’; therefore, performance tests are emphasized. Qualitative

methods as well as quantitative methods are used to evaluate the outcomes of areas such as professionalism

or ethics. An absolute criterion-based standard is usually applied to decide whether students pass or fail,

but the decision should be based on gathering value judgments and reaching consensus. Active participation

of faculty members and students in assessment is crucial.


Keywords: Outcome assessment, Competency-based education

외국 의과대학에서의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

The Development of Outcome-Based Curriculum in Medical Schools Outside Korea

한재진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Jae-Jin Han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Ewha Woma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1980년대부터 성과바탕교육이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의학교육계에도 ‘성과바탕교육과정’이 선진 외국 의과대학들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로 개발되고 실행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이러한 ‘성과바탕교육과정’이란 전통적인 ‘교수자 주도 학습목표(learning objectives)’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학습자인 의과대학생이 학부의 의학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을 하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갖추어야만 하는 성과(outcome) 혹은 역량(competency)을 먼저 규정한 후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발, 교수-학습실행과 평가 등의 의학교육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Harden, 2007). 특히 의료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의사역량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상호작용이 증폭되면서 의과대학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교육과 평생교육 분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성과바탕교육을 선도한 나라는영미권 국가들인데 영국에서는 1993년 영국의사협의회(General Medical Council, GMC)에서 Tomorrow’s Doctor (TD)를 발표하여 영국 내 의과대학에 성과중심의 학습목표를 적용할 것을 제시하였고 이는 2003년과 2009년에 개정을 하였는데, 특히 마지막 개정판에서는 의과대학 졸업성과를 3영역으로 구분하여 ‘outcomes1: the doctor as a scholar and a scientist; outcomes 2: the doctor asa practitioner; outcomes 3: the doctor as a professional’이라 하였으며, 각 영역에서 지식, 술기 및 태도와 연관된 세부성과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였다, 또한 여기에는 입학, 교육방법, 평가, 학생, 교수,시설 등에 대한 지침도 포함하여 영국의 의과대학 평가기준으로활용하고 있다(General Medical Council, 2009). 미국에서는 1984년 학장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AAMC)의 General Professional Education of the Physician (GPEP) 최종보고서에서, 의과대학 졸업 시 지식, 술기, 가치 및 태도에 관한 기대목표를 교육과정에 적용하도록 권장하였고, 1985년 의과대학인증위원회(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는 이를 인증기준에 추가하였다. 이후 동 기관은 1998년 의과대학 학습목표 개발을위한 지침서로서 Medical School Objectives Program을 발간하였는데 여기에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로서의 기본자질을, 이타성,지식, 기술 및 의무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으며 각 영역에서 보여줘야만 하는 역량들을 나열하여 의과대학에서 이를 활용하도록권하였다(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1998). 이 글에서는 영국의 성과바탕교육과정 개발을 선도했던 던디의과대학이포함된 ‘스코틀랜드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발그룹(Scottish Deans’ Medical Curriculum Group, SDMCG)’과 쉐필드 의과대학, 미국에서는 1990년에 성과바탕교육과정을 도입하여 1996년에 완전히실행한 브라운 의과대학과 함께 인디아나 의과대학을, 호주는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성과바탕교육과정의 개발과 그 내용을 분석비교하고 아울러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5개 의과대학, 영국


스코틀랜드의 5개 의과대학 학장단의 교육과정개발그룹(SDMCG)은 1999년 던디 의과대학의 Harden et al. (1999)이 발표한,‘역량을 갖추고 자기성찰을 하는 의사’에게 필수적인 3개 핵심요소(level 1)로 이루어진 동심원구조에 총 12개의 성과영역(outcome domains)을 배치하고 그 하부에 각각의 졸업성과(level 2)를, 다시각 졸업성과의 하부에 세부성과-학습목표(level 3&4)를 나열하였다. 즉 의과대학 졸업 후 영국의 pre-registered house officer가 되기위해서는 7가지 핵심행위(clinical skills; practical procedures; patientinvestigation; patient management; health promotion and disease prevention; communication; medical informatics)를 할 수있어야 하고, 이러한 행위를 하기 위한 3가지 올바른 접근방법(basic,social, and clinical sciences and underlying principles; attitudes,ethical understanding and legal responsibilities; decision-makingskills and clinical reasoning and judgement)을 구사할 수 있어야하고, 또한 이 모두를 위한 2가지 올바른 자질(the role of the doctorwithin the health service; personal development)을 가져야만 한다는, 졸업성과목표 틀을 규정하였다(Table 1). 이들은 5개 대학의 환경과 특성이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합의되어 도출된 졸업성과들이며, 영국의 일반의사 역할을 규정한 GMC의 Good Medical Practice의기본 역량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가교 역할뿐 아니라 입학생 선발, 명확한 교수-학습목표, 평가 등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또한 세부성과내용을 의도적이며 광범위하고 덜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성과항목 안에 나열된 예들이 학생이나 교수 혹은 특별한 교수-학습활동 시 그 수준과 이해 및 적용을 다양하게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Simpson et al., 2002). 한편, SDMCG에서는 자신들의 졸업성과 내용이 GMC의 TD에서 제시하는 졸업성과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비교하기 위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교차분석실험을 하였으며 열거형식, 중요도나 위치, 표현 등에서는 다른 점이 있었으나 성과의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하며 이러한 결과는 양 기관 모두에게 앞으로 성과목표 개정작업 시 좋은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여기에 사용된 교차분석방법은 학교 간, 지역 간, 국가 간의 의사역량의 비교에도 좋은 도구가 될수 있다고 하였다(Ellaway et al., 2007).



쉐필드 의과대학, 영국


쉐필드 의과대학은 의료환경 변화와 GMC 등 외부의 교육과정개편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으로 새로운 성과바탕모델을 개발하였다(Newble et al., 2005). 이는 이전의 던디 의과대학이나 미국 브라운대학 모델에 비하여 보다 단순한 형태를 표방하면서 개발의 주요 관점으로 ‘성과중심’과 ‘고도의 통합’을 내세웠다.쉐필드 모델에서 성과목표의 큰 틀은 ‘일반 졸업 술기(generic graduate skills)’라는 제목 아래, 

  • 영국의 일반진료의사로서의 역할을감당할 수 있는 ‘임상역량(clinical competencies)’과, 
  • 의학연구가활발한 의과대학의 특성을 반영한 ‘의-과학(medical sciences)’

두 가지 주제로부터 수직적-수평적 통합을 위한 핵심과정의 성과들을 도출하였는데

  • ‘임상역량’은 다시 ‘임상술기(clinical skills)’, 대인기술(interpersonal skills), 전문가적 행동(professional behaviors),진료기술(practice skills)의 4가지 영역으로, 
  • ‘의-과학’은 다시기초, 임상, 인구-보건, 행동 등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두 주제는 통합학습활동(integrated learning activities)으로 결합되고 학생선택과정(student selected components)으로 수직적인통합이 이루어지는데 후자는 특히 학생의 종단적 성과달성을 위한주된 과정이 된다. 한편 핵심과정의 내용에 들어가는 94개의 임상표현들을 도출하여 이를 성과바탕 틀에 맞추어 넣는 작업을 함으로써 성과바탕교육과정을 완성하였다. 예를 들어 ‘경련’이라는 임상표현 항목에서 ‘학생은 환자에게 경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권유를 할 수 있다’라는 성과는 전체 성과목표 틀 중에서 ‘임상역량’주제에 속하며 이 중에서도 ‘임상술기’영역의 두 번째 성과항목인‘환자에 대한 건강증진과 질병이나 장애예방을 할 수 있다’에 위치하고 ‘CS02’라는 코드가 부여되며, ‘경련’과 연관된 다른 임상성과들도 4가지 영역과 하부항목에 배치가 된다. 또한 ‘경련’은 의-과학주제의 기초의학영역 가운데 ‘뇌의 전기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라는 성과에 배치되는 등 4가지 영역에 여러 기초의학 성과들이배치되는데, 다만 모든 영역에 빠짐없이 성과가 배치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각 임상표현에는 빈도와 치명도에 따른 질환명과아울러 흔하지는 않지만 교육적인 의미가 큰 질환명이 열거된다.쉐필드 모델의 특징은 임상진료성과뿐 아니라 의-과학역량도 중시하였으며 그 방법으로 94개의 임상표현들을 매트릭스 틀의 항목으로 활용하여, 각 임상표현 제목하에 임상 및 기초의학의 성과들을표시함으로써 성과바탕교육과정의 구조를 보다 단순화하고 실용성을 높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운 의과대학, 미국


AAMC는 1985년도에 GPEP 보고서를 통해서 미국 내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성과개념을 도입할 것을 권하였으나 실제 이를 실행하는 대학들은 그 수가 많지 않았는데, AAMC는 미국에서 성과바탕교육과정의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보고서를 1992년도에발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브라운 의과대학은 1990년부터 성과바탕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1996년에 이를 완전히 실행하고 ‘MD2000’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Smith &Dollase,1999). 브라운 모델은 크게 ‘능력(abilities)’과 이의 기본이 되는 ‘의학지식(medical knowledge)’, 그리고 ‘수행바탕평가(performan cebased assessment)’의 3가지 틀로 구성되어 있다.

  •  ‘능력’ 틀은 성과를 의미하는데, 1) 소통, 2) 기본임상술기, 3) 기본의학의 임상적용, 4)진단, 관리, 예방, 5) 평생학습, 6) 전문가의식 개발과 자기성장, 7) 사회 및 지역사회 보건, 8) 도덕추론과 의료윤리, 9) 문제해결 등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9가지 ‘능력’ 성과항목에 ‘지식’항목은 제외하였는데 이는 교육과정 개발 초기에 있었던 대학 내부의 성과항목 도출작업 시, 지식이 모든 성과항목에 기본적으로 녹아야 하는 것으로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의학지식’은 교육과정전체 구조에서 ‘능력’ 즉 성과 틀과는 별도로 제시되며, 기초의학분야는 ‘세포/분자’부터 ‘지역사회’까지를 수평축으로, ‘구조’부터‘기능’까지를 수직축으로 하는 통합체계와, 임상의학 분야는 ‘예방’부터 ‘응급’까지를 수평축으로, ‘임신/태아’부터 ‘노인’ 연령까지를수직축으로 하는 통합체계로 구성하고, 이 두 가지 체계를 다시 통합하는 제목하에, ‘지식’의 구체적인 대상항목들을 제시하였다. 

각 성과의 성취수준은 3가지로 나누어 기본(basic), 중간(intermediate),발전(advanced)단계로 구분하여 각각의 항목명이나 혹은 내용을 기술하였으며 모든 학생은 모든 성과항목에 대하여 ‘기본’과‘중간’단계의 성취인정서(certificate)를 받아야 하고 ‘문제해결’과기타 3가지 성과항목에 대해 ‘발전’단계의 성취인정서를 받아야만졸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취인정서는 학점과는 별개로 운영되며지필시험보다는 각종 수행평가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학생에 대한 평가는 중앙에서 학생을 직접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정 교수진이 평가를 하되 중앙의 평가위원회는 평가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개발과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학교 당국은‘MedPlan MD2000’이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성취단계를 계획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브라운 모델의 특징은 ‘지식’ 틀을 별개로 운영하고 있으며, 각각의성과항목은 단계별로 성취 여부를 인정받도록 하고 이를 진급과 졸업사정에 적용하며, 평가는 지필시험 외에 표준화 환자, 이-러닝, 동영상, 지역사회 보건사업 수행평가 등의 수행바탕평가방법을 활용하는 점 등이다(Smith et al., 2003).



인디아나 의과대학, 미국


브라운 대학의 성과바탕교육과정 모델을 근간으로 하여 자신의구성원과 환경에 맞추어 개발하였다고 하는 인디아나 의과대학 모델은, 브라운 모델과 비교하여 우선 9가지 ‘능력’ 즉 성과제목의 구성이 약간 다른데 브라운 모델의 3) ‘기본의학의 임상적용’, 4) ‘진단,관리, 예방’ 성과제목이 하나로 합쳐졌고, 6) ‘전문가의식 개발과 자기성장’ 성과제목은 ‘자기인식, 자기관리, 자기성장’과 ‘전문가의식과 역할인식’이라는 두 가지 성과제목으로 나뉘었다(Table 1). 가장 큰 차이점은 ‘지식’을 별개의 틀로 제시하지 않고 각각의 성과제목안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으로서 이는 전체 틀을 보다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다. 졸업을 하기 위한 성과 달성기준은 모든 성과제목에서 ‘기본’과 ‘중간’수준을 달성하고 아울러 3가지 성과제목에서 ‘발전’단계를 성취해야만 한다. 다른 특이점으로는 ‘지식’이나 성취수준의 내용기술에서 미국 의사면허시험의 평가목표나 구성제목들을 인용하고 있으며, 각 성과항목에 다양한 평가도구들을 활용하는 점을 들 수 있다(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2013).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의과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UNSW)은 기존의 과목중심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계기에 성과중심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하는데 이는 이러한 교육과정에 대한 세계적인 확산 분위기 외에도 호주 의과대학 인증기관인 호주의사협의회(Australian Medical Council)과 국제의학교육기구(Institute of 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에서 의사의 역할과 역량(성과)을규정하고 강조하고 있는 점, 그리고 그동안 문제바탕학습법이 정착되고 확산된 점 등의 환경변화에 기인했다고 밝히고 있다(McNeilet al., 2006). UNSW 성과바탕교육과정의 기본정신은 졸업생들이성인학습이론에 따른 평생학습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으로서,졸업성과를 ‘지식’이나 ‘술기’의 의미가 보다 강조되는 기계론적 표현인 ‘competency’보다는 성취가능성을 포함하는 ‘capability’로 표현하고자 했으며 8개의 일차 성과 중에서 ‘의사소통’, ‘팀워크’, ‘자기주도’, ‘성찰’ 등 4가지 일반 역량을 핵심 성과로 규정하고 이들은 의학지식과 술기에 해당되는 다른 4가지 역량, 즉 ‘진료에 기초임상지식의 적용’, ‘보건과 건강의 사회문화적 이해’, ‘환자진료’, ‘윤리-법의이해’ 성과들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또한 8가지일차 성과는 3개 영역으로 재분류하여 동심원구조로 표현하기도하였는데 가장 중심에는 ‘자기주도’, ‘윤리적 소양’, ‘성찰’ 성과 등‘개인 자질’영역을, 이를 둘러싼 ‘소통능력’영역은 ‘의사소통’과 ‘팀워크’ 등 2개 성과로, 나머지 성과인 ‘기초임상지식의 진료에의 적용’, ‘보건과 건강의 사회문화적 이해’, ‘환자진료’ 성과 등은 가장 외부로 나타나게 되는 ‘지식과 술기의 적용’영역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6년 교육과정은 2년씩의 독립된 3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로비교적 독립된 교육과정과 평가체계를 운영하는데 각 시기 안에서는 두 년차가 함께 소그룹학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 입학 후 첫 2년은 ‘scenario-based learning’시기로 전통적인 문제바탕학습법과유사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보다 구조화되어 있고 개별학습 부분도증례, 학생이나 교수에 따라 다양한 지침들이 주어진다. 
  • 다음 2년은 ‘practice-based learning’시기로 학교수업과 임상실습이 함께 이루어지는 학습일정을 창안하였는데, 예를 들면 일주일마다 새로운임상표현 주제가 주어지는데 이에 대한 의학 및 정신-사회 이론수업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정 후에, 주제와 관련된 증례를 임상현장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실습일정을 편성하여 주어진 주제에 대한 이론과 실제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 마지막 2년은‘independent reflective learning’시기로서 전적으로 임상실습을 하게 되는데 총 10개의 임상실습모듈을 순환하면서 실습한다. 모든시기는 각각의 성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진행되며 종단적인 포트폴리오도 활용하고 있다. 

UNSW 모델의 특징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극대화한다는 일관된 목표 아래, 성과항목과 시기별학습방법 및 평가 등을 편성하고 시행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이러한 시기별-학생별-독립적-학생 주도적 교육과정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학습내용의 결손이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학교 당국은 교과목 바탕의 ‘content stream’ 그룹을 만들었는데 이들을 통하여 통합과정의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협의하며, 필수지식내용을 명확하게 적시한 교육과정 map을 web에 제시하고, 또한 매시기별로 학생평가에 이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기 타


캐나다에서는 일찍이 전문의사협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and Surgeons in Canada, RCPSC)에서 미래에 바람직한 의사의 역할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여 1996년도에 성과바탕의학교육이론을 근간으로 하는 7가지 CanMEDS roles을 제창하고 이 역할 틀로부터 RCPSC에 소속된 전문의의 공통역량을 규정하였는데 이는점차로 전문의뿐 아니라 전공의교육 및 학부교육의 교육과정에도적용되었으며, 2005년에 발표된 ‘CanMEDS 2005 framework’ 안의 의사역량항목들은 캐나다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교육과정의 성과목표 및 학교인증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7가지 CanMEDS역할은 ‘의료전문가(medical expert)’, ‘소통자’, ‘협력자’, ‘관리자’,‘보건증진자’, ‘학자’ 및 ‘직업전문성’이며 각 역할에는 핵심 성과항목과 세부역량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들을 학부의 의학교육 및학생평가뿐 아니라 의사면허시험, 전문의 및 가정의 자격시험의 평가목표 및 의사평생학습 프로그램에도 적용을 함으로써 캐나다의대 학부교육-졸업 후 전공의 교육-평생교육 등 캐나다 의사인력전체 교육체계의 성과지표로 활용되고 있다(Frank &Danoff, 2007).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이후에 역내 고등교육 발전과 학위통합을 목표로 한 ‘볼로냐 선언’을 지원하고 고등교육 분야의 조화를 증진할목적으로 핵심 공통역량을 도출하기 위한 ‘Tuning Project’가 2000년도에 시작되었다. 2004년도부터는 의학교육 분야의 실무위원회활동이 시작되어 현재 두 단계의 환자진료와 관련된 성과체계 및이와 별도로 ‘Medical Professionalism’ 성과체계를 제시하고 있다(Tuning Project-Medicine, 2013). ‘수준-1’의 성과는 ‘환자진찰’ ‘환자평가’, ‘응급진료’, ‘약 처방’, ‘임상술기’, 의사소통‘, ‘윤리-법’, 정신-사회적 평가’, ‘근거바탕진로’, ‘정보활용’, ‘진료와 연구에 과학적용’,‘인구-보건’ 등 12개 주요 분야의 역량이며 각 역량항목에 다시 ‘수준-2’의 세부성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Medical Professionalism’성과체계는 ‘태도’, ‘업무’, ‘doctor as a expert’, ‘global doctor’등 4영역과 각 영역에서의 세부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내용들은 역내 의과대학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개발, 교수-학습수행, 학생평가 등에 성과항목으로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Cumming& Ross, 2007).



결 론


의생명과학과 의료영역의 비약적인 발전과 환경의 변화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전통적인 의학과목과 연계된 학문중심 풍토로부터, 보다 실용성을 띤 ‘졸업 시 성과’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개발, 교수개발과 이에 맞는 교수-학습법 실행 및 평가 등을 통하여의학교육 전반에서의 개혁을 이끌었다(Harden, 2002). 이러한 성과바탕의학교육을 선도했던 영미권의 5개 의과대학들의 교육과정개발과 그 내용을 살펴볼 때, 각 학교와 해당 국가의 의료제도나 환경의 차이에 기인한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었으나, 다른 한편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졸업성과로서 진료역량 외에 의사소통, 관리능력,평생학습자질을 포함한 자기계발, 사회책무성, 전문직의식 등 미래지향적이고 다양한 의사의 역할을 포함하고자 하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 선구자 역할을 했던 영국의 던디대학을 비롯한 스코틀랜드 5개 의과대학 협력작업의 결과인 ‘Scottish Doctor’와 미국 브라운의과대학의 성과바탕교육과정 모델은 각기 성과의 구조, 내용 기술 및 실행 동력 면에서 독특한 체계를 창안하였으며 
  • 후발주자인영국의 쉐필드 의과대학과 미국의 인디아나 의과대학의 성과바탕교육과정 개발은 각기 이전의 모델을 바탕으로 보다 간편하고 실용적인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 호주의UNSW 모델은 그 어느 학교보다 학생주도의 성격이 강한 성과바탕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편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국가적 수준에서 성과바탕교육과정이 개발되고 운영되도록 강제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미국은 아직 학교 단위의 자발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졸업성과의 도출작업은 대부분 유사한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나 이후 교육과정 안에 실제 적용하는 단계에서는대부분의 성과가 정해진 수준과 단계에 배치되고 이에 따른 교수-학습 및 평가활동이 완벽한 매트릭스로 적용되어 있는 경우부터,부분적인 적용구조에 머문 경우까지 다양했으며, 또한 지식 기반의 학문내용의 충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부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이 글에서 다룬 학교의 모델뿐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일것이다(Gruppen, 2012). 하지만 성과바탕교육과정 개발은 실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수-학습자 모두에게 학습목표를 보다명확하게 제시하고, 성인교육이론에 보다 합당한 개별성취지향적인 학습의 유연성을 부여하며,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평가를가능하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동안은 교육과정 개혁을 하는 세계 어느 의과대학이건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성과바탕교육과정’의 핵심 가치와 실행요소들을 포함하는 방향으로전개될 것이다.





In medicine, rapid changes in information, technology, socio-economic interests, and globalization affect the

medical education focused on the competencies of doctors, and the number of medical schools that are adopting

an outcome-based curriculum (OBC) is increasing worldwide. This paper introduces the OBC model of 5

trailblazing medical schools from the UK, US, and Australia, comparing their unique features, followed by brief

comment about Canada and the EU as well. On developing an OBC, the process of establishing the top outcomes

for graduates is similar and the outcomes comprise knowledge, skills, and attitudes about science, patients,

colleagues, society, and themselves. Implementing the outcomes down into the sub-levels of the curriculum

is much more complicated and time-consuming. Assessing the achievement of every outcome is essential

and requires the use of many tools in addition to the traditional written examin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adult learning theory, self-directed learning, team-learning, and individual and flexible achievement are tested

and executed in an OBC. The gradual expansion and further innovation of an OBC is expected so that tomorrow’s

doctors will be able to meet the challenges of the future.


Keywords: Education, Medical, Undergraduate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절차에 대한 고찰

An Outcome-Based Approach in Medical Curriculum Development

안재희·양은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Jae Hee Ahn · Eunbae B. Yang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1910년 Abram Flexner의 미국 의학교육의 개혁이 시작된 이후지난 100년 이상 동안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학문성을 강조하는학문중심교육과정이 21세기 의학교육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는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교육에서도 학문중심보다는 교육의 실용성을 강조하게 되었고, 교육의 궁극적인결과 또는 성과를 강조하는 패러다임이 의학교육의 새로운 변화의축이 되고 있다. 미국의과대학협의회의 학술대회, 유럽의학교육학회, 아시아의학교육학회 등에서 성과중심교육과정에 대한 학술적논의와 의과대학에서의 개발과 적용 사례들이 공개되고 있다(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1998; Rhee &Park, 2012;Smith &Dollase, 1999).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성과중심교육에대한 관심은 재단법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2012년 2월에 “Post2주기 의과대학 평가인증기준”을 발표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이 평가기준은 모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졸업생들이보여주어야 하는 성과를 분명하게 기술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체계적으로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성과중심의학교육은 모든 의학교육기관의 일차적 관심이 되었다.


교육적 상황에서 성과는 어떤 사람이 정해진 과정을 이수하는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학습의 궁극적인 결과를 실연하는 것으로 정의된다(Davis, 2003). 성과중심교육은 학생들이졸업시점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결과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은 교육의 과정(process)보다는 결과(product)를 강조하고(Harden et al., 1999a),무엇을 알고 있는가(what to know)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what to do)와 어떻게 하느냐(how to do)를 강조한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은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 학습자들이 달성해야 하는 최종 성과(exit outcome)를 중심으로 학습자의 역량개발을 교육과정의 핵심에 두기 때문에 성과중심교육과정 또는 역량중심교육과정이라는 용어가 혼용해서 사용되기도 한다(Cumming &Ross, 2008). Spady(1988)가 언급했듯이 성과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는 것은학생들이 수업을 마칠 때 보여야 하는 최종 성과들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계통중심이나 과목중심의 전통적 교육과정 개발절차와는 다르다.가장 먼저 교육과정이 끝나면 달성해야 하는 교육적 성과들이 구체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그 성과는 교육과정의 목표뿐만 아니라학년별 교육목표, 개별 과목의 학습목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이 성과에 잘 도달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지표로 제시되어야 한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은 전통적인 교육과정과는 전제와 출발점이다르다. 예를 들어, 전통적 교육과정에서는 정형화된 시간의 틀 속에서 학습목표들이 다루어진 반면, 성과중심교육과정에서는 정형화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시간적 융통성을 갖고 학습자들의완전학습과 학습의 개별화를 추구한다. 평가체제 또한 상대평가보다는 평가의 준거에 기반한 절대평가가 핵심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중심교육과정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성과중심교육과 관련한 선행 연구들은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직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역량모델링연구가많으며(Choi, 2002; Kim, 2001; Ministry of Public Administrationand Security, 2008; Yoon, 1998), 대학에 적용된 연구들(Chae, 2009;Kang &Lee, 2003; Lee, 2002; Oh, 2012; Park, 2004) 역시 성과중심또는 역량중심교육과정의 필요성 및 의미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많았다. 외국의 경우에도 도출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소개하는연구들이 많았다(Davis et al., 2007; Frank &Danoff, 2007). 따라서 현존하는 교육과정을 성과중심교육과정으로 전환하려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각 단계마다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추출된 교육성과들을 실제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개발방법론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교육과정을 성과중심교육과정으로전환,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방법론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와 실제 장면에서의 적절한 적용이 병행되어야 한다. 방법론에대한 몰이해는 실천에서의 오류를 초래할 것이고 실천이 결여된 이론은 현장적용에 필요한 구체성을 제공할 수 없다(Lee, 2002). 이와같은 배경에서 이 연구는 의과대학들이 성과중심으로 교육과정을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개발절차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접근법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하나의 정형화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방법은 각 대학의 교육목적과 대학문화, 성과의 활용방법과 범위 및 대학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들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othwell &Lindholm(1999)는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 첫째는 다른 대학이나 조직에서 규정한 특정 성과와 역량들을 빌려서 사용하는 모방적 접근법(borrowed appro ach), 
    • 둘째는 다른 대학이나 조직에서 규정한 성과역량을 모방하되, 대학이나 조직문화에 수정 보완하는 모방맞춤법(borrowed and tailed approach), 
    • 셋째는 대학이 독자적으로 각 대학에 맞는 성과와 역량을 도출하는 맞춤법(tailed approach)이다. 

그러나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대규모 조사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맞춤법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용되고, 성과와 역량을 타당화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차원의 대규모 조사연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의과대학의 경우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영역과 이를 위해 졸업생들 갖추어야 하는 역량들이 대학마다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의 출발은 대부분은 모방적 접근법이 채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모방적 접근법을 통한 성과 및 역량개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의학교육기관에 따라 대학설립의 목표, 고유한 미션과 비전을 갖고있고, 대학의 특성화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따라서 졸업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와 역량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전략은 모방맞춤법이 채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Briscoe &Hall(1999)은 현존하는 성과 및 역량개발접근법을 Rothwell &Lindholm(1999)과는 다른 관점에서 연구기반접근법(research-basedapproach), 전략기반접근법(strategy-based appro ach), 가치기반접근법(values-based approach)으로 구분하였다. 

    • 연구기반접근법은 행동연구법으로 실무현장에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사람들을 면담하고, 이들이 높은 성과를 나태는 핵심요소 또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행동사건면담법(behavioral event interview)의 일차적인 목적은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사람과일반적인 성과를 보이는 사람을 구별하는 데 일차적인 관심이 있다.이러한 연구기반접근법의 결과는 보통 4-8개의 핵심역량, 12-24개의 이차역량 및 50-100개의 행동지표로 개발된다. 
    • 전략기반접근법은 성과와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 대학의 미래지향적인 전략적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접근법은 현재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는 기술이나 태도이지만 미래에는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여 성과와 역량으로 정의한다. 전략기반접근법은 새로운 기술이나 역량의 학습에 초점을 둔다. 
    • 마지막으로 가치기반접근법은 성과와 역량이 일차적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관련되어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정직, 타인에 대한 배려, 협동정신 등 조직이 우선시하는 가치이고, 이러한 가치들의 안정성, 지속성을 중요한 성과와 역량으로 보는 경우이다. 이러한 가치기반접근법은 성과를 도출하는 측면에서 강한 동기를 제공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성과와 역량을 개념화하여 교육과정으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들이 실제적인 교육과정 개발모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접근방법을 채택하든지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개발모형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되어온 이론적모델은 R. W. Tyler의 목표중심모형이다. 이 모형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요구분석, 목표설정, 목표달성을 위한 경험의 선정, 경험의 조직과 목표의 평가 등의 단계를 갖는다. 국내외 많은 의과대학들이 기본적으로 이러한 모형에 기초하여 교과목중심의 학문중심교육과정, 통합중심교육, 문제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적용하여 왔다.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모형은 졸업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의 개발 및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역량의 개발로 시작한다. 영국의 던디 의과대학은 이것을 “The design down process”로 개념화하였다(Harden, 2007). 이러한 성과중심교육과정모델은 이후 브라운 의과대학(Brown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인디아나 의과대학(Indiana University), 사하라 의과대학(Sahara University),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의과대학(New South Wales University) 등에서 채택되었다.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단계


성과중심교육과정은 졸업생들의 성과에 주목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을 교육내용 또는 학습경험으로 다룬다. 그러므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기반한 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의 성과를 측정했던전통적인 교육과정 개발작업과는 매우 다르다(Kim et al., 2010).Table 1은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단계를 전통적인 교육과정 개발단계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단계를 더 세분화하거나 단순화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단계를정리한 것임을 밝혀 둔다.





1. 직무 및 고성과자 특성분석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교육과정 개발과 관련된 요인들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의사직무에 대한 기초 정보, 우수성과에 대한 기대치,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의사의 행동사례,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 등에 대한 직무 및 고성과자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Foster (1998)는 직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체계적 과정을 직무분석(job analysis)이라고 하였다. 성과중심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직무분석을 진행하는 이유는 단순히 의사의 직무절차나 단계, 구성요소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성과를 증대(performance improvement)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작업들을 분석해 교육과정 개발에 기초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 분야에서 우수한 직무성과는 무엇인지, 우수한 성과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들의직무수행역량에 초점을 두어 그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지식, 술기, 태도 그리고 개인의 특성, 동기 등 심층적인 요소를 확인한다. 이러한 우수성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정의하는 것은 해당 직무의 역량을 도출하는 기준을 수립하는 데매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하지만 고성과자 및 우수한 성과에 대한 정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교육 내외적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학교육에 영향을 주는 내외적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 교육과정 개발의 필요성과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교육과정에영향을 주는 내적 환경으로는 대학의 설립이념 및 인재상, 학습자의 특성, 교육에 대한 교수의 열의 및 교수트랙제도, 졸업생들의 진로, 대학의 시설 및 예산 등이 있다. 대학의 설립이념 및 인재상은대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많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 또한 성과중심교육과정은 학습자의 교육성과달성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특성 및 능력과 교육적 요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는 그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적성검사, 진로조사, 졸업설문조사, 학업성취도검사 자료 등을 활용하거나 학년별로 포커스 집단을 구성해 그들과 직접면담을통해 자료를 조사할 수 있다. 
  • 한편, 외적 환경으로는 의사의 인력수급 동향, 의료계의 주요 이슈, 국가의 의료정책의 방향 등을 분석할수 있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이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에서 최근 또는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규명하고 중요성이 감소되는 능력을교육과정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의학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있다고 할 때, 현재 각 대학이 직면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내적 환경분석만으로는 미래에 예상되는 요구를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을 둘러싼 외적 환경분석을 통해 변화하는 의료환경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추출할 수있을 것이다.



2. 성과와 역량개발


성과와 역량을 설정하는 것은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의 가장핵심이 되는 단계이다. 모방적 접근법이든 맞춤접근법을 사용하는경우이든 대개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비교적 단시간에 대학이추구하는 성과와 역량을 개발했다고 하더라고 일차로 개발된 성과와 역량을 타당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Harden et al. (1999b)은 가장 먼저 의과대학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 보여주어야 하는 졸업성과(exit outcome)를 개발해야 하고,졸업성과에 기초하여 특정 시기(phase outcome), 과정(course outcome)또는 수업별(lesson outcome)로 성과를 세분화하여 규정할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시기별 또는 과정별로 세분화한다는 것은 졸업성과가 어느 순간에 갑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졸업성과의 성취수준을 구분하여 단계화하거나 졸업성과를 세분화하여 그것을 특정 시기까지 달성하도록 규정하는 것을의미한다. 

  • 시기별 성과는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구조에 따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데, 학년별로 성과를 규정하거나, 기초의학, 임상의학 및 임상실습시기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단위과정별 성과는 대부분 특정 교과목의 성과를 의미하는데, 해부학, 생화학 등의성과로 표현되거나, 통합과목의 경우에는 순환계통, 호흡계통, 내분비계통 등에서의 성과를 의미한다.
  • 과정별 성과는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 과목의 목표로 표현되었던 부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이를 과목을 종료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의 개념으로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수업성과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  수업은 의도된 학습성과들이 성취되도록 어떤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할 수 있으며 수업이 끝날때 학생들이 달성해야 하는 성과를 중심으로 수업이 조직되어야한다.


이러한 성과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성과수행역량을 갖고 있어야한다. 역량은 성과달성을 위해 학생들이 습득해야 하는 지식, 술기,태도 등 총체적인 행동특성이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행동지표(behavior indicator)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실제 조사된 의사들의 행동사례를 중심으로 고성과 의사들이 보여주는 일관된 행동특성이나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지식, 술기, 태도 등의 구성요소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된다. 역량을 지식, 술기, 태도와 같은 핵심요소로 파악하면 미래 상황에서의 업무의 성격과 수행행동의 유형이 분명해지고 역량의 개발, 측정, 평가에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되는 행동지표를 창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Lee, 2002). Table 2는 성과와역량을 추출하고 그에 대한 정의와 구체적인 행동지표로 작성할 때활용할 수 있는 예이다. 성과명을 작성할 때는 기억하기 쉽게 최대한 짧게 명명하는 것이 좋다. 성과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도 이해하고 기업하기 쉽게 작성하며 해당 조직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좋으며 핵심역량과 일관성을 갖는 것이 좋다. 역량 역시 성과의 정의와 일관성을 갖고 구체적인 행동지표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Ministry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Security. 2008).





성과와 역량을 도출할 때 데이컴(developing a curriculum), 유관관계 도표작성법(affinity diagraming) 및 중대사건 면담법(critical incident interview) 등을 활용할 수 있다. 

  • 데이컴은 직무분석방법중 하나로 특정한 직책이나 직업 분야에서 수행해야 할 작업의 내용과 필요한 능력을 파악하여 해당능력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방법이다(Norton, 1997). 가령, 데이컴 분석가와 의료 분야의 최고 업무수행자들이 워크숍과 설문방법을 통해 그들이 의사로서 실제로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분석, 도출하고 해당 과제수행에 필요한 지식, 술기, 태도를 추출한다. 
  • 유관관계 도표작성법은 처음 출발점을 해당 역할에서 바람직하게 내야 하는 결과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시작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데이컴방법과 거의 거의 유사하다(Lee &Chung, 2001). 고성과를 보이는 의사나 교수들을 대상으로 자유로이 브레인스토밍을 하여 바람직한 의사로서 갖추어야 하는 직무성과를 도출해내게 하고 도출된 직무성과들을유목화한 후 중요도에 따라 5개 내외의 필요 역량을 선정하여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 중대사건 면담법은 데이컴이나 유관관계 도표작성에서는 도출되지 않은 업무수행과 관련된 환경적이고 상황적인맥락을 점검하는데 유용하다. 직무수행자들을 대상으로 직무를가장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을 때와 실패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어가장 많이 언급되는 공통된 내용을 성과와 역량으로 도출하는 것이다(Kim et al., 2010).


성과와 역량이 추출되었다면, 추가적으로 타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위에서 논의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사용하여 성과와 역량이 도출되었다고 하더라고 대부분 전문가 그룹이나 제한된표본을 대상으로 도출된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도출된 성과와 역량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좀 더 확장된 표본이나 실제 의사업무를 수행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실시할 수 있다. 설문조사대상자로는 해당 직무의 다른 수행자, 상사, 외부전문가 등이며 이들로부터 추출된 성과와 역량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일차로 개발된 성과와 역량을 타당화한다. 브라운 의과대학 역시 1차로 추출된 성과 및 역량을 타당화하기 위해 전체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바 있다(Smith &Dollas, 1999).


성과와 역량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교육과정 안에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진입하는 모든 분야를 포괄할 수있는 성과와 역량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 의과대학마다 추구하는 교육목표 및 인재상 등을 고려해 도출된 성과와 역량 중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다른 의과대학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성과와 역량들 간에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성과와 역량을 정의해야 하는데 이때‘어느 정도로 구체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성과와 역량이 높은 수준의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으면 구성원들 간에 논의가 용이하지만 실제 수업장면에서 교수자, 학습자, 평가자들 간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McNeir, 1993). 반면에 지나치게 성과와 역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에는 성과와 역량 수가 많아지고 제한된 내용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교과내용에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지 분명한 것은 기억하고 이해하기 쉬운 틀을 제공하는 구조는 성과들 간 비교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던디 의과대학은 최종 성과를 건강과 질병, 개인과 대중 모두와 관련된 과제의 수행, 과제에 대한 접근, 개인계발 및프로페셔널리즘 등 세 개의 영역으로 단순화했다. 이 성과모형은의사로 일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에 대한 적절한 접근방식과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분명히 제시한다고 하겠다.



3. 성취수준과 평가방법


성과와 역량이 최종적으로 선정되면 성과의 성취수준을 결정한다. 성과중심교육에서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수행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성과 혹은 역량의 기준들이 명료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Hardenet al., 1999a). 성과의 성취수준은 학생들의 성과달성을 평가할 때어떻게 어떤 준거로 평가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틀이 된다는 점에서매우 중요하다. 성과의 성취수준을 조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행위기준평정척도(behaviorally anchored rating scales)와 행위관찰척도(behavioral observation scales)이다

  • 행위기준평정척도는 역량발휘의 다양한 행동사례를 가지고 고성과자의 우수 행동과 초보자의 미숙한 행동을 행동수준별로 구분해 제시하는 형태의 척도이다. 
  • 행위관찰척도는 고성과자가 발휘하는 바람직한 대표행동을 역량별로 제시하는형태의 척도이다. 보통 3-6개의 대표행동을 제시하는데 각 행동에대해 피평가자가 실제로 보여주는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점수로 매기고 그 평균값을 통해 역량수준을 파악한다(Ministry of PublicAdministration and Security, 2008).


Table 3에 제시된 것처럼 성과와 역량의 성취수준을 구분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Miller (1990)가 제안한 피라미드모형을 사용하는것이다. 이 모형은 비교적 지식의 습득에서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성취수준을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음의 Table 3은 Miller가 제안한 성과와 역량의 성취수준단계를 나타낸 것이다. Miller가제안한 성취수준 평가모델은 성과 및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그것은 성과 또는 역량이 지식, 술기 및 태도의 종합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행동특성으로 기술되기 때문이다.이러한 비판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의 교육적 상황에서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는데 이 모델은 상당한 유용성을 갖는다.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상당 부분 지식의습득, 지식의 응용, 지식의 적용 등으로 구분되는 학년별 단계적 교육모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과 역량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순간갑작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단계를 통해 발달된다고 보는 견해 때문이다.





한편, Table 4에 제시된 것처럼 성과와 역량의 성취수준을 설정하고 평가하는 방법으로 Dreyfus (1981)가 제안한 5단계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 모델은 Miller가 제안한 4단계 모델의 마지막 단계인 ‘Does’의 수행형태를 초보자부터 전문가 단계까지 분류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Table 4와 같다. 이 모델은 성과와 역량의 성취수준을 판단하는데 비교적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1-2학년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는 의학지식교육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과 의과대학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서 전문가 수준의 성과와 역량을 보여주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 즉, 의사들이의료서비스 현장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 또는 역량은 의과대학졸업시점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4-5년의 졸업 후 수련교육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실제로 의과대학에서의 성취수준은 1단계 또는 2단계의 수준에서 활용됨으로써 학생들의 역량을 잘 구분해 주지 못하는 단점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Harden et al. (1999a)이 제안한 성과와 역량 성취수준의 판단준거는 비록 임상상황에서의 의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술기와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효용성이 뛰어나다. Table 5에 제시된것처럼 그는 의사들이 수행하는 임상술기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보여주는 성취수준을 여섯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성과와 역량의 성취수준을 결정하는 방법이 결정되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성취수준을 평가하는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많은 의과대학들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사지선다 또는 오지선다의 객관식시험이 대부분이다. 임상실습과정에서도 학생들의 태도, 술기 및 태도 수행 정도를 객관구조화진료시험(objective structured ex amination)이나 임상수행평가시험(clinical performance exami nation)을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지필시험 비중 또한 높게 반영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과 및 역량중심교육에서 학생들의 역량 도달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객관식 시험으로 충분하지 않다. 각각의 성과와 역량별로 최적의 평가방법이 선택되어야 한다. 이미 이러한 평가방법은 많이 개발되어 있기에 여기서 자세하게 다루지는않겠지만, 미국 졸업후수련교육인증위원회, 스코틀랜드 의과대학협회에서 발간한 성과 및 역량중심교육과정 사례를 살펴보면 성과또는 역량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임상행동직접관찰(direct observation clinical exam), 포트폴리오(portfolio), 객관구조화진료시험, 임상수행평가, 모의환자 기반시험(simulated patients-based test), 간편임상평가실습(mini-clinical evaluation exercise) 등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4. 성과, 역량의 교육과정 맵핑


졸업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성과 또는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기위해 졸업시점에 갖추어야 하는 역량을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할것인가는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만약 기존의 교육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롭게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면 비교적 성과 및 역량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간단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오랜 전통을 갖고 확고한자리를 잡고 있으면, 개별 교과목들의 목표와 내용들이 잘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의과대학 교육과정도 어떤 형태로든지 성과 또는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역량의 맵핑이라는 방법이 더 타당한 접근법이 된다. Table 6에 제시된 것처럼 성과 또는 역량을 교육과정과 맵핑한다는 것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에 편재된 교과목을 대상으로 교과목을 운영하는 책임교수나 강의담당교수가 개발 가능한성과와 역량을 체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개발 가능한 역량을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억지로 교과목을 성과 및 역량과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맵핑을 해보면 어떤 과목은 개발 가능한 성과 및 역량이 여러 개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교과목은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없을 수도 있다. 1차 맵핑결과 역량개발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교과목들은 수업방법 등을 개선해 2차 역량 맵핑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과 및 역량 맵핑이 완성되면 기존 교과목의운영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또한 두 차례의 맵핑을 통해서도 특정 성과 및 역량은 기존 교과목을 통해서 개발될 여지가 없는경우가 있다. Winchester-Seeto &Bosanquet (2009)의 연구를 보면전공 분야의 지식과 기술, 비판적 사고, 분석적 사고, 통합적 사고,문제해결 및 연구역량, 의사소통 등의 역량들은 개발 가능한 반면사회적 책무성, 윤리적·참여적 시민의식, 평생학습태도, 창의와 혁신, 직업적·개인적 판단력 및 주도력 등은 상대적으로 교육과정에잘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교과목을 통해서 개발될 여지가없는 성과 및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




5. 교육과정 체계화


성과 및 역량 맵핑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체계를 확립하고 실질적인 교육과정운영에 필요한 교과목 프로파일과 보강교육시스템등을 개발한다. Table 7에 제시되어 있듯이 가장 먼저 역량 맵핑을바탕으로 역량개발에 필요한 교과목(기존 교과목을 포함해 신규로 개설될 교과목 및 프로그램 포함)을 확정한 후, 학년, 수준에 따라 분류하여 체계화한다. 한 학년에서 모든 성과와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학년(혹은 기초의학교육단계, 임상교육단계, 임상실습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핵심역량과 교육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모든 교과목에 대한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프로파일에 포함될 내용으로는 

    • 첫째, 그 교과목을 통해 개발 가능한 성과와성취수준을 기록한다. 
    • 둘째, 해당 교과목을 이수함으로써 학생들이 얻게 되는 역량을 관찰 가능한 용어로 기술한다.
    • 셋째, 해당 교과목에서 다루어야 하는 교육내용에 관한 간단한 개요를 진술한다. 
    • 넷째, 해당 교과목을 이수해야 할 교육대상자를 제시한다.
    • 다섯째, 해당 교과목을 위한 주요 교수학습방법을 기록한다. 
    • 여섯째, 해당 교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사전에 알아야 할 지식, 술기, 도구 등에 관한 내용을 기술한다. 
    • 일곱째, 학생들의 수행평가방식을 기술한다.


교과목에 대한 프로파일의 항목은 대학의 실정에 맞게 수정가능하나 일곱 번째 항목인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방식은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Ben-David (1999)는 성과와 수행평가가 두 측면에서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언급하였다. 

  • 첫째,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학생 평가절차들이 학습성과를 반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과는 교육과정의 각 시기별(phase),과정별(course), 각 과정의 세부 수업내용과 교수방법(teaching methods)등과 연결되어야 하고 커리큘럼의 각 단계(시기별, 과정별,수업별)에서 평가구조로 활용되어야 한다(Harden &Gleeson, 1979;Harden et al., 1999a). 
  • 둘째, 학생들은 평가방법에 제시되어 있는 학습을 경험해야 한다. 이것은 학생들이 학습성과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들이 구체적인 성과의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된 기준들과 적용된 평가방법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자신이 해당 성과를 성취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던디 의과대학은 성과중심교육과정을 실행하기 위해학습 가이드(study guide)를 제작하였는데 학습 가이드에는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 수업성과를 포함한 과정(course)에 대한 안내, 활용할 수 있는 학습기회들, 시간표 그리고 평가절차들이 포함되어있다(University of Dundee, 2012). 이 학습 가이드를 통해 학생들은 최종 성과에 도달하는 방향으로 그들 자신의 과정을 평가할 수있다.


또한 수행평가결과에 기반해 성과의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재교육 혹은 보강교육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이는 학생들 간의 줄 세우기가 중요한 평가의 척도가 아니라 성과그 자체의 달성이 평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평가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과 프로그램 제공을 교육과정 개발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단계에서 의과대학은 학생들의 수행과정을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전문가적 성장과 학습성과의 도달여부를 모니터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같이 분명한 성과, 평가 피드백, 학생의 자기평가는 성과중심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 및 교과목 개발을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최종 성과를 기반으로 시기별, 과정별, 수업별단계의 교육목표들이 계열화되는 성과기반 디자인 계열(outcome based design sequence)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Spady, 1988).



성과중심교육과정 운영계획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성과중심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부분이다. 새로 개발된 성과중심교육과정이 사회적 요구와 학습자의 요구에 알맞은 것인지, 교육과정의최종 성과, 시기별 성과 그리고 학습성과가 개별수업에 반영되어 있는지, 교육목표와 졸업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교육내용은 적절한지, 학습자료의 내용과 조직은 타당한지 등에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평가하는 교수자의 능력은 향상되었는지, 그들을 위한 교수개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성과중심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수자의 열의와 교육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성과와 역량의 개념을 충실히 이해하고 평가에 필요한 지식과 술기들을 반복 숙달할 필요가 있다. 교수개발의 교육내용으로는 성과와 역량의정의 및 구조의 활용, 행동관찰 및 기록요령, 행동지표의 분류 및 평정요령, 평가결과의 조정과 통합 등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성과중심교육을 개발할 때는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소수 몇 사람들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조직, 교수집단, 그리고학생 등 교육과정과 관련된 조직 및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업 단위별 수행평가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고 대학차원에서 교육과정 운영 전반을 평가할 수 있는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때 “모든 교육 관련자들에게 성과들이 분명하고 명료하게 소통되고 있는가?”, “학생들이 성과를 성취하는데 제공된 학습 경험들은 적절한가?”, “학생들은 단계마다제시되어 있는 성과들을 성취했는가?”, “수행능력이 낮은 학생들,즉 요구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적절한 피드백을 받는가?” 등과 같은 항목을 고려해 볼 수 있다(Harden et al.,1999a). 이러한 부분들이 체계적, 장기적으로 평가되면 교육의 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본 연구의 목적은 각 개별 의과대학이 성과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개발절차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과 관련된 선행연구 및 개발모형, 사례분석을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5단계의 개발절차를 제시하였다. 

  • 첫 번째 단계는 의사직무에 대한 기초정보, 우수성과에 대한 기대치,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의사의 행동사례 등의 분석을 통해 직무 및 고성과자의 특성을 추출한다. 
  • 두 번째 단계는 데이컴, 유관관계 도표작성법 및 중대사건 면담법 등을 활용해 성과와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타당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 세 번째 단계는 학생들의 성과달성을 어떤 준거로 평가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성과의성취수준과 학생들의 수행을 평가하는 평가방법을 결정한다. 
  • 네번째 단계는 과목책임교수나 강의담당교수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교과목을 대상으로 개발 가능한 성과와 역량을 체크하는 맵핑작업을 진행한다. 
  • 다섯 번째 단계는 성과 및 역량 맵핑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체계를 확립하고 실질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과목 프로파일과 보강교육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마지막으로 이과정은 개발과정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으나 대학차원에서 교육과정 운영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교육과정개발자들이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제언하면서 본 연구의 결론을맺고자 한다.


첫째, 추출된 성과 및 역량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이 합의, 공유할수 있도록 공식적, 비공식적 회의나 모임을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과정에는 대학내부 관계자들의 저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항은 교수집단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과 행정적인 프로세스를처리하는 행정직원들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많은 교수들과 의사소통할 필요가 있으며학생들을 전문가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둘째, 교육과정 개발계획 시 교육과정으로 개발 가능한 역량과 절대적 중요도, 상대적 우선순위가 높은 역량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실적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성과 및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대학마다 시간, 비용, 자원의 가용성 여부, 필요수준과 현재수준 간의 간극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41개 의과대학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동일한 교육체계를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을고려하여 대학마다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방법론에 대한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적용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과중심교육과정 개발절차에 정형화된 한 가지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대학의 상황을 고려해 실천적 유연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성과중심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어떤 내용의 성과 및 역량을 개발할 것인가와 더불어 어떤 수준으로 개발할 것인가를 교육과정 개발단계에서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성과 및 역량마다 각 의과대학이 최종 목표로 정하는 수준에 따라 최고 숙달수준을 3단계로 혹은 5단계로 결정할 수 있다. 성과 및 역량의 최고성취수준은 대학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여러 수준으로 나누면 수준 간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다섯째, 성과중심교육과정은 개별화된 교수-학습유형 및 지원체계가 수립되어야 하나 실제로 개인별 맞춤식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은 현재 의과대학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학차원에서 교과목이나 임상실습을 통해 제공해 줄 수 있는 학습경험을 먼저 수립한 후 대학 선후배 간의 멘토-멘티 학습프로그램, 온라인 강의, 특성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수체계를 함께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앞서 교육과정 운영계획에서 언급했듯이 교육과정 개발,운영, 관리, 평가를 위한 시스템이 정기적으로 작동됨으로써 추출된 성과와 역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성과 및 역량 역시 의학교육환경이 변화되면 수정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따라서 한 번 확정된 역량모델을 고집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교육환경에맞추어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An outcome-based curriculum is perceived to be one alternative educational approach in medical education.

Nonetheless, it is difficult for curriculum developers to convert from traditional curriculum to an outcome-based

curriculum because research documenting its development process is rare. Therefore, this study aims to introduce

the development process and method of outcome-based curriculum. For the purpose of this study, we

used diverse data analyses, such as an existing literature search, development model analysis, and case analysis.

We identified five phases from the analysis. First, the curriculum developers analyze the physician’s job or a high

performer in a medical situation. Second, curriculum developers extract outcomes and competencies through

developing a curriculum, affinity diagraming, and critical incident interviews. Third, curriculum developers determine

the proficiency levels of each outcome and competency evaluation methods. Fourth, curriculum developers

conduct curriculum mapping with outcomes and competencies. Fifth, curriculum developers develop an

educational system. Also, it is important to develop an assessment system for the curriculum implementation in

the process of developing the outcome-based curriculum. An outcome-based curriculum influences all the

people concerned with education in a medical school including the professors, students, and administrative

staff members. Therefore, curriculum developers should consider not only performance assessment tools for

the students but also assessment indicators for checking curriculum implementation and managing curriculum

quality.

Keywords: Outcome-based curriculum, Competency, Curriculum development

제도적인 관점에서 본 성과중심교육

What is Outcome-Based Education?

김복기1·민상원2·윤우영3

광운대학교 1전자공학과·2전자통신공학과, 3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Bok Ki Kim1 · Sang Won Min2 · Woo Young Yoon3

Departments of 1Electronic Engineering and 2Electronic Telecommunication Engineering, Kwangwoon University, Seoul; 3Division of New Material Science and Engineering,

Korea University, Seoul, Korea





서 론

1. 국제적인 질 관리체계


고등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의 범위는 비록 서서히 진행되기는 하였지만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과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볼 때 과거의 고등교육은 엘리트 학생에 한해서만 문호를 개방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이고, 범세계적인 경제발전을 통하여 1960년대 초부터 보다 광범위하게 고등교육을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문호의 개방을 확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교육의 대중화’ 경향은 고등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질에대한 관심과 보다 질 높은 교육의 보장 측면에서 깊은 성찰을 하게되는 계기가 되었고, 고등교육의 대중화에 따른 보다 수준 높은 질관리(quality control)가 필요함을 공유하게 되었다(International Network for Quality Assurance Agencies in Higher Education,2003).


또한 교통, 통신기술 분야의 급속한 기술발달로 인하여 세계가가까워지고 국가 간의 상호교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세부적으로 나아가 고등교육기관 수준에서 서로 다른 학위과정의 유형과 교육체계들이 학생과 졸업생(국제적인 인력교류의 대상인 의료 분야와 공학 분야를 포함한 전문분야 종사자)들이 국가 간(혹은 대학 간)에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교육체계(예를 들어, 교육수료기간, 교육과정, 교육방법 등)와 교육과정을 조화롭게 유지시킬 수있는지를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고등교육을 이수 중인 학생과 이수한 졸업생사이에 국제적 상호등가인정에 따른 국가 상호 간 학생 또는 졸업생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National Academyof Engineering, 2005;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and Development, 2005).


특히 이와 병행하여 작금의 최신 기술의 발전과 World Tourism Organization, 국가 상호 간 Free Trade Agreement의 확산을 통하여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개방과 인력의 국제적 이동으로 인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계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전문적인 인력의 국제적인 개방과 상호 이동은 전 세계 고등교육에 있어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인력교류에 있어 국제적인 상호등가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질 관리체계의 도입은 필수적인 사안이 된 것이다(Ministry of Commerce, Industry andEnergy, 2002;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2009a).


한편 이러한 현재의 고등교육 상황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양질의 인력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체계의 전반적인 구조와 운영을 급변하는 사회·기술적인 진보에 부합하게 변화하도록 강한 압력을 행사해 왔으며,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은 교육기관으로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대중화와 전문화에 대한 질 관리의 필요성과 국제화에 따른 상호인정체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기간 또는 전문(자격) 분야 교육프로그램(학위과정)에서 수행되고 있는 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한 개선 노력으로 최근 고등교육의 공적인 책무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가(개별 국가 단위, 다수의 국가가 모인 단위 또는 국토가 넓은 나라의 경우 이를 분할한 지역단위 등)에있는 고등교육(교육기관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외부 질 보장(external quality assurance)기관이 설립되게 되었다(International Network for Quality Assurance Agencies in Higher Education, 2003).


이러한 외부 질 보장기관은 주로 정부 또는 비정부 민간기관에의해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 또는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들의 질을 보장하는 고등교육기관 협의체 또는 해당 전문 분야의 다양한 이해당사자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설립된다. 이러한 인증기관의 가장 주요한 질 관리체계 유지를 위한 접근방식은 인증(accreditation)으로, 이 인증체계가 다양한 질 보장체계의 중심적인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국내 성과중심의 평가인증제


한편,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인 동향에 발맞추어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과 질 관리에 대한 책무성 강화를 위한 기존 대학협의체 중심의 대학종합평가(또는 학문분야평가)에서 ‘정부에서 인정한 인증기관(인정기관)’에 의한 평가·인증제(이하 인정제도)로 전환하고자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이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국가 차원의 질 보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며 의지라고 판단된다(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December 11, 2012; 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2008).


국가 차원에서 법령에 따라 준비된 인정제도의 틀은 2000년부터시작된 의학, 간호학, 공학, 건축학 등의 전문 분야의 프로그램 평가·인증기관(이하 인증기관) 활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인정의 요구, 인력의 이동성을 위한 국제적인 상호인정의 필요성,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 인력양성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다양한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Lee et al., 2011). 여기서 인정(혹은 인정제도)이란 우리나라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인증기관의 기본 적격성, 행·재정 역량, 평가·인증기준과 절차의 적절성 여부 등을 사전에 공표한 인정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인정기준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여, 이에 부합되게 인정판정이 부여되는 일련의 과정과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부여되는 일종의 지위를 의미하며 통상적인 인증과는 구분된다. 즉 인정이란 사전에 준비된 인정심사절차를통한 일련의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하여 인증기관에 부여되는 일종의 국가적인 지위(혹은 자격)를 의미하는 것이다.


2009년부터 국가 차원의 제도로서 이러한 인정제도를 도입하여교육기관과 교육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에 대한 책무성을강화하기 위하여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실제적인 업무를진행하였다(Kim, 2011; Oh et al., 2005). 이러한 인정제도 틀을 통하여 교육기관을 인증하는 인정기관을 지정하였으며, 의학, 공학,건축학, 경제학 분야 등의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증하는 프로그램 인증기관에 대하여 인정심사를 하기 시작하였으며, 몇몇 인증기관을 인정기관으로 지정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Science and Technology, 2009b, 2010).


세계적으로 볼 때 국가 차원의 인정제도는 사전에 마련된 인정기준과 인정절차에 따라 심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인정기관으로 지정하는 주체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정기관심의위원회가 그 주체이다. 이 인정기관심의위원회는 인증의 합목적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고, 인증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학문 분야(프로그램)별 인정심사의 공통사항으로 ‘학습성과중심의 평가인증제의확립’을 기본방침으로 정하였다(Lee et al., 2011). 특히 국제적 인력교류가 활발한 분야이거나 각종 국제협정에서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상호인정을 위한 학위 및 자격의 질 보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인 것이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전문 분야 교육에서는 학습성과(여기서는학생이 졸업시점에 갖추어야 하는 능력 등을 의미)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는 대학 나름의교육을 시켜온 전통적인 입장에서 선회하여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사용하는 수요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의저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수요자의 다양한 불만의 핵심은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이 비기술적인 능력(soft skills)을 포함하여 해당 분야의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 2003). 이러한 수요자의 요구사항은 인증기준의내용으로 반영되는데, 특히 프로그램(전문 분야) 인증에서는 성과중심교육(outcomes-based education)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학습성과와 관련된 인증기준에 반영되고 있다.




3. 제도적 차원의 성과중심교육


지금까지 국외와 국내의 고등교육과 관련하여 현황을 검토한 결과 고등교육의 질 보장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이를 위하여 인증이라는 방식이 바로 질 보장체계의 핵심 운영체계라는 사실을 논의하였다. 그렇다면 질 보장을 위한 인증제도체계를 적용하는 것이과연 의료 분야를 포함한 전문 분야의 인증기관과 교육프로그램의실질적인 운영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미칠 것인가? 다양한 변화 중에 핵심이 되는 사안이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성과중심의 교육체계를 도입하는 일일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최근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대학 차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성과중심교육을 포괄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교육적인 내용보다는 제도적인 측면을다룬다고 했는데, 이는 성과중심교육이 단지 교육프로그램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국가 차원의 질 관리방안과 연동하여 해당 전문 분야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 인증기관의 인증제도(인증기준, 인증절차를 포함한 인증제도의 운영),교육프로그램의 교육과정 운영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인증제도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증제도의 이해당사자 사이에 용어가 통일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용어정의에 대한 중요성에 대하여 먼저 논하고, 성과중심교육관련 용어를 정의할 것이다. 또한 성과중심교육의 국제적 경향과필요성에 대하여 논의하고, 성과중심교육체계와 성과중심교육의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학습성과에 대하여 제도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용어정의의 중요성 그리고 교육목표와 학습성과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질 관리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인증기관은, 인증기관의 인증정책, 인증기준, 인증절차와 인증 관련 매뉴얼 등에 포함되어 있는 핵심용어, 즉 인증제도 운영에 필수적인중요한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여 용어집으로 만들어 공개하여야 한다. 이는 인증에 사용하는 용어 중에 인증과 관련 없이 일반적인 보통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 교육목표학습성과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증기관이 발행하는 용어집에는 일반대중도 함께 사용하는 용어를 해당 인증기관의 인증제도에서 어떠한 의미로적용되는지를 명확히 밝혀 교육현장과 인증평가과정에서 혼란이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증용어의 정의와 공개는 인증기관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용어의 정의가 얼마나 필요한가와 관련되어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가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목표(educational objectives)와 학습성과(program outcomes)라는 용어에 대한 것이다. 이미 교육학에서는 오랜 역사와 연구를 거쳐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에 대한 명확한 의미와 정의가 세워져 있고, 일반대중들도 명확하지는 못하지만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에 대하여 어느정도의 포괄적인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인식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교육목표와 학습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교육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인증체계 틀에서 적용되는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의 정의와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Kim et al., 2012).


예를 들어 일반적인 교육에 대한 평가는 설정된 교육목표에 따라 제공되는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마친 학생의 성취한 내용이교육목표에 부합되게 달성했는가를 평가하는 일련의 논리적인 구조와 그에 입각한 실행적 달성이 중요한 사항이며, 그 핵심에 교육목표가 있다. 한편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인증평가에서의 교육목표는 그 기본개념은 동일하지만, 인증평가 관점에서는 인증과 관련된전체적인 교육의 질 보장체계의 유지와 지속적 개선을 포함하여 교수진, 시설재원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환경과 전반적인 교육인프라와 교육서비스가 총괄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증의 경우 해당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의 내용과 운영에 해당 전문분야 자격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요구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일반적 교육에 대한 평가에서도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절차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의 질 보장체계 유지와 그 연장선에 있는 전문 분야 자격과 연관되는 국가 차원의 제도와 연계되는 부분은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교육프로그램을 인증하는 인증기관의 핵심요소인 인증기준에서는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의 정의를 내릴 때 인증기관의 질보장체계에 대한 철학에 근거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 아닌 다소 ‘조작적’으로 교육목표와 학습성과 같은 용어를 정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목표에 대한 조작적 정의의 한 가지 예가 

  • “교육목표는 학생이 졸업한 후 2-3년 후에 달성하게되는 능력과 자질”
  • “학습성과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결과로졸업시점에 학생이 성취할 것으로 기대되는 결과로 능력, 지식, 기술, 품성 등”이라고 정의한 한 프로그램 인증기관의 예다(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 2012). 

이 인증기관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측면에서 교육목표와 학습성과는 기술하는 관점이 달성시점과 내용에서 다소 상이할 뿐이지, 사실 전체적인 틀 면에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교육목표와 학습성과 모두 행위동사(action verb)와 내용(contents)의 연결인 것으로, 해당시점에서 그 목표달성을 평가하여 그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수립되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목표와학습성과 사이의 명확한 의미적 구분을 위하여 대부분의 인증기관은 자신들의 인증체계에서만 적용되는 고유의 교육목표와 학습성과를 정의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 예로 들은 정의에서 교육목표와 학습성과는 다소 차이가있다

  • 학습성과 “학생이 졸업당시 갖추어야 할 지식, 기술, 능력등”이라고 볼 때, 그것은 판단의 시점상 목표의 설정, 교육내용, 목표달성 등의 모든 과정이 교육기관 내에서 평가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하여 교육품질을 유지하고 이의 개선을 지속한다는 의미가 있다. 
  • 한편 교육목표 “학생이 졸업한 후 2-3년 후에 달성하게 되는능력”이라고 볼 때, 학생이 졸업 후 실무현장에 나가서 이러한 교육목표에 따라 수립된 교육과정을 통하여 습득한 교육내용이 자기의업무와 경력 등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유용하고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를 교육프로그램의 개선에 적용한다는 점에 중점을두는 것이라는 것이다. 

달성을 확인하는 평가시점과 내용을 구분하고, 그 평가결과의 환류체계를 교육프로그램의 질 보장과 질 개선체계의 중요한 과정으로 삼은 것이다.



교육목표가 갖는 교육을 이수한 후 실무현장을 2-3년 정도 체험한 후에 교육을 바라본다는 의미학습성과가 갖는 졸업시점에서교육현장에 한정하여 교육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구분하겠다는 것이 해당 인증기관의 질 보장체계의 중요한 점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교육목표를 평가하는 과정에 특별히 졸업생과 졸업생을 고용한 산업체의 인사부서, 해당 분야의 자격면허를 부여하는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요구사항이 강하게 제시되는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들어 설명한 바와 같이 인증기관의 용어는 일반적인 용어와는 다르게 사용되므로 인증기관은 인증과 관련된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인증체계에서 매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성과중심교육의 두 관점과 학습성과


여기서는 성과중심교육을 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학습성과와 관련하여 살펴볼 것이다. 먼저 성과중심교육 혹은 줄여서 성과중심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 먼저 교육개시 전 목표를 설정하고, 반드시 이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교육개선에 활용하여, 교육프로그램의 지속적 개선을 추구하는 광의적인의미가 첫 번째이다. 즉 여기에서의 핵심은 개선에 있다. 또한 의학교육과 같은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의 경우, 
  • 해당 전문 분야 종사자의 전문능력의 입문수준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직에 종사하려는학생이 졸업시점에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을 의미하는 프로그램학습성과를 의미하는 협의적인 관점이 그 다음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바로 품질에 있다. 이러한 성과중심교육의 두 관점을 그 실행을 위한 체계로 표현하면 지속적 품질개선(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체계품질보장(quality assurance)체계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 두 체계의 운영이 교육프로그램의 성과중심교육체계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광의적인 관점의 지속적 품질개선교육체계 운영은 이러한 체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와 교육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순환루프(closed loop)’로 완성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체계의 운영을 위해서는 정량적 혹은 개량적(정성적인 것을 정량화한다는 의미) 측정이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에 대한 객관적, 합리적, 정기적이며 문서화된 평가(assessment and evaluation)가 있어야 한다. 즉, 목표달성 여부의 측정과 이의 활용을 통한 교육개선이 지속적 품질개선과 관련된 성과중심교육체계의 핵심사항인 것이다.


협의적인 관점의 품질보장체계의 운영은 사실 성과중심교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교육프로그램의 졸업생을 품질보장하는 데에는 일종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 기준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학습성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성과중심교육과 관련하여 다루는 용어 중에 영문과 그영문의 국문번역에 대하여 자주 혼동을 일으키는 용어를 정리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인증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영문의 ‘outcome’은 우리말로 학습성과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지 성과라고 번역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 프로그램 분야의인증에 적용되는 학습성과는 국외의 인증기준을 검토해 보면 ‘student learning outcomes,’ ‘graduate attributes,’ ‘program outcomes,’‘exit-level outcomes,’ ‘exit outcomes’로 기술되고 있으며,
  •  성과를 의미하는 ‘outcome’ 앞에 ‘program’과 ‘learning’ 등과 같은 별도의수식어가 붙는 것과 복수형(outcomes)으로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and Technology, 2012;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of Korea, 2012;Engineering Council of South Africa, 2012; International EngineeringAlliance, 2012). 

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성과와 구분하기위하여 ‘프로그램 학습성과’, ‘학생성과’, ‘학생역량’, ‘졸업생역량’등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만일 영문의 ‘outcome’을 학습성과로 번역하면 성과중심교육체계의 큰 축인 지속적 품질개선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영문의 outcome에 해당하는 용어는 ‘성과’로, 영문의 program outcomes에 해당하는 용어는 ‘학습성과(혹은 학생성과)’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국외의 경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학습성과는 그 명칭에 따라 인증평가에서 평가하는 관점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보인다. 예를 들어 ‘program outcomes’를 적용하는 인증기관의 인증평가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의 졸업생을 전체적으로 품질보장하는 체계의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student learning outcomes’를 적용하는 인증기관의 인증평가에서는 졸업생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품질을 보장하는 체계의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인증기준에 대한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인증기관의 인증평가와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에 매우 큰 차이를 부여한다.특히 학습성과 달성을 입증하는 부분을 교육프로그램 전체적으로보일 것이냐 아니면 학생 개별적으로 보일 것인가는 차이가 있기때문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선택이 단지 학습성과만을 고려한 선택이 아니라, 해당 인증기관의 인증철학, 인증기준, 인증절차 등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인 학습성과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은 학습성과에 있으며, 이러한 학습성과기준은 해당 인증기관의 인증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는 성과중심교육을 위한 인증기준의 국제적 동향, 학습성과의 도출과정과 인증기준과 관련된 제도적인 측면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이는 모든 전문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의료 분야 교육에도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1. 국제적인 인증기준의 방향


국제적으로 볼 때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인증기관이 질 보장체계 유지를 위해 운영하는 인증제도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므로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Council for Higher EducationAccreditation, 2011; European Association for Quality Assurancein Higher Education, 2005). 인증기관은 인증기준을 통하여 교육에 대한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당 전문 분야의교육프로그램의 변화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사명,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에 대한 명확한 정의,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정과 행정조직의 운영,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교과목의 개설, 학생에 대한 교육서비스의 제공, 특히 교육목표와 학습성과 평가과정을 통하여교육목표와 학습성과 달성을 평가하고, 교육의 질을 지속적으로개선시킬 수 있는 체계의 운영 등을 포함 다양한 내용을 요구하고있다(Kim &Lee, 2005; U.S. Department of Education, 2012).


특히 2000년 초반부터 전문 분야 프로그램 인증기관은 기존의 인증평가에 적용했던 투입중심의 인증기준에서 학생이 학위과정(교육프로그램)의 이수를 통하여 배양하게 되는(해당 전문 분야의진출을 위한) 지식, 기술, 능력, 품성 등을 얼마나 성취했는가와 이러한 교육활동을 통하여 교육프로그램의 질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성과중심의 인증기준으로 그 초점이 급격히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중심교육에 대한 인증기준은 학생이 졸업시점에서 갖추어야 할 학습성과에 대한 기준과 다양한 평가(assessment and evaluation)실적을 통하여 학생성취의 정도를 판단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자료를 통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개선한 실적을 중심으로 한 근거중심(evidence-based)의 교육체계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이 달성해야 할 학습성과의 최소기준을 이용한 평가는 이미 국제적 상호등가성이 요구되는 특정 분야의 전문직, 예를 들어 의학, 공학, 건축학 등을 포함한 전문(전문 직종) 분야와 관련된인증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학습성과중심의 인증기준으로 향한 발 빠른 움직임은 해당 인증기관으로 하여금 해당 전문분야에서 직업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이고 실제적인 자격조건을 인증기준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인 학습성과인 것이다. 교육체계와 교육내용, 교육연한 등이 다른나라에서도 상호 유사한 학습성과를 설정하고 이를 인증제도를 통하여 학습성과의 달성을 입증함으로써 다른 나라에서 인증받은졸업생에게 국제적 상호등가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2. 학습성과에 대한 요구


최근에 국가·사회적으로 학부수준의 학위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어느 정도 사전에 정의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교육기관의 공적 책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있으며, 산업현장의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경우 그 요구가 불만의 수준인 것은 작금의 사실이다. 또한 어떤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에 이미 많은 산업현장에서 직급에 따른 직무분석표를 별도로 마련하여, 이를 적용하여임금과 승진 등에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경제적 요구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서는 학생이 졸업시점에 달성해야 할 학습성과에 대한 요구가 추가될 것이라 판단되며, 이러한 요구는 인증기관의 인증기준에 추가되어 학생들의 학습성과 달성에 좀 더 큰 초점을 두게 될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따라서 인증기관의 평가는 단지 교육프로그램들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에 포함된 교과목 나열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과정에 입각한 이러한 교과목의 이수가 학생이졸업 후에 해당 전문 분야에서 요구하는 지식, 기술, 능력 등을 갖출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학생이 이러한 내용(학습성과)을 성취하였는가를 평가하고, 이 평가결과를 교육의질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고,이것이 바로 성과중심교육이 지향하는 바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성과중심교육체계의 운영이 국가와 사회적으로 요구하고 있는교육에 대한 불만을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미래의 인재를 양성할수 있는 인력양성체계의 기반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3. 전문역량에서 학습성과까지


여기서는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인 학습성과의 도출과정에 대하여 살펴본다. 인증받은 교육프로그램의 졸업생은 인증체계의 논리에 따라 해당 전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entry level)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그 기본적인 수준의 능력과 자질(학습성과)은 어디서부터도출되는 것인가? 학습성과의 정의(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결과로 졸업시점에 학생이 성취할 것으로 기대되는 결과로 능력, 지식,기술, 품성 등)를 살펴보면 시점과 내용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으며, 학생 입장에서 시점을 고려해 볼 때 학습성과의 달성시점은 꼭졸업시점 즈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외에서 해당 전문 분야를 주관하고 있는 일반적인 기관(혹은협회)은 해당 전문 분야 종사자에 대한 전문역량(professional competency)을 정의하고 있다(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2008; Schwarz &Wojtczak, 2002). 이와 같이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전문역량은 현직에 종사할 때 요구되는 능력과 자질에 대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전문역량은 해당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일종의 자격기준과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해당 전문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일종의 묵시적인 요구사항이기도 한 것이다. 즉 전문직 종사자를 준비시키는 교육프로그램에게는 이러한 전문역량에서 제시하고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도록프로그램의 학생들을 교육하여 배출해야 하는 일종의 책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전문 분야 인증기관의 학습성과 관련 인증기준은 해당 분야의 전문직 전문역량의 하위수준의 능력과 자질로 정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전문 분야를 주관하는 기관(혹은 협회)의웹사이트를 통하여 조사한 결과 윤리강령은 있으나 전문역량을 별도로 제정한 기관을 찾을 수 없었다(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2013; Korean Dental Association, 2013; Korean Medical Association,2013; Korean Nurses Association, 2013; Korea VeterinaryMedical Association, 2013). 몇몇 기관의 윤리강령 내에 일부전문역량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윤리강령이라는 의미가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윤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도덕적 의무의 자발적 측면이 강하고 전문 분야의능력에 대한 필수적인 요구와는 거리가 있어, 전문역량이 윤리강령에 포함되는 것보다는 별도로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의 질 보장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는 해당 전문 분야를 주관하는 기관의 전문역량의 제정은 매우 시급한 일이라 판단된다. 이는 해당 전문 분야 주관기관의 전문역량을 근거로 인증기관은 학습성과를 수립하여 인증기준에 반영하고,교육프로그램은 이 인증기준에 따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습성과를 성취한 학생이 배출되는 일종의 논리적인 체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4. 인증기준의 제정과 개정


여기서는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인 학습성과를 포함한 전체적인인증기준의 제정과 개정에 대하여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학습성과의 제정과 개정과정은 일반적인 인증기준의 제정과 개정에 포함되어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이 있다. 전문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대상으로하는 인증기관의 인증기준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주체는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교육당사자들보다는 오히려 이 인증기관의질 보장체계를 국가적·사회적으로 활용하는 주요한 이해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바로 학습성과의 출발점이 되는 이해당사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학습성과와 관련된 제정 및 개정작업에는 해당 전문 분야 직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다양하게 포함하여 그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그들을 인증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여야한다.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을 나열하면 국가 또는 광범위한 특정지역 내 전문 분야 회원 연합체(혹은 단체)에 소속된 전문직 종사자와 교육자,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한 일반 개인에게 자격을 증명하거나 면허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단체나 협회와 해당 전문 분야에서 졸업생의 고용을 원하는 고용주 등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학과 학생도 이해당사자에 포함된다.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인증기관의 인증기준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과정을 통하여,해당 전문 분야에서 요구되는 인재의 양성을 위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 즉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입문단계(entry level)수준에 해당하는 지식, 기술, 능력 등이 인증기준에 포함되게되는 것이다.



5. 성과중심교육의 인증기준과 평가


인증평가와 관련하여 인증기관과 교육프로그램 모두 가장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성과중심교육체계와 그 핵심인 학습성과와 관련된 평가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외의 대부분의 인증기관은 도서·저널을 보유한 도서관과 정기적인 운영시간, 강의실의 면적, 교수와직원 수 등과 같은 인프라성의 투입자원만을 가지고 교육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인증기준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교육기관은 전적으로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이 적절한 학문적인 정보를 인식하도록 접근할 수 있는지, 강의실이 해당 교과목을 강의하는 데 적절한 규모와 시설을 갖추어 학생들이 학습성과를 성취하기 위해 적절한지, 교수와 직원의 수는 학생의 학습성과 달성을 위한 교육을제공하기 위한 충분한지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즉 양보다는질, 정량적인 측면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성과중심의 인증기준은 정성적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성과중심의 철학을 지향하는 인증기준에도 정량적인 내용을 다소 과하게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이는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Accreditation Board forVetrinary Education in Korea, 2012; Korea Accreditation Board ofNursing Education, 2012; Korea Medicine Education and EvaluationInsti tute, 2012; Korean Institute of Dental Education and Evaluation,2012;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2012).


성과중심교육체계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그 학생들의 학습성과 달성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제반여건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 모습이므로, 학생의학습성과 달성에 대한 평가가 최우선일 것이고, 다음에 학습성과달성과 관련된 제반운영사항은 과연 학생의 학습성과 달성에 적절하고 충분했는지를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의 성과중심교육체계를 평가하는 인증기준은 위에 예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정성적으로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교과과정에 대한 정량적인기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교육목표, 학습성과, 교수진, 교육시설및 환경 등과 관련된 대부분의 인증기준은 교육목표와 학습성과달성을 위해 해당 내용이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따라서 이러한 인증기준은 그 적절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를 시행하는 인증기관과 평가를 준비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정성적으로 기술된 인증기준에 부합하도록 피평가 교육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이것이 정성평가에서 전문가평가 혹은 동료평가라고 부르는 peer review가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성적인 인증평가에서는현장에서 평가를 담당하는 평가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평가자 연수가 다른 어떤 평가체계보다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이는 모든 성과중심의 인증체계를 운영하는 인증기관이 넘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6. 성과중심교육의 확대


최근 국외적으로는 교육기관을 평가하는 인증기관조차도 성과중심교육체계의 운영을 요구하는 인증기준으로 급격히 선회하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Council for Higher Education Accreditation,2012; Middle States Commission on Higher Education, 2012). 물론 여기서는 교육기관의 전체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개별 교육프로그램 단위로 프로그램 인증기관과 같은 학습성과수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결 론


본 논문에서는 다소 포괄적으로 제도적인 측면에서 성과중심교육의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성과중심교육의 국제적 경향과필요성에 대하여 살펴보았으며, 성과중심교육과 관련된 용어정의의 중요성과 교육목표와 학습성과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다. 또한 성과중심교육의 핵심에는 지속적 품질개선과 품질보장체계가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인증기준에는 품질보장과 관련된 일종의 기준으로 학습성과가 포함되고 있는데, 이러한 학습성과와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검토하였으며, 학습성과 도출과정에 대한핵심사안을 논의하였다. 결론적으로 성과중심(핵심적으로 학습성과)교육의 본질은 교육프로그램의 학생이 전문 분야에 종사할 수있는 최소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도록 교육시키고 이를 보장하라는 것과 이러한 결과를 이용하여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학생중심(student-centered)교육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utcome-Based education (OBE) is reviewed from the institutional perspective. The demand for and international

trends in OBE are briefly examined and several term related to OBE, especially educational objective and

program outcomes (POs), are introduced. It is stressed that systems for 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and

quality assurance should be established to ensure the maintenance of the OBE system. Because the criteria for

accreditation contain a criterion regarding the quality assurance related to program outcomes, several critical

issues are considered regarding the POs themselves and the reduction of the POs. The core value of OBE is not

only to provide appropriate education services to students to prepare them with the minimum skills and abilities

for advancing their professional service, but also to guarantee the quality of graduates. In addition, the educational

program should be continuously improved by employing the evaluation results acquired during the

operation of the OBE systems. It is certain that an OBE system is one important aspect of student-centered education.


Keywords: Accreditation, Outcome-based education, Accreditation criteria

임상적 비판적 사고능력 검사도구 개발 및 평가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Clinical Critical Thinking Skills Scale

신수진1·양은배2·공병혜3·정덕유4

1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2연세대학교 의학교육과, 3조선대학교 간호학과, 4이화여자대학교 간호과학부

Su-Jin Shin1 · Eunbae Yang2 · Byunghea Kong3 · Dukyoo Jung4

1Department of Nursing, Soonchunhyang University, Asan; 2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3Department of Nursing, Chosun

University, Gwangju; 4Division of Nursing Science,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서 론

비판적 사고기술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가정과 변수를 규명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한 능동적, 조직적, 인지적인 과정으로 이를 위해 주어진 자료를 정련하고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선택 가능한옵션을 인식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것(Taylor, 2003)으로 정의하고있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능력은 인지적 측면과 정의적 측면이 함께고려되어 왔으며 비판적 사고성향과 비판적 사고기술로 개념화되어 왔다(Facione et al., 1994).


비판적 사고성향사고하는 습관이나 태도, 경향으로 정의된다면, 비판적 사고기술비판적 사고를 위한 추론, 분석 등의 특수한능력을 의미한다(Facione et al., 1994; Watson & Glaser, 1964). 비판적 사고성향과 비판적 사고기술은 상호 보완적이며 상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Perkins et al., 1993; Profetto-McGrath,2003),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성향과 비판적 사고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판적 사고를 교육의 성과로 측정하고자 몇 가지 표준화된 도구가 개발되었다. 먼저, 비판적 사고성향을 측정하는 도구로 CaliforniaCritical Thinking Disposition Inventory (CCTDI) (Facione &Facione, 1994)가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고,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연구에서 Watson & Galaser Critical Thinking Appraisal(WGCTA) (Watson & Glaser, 1964), California Critical ThinkingSkill Test (CCTST) (Facione & Facione, 1994)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도구는 대상자의 보편적인 비판적 사고기술 및 성향정도를 측정하는 도구이며, 특정한 분야의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과정과 사고능력을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비판적 사고능력은 특정 분야 및 특정 시대의 상황과 맥락에 의존적인 개념으로서 이해되고 측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에 개발되어 다수 연구에서 사용된 비판적 사고성향도구와 비판적 사고기술도구는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 제한점을 갖고 있다.


간호교육에 있어 비판적 사고능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Shin et al., 2005; Shinet al., 2006; Tiwari et al., 2003), 기존의 연구는 보편적인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도구에 의한 연구로 임상 상황이라는 맥락적요인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비판적 사고가 간호교육과 간호실무에서의 주요한 목표이자 본질적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간호학적 측면에서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표준화된 도구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즉, 비판적 사고능력을개발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이해보다는 비판적 사고과정과 맥락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능력의 적용을 규명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한국이라는 공간적, 문화적 상황과 임상이라는 맥락적 상황에서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이필요하다는 결론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존 도구의 제한점이 나타남에 따라 한국적 문화의 맥락을 반영하는 비판적 성향도구가 간호학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다(Kwon et al., 2006; Yoon, 2004). 하지만 비판적 사고가 비판적 성향과 비판적 사고기술로 정의되고 있는 실정에서 임상적 맥락에서비판적 사고능력의 인지적 측면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가 전무한 실정이며, 더 나아가 비판적 사고능력에 임상적 간호 상황을 반영하여 고안된 측정도구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을 민감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Clinical Critical Thinking Skills,CCTS) 검사도구를 개발하고 타당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인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측정도구를 개발한다. 2) 개발된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측정도구의 난이도와 변별도를 확인한다. 3) 개발된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확인한다. 4) 개발된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측정도구의 타당도를 확인한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측정도구를 개발하고 개발된측정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정하기 위한 방법론적 연구이다.


2. 연구방법


1) 개발단계


(1) 개념정의

문항구성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비판적 사고능력과 관련된 문헌고찰을 통한 개념분석(Shin & Jung, 2009; Shin et al., 2008)을 통해 비판적 사고능력의 하위요소를 파악하였다. 또한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 중 WGCTA, CCTDI, CCTST 등과 같은 기존의 도구를 분석 및 고찰하였다.


(2) 문항구성

본 도구에 포함될 문항구성은 문헌고찰을 통해 도출된 3개의 영역, 12개의 하위영역으로 구성하고 각 영역에 따른 예비문항을 구성하였다(표 1). 임상적 비판적 사고능력의 기본개념과 하위영역의타당성은 간호학 박사 3인, 간호학 교수 3인 및 철학과 교수 2인, 교육학 교수 1인 등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서 구축되었고, 각 영역에따라 총 40개의 예비문항을 구성하였다.





(3) 내용타당도 검정

내용타당도는 도구가 측정하고자 하는 속성을 제대로 측정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문항의 정확성, 적절성, 측정하려는 특성과의 연관성, 문항구성상의 기술적 오류, 문법, 이해 용이성 등에 대한 내용을 검증받았다. 본 연구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으로부터 내용타당도지수(content validity index, CVI)를 산출하여 내용타당도를 검증하였으며, 어휘나 문장의 흐름은 국어학자의 자문을 받아 수정하였다.


본 연구에서의 전문가 팀은 비판적 사고에 대한 연구경험이 있는간호학 박사 2인, 철학박사 1인, 교육학 박사 1인, 간호학 교수 2인,총 6명으로 구성하였다. 전문가에게 연구의 목적과 문항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예비도구를 직접 전달하거나 전자우편으로 발송한 후문항의 타당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직접 듣고 토의하였다. 문항이 간호학적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내용인지를 4점척도로 평가하고 ‘매우 타당하다’와 ‘대체로 타당하다’에 표시된 문항은 임상적 비판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데 타당한 문헌으로 간주하였다. Lynn (1986)의 기준에 따라 CVI가 0.8 이상인 33개의 문항을 선정하였다.



(4) 예비도구 문항분석

① 자료수집

전국 5개의 간호대학 4학년 65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연구대상자는 연구목적, 연구 참여의 자율성 및 비밀보장에 대한 설명을 받고, 연구대상자인 학생이 연구목적을 이해하고 연구참여에 동의하면, 연구 참여 동의서를 작성한 후 설문에 응하도록하였다. 수집된 652명의 자료 중 미비한 자료를 제하고 최종 627명의 자료를 본 연구분석에 이용하였다.


②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SPSS ver. 18.0 (SPSS Inc., Chicago,IL, USA), TestAn 1.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고전검사이론에 의한 문항분석을 위해 문항분석 프로그램인 TestAn 1.0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문항의 난이도, 변별도를 산출하였다. 도구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Cronbach’s α가 이용되었다.


(5) 최종문항선정

문항분석결과를 반영하여 33개 문항에서 답가지분석 등을 통해수정, 삭제한 후 최종 30문항을 선정하였다.


2) 평가단계


(1) 연구대상

서울, 충청, 전라 지역의 3개 대학을 근접모집단으로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율적인 참여에 동의한 284명의 대학생에게조사를 실시하였다. 임상적 맥락을 반영한 도구로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간호학 전공자가 아닌 학생도 조사에 포함하였다.


(2) 자료수집

연구자 3인이 연구의 목적과 방법,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설명한 후 대상자가 직접 문제지를 읽고 답안지에 답을 기입하는형식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40분이었다.


(3) 측정도구


① 일반적 배경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배경으로 측정한 변수는 전공, 연령, 평균수학능력점수의 등급, 철학, 논리학, 비판적 사고, 문제중심학습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학습경험 여부로 구성되었다.


② 비판적 사고성향

임상적 비판적 사고능력 측정도구가 비판적 사고성향과는 어떤관계를 갖는지 준거타당도 검증을 위하여 Yoon (2004)이 개발한비판적 사고성향 측정도구를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자가보고형측정도구로 7개의 하위영역, 총 27문항으로 구성된 5점 Likert 척도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성향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개발 당시 신뢰도는 Cronbach’s α= 0.84,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는Cronbach’s α= 0.85였다.


(4)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BILOG-MG ver. 3.0, IBM SPSSver. 19.0 (IBM Co., Armonk, NY, USA)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문항반응이론에 근거하여 문항분석 프로그램인 BILOGMG프로그램을 이용하여 2모수 logistic model로 난이도, 변별도,검사정보함수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CCTS 도구의 신뢰도를검증하기 위해 Cronbach’s α가 이용되었다. 준거타당도 검정을 위해서는 t-test와 analysis of variance (사후검증 scheffe), Pearsoncorrelation으로 분석하였다.



결 과


1. 개발단계


1)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연구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22.5세였고 수학능력시험의 평균 등급은 2.29등급이었다. 약 59%의 학생이 철학과목을 수강하였고,32% 대상자가 논리학 수강경험이 있었다. 약 70%의 학생이 문제중심학습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학습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고전검사이론에 의한 문항분석

각 문항의 난이도, 변별도를 산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2).난이도는 7번, 21번 문항이 각각 0.04, 0.03으로 낮게 보고되었고, 1번 문항이 0.98로 가장 높은 난이도를 나타냈다. 변별도는 7번과 21번 문항이 -0.01, 0.00로 낮게 나타났고, 13번 문항의 변별도가 0.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 신뢰도

개발한 1차 문항의 Cronbach’s α값은 0.30으로 나타났다.



2. 평가단계

본 예비연구결과 33문항 중 문항분석결과 및 연구자의 이론적근거를 바탕으로 변별도가 낮거나 정답이 모호한 문항이라고 판단되는 3문항(문항 4, 21, 31)을 제외하고 최종 문항인 30문항으로 다시 재구성되어 평가단계를 통해 검증되었다.



1)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평가단계 조사에서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표 3). 간호학과 학생이 202명, 비간호학 전공 학생이 82명이었다.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22.32세였고, 수학능력시험 평균 등급은2.37등급이었다. 38.7%의 학생이 철학과목을 수강하였고, 12.7%의 대상자가 논리학 수강경험이 있었으며, 44.7%의 학생이 비판적사고 과목을 수강하였다. 약 35%의 학생이 문제중심학습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학습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문항반응이론에 의한 문항분석


(1) 문항의 난이도와 변별도

각 문항의 난이도, 변별도를 산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4).난이도 분석결과 매우 어려운 문항 6문항, 어려운 문항 1문항, 중간인 문항 6문항, 쉬운 문항 12문항, 매우 쉬운 문항 5문항이었다. 어려운 문항은 21번(7.54), 27번(3.88), 20번(3.66), 17번(3.56), 16번(2.87) 순이었으며, 매우 쉬운 문항은 1번(-7.31), 9번(-3.81), 8번(-2.45),28번(-2.41), 13번(-2.26) 순이었다. 매우 쉬운 문항으로 나타난 1, 9,8, 28, 13번의 경우 변별도가 0.5 이상이었다.



(2) 검사정보함수

임상적 비판적 사고능력 검사도구의 검사정보함수는 다음과 같다(그림 1). 이 도구는 비판적 사고능력이 낮은 피험자부터 높은 피험자를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능력점수피험자들의 능력점수 -1.125 지점에서 최대량의 검사정보(maximum information)를 나타낸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능력 1.0 이상의 피험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3) 신뢰도


검사도구의 신뢰도는 0.55로 나타났으며, 해당 문항을 제외한 검사의 신뢰도 또한 0.50-0.58의 범주로 나타나 특정 문항을 제거한다고 해도 검사의 신뢰도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다.


4) 준거타당도


대상자의 CCTS 평균 점수는 17.10±3.60이었으며, 비판적 사고성향은 평균 3.55±0.34였다.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은 전공, 출신고교소재지, 임상경험, 학점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연령,비판적 사고 과목, 문제중심학습 및 시뮬레이션 학습경험에 따른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구체적으로 간호학 전공자가 비전공자보다CCTS 점수가 높았으며, 임상경험에 따른 차이는 실습만 경험한 경우보다 실무경험이 있는 경우 CCTS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점이 3.5 이하인 경우가 3.51-3.99인 경우보다 CCTS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5). CCTS 점수와 비판적 사고성향과는 유의한 상관관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 = -0.062, p= 0.306) (표 6).






고 찰


본 연구에서 개발된 CCTS 검사도구는 총 30문항의 자가보고형질문지로 각 문항은 5지 선다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발단계에서고전검사이론에 의한 문항분석결과 난이도가 낮은 7번과 21번의문항의 검토가 필요하고, 변별도검사에서 변별도가 낮게 나타난 1,4, 7, 10, 21, 31번 문항의 재검토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 재검토결과 7번 문항은 문장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부정형질문형태로 문항이 개발되어 변별도와 난이도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되어, 문항을 삭제하지 않고 질문방법을 부정형 질문형태에서 긍정형으로 변경하여 더 명확하게 질문내용을 수정 보완하여본 조사에 반영하기로 결정하였다. 
  • 21번 문항은 비판적 사고기술중 ‘추론’영역의 근거가 되는 자료 찾기를 측정하기 위한 문항으로논리적 추론능력을 통해 근거를 도출하기보다는 상황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주어진 부분이 있어 결과적으로 최종문항선정에서는제외하기로 하였다. 
  • 1번 문항은 비판적 사고기술의 하위영역 중 ‘분석’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이므로 문항반응이론에 의한 분석결과변별도가 높게 나타나 본 조사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 반면 4번 문항도 ‘분석’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미를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기술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이었으나 고전검사이론에 의한 분석결과변별도가 0.15로 낮게 나타나고 1번 문항과 유사하다는 결론하에삭제하였다. 
  • 10번 문항은 ‘분석’ 하위영역 중 맥락으로 필요한 정보연결하는 비판적 사고기술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으로 문항의 답가지를 수정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한 다음 본 연구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 31번 문항은 ‘평가’ 하위영역의 추리의 논리적 강도를 평가하는 비판적 사고기술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으로 문제의 배경이 간호윤리에 대한 문제였으나 판단이 모호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있다는 근거하에 삭제하였다. 

따라서 본 예비연구결과 33문항 중문항분석결과 및 연구자의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3문항(문항 4,21, 31)을 제외하고 최종문항인 30문항으로 다시 재구성되었다.



평가단계의 본 조사연구에서는 문항 하나하나의 특성이 피험자의 특성에 따라 변화되지 않는 불변성을 기반으로 하여(Seong, 2005)고전검사이론의 제한점을 극복한 문항반응이론(item response theory)에 의해 분석하였다. 문항난이도란 문항이 어느 능력 수준에서기능하는 지수로, 문항의 어려운 정도를 의미하는데, 본 연구결과문항반응이론검사에서 –2.0 이하 점수의 의미인 ‘매우 쉽다’는 5개의 문항(1, 8, 9, 13, 28)과 2.0 이상의 ‘매우 어렵다’는 6개의 문항(16,17, 20, 21, 27, 29)으로 도출되었다. 문항변별도란 ‘그 문항이 무엇을측정하고 있느냐, 그 문항이 측정해야 할 것을 측정하고 있느냐, 그문항이 학생의 능력을 변별하는 힘이 있느냐’를 묻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Seong, 2005). 본 연구결과 난이도검사에서 매우 쉬운 5개의 문항(1, 8, 9, 13, 28)은 로지스틱모형의 변별도 기준으로 ‘낮음’부터 ‘좋음’으로 분포되어 있어 난이도는 쉬우나 변별력에 있어서 어느정도 변별하는 능력이 있음이 나타났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6개의문항에서 29번을 제외한 16, 17, 20, 21, 27번은 변별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난이도가 높은 문항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쉬운 지문이나 이해하기 수월한 표현으로 수정이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검사정보함수 분석결과 최대정보를 제공하는 지점이 약-1.13이었다. 본 검사도구가 비판적 사고기술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함이 아닌 기본적인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검사도구로 좀 더 유용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개발된 CCTS의 신뢰도 측면에서는 1차로 개발한 33개 문항의Cronbach’s α값은 0.30으로 낮았다. 이에 문항분석결과에 근거하여 삭제한 4, 21, 31번 문항을 제외하고 다시 Cronbach α값을 구한결과 0.41로 상승하였으나 여전히 낮은 신뢰도 결과를 보여 신뢰도의 수준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발단계조사에 참여한 연구대상자가 4년제 간호대학 학생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사료되어, 평가단계 본 조사에서는 대상자를 다양하게 구성하여 편차를 높임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검사점수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학생 그룹의 이질성이 있으며(Oermann & Gaberson, 2009), 피험자 집단이 이질적일수록 관찰점수의 분산이 커지고 신뢰도 계수의 분모 부분이 작게 되어 신뢰도가 증가하게 된다(Seong, 2007). 이에 본 조사에서는 간호학 전공자가 아닌 대상자를 포함시켜서 대상자를 다양하게 하여 편차를 높인 결과 신뢰도가 0.55로 높아졌으나 여전히 다소 낮은 수치이다. 이는 연구대상자의 수를 확대하여 재조사를 통해 내적 신뢰도를 재검증해볼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문항답가지분석을 통해 부적변별문항이나 오답지 매력도 등을 점검하여 신뢰도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결과 간호학 전공자가 비전공자보다 CCTS의 점수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 본 CCTS가 임상적 상황을 반영한 비판적 사고기술을 측정함에 있어 전공자의 경험과 경력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 CCTST와 WGCTA가 일반적인 비판적 사고능력 측정도구임에 반해 CCTS가 임상적 맥락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특성이 있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임상경험에 따른 차이는 실습만 경험한 경우보다 실무경험이 있는 경우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 또한, CCTS가 임상기반으로 한 비판적 사고기술을 측정하기에 적절한 도구임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학점과 비판적 사고기술은 기존 연구에서 유의한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Ip et al., 2000), 일반적으로 학점이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기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결과에서는 이 3.5 이하인 경우가 3.51-3.99인 경우보다 CCTS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CTS의 점수에 대상자의 학점보다 대상자의 임상경험 여부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추후 연구를 통해서 임상경험 여부를 통제한 후 학점 간의 CCTS 점수 차이를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를 통해 CCTS 점수와 비판적 사고성향은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선행연구에서도 기존에 개발된 도구로 측정한 비판적 사고기술과 비판적 사고성향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Perkins et al., 1993; Profetto- McGrath, 2003)와 둘 간의 상관관계가 유의하지 않다는 상반되는 연구결과(Lim, 2006; Shin et al., 2005)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고, 단순히 문항의 정답을 맞힌 수를 가지고 분석하기보다 추후 도구 표준화를 통해 난이도를 고려한 Z점수 또는 T점수를 산출하여 재분석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 및 제언


연구결과 30문항으로 구성된 비판적 사고기술 검사도구는 문항반응이론에 의한 문항분석결과 문항 난이도가 비교적 쉽고 변별도가 중정도의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비교적 능력의 범위에 대한 정보를 고르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 수준을 측정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나타났다. 추후 대상자 수를 확대하여 신뢰도를 재검증하고 난이도와 변별도에 따른 표준화 점수를 분석하여 임상적 비판적 사고기술의 수준을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This study developed a test entitled Clinical Critical Thinking Skills (CCTS) by using item response theory (IRT) and examined its validity. In the development stage, data obtained from a convenience sample of 627 undergraduate nursing students were analyzed using a discrimination and difficulty index with the TestAn 1.0 program. In the evaluation stage, data from a convenience sample of 284 nursing and non-nursing students were analyzed using a discrimination and difficulty index with the BILOG-MG program. Criterion validity was verified by the group comparison method. Five items received low discrimination index scores according to the IRT results. In terms of the criterion validity, CCTS scores differed according to major (t=2.21, p=0.028), location of high school (F=4.35, p=0.014), clinical experience (t=5.66, p=0.004), and grade point average (F=7.17, p< 0.001). The CCTS can be used to measure critical thinking skills in the clinical setting.


Keywords: Thinking, Education, Instrumentation



의대 신설 논리와 인증평가 제도 -지방의대 신설의 문제-

이 무 상

(재)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msluro@yuhs.ac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국내 항공여행을 하면 나라가 너무 작고, 절차와목적지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다른 이동수단에비해 더 불편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그런데도 도서 국가를 제외하고 면적대비 중형 항공기 수용이 가능한 지방공항이 많은 나라가 한국이며, 대부분이 초기에는 국제공항을 표방하였으나 지역주민의 40분 국내 여행용이 현실이라고 한다. 그 지방공항들이 경영위기이거나 또는 폐쇄된다는 보도가 잦다. 대표적인 비효율과 낭비, 지역이기주의, 무책임한 정치적 산물의 예로 자주인용된다. 이런 보도는 현재의 우리나라 의과대학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공항과 의과대학은 기본적으로 이질적이라서 비교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교할 만하다고 한다.


중형 공항 수는 면적대비로만 많지만, 의대 수(의대 41개, 한의대 12개를 포함하여 총 53개)는 면적대비는 물론이고 인구대비에서 조차도 세계최고라고 한다. 양자가 모두 막대한 자본 투입이필요한 것에서는 같지만, 전자는 후손에게 물려줄좁은 국토의 자연환경조차 마구 훼손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방에 위치한 공항과 의대의 대형병원양자가 경영과 운영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전자의 위기는 자주 보도되나 후자의위기는 보도가 안 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이같이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지만, 가장 같은 점은위기의 원인이라고 한다. 첫째가 지방공항의 위기가 고속도로의 증설, 자동차 소유의 보편화, 고속철도의 건설이듯이 지방의대 대형병원들의 위기도 같은 원인이고, 둘째가 이러한 위기를 맞게 된양자의 무리한 신설은 항상 정치적 산물이었다는점이 같다고 한다.


여기서 최근에 떠돌고 있는 의대신설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고, 이와 연계하여 새롭게 논의되고있는 인증평가제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역대 정권과 의대 신설


정치는 인간 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용할 수있으므로 공항이나 의대 신설도 당연하게 정치의범주에 속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 격변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 후에는 공항과 의대 신설 주장이 항상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자는 잦은 언론보도로 정치 공약이나 선전으로서의 매력이 없어졌고, 후자는 아직도유용한 모양이다. 여기서 역대 정권과 의대 신설을 광복시점부터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그러나 의사양성의 기본이 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변화에 관하여는 광복 이전의 자료가 없고,더구나 광복 이전에 개교한 국립 3개교 동창회의현재 명부에도 철수한 일본인 졸업생 명단은 없어서 입학정원 추정이 어렵다. 당시의 공립에는일본인 학생이 절대 다수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립 2개교의 한국인 졸업생 수와 공립 3개교의 광복 후 졸업생 수를 감안하여 추정하면, 광복시보다는 의대와 한의대를 포함하여 입학정원이최소 약 10~15배 이상 증가하였고, 한국인만을기준으로 한다면 약 3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로부터 광복된 후 반세기 동안에 의과대학수는 5개교에서 41개교로 8배 증가하였다. 그런데수의 증가도 문제지만 설립주체도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대부분 의과대학은 국공립이라는 세계적특성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국공립 비율이 절대다수이다. 현재의 유럽제국과 과거 냉전시대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100%가 국립이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본향인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조차도 국공립이 절대 다수이다. 국민의료관리의 필요와 막대한 재정투입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광복 시점의 5개교 중에서 3개교가국립이었으나, 현재는 41개교 중에 10개교가 국립으로 25% 미만이다. 광복 후에 국립은 7개교가 설립되었으나, 사립은 28개가 설립되어 4배나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포를 갖고 있는 나라는 일부 신생후진국과 한국뿐이다. 정부수립 초기의 취약한 국가재정과 전쟁 때문에 국립의대 설립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제력이중진국 수준에 도달한 후에도 사립은 여전히 많이설립된다. 좋게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의 존중이지만, 그보다는 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의 방기 또는 정권의 특성을 더 추정케 하는 면이 <표 1>에 보인다.


중남미와 아시아의 후진 신생국에서 흔히 보듯이, 식민지에서 해방이 된 어느 신생국에서나 의과대학 신설 또는 입학정원 증원은 한풀이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성황을 이룬다. 더구나 인구 증가와 경제발전에 따른 의과대학과 입학정원의 증가는 필연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럴 수 있다고본다. 그런데 증가 속도를 정권별로 보면 의문을갖게 된다. 군사독재 정권이지만 고도의 경제발전으로 칭송받는 박정희 정권에서는 16년간 11개교가 설립되나, 같은 군사독재 정권이지만 다른 칭송이 없는 전두환 정권에서는 8년에 11개교가 설립되어서, 증가 속도가 꼭 2배이다. 또한 1987년민주화 이후의 최초 정권이라는 노태우 정권 5년에는 2개교만이 설립되더니, 민주주의 정착의 시발이라는 문민정부의 같은 5년에는 무려 9개교가설립되어서, 증가 속도가 4배를 넘는다. 즉, <표1>의 신설의대 설립인가는 군사독재나 민주주의와는 상관이 없고, 경제발전과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나타낸다. 그래서 의대 설립은 정치의 어두운 산물이라는 것을 추정하게 한다. 여기에 모두가 광복후에 설립된 한의과대학 12개를 포함하면, 남한인구 16,565천명(1944년)에서 47,279천명(2005년)으로 2.85배 증가하는 60년 동안에 광복 전의 5개교에서 총 53개교로 10.6배의 증가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구상에서 면적과 인구대비로 세계 최고로 많은 의과대학을 갖는 국가가 된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 이후에는 일부 보건경제학자들의 계속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간에는 의대의 신설과 입학정원의 증원이 없었다(한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은있었으나, 입학정원 증원은 없었다). 도리어 마지못해 공언한 전국 의대입학정원 10% 감축은 기술적으로 처리 되어서 조금은 줄었다. 이는 2000년에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의사들의 저항인 의료대란과 당시부터 적극 시작된‘의과대학 인증평가’가 일조하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김영삼 정부에서 남긴 무분별한 의대신설이란 무리한유산에 대한 뒤처리와 정리가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 정치권과보건경제학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의대의 규모와 특성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그 수가 많기도 하지만,1985년 이후 신설 의대들은 학교가 국립이건 사립이건 학교의 규모, 특히 학생규모가 한결같이 소규모라는 문제를 갖는다. 이는 국가전체로 보면비용대비 효율적이지 못하고, 의학교육의 질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낫는다. 이러한 소규모입학정원의 의대설립은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 설립된 의대들은 80년대 초의 전두환 정권에서 크게 증원되었으나, 1985년 이후부터는 국립이건 사립이건 간에「미니 의과대학의 다수설립」이란 정책으로 13년간에 18개교가 설립되어서,“ 모든 신설의대는 미니의대가 원칙이다”로 아예 자리를 잡는다. 아마도 국민의료 관리의 일환이라는 정책적 유인으로서의‘소규모 의대 신설’이라는 정책과 교육학 원리보다는 정권차원에서조금씩 고르게 나누어 주겠다는‘시혜적 정치적사고’의 합작으로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 그래서90년대 초에는 입학정원 20명의 대학이 인가된적도 있었는데, 이러한 초미니 의과대학은 지구상에서 한국이 유일하였다.


물론, 어떤 대학이건 학생규모가 적은 학과가시대 변천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게 마련이다.그런 영세학과는 대학운영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므로 대학은 학과의 통폐합을 유도한다. 그래서일반 교육학에서는 학문의 특성에 따라서 가장비용-효율적 운영이 되면서도 교수학습 측면에서 가장 교육효과적인 학생규모를 항상 연구한다. 의학교육학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당 최하 80명에서 최고120명의 입학정원이 적정 규모라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학문분야보다 입학정원이 많은 것은 어느 학문보다도 분과 학문이 많은 의학의 특성과의료전문직 양성교육에 필수인 적정 규모의 부속병원 존재 때문이다. 즉, 임상의학교육에 필수인부속병원 경영에도 이러한 적정 규모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유명의과대학 입학정원은 편차가 적은 평균 100명 전후인 것이다. 일본(90명), 미국(110명)이 전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표 2>에서 보듯이현재 최하 40명, 최고 135명으로 편차가 크고 평균 75명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의학교육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소규모 정원의 전형인50명 미만인 경우가 18개교(40명 정원이 10개교, 49명 정원이 8개교)로 전체의 44%에 해당할만큼 많다. 이러한 분포를 갖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적정한 학생규모의 중요성에 대하여살펴보기로 한다.





적정 학생규모는 일반대학에서도 교수-학생비율로 따질 만큼 항상 중요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산술적 비율을 떠나서, 어떠한 학문분야 교육이건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하여서는 항상 최소한의 교수 수가 일정하게 필요하다. 한편, 의학은종합학문이여서 분과학문과 세부전공이 어느 학문보다 그 수가 특히 많다. 또한 고위 전문직 양성교육이라서 실험실습이 많아서 교육기관 단위로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하여서는 분야별로 최소한의 교수가 일정하게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전임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학문분야에서 교수-학생 비율이 가장 낮은 분야가 항상 의학교육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든 의과대학에서는 입학정원은 물론이고 전체 재학생보다도 교수가 항상 더 많다.


그런데“신설의대는 미니의대가 원칙이다”라는원칙하에 다수의 의대가 단기간에 탄생하니 전국적으로 교수 부족 사태가 당연히 초래되었고, 결과적으로 부실 의학교육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그런데 더구나, 신설의대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초래된 비용대비 비효율과 학사운영에서의 교수부족으로 인한 부실교육 때문에, 그 대학의 의학교육을 학교교육이라기보다는 학원교육형태로 몰고 가게 되었다. 이유는 전문직에 필요한 국가면허의 우선적 취득이 학생들 자신은 물론이고 학교 입장에서도 학교의 명성에 절대 필요하므로, 심하게는 고시학원 형태로까지 끌고 가게된 것이다.


또한 학교운영 면에서 보면 학생 수에 대비하여교수의 과다한 채용은 학교 운영의 부실을 초래하였다. 제어 수단으로 임상실습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의 부속병원을 교육병원보다는 오직 수익 창출의 병원형태로 변환시키게 되었다. 이상의 기전으로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받는 의학교육의 질을더욱 낮추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악성 결과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에게최종적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1세기 전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본향이라는 미국의 경험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1세기 전에자연스럽게「플랙스너 보고서」가 나왔고, 벌써 반세기 전에「의과대학 인증평가제도」가 적극 적용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적정 학생규모는 항상 입학정원으로 살피게 된다. 그래서 입학정원 분포를 설립주체별과 교육과정별로 비교하면 <표 3>이 된다.국립대학은 학교당 평균이 92.9명의 입학정원으로 효율적 구조이지만, 전체 10개교 중에서 3개교(충북, 강원, 제주)는 50명 미만으로 비효율적이다. 사립대학의 전체 31개의 평균은 국립보다 못한 평균 68.7명의 입학정원을 갖으나, 31개교의거의 반인 15개교 (48.4%)는 50명 미만이다. 그래서 사립은 국립보다 평균도 적고, 소규모 미니 의대 수도 많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민간의존의 의료공급과 의학교육을 시행하므로, 사립의대가 많아서 산술적으로는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가권을 갖고 있는 정부는 국립에는 그나마 효율을 감안하였지만 사립에는 효율을 감안하지 않고 설립인가를남발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학부체제를 유지하는 의예과 전국 정원은전국 원-정원의 46%이나, 의전원 체제의 정원은전국 원-정원의 54%이다. 그런데 설립주체별로보면 국립에서는 이것이 17 : 83으로 크게 차이가나지만, 사립에서는 59 : 41로 역전되어 나타나고격차가 적어진다. 물론, 이러한 분포는 앞으로도계속 변화할 것이다. <표 1>과 <표 3>을 종합하면,각각의 국립의대와 사립의대가 갖는 국내에서의위상, 특성 및 고민이 보인다. 이제 학제변화의 찬반을 떠나서 학교운용의 효율과 교육효과 위주로의 적정 학생규모 체재로의 개선을 모색하여야 한다. 즉 정부는 더 이상의‘소규모 미니 의대의 신설’이 아니라, 의사과잉 시대에 전국 입학정원의감소와 함께‘적정 규모의 의대’의 창출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별 의대의 분포와 입학 정원


우리나라는 광역자치단체 행정구역 16개(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9개 도)로 구성되지만, 교통망의 확장과 증설로 전국이 이제는 반일 생활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이로 인한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있다. 교통이 불편하였던 조선시대에도 한반도남부는 6개 지역으로 나눴고, 지금도 관행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6개 지역별로 의과대학의 분포를인구 대비로 살펴보면 <표 4>와 같다.





어느 국가이건 의사인력 논란은 면적대비 보다는 인구대비 의대와 입학정원을 다룬다. 그래서세계의학교육연맹(WFME)은 효율적인 의대 운영을 위하여 인구 200~250만명에 1개의 의대를 추천하며, 특별한 경우에 최하한 선으로 인구 150만명을 추천한다. 싱가폴은 인구 500만명에 1개 국립의대만을 운영한다. 미국에서는 면적은 넓고 인구가 적은 Alaska, Montana, Idaho 주(2006년기준 인구; 각각 67만명, 94만명, 150만명)에는 3차 진료기관은 있으나 의과대학이 없다. 그래서인접 주인인구 640만명에 오직 1개 의과대학만 운영하는 Washington 주에 WAMI Program이란이름으로 자신들의 학생을 위탁하여 의학교육을받게 한다. 그만큼 의대 운영에 효율을 중요시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인구밀도(490명/km²; 통계청, 2005)로 국토가 워낙 작은 국가이어서 면적대비 의대 수는 논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구만으로 본 <표 4>에 의하면 전국적으로는 115만명에 1개 의대로 국제기준을 상회한다. 한의대를 포함하면 89만명에 1개교가 된다. 본토와 떨어진 제주도는 53만명에 1개 의대이지만, 수도권과 인접하여반일 생활권에 속하는 강원도는 37만명에 1개 의대 (한의대를 포함하면 29만명에 1개교)인 4개 의대가 있어서 인구대비로는 세계 최저이다. 지역이넓고 영동과 영서 지역 간에 정서가 다르고 교통이 불편한 상황 때문이라는 당시의 정치권 설명이속이 보이고 너무 구차하다. 비효율의 극치이지만, 좋게 보면 우리 정부는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를 지방 의과대학 설립 인가를 통하여 이루고 있다는 의미가 되지만, 지방의 사립 의과대학들이운영하는 병원의 분포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보인다.


국립의대가 해당 지역을 벗어나서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사립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각 신설 사립의대가 설립당시에 주장한 지역사회 의료와 의학 발전이라는 명분과 당위의 실천여부를 대학소속 병원들의 분포로 보면 설립 당시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의 12개 사립대학을 제외한, 19개 지방 사립대학 중에서 거의 60%인 11개 대학이 수도권에 교육이라는 명분이건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병원을운영하고, 이러한 추세는 의전원 제도의 도입 이후에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비난하기는 어려운데, 수도권이 전체인구의48.2%와 경제력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 상황의 반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수도권 대학은 국립을 포함하여 총 24개 의과대학으로 전체의 거의 60%이며, 수도권을 제외한 순수한 지방 사립의대는 전체의 40%인 8개 대학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혹은 지방의 대학이나 병원이 지역에의대 신설을 추진하면서‘지역사회 의료와 의학의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너무나 속이 보여서 진부하며, 지역이기주의적 논리로 설득력이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진정으로‘지역사회 의료와 의학의 발전’을 원한다면 지방의대 신설 추진보다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빠르고 또한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일본의 예를 보자. 도서국가인 일본은 의사 없는 무의도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런 의료취약 도서에 근무할 일반의사(GP)의 양성을 위하여 우리나라 같으면 의대를 신설하였을 것이나, 일본은 1972년에 동경 북부에 의사협회가 운영 자문하고 50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투자한 지치(自治)의과대학을 개교하였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졸업 후 자기 고향에서 일정한 수련과 일정기간 근무를 하는 것을 전제로 6년간의 학비와 일체의 생활비용을 포함한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학생을 매년2명씩 선발하여 이 대학으로 보내어 양성하였다.이로써 무의촌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리고 전국입학정원을 줄일 때에도 이 대학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예로 1980년대부터 전국의 의대 입학정원을 2차에 걸쳐서 꾸준히 감축하여 오던 일본은 의료취약지구의 특정 전문과목(특히,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의 부족의 해소를 위하여, 금년부터 특정 조건과 함께 장학금을 전제로 전국 입학정원을 700명 정도(정확하게는 693명을 전국80개 대학 중에서 77개 대학에 배분 하였다; 국립42개 대학에 363명, 공립 8개 대학에 59명, 사립27개 대학에 271명)를 증원하고 있다. 즉, 일본은 특정 목적을 위하여 의대 신설을 하지 않고, 인증평가에 의한 각 학교의 능력에 따라서 10명 내외의 입학정원을 일정 조건을 걸고 증원시키는 것이다. 우리도 진정으로‘지역사회 의료와 의학의 발전’을 필요로 하다면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할 것이다.



의대 신설 주장의 진정성


최근에 국·공립 의대와 사립의대 신설이 추진된다는 보도가 잦다. 앞에서 의대 신설에 관한 정권, 인구, 설립주체, 지역 특성으로 살피며. 의대신설의 대부분은 불합리하고 정치적 산물일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은밀한 연례행사인 의대신설 요구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작년 초부터는 추진 측의 목소리가 예상대로 당당하다. 그런데 그 주장이 너무 비논리적이며, 허구적이고, 모순이다. 그래서인지 추진 측도 논리보다는 감성적 홍보와 선동에 의존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주장에 다른 목적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고, 그 주장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한다.


첫째가 의대가 없어서 대학 또는 병원의 발전이저해 된다는 주장 때문이다. 하기는, 어떤 대학은의과대학 때문에 유명해진 대학도 있다. 그러나그것은 다수의 의료소비자를 항상 접하는 진료의속성 때문이지 그 대학의 진정한 발전이 아니었다. 즉, 의대가 있어야 좋은 대학은 아니다. 전형적인 예가 KAIST와 포스텍이다. 의대를 갖는 대학의 경우에 도리어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다른학문분야의 지지부진과 함께 대학의 진정한 발전이 저해된 사례는 이미 많다. 현재는 의대 때문에 대학전체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를 추진 측이 모를 리가 없기에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립 대학교에는 의대와 공대가 같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있는 경우라도 별도의 이사회 체제이다.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부자 대학인 하바드에는 공대가 없고, MIT에는 의대가 없다. 하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다른것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에 두 학교는 긴밀한 협력을 한다. 이런 경우는 국내에도 있었다. 국내는물론이고 세계 어느 대학 못지않게 재정이 풍부한 포스텍이 한때 의대 설립을 고려하다가 공대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포기를 하였고, 과기부가 운영하던 KAIST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같이 의대가 없어서 대학발전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허구이다.


‘병원은 의대가 있어야 발전 한다’는 주장도 동일하다. 아마도 병원발전이란 병원 외형과‘Clinical Medicine’의 발전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이란 ‘Academic Medicine’을 목표로하는 교육연구기관이다. 전자는 서비스 위주의 진료의학이며, 후자는 진료의학을 뒷받침하는 순수과학에 가까운 의과학(Medical Science)을 의미한다.물론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의과대학은 국공립이건사립이건 정도차이는 있으나 ‘Commercial Medical School’의 속성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좀 심한 것은 전문직 양성이란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일반적인 속성일 수도 있으나, 정부수립 초기에 국가가 너무 가난하여서 수십년간 여러 가지 제도상으로 유인한 측면도 컸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병원과 의대 간에관계 재설정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고 보고, 정부는 실제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고 소송도 진행 중이다. 즉, 정부는 이제는 의과대학의‘Clinical Medicine’과 ‘Academic Medicine’을구분하기 시작하였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많은 의대는 부속병원이 없으며 독립된 좋은 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뉴욕의 NYP 병원은 2개 대학(콜럼비아 의대, 코넬 의대)이 실습교육으로 공동이용하지만 독립적인 운영의 병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교수이어야만 꼭 좋은 의사가 아니며 대학병원이어야만 꼭 좋은 병원은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더 이상의‘Commercial Medical School’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일부 사립의대 추진 측은 자기들도 정부가 인가만 해주면 1990년대 중반에 김영삼 정부가“선 인가-후 시설”로 인가한 오늘날의 사립의대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가능할수도 있다. 그런데 추진 측에서 간과할 리가 없는점이 있다.


OECD 가입 직전에 김영삼 정부는 5년간에 9개의과대학 (국립 2개교, 사립 7개교)의 설립을 인가한다. 그런데 정치적 명분 때문인지, 아니면OECD 가입 전 이지만 OECD 기준이란 국제압력을 의식하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의강력한 지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선 인가-후시설”로 인가한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지, 아니면의대 신설이 해당 대학에 큰 이권이 된다고 보았는지 간에 사립 7개교에 설립인가를 하며 부대조건을 설정한 각서를 받았다. 의료취약지구에 500침상 이상의 3차 의료기관 정도의 병원을 학교법인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정부가직접 투자하는 국립의대에는 없었다. 그런데 당시의 부대조건이 2000년부터 시작하여 만 9년 동안주기적으로 개최되는 교육과학기술부의「신설의대 부대조건 심의위원회」에서 몇 개교가 아직도 미결이라서 제재를 받고 있다. 인구가 적은 지방에 의료취약지구라는 명분으로 대형병원을 요구한 조건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니 당연한것이다. 그렇다고 조건의 변경도 어렵다. 특혜 시비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인가를 내준 교과부는 10년간 끈질기게 요구한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정부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압박하여 오고 반복되는 의대 신설 요구를 막기 위한 방패도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전국적인 의사 과잉, 침상 과잉, 종합병원의 파산속에서 대형병원 억제가 주요 정책이기 때문이다.그러니 부처 상호간에 속사정을 잘 알면서 세월가기만을 기다린다. 정치적으로 유발된 무리한 정책의 뒤처리가 이렇게 어렵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교과부와 복지부는 더 이상의 의대를 절대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대조건에 걸린 대학들도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현실을이유로 선처를 요구하나, 교과부는 약속 불이행이라며 학교에 제재를 가한다. 서로 알면서 제재를가하고, 당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대학 전체의 발전에 신설의대가 장애가 되고 있다. 즉, 의대 신설이 이제는 대학에 더 이상 이익이 아닌 것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의사 과잉이라는 현실을 추진 측에서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추진측은 전국의 총 입학정원은 고정하고, 입학정원이 많은 대학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적선하듯이 정원을 나누어 달라는 기발한 제안을 하고 있다. 교육자가 하기에는 너무 감성적 선동이고 홍보이다. 정원을 나누어 줄 대학이 있다고 진정 믿고 주장을 하는 것 일까? ‘지역사회의 의료와 의학의 발전’을 위한 읍소작전 같기도 하고, 농담 같기도 하다. ‘소규모미니 의대’로 인한 각종 교육적 폐해와 대학과 병원이 받는 고충에 관하여는 앞에서 이미 검토하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정부는 물론이고 교육계와 의료계에서도 이제는 의대가 있어서 생기는 대학의 잇점, 병원의 잇점을 대학평가와 병원평가에서 제외하기 위하여 각종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미「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진행하는‘대학 종합평가’에서는 의대 임상교수 수와 업적은 각종 종합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니‘지역사회의 의료와 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의대를 설립하여야 하겠으니 입학정원을 나누어 달라는 십시일반 적선논리도 명분이 없고 홍보효과도 없다고 하겠다.


넷째로 특정지역에 의대가 없어서 지역 발전이 안 되고, 지역의료가 쇠퇴한다는 주장 때문이다.너무 허구적이고 모순이다. 지역경제가 발전하면의료는 시장을 찾아 간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3차 의료기관보다도 더한 4, 5차 의료기관도 찾아가게 되어 있으며, 이는 국립대학의 경우에도 같다. 추진 측은 현재의 지방 사립의대의 60%가 수도권에 병원을 운영하는 이유를 모를 리가 없다.더구나 최근에는 지방의대 신입생 절반이 수도권학생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또한 지방의대부속병원 환자는 중한 질환의 진단을 받으면 그병원에서 해결을 할 수 있음에도 굳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환자가 줄고 있다는 것도모를 리가 없다. 이런 현상들은 전국이 반일 생활권으로 변하였고 국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에 의한 부작용이지, 지방에 의대가 없어서 지방경제의발전이 저해되고 지방의료가 몰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마지막으로“의과대학 인증평가”때문이다. 인증평가는 교육자들의 하릴없는 놀이가 아니라는것을 추진 측도 알 것이기에 의문을 갖는다. 국립에는 전술한 부대조건이 없었지만,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민간자율에 의한“의과대학 인증평가”가 시행되면서 국립도 평가를 받고 있다. 의학교육은 고등교육이면서 고위 의료전문직 양성교육이기 때문에, 의학교육 인증평가 기준에는 고등교육에 관한 OECD와 UNESCO가 공동 제안한 기준과 의학교육에 관한 WHO와 WFME가 공동 추천한 기준 모두를 최소한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의 의과대학 평가 기준을 참고하여 한국의 의과대학 인증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집행한다. 우리 졸업생들이 미국과일본에 제일 많이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고충을 참으며 재정투입과 개선노력을 한다.국립의대도 마찬가지이다. 의대가 너무 많은 상황일지라도 새로운 국·공립 의대를 굳이 설립하려면 현재의 국립의대를 우선 국제기준에 맞게 최소한으로라도 갖추어 준 다음에야 고려할 수 있는상황이다. 수출에 절대 의존하는 경제를 운용하는 한국은 모든 국제규범을 최대한 솔선수범하여야 국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제적인인증평가 기준인 Washington Accord에 의한「한국공학교육인증원」, Canberra Accord에 의한「한국건축공학교육인증원」, 국제적 인정을 받는MBA와 무역인 양성을 위한「한국경영교육인증원」과「한국무역교육인증원」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모두가 수출과 국익을 위해서이다. 의학교육도 마찬가지이다. OECD·UNESCO의 고등교육지침과 WFME·WHO의 의학교육지침에 의한「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평가 활동도 국내 의료인의 국제 진출과 한국의료의 국제화를 위한 것이다. 정부도 어쩌지 못하는 국제상황이며, 국제사회의 신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의대 신설 주장이 전국적인 입학생 절대부족 시대에 대학의 명맥을 유지하거나 대학의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또는 지방의대 신설 주장이 의사 절대과잉 시대에병원의 명성 제고와 명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제고하기 위하여 연구되고 논의되고 있는 인증평가 제도를 소개한다.


인증평가 제도


어느 교육이건 그 교육 전체를 평가함에 있어서학생을 상대하는 각종 시험 또는 기관에 대한 조사 및 감사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그래서 탄생한 것이 인증평가(accreditation)이다.이는 조사나 감사(investigation, inspection)와는전혀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이 개념을 도입하여 국회는 고등교육법 11조 2항 (평가)을2007.10.17에 신설하고, 이를 2008.2.29에 재개정하였다. 정부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2009.1.1.부터 시행 중이다. 또한 국회는「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2007.5.25에 제정하였고, 정부는 2008.5.26부터 시행중이다. 이들 법률에 의하여 모든 교육기관들은 자체평가와 인증평가가 의무화가 되었고, 또한 자신들에 관한 정보를 의무공개하게 되었다. 또한 3가지 대학평가(대학종합평가, 학문분야별 평가, 재정지원평가)중에서 종합평가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대교협이계속 한다. 그러나 1998년부터 의학교육계와 공학교육계가 중심이 되어서 민간자율로 시작하고 진행하여 왔던 ‘학문분야별 교육에 관한 인증평가’(전문평가)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학문평가만큼은 법에 의하여 민간자율 기구에 위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물론, 민간자율 인증기구들은 법이정한 일정 기준과 엄격한 심사로 5년마다 정부의인정(recognition)을 받게 된다. 여기서 5년 인정이란 민간기구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여 각 기구가 운용하고 있는 인증평가와 관련된 각종 기준,규정, 지침 등등을 정부가 인정하지만, 하자가 있거나 신뢰가 줄 때에는 그들의 보고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법으로 민간자율 기구를 신뢰하는 이유는‘민간자율에 의한 평가와 인증’이라는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국제적인 신뢰가 곧 국익이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어 본다.


전술한바와 같이 전문직 양성 교육인증은 수출의존 경제인 한국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건축학교육인증원」은 건설수출을 위하여 건축사법 개정을 국회에 청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법에 건축사시험 응시자격 요건이‘건축에 관한 소정의과정’으로 되어 있어서,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자도 상업적인 학원에서 단기간 기계적인 학습을 통해 자격취득이 가능하였다. 대신에 예비시험이란제도를 이용하여 왔다. 이를 국제기준인 Canberra Accord에 맞추어 건축학교육인증 및실무수련제도를 마련하여 국제기준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건축사는 국제 입찰에 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와 정부는 이를 계기로 모든 고위전문직에 대한 국가면허 및 자격시험의 응시자격에 평가인증을 받은교육기관의 졸업생만이 자격을 갖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학교 설립인가 전에 인증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래, 인증평가에는 기존 학교교육에 대한 정규 평가인증(regular accreditation) 외에도, 신설학교의 경우에는 졸업생이 나오기 전까지 매년 시행되는 임시인증(provisional accreditation)이란 것이 있다. 이런 임시인증은 의과대학 인증평가 경우에도 1990년대 중반에 신설된 9개 대학을 대상으로 1999년에 이미 실시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그 외에도 가인증 혹은 예비인증(probational or preliminary accreditation)이라고 부르는 인증평가가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 이미 관행으로 사용하는 제도로“선인가-후시설, 후능력”으로 학교설립을 인가하여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인가권은 최종적으로 정부에 있지만, 설립인가 전에 민간자율 전문기구의 인증평가로 신설하고자 하는 학교에 대한 신설 목적과 당위 및 학교의 위치와 규모, 시설, 나아가서 교육의 이념, 교육 능력에 대한 권고와 자문을 하는 제도이다. 이런 예비인증 보고서로 정부는 설립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정부가 어떤 건설 사업을 하고자 할때에 민간자율 기구인 환경단체의 평가보고서를 참고하여 결정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예로서, 현재 미국에서는 3개 의과대학(UC Riverside, Scripps, Touro)이 예비인증과정에 있어서 민간자율 의학교육 인증평가 전문기구인LCME(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가 평가 중이다. 이 과정에는 5단계가 있으며 

    • 3단계를 통과하면 학교 광고를 할 수 있고,
    • 4단계를 지나면 학생모집을 할 수가 있으며, 
    • 개교가 되면 졸업생이 나올 때까지 매년 임시인증평가를 또한 받게 된다. 그리고 
    • 졸업생이 나오면 드디어 정규인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규정을「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임의기구이던 시절인「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때부터 갖고 있었고 또한 실시되기를 원하고있었다. 정부가 법률에 의하여「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평가인증 기구로 인정한다는 것은 민간자율기구가 갖고 있는 기준, 규정, 지침 등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에 의하여곧 실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로부터의 광복한 시점에 5개 의과대학만이 있었고, 한의과대학은 없었다. 인구가 2.85배 증가하는 60년 동안에 의과대학은 41개교, 한의과대학은 12개교로 총 53개교가 되어서 거의 11배의 증가를 보였고, 입학정원은3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면적과 인구대비, 세계 최고로많은 의과대학을 갖는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의대 신설을 역대 정권별로 분석해보면 정치권의 어두운 산물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게 하고, 그간의 의대 신설은 지역배치와 규모 면에서 너무나 무분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다시 나타난 의대신설 주장 논리는 너무 비논리적이고, 허구적이며, 모순이다. 또한 그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그래서 학계와 교육계 및 정부는앞으로는 의대신설을 인가하더라도 건설 사업에서 사용되는 사전 환경평가 제도처럼, 현재 법률에 의하여 민간자율 기구가 시행하고 있는 학문분야별 평가인증제도를 더욱 활성화시켜서 예비인증평가 제도를 의대 신설에 적용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의과대학생은 어떠한 수업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가?

What kind of feedback do medical students want?

김종엽1,2, 나백주1, 윤정민1, 강재구1, 한승연1, 황원민1, 허예라

Jong-Yeup Kim1,2, Baeg Ju Na1, Jungmin Yun1, Jaegu Kang1, Seungyeon Han1, Wonmin Hwang1 and Yera Hur1

1Faculty Development Committee, Kony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and 2Konyang University Myunggok Medical Research Institute, Daejeon, Korea

1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개발위원회, 2건양대학교 명곡의과학연구소





고찰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효과적인 내용 전달방법, 짜임새 있는 구성,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 관계, 확실한 피드백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5]. 그렇지만, 교수들은 교육준비나 교육시행에 비해 마지막 과정인 교육평가와 피드백을가장 어려워한다[1]. 이를 개선하고자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워크숍 등을 통해 피드백에 대한 교수개발을 시행하고 있으며, 통합교육과정을 처음 개발하는 과정(process)부터각 교육과정별로 피드백 시간을 따로 배정해 평가 후 피드백자체를 의무화하였다. 또한, 학기 말에는 수업 참여 교수 전원과 학생 대표가 모여 학기 수업 전반에 관한 피드백을 나누고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실제 피드백시행률이 매우 높았던 점과 피드백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족수준이 비교적 낮은 것은 교수들의 노력에 학생 대다수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험한 피드백이 무엇이었냐고 물었을 때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문제풀이 형태가 81.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평가 직후 시행한 피드백의 시간적 정황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학생의 학업 성취 상태에 따른 개인별 피드백이라기보다는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수자 중심의 일괄적 피드백이 행해졌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Archer [6]가 이야기했던 지필 시험에 대한 피드백을 교수자들이 꺼린다는 내용과는 상반되는 부분이었으나, 고득점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는 그의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었다. 이렇듯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의과대학 교수들의 피드백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학생들은 이번 설문에서 현행 피드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지적했으며, 가장 높은 채택률을 보인 응답은 피드백의 체계적인 측면이 부족했다는 점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적절한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의학과 4학년학생들의 응답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4학년부터 임상의학 과목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의학 교수들보다임상의학 교수들의 피드백이 아직 덜 체계적이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과제와 시험 후의 피드백 형태에 대한 질문에서 학생들이‘과제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이 적힌 서면 피드백’과 ‘시험의 난이도, 성적분포 등에 대한 피드백’을 가장 많이 희망한 것은 학생들이 다수에 대한 개략적인 피드백보다 개개인의 성취에초점을 맞춘 개별적 피드백을 희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Ahn [7]이 제시한 효과적인 피드백 전략과 일맥상통하는부분이다. Bienstock et al. [8] 또한 좋은 피드백의 구성 1)학생의 자기평가, 2) 교수자의 평가, 3) 수행 목표 수립, 4) 요으로 제시하며, 이 중 교수자 평가에서는 관련성 있는 내용과 건설적인 내용을 통해 학습자의 강점은 키워지고 실수는교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는 교수자가 학생의학업 성취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체계적인 피드백을 위해서는 교수자의 업무량이 현재보다 상당히 증가한다는점이다. 이는 업무량이 현재도 많은 의과대학 교수에게 있어,개인의 열정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으로 훌륭한 피드백 문화가 대학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대학차원 그리고 더나아가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9].이 연구는 일개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했다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해당 연구의 결과를 모든 의과대학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개별 대학에서 보다나은 피드백을 위해서는 강의평가 시 피드백에 대한 항목도필수적으로 포함하여, 교수의 피드백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Korean J Med Educ > Volume 26(3); 2014 > Article


일개 의과대학 피어튜터링 프로그램 소개 및 효과분석

A Peer Tutoring Program Introduction and Effects Analysis in Medical College

이수현·전우택·양은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Su Hyun Lee · Woo Taek Jeon · Eun Bae Yang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의 지식과 술기를습득해야 할 뿐 아니라 상대평가와 유급제도로 인해 성적에 대한스트레스가 다른 전공 대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다. 실례로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본과 1, 2, 3학년들의 스트레스를 조사한결과 학업 및 성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이수현, 2012). 국외연구에서도 의과대학 학생들은 많은 양의 정보를 학습해야 하는 부담감, 시간압박, 사회적 활동기회의 상실 등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Enns et al., 2001). 이같은 학업스트레스는 유급이나 휴학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학생 중 10% 내외가학교생활부적응과 더불어 학습부진 그리고 유급 또는 휴학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이미 유급을 경험했던 학생들은 유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학업실패의 악순환을 반복하지않도록 도울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 바 있다(한의령 외, 2012). 이같이 의과대학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고충이나 어려움은 국내외를막론하고 의과대학 교육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하나의 과제로 많은대학들은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습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학교생활적응이나 학업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튜터에 의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학습지도활동을 통칭하여 튜터링이라하고 있으나 튜터링의 의미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영국,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튜터링은 주로 대학생의 세미나 지도 등에 배정된 대학원생이나 강사에 의해 운영되는 학습활동을 의미하며 미국의 경우 특정 교과목의 교습을 원하는 개인혹은 그룹의 요청에 의해 대학원생, 선배, 동료들이 교과목을 교습하는 상호자율 학습보조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선복근 외,2009).


학생과 학생 간에 개별지도로 이루어지는 색다른 교육형태인 피어튜터링(peer tutoring)은(김지현, 2011) 동일하거나 유사한 학과의 동기 간 또는 선후배 간의 학습지도활동을 의미한다(Miciano,2006). 피어튜터링은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교수법으로(Barrows, 1992) 특정 교과목에서우수한 실력을 가진 상급생들이 튜터가 되어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하는 후배 학생들, 즉 튜티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에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황은영, 2008). 이 같은 피어튜터링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튜터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경험을 했기 때문에 왜 튜티가 힘들어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튜티들의 입장에서는 교수보다 동료나 선배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낀다는 장점이 있다(Haist et al., 1998; Santee& Garavalia, 2006).


선행연구에 따르면, 피어튜터링은 거의 모든 교과영역, 인종, 성별등에 일관되게 튜티의 학업성적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한다(Robinsonet al., 2005). 구체적으로 피어튜터링의 효과를 보고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피어튜터링은 대학생활적응과 자율적인 학습기술의 향상에 도움이 되며(Beasley, 1997), 학습습관의 변화와 독립적인 사고기술을 발달시키며(Barrows, 1992),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자기개념, 학습효율감 등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가져온다(Barrows &Tamblyn, 1980; Robinson et al., 2005).


국내연구에서도 피어튜터링의 효과가 긍정적임을 일관성 있게보고하고 있다. 서금택(2008)은 튜터링의 효과성 분석연구를 통해서 튜티들은 피어튜터링을 통해 대인관계능력과 융통적 사고가 향상되고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며 학과성적의 향상으로 자신감이 향상되었고 이론과 현장체험을 통한 통합적 사고가 길러졌다고보고하였다. 한편, 튜터들은 리더쉽 향상, 튜티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력 향상, 학습을 준비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성향이 향상, 타인을 지도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자아발견의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피어튜터링은 도움을 받는튜티뿐 아니라 튜터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고 보고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튜터링은 튜티의 학습능력 향상과 대인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리더쉽 등 다양한 개인과 조직의 관계에 대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한 바 있다(선복근 외, 2009). 염민호와 박선희(2008)는 튜터링을 포함하는 학습공동체가 대학생들의 심층학습을 유도하여 전공과목을 학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였으며, 김인수(2010) 역시 대학생의 튜터링은 학업성취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으며 특히 학업성취도가 평균 이하인 튜티들이 튜터링으로 인한 학업성취 상승의 혜택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하였다. 이 같은 선행연구들은 튜터링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효과가학업성취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영역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 걸쳐 있으며 튜터와 튜티가 튜터링으로 인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은준과 김태형, 2011).


그러나 앞서 소개된 연구결과들은 다른 나라의 사례이거나 국내의과대학이 아닌 다른 전공 분야에서 진행된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문화가 다른 외국대학 사례나 교육과정 운영체계가 다른 일반대학의 피어튜터링 모형을 그대로 국내 의과대학에 적용하는 데는분명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커리큘럼에서 찾을 수 있다. 

  • 첫째, 의과대학 학생들이 한 학기에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일반대학전공에 비해 더 많다. 일반대학 전공의 경우, 학생의 상황에 따라 한학기에 19-22학점을 4년 동안 수강하지만 의과대학은 매 학년, 매학기 이수해야 할 학점이 다르며 일반대학에 비해 이수해야 할 학점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2012년 2학기 수강학점은 본과 1학년 24.5학점, 본과 2학년 25학점으로 최소 3학점에서 6학점까지 더 이수해야 한다. 
  • 둘째, 의과대학은 전공강의가 블록강의로 진행된다. 일반대학 전공과목 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운영되는데 반해서 의과대학은 전공과목들이 블록강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과목에 따라 최소 16-106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강의 분량을 소화해내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 셋째, 일반대학 전공과목의 경우 한 학기 동안 2번의 정규시험(중간, 기말고사)을 치르지만 의과대학은 블록으로 진행되는 전공과목 강의가 끝나면 바로시험을 보게 된다. 따라서 시험이 매우 빈번하게 있으며 시험 분량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차분히 이해하면서 공부를 하려면 시험범위를 1독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연세 의과대학 1학년의 경우매주 또는 2-3주에 한 번씩, 한 학기에 10번 정도의 시험을 치러야한다. 2학년의 경우 시험횟수는 줄지만 마찬가지로 블록강의로 진행되고 강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1학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이같이 본과 1, 2학년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소화해야 하고많은 전문용어와 개념들을 암기해야 하며 유급을 피하려면 일정수준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암기중심의 공부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이같은 의대 현실로 볼 때 일반대학에서 운영하는 피어튜터링프로그램처럼 튜터가 튜티에게 직접 학습내용을 가르치거나 예습,복습을 관리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어렵다. 따라서 의과대학 현실에 맞는 피어튜터링 모형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연세 의과대학에서 운영하는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일반대학의 피어튜터링 프로그램과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피어튜터링을통해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즉, 튜티와 튜터들의 튜터링 목표나 기대는 무엇인지, 피어튜터링이 학습활동과 학교생활적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튜터와 튜티가 지각하는 튜터링의 성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에대한 소개나 성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대부분 일반대학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로 교육과정 운영이 매우 다른 의과대학 학생들도 유사한 경험과 결과를 보고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튜티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튜터링 관련 변인조사를 통해 튜터링운영과 평가를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상의 내용을연구문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연구문제 1: 의과대학 피어튜터링 프로그램과 일반대학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 연구문제 2: 의과대학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에서 튜터와 튜티가 무엇을 경험하는가? 3) 연구문제 3: 튜티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튜터링 관련 변인은 무엇인가?


결론 및 논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문제로 고통 받고 있으며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은 과도한 학습량,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낙제와 같은 교육과정과 관련된다(Malik, 2000). 또한 의대강의는 대형강의 위주로 진행되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방법을 고려해 볼 때 학습과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에게는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개별화된 교수법이 효과적임이 알려져 있으며(Waugh, 1982)이런 의미에서 피어튜터링은 의과대학에서 학습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적절한 교수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미국과 영국 의과대학에서는 피어튜터링과 유사한 또래지원 학습 프로그램(peer-assisted learning, PAL)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대한 성과를 몇몇 연구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PAL은 의학교육에서 잘 이해되도록 가르치는 방법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학습자와피어튜터 모두에게 다양한 도움을 제공한다. PAL은 의학교육에서해부학 분야, 문제 중심 학습, 의사소통 기술 훈련, 임상시험 그리고소생술훈련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Nikendeiet al., 2009). 그러나 아직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피어튜터링에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세 의과대학 피어튜터링 모형을 소개하고 튜터링 활동을 통해서 튜터와 튜티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피어튜터링의 효과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를 위해 2012년 1학기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40명(튜터 20명/튜티 2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 말 평가기간 동안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5점 척도로 구성된 튜터링 관련 설문 문항과 튜티들의 1학기 평점평균을가지고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이장에서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몇 가지 논의를 하고자 한다.


첫째, 튜터링 과정에서 튜터와 튜티는 학업성적 향상, 학교생활적응, 대인관계 및 선후배 유대관계형성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튜터링에 임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튜터는 튜터링의 성과를선후배 유대관계형성, 학업지원, 정서적 지지라고 반응했으며 튜티들은 학업적 도움, 선후배 유대관계형성, 심리적 안정감 획득이라고하였다. 반응의 순위는 차이가 있지만 학업, 관계, 정서적 측면에서성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피어튜터링이 학업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김인수, 2010; Robinson et al., 2005; Santee& Garavalia, 2006) 튜티들은 튜터링을 통해서 학습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향상된다는 선복근 외(2009)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또한 튜터링을 통해서 튜티뿐 아니라 튜터들도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구체적으로 튜터들은 튜터로서의 역할수행을 통해 책임감, 자기이해를 포함한 리더쉽 발달을 경험했으며 선후배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고 튜티의 학업을 도와주는 과정에서본인의 학습동기도 향상되었음을 보고했다. 이 같은 결과는 튜터링과정에서 튜터들은 리더쉽이 향상되며 자기 이해력 및 자기 주도적성형이 향상된다는 서금택(2008)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본 연구에서 유의하게 살펴봐야 할 결과는 튜터들과 튜티들이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받은 것을 튜터링 성과로 지각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튜터링의 목적은 주로 학업발달에 초점을 두며(Sobral,2002) 학습공동체형성, 학습동기증진,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의 기회제공(황은영, 2008)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정의로 볼때 튜터링의 목적에 정서적 측면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튜터링의성과로 정서적 측면이 나타난다는 것은 튜터링이 인지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의 요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이 의대생의 인지적, 정서적 요구에 대처해야 한다는 결과를 지지한다(Scha˜er et al., 1990).또한 피어튜터링의 긍정적인 효과가 학업성취와 같은 특정 영역에한정되어 있기보다는 정서적 영역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 걸쳐 있으며 튜터와 튜티가 튜터링으로 인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결과와도 일치한다(이은준과 김태형, 2011). 본 연구에서 정서적 측면이 성과로 인식된 결과는 학업스트레스와 성적에 대한 경쟁의식으로 인해 정서적 불안과 인간관계에서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1:1 관계로 만나는 튜터링 활동을 통해서 의과대학학생으로서의 어려움을 서로 공감하면서 정서적인 지지나 안정감을 경험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둘째, 일반적으로 피어튜터링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선배나 동료가 후배에게 학습내용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본 연구에서 피어튜터링을 경험한 학생들이 피어튜터링에서 도움받은 점으로 가장 많은 응답을 한 내용은 학습방법 습득에 대한 부분이었다. 세부적인 반응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습방법노하우를 알게 되었다,’ ‘시간관리방법을 배웠다,’ ‘시험문제 출제유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학습방향(법)을 설정하는데 도움받았다’, ‘시험요령을 터득했다,’ ‘시험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어 도움받았다’ 등의 반응들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의과대학에서피어튜터링이 교과목 내용 중심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공부하는 방법, 시간관리방법, 과목별 시험 보는 요령과 같은 학습방법적인 측면에 초점화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암기 중심, 시험전략 중심의 의대공부 특성이반영된 결과일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본 연구의 피험자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본 연구에서 튜티로 참여한 학생들의 95%는 의전원 및 군위탁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정상으로 볼때 이들은 대학원생들이지만 의대공부를 새롭게 접하는 대상들로의대문화와 학습방법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학생들이다.따라서 이들이 학교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의 특성을빨리 이해하고 과목별 학습방법이나 시험전략과 같은 정보를 알려줄 대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전원생들과 군위탁생들의 경우 선배와의 상호작용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선배와 직접적으로 매칭해주는 튜터링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으로 이해된다. 추후 연구에서는 의예과 학생들의 튜터링 프로그램참여율이 저조한 이유, 튜터링의 내용이 공부방법에 치우치는 이유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피어튜터링 과정 변인과 튜티의 학업성취와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사례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본 연구를 일반화하는데 통계적인 한계는 있지만 의과대학피어튜터링과 관련된 선행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본 연구결과는하나의 참조치로 활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결과를 좀더 살펴보면, 튜터링 횟수(한 학기 평균 6-8시간)는 튜터링 과정 변인 및 튜티의 학업성취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대학에서는 한 학기당 30시간(황은영, 2008), 학기 중 2시간 10회이상(한안나, 2011), 한 학기 18시간 이상(고려대학교, 2009) 등 다양한 튜터링 운영시간을 제안하고 있다. 대학마다 자체적인 운영방침을 세우고 튜터링 횟수 및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제한이 튜터에게 봉사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기준인지, 아니면튜터링의 실제적인 성과와 관련이 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그러나 선행연구에서 피어튜터링 효과성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한연구에서 튜터링 프로그램의 특징(예: 튜터 훈련, 튜터링 시간)이튜터링 효과를 결정짓는다고 보고한 바 있다(Robinson et al., 2005).본 연구는 선행연구와 상반된 결과로 이 같은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튜터와 튜티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튜터링이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튜터링 횟수를 제안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튜티는 튜터링이 도움이 됐다고 지각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튜터와의 관계만족도가 높을수록 다음 학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튜티와 튜터 간 형성된 관계는 튜터링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라는 연구결과(Malik, 2000)가 보여주듯이 튜티가 튜터와 형성한 관계를 긍정적으로 지각하는 것은이후 튜터링 활동과 지속적인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따라서 튜터링 오리엔테이션에서 튜터들에게 학습지원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반면 튜터는 튜터링 활동이 튜터의 성장에 도움이 된 정도가 높을수록 다음 학기 참여의사가 높은 것으로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튜터링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튜티뿐 아니라 튜터들 또한 함께 성장하고도움받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튜티와 튜터의 지속적인 피어튜터링 참여는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튜티가 진급 후 튜터로서의 활동으로 연장될 때 성장지향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튜터링 운영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학생들이 지속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교육적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튜티의 학업성취와 가장 관련이 있는 튜터링 과정 변인은튜터가 지각하는 목표달성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튜터가 목표로 하는 학업성적 향상, 선후배 유대관계형성, 학교생활적응이높다고 지각할수록 튜티의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결과는 튜터가 튜터링의 목표를 정확히 지각한 후 튜터링 활동에참여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튜터링의 목표설정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중간, 기말평가과정을 통해서 튜터링의 목표가 잘 설정되었는지,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많은 경우 피어튜터링은 ‘학업부진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김지현, 2011). 의과대학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생활을 해왔던 학생들이라 자신이 낮은 성적으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아니면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없어 튜터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튜터링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학업적 도움이건, 개인적 도움이건 간에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Scha˜er et al.,1990). 튜터링이 학업부진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으며 어려움을 경험할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필요하다. 현재 연세 의과대학의 피어튜터링은 학교생활적응과 학업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외국의 사례처럼 임상실습과 술기교육으로까지 피어튜터링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겠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튜터링 프로그램 운영기간이 한 학기였고 사례 수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결과를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미래 피어튜터링 연구를 위한 하나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his study was conducted to analyze the effects of peer tutoring programs and to introduce the peer tutoring

program in medical College. Forty medical students participated in the study and data were collected through

surveys and interviews. Through the interviews, we investigated the peer tutoring experiences of tutors and tutees,

and what they perceived that they accomplished. Correlation analysis was conducted to investigate the tutoring

process variables that affect the academic achievement of tutees. It was found that tutors and tutees reported

achievements in the schoolwork, relationships, and emotional aspects.


Keywords: Peer tutoring, Academic achievement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진로적응성에 따른 직업관, 진로선택, 전공미결정요인 비교

Work Value, Career Choice, and Specialty Indecision Based on Career Adaptability of Medical College and Graduate School Students

천경희·박영순·이영환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Kyung Hee Chun · Young Soon Park · Young Hwan Lee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eungna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Daegu, Korea




서 론

일반적으로 대학생의 시기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진입하는과도기적 시기이자 유능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의 발달, 그리고 직업세계로의 전환과 적응을 위한 준비시기로 인식된다(장계영, 2010;정미경, 2005). 이 시기의 대학생들은 미래 직업 및 진로를 위한 탐색과 선택, 진로의 전환과 적응의 과정을 겪게 되며, 의과대학 진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진로선택과 적응의 과정을 겪게 된다(천경희 외,2011).


Savickas (1984)는 의과대학생과 의사가 진로성숙과정에 있어서타 직업군에 비하여 보다 동질적 성인집단의 특성을 보인다고 한바 있다. 실제로 의과대학생들은 일반 대학생들과 비교하였을 때,상대적으로 더 긴 교육기간 동안 전공교과교육을 받게 되며, 의사직 종사를 전제로 그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의사국가고시 시험을통과한 후에도 최소 5년 이상의 실무교육에 참여하게 된다(천경희외, 2011). 또한 의과대학생은 직업적 흥미를 견고하게 하여 자신의직업으로서 의사직을 선택하며, 이후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흥미를 견고하게 하여 전문 영역을 선택하게 되고, 이에 맞는 지위를획득하고 정착하여 안정화하는 일련의 진로개발과정을 겪는다(Savickas, 1984). 이러한 진로개발과정에서의 성공을 흔히 경력성공(career success)이라 하고, 개인이 직업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장계영과 김봉환, 2011).


지금까지의 다양한 선행연구들(김민강과 강진오, 2007; 박정한외, 1999; 양한주와 정철영, 1998; 이지혜 외, 2009; 임기영과 조선미,2002; 한상철과 김영한, 2003; Bhat et al., 2012; Chang et al., 2006;Hauer et al., 2008; Heiligers, 2012; Walkiewicz et al., 2012; Yap etal., 2012)에 따르면, 진로에 있어서의 선택과 적응은 크게 성별, 지역, 가족관계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흥미, 적성, 역량, 가치관 및 성격과 같은 개인차 요인, 그리고 수입, 사회적 지위, 의료및 직무환경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150명의 영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전공선택에대한 Yap et al. (2012)의 연구에 따르면,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요인으로 임상 영역의 멘토,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사례에서 다루어진 전공 관련 주제, 개인적인 멘토의 영향이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Khater-Menassa &Major (2005)의 연구나 Mwachaka &Mbuhua (2010)의 연구에서도 개인적 역할 모델의영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개인적 흥미와 높은 수익과같은 특성들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Haueret al. (2008)은 교육경험과 환자진료 특성, 그리고 생활양식(lifestyle)이 전공과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으며, 
  • Chang et al.(2006)이 실시한 대만 의과대학생에 대한 연구와 Heiligers (2012),Weissman et al. (2012)의 연구에서도 생활양식이 주요 선택요인인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이루어진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에 관한 연구로는 의과대학생의 성격특성과 가치관이 전공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임기영과 조선미(2002)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입학 당시와 졸업학년 및 인턴들이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함을 밝힌 바 있으며, 그 다음으로 직업의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대구 지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중정 외(2003)의 연구에서는 전공선택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경제적 안정성, 평생직업, 봉사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급구조학과 학생들의 전공선택요소에 관한 김미숙 외(2010)의 연구에서는 이상적 전공선택의 요소가 적성과 소질, 적절수준의 연봉, 전공을 살리는 것, 사회적 지위와 존경, 국가와 사회에의 봉사 순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학생과 의과대학 학생의 진로결정요인의 차이를 살펴본 이지혜 외(2009)의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모두 가족이나 친구들의 사례,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사례,학교실습경험, 의과대학에서의 환자와의 접촉경험, 지적인 전문내용 등을 중요한 결정요인이라고 응답하였고, 의전원생들은 보다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요인들을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여기는 반면, 의과대학생들은 의과대학에서의 경험이 더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김민강과 강진오(2007)의 연구에서는 의전원생이 이타적인 동기를 더 많이 가지는 반면 의과대학생들은 직업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진로개발과 전공선택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여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간 비교를 넘어 진로와 전공선택에 있어서 진로적응 수준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직업관과 전공미결정요인들에 있어서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대해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진로적응성은 변화하는 일과 일하는 조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Super &Knasel, 1981)이자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긍정적 대처와 같은 탄력성을 포함하는 미래성공적 생존가능성을 의미한다(장계영과 김봉환, 2011). 따라서 진로적응성 수준에 따라 나타나는 진로나 전공선택, 그리고 경력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특성들에 대하여 탐색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선택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직업생활에 이르는 경력개발과정에서의 적응과 관련된 것이자 이를 지도하고 지원해야 하는 의학교육의 역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과 미래 의사직 종사자의직업 관련 태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본연구에서는 다음의 연구문제를 다루고자 하였다.


첫째, 소속 및 진로적응 정도에 따라 의과대학 지원동기, 지원에영향을 미친 사람, 의학에 대한 흥미와 적성에 있어서 어떤 양상을보이는가? 둘째, 소속 및 진로적응 정도에 따라 직업관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셋째, 소속 및 진로적응 정도에 따라 전공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차이가 있는가? 넷째, 소속 및 진로적응 정도에 따라 진로미결정요인들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자



2. 연구도구


1)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진로 관련 설문


먼저 조사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및 진로 관련 특성들을알아보기 위하여 권성준(2001)의 연구에서 사용된 설문을 참조하였으며, 성별, 학년, 출신 지역 및 입학 시 희망진로와 지원동기, 현재희망직업과 의학에 대한 흥미와 적성, 전공선택 여부와 그 이유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16개 문항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개발하였다.


2) 직업관


직업관이란 개인이 어떤 직업 또는 직업적 활동에 대하여 가지는생각과 관념, 가치를 의미하며, 진로선택 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의 직업관을 알아보기 위하여 김경선(2006)에 의해 개발되고 대학생의 직업가치관 유형을 추출하는데 사용되었던 28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이 문항들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과 스크린검사를 통해 4개 요인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요인별 문항개수와 신뢰도는 표 2와 같다.


    • 성취/개발과 소명요인은 ‘직업을 통한 자아성취와 자기개발이 중요하다’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와 같은 문항들로구성된다. 
    • 보수와 보상 추구요인은 ‘사회적으로 일의 가치를 높이평가받는 직업이 좋다,’ ‘나는 직업선택에 있어 보수를 중요시한다’와 같은 문항으로 구성된다. 
    • 안정추구는 ‘내 능력에 비해 업무부담이 많은 직업은 싫다,’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은 싫다’ 등의 문항으로 구성된다. 
    • 자율추구는 ‘나에게 평생직장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직업선택에 있어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요시한다’ 등의문항으로 구성된다.


3) 진로적응성


진로적응성은 변화하는 일과 일하는 조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도(Super &Knasel, 1981)로 미래지향적 혹은 미래의 생존가능성예측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장계영과 김봉환, 2011).본 연구에서는 장계영(2010)이 개발한 진로적응성 척도를 사용하였으며, 이 척도는 총 8개 하위요인, 45개 문항으로 구성되며, ‘전혀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의 5점 척도를 사용하였다. 각 요인별 문항개수와 신뢰도는 표 3과 같다.






4) 전공미결정


Savickas et al. (1985)은 의과대학 및 의전원 진학 후 전공과를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미결정요인을 알아보기 위한 18개 문항의척도를 개발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이 척도를 번안하여 사용하였다. 교육학 전문가 2명과 의학 전문가 1인이 문항에 대한 내용타당도 검증에 참여하였으며, ‘전혀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의 5점척도를 사용하였다.


5) 전공선택 결정요인


본 연구에서는 Lischke (2000)와 이지혜 외(2009)가 사용한 전공선택 결정요인에 대한 25개 문항을 사용하였으며, ‘전혀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의 5점 척도를 사용하였다.



3. 자료수집 및 분석방법


결 과


1. 진로선택의 특성


본 연구에서는 소속집단 간 비교를 위하여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집단을 구분하였으며, 진로적응성 척도 전체점수의 평균 3.60을기준으로 진로적응 저·고 집단을 구분하였다. 이에 대한 빈도(%)는 표 4와 같다. 진로적응이 낮은 집단이 69명, 높은 집단이 64명이었다


의과대학과 의전원 지원동기에 대한 소속별, 진로적응 수준별 빈도(%)는 표 5와 같다. 먼저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모두 가장 중요한 의과대학 지원동기로 가치관과 보람(59.39%)을 들었으며, 그 다음으로 경제적인 안정(13.53%), 적성(9.02%), 가족의 바램(6.76%)등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진로적응이 높은 집단의 경우에는 가치관과 보람(65.62%), 적성(14.06%), 경제적인 안정(9.37%)의 순으로보고하였다.


의과대학 진학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에 대해 질문해본 결과는 표 6과 같으며, 의과대학생의 50.64%가 본인이라고 응답하였으며, 40.25%가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의전원생의 69.64%는 본인이라고 응답하였으며, 부모의 영향은 친구의 영향과 동일하게 10.71%의 학생들이 응답하였다. 또한 진로적응이 낮은 학생들의 34.78%와 진로적응이 높은 학생들의 20.31%가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응답하였으며, 진로적응이높은 학생들의 65.62%가 본인 스스로 결정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의학이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지에 대한 질문결과는 표 7과같으며, 의과대학생에 비하여 의전원생이(t = -4.06, p<0.001), 진로적응이 낮은 학생집단에 비하여 높은 학생집단이(t= -2.79, p<0.01)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의학공부가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입학 시 희망직업과 비교하여 졸업 후 희망직업에변화가 있는지를 질문해본 결과는 표 8과 같으며 의과대학생의42.85%와 의전원생의 35.71%가 희망직업에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의 구체적인 희망직업 빈도는 표 9와 같다.

  • 입학 전에는 46.21%의 학생들이 임상의학교수를, 29.54%가 병원개원을, 15.15%가 봉직의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30%(7명)의 학생이 기초의학교수를 희망하고 있었다. 
  • 그러나 3, 4학년현재에는 34.10%의 학생들이 봉직의사를, 30.23%의 학생들이 임상의학교수를, 27.13%가 병원개원을 희망하고 있었다.










2. 직업관에서의 차이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그리고 진로적응수준 정도에 따라 4가지 직업관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는 표 10과 같다.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모두에서 가장 높게 보고된 것은 ‘성취/개발과 소명’ 요인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보수/보상의 추구,’ ‘안정추구,’ 그리고 ‘자율추구’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과대학생이의전원생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보수/보상추구’ 지향(t = 2.80, p<0.01)을 보였다. 진로적응 정도에 따른 직업관을 살펴보았을 때, 진로적응이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에 비해 ‘성취/개발과 소명’(t = -6.98, p<0.001), ‘보상/보수추구’(t = -2.84, p<0.01), 그리고 ‘자율추구’(t = -3.93, p<0.0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안정추구’ 성향은 두 집단 간 차이가없었다.



3. 전공과 선택 영향요인에서의 차이


전공과 선택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25개 항목에 대한 소속집단간 비교분석결과는 표 11과 같다.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실습경험,’‘의과대학에서의 환자접촉경험,’ ‘가족을 위한 시간과 레저활동시간,’ 그리고 ‘교수님이나 전공의 선생님들의 사례’ 등의 순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 항목에서 소속집단별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진로적응 수준에 따라 유의한차이가 있는 요인들은 ‘전공과에서 다루는 내용들’(t = -2.50, p<0.05), ‘환자의 연령 특성’(t = -2.20, p<0.05), ‘환자와의 접촉기회’(t = -2.20, p<0.05), ‘연구기회’(t = -2.18, p<0.05), ‘선진 첨단의료기술의 사용’(t = 2.33, p<0.05)이었으며, 이들 요인 모두에서 진로적응이 높은 집단의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4. 전공미결정요인에서의 차이


소속 및 진로적응 정도에 따른 전공미결정요인들의 차이검증결과는 표 12와 같다. 진로결정과 전공결정에 있어서는 의과대학생과의전원생들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진로적응 수준에 따라서는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t = -2.94, p<0.01; t = -2.16, p<0.05). 또한 전공미결정요인들에 대한 탐색결과,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더 많은 정보(4.20±0.74)와 지원(3.92±0.82)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의과대학생들이 의전원생들에 비하여 선택에 대한 만족의 불확실성(t = 2.01, p<0.05)과 본인의 능력에 대한 지각(t =3.27, p<0.01) 정도가 낮았으며, 또한 전공선택을 적극적으로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 = 2.12, p<0.05). 반면 의전원생은 의과대학생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 = -2.53, p<0.05).


진로적응 수준에 따른 전공미결정요인들을 살펴보면, 진로적응이 높은 집단이 더 많은 정보(t = -3.00, p<0.01)와 지원(t = -3.47,p<0.001)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전공미결정원인 중 희망전공과가 다수인 점(t = -2.60, p<0.05), 흥미로운 것이 너무 많은 점(t = -4.04, p<0.001)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진로적응이 낮은 학생들은 본인의 능력(t =3.16, p<0.001)과 흥미(t =3.90,p<0.001)를 잘 파악하지 못하며, 가고 싶은 과가 별로 없고(t =3.54,p<0.001),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t =3.36,p<0.01)과 전공선택 자체가 귀찮다(t = 4.56, p<0.001)는 문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찰


본 연구는 대구지역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의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및 전공선택과 관련된 현황을 알아보고, 진로적응 고·저집단 간 직업관, 진로선택요인, 전공미결정요인들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의과대학·의전원에서의 학생적응 및 진로지도를 위한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먼저 의과대학생의 48.05%와 의전원생 75.00%가 의과대학 지원동기로 ‘가치관, 보람, 의지’를 들었으며, 이는 다수의 학생들이 내재적 동기에 따라 진학결정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과대학입학생의 18.18%가 ‘경제적인 안정,’ 11.68%가 ‘가족의 바램,’ 9.09%가 ‘성적’을 주된 동기로 응답함으로써 의과대학생들의 약 40%가외재적 동기에 의해 진학결정을 하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입학동기에 대한 권성준(2001)의 연구결과와 유사한것으로 특히 의전원 제도에서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을 희망하는의과대학의 경우,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의사로서의 직업전문성과 환자치료와 의학연구를 위한 내재적 동기를 형성시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안내할 공식적 혹은잠재적 교육과정을 개발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또한 지원에 영향을미친 사람으로 의전원생들의 10.71%와 의과대학생들의 40.25%가‘부모’라고 응답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과대학 진학생들이 진로결정에 있어 자기 주도적 태도가 부족하며, 이 또한 의과대학 교육과정 및 대학생활에서 획득되어야 할 중요한 역량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학 전과 비교하였을 때 의과대학과 의전원 3, 4학년생들의 진로변화 추이는 매우 흥미롭다. 의과대학생의 경우, 초기 45.45%, 이후35.06%의 학생들이 임상의학교수를 희망하고 있으며, 초기 36.36%,이후 25.97%의 학생들이 병원개원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에 초기11.68%였던 봉직의사 희망자가 이후 31.16%로 증가하였으며,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진로결정을 못하겠다고 응답한 학생도 있었다(6.49%). 의전원 학생들의 경우에는 임상의학교수 희망자는 줄었지만 개원의 희망자 수는 8%, 봉직의 희망자 수는 약 18%가량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의사직과 의료사회의 현황을 반영하는 것이자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진로개발이 현실화됨을 의미한다. 이상영(2012)에 따르면, 암과 같은 만성질환의 증가에 따라 국민들의보건의료기관 이용양상 등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시설, 인력,장비 등이 우수한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쏠림현상은 과거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개업의로의 직업선택보다 봉직의로서의 삶이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있으며, 2012년 7월 중앙일보에서도 개업의에 비해 수입 안정성과업무에서의 수월성이 확보되는 봉직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기사화하고 있다(장치선, 2012). 이러한 특성은 설문 후 실시한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업의의 경제적 위험부담과 환자와의 관계형성 및 유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수월하고안정적인 봉직의 선택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의과대학생과 의전원생 모두 직업관에 있어서 ‘성취와 자기개발,소명의식,’ ‘보수와 보상추구,’ ‘안정추구,’ ‘자율추구’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그러나 ‘보수와 보상추구’에서 의과대학생이 의전원생보다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김민강와 강진오(2007)의 연구에서 일부 지지되는 것으로 의전원 학생이 이타적인 동기를 더 많이 가지며, 의전원 학생들이 정의적인 측면에서 의학과 학생보다 우수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의 전공선택 영향요인들에 대한 집단차이 분석결과에서도 다소 지지되는데, 전공선택에 있어 ‘타 전공에 비해 수입이 높은 경우’ 의과대학생이 의전원생들에 비하여 높았으며, p=0.0544로 그 유의성을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었다. 이 변수는 집단 간 차이를 유발하는 유일한 변수였다. 이러한 결과가 해당 표집집단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학 동기에서부터 차별화되는 개인차 특성인지에 대하여 추후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의과대학 체제 혹은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에서는 정의적 영역의 부족해소와 의사로서의 직업관을 형성시키는 방안 등을 추가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래 진로 및 직업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진로적응성 수준에따른 비교결과들은 본 연구 전반에 걸쳐 소속집단별 비교에 비해더 많은 영역에서의 집단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 첫 번째로 진로적응 수준에 따른 지원동기를 살펴보면, 진로적응성이 높은 학생집단은 ‘가치관, 보람, 의지,’ ‘적성,’ ‘경제적인 안정’의 순으로 응답하였으며, 진로적응성이 낮은 학생들 또한 ‘가치관, 보람, 의지’를 동기요인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였으나 ‘경제적 안정’과 ‘가족의 바램,’ ‘사회적 명예’ 등의 외적 동기가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되었다. 지금까지의 진로와 동기에 대한 다수의 연구(김정원, 1995; 신희경과 김우영, 2005; 이달엽 외, 2002; 이예진과 이기학,2010)를 기초하여 볼 때, 내적 동기나 내적 통제가 학업성취나 직업적 성공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추후 진로성공을 위해서는 이러한 동기를 높여주는 노력이 요구된다.


진로적응 수준에 따른 직업관을 살펴보면, ‘안정추구’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성취/자기개발/소명의식,’ ‘보수와 보상추구,’‘자율추구’에 있어서는 진로적응성이 높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학생들에 비해 모두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uper (1970)의 내재적, 외재적, 병재적 유형 혹은 백영균(1980)의 내재적, 외재적 직업가치관 영역 구분에 기초하여 볼 때, 진로적응성이 높은 학생들은 내적, 외적 영역 모두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직업관을보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안강현과 이용환(1998)이 말한보수지향적, 기여지향적, 자아실현지향적 직업관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있어서는두 집단 모두에서 ‘학교에서의 실습경험,’ ‘의과대학에서의 환자접촉경험,’ ‘가족을 위한 시간과 레저활동시간,’ ‘교수님이나 전공의선생님들의 사례,’ ‘진료 외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음,’ ‘근무시간 예측가능성’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까지의 진로선택 및 전공선택에 대한 연구결과들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된 것으로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생활양식의 중요성이 본연구에서도 관찰되었다. 국외 연구에 따르면, 

  • Chang et al. (2006)은500명의 대만 의과대학생의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대한 연구를 통해 개인적 선호와 업무성과, 전공의 특성, 그리고 전공훈련과정 순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특히 개인의지적 선호와, 진로개발의 기회, 그리고 교육완수 후의 생활양식이학생들의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하였다.
  • Weissman et al. (2012)은 229명의 이스라엘 의과대학생들이 6년제과정 중 5년차부터 전공을 주로 고려한다는 것과 응답자의 2/3 이상이 생활양식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봉급과 생활양식간의 합리적인 균형이 맞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전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 Hauer et al. (2008)은 1,177명의 의과대학 4학년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학생들이 내과를 선택하게 되는 3가지 요인으로 내과에서의 교육경험, 내과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진료, 그리고 생활양식을 들었다.


반면, 동일한 척도를 이용한 이지혜 외(2009)의 연구에서는 다소상이한 결과가 관찰된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의사례,’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사례,’ ‘학교실습경험,’ ‘의과대학에서의 환자와의 접촉경험’ 등 교육과 환경적 요인들을 주요 영향요인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조사대상자 집단 차이에 의한것인지, 응답에 있어서의 바람직성 경향에 의한 것인지 등은 보다많은 표집집단을 포함한 추후 연구를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또한 진로적응성이 높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전공과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환자의 연령특성, 환자와의 접촉기회,연구기회, 그리고 첨단기술의 사용 등과 같이 전공과와 관련된 구체적 요인들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진로선택 및 진로개발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성공적인 진로개발 및 적응을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본인의 흥미나 적성, 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하는 일련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진로적응 수준에 따라 진로와 전공결정 정도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적응이높은 집단의 진로결정과 전공결정 정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그러나진로와 전공결정 평균이 모두 3점 미만이었으며, 따라서 전공미결정 요인들에 대한 탐색결과를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진로적응 고·저 집단 모두가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그 외의 미결정요인에서는 질적 차이가 관찰된다.진로적응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희망하는 과가 다수이거나 흥미로운 것이 너무 많은 것과 같이 동기나 흥미도 수준이 높아서 발생되는 미결정요인들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반면, 진로적응이 낮은 학생들은 본인의 능력이나 흥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과가 없거나 본인의 기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혹은전공선택 자체를 귀찮아하는 등 동기나 흥미가 낮은 요인들에서 상대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진로 및 전공선택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및 적응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진로적응성이 높은 집단의 경우, 높은 동기와 흥미 수준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적합한 진로와 전공선택을 할 수 있는 안내가 요구되는 반면, 진로적응성이 낮은 집단의 경우, 동기나 흥미 자체를 높이는 방안과 적응적인 인지, 행동,태도를 증진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진로적응성이 책임감, 목표의식, 창의성, 개방성, 대인관계, 주도성, 긍정적 태도, 및 직무능력으로 구성되며, 미래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긍정적 특성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로적응성 자체를 높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 및 교육 프로그램 또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진로결정 이유와 동기 그리고 희망전공과 관련한 일련의 정보를 1개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과거회상방법으로 동 시점에 질의하였다. 회상정보가 갖는 신뢰성 문제를고려하여 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단연구를 통해 의과대학 진학동기와 이후의 변화, 그리고 성취와 진로성공 정도를 장시간에 걸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의전원생들에게 요구되는 교수학습의 다양한 성과들은 졸업 후 보다 나은 의료실무와 의사로서의 삶을 위한 것이다. 우리의 교육대상이자 미래의 의사직 종사자인 의과대학·의전원생들의 직업관과 진로개발에 대한 인식,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개발을위한 선택과 준비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가는 지속적인 관심대상이자 탐색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표집과 변수들을포함한 후속연구를 통해 기술적인 연구를 넘어 처방적인 지원방안의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differences between medical college students and graduate

school students with regard to the factors that shape career choice and specialty indecision. One hundred and

thirty-three students from a medical school participated in this study. The students completed a survey, which

collected information on career choice, specialty indecision, and career adaptability. Significant differences were

found between high and low career adaptability groups in factors that affected specialty choice and indecision.

Students with high career adaptability were significantly more affected by ‘intellectual content of specialty,’ ‘ages

and characteristics of patients,’‘patient contact experience during the early years of medical school,’ and ‘greater

opportunity for research.’ Among the specialty indecision factors, students with high career adaptability were affected

by ‘several specialties equally appealing to me’ and ‘many interests,’ while students with low career

adaptability were affected by being ‘unaware of my abilities,’‘unaware of my interests’ and having ‘learned my

choice was not possible for me.’ The factor having the greatest influence on specialty indecision was ‘need more

information and support,’ and there were no significant differences in these factors between the two groups. The

results suggest that the development of career counseling and education programs need to be designed for

medical college students and graduate students in terms of career adaptability and specialty indecision.

Keywords: Work value, Career choice, Career adaptability, Specialty indecision

의과대학에서의 입학면접

The Admission Interview in Medical Schools

노혜린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HyeRin Roh, MD, PhD

Department of Surgery, School of Medicine, Kangwon National University, Chuncheon, Korea





서 론

의과대학에서는 입학전형을 통해 의과대학의 학업을 잘 수행하면서 동시에 바람직한 의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응시자를 뽑고자 한다(Basco et al., 2000). 학교는 학업수행 여부 등의 인지적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학교성적이나 공인시험성적 등을 확인하며, 의사로서의 자질 등의 비인지적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면접등을 시행한다(Stansfield &Kreiter, 2007). 대개 1차 전형으로 서류심사를, 2차 전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입학면접이란 입학하고자 하는 응시자를 면대면 의사소통함으로써 응시자의 자질을평가하는 것이다(Brownell et al., 2007). 면접은 응시자가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하는 서류평가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면접이 입학전형에 널리 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많다. 사람의 자질을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사람이란 자신의 출신배경과 살아온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주관을 가지게 되므로 객관적인 평가가어렵고, 면접평가의 결과로 학업 우수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며,더 나아가 나중의 의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정도를 예측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이다. 면접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학교에서는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좋은 학교 출신학생들이 면접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불합격하지는 않을지, 학생들이 면접에 대해 대비함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모범답안을 말하게 되는데 면접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자신이 과연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면접관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하다보면, 점수가 왜곡되어 실제 응시자의 자질과는 달리 평가되기 쉬운데 이를 어떻게 예방할지, 면접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시비가 혹시 사후에 있지 않을지 등에 대한 걱정을 하게된다. 현실적으로 많은 교수를 동원해야 하고, 문항을 미리 개발해야 하며, 비용도 들기에 실행 면에서 어려움도 있다.


이러한 의문과 두려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의 면접은 원래의면접 방식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된다. 

    • 전체 응시자 면접은 하루 이내에 완료되며, 면접에 사용되는 문항은 당일 아침에 공개된다(노혜린 외, 2009). 이는 기밀 유지가 면접의 공정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 평가는 대개 총괄채점(globalrating)으로 하게 되나, 면접관들은 자신의 점수에 따라 응시자가 떨어질 확률이 두려워 후하게 평가하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학교에서는 상중하의 비율을 어느 정도 정해 모두가 후하게 평가하여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한다. 
    • 또한 2차 전형에서 학생들의 총점을 낼 때 2차전형의 점수를 합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차전형의 점수를 다시 여기에 상당 비율로 포함시켜, 공부 잘하는 학생이 면접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 면접의 내용도 비인지적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인지적 영역을 되풀이하여 평가함으로써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단점이 발생하게 된다

    • 하루 내에모든 면접이 끝내야 하니, 한 응시자를 면접하는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대개 10분 내외로 면접관은 응시자를 만난다. 
    • 따라서 정해진 모든 질문을 응시자에게 하지는 못하고, 면접관은 질문들중 몇 개를 골라 임의의 순서로 응시자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 면접관들은 면접 직전에 문항을 파악하게 되므로 충분히 숙지하고있기 어려워 문제의 목적이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면접이진행될 수 있다. 
    • 상중하의 비율을 정해놓고 평가함에 따라 학생의 자질은 실제 자질과는 달리 왜곡되며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게 된다. 
    • 학생들은 10분 정도의 면접에는 답변을 준비할 수 있으며, 어떤 질문에 나왔는지에 따라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 이에 따라 면접은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그 공정성과 타당성을 의심받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선행 연구들을 통해 면접에서 평가하여야 할 자질과 면접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찰해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제안해보고자 한다.



본 론


가. 면접에서 평가할 필요가 없는 자질은 무엇인가?


  • 첫째, 1차 전형에서 이미 평가한 자질을 2차 전형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이미 수능이나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1차 전형에 포함시켰다면 2차 전형인 면접에서 다시 영어로면접을 할 필요는 없다. 생물이나 화학에 대한 지식과 사고력을평가하는 공인시험 성적을 1차 전형에서 이미 반영하였다면, 2차 전형 면접에서 생물이나 화학 관련 지식을 다시 질문할 필요는 없다.
  • 둘째, 굳이 면접을 통하지 않고 평가가 가능한 자질은 면접을통해 평가할 필요는 없다. 면접이란 비용, 시간, 인력 소모가 많은 평가방법이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인력 동원이적은 방법으로 평가가 가능하다면 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예를들어,“ 왜의사가되고자하는가?”라는질문은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등을 통해 평가가 가능하다. 
    •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필기시험이나 논술을 통해서도 평가가 가능하며, 굳이 면접을 할 필요는없다.
  • 셋째, 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 의학교육을 통해 습득이 가능한 능력은 입학 전 면접에서 굳이 평가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의료윤리에 대한 지식이나 의료윤리적 딜레마에서의 바람직한 행동, 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 등은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배우게 되는 것으로, 이를 평가하기 위해 면접을 볼 필요는없는 것이다(Lowe et al., 2001).
  • 넷째, 직업현장에서의 선발면접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선발면접은 기업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에, 그 내용이 의학전문대학원 면접에 적용되기도 한다. 직업 현장에서 고용인을 뽑는것과 맥락이나 목적이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학생들은 고용인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지식의몸체를 배우는 중이지만 고용인들은 지식의 몸체를 적용하는 중이기 때문이다[Goho &Blackman, 2006). 또한 기업에서 선호하는 자질과 의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 면접에서 평가할 수 있는 자질은 무엇인가?


  • 첫째, 다른 평가도구를 사용하여 평가가 되기 어렵거나, 면접을 통해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자질은 면접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능력은 필기시험이나 자기소개서, 성적등을 통해 판단하기는 어렵다. 의사소통능력은 직접 면대면으로만나 대화를 함으로써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
  • 둘째, 의과대학에서의 의학교육을 통해 변화하기 어려운 자질은 면접을 통해 사전에 평가되어야 한다(Albanese et al., 2003).특히, 정직성이나 윤리적 민감성은 타고나거나 어려서 형성되므로 의학도를 선발하는 면접에서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고 있다(Bullimore, 1992; Lowe et al., 2001). 그러나 과연 어떤 자질은 안정적으로 고정된 상태이며, 어떤 자질은 변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이 제시된 연구는 아직 없다(Albanese et al.,2003). 이 분야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다.
  • 셋째, 사회에서 요구하는 좋은 의사의 자질에 대해 고려하여야 한다. 이영미와 안덕선(2007)은 의대생, 의대교수, 환자, 개업의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좋은 의사의 자질로‘환자의 입장에서 아픔을 공감’,‘ 환자진료 시 윤리적으로 판단하고행동’,‘ 환자에게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함’,‘ 지역사회 공헌하고 봉사’등의 비인지적 자질이 선택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면접에서 어떤 자질을 평가할 것인지 결정함에 앞서 사회에서기대하는 의사상에 대해서는 선행조사가 필요하며,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넷째, 의사집단이 의료전문가로서 생각하는 좋은 의사의 자질을 정립하여야 한다. 선행 연구들에서 주로 평가되었던 자질로는, 의사소통기술, 공감, 정직성, 윤리성, 성실성, 직업선택 동기,유연성, 의사결정능력, 문제해결능력, 팀워크, 비판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 인내력, 자기 확신, 리더십 등이 있었다(노혜린 외,2009). 또한 AAMC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Colleges)(2004)는 면접에서 평가되어야 할 자질로서, 협력, 리더십, 의사소통, 의학에 대한 동기, 성숙도, 자기이해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이 의사집단이 면접에서 평가할 좋은 의사의 자질에 대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 면접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은 무엇인가?


  • McManus(1998)은 응시자의 특성이 면접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나이가 많은 학생일수록, 유색인종일수록면접에서 불리하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나이가 있어 성숙한학생이 의사로서의 품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는 일반적인 정서와는 달리, 면접에서는 나이가 적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언어적 의사소통 만큼이나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Edwards et al., 1990). 성별의 영향에 대해서도 지적되고 있다. 여자 응시자가 남자에 비해 불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Marquart et al., 1990; Stiffman &Blake, 1991). 면접관들은 남학생에게 직업선택 동기를 묻는 동안, 여학생에게는결혼이나 출산 계획을 묻는 경향을 보였다. 여학생은 남자교수에게 뿐만 아니라, 여자교수에게도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Edwards et al., 1990). 반면 여학생일 때 면접에서 더 유리하였다는 보고도 있다(McManus, 1998).
  • 특히 응시자의 성적은 면접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Shaw et al.(1995)은 의학교육입문검사와 학사과정성적을 면접관에게 공개하고 평가한 면접의 경우 면접관들이 인성 영역 평가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였다.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의 경우 면접에 유리하였으나, 자연과학 과목이 아닌 영역에서의 좋은 성적은 면접에 불리하였다(McManus, 1998)는보고도 있다. Harasym et al.(1996)은 표준화된 모의응시자를 개발하여 면접관이 면접하게 하고 그 평가를 비교해보았을 때, 절반 정도에서만 적절히 평가되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만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표준화된 모의응시자를만난 면접관은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리더십에도 우수한 평가를 하였다. Elam et al.(1994)도 입학면접에서 직업선택 동기나 대인관계능력, 책임감 등을 평가하도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면접관들이 그것보다 응시자의 학문적인 질적 수준을 평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면접관이 응시자의 성적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여야객관적이고 공정한 면접이 가능하겠다.
  • 면접관의 특성 또한 평가 결과를 왜곡시킨다. 가장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한 특성에 영향을 과하게 받아 다른 특성에 대한 판단까지 하게 되는 후광효과, 평가자에 따라 채점을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인색하거나, 모든 평가를 가운데로 모으는 집중경향이생기는 것 등이 흔히 나타나는 채점 오류이다(Edwards et al.,1990).
  • 그 외에도 면접 자체도 면접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앞 사람이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음 사람이 영향을 받는 대조 효과가 대표적인 경우이다(Goho &Blackman, 2006).



라. 면접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면접의 신뢰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면접관이다(이규민, 2002). 따라서 면접관의 오차를 줄이는 것이 면접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겠다. 이규민(2002)는 면접을 사용하여 주요한 교육적 의사 결정을 할 경우, 
    • 1) 구체적인 채점 기준을작성하여 활용하고, 
    • 2) 면접관을 훈련시키며, 
    • 3) 총괄적인 채점(holistic scoring)보다는 분석적인 채점(analytic scoring)을 사용하고, 
    • 4) 신뢰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또한 구조화된 면접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면접관의 일치도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Goho &Blackman, 2006). 구조화면접의 조건은 다음의 4가지로 정의된 바 있다(Edwards etal., 1990). 
    • 첫째, 면접 내용은 직무 분석으로부터 개발되며, 
    • 둘째, 모든 응시자에게 같은 질문이 주어지며, 
    • 셋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견본으로 면접관에게 제공되며, 
    • 넷째, 면접은 위원회나 면접관 패널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다.
  • Eva et al.(2004a)은 일반화가능도 이론에 의한 분석결과, 1개의 면접방에서 12명의 면접관이 모두 함께 평가하는 것보다, 12개의 면접방에 각각 1인의 면접관이 들어가 각각의 질문을 하는경우가 신뢰도가 훨씬 높았다며, 면접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가 다른 면접방의 수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에 다수의 면접방에서 각각의 상황을 두고 응시자를 평가한 Multiple Mini-interview (MMI)가 McMaster 의과대학에서 처음 개발되었다(Eva et al., 2004a). MMI는 8분 정도의 짧은 면접을 10개의 면접방 내외에서 연이어 시행하는 방식으로, 객관구조화진료시험과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MMI는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도입되었다(노혜린 외, 2009). MMI의 신뢰도는0.6~0.8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Eval et al., 2004a; Lemay et al.,2007; 노혜린 외, 2009).
  • 면접에서 이루어지는 질문 방식도 면접의 신뢰도를 좌우한다.질문의 형태는 크게 상황질문(situational question)과 성과 질문(accomplishment question)으로 나눌 수 있다(Edwards et al.,1990). 
    • 상황 질문(situational question)은 만약 어떤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 성과 질문(accomplishmentquestion)은 과거에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었으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행동이 미래의 행동에 대한 가장 좋은 잣대라는 믿음에 근거를두고 있다. 
    • 상황질문보다는 성과 질문이 면접의 신뢰도를 위해서는 더 추천되고 있다.


마. 공정한 면접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응시자에게 공정한 면접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면접평가가 신뢰할 만하고 타당하여야 할 것이다. Downing(2004)는 중요한 당락이 결정되는 평가의 경우 0.90 이상의 신뢰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입학선발면접에서의 당락이 응시자에게 있어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볼 때, 매우 높은 신뢰도가 필요함은 당연하겠다.


어떠한 응시자라도 출신 지방이나 졸업한 대학, 성적 등에 의한 편견 없이 평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면접관에게 응시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면접하고, 모든 응시자에게 같은질문을 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충분하지 않다.


Eva et al.(2004b)은 같은 응시자에 대한 교수간 일치도나 지역사회인사 간 일치도에 비해 교수와 지역사회인사 간 일치도가낮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만약 의과대학이 교수만으로 이루어진 면접관을 통해 면접을 한다면 지역사회에서 생각하는 좋은의사의 자질을 가진 학생은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게 된다. 각각의 면접관이 가지는 편견을 희석하는 좋은방법 중 하나는 다수의 면접관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면접관이 필요함을 이 연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Calgary 의대는 MMI를 시행하면서, 면접관으로1/3은 교수, 1/3은 학생, 1/3은 지역사회인사를 할당하였다고 하였다(Brownell et al., 2007).



결 론


문헌을 고찰하면서 외국 입학면접에 대한 연구는 그 역사가매우 오래됨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고민 중이기만 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지 않고 있는 여러 가지 면접 딜레마 사안들에 대해 Academic Medicine의 경우 1970년대부터 논문이 발표되어 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 Litton-Hawes et al(1976)은 의과대학에서 시행한 입학면접에서의 의사소통 절차를 분석하여 면접관이 시간을 비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응시자의 서류에 조기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학면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부족한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면접의 형태에대한 전체적인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의사상이나, 의사들이 생각하는 좋은 의사상에 대해서도 소수의 연구가 산발적으로 있을 뿐, 아직 전체적인 컨센서스는 모으지 못하고 있다. 면접을 잘 하는 것은 좋은의사를 길러내는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일 수 있다. 따라서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입학면접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시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에서 요구하는좋은 의사상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의과대학학장협회나 의학교육학회와 같이 의학교육의 공신력이 있는 집단에서 면접에서 평가할 좋은 의사의 자질에 대해 연구하고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생각된다.


면접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구조화 면접, 특히 MMI가 그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MMI는 응시자를 1시간 이상 면접하면서도 면접관의 시간은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다양한 사례와 면접관으로 평가함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가능하였다(Eva et al., 2004a). 우리나라에서도 MMI가 시도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그 장애물은 많다(Roh et al., 2009).


우리나라의 경우 McMaster나 Calgary 의과대학에서와 같은많은 수의 교수 동원은 어렵다. 

  • McMaster 의과대학에서는 117명의 응시자 그룹을 대상으로 4일간 시험을 시행하였다. 하루에10명씩 하여 총 40명의 면접관이 평가에 참여하였다. 
  • Calgary 의과대학에서는 이틀 동안 총 281명의 응시자를 평가하기 위해 81명의 면접관을 동원하였다(Brownell, et al., 2007). 

또한 며칠 동안 면접을 계속 시행하기도 어렵다. 면접을 며칠씩 지속해서 보는 경우 뒤에 평가받는 학생들은 정보를 이미 입수하여 면접에대비할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에 차이가 없더라도 공정성에서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되도록 단기간에 적은 교수의 동원으로 면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면접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면접이 비인지적 특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평가방법임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교수들의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철학적인 요소이다(Albanese et al., 2003). 무조건 면접을 통해 비인지적 특성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강조해보았자,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루어져온 교수들의 관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전략은 학생들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분석하여 어떤 면접내용과 방식이 바람직한지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면접에서는 의학교육을 통해 변화하기 어려운, 좋은 의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여야 한다. 나이, 성별, 성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등 다양한 응시자의 특성이 면접 당락에 영향을미쳤으며, 면접관의 채점 오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방에서 시행하는 구조화면접을 통해 신뢰도와 타당도 높은 면접이 가능하였는데, MMI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공정한 면접을위해서는 응시자의 정보가 면접관에게 제공되지 않아야 하며, 다양한 배경의 면접관을 배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입학면접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일천하다. 특히, 좋은 의사상과 효율적이면서도 신뢰도 높은 면접 방법에 대해 향후 보다 적극적인연구 자세가 필요하겠다.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어하는 교수들의






This study is aimed to reflect non-cognitive traits that should be assessed in admissions interviews for medical school

applicants, with the goal being to increase the reliability of the admissions interview. The admissions interview is valued

for its ability to assess noncognitive and nonteachable attributes of good doctors, especially which cannot be evaluated with other admission assessment tools. Various characteristics of applicants including age, gender, exam scores, and nonverbal communication were found to have influenced the interview results. Bias from interviewers was a significant factor in the results of the interview. A Structured interview in multiple stations such as the Multiple Mini-Interview showed the highest reliability and validity. To make the interview fair, no information about the applicants was provided to the interviewers and interviewers were recruited from different backgrounds. There have been few research papers on admission interviews in Korea. Active research on the qualities of good doctors and effective and reliable admission interview methods should be encouraged. A strategy should be developed to overcome the philosophical obstacles that medical school professors want to admit academically excellent applicants.


Key Words: Reliability, Selection interview, Structured interview, Multiple mini-interview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경과에 대한 고찰

A Review on the Courses of the Introduction of Post-baccalaureate Basic Medical Education System in Korea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실

Office of Medical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신 좌 섭

Jwa-Seop Shin, MD, EdD





서 론

1996년 2월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제안하면서부터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1996) 시작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을 둘러싼 정책 논쟁은 2006년 1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전환추진 기본원칙’을 발표하고 2006년 3월 현재 27개교가 전면 혹은 부분 전환을 결정함으로써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종합평가’가 이루어질 2009년도까지는 당분간표면적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의학교육학제의 3번째 대변화 시도라고 할 수있다. 첫 번째 대변화는 경성제국대학 예과가 학생을 모집함으로써 기존의 4년제 의학전문학교 체제에 6년제 의사양성제도가 처음 도입된 1924년으로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의학교육학제는 경성제국대학의 6년제 의학부와 4년제 의학전문학교의 병행체제로 운영되다가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가 개교함으로써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의 학제가 확립되었다 (이순형 등, 1995). 이로부터 60년 만에 전면적으로 ‘4+4’ 학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종합평가를 거쳐 최종 정책결정을 할 계획이므로 (변기용, 2006) 의학전문대학원이 아직 제도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 새로운 학제를 추진해온일련의 과정에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주제들이 내재해있다.


의사의 질적 향상과 의학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의학교육 및 학제의 개선은 일차적으로 의과대학의영역이고 전문 직업성 (Professionalism) 향상을 위한대학 의학 (Academic medicine)의 책무이며, 우리나라 의학교육계도 이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0년대 무렵부터 의학교육계가 고뇌해온주제들은 의과대학의 인정평가, 부실한 예과제도의개선, 학생 중심의 교육,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실제 진료역량을 갖춘 졸업생의 배출,의사자격시험의 개선, 의학 일반대학원 교육의 내실화, 의생명과학의 선진화 등의 문제였으며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 1994; 이순형등, 1995), 실질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준하는 ‘4+4’ 제도인 학사입학 및 복수전공 제도도 ‘다양한 배경의 의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일부 의과대학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거나 논의되어 왔다(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 1994).


그러나 문민정부의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국민의 정부의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참여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를 거치면서 구체화되고그 배경 논리가 ‘학문내적 논리에서 학문외적 논리로’ 치환되어온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정책은논리 변질에 따른 수많은 논쟁을 거쳤지만, 결국 학제 선택에 있어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요구하는 의학교육계의 주장을 무릅쓰고 ‘채찍과 당근’을 내세워 강행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정작 이 문제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의학교육계의 반발과 소외감을 초래하였다 (맹광호 등, 1999; 안윤옥 등, 1999;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05a).


반면에 의학교육계는 의학교육발전을 위한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2년 정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제안하고 각 대학의 참여를 권장하는 과정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대응방안을 꾸준히 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 태도로 임해온 문제들이 비판되어야 (김용일, 2006) 한다.


더불어 학문외적 (BK 21 연구참여 불허, 법학전문대학원 선발 불허 등) 강제에 밀려 학부-대학원병존의 파행적 구조를 선택하게 된 부분전환 대학은 동일 교육과정 (혹은 크게 다르지 않은 교육과정)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크게 차이가 나거나 졸업후 학위에 차이가 나는 등의 과도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김용일, 2006), 전면 전환을 선택한 대학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변화와 지원이 한시적일수 있다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4개 의학전문대학원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09년도의 평가라는 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정책결정을 하기로되어 있으므로 이에 현명하게 대비해야 하는 난제도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그간 생산된 문헌들을 중심으로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추진 경과와 2009년까지 운영될 과도기의 문제점, 그리고 이후 평가의 기준 및 제도의 향방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본 론


가. 정책추진의 경과와 고찰


1) 정책논쟁의 경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을 둘러싼 정책논쟁은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1995년으로부터 최근에 이르는 경과 (Table I)를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1995년 문민정부는 21세기에 대비하고 세계화와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교육개혁방안의 일환으로서 ‘대학 운영의 자율화,연구여건의 세계화, 대학모형의 다양화’를 대학교육의 개혁과제로 설정하였고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사․법조인 등은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통해 양성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 논거는아래와 같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1995).





“대학교육이 이미 대중화되어 있는 고학력화 사회에서는 의사, 성직자, 법조인 등 전문인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경제에관한 한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세계무대에서 이들이 세계의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경쟁하려면, 이들의 전문성은 한층 더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의사, 성직자, 법조인 등 전문인을 양성하는 우리의 교육체제는 이러한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교양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학, 신학, 법학 분야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4년제 대학 학부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한다.”


이듬해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의학교육학제를 현행 ‘2+4’에서 

  • ① 학사학위 소지자 중에서입학생을 선발하는 ‘4+4’제와 
  • ② 대학교육 2년 이상 (의예과 포함) 이수자 중에서 입학생을 선발하는‘2+4’제로 이원화하여

 대학이 이중 하나를 선택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1996).



이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의학교육전 대학교육과정의 최소 기준을 2년으로 하는 ‘2+4’제로단일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안을 제출하였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 1996). 같은 시기에 최종상 등(1996)은 기존 체제를 바탕으로 학사입학과 복수전공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조수헌등 (1995)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입학제도 시행방안에 관한 연구’나 1994년도부터 연세의대가시행해온 복수전공제 모델을 확산하면 정부가 의도하는바 교육개혁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 1994).


교육부는 교육개혁위원회의 학제 개편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 학장 등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의학교육 학제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하도록 하였고 동 위원회는 외국의 학제를 두루 조사하여 ‘2+4’를 근간으로 하는‘시안 1’과 ‘4+4’를 근간으로 하는 ‘시안 2’를 제시하고 양자의 장단점과 현실적 수용 가능성을 비교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한달선 등, 1997).


이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시안 1’이 의학교육계의 합일된 의견이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하였는데 (한국의학교육협의회, 1997), ‘시안 1’은 1996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제출한 건의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구성된 제1기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1998년 10월 ‘4+4’를 기본으로 하는의학교육 학제를 정하였고 1999년 6월 그 실행방안으로 학사 후 의학교육 제도 모형을 내놓았다 (이무상 등, 1999). 이 보고서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요구하는 창의적 인간 육성을 위해서는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있는 교육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의학교육구조 개편의 배경이 되는 고등교육구조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이무상 등, 1999).


“첫째, 대학입시를 위해 벌이는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경쟁과 고교교육이 대학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함으로써 나타나는 사회문제이다. 아직은 미숙한17․18세 청소년의 진로선택이 일점․일회에 강요되는 현실과 시험성적 위주의 대학 선발제도는 망국적 입시열과 과잉 사교육비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병폐를 가져오고 있다. 

둘째, 대학 간 경직화된서열구조와 서울의 일류대학과 법․의학 등 인기학과에 몰두함으로써 나타나는 인재배분의 불균형에의한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약화이다. 대학의 역할과기능의 미분화 및 일류대학 프리미엄 체제에 따른인재배분의 불균형은 교육기관 및 인재의 수도권집중과 지방대학의 소외 등을 초래하였으며, 궁극적으로 대학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가져온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연구는 처음으로 ‘4+4’를 기본으로 하는 안을제시하고 이를 전체 의과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할것을 제안하여 의학교육계의 많은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제1기 새교육공동체 위원회의 안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① 의학교육 전 교육을 최소 2년이상의 교육과정으로 다양화하고, ② 의학교육을 학부수준이 아닌 대학원 수준으로 인정하며, ③ 임상수련과 중복되는 일반대학원 과정을 개선할 것’을요구하는 세 번째 건의문을 제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보다 조금 앞서 한국의학교육협의회가 맹광호등 (1999)에게 위촉하여 수행한 ‘의학교육 학제개선방안 연구’의 방향과 일치한다.


2000년 제2기를 맞이한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1999년도의 학사 후 의학교육제도 모형(제1기 새교육공동체 위원회의 안)보다 한층 입장을완화하여 ‘① 소정의 요건을 갖춘 대학에 의학전문대학원 설치를 인가하며, ② 의학전문대학원을 두지않는 대학은 현행대로 2+4를 존치’한다는 안을 제출하였고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2000),뒤이어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시행안 (허갑범 등, 2001)도 제2기 새교육공동체 위원회의 정책 기조를 따라 ‘입학자격은 대학 2년 이상으로, 기관 명칭은 대학자율’로 정하도록 제안하였다. 이 안은 의학계의 입장을많이 반영한 합리적인 안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2002년 1월 발표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은 다시 강경방침으로돌아서 “① ‘4+4’를 원칙으로 하되, ② 한시적으로의과대학 체제 (2+4, 학사학위 수여)와 전문대학원체제 (학사+4, 석사학위 수여) 중 학교실정에 따라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며, ③ 동일대학내 복합체제 개설도 2009년까지는 인정할 방침임”을 발표하였다. 이 문건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의배경 논리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 2002).


  • “① 보편화단계의 고등교육 체제에 부응: 환경적 측면
    • 고학력사회의 전문성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질높은 의료, 법률,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고급 전문인력 양성 체제 구축 필요
    • 사회 지도층으로 인식되는 의사를 「技術醫」로서가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높은 도덕성을 갖춘「仁術醫」로 양성하는 데 유효한 교육체제를구축
  • ② 의학교육의 발전도모: 의사양성체제 혁신 측면
    • 의학교육전 교육의 문제점 해소
      • 직업 (의사자격) 보장형 진로시스템으로 인한예과생의 면학열 저하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의학교육 체제 변화 기제로 활용
      • 의학전 교육을 자연과학에 편중한 교육에서 사회과학 등 다양하고 폭넓은 교육이 되게 하는방향으로 전환
    • 복합학위 과정 개설 등 선진화된 교육․훈련 시스템 도입
      • 현행 학사단계의 의학교육으로는 도입이 불가능한 의과학자, 의법학자, 의경영학자 양성 과정 등 다양한 석박사 복합학위과정 개설을 위해서 의학교육 단계를 대학원으로 상향할 필요
      • 특히 BT 분야의 핵심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우수 인력이 집중되는 의학교육단계에 MDPhD과정 등 개설, 운영이 시급
      •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연구중심대학과 일반 진료인 양성에 치중하는 진료중심대학으로 특성화 촉진 필요
  • ③ 고등교육 체제 변화 촉진: 교육개혁적 측면
    • 과도한 대학입학 경쟁의 왜곡현상 시정
      • 인생관과 직업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시에 수능 성적과 직업의 인기도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인해의과대학 입학을 위한 과도한 경쟁과 비정상적교육풍토 만연
      •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입학경쟁을 대학원 단계로 상향, 분산 이동시켜 중등교육 및 진로지도의 정상화 유도
    • 기초학문 분야 보호
      • 고등학교 이과 졸업생 중 우수인력이 전문직업분야인 의과대학으로 집중됨으로써 기초학문분야 교수의 위기의식과 학문의 불균형적 성장 우려
      • 학부 단계에서는 기본교양과 기초학문 연구 자질을 폭넓게 함양하고 대학원 단계에서 직업분야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기초학문 보호 육성에 기여”


이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허갑범 등 (2001)의 추진위원회 안이 채택되기를 기대하던 의학계는

  •  “(의학교육학제는) 
    • ① 2+4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 ② 동일한 의학기본교육과정을 거친 학생에게 서로 다른학위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 
    • ③ 의사양성기간이 길어진다. 
  • 또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더라도 
    • ①의학전문대학원이 기초의학자 양성에 긍정적인 것이 아니며, 기초의학자 양성은 지원으로 해결해야한다, 
    • ②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선발에는 많은 인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 ③ 피교육자의 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므로 전공의 수련기간 다양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 
    • ④ 대학입시 과열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전문대학원 입시 과열이 초래될 것이다”

는 반대 의견을 제출하고 크게 반발하였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2002a).



기본계획이 발표된 2002년 10개교가 전환을 신청하였다. 당시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기록을 보면 국립의대나 사립의대 모두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도록 대학본부와 재단의 압력을 받았으며, 교육부는의과대학 캠퍼스의 서울 이전, 교수 증원 등 교육외적인 유인책으로 전환을 유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2002b). 이에 일부 의과대학들은 정부의 의지를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로받아들이고 전환 시 교육여건 개선을 보장받기위한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지방국립의과대학장,2002).


그러나 도입 기본계획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등 주요 의과대학들이 전환신청을 하지 않자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5월 추가전환대학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2단계 BK21 사업등 대학관련 사업과 연계할 방침을 발표함으로써한시적으로 ‘2+4’와 ‘4+4’를 대학이 자율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2002년도의 기본계획을 내용적으로 철회할 뜻을 밝혔다. 이 방침은 의과대학들의 거센 반대를 유발했으나, 이 방침이 발표된 후 7개교가 추가로 전환을 결정하였다.


2005년도 한 해 동안 의학교육계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교육인적자원부는 마침내 2006년 2월“① 현재까지 미전환 대학은 정원의 50% 범위 내에서 보장형 (의예과 포함 2+4) 입학을 대학 자율로2009년까지 시범실시, ② 기전환대학은 2009년까지기존 전문대학원체제 유지, ③ 의․치의학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2009년 의사양성체제에 대한 종합평가 실시 후 향후 정책방향 제시”로 요약되는 전환추진 기본원칙을 발표하였다 (변기용, 2006). 전면전환 여부를 2010년으로 유보하고 2009년 종합평가결과에 따라 전환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지만,BK 연계 등의 방침이 철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기본원칙이 발표된 직후 비전환에 따른 불이익을우려한 10개교가 전환을 신청하여 2006년 3월 현재전면 혹은 부분 전환 대학은 총 27개교에 이르게 되었다.



2) 정책추진과정의 고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추진은 27개교의 전면․부분 전환, 정책판단을 위한 과도기 (2006~2009)의운영, 2009년도 종합평가로 일단락되고 당분간 표면적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정책추진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문제를 도출할 수 있다.



(1) 추진과정에서 정책의 동기 변화: 학문 내적논리에서 학문 외적논리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그 추진과정에서 정책 동기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처음 거론한 문민정부는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을 위해 의학, 신학, 법학 분야에 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현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양자를 병행할 것인지는 대학 자율로 정한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1996)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였고 이는 한달선 등(1997)의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문민정부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안은 기본적으로 의학․의료 개선의 내적논리에 입각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고교교육이대학 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하는 사회문제…, 대학간 경직된 서열구조와 서울의 일류대학과 법․의학등 인기학과에 몰두함으로써 나타나는 인재배분의불균형에 의한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약화’ (이무상등, 1999)라는 문구로 상징되는 ‘입시과열의 폐단과우수인력의 의학계 편중’ 논리와 맞물리면서 전체의과대학이 ‘4+4’를 기본으로 하는 방안으로 변형되었고, 허갑범 등 (2001)의 연구나 교육인적자원부(2002)의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이들 연구와 정책계획안도 문민정부의 ‘의학․의료 개선의 내적 논리’를 승계하고 있으나 그 배경에는 ‘입시경쟁해소’라는 학문 외적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어 (이무상, 1998; 맹광호 등, 1999; 안윤옥 등, 1999), 또 다른 단선적 및역차별 학제가 될 우려가 제기되었다 (안윤옥 등,1999).


이는 의학전문대학원 추진 정책안의 많은 부분이의학 전 교육에 집중되고 실제 의학교육과정의 개선에 대해서는 ‘임상교육입문시험, 임상교육종합평가시험, 특성화 선택과정, 서브인턴제 (교육인적자원부, 2002)’ 등 이미 1990년대부터 몇몇 의과대학들이 시행하고 있고 학술대회 등을 통해서 여러 대학에 파급되고 있는 개선책들을 형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정책영역 간의 전통적 구분이 붕괴되어가는 것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에서볼 때 의학․의료 분야의 학문외적 논리 (입시과열의 해소, 경제적 효과 등)로 의학 학제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Schön (1971)이이미 70년대에 갈파했듯이 ‘교육, 보건, 고용, 빈곤,환경 영역에서의 문제는 조직차원이 아니라 상위조직 혹은 상위시스템 차원에서 사고되어야 하므로’사실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당사자들은 조직 운영의세계관을 내재적 시각에서 외연적 시각으로 확대해야만 기관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2) 정책 당사자와의 충분한 합의 없는 정책 추진


문민정부의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국민의정부의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참여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를 거치면서 변형되고 구체화되어온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정책은 결국 학제선택에 있어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요구하는 의학교육계의 주장을 무릅쓰고 강행됨으로써 정작 이 문제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의학교육계의 의견을 묵살해온 측면이 있다.


의학교육계도 오래 전부터 현 학제가 안고 있는문제점을 의식하여 개선책을 모색하여 왔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준하는 ‘4+4’ 제도인 학사입학 및복수전공 제도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뒤늦게 동기가 유발된 학생을 받아들인다는 목표아래 90년대를 전후하여 일부 의과대학에서 시행되거나 논의되었다. 

      • 예를 들어 연세의대는 94년도부터정원의 5% 이내에서 연세대 타 단과대학 졸업예정자를 받아들이는 복수전공제를 시행하였고 
      • 서울의대는 1993년도 학제 개편에 관한 교수들의 의견을묻는 조사를 실시하여 34%가 현행유지, 31%가 8년제 전환, 32%가 병행을 원한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있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1994). 이로부터 볼 때 의학교육계 스스로가 학제개편에 나서는 일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정부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의 의과대학 학제개편안은 그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의료계에 전달되거나 의견을 물어온적이 없고 단지 일부 교수들을 통해서 연구, 검토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의료계가 받아들이도록 하는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음이 비판되었다 (맹광호 등,1999).


또한 정책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과시한 부적절한‘당근과 채찍’의 문제점은 2005년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05a)의 보도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정부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후기 BK 사업 대상에서 제외 (문서에는 ‘연계’로 표현), 서울의대 학사편입학 정원 35명 불인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승인 불가 등 3가지의 압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정부 측이 가졌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 혹은 의과대학 운영 주체들에 대한 폄하와 적대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의학교육계의 소극적 대응


2002년 정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제안하고각 대학의 참여를 권장하는 과정에서조차 의학교육계가 공식적으로 대응방안을 꾸준히 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 태도로 임해온 문제들이 비판되고 있다(김용일, 2006). 실제로 의학교육계의 공식적 연구는의학교육협의회가 맹광호 등 (1999)에 의뢰하여 수행한 1건 외에 없으며, 정부의 정책발표가 있을 때마다 의학교육협의회, 의과대학장협의회 등의 대책회의를 소집하여 의견서로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물론 2005년도 추가전환지원 대책발표 이후당근과 채찍을 앞세우며 강경해진 정부의 입장을의과대학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협의과정에서 ‘2010년까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제도를운영하되 그 후 제도를 재평가하여 도입여부를 다시 논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05b)’하는 것으로변화시킨 것은 일각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나. 과도기 운영의 문제


학문외적 (BK 21 연구참여 불허, 법학전문대학원선발 불허 등) 강제에 밀려 학부-대학원 병존의 파행적 구조를 선택하게 된 일부 의과대학이 일정 기간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로는 ‘① 동일 교육과정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학위가 전문대학원 졸업생은 석사, 의과대학 졸업생은 학사로 차이가 나는 것, ② 동일 (혹은 크게 차이가 없는) 교육과정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 ③ 학생들 사이에 차별화와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 등이거론되고 있고 이 같은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후유증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면 전환을 결정한 대학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아니다. 이들 대학은 교육의 내용 (목표)과 방법에있어서 ‘뭔가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하는가?’, ‘뭔가다른 방법을 채택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교육내용의 경우 ‘입문 프로그램, 인성교육의 강화, 임상수기교육의 강화, 진로지도 및 졸업 후의학교육과의 연계, 서브인턴제, 의과학 연구과정,저널리뷰’ 등이 거론되었으며 (권복규, 2003), 교육방법의 경우 ‘자율학습, 문제중심학습 등의 적극적활용’이 거론되었다 (김헌식, 2003). 뭔가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선진적인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려는의도가 엿보이지만 기존의 국내 의과대학 중 비교적 앞선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내용들이 단순히 반복 거론되고 있는 데에는 적지 않은 혼란이 느껴진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뚜렷하게 다른 것이 제시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보편적인 대규모․획일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1~4년에 걸쳐 20~40명수강 규모의 다양하고 수준을 달리하는 교과목을개설하여 학생들이 개성에 맞는 학습 과정을 선택하도록 하고, 성인학습자에 걸맞게 학생 각자의 계획에 따른 학습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이상적인 방안도 거론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개혁에는 엄청난 재정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다른 교육내용과 방법이 제시된 바가 없는 것은 사실 교육법상 전문대학원이 ‘전문직업분야 인력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1조)으로서 사실상 그간 의과대학들이 해온 역할과 다르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따라서 이 문제는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을 위한’, ‘명칭만이 아닌 교육과정에 있어서 대학원 수준의’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목표’가 무엇인가를정립하는 데에서부터 접근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교육인적자원부도 마찬가지여서 ‘임상교육입문시험, 임상교육종합평가시험, 특성화 선택과정, 서브인턴제 (교육인적자원부, 2002)’등 기존 의과대학 중 앞선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대학을 벤치마킹하는 것 외에 특별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이 개설된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선발을 기존의 의과대학 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행할 것인지, 의학전문대학원의 당초 취지를 살리자면다른 사정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학전문대학원에는 논문작성 등 졸업사정기준을 달리적용해야 하는 것인지도 함께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정책적 고려에 의해 전환이 이루어지고 교육내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은 의과대학에넘어왔다. 지원금, 교수정원 증가 등의 문제를 별도로 하더라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이 의학교육의 내부적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의 의학교육적 역할에 대한 오해로부터 ‘변화를 위한 변화’가이루어진다면 이 같은 변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교육내적 동기에 의해 동력을 뒷받침 받지 못한교육과정 개혁은 외적 동력이 흔들리거나 철회될때 좌절하게 되며, 외부적 지원에 기대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과비용 교육과정을 만든다면 외부지원이 끊긴 후에는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문제도 지적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2009년까지의 과도기라는 것이 2009년 시점에는 상당수 대학이 새로운 체제를 위해 이미 투여한 노력에 집착할 수밖에 없도록 하여 전면전환의 대세론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다. 2009년 평가


4개 의학전문대학원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2009년도의 평가라는 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에도불구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학제 정책결정을 하기로 되어 있으므로 정부와 의학교육계 모두 이에 합리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단순 논리로본다면, 추진 측의 입장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하는 논거를 입증하는 데 평가가 집중되어야 할것이며 반대 측의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논거를 입증하는 데 평가가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의 과정에서 제기된 추진논리와 반대논리 중 정책추진에 본질적인 것들을추출하면 ‘의학 전 교육, 입학생의 능력과 교육적이점, 교육과정, 복합학위과정, 졸업생, 기초의학자배출, 졸업 후 교육, 중등학교 및 입시에 미칠 영향,기초학문분야에 미칠 영향, 의사양성기관과 비용의증가’의 10개 항목 (Table II)으로 요약할 수 있다(최종상 등, 1996; 한달선 등, 1997; 맹광호 등, 1999;안윤옥 등, 1999; 이무상, 1998; 이무상 등, 1999; 이무상, 2001; 허갑범 등, 2001; 교육인적자원부, 2002;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05a; 서울대학교 의과대학,2005b).





교육인적자원부는 2009년 평가에 대하여 ‘①2010년도 최종 정책 방향결정 시 전문대학원 체제도입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정책결정의 준거개발 및 이에 필요한 다양한 근거자료 준비, ② 전문대학원 체제정착을 위한 핵심 정책연구 개발, ③전문대학원 질 개선을 위한 평가체제 구축, ④ 평가회, 우수사례 발표회, 학술세미나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2009년 평가에 관련된 것은 ‘①’항의 정책결정 준거개발과 근거자료 준비이며, 그 구체적 항목의 예는 ‘이공계 분야로의 인적자원 배분효과가 있는지, 기존 의과대학 체제와 전문대학원체제의 비교 평가 (교육과정, 학습태도, 학업성취도등), 등록금 인상, 고령화/여성화 등에 관한 현황자료 및 문제점 분석, 현행 체제에서 공급하기 어려운전문 인력과 관련한 선진국 현황 (의과학자, 의경영학자, 의공학자 등) 등’으로 제시되었으며, 이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변기용, 2006).


그러나 의학교육계는 아직까지 2009년 평가와 관련한 체계적 준비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이며 이대로 간다면 의학전문대학원 정책논쟁의 과정에서와마찬가지로 ‘이미 만들어놓은 정부안을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연구, 검토시키는 방법을 취함으로써 결국은 의료계가 정부의 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맹광호 등, 1999)고 하겠다.


2009년 혹은 이후의 평가가 양측의 논거를 입증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평가영역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자료가 수집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측과 별도로 의학교육계가자료를 수집하여 평가해야 할 영역들을 추진논리와반대논리 (Table II)에 근거하여 몇 가지 추출해본다면 ‘

    • ① 학사 후 입학생의 사회적 수요 조사, 
    • ② 현체제하에서 예과교육의 개선 모델 제시 및 개선효과, 
    • ③ 2+4와 4+4의 학업성취, 연구능력, 창의력 등의 특성 비교 조사, 
    • ④ 2+4와 4+4에서 학생의 학업비용 부담 증가가 학업과 진로선택에 미치는 영향,
    • ⑤ 2+4와 4+4에서 기본의학교육의 동질성, 
    • ⑥ 2+4와 4+4에서 학생의 학업만족도, 
    • ⑦ 복합학위과정의사회적 수요조사 및 중장기 예측, 
    • ⑧ 현 체제에서기본의학교육의 방안과 개선 효과, 
    • ⑨ 현 일반대학원 과정의 정상화 방안과 의학연구 개선의 기대효과, 
    • ⑩ 2+4와 4+4 졸업생의 기초의학 선택 비율 비교, 
    • ⑪ 2+4와 4+4 졸업생에 대한 진출기관 만족도,
    • ⑫ 4+4가 중등교육 및 입시열풍에 미칠 효과, 
    • ⑬4+4에서 의학교육희망 증후군의 현상과 타 학부교육에 미치는 영향 혹은 인재배분 효과, 
    • ⑭ 4+4가 의사양성기간․비용 및 국민의료비 상승에 미치는 효과, 
    • ⑮ 의사양성기간 증가에 따른 전공의 수련기간다양화 등의 대비책과 사회적․교육적 효과’ 등을들 수 있겠다.


물론 평가영역들 중에는 ‘창의적 인간’, ‘새로운지식창출 (이무상 등, 1999)’ 등과 같이 중장기적 추적을 통해서만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것들이 많다.경우에 따라 대리지표 (surrogate)를 선정할 수도 있겠지만, 대리지표의 선정은 엄정한 합의를 전제로하지 않으면 동의를 얻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각 평가영역별 평가지표의 선정, 평가기준의설정, 평가주체의 객관성, 표집의 문제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의학교육계는 이와 같이 2009년의 평가 논거를개발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생각한다면평가 논거의 개발과는 별도로 ‘의학교육의 진정한개선, 의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망국적인 입시경쟁의 해소’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정부와 의학교육계가 함께 마련하는 과정으로 국면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결 론


수년에 걸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추진은 추진과정에서 학문내적논리에서 학문외적논리로 변질된 정책동기의 변화, 정책당사자와의 충분한 합의 없는 정책 추진, 의학교육계의 소극적 대응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그간의 정책논쟁 과정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부와의학교육계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 과정에서경험한 비생산적이고 무책임한 과정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간의 불신과 폄하를 고려할때 현 상태에 특별한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교육인적자원부와 의학교육계의 관계는 ‘서로 상대편의 배신을 전제로 스스로 먼저 배신을 획책하여공멸의 파국으로 치닫는 죄수 딜레마 게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생산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2009년평가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의학교육의 진정한 개선, 의생명과학의 발전을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망국적인 입시경쟁의 해소를위한 다각적 방안을 정부와 의학교육계가 함께 마련하는 새로운 판으로, 즉 공멸의 게임이나 제로섬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으로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있다는 것이다.


의학교육계 내부의 관계도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둘러싸고 국립과 사립, 전환대학과 비전환대학으로 나뉘어 있는 41개 의과대학의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후 전개과정에서 ‘서로 각자의 이익에 근거하여 정부와접촉할 것을 전제로 자신의 카드를 내보이지 않는(다소 표현이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1 대 4의 적전분열 게임’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도지적되어야 한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등 의학교육계를 망라한 조직의 정책적 기능과 대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의학과 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한 단계 더 높은 상위 시스템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지난 일련의 과정에서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이다. 특히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제도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시각을 보면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쏠렸던 의혹의 눈초리가 이제 의학교육계로 옮겨온것으로 보인다. 대학 역시 자정이 필요하며, 외부적강제 이전에 일반대학원 교육의 파행 등과 같은 뿌리 깊은 잔재를 금기의 영역을 두지 말고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하겠다.









Korean J Med Educ > Volume 18(2); 2006 > Article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 2006;18(2): 121-132. doi: http://dx.doi.org/10.3946/kjme.2006.18.2.121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추진경과에 대한 고찰
신좌섭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실
A Review on the Courses of the Introduction of Post-baccalaureate Basic Medical Education System in Korea
Jwa-Seop Shin
Office of Medical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Jwa-Seop Shin ,Tel: 02)740-8175, Fax: 02)740-8072, Email: hismed1@snu.ac.kr


의학교육에서의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탐색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김영전, 임철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Young Jon Kim MD, Cheol Il Lim PhD

Seoul National University Education Department

• 교신저자:임철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9동 관악로 599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 Tel : 02-880-7639 • Fax : 02-878-1665 • E-mail : chlim@snu.ac.kr




서 론

최근 들어 의학교육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 중의 하나가‘역량(competency)’이다. 의학교육 기관들은‘역량(competencies)’을 교육목표로 설정하여 교육경험을 선정하거나, 특정 역량을 선정하여 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도입하는 방식으로 역량기반의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Smith &Fuller, 1996; Dannefer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역량은 기본의학 교육(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UME) 뿐 만 아니라 졸업 후 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GME)과 평생 의학교육(Continuous Medical Education: CME)전반에 걸쳐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Leung, 2002). 전공의 수련목표로 필수 역량들이 설정되고 있으며, 평생 의학교육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양성할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교육은 성공적인 졸업생의 수행요목과 수준을 먼저 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학습의경험으로 선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계통중심이나 과목중심의교육적 접근과 차이가 있고, 교육 및 훈련 뿐만 아니라 선발과 평가의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수련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다. 계통중심이나 과목중심의 교육과정은 해당 학문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지식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치중해있다. 반면에 역량기반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머무르지않고, 학습자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여 어떤 수행을 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역량’은 무엇을 학습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준거일 뿐 만 아니라 특정한 자격이나 수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교육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교육현장에서 실제적인 적용과 실천은 미비한 형편이다. 역량기반교육에 관한 가능성 못지않게부정적인 관점도 있으며, 실천상의 어려움도 보고되고 있다(Albanese et al., 2008; Long, 2000; Quillen, 2001). 국내의 경우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교육목표를 역량으로 설정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으며, 역량을 선발이나 평가의 준거로 사용한 사례도 거의 보고 된 바가 없다. 일부 제한적으로 기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추가적인 형태로 의사소통이나 리더십과 같이 특정 역량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하였으나(이상숙 외, 2007; 이영미 외, 2007), 이들 사례들은 개발과정이 기존의 과목중심의 교육과정과 유사하고, 개발 내용도주로 학습내용과 교수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역량기반 교육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량기반교육이 의학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역량기반교육의 개념적 의미와 활용 방식에대한 다층적인 탐색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선행문헌의탐색적 분석을 통하여 의학교육에서의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의학 및 전문직업인 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행문헌을 탐색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적 접근 방법을 취하였다. 첫째,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를 통해 역량의 개념적 이해와 활용을 분석한다. 둘째, 전문직업인 교육에서 논의되는 역량개념의 다층적인 관점을 탐색한 후, 의학교육의 연구 문헌에서 논의되는‘역량’개념의 이해의 특징을 도출한다. 셋째, 선행문헌을 통해 나타난 역량의 활용을‘교육목표로서 역량의 활용’,‘ 역량의 요소와 수행수준의 결정’,‘ 교육의평가준거로서의 역량’의 측면으로 분석하여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도출한다.




결 과


가.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


의학교육에서 역량 논의는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이념이확산되고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고양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의료소비자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의사 역량강화 방안을 모색한것에서 출발한다. 1972년 미국 소아과 학회는‘소아과 의사의 역량 평가를 위한 토대(Foundations for Evaluating theCompetency of Pediatricians)’라는 문서를 발간하면서 의사의역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당시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의 원인을 부실한 교육에서 찾고,‘ 의학교육에서의 역량기 반 교 육 과 정 개 발 (Competency-Based CurriculumDevelopment in Medical Education)’라는 보고서를 통해 보건의료인 교육과정의 변화를 모색하였다.


1970년대의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배경에는 의학의 학문적 발전과 소비자 중심의 사회운동에 있다. 1970년대 의학은 다른 인접분야의 학문적 발달의 영향을 받으면서 빠른 속도로 양적₩질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비 의료인이 의과대학에서 익혀야 할 의학지식과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고, 수련을 받거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연구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 중심의 사회운동이 확산되었고, 의료의 체제는 의료인 중심에서 환자 및 의료사회와의 상호관계로 변화되었다. 의료소비자인 개인과 의료사회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의료 시장의 주체로 부상하였다. 의학교육에서는의사의 수행에 관한 반성적 논의가 확산되고 교육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의학교육의 초점은 교수자 중심의‘무엇을가르쳤나’에서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무엇을 배웠나’로 변화하게 되었고, 교육의 방향은 지식정보를 중시하는‘아는 것’에서‘할 줄 아는 것’의 수행중심 교육체제로 바뀌었다. 따라서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역량’은‘수행’의 측면에서교육을 이해하는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역량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의사의 수행능력’에 제한되어 있다. 역량을 통한 의학교육의 개선도 임상실습의 강화나 술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영하는 정도에 머물면서 1980년대 이후 의학교육에서 역량 논의는 침체를 겪게 된다. Carracio et al.(2002)은 이 시기에 역량기반 의학교육이 침체된 원인을 역량과 교육목표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의 부재와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의 부적절함에서 찾았다. 당시의학교육에서‘역량’은 개념적으로 혼재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역량을 구성하는 특성에 관한 이해도 부족하여‘의사의 역량’이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교육목표와 연결되며, 이를 달성하기위해 어떤 교육경험을 선정하여 조직할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학습된 역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학교육에서 역량논의는 1999년 미국 졸업 후 의학교육 인정평가 위원회(US Accreditation Council on Graduate MedicalEducation: ACGME)가 미국 전문의 협의회와 손을 잡고 수련을마친 후 반드시 획득해야 할 6가지 역량들을 발표하면서 다시 활성화되었다. 미국 졸업 후 의학교육 인정평가 위원회는 의사의역량을‘환자진료’,‘ 의학지식’,‘ 대인간의사소통기술’,‘ 전문직업성’,‘ 진료기반 학습과 향상’,‘ 계통기반 진료’로 제시하였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 수련프로그램은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Albanese et al., 2008).이후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역량기반 프로그램 개발이 여러 차례보고되었고(Carraccio et al., 2004; Bhatti &Cummings, 2007),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는 교육목표 설정에 있어 수행중심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개발 사례들이 보고되었다(Goldstein et al.,2005; Dannefer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


최근에 이르러 역량은 의학교육의 주요한 테마로 부상하였다.‘의사의 진료역량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가 표출되고, 의학교육계에서‘역량기반교육’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역량기반교육의 효과성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논의 범위도 의사의 역량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교육경험으로 선정하여 제공하며, 역량을 어떠한 준거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역량은 의학교육에서 선발₩교육₩평가에 있어서 목표, 내용,준거의 기준을 논의하는데 모두 언급되고 있으며, 접근 방향도인지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뿐 만 아니라 개인의 내재적₩외재적 특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교육에서 역량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활용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역량’에 대한 개념적 혼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역량은 사용하는 학자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언급되고 있고, 이를구성하는 요소나 의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나. 역량의 개념


1) 전문직업교육에서 역량의 의미


역량을‘지능’이나‘적성검사’와 비교하여 하나의 학문적 개념으로 논의한 것은 McClelland(1993)이다. McClelland는 전통적인 학업적성검사나 지능검사가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직무 성과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성공한사람들의 특성을 검토하여 성공의 원인이 되는 자발적인 행동을규명하는 방식의‘역량’을 제안하였다. McClelland의 역량개념은 특정과제나 직무를 두고 어떤 특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가정하지 않고 업무성과와 관련된 개인적 특성을 규명한다. 때문에 성공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원인뿐만 아니라역량이 표출되는 배경상황과 맥락을 중시하여 구체적인 과제상황 및 수행상황에 적합한 역량을 찾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윤정일 외, 2007).


McClelland의 역량개념은 이후 Spencer와 Spencer(1993)에의해 보다 정교화 되었다. Spencer &Spencer(1993)는 역량을‘특정 상황이나 직무에서 준거에 따른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성’으로 정의하였다. 그들이 제시한 역량의 유형은 동기₩특질₩자아개념₩지식₩기술의 5가지이다.

  • 동기(motives)는 특정한 행위나 목표를 향해 행동을 촉발시키고방향을 지시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 특질(personal characteristics)은 신체적인 특성, 상황 또는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성,
  • 자아개념(self-concept)은 태도, 가치관, 자기상을 뜻한다. 
  • 지식(knowledge)은 특정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이고, 
  • 기술(skills)은 특정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과 기술은 비교적 가시적이고 표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훈련의 요소로 많이 활용 될 수 있는 반면에 개인의 내재적인 요소인 자아개념, 동기와 특질은 평가하거나 개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Fig. 1.]. Spencer &Spencer의 역량 정의는 역량을 인지적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에서 벗어나 정의적 측면까지 포괄하여 이를 심층부분에 둠으로써 그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McClelland와 Spencer &Spencer의 역량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나 직장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McClelland와 Spencer &Spencer의 역량개념은 Boyatzis(1982)가 정의한역량, 즉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개인의 행동특성(behavioral characteristic)의 개념과 더불어 대표적인‘행동역량모형’의 범주로 분류된다.


‘행동역량모형’은 사람을 중심으로 역량이 정의된 것인 반면에, ‘직무성과모형’은 특정 직무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수행을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직무성과모형에서 역량은 직무에서 요구하는 표준이며 성과와 동일시된다(오헌석, 2007). 

  • 의학에서 의사의 역량을‘일상적인 진료에서의 의사소통, 지식, 기술, 임상적 추론, 감정, 가치, 성찰을 생활화하여 판단력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라 정의한 것이나(Epstein &Hundert, 2002), 
  • WHO에서 역량을 유능한 의료진료(competent medical practice)의 관점에서‘특정한 전문 의료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넒은 범위의 지식과 태도 및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설명한 것이 여기에 속한다.


오헌석(2007)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능력, 행동의 결과로서의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람중심의 관점과 직무중심의 관점의 차이가 생긴다고 지적하였다. 

  • 사람중심의 관점에서는 역량은 직무를 효과적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지식₩기술₩능력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직무를 수행하는 최상위 수행자를 중심으로 도출되는 이러한 속성은 직무와속성간의 관계를 통해 검증되며 보편적인 성격을 지녀 다양한직무 상황의 맥락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반능력이다. 
  • 직무중심의 관점에서는 직무에서 출발하여 이러한 활동을 개인의 속성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엇이 역량을 구성하는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역량 리스트를 도출함으로써 지나치게일반적인 개인 속성의 역량정의문제를 직무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역량은 서로 다른 학자들에 의해 다르게 정의되어왔다. Van der Klintk &Boom(2007)은 이러한 다양한 역량 개념을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하였는데,

  •  첫 번째는 지역에 따라 개념적 차이를 갖는 미국의 행동역량 모형과 영국의 직무성과 모형이다. 
  • 두 번째는 훈련과 교육, 선발, 수행평가 등의 적용분야에따른 정의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 세 번째는 학습에 관한 이론적 관점에 따라 인지주의와 구성주의를 구분하여 이에 따른 정의의 차이를 설명한다[Table Ⅰ].


역량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학자나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떠한 관점을 취하든 교육환경에서 역량은 학습자에게 필요한 능력을 추출하고, 추출한 능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수-학습의 설계의 주요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교육의 시작을‘우수한 수행’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의접근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2) 의학에서의 역량의 이해


의학에서는‘역량’자체를 정의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다. 역량기반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문헌들은 역량을‘지식₩기술₩태도의조합으로 이루어진 수행의 복합체’라로 미리 가정하고 있다. 의학교육에서‘역량’의 개념적 특성과 관련하여 Albanese etal.(2008)은 교육상황에서 역량을 정의하는 5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 첫째, 역량은 교수학습에서 최종산물의 수행에 초점을 둔다. 
  • 둘째, 교육프로그램에는 외부 환경의 요구가 반영된다. 
  • 셋째는 측정할 수 있는 행동용어로 표현된다. 
  • 넷째, 다른 학습자의 수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역량측정의 기준을 활용한다. 
  • 다섯째, 이해관계자 뿐 만 아니라 학습자에게 무엇을 성취해야하는지 충분히 고지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역량은 기본의학 교육 및 졸업후 교육의 프로그램 개발을 개발할 때 교육의 내용을 확인하거나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역량은 그 문맥의 쓰임에 따라 특정분야에서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의 자질이나, 구체적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이나 수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 비록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학자들은 유능함을 나타내는 개인의 자질을 역량으로 볼 때competence를 사용하는 반면에, 그러한 자질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행동 특성을 언급할 때는 competency를 사용한다(Caraccio et al., 2004). 
  • 특정한 사람을 가리켜‘의사로서 역량이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전자의 역량(competence)을 의미한다. 후자는‘그 의사는 이러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표현하는 경우로, 여기서 역량(competencies)들은 적절한 진단기술, 환자와의 의사소통 기술, 치료에 필요한 기술의 수행 능력등 보다 구체적인 능력요소를 가리킨다. 
  • 논문에 따라서는 competencies라는단어를 competency와 구별하여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competencies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전공의 교육이나 의과대학 교육과정(Smith &Fuller, 1996;Dannefer &Henson, 2007; Litzelman et al., 2007)에서 의사의직무 과제와 업무를 분석하여 구체적인 행동이나 특성 모음을몇 가지 역량(competencies)으로 설정하여 제시할 때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의미와 관련하여 한 가지 눈여겨 봐야할점은 역량이라는 단어가 교육목적과 목표(Goals and Objectives)나 교육의 결과(Outcomes)라는 단어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Albanese et al.(2008)은 교육목적과 목표(Goals andObjectives)는 교수과정이나 교육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고, 역량은‘교육의 결과’에 초점을 두는 교육의 산출물(endproduct)혹은 목적의 정점상태(goal-state)를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교육목표나 목적은 진료의사에게 요구되는 요소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이 반영된 의미인 반면에‘역량’은행동주의 이론이 반영되어 보다 특정한 행동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만약 교육프로그램이 교육의 산출물과 결과물(end-product outcomes)을 생산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된다면 교육목적이나 목표(Goals and Objectives)또한 역량에 해당하는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사용하는 용어는 다를 수 있으나‘교육의 목적이나 목표’혹은‘교육결과’등이 역량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인‘관찰 가능한 요소로서 지식₩기술₩태도 등의 교육의 산출물’이라는 요건을 갖춘다면‘역량기반교육’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의학교육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량은‘의사의 진료’라는 맥락의존적인 성격이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에서 논의되는‘역량’의의미는 직무상황을 통해 도출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역량리스트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계의 역량 논의는 의사의 직무에서 출발하여 필요한 활동을 확인하고 이를 개인의 속성으로 전환하는 직무중심모형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접근이 교육으로 환원되면서 역량의 속성 중 가시적인행동요소로 표현되는‘교육의 결과’에만 집중되어 역량개념의본래적 특성인 개인의 내재적인 속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한계가 있다.



다.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활용과 가능성


의학교육에서 기존의 교육과정은 과목이나 계통의 학습과제를 도출하는 상향식 분석 기법을 통해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방식은 교육기관이 가지고 있는 최종의 교육목적을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의학교육에서 활용되는 역량 기반 교육과정은 상위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달성하기 위한 역량을 도출하고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파악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교육에서의 기대되는 성과를 교육의 목적 및 목표로 보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역량을 추출한 후에 각각의 역량을 구성하는 지식, 기능, 가치 및태도를 확인하여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교육방법 및 교수전략을모색하는 것이다.


교육과정개발 단계에서 활용되는 역량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접근방식으로 구분된다. 

  • 첫째는 통합적 접근(Integrated Approach)으로 역량을 의료의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복합적인개인속성의 조합으로 보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에는 직무로서의 의료에 대한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와 일상의 진료라는 상황적 특성이 고려된 접근으로, 역량을 교육의 목표로 활용할 때 주로 사용된다. 
  • 두 번째는 역량을 세밀하게 정의하고 평가하여 수행의 정확한 측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행동주의적 방식(Behaviorist Approach)이다. 이러한 접근은 핵심역량을 통해도출된 세부역량을 기술할 때 접근하는 방식으로 주로 학습목표로 표현되며 수행의 준거로서 측정가능한 행동요소로 표현되는특징이 있다(Bhatti &Cummings, 2007). 의학교육에서 이러한접근방식들을 이용하여‘역량’을 크게 교육목표 설정, 교육과정개발을 위한 역량요소와 수행수준의 제시, 교육의 평가의 준거등으로 활용한다.


1) 교육의 목표로서의 ‘역량’의 확인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특징적인 내용은 교육의 결과로 얻고자 하는 역량을 확인하여 이를 교육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발에서 성공적인졸업생의 구체적인 요소를 설정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교육목표에 제시될 역량은 지식과 기술 및 태도를 통합한 총체적인 것으로, 의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특성들로 기술된다. 여기서 역량은 의학적 지식과 술기 능력이외에도 졸업 후의 의사로서의 역할을 고려한 다른 역량들이 교육과정으로 편입되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 뿐 아니라 환자와의 의사소통 능력 및 문제해결력, 정보처리능력 등 기존의 교과목 혹은 통합과정의 형태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의과대학에서 교육의 목표로 졸업생의‘역량’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 

  • Brown 의과대학은졸업생이 성취해야 할 요소로 ① 효과적인 의사소통, ② 기본 임상술기, ③ 임상에서의 기초과학의 활용, ④ 진단, 관리, 예방, ⑤평생학습 ⑥ 전문직업성과 자아성장, ⑦ 지역사회의 보건관리,⑧ 윤리적 추론과 임상윤리, ⑨ 문제해결 등 9가지를 역량으로제시하였다(Smith et al., 1999). 
  • 인디아나 의과대학(Indiana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USM, 2007)은 ① 효과적인 의사소통, ② 기본 임상술기, ③ 진단과 관리, 치료, 예방에 과학의활용, ④ 평생학습, ⑤ 자의식, 자아치유, 자아성장, ⑥ 지역사회에서의 보건관리, ⑦ 윤리적 추론과 윤리적 판단, ⑧ 문제해결,⑨ 전문직업성과 역할인식 등 9가지를 학생들이 졸업시 성취해야할 역량으로 제시하였다. 
  • Cleveland 의과대학(ClevelandClinic Lerner College of Medicine) 제시한 9가지의 역량은 ①연구, ② 의학지식의 기초, 임상과학, ③ 의사소통, ④ 임상기술,⑤ 임상추론, ⑥ 직업전문성, ⑦ 자기개발, ⑧ 의료 관리제도, ⑨반성적 진료이다(Litzelman et al., 2007). 
  • Minnesota 의과대학의경우에는 ACGME가 제시한 핵심 역량을 참고하여 ① 의학지식,② 임상술기와 환자진료, ③ 과학적 임상적 연구 ④ 전문직업성⑤ 대인 및 의사소통술, ⑥ 건강관리체계, ⑦ 성찰을 통한 계속적인 계발 등 7가지 역량을 제시하였다.


기본의학교육에서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들을 보면 이들은 개인의 특성요소 즉, 지식, 기술, 태도 및 특질들의 복합체로서 통합적이고, 총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역량은어떤 일정한 체계 속에서 서로 융합되어 의사 혹은 의학자 등의교육의 최종 목표에서 제시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가 뿐 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핵심가치와 교육적 지향방향이 통합적으로 제시된다

.


2) 역량의 요소와 수행수준의 결정


역량은 상위수준의 역량을 구체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수준으로 다시 정의된다. 하위 세부적인 역량은 보다 더 세분화된 하위의 역량요소로 정의될 수 있다. 이를 테면‘의사소통능력’을 구체화할 때는 의사소통의 범주에 따라‘언어적 의사소통’과‘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나눌 수 있고, 언어적 의사소통은 다시‘음성언어’혹은‘문자 언어’등으로 나뉘거나 의사소통의 환경등을 기준으로‘진료실 의사소통’이나‘실험실 의사소통’과 같은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하위의 세부적인 역량은 더 세분화된 하위의 역량요소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요소는 각각지식, 기술,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수행요건들이 제시되어 있다. 요건들은 성취 수준별로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부 역량의 행동모음들은 더 상위의 개념인 역량을 습득하기 위한 학습경험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학생들이 역량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으로 이용된다. 학생들은 어떠한 과업이 주어질 때, 그과업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과목이나 과정에서의학습 평가는 그 과목 혹은 과정을 마친 후에 이루어지지만 역량은 그 성취 수준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졸업 시점이완전한 습득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Brown의과대학의 사례를 보면 역량은 역량의 의미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Smith et al., 1999).‘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란 무엇인지 정의가 제시되어 있고 이 역량을 획득하기 위한 세부 역량의 하나로‘문자언어 효과적으로 활용하기’가 제시되어있다. 이 세부역량은 다시 역량 획득여부의 판별기준이 되는 행동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다. ‘기록된 병력과 신체 진찰내용을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과‘퇴원요약’,‘ 퇴원시 유의점’,‘ 처방’,‘ 병원의원칙’,‘ 타기관의뢰및협력계획’과‘증례보고/포스터/과학적연구서술’,‘ 환자또는환자가족에게편지쓰기’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부역량은 그 성취수준에 따라 초보, 중간,상급 단계로 나누어져 있어 세 성취수준에는 어떤 술기를 어떤수준으로 능숙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지 자세히 묘사되어있다[Fig. 2].





역량은 보다 총체적인 의미에서 교육의 목표로 활용되지만,이를 교육과정으로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한 수행의 요소들로 분석된다. 이 구체적인 수행요소가 실제교육현장에서는 교수학습의 내용과 평가의 준거로 활용되는 것이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직면하는 어려움은 설정된 핵심역량으로부터 실제 수행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내용으로서의 지식과 기술 및 태도 등의 요소 등을 도출하고 이를 학습의 수준에 맞게 적절하게 조직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교육의 평가준거로서의 역량


역량은 교육의 목표이자 교육경험을 선정하는 기반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준거이기도 하다. Bhatti &Cummings(2007)은 역량평가의 접근방식을 두 가지로 설명하였다. 

  • 첫째는 객관성과 재현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과학적인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에서 역량의 평가는 지식 중심이고,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표준화된 문제가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과정에서 역량은 행동주의적 요소와 결합하여 보다객관적이고 관찰가능한 지식이나 기술을 평가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의학적 지식정보를 지필형태의 시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나, 특정 술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방법, 객관화구조임상시험(OSCEs) 등이 있다. 역량을 기반으로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지필고사를 통한 정보습득의 확인과 표준화된 술기교육의 평가는 기본적인 요소로 여전히강조되어 활용된다.
  • 두 번째는 학습자의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방법이다. 평가는 답이 없는 열린 문항으로 제시되거나, 수행 상에 이론과 실제가 통합된 학습자의 판단을 요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학습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고, 자신이 선택한 문제해결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과정이 평가의 중요한 요소이다. 의학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있는 특정 역량 즉, 전문직업성이나 자기주도학습 등의 요소를평가할 때 이러한 접근방식이 자주 이용된다. 구체적인 평가 방법으로는 자기보고식 자료나 역량의 수행에 관한 포트폴리오(portfolio), 혹은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임상시험 등에서 교수자나 동료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질적, 양적 평가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접근방법들은 각각 특정 역량의 역량요소를평가하는 것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나, 교육의 최종 목표로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특성을 가진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역량을 평가의 준거로 재기술하여 사용하면서 역량 본래의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의미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Dannefer &Henson(2007)은 역량평가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현재 역량평가에는 최소한 다음과같은 4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 첫째, 여러 역량들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상황에서학생들의 수행을 전범위의 역량에 걸쳐 평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역량평가의 방법은 특정 역량이나그 역량의 부분요소를 평가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역량이발현되는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둘째, 역량기반교육에서 수행의 준거가 교육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학습자들이 그들의 수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질적인 접근과 중간평가의 필요가 강조된다. 평가는 교육의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머물지 않고, 교육의 과정으로 이해되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평가과정에서 교수자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 셋째, 수행이 특정한 맥락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측정의 문제는여러 상황적 맥락과 환경 중의 샘플링 문제가 부각된다. 채점자나 평가상황에 따라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는 문제는 신뢰도와타당도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 넷째, 수행의 평가에 있어서 심리측정방식(psychometric approach)의 접근 하나만으로는 더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역량을 성취했다는 다양한 종류와 자원을 가진 증거들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고찰: 역량기반 교육의 몇 가지 한계


지금까지 역량기반 의학교육의 역사와 역량의 개념적 특성을살펴보면서, 역량기반교육의 가능성을‘교육 목표의 설정’,‘ 수행수준의설정’,‘ 평가의준거’측면에서논의하였다. 의학교육에서 역량기반 교육은 기존의 지식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 용어 또한 교육결과(outcome),교육목표(object)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의학교육에서 역량(competency)은 의료라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수행을 강조하는개념으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특정한 조합 또는 복합체로 정의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의학교육에서 도출된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교육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역량’들은 직무 중심의 관점에서는 의료라는 맥락에기반을둔구체적이고세부적인요소들을추출한것으로,‘ 훌륭한 의사의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의료의 이해당사자인 사회와 개인, 의사집단,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의사 자신의 요구와 책임에 대한 분석결과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은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세부수준으로 다시정의되어 학습경험을 선정하는 준거로 활용되며, 하위 세부 역량은 그 성취수준과 평가준거가 측정가능한 행동요소로 표현되어 평가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교육의 목표로 제시된 역량들은 의료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훌륭한 의사의 지식₩기술₩태도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전문성 계발 요소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의료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있는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세부수준으로 정의된 역량과 수행준거는 보다 개별화되고 유연한 학습과 훈련을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을 뿐 만 아니라 투명한 수행준거를 제시함으로써 특정 직무의 인력 선발과 교육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에 그 활용의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하여 논의된 역량기반 의학교육은 네 가지 측면에서 이론적, 실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 첫째, 현재 의학교육의 역량은 직무중심의 접근으로 본래의 역량이 가지고 있는 사람중심의 내재적 특징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역량교육은 역량이 가진 내재적₩외재적 요소와 개인과 맥락의 통합적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채, 측정 가능한 행동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의학교육에서 설정된 역량은 이를 구성하는 행동요소들로 분절화 되어 특정 지식이나 기술의 수행에만 집중되면서 본래의 역량이 가지는인간의 수행이라는 통합적인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 
  • 둘째, 역량기반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방법과 교수전략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역량기반교육은 기존의 지식중심의 전달교육이나 제도적 기술 습득과는 전혀 다른 교육적 처치를 필요로 한다. 설정된 역량에 따라 이를 훈련하는 방식은 다를수밖에 없고, 교수자의 교수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성취수준도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의학교육에서는 특정 역량을 계발하기 위한 교수-학습 모형에 관한 연구가 부족할 뿐 만 아니라,교육 현장에서 역량에 따른 교육적 방법이나 교수전략에 대한교수자의 이해도 부족한 편이다. 
  • 셋째, 학습자 역량에 관한 교육평가의 정확성과 객관성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 역량기반 교육에서 역량의 성취여부는 세분화된 수행요소의 습득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평가의 대상이‘역량’이 아니라 준거로제시된 수행요소를 측정하는 데 머물면서 역량이 발현되는 본래의 맥락에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위험이 있다. 평가자나 채점자에 따라 평가 결과가달라지는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 넷째, 역량기반 교육의실행에 필요한 교원 및 교육기관의 변화의지이다. 역량기반 교육은 역량의 설정과 분석 및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따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학과중심의 학사운영과 강의중심의 교수에 익숙해져 있는 교원들의 혼란과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역량기반 교육은 현재의 의과대학 교원들에게 내용도 생소할 뿐 만 아니라, 기존의 1인 교수체제나 전공별 교육이 아닌 역량별 팀별 접근을 필요로 하는지금과는 전혀 다른 교수-학습 체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생소한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과 새로운 교육방식의 적응과정은 많은 시간의 노력과 열정을 필요로 하며, 교원의 적극적인 참여와변화의지 없이는 역량기반 교육은 불가능하다.


역량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든 그렇지 않든, 의학교육에서‘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역량기반교육은 역량의 설정과 분석 및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역량교육으로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더딘 이유는 앞서 제시한 역량교육의 운영상의 제한점 뿐 만 아니라 교육의 목표로서의 역량과 이를 교육의 내용과 평가의 준거로 도출해 내는 과정의 실제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역량기반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량에 관한 개념적 이해와 더불어 역량기반 교육과정의실천적 연구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Competency and competency-based education are topics of great interest to educators and administrators at most

stages of undergraduate and postgraduate medical training. A competency-based approach in medical setting has been

valued as a more effective way to strengthen learners’ performance compared to the traditional education program. This article

aims to explore theoretical and practical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of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We

approached the topic in 3 gradual steps: the comprehension of background of competency-based education, the conceptual

understanding of competency in professional education, and the exploration of possibilities and limitations of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The last step of analysis was performed in three dimensions: educational objectives, references to

judge performance, and performance evaluation criteria. In conclusion, we suggest 4 factors which need to be considered to

implement a competency-based medical education.

Key Words: Competency-based education, The possibilities and limitation of competency, The concept of competency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비전

Vision of the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이무상

Moo Sang Lee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President,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재단법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의 비전은 ‘교육과 평가’이다. 국가면허가 필수인 보건의료 전문직 교육은 기본의학교육부터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까지를 포함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인 양성 기초교육 기관에 대한 평가인증 기구들은 각 단계별 교육과정 모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원’이라 부르지만, 타 분야 기구들은 ‘인증원’이라고 하여 학교교육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평원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Basic Medical Education(BME) 과정에 대한 평가인증 기구로만 인식되고 있.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Accreditation Board of Medical Education in Korea, ABMEK)의 후신 성격이 강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의평원의 영어 명칭은 물론이고 정관(2004.2.27 제정) 사업도 교육평가가 아닌 ‘교육과 평가’이다.


설립준비를 위임받은 당시의 working group의 제안과 의학교육계의 동의로 지금의 명칭과 정관이 결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기구의 비전은 정관에 목적과 사업으로 명시되는데, 의평원의 비전은 매우 포괄적이다. 국내 최초의 의학교육법인이 출발하면서 의학교육계의 오래되고 많은 희망 모두를 의욕적으로 포함시켜야만 하는 설립 당시의 상황과 여건 때문이었다.


우리 의학계·의학교육계·의료계는 물론이고 한때는 병원계조차도 의료법의 법정단체인 대한의학협회(1995.5.에 대한의사협회로 개칭, 이하 의협)가 중심이었다. 즉, 의학, 의료, 의학교육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의(醫)’자와 관련된 모든 활동의 중심이 의협이었다. 그래서 의학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임의기구들은 독립적 조직이면서도 각각의 모든 업무(현재의 대한의학회의 전신인 분과학회 협의회, 한국의과대학학장협의회, 한국의학교육학회,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업무 등)는 상호 유기적이라서 의협 학술국에서 대행하고 있었다. 편 의협은 재단법인으로 한국의사국가시험원과 한국의학원을 설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민정부 집권 5년간에 9개 의대의 설립 인가가 나는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가 공동 개최한 제5차 의학교육합동학술대회(충남 유성, 1997.11.27)에서 의과대학 신임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한국의학교육협의회를 산파로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가 조직되어(1998.7.2), 의과대학 인정평가가 시작되었다(1999)


인정평가 사업이 시작된 이후 관련된 많은 교육학적 업무는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가 5년 동안 지원하였지만, 일반 행정과 재정운영은 역시 의협 학술국의 몫이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오해가 생겼다. 당시의 인정평가는 의협의 예산사업이었으므로 정부와 비의료계는 이 사업을 의약분업 투쟁을 한창 벌이던 전문직 단체의 권익투쟁 수단으로 보았고, 또한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목적으로 출발한 사단법인 공학인증원과 권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의학교육 관련 모든 업무는 명칭부터 권익단체인 의협으로부터 완전 분리하기 위한 법인화가 추진되었다. 그런데 당시는 정부가 의학교육 학제 개편과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시기였고, 의사국시원이 현 국시원으로 확대되면서 의사면허시험 발전이 타 직종의 견제로 저해된다며 원상회복 논의가 분분하였으며, 국제적으로는 의학교육 국제지침(WHO·WFME, OECD·UNESCO)이 추진되는 숨 가쁜 시기이었다. 그래서 전술한 working group은 이 기회에 이런 모든 상황과 논의만 무성하고 방기되어 왔던 의학교육의 모든 기획과 의협 학술국이 대행하여 온 각 임의기구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단일 법인기구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이런 기획은 의학교육계에 보고되어 동의를 얻었다. 한편, 당시의 의협 입장에서는 인정평가는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겉으로는 의협과 관련이 없었지만 실제는 의협의 예산사업이었던 의과대학 인정평가를 계속하기가 어려웠다. 의협이 나서서 각 대학에게 인정평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의협은 의평원이 언제인가는 자체 수익으로 재정 운영하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평원의 사업 범위가 포괄적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의학교육 3단계(BME, GME, CPD in Medicine; Full Scope of Physician Education) 모두를 포괄하는 비전을 담은 정관이 당시 의협 집행진의 묵시적 지원 하에서 정해졌다. 명칭으로 의학원, 의학교육원, 의학교육평가원이 고려되었으나, 의학원은 이미 있고, 의학교육원은 직접 교육을 하는 기관 이미지가 있어서 의학교육평가원이 선택되었다. 래의 포괄적 사업 목적은 영어로 표현하여 현재의 명칭(education & evaluation)과 정관이 의협 총회를 통과하였다. 차례 복지부를 방문하여 법인 설립 승인을 얻고, 의협의 재정부담으로 재단법인 의평원이 탄생하였다(2004.2.27). 조직은 의학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목적의 독립적인 사업단(의학교육평가인증단, 기본의학교육평가단)과 업무별 위원회로 구성되었다. 사무국은 각 사업을 행·재정적 지원을 하여, 마치 의협학술국이 대행하던 업무지원과 같아졌다. 그래서 의평원은 현재도 의학교육협의회와 KOMSIS의 업무도 지원한다. 그만큼 의평원의 업무, 즉 비전은 포괄적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에 의학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인이 탄생하여 정규 인정평가가 시작된 2000년 직후의 사정과는 많이 다르다. 사단법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사단법인 의치학교육입문검사협회가 그 예이다. 그래서 이제는 의학교육과 관련한 법인 및 임의기구를 모두 합하면 약 20개 정도가 된다. 법으로 모든 법인 기구는 법적으로 독립된 사무국과 직원이 있어야 한다. 각 법인이 업무에 대한 해석을 각기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면 사업의 중복과 다툼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60년대 초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의 미국은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의학교육 관련 기구들의 기능과 역할에 관하여 정리하고 Coggeshall Report (1965)를 기초로 하여 오늘 날의 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 of Medicine (AAMC)의 구조와 기능을 갖게 되었다. 즉, 독립적이되 상호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 많은 의학교육 관련기구들의 연합체가 오늘날의 AAMC이다. 우리나라 의학교육계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며, 이제는 그러한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비전인 정관에 충실한 다양한 사업이 기획되어 있으나 당분간 미루고 기회의 성숙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겠다.





Korean J Med Educ > Volume 21(4); 2009 > Article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 2009;21(4): 333-334. doi: http://dx.doi.org/10.3946/kjme.2009.21.4.333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비전
이무상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Vision of the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Moo Sang Lee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Korea.
Corresponding Author: Moo Sang Lee ,Tel: 02-795-1591, Fax: 02-795-1592, Email: klmee@klmee.or.kr
Received: 5 November 2009;  Accepted: 16 November 2009.


의대 학생상담의 ABC

ABC of medical student counseling

이수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Lee Su Hyun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최근 들어 학생상담에 대한 교수들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교수들의 학생상담을 의무화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학생상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막상 상담을 하려고 할 때 무엇을,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얘기를 간혹 듣는다.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은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교직과목으로학생상담 및 생활지도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지만 대학의 교원들은 그러한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상담 교육은 그 필요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강혜영, 이제경, 2009).


교수들에 대한 학생상담교육의 필요성은 의대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다른 대학생들과 공통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의대생들만의 독특한 문제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적성에 대한 고민이 많고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결여되어 있고 공부에 재미를 못 느끼고(암기식, 분량과다), 여가가 없다고 한다(박정한, 김경환, 김광우, 전혜리, 1999). 또한 친구사귀기에 인색하고 배타성이 크며 수동적인 공부(족보 중심의 공부)를 하며 교양 공부가 부족하여 세상 물정이 어둡다고 한다(민성길, 구민성, 1999). 이 같은 학생 특성으로 볼 때 의대 교수들도 학생상담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며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따라서 의대 교수들은 교과교육 뿐 아니라 학생들의 고민과문제를 인식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의대 교수들에게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 또 다른 업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학교교육은 교과교육과 생활지도라는 두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과지도 뿐 아니라 생활지도를 위한상담활동을 하는 것은 교원의 매우 중요한 교육활동중의 하나다. 따라서 교수들은 학생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방법을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상담은 왜 필요한 것인가? 학생상담은 두 가지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된다. 

  • 첫째는 교육적 측면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나아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데 필요하다. 
  • 둘째는개인적인 측면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 개인의 발전과 행복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지도하는데필요하다.


학생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유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고민하는 문제 영역은 학업영역, 진로영역, 개인사회적 영역으로구분할 수 있다. 의대에 입학할 정도의 학생 수준이라면 학업과관련해서는 고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학업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중고등학교 때의 공부와 달리대학공부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매우 중요하며 더욱이 의대공부는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에 있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업상담에서는 학습전략 습득, 학습방법 지도, 교육정보제공 등이 포함된다. 교수들은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의 고민을 노력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결과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학생의 문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확인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로상담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직업을 선택하도록 돕고 나아가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을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단순히 학생과 직업을 기계적으로 짝짓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진로상담을 위해서 학생에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의대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부모나 주변의권유에 의해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입학을 했더라도 다행히 의대공부가 적성에 맞으면 괜찮지만 생각보다 재미없고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실제로 의과대학 재학생들에게 다시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면 의과대학에 진학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50.3%의 학생만이 진학의사를 밝히고 지금 전과가 가능하다면 전과를하겠다는 학생들이 28.1%에 달했다. 또한 의과대학 졸업 후 진로나 전공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36%로 조사되었다(전우택, 양은배, 김은경, 2006, 재인용). 이미진로결정을 하고 왔더라도 의과대 안에서 세부적으로 관심있는직업군(임상가, 연구자, 내과,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야 하기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한 순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따라서 진로고민을 하는 학생의 경우 적성에 대한 고민인지, 정보부족으로 인한 고민인지, 의사결정의 문제인지를 먼저 구별하고 문제에 따라 세부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사회적 영역으로 정서와 성격문제, 대인관계, 건강과 여가지도 등이 포함된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문제를 함께 살펴야한다.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이 미숙하거나 인간관계에서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있다. 또한 심인성 질환으로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관리가 안되거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경험하는 학생들은 남들도 다 그런다고 생각하거나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계속 악순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들을 간과하고 진로나 학업문제로 상담을 요청할 경우 여러 문제들이 어떻게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야하며 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루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성격적인 문제나 정서적인 문제가만성화되어 우울이나 불안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일 경우,전문가에게 연결(refer)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는 학교상담의 특징과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살펴보고자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의 가장 큰 특징 중하나는 비자발적인 학생들이 상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초, 중, 고등학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학 상담에서도유급 대상자들이나 제적 위험에 있는 학생들, 학교에 적응하지못하는 학생들을 지도교수나 담임교수가 학생을 불러서 상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비자발적인 학생들은 상담에 대한동기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변화되지 않는 원인을 상담이나 상담하는 선생님의탓으로 귀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의대는 학생들의 학업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급생이나 제적 위험생들의 자발성만 기대해서는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상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학생들이 상담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볼때, 유급이나 제적문제로 상담 받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는 낙인찍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움 받는 것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이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도움추구 행동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상담에 대한 거부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으로생각하는 하는 것은 위험하다. 상담 받는 학생에 대한 낙인찍기나 학생에 대한 편견, 평가적인 태도만 개선되어도 상담에 대한거부감은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학교 상담의 특징은 이중관계와 관련된다. 이중관계란 상담자가 내담자와 둘 또는 그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가지는 관계를 말한다. 즉 교수는 이미 학생과 사제관계이면서 상담자 역할을 하게 되니 이중관계라 할 수 있다. 물론전문적 관계에서 이중관계는 불가피하고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아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중관계가 야기하는 몇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 첫째는 객관성과 중립성의 상실이상담자의 판단에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중관계에 들어갈 경우 학생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담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둘째, 학생과교사,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착취와 위해의 가능성 커진다는 점이다. 학생을 착취로부터 보호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교수의 의무라고할 수 있다. 따라서 교수나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의사결정과정이 매순간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상담이라는 맥락이 또 다른평가의 장이 될 수 있다. 즉 상담 받으러 온 학생을 공부 못하고부적절한 학생으로 낙인찍기를 할 수 있다. 이는 교수의 학생에대한 기본적인 태도와 관련이 되는데 학생을 상담할 때 문제에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한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수의 학생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 배려,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상담의 효과에도 매우 큰 영향을미치게 된다. 따라서 학생상담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담자 역할을 하는 교수의 인간적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상담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첫째, 비록 학생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보다 장점 찾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학생이 변화될 것이라는 인간적인 신뢰이며 또 하나는 문제를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긍정적 자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이 가져온 문제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학생에게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둘째,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심리적 문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어떤 얘기에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는 믿음만 학생에게있다면 학생은 솔직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얘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학생을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경청하기만 잘 된다면 머릿속으로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자연히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성과가 생각만큼 나오지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 상담 성과는 금방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뒤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로 상담자로서의 노력을 평가절하 할필요는 없다. 가장 효과적인 상담이 학생에 대한 존중과 긍정적인 관심임을 잊지 않는다면 학생에게 존중받는 스승이자 상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탈의사 교육: 서울의료원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Medical Education for North Korean Defector Physicians: Experience at the Seoul Medical Center

최재필1,2

서울의료원 1감염내과, 2공공의료팀

Jae-Phil Choi1,2

1Division of Infectious Diseases,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2Public Health Team, Seoul Medical Center, Seoul, Korea





서 론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예방의학을 강조하는 보건학적으로 우수한 개념을 갖고 있음에도 지속적인경제적 악화, 자연재해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약제, 진료장비 등의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진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이성봉, 2009). 기초적인 의료자원의 부족과 느슨해지는 국가통제, 배급시스템의 약화로 의료체계는 정성운동기에서 장마당, 암시장체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최영인 외, 2006). 의사나 환자들이 약을 구하여 치료할 수 없는 상황, 환자가 의료진을 배제한 채 임의로 암시장에서 매약하고 자가 치료하는 행태로 인해 의료체계와 의학교육은 파행을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의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교육을받고 진료에 임하여 오고 있었으며 생존과 탈북의 과정에서 의사로서 일을 중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탈북에 성공하여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의사들은 북한과 다른 의료사회문화 환경, 영어 중심의다른 의학용어의 사용, 남북한의 의료지식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남한에서의 의료체계에 편입, 적응하기에 많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박상민 외, 2011).


이들 북한이탈의사들의 남한에서 의사되기를 위한 교육은 여러면에서 중요하다.

  • 첫째, 향후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한 의료통합을위하여 남쪽과 북쪽의 의학지식을 모두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 
  • 둘째, 북한이탈주민의 진료는 다른 의료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최전선에서 진료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할자로서의 의료진을 발굴해 낸다는 점, 
  • 셋째,북한이탈의사들이 남한에서 의사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격인정과정이 효과적일 것이며(북한에서는 정규 의학대학을 졸업했거나 의학대학 통신학부 졸업자 중 의사검정시험에 통과한 경우 의사자격을 인정한다. 고등의학전문학교 및 의학전문학교에서 부의사와 준의사를 양성하였다. 의사들은 보건성이 3년에 한번 주관하는 시험에 따라 6급에서부터 1급까지 한 단계씩 진급할 수 있다[이윤성 외, 2011]) 어느 그룹이 어느 정도의 재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2012년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있지 않지만 전문직종의 이탈주민은 늘고 있다. 이들의 재교육, 특히 의료진의 교육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남한에 정착한 북한의사의 의료전문직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통일 후 남북한 의사인력 통합 방안 모색,’(박상민 외, 2011)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건의료인 자격 인정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이윤성 외,2011) 등의 고찰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앞선 연구들이 국외 사례의분석과, 자료연구와 북한이탈의사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이루어진결과물이라면, 본 소고는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2009년부터2012년 현재까지 북한이탈의사들을 재교육하였던 경험을 정리한것으로 이들에 대한 가능한 교육방법의 도출과정의 실제 경험, 피교육생들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확장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소고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북한이탈의사들에 대한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교육체계의 구축과정과 그 가운데드러난 문제점, 이탈주민의사들에 대해 교육에 참여하고 함께 임상에 노출되었던 남한 의료진들의 관점에서 본 피교육생들에 대한평가, 시험의 결과를 통하여 본 이들의 현재의 지식과 의학적 의사소통 가능성에 대한 관찰결과의 제시를 통하여 향후 구조화된 교육지원체계의 구축, 의사자격 인정방안 모색, 더 나아가 남북한 의료 통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하겠다. 특히 2013년 통일부에서 제2하나원에서의 전문인력 재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관련 기관 간에 발전된 논의를 촉발하길 기대한다.




교육대상자의 선정


서울의료원은 2009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북한이탈의사의 한국의사고시 준비 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이탈자 보호 및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학력인정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하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북한이탈주민 재북학력 인정과정을 거쳐 6년제 의과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한다. 학력을인정받은 북한이탈주민이 다시 통일부에 자격인정신청서를 제출하게 되고 통일부는 보건복지가족부에 응시자격인정 심사를 요청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심사를 의뢰하여 인정심의위원회의 구술평가를 통해 응시 적격 판정을내리게 되고 이 대상자는 국시원이 시행하는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응시자격인정 심의결과는 2011년까지의사 33명 중 23명이 인정되었다. 응시자격인정자들의 국가고시 응시결과는 22명 지원에 8명(36.4%)이 합격하였다(이윤성, 2011). 본원에서는 응시자격인정 심의를 거친 북한이탈의사들에게 학력인정증명서 및 이력서, 자기 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신분과 학력을재확인 후 대한민국 국가고시의 준비과정을 교육제공 및 행정지원을 통하여 돕고 있다(표 1).






사업의 내용


전체적인 교육 프로그램 지원의 구조와 각 기관의 역할은 그림 1과 표 2에, 교육계획의 예시는 표 3에 제시하였다.


본 의료원에서는 2009년부터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의 일반사업 중 하나로 ‘각종 특수 계층의 다양한 교육지원’을 계획하여 특수취약 계층의 전문인력 중 본원에서 및 다양한 형태의 교육지원을 원하는 자를 교육대상으로 하였다. 주요 진료과들의 순환형 실습교육및 시험, 각종 임상술기에 대한 교육과정 지원, 시뮬레이션 지원(서울의료원 기본 심폐소생술 교육, 서울 성모 스마트센터 협력), 대학병원들과 연계하여 5회의 모의 국가고시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원내에 전용공부방을 설치하고, 의학도서관 사용, 실습용 임상가운제공, 격려 장학금지원, 유관인력 간담회(통일부 정착지원과, 질병관리본부, 하나원 의료진, 서울대, 고려대 교수진과 자문)를 실시하였다. 결과로 4명의 교육생 중 1명이 면허를 취득하였고 2명이 실기시험에 합격하였다. 면허 취득한 1인은 본원에서 인턴 수료하였다.


2010년 교육과정은 2009년의 교육내용과 구축된 연결망을 기반으로 하였다. 대상자들의 시험결과를 기준으로 학습 요구사항이달라 필기 준비팀 2명과 실기, 필기 동시 준비팀 3명의 두 팀으로 구분하여 일정을 마련하였다. 필기시험 준비 정리 및 실기시험의 체계화를 위해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연계하여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필기 준비 블록강의 및 시뮬레이션센터 임상실기교육을 받도록 하였으며, 의과대학 컨소시엄과 연결하여 필기및 실기시험을 경험하게 하였다. 원내 임상교육을 강화하였으며, 본원의 인턴 및 레지던트 중 인력을 선정하여 대상자와 국가시험 종결까지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 하반기에는 한국 누가회의 북녘사랑 단체가 임상교육과정 중에 포함되지 않는 예방의학, 의료법 교육 및 실기 집중훈련에 도움을 주었다. 5인의 교육생중 1인이 면허를 취득 후 본원 인턴 선발되어 수료하였으며, 2인이실기에 합격하였다. 한 해의 공부로 합격한 대상자가 1명, 2년에 1명으로 통일부의 지원이 1년에 국한되어 있던 것을 지원확대 요청하여 3회까지로 위탁교육비지원을 확대하였다.


2011년에는 지방에 사는 대상자들(G씨, H씨)의 참여로 교육환경뿐 아니라 숙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여 지원을 요청하였으나현재까지 미결과제이다. 차선으로 원내 당직실을 공부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일부 숙식 가능하도록 하였다.


2012년에는 필기시험에 합격한 대상자 F씨로 부터 실기시험 전까지 원내 임상실습에 대한 요청이 있어 의과대학에서의 임상실습형태로 임상과 순환교육을 실시하였다. 실제 국가고시 필기시험에합격하였고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가 많은 대상자임에도 임상실습에서 많은 내용을 처음 접한다고 응답하여 향후 의사고시 합격한대상자들에게 이런 형태의 임상연수교육이 임상의로서 일하기 전에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증까지의 기간이오래 소요되어 학력인정 이후 인정심의위원회 대기 중인 대상자들(I씨, J씨)이 본원의 교육생으로 지원하였다. 이에 재정지원이 필요한 원외교육을 제외한 원내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시켜교육 중으로 차후 대상자의 선정 및 지원범위 문제에 대한 논의가필요하다.








세부사항


1. 행정적 지원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하였던 지원으로 1,2차년도에는 공공의료팀 소속의 사회복지사가, 2차년도 이후부터현재까지 1인의 공공의료팀의 사무관리사가 담당하였다. 교육생의선정 및 서류관리, 연간사업계획서 및 연간결과보고서 작성 및 관리, 교육생 일정관리, 사업지원비 청구(시보조금 및 통일부), 연세대 의과대학 교육비 지원업무, 타의과대학 및 컨소시엄과 연계를통한 모의고사지원, 행정적 지원(가운, 식권, 공부방 마련, 도서실이용 등), 만족도조사, 멘토링 프로그램 체크, 기본심폐소생술 교육지원, 국가고시 교재지원, 교육생 조건부 수급자 서류제공 등 서류작성업무 등을 지원하고 있다.


2. 원내 교육


원내 임상교육의 목표가 조정되었다. 첫 해인 2009년에는 실기및 필기시험 대비뿐 아니라 남한에서의 의료시스템의 전반적인 경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실습하였다. 그러나 단기간의 준비기간 내에,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여야 하는상황으로 빠른 성과가 필요하여 목표를 국가고시 통과로 축소하였고, 임상실습을 통한 남한 의료제도 적응의 목표는 인턴 이후 과정으로 넘겼다. 공부를 진행하는 중 수급비지원이 끊기게 되므로 이시기의 생계유지를 위해 병원에서 짜준 고정된 스케줄에 교육을받는 것이 실제로 어려웠다. 교육 스케줄의 유연한 변경 운영이 필요하였으며, 교육생의 개인적인 요구와 성향에 따라 참여도도 차이가 있어 일괄적인 평가는 어려웠다. 아무런 특별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원내 임상과별 이론교육(문제풀이, 이론강의)은 계획의 수시 변경이 많았으나 교육현장에서 직접 질의가 가능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원내 교육 중 영상의학과의 경우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에서 임상의로서 경험하지 못하였던 엑스레이,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의 판독법, 임상에서 중요한 영상자료 등에 대하여 주 1-3회 정도 1시간씩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오고 있어 교육자의 노하우도 쌓이고 교육생의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 통일부와 서울시의 보조금예산은 전액 외부교육 및 시험 관련 비용으로 배정되어 맞춤형 원내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유지를 위한 고려가 없이 원내 자원봉사형식으로 운영되어 지속 운영과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3. 원외 의과대학 위탁교육


본원 특성상 연구교육보다 임상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기존 운영되고 있는 대학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벤치마킹 및 북한이탈의사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재원 등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의과대학과의 상시적 연계협력이 필요하였다. 2009년에 개별적 단편적으로 대학들과 연결하였던 것을 2010년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어 교육연구부, 임상실습센터와 연결하여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의과대학에서의 본과 4학년 필기대비 블록 특강교육은 전체적으로 교육내용은 많이 도움이 되었으나 영어, 전문용어, 통일되지 않은 약어로의 강의가 많아 교육생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웠다고 한다. 시험 준비기간이 1년 이상 되는교육생의 경우 교육 참여로 전반적인 내용의 정리가 되었다고 하였으나 학업 초기의 교육생들은 시간낭비라고 판단하여 참여 중 임의로 중단하기도 하였다. 서울의료원의 진료환경이 실제 임상을 익히기에는 더 용이하나 시험 자체는 별개이므로 실기시험에 이용되는모의기구나 인형, 모듈이 시뮬레이션 센터에서의 교육, 준비, 모의시험과정에 제공되어 시험과 유사한 환경을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국가고시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여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다.


4. 필기 및 실기 모의고사 참여


1차년도에는 개별적으로 의과대학에 연결하여 시험에 참여시켰으며 무료로 위탁하였던 것이 2차년도부터는 의과대학 컨소시엄과 연결하여 관계된 여러 학교에서 실시되는 필기 및 실기 모의고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기의 경우 본원 담당자가 같이 동행하였고 컨소시엄 담당 교수님들은 담당자가 직접 상황을 보고문제점을 볼 수 있도록 협조해주셨고, 피드백을 주셨다. 시험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교육생들은 시험의 기회가 여러 번주어지기를 원하였다.


5.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개인별 학습능력에 따른 지원이 쉽지 않고 본인 스스로 학습에대한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데 많은 제약이있고, 사업 담당자가 수시로 교육생들의 학습 진행사항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수련병원인 서울의료원의 인적자원(인턴과 전공의)과 연결하는 멘토/멘티 연결 프로그램 ‘Each &Together’를진행하였다. 멘토와 멘티는 유무선상으로 수시로 연락하여 학습과정 중의 문제의 해결과 시험 준비의 기술, 실습 등의 도움을 주고받았다. 멘토와 멘티의 성향에 따라 학습효과와 만족도의 차이가 매우 컸다. 인턴의 경우 최근 실기시험 준비과정의 경험이 있고 임상술기를 보여줄 수 있었고, 전공의의 경우 필기시험 준비의 내용에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2인 정도의 멘토가 연결되는 것이 연속성을 담보하였다. 이 외에 기존 경험 있는 멘토를다음 해 슈퍼바이저로 하였고, 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인턴과정에 있는 북한이탈주민 의료진을 볼런티어로 하여 돕도록 하였다.


결과 및 이후 과정


1. 시험결과를 통한 평가


2010년 일개 의과대학 임상종합추론 블록에 임한 5명의 교육생(국시 준비기간 3개월-1년 6개월)의 성적은 48.23±10.92의 의과대학 학생 평균 대비하여 34.38-63.54점까지의 분포를 보였다. 2011년임상종합평가결과의 경우 한 교육생의 경우이지만 백분위 점수는59점이었으나 정신과와 예방의학, 의료법에 특히 취약하였다. 예방의학과 의료법의 경우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필기 국가고시의 성격상 병태생리의 이해, 진단과 치료의 전반적 내용을 다루므로 준비 첫 해에는 용어의 어려움으로 힘들어 하나 두 번째 지원에는 대부분 필기합격점에 이르렀다. 임상술기, 환자면담시험의 경우 북한에서의 임상과에 따라 술기능력의 차이를 보였으나 해당 임상과가아닌 경우 검사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였다. 동맥혈검사, 심전도검사, 기관 삽관법, 드레싱 등의 술기에 대해 더 많은 실습이 필요하였고, 금연상담이나 예방접종상담, 환자교육의 부분이 취약하였다.


2012년 시험에서는 필기는 합격하였음에도 실기가 탈락하는 예가 발생하였다. 실기시험 시 총점 자체는 충분하였으나 항목별 점수를 받지 못해 탈락하였다. 변형된 문제유형에 대한 대비가 더 필요하고, 북한 말씨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전반적인 국시원의 평가 의견을 받았다.



2. 교육에 참여했던 남한 의료진들로부터의 피드백 결과


임상과 교육에 참여하였던 전문의와 전공의, 멘토로 참여한 인턴선생님들에게 설문형식으로 피교육생들의 교육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개방형 질문을 통하여 평가하였다. 설문참여자는 남녀 12명(전문의 7명과 인턴, 전공의 5명), 평균 연령이 37세였다.


결핵, 내과계 일반(호흡기, 순환기, 소화기계)질환, 외과계 일반질환, 분만 등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병태생리적 이해를 갖고 있는것으로 판단되나, 이에 대하여 숙지하고 처방이 이루어졌던 경험은드문 것으로 보인다. 내과에 근무하였다 하더라도 진단검사, 영상의학검사나 내시경적 진단을 기능 진단과에서 시행하고 임상의사는이를 읽고 해석하거나 시술하지 않아 검사 자체나 결과를 처음 접한다고 하였다. 영상의학, 정신과, 기기나 각종 시술의 이해(예, 심전도),혈액종양내과 등에 대하여는 내용을 처음 접한 것으로 인식된다.


임상술기에 해당하는 비위관 삽입, 복수천자 등의 경험이 없었고 상처 치료에 있어서 무균술 개념의 이해가 부족하였다. 그러나산부인과 분만, 신경과 검진 등의 경우 실제 해당 임상과에 오래 근무한 북한이탈의사들은 안정적인 술기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역량, 이해도 및 임상능력의 차이가 명확하였다. 북한에서의 의사급수나 근무경력, 시기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의학지식의 정도와 이해도에 대하여 정확한 파악이어려워 어떤 내용을 어디까지 교육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하였다. 교육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습내용의 기둥을 세우고여기에 덧붙이는 것을 중요한 학습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교육생 개인이 먼저 공부하고 문제 풀이한 후에 설명해 주는 방식보다 기본적인 골격을 먼저 설명하여 주고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바람직하겠다.


기본적인 용어로 영어 사용은 매우 커다란 장벽이었다. 40대 이상의 의료진들에 비하여 30대의 의료진들, 러시아어 대신 영어를외국어로 선택하였던 교육생들은 기초적인 영어습득의 경험이 있고 비교적 쉽게 영어표현에 적응하였다. 한글의학용어가 통용되고있다고 하나 표현의 차이들이 존재하여 용어의 재정립이 필요하였다. 의학영어교육과정과 북한의학용어와 남한의학용어, 라틴어, 영어 등의 비교사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차가 크므로 멘토링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나 동기부여나 보상체계가 없어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고 책임 있는 멘토링과 관리, 결과의 피드백이 필요하였다. 복수 멘토(시험을 바로 치룬 인턴과 임상과를 설명할 수 있는 레지던트 또는 전문의)가 효과적인 도움이 된다. 지방에서 거주하시는 분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숙소마련이 시급하며 국가고시 준비 프로그램 이후의 사후 프로그램이필요하다. 또한 현재처럼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증이 명확한 기준이없고, 그 절차가 오래 걸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육생의 선발기준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겠다. 맞춤형 원내 커리큘럼의 개발 및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 프로그램은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여 이탈주민 의료진과 교육 경험자들이 함께 준비하여야 한다고대답하였다.



3. 국가고시 통과 이후, 인턴 및 레지던트 지원과정


총 4명이 합격하였고 이 중 A씨와 B씨 2명이 2010년과 2011년에서울의료원 인턴에 선발되어 수련 받았다. 수련의의 지원문제에서의과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의 서류 미비로 이를 가름하는다른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여 통일부의 협조공문을 요청하였고 내부방침을 받았으나 향후 절차가 요구된다. 졸업증명서를 통일부의학력인정서로 대신하고 성적증명서가 없으므로 응시생 평균점수등으로 갈음하는 등의 방침이 필요하다. 인턴수련 초기에는 어려움을 호소하였으나 술기 습득능력이 우수하고 태도가 성실하여 모두B등급의 평점으로 수련과정을 마쳤다. A씨의 경우 레지던트의 지원과정에서 서류 미비의 문제가 있었다. 외과 지원과정에서의 실패로 인한 거절감, 응급의학과 일반의 근무 중의 근로여건 등에 대한문제로 그만두고 현재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 B씨의 경우 우수한 시험성적과 인턴성적에도 본원 가정의학과 지원에 실패하였으나 H병원 가정의학과에 재지원하여 자신을 피력하고 과의 이해를 통해선발되어 현재 1년차로 생활하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수련의의 길에 들어서길 잘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역시 영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주변 의료진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지원에서 57세의 H씨가 서울의료원 인턴선발에 지원하였으나 불합격하여 2차 지원과정을 본원 공공의료팀에서 지원하였었다. 그러나 의사소통과 신뢰 부재로 직접 타지역병원에 지원하여인턴과정에 있다. C씨는 H씨와의 본원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턴을 지원하지 않고 현재 봉직의로 일하고 있다. 시험 준비기간이 짧고 남한의 의학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수련의 지원자들보다 나이가 많은 북한이탈주민 의사들이우수한 의료기관에 수련의로 지원하여 교육받기에는 의료기관으로서의 부담이 적지 않고 타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슈퍼비전이 가능한 자원하는 국공립의료기관이나 관심 있는 대학병원에서 군 위탁교육 이후 의무부대에 근무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수련의의 추가인력으로 수련 자리를 꼭 확보하고 북한이탈주민 의료협력센터가 구축되어 있는 기관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근무 활동하거나 통일학 분야에서 의학의 통일 전 기반구축연구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건을 두는 방안들이 필요하겠다.


결론 및 제언


통일 이후 어떤 형태에서든 남북 의료제도의 통합이라는 문제가해결되어야 한다. 보건의료제도뿐 아니라 의료인력의 교육 및 면허부여과정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이다. 

  • 이스라엘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구소련 출신 이민자 의사들이 이스라엘로 유입되었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친이민정책인 귀환법에 따라의사직종에도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준비기간 동안의 생계를위한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1년에 걸쳐 히브리어, 의료용어에 대한 교육, 최신의료추세와 임상수기에 대한 기초지식을 향상시킬 수있도록 의사면허 준비과정을 제공받았다. 또한 이스라엘 보건부는정부재정을 투자하여 전국의 병원들에 이민자 의사들을 위한 상당수의 레지던트 자리를 추가 배정하였다. 
  • 통일 독일의 경우 통일이전 동서독 의학교류가 어느 정도 활발하게 있었고 동독에도 분단 전의 의학제도가 존속되어 있었으므로 통일 후 의사면허를 그대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의료장비 및 기술의 차이뿐 아니라 여러사회경제적 문화적 장벽이 지속되어 통합의 어려움을 겪었고 동독출신 의과대학 학생들의 경우 1990년 이후에는 서독의 규정에 따라 의사실습과정을 거친 이후에만 의사면허가 부여되었다(박상민외, 2011).


대량 탈북 이전의 통일 준비시기에서의 북한이탈의사들에 대한일개 기관의 교육의 경험을 통해 현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언할 수 있겠다.


첫째, 의사면허의 준비과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임상활동을위한 실습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범적으로 지역적으로 나뉘어 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도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겠다. 임상현장에서 피교육생의 요구에 따라 현재까지의 과정이 제공되었으나전반적인 의학교육의 목표설정과 장기적인 남북 의료통합이라는전반적인 맥락에서 의학교육 전문가와 병원 의료진, 통일문제 전문가가 같이 준비하여야 한다. 북한이탈의사들을 남한 의사시험에합격시킬 것인가 아니면 남한의 의료시스템에 적응시킬 것인가? 이들의 역할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일반 시장경제 의료제도에 편입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탈주민의 진료, 남북 의료통합의 과정에서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이들의 역할을 제한한다기보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단기적으로 다른 의료사회문화적 환경을 가진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데 직간접적으로 활동하거나 통일학 분야에서 의학의 통일 전 기반구축 연구에 참여하게 한다면 효과적일것이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이 지방에 배치되고 정착되는 경우가 있어 한 기관에서만 교육을 담당할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몇 기관으로 분산되어 교육과 실습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다른 학습목표와 커리큘럼으로 공부하고 임상에 임해왔던 북한의 의료진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조심스럽지만의학지식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연구가 선행된다면 추후 이들의 자격을 인정하는 기준을 현재대로 인정 심의과정을 거쳐 의사 국가고시를 보도록 할지, 1년 정도의 단기 재교육으로 인정할지, 의과대학에 편입 후 국가고시를 보도록 할 것인지 등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방법으로는 의과대학 학습목표에 대한 지식의정도 확인과 그에 대한 임상경험, 처방의 경험 등을 확인하거나 구조화된 동일한 설문을 남한 의과대학 졸업반, 수련의들과 함께 평가 비교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의학지식의 차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경제적 악화로 인한 기자재의 부족, 처방 불가 상황이나 왜곡된 의료시스템의 문제에 의한 것인지 의료진의 개개인 차이에 의한 것인지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현재의 국가고시 응시자격인정을 위한 인정 심의제가 선택한구술평가방법이 구체적인 준거와 기준을 가진 평가라 보기 어려워더 구체적인 기준과 항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이윤성 외,2011). 최근 인정 심의신청자가 늘었지만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북한이탈의사들 내부에서도 인정 심의결과에 대하여 의문을제기하고 있다.


셋째, 남한의 의학교재를 이용하여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의학용어의 교육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들의 교육을 위해 시험 준비를 위한 필수 의학용어에 대한 남한 의학용어, 영어, 북한의학용어(가능하다면 라틴어, 러시아어 포함) 대조 의학용어집의편찬이 먼저 필요하겠다. 남한의료진뿐만 아니라 먼저 의사가 된북한이탈의사들이 함께 참여한 작업이 필요하겠다. 이후 이는 남북한 공통의 의학용어사전의 편찬작업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된다.


넷째, 인턴 및 전공의의 수련의 정원 확보가 현재로서 시급하다.북한이탈의사 교육은 의사로서 살아가도록 돕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 제도에서 이들이 국가고시에 합격하더라도 개별 경쟁해야 하는 구조로 다른 남한 의과대학 졸업생 경쟁자와의 형평성의 문제, 실제 능력의 차이 극복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점, 병원이 추가적인 이득 없이 부담을 수련의의 선발과정에서 그대로 감수하여야 하는 점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1차 지원에 탈락하게 되는 경우 이들은 2차, 3차 지원을 통하여 수급이 비는 지방으로내려가 인턴을 수료한 후 봉직의나 개원의로 근무하거나 바로 봉직의로 일하는 형식을 택하므로 사후 교육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스라엘 정부가 구소련에서 귀환 의사들의 정착, 통합을 위해 전공의수련 자리를 마련하였었던 것을 선례로 국내에서도 우선은 경험과관심이 있는 공공병원, 대학병원들에 추가적인 수련 자리를 보건복지부, 통일부와 논의하여 마련하고 수련을 보장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겠다.





As North Korea passed from the Devotion (Jeongseong) movement to the black market (Jangmadang) system,

the medical service system in that country was effectively destroyed. North Korean physicians who have successfully

defected to South Korea (North Korean defector physicians, NKDPs) have experienced socio-economic

hardships on their way to becoming incorporated into the South Korean medical system due to different medico-

social cultures, different (English-based) medical terminology, and the clinical knowledge gap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Since 2009, we have operated programs at the Seoul Medical Center to help NKDPs

prepare for the South Korean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These programs consist of clinical education at the

medical center, personal mentoring, arrangement of educational programs at the medical college, mock tests

at the consortium, and administrative aid. Looking forward, we hope to achieve the following: 1) More systematic

support plans are needed involving medical education experts, field physicians, and experts on reunification.

2) An evaluation of defector physicians’ current medical knowledge may provide information about the areas

where supplementary education is most needed and the standards for certificating licenses. 3) In the short

term, a customized glossary should be developed to assist defector physicians prepare for the examination. 4)

To secure internships and residencies is the most important issue for further sustained training of NKDP physicians

to become good clinicians after certification. Hopefully, this short report on the current ongoing educational

course will lead to more extensive discussion.

Keywords: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Refugee, Physicians, Education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신념

Medical Students’ General Beliefs about Their Learning

박재현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Jaehyun Park

Department of Medical Ethics, Kyung He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교수-학습이론의 변화에 따라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바뀌고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 적용되는 일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우리나라의 의과대학들도 세계적인 의학교육의 변화 추세에 따라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현장에 적용하는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서 의과대학의 학습환경 또한빠르게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학교육자들은 의과대학생들의 학습행태가 수십 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고 비슷하게 유지되는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의학교육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학이라는 학문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의과대학생의 학습행태가 수십 년 전과 비슷하게 보일수도 있다. 


학습자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많이 있다.Swanwick (2010)은 자기규제학습(self-regulated learning)의 모델을 계획(planning), 학습(learning), 평가(assessment), 조정(adjustment)의 4단계 순환 고리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개인의 인식론적 신념(personal epistemology),학습유형(learning style), 학습전략(learning strategy), 원칙과방법의 연결(connecting principles with methods)을 강조하고 있다.우리나라 의학교육 문헌에서도 인식론적 신념(Rhee et al., 2009)과학습전략(신홍임, 2009; 이승희, 2009; Shin et al., 2010)에 관한 연구를 찾아볼 수 있고 학습유형에 관한 연구는 다수를 확인할 수 있다(Chung et al., 2009). 이외에도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자 측면의 요소들이 더 있겠지만 이 연구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요소는 의학교육의 맥락에서 의과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신념이다.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의 특성이 다를수 있지만 이 글에서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의 학습에 대한 믿음의 차이까지 기술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의과대학생(또는 의대생)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글의 목적은 국내외의 문헌을 고찰하여 ‘수십 년간을 유지하고 있는 의과대학생들의 학습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의과대학생들의 학습신념(learning belief)이 무엇이 있는지, 왜 이런 신념을 갖게 되었는지, 이런 신념들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또 미래의 연구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것이다.



학습에 대한 신념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학생들의 심리적 요소는 다양한데 그 중에 ‘수십 년에 거쳐 지속되는 의과대학생의 학습행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요소가 두 가지가 있다. 

  • 첫째, 개인적 인식론(personal epistemology)이다. 인식론은 지식(knowledge and knowing)에 대한 개인의 신념을 의미하는데, Perry (1970)는 미국대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들의 지식에 대한 신념이 점차 더복잡하게 발전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Perry (1970)는 이 단계들은 지식을 교수자(knower)로부터 학습자에게로 전달되는고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신념에서 시작하여 지식은 유동적이고 변화하며 맥락적이고 반드시 개인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더 복잡한 신념에 이르는 연속선 위에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 둘째, 의대생의 의학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신념이다. 이는 학습에 대한 믿음(learning beliefs or beliefs on their learning)으로 인식론적 신념(epistemological beliefs)과 구별되는 것으로 이글에서 주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 공부에서암기가 중요하다. 이해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잘못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의과대학생들이 의학교육의 맥락에서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학습에 대한 신념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학습 분량이 많다. 

2) 암기가 중요하다. 이해는 나중이다.

3) 공부는 경쟁이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다. 

4) 교과서보다는강의록이나 족보 위주로 공부해야 시험에 실패하지 않는다. 

5) 가르쳐줘야 공부할 수 있다. 강의가 가장 효과적인 교수-학습방법이다.


의과대학생들의 이런 학습신념들은 의학교육자가 교육현장에서파악할 수 있다. Miller et al. (2002)은 성공적인 해부학 학습을 위해서는 암기보다는 개념과 이해가 더 중요하고, 해부학 학습은 문제해결의 역동적인 기초로서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부학 교육자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학생들이 해부학을 ‘끊임없는 암기(endless memorization)’로 인식하고 있어 이런오해가 학생들의 학습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신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있다. 이 중의 어떤 부분은 국제적으로 공통적인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나라 의대생들에게 고유한 것도 있을 것이다.



학습신념의 형성


학습신념의 형성은 개인의 경험의 결과와 의과대학의 문화적 배경, 감춰진 교육과정의 결과일 것이다. Barke et al. (2009)은 화학교육에서 특정 개념에 대한 학생들의 오해를 연구하면서 이 오해는학생 스스로가 만든 오해일 수도 있고 학교가 만든 오해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학습신념 또한 학생 개인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일 수도 있고 선후배 관계나 교수의 영향등 의과대학의 영향으로 집단적으로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특히학습에 대한 선배와 교수의 영향력이 큰 의과대학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문화적 차이 또한 교육의 과정과 결과는 물론 학습신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론문화가 그리 활발하지 않은 동양의 의대생들의 문제바탕학습의 학습효과에 대한 논란이 그렇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협동학습을 해나가는 문제바탕학습의 근본적인 전제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논란이다(Frambach et al., 2012).



학습신념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이런 신념들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신념들은 오랜 경험의 결과이고 또이 신념들을 토대로 많은 의과대학생들이 학습을 하고, 졸업을 한뒤에 성공적으로 의사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신념들은 현대 성인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deep conceptual understanding),’ 성찰(reflection),메타인지(metacogni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등 인지과학의 연구결과들과 배치되기도 한다. 신홍임(2009)은 의과대학의 전통적인 교수-학습환경이 심층학습보다는 오히려 표층학습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제기하였다. 더 나아가 이런 신념들은 평생교육 역량이 어느 분야보다 중요한 의학교육에서 자기주도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이런 신념들은 의학교육의 새로운 교육적 시도들의가치와 의미를 떨어뜨리고 과학적인 근거 없이 과거를 답습하게 하여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과 새로운 교수-학습방법 등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이 수십 년 전의 의과대학생들의 학습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학습의 변화는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 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신념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적 근거는 약할지라도 이런 신념들은 의과대학이라는 조직에서 수십 년에 걸쳐 교수로부터 학생에게, 선배로부터 후배에게 전달되어온 직접 경험에 근거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Bereiger (2002)는 이런신념을 “직접 경험에 근거한 확실성의 아우라가 있어서 그 권위 또한 상당하다. 예를 들어 지동설이 밝혀지기 전에는 ‘해는 동쪽에서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에 추측이나 해석의여지는 없다”고 설명하였다. 경험의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의과대학에서 경험의 권위를 확인할 수 있는 예가 있다. 해부학 교육의변화로 인해 과거와 비교하여 골학(osteology)의 비중이나 교육적효과가 전과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골학 오리엔테이션이 여전히많은 의과대학에서 중요한 전통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좋은 예로 학생들의 변하지 않는 신념의 산물일 수 있다.


Williams &Klamen (2006)은 의과대학 교수들의 교수에 대한믿음이 교수 행동의 일차적인 결정요소인 것 같은데 교수들이 그들의 핵심적인 교육신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였다. 또 이런 신념들을 발견하고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신념과 실제교육활동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Tayloret al. (2007)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소아과 임상교육에 대한 의학교육자의 교육신념을 교육신념 일람표(teaching perspectives inventory)작성, 관찰과 심층면접을 활용하여 의학교육자의 교육신념의 복잡한 단면을 파악하였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임상교수들은임상현장의 시간적인 제한, 환자진료 위주의 업무 등으로 인해 내용전달, 학생들 사이의 사고촉진, 학습경험에 대한 질문과 경험 기회의 제공, 학생들을 학습자로 존중하는 것을 강조하였다고 한다.이들은 결론으로 신념이 매우 중요하여 이를 교수자가 인식하고 어떻게 학생들을 잘 교육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신념도 교수들의 교육 믿음과 동일한 맥락에서파악하고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학습신념의 내용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



1. 학습 분량이 많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의과대학의 학습량이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정해진 시간안에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학생 탓이 아니다. 학생들이 소화할 수준의 학습 양을 가지고 정해진 졸업 역량에 도달할 수있도록 하는 것이 의학교육자의 할 일이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이 수박 겉핥기식의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면 이것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학교와 교수의 책임이다. 분량이많기 때문에 족보(기출문제집)를 토대로 하여, 단순 암기 위주로공부할 수밖에 없다면 이것은 교육과정의 문제이지 의학 자체의 특성이 아니다. 그러나 의학정보의 방대함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이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핵심이고 어떤 학습 단계에서 무엇이필요한지를 정하고 이대로 가르친다면 수십 년간 지속된, 의대생을지배하고 있는 이 신념은 약해질 수 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많은 분량에 노출되면서 자신의 학습능력의 상한선을 끌어올리는면 또한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해보다는 암기를 강조하고 교과서보다는 족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배들의 조언과 학습에 대한 신념은 의대생의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성찰의 학습습관 형성을 방해할 수도 있다. 또 무엇보다도 임상의사에게 중요한 임상추론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2. 암기가 중요하다. 


이해는 나중이다이 신념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의학교육은 다른 학문 영역에 비해 많은 양의 사실적 자료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 암기는 학생의 학습에 단기적,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혹시 단순하게 암기를 해서 시험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연속되는 학습에효율적인 토대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학습 분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무엇보다 학생평가와 관련이 깊다. 단순 암기로 풀 수 있는 문제보다 문제해결형 등의 이해와 추론이 요구되는방식으로 평가를 개선한다면 학생들의 암기 위주의 학습습관도바뀔 수 있을 것이다. 오선아 외(2010)에 의하면, 의학교육은 다른학문 영역에 비해 많은 양의 사실적 자료를 기억해야 하고, 복잡한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전문적 기능의 수행능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료의 설계와 제시방법, 전체적인 교육과정 설계와 실행방법에 있어서 학습자의 인지적 부하를줄여줄 수 있는 고려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외적, 내적인지부하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스키마 형성 인지부하를 증진시켜줄 수 있는 세심한 노력을 강조하였다.



3. 공부는 경쟁이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다의과대학의 경쟁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상대평가에 익숙한학생들은 내가 어느 정도 학습목표에 도달하는지 또는 의학교육적 관점에서 말하면 기대하는 역량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보다 내가몇 등을 했는지에 관심이 많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인턴, 레지던트선발 시에 학교성적을 고려할 때 단순하게 적체 학급인원 몇 명 중에 몇 등인지의 방식으로 순위가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일정 수준에 도달 했는지, 면허를 부여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의사면허시험의 결과를 인턴 선발에 활용하는 일은 분명히 난센스다. 또 경쟁적인 문화는 협동학습에도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때로는 경쟁심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협동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협동학습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의과대학생들이 그룹 스터디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하나여전히 아쉬운 면이 있다. 특히 문제바탕학습의 경우 협동학습이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인데 모여서 토론을 할 때는 잠시 협동학습의 형태를 취하나 세션 사이의 자기학습시간에는 팀원 간의 협동학습이 거의 이루어지지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공통과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며 서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상승작용을 경험하기보다는 공통과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자기가 맡은 부분만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4. 교과서보다는 강의록, 기출문제집(족보) 위주로 공부해야시험에 실패하지 않는다


이 문제 또한 과도한 학습 분량, 암기 위주의 학습과 연관이 있다.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고 족보나 강의 프린트물 위주로 공부하는 행동은 과도한 학습 분량의 결과이고 암기 위주의 학습으로이어질 수 있다.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학습이 되는부분은 교과서를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강의 중간 중간의 퀴즈나 과제 제출 요구 등으로 교과서를 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또 음성적인 족보문화의 원천적인 차단을 위하여 문제를 공개하고 시험 직후 바로 해답을 공개하는 등의 정책 또한 고려해볼 만하다. Southwick et al. (2010)은 미생물학의 감염질환과정이 지나치게 파워포인트(Power Point) 강의,파워포인트 강의록, 선다형 시험을 일차적인 교육수단으로 삼아서학생들의 단기 기억을 조장하고 이해와 장기 기억을 저해하고 또학생들의 능동적 학습을 방해한다고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우리 의학나라의 교육현장에도 참고할 만하다. 

  • 1) 강의 몇 시간 전에 2개 정도의 일반적인 질문에 이메일로 답을 보내도록 요구하는 등의 적시교육(just-in-time teaching), 
  • 2) 동료 교수(peer instruction) 또는 이메일로 답을 보낸학생들을 4명 단위로 묶은 대규모 그룹 세션, 
  • 3) 교과서와 인터넷 자료를 활용한 교육, 
  • 4) 병리생태와 감별진단에 초점을 둔 소규모 그룹 토론, 
  • 5) 학생의 이해를 장려하고 확인하기 위한 에세이 시험.



5. 가르쳐 줘야 배울 수 있다. 강의를 들어야 학습을 할 수 있다


이 신념은 다른 신념과 달리 교수와 학생이 공유하는 신념일 수있다. 문제바탕학습의 효과를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학생은 물론교수도 있다. ‘이렇게 엉성한 방법으로 어려운 의학공부를 할 수 있을까?,’ ‘체계적인 강의를 해서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Luian &DiCarlo (2006)는 지나치게 빠듯한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생들이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의사소통 등의 의사로서 평생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개발하지 못하는데, 그 원인의 일부를 교수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들은 교수들이 ‘모든 내용을 강의에서 다루려는 경향(cover the content)’을 보이고 소그룹 토론, 협동적 문제해결, 탐구활동(inquiry based activities) 등으로 인해 ‘가치 있는 강의’를 잃게 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강의가 가장기본적인 형태의 교수학습방법임은 분명하고 교육자원의 활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학교육의 특성상 문제바탕학습 등의 소그룹 학습, team based learning과 같이소그룹 학습과 강의를 접목한 학습, 시뮬레이션 학습, 도제 방식의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 더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의 교수-학습방법에 대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자기주도학습의 맥락에서 ‘가르침’보다는 ‘서로 배움’으로 학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김성길(2010)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껏 교육을 교수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가르치는 일이고, 학습자 입장에서 이해하면 배우는 일이라고 구분하곤 했으며 가르치기만 하면 배우는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며 열린교육 평생학습 시대에는 배움의 목표에서부터 내용, 방법,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학습자 스스로가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창조적 교육과정이 필수이라고 자기 주도학습의 중요성과 용기를 강조하였다.


학습신념에 대한 대책


먼저, 이런 학습신념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존재하는지, 왜 이런학습신념이 형성되었는지 원인을 탐색하고 이 신념이 학습행동에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심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개별적인 학습신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먼저 일반적인 대책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1) 합리적인 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는 학습목표를 설정하여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을 주지 않고 단순암기보다는 이해와 문제해결능력 습득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 2) 학생들이 암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실 정보의 총량을 감소시킨다. 
    • 3)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여유 없이, 빠듯하게 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기학습시간을 제공한다. 
    • 4) 학생평가를 교수-학습 통합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고 시험을 학생들의 학습을 증진시키는 기회로 활용한다. 
    • 5) 순위 위주의 평가를 개선하는 등의 경쟁을완화하고 협동학습을 장려하는 환경개선을 하여야 한다. 
    • 6) 학생들이 자신만의 공부 전략과 메타인지기술(metacognitive skills)을개발할 수 있도록 공식, 비공식 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 7) 선후배 간에 전수되는 학습과 관련된 오리엔테이션 실태를 파악하는등의 숨겨진 교육과정을 파악하고 대처한다.


개별적인 신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의 예를 들어 보자. 의과대학생 대상의 근거바탕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 워크숍은 교과서나 의학저널 등의 근거 있는 자료를 학습에 잘 활용하지 않는 학습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astre et al. (2011)은 3학년학생들을 대상으로 EBM 워크숍을 시행한 결과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EBM 자료를 검색할 뿐 아니라 EBM 자료를 더 잘 활용하고환자기록에 EBM을 더 잘 통합시킨다고 보고하였다.



결 론


학생들이 학습상황 속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학습에 대한 관점, 신념, 태도, 메타인지지식은 학습과정과 궁극적인 학습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Bernat & Gvozdenko, 2005). 의과대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신념은 학습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큰데, 이 신념들의 실체와 원인, 영향을 파악하여 긍정적인 영향은 확대시키고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시키는 교육전략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교수-학습설계, 교수활동, 교과과정설계와 운영에 활용하는 일은 의학교육자의 중요한 임무이다. 의과대학은 다른 대학과 다른 학습문화를 갖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되면서 의학전문대학원은 의과대학과는 다른 학습문화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의 차이점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더 긴 의과대학제도의 영향인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기존의 의과대학생과 거의 비슷한 학습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사이의 학습문화의 차이를 연구하기보다는 기존의 의과대학 위주의 학습문화에서 학생들의 학습신념이 어떤지 의학교육자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의 문헌을 고찰하여 의대생과 의전원생의 학습신념의 내용, 원인, 영향을 기술하였다. 의대생의 이런 학습신념들은 새로운 의학교육의 시도들을 의미 없게 또는 가치가 떨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일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기주도학습이 전제되지 않은 문제바탕학습은 기대하는 교육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 비판적 사고, 임상추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의미 없게 만들 수 있다. 이 논문의 한계는 기술한 학습신념이 과연 존재하는지 또 그 영향은 어떤지를 체계적인 연구방법으로 도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학습신념 측정도구(learning belief inventory) 개발과 활용, Q-sort 방법, 관찰과 심층면접 등의 질적 연구방법으로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Taylor et al., 2007; Williams & Klamen, 2006).



Learning in medical school is usually regarded as a very specialized type of learning compared to that of other

academic disciplines. Medical students might have general beliefs about their own learning. Beliefs about learning

have a critical effect on learning behavior. There are several factors that affect medical students’ learning behavior:

epistemological beliefs, learning styles, learning strategies, and learning beliefs. Several studies have addressed

epistemological beliefs, learning styles, and learning strategies in medical education. There are, however,

few studies that have reported on medical students’ beliefs about learning.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determine what learning beliefs medical students have, what the causes of these beliefs are, and how medical

educators teach students who have such beliefs. In this study, the five learning beliefs are assumed and we

considered how these beliefs can affect students’ learning behaviors. They include: 1) medical students are expected

to learn a large amount of information in a short time. 2) memorization is more important than understanding

to survive in medical schools. 3) learning is a competition and work is independent, rather than collaborative.

4) reading textbooks is a heavy burden in medical education. 5) the most effective teaching and learning

method is the lecture. These learning beliefs might be the results of various hidden curricula, shared experiences

of the former and the present students as a group, and personal experience. Some learning beliefs may

negatively affect students’ learning. In conclusion, the implications of medical students’ learning beliefs are significant

and indicate that students and educators can benefit from opportunities that make students’ beliefs

about learning more conscious.

Keywords: Medical students, Learning, Belief, Behavior, Culture

의학교육에서 고려해야 할 신세대 학생의 특징

Characteristics of the Current Student Generation and Considerations for Medical Education

김은경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Eunkyung Kim

Baird University College, Soongsil University, Seoul, Korea






서 론


대학생은 청년기에 해당하며 성인기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주로20대인 청년기는 청소년기의 급격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발달의경험을 성숙시키고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생활을 준비하는 시기로자아정체감을 확립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찾으며 대인관계의 폭을넓히면서 교육적, 직업적 진로를 선택하는 등 다양한 발달 과업을수행해야 하는 시기이다. 누구나 청년기를 보내지만 개개인의 각기다른 배경, 성격, 경험에 따라 각자 다른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Sanford(1967)는 대학생의 발달에서 격려와 도전이 중요함을 주장하면서 너무 많은 도전은 학생을 압도당하게 하고, 너무 많은 격려는나약한 학생을 만들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대학은 학생의 특성과잠재력을 고려하여 적절한 격려와 도전을 제공해야 하며, 현재 대학생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처는 대학교육을 성공적으로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과거의 기성세대와는상당히 다른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을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 1980년대에서 90년대중반에 출생한 세대로 X세대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Y세대라고 불리기도 하고, 21세기에 진입하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밀레니엄 세대라고도 불린다.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N세대(netgeneration)로도 불려왔다. 매체와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들은 기성세대와 세대 간 차이를 현격하게 넓히며 다른 행동, 태도,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신세대 학생들 중에서 매우 학업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다. 우수한 자연계열 학생들의 의학계열 선호현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욱(2006)에 따르면 2006학년도 자연계열 수능점수 상위 30개 학과 중 26개가 의학계열(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2005년 이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더욱 심화되고있고, 자연계열 우수 고등학생 중에서도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학계열 전공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은경, 2010).학업우수학생들이 입학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은 소수의우수한 학생들끼리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특별한환경에 노출된다. 따라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학생은 새로운 세대의 특징과 소규모의 우수학생집단에 소속된 학업우수학생의 특징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나타낼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특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우며,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을 고려하는 변화가 의학교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밀레니엄 세대와 학업우수학생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최근 의예과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대학생의 특징을 탐색하고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을 위한 의학교육에서의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밀레니엄 세대


밀레니엄 세대의 학생들은 그 이전에 대학에 다니던 세대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이들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하고, 비판적인사고능력이 부족하며, 특권의식과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부모의 관여와 학교 안팎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기대하며, 적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성공하기를 원한다(Monaco &Martin, 2007). Durden (2005)은 밀레니엄 세대들이 의미 있는 노력 없이 단지 참여하는 것만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안전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며 자신을 소비자로서 생각하므로 서비스 받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권위에 대한 존경은 거의 없고 건설적인 비판에 직면했을 때 방어적이며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 이제 앞으로의 대학생들은 사실보다는 제약을 받지 않고편집되지 않은 즉각적인 자기주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무슨 수를써서라도 자존감을 지키려고 한다.


Howe &Strauss (1993)와 Howe &Strauss (2003)는 밀레니엄 세대의 학생들이 사회적 규준을 준수하지만 성적과 결과물에 집착하고, 수업 외 활동을 열심히 하며 안전하고 정돈된 환경을 원한다고 하면서 이들의 특징을 7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 첫째, 밀레니엄 세대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낀다.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많은 칭찬과 격려 속에 자랐고, 이전 세대보다 고등교육을더 많이 받으면서 특별함을 느껴왔다. 
  • 둘째, 보호받는 세대이다. 부모가 주도하는 시간관리와 생활패턴에 익숙한 이들은 자유시간을많이 가지지 못하며 자랐다. 독립적인 창의적 사고와 의사결정능력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것이 밀레니엄 세대의 교육에서 당면한과제이기도 하다. 
  • 셋째, 팀워크 지향적이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밀레니엄 세대는 혼자서 일하는 것에 자신감이 부족하다. 함께 협력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  넷째, 자신감이 있고 매우 낙관적이다. 구체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큰 꿈을 꾸고,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러한 자신감은 고등학교 때까지 적은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쉽게 얻은 것에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자신감을 증진시킨다. 따라서 이들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 A나 B학점을 받지 못하게 되면 당황하고 좌절하기쉽다. 
  • 다섯째, 이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피드백을 받기 원하고, 피드백과 방향제시가 없이는 무력해지기도 한다.
  • 여섯째, 성취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특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장해온 이들은 위대한 것을 성취하고자 기대한다. 
  • 일곱째, 밀레니엄 세대는 관습적이다. 그들은 문화적,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디지털 세대


신세대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은 이들이 디지털 세대라는 것이다. 김재복(2002)은 신세대가 영상매체와사이버 친화적 사고와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적 성향이강하고 대중문화 편향적이라고 하였다. 어려서부터 TV, 비디오, 전자게임, 컴퓨터 등을 접촉하면서 성장한 신세대는 영상이미지에 친숙하므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경향이 있다. 사이버세계가 익숙한이들은 인터넷의 활용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므로 더욱 개방적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신세대가 극도의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변화의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이는 자기중심성과 이기주의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성세대의 논리적, 합리적 사고와 기존의 가치에 입각한 권위적 행동양식, 사회 전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중시하는 공동체 의식과 크게 차이가 있어서 기성세대와 구별된다.


Palfrey &Gasser (2008)는 정보화시대를 전후한 세대를 디지털이주민(digital imigrant), 디지털 정착민(digital settler),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구분하였다. 

    • 아날로그 시대에 출생하여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보화시대에 노출되었기에 정보화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디지털 이주민, 
    • 정보화 이전 시대에 출생했으나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여 정보화 환경을 잘 이용하는, 그렇지만 여전히 사고방식은 아날로그적인 디지털 정착민, 
    • 인터넷이 대중화된1980년대 이후에 출생하여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엄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으로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은 기존 세대와달리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디지털 환경에 의존하고, 컴퓨터 없이글을 쓴다거나 인터넷 없이 자료를 조사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온라인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당연한 이들은 생활과 사고방식, 사회문화적 관습에서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을 가진 기존 세대와 분리된다. 단방향 미디어인 TV에 익숙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가정용 PC와 게임기가 등장한 이후 출생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일대일 방식의 의사소통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의 동시다발적상호작용과 온라인 관계를 중시한다. 따라서 위계적, 폐쇄적, 획일적인 사고보다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게 된다.



학업우수학생


최근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경쟁을 통해 선발된 소수의 학업우수학생들이다. 이들은 이제까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으며, 공부를 잘한다는자신감이 강한 학생들이다.


학업우수학생들이 우수한 학생들끼리 모여 학업적 동질집단을형성하면 경쟁을 통해 학습동기가 향상되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여 학업능력이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우수집단에 속한 학생들은 일반집단에 속한 우수학생들보다 학교생활의 만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Jin &Moon, 2006). 그러나 우수집단에 속한 학생들은 과도한 성취 경쟁과 처음 경험하는 성적 하락을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고등학교까지 우수한 학업성적에 근거해서자아정체감을 형성하였다가, 대학에 와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가 달라지면 정체감의 혼란과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학업우수학생들은 학업적 실패에 대해서는 높은 내성을 갖고 있지만 감정요인에 있어서는 일반학생들보다 더 취약하다(김영빈, 2011; 윤여홍, 2000; Webb et al., 1982). Zeidner &Schleyer (1999)는 학업우수학생들로만 구성된 집단의 학생들은 다양한 성적의 학생들로 구성된 일반집단의 학업우수학생들에 비해 시험불안이 높고, 사회적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때 더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학업우수학생들 중 15-20%는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주된 이유는 성공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었다(Kaiser &Berndt, 1985).


학업우수학생들은 스스로 기준을 높게 세울 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러한 성과를 당연하게 여기므로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완벽주의에 빠지기 쉽다. 완벽주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데, Parker &Mills (1996)는 학문적 영재들이 또래보다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이 탁월함을 추구하게 된다고 하였고, LoCiero &Ashby (2000)는 영재가 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을가지고 있어서 인지적 성숙도가 높고 과거의 많은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융통성 있게 수용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주의는 자기 비판적 성향이 강하고 자신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하므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자긍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도 한다(Davis &Rimm, 1998).


우리나라의 학업우수학생들의 부모는 강한 교육열로 인해 높은기대를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의 학업에 개입한다. 일반적으로부모의 관여와 높은 기대는 학생들에게 외적인 동기요소로 작용하여 학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시에 학업에 관련된 스트레스를 높이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부모의 높은 기대와 관여에도 낮은 스트레스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우리나라 학업우수학생들에게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와 높은 교육열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긍정적인영향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김종백과 김준엽, 2009). 그러나 우수한 학업적 동질집단에서 학업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부모와의친밀한 관계가 학업스트레스를 높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다.



결 론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교수자 중심의 수업에서 학습자 중심의수업으로 옮겨가고 있음에 따라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대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까지 새로운 세대에 대한 진술들은 이러한 세대인 학생들이 기존의 의학교육의 전통적 학문활동과기대에 잘 맞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 특성을 기반으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신세대가 원하는 교육의 방향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제언할 수 있다.


첫째, 밀레니엄 세대의 개인차를 배려하는 다양한 교수방법이활용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이 공부에흥미를 잃게 한다. 이들은 획일화가 아닌 다양화를 추구하며, 관습이나 권위적 행동양식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장과 자존감이 강하므로 남이 걷지 않은 길을 택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가진 개성과 새로움을 추구함으로써 창의성을 개발하는 교육을 제공하여 개인으로 하여금자아를 실현하고 유용한 지적 가치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기회를줄 수 있어야 한다.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분위기의 수업이 아니라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선택하고 활동하면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사고와 의술을 연결하게 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표 1의 Howe와 Strauss가 제시한 밀레니엄 세대의 7가지 특성에 따라Monaco &Martin (2007)이 제시한 수업적용방안은 우리나라의의학교육에도 구체적인 시사점을 줄 것이다.


둘째,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밀레니엄 세대의 학생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주된 의사소통 및 정보공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세대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는데 익숙하다. 기존 교실 중심의 교육에서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 공간을적극 활용하여 학생들이 학습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의 바다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고급 정보를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하여 이해하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상호작용하는 교육을 강화할 때 디지털 세대의 학습역량을 최대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들의 정서적 발달과 스트레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작은 연못 속의 큰 물고기(a bigfish in a little pond)였던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끼리의 경쟁 속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자신이 더 이상 큰 물고기가 아님을 인식할 때 자존감과 그들의 완벽주의에 상처를 입고 좌절하기 쉽다. 따라서 이들이 의과대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 실패가능성에 대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지원이필요하다. 또한, 이들은 친밀한 부모 자녀관계를 형성해왔고 부모의보호와 제제를 받으며 성장했다. 부모들의 과잉보호적인 태도와 자녀의 삶에 대한 직접적인 관여는 학생들을 계속해서 청소년기에 머물도록 만들고 독립적이지 못하게 만든다. 부모의 관여와 보호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독립적인 역할 수행과 의사결정에 대한 교육을 보다 관심을 가지고 제공해야 한다. 부모의 성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의학공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를 높이는 부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학생들의 삶과 성적에 계속 관여하려는 부모와 학생의 발달 사이에서 대학은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밀레니엄 세대와 학업우수학생들의 특징을 근거로 의과대학생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현재 의과대학에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한 경험적인연구가 함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앞으로 이들의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추후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Current medical students are a distinct new generation who can be distinguished from the previous generation.

Therefore, a clear understanding of their characteristics is vital in developing an appropriate educational

program for them.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xplore the characteristics of the current generation of high

achieving medical students. Notable characteristics that define this generation include the following: they feel

they are special, and they are sheltered, confident, highly optimistic, pressured, conventional, and have a strong

desire to achieve. They are the digital generation, who can obtain information through various forms of technology.

Furthermore, they are high achieving students in highly competitive educational environments. It has

been suggested that various teaching methods be used in the medical school classroom. Using digital methods

could be crucial in providing high-quality medical education. Educators should pay more attention to students’

psychosocial development and help them to effectively cope with their academic stress.

Keywords: Millennial student, New generation, High achievement student.

외국 의과대학에서의 진로탐색 및 진로지도 프로그램

The Career Counseling Program in Medical Schools outside Korea

정은경

전남대학교 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Eun-Kyung Chung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Chonnam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hool, Gwangju, Korea



서 론

흔히 의과대학에 입학하면 진로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4년 또는 6년간의 의학공부를 마친 후 의과대학생들은 구체적인 진로를 선택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의학을 할지 임상의학을 할지 그리고 세부적인 전공 분야도 결정해야 한다. 이 외에도 의학전문기자, 의료소송 전문변호사, 해외의료봉사활동, 의학연구원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Hur &Lee, 2012).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의과대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의사결정 중의 하나이며, 진로 미결정은 학생들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Savickas et al., 1985). 더욱이 최근진로탐색의 기회가 되었던 인턴제도의 폐지가 논의되면서 의과대학에서 졸업 후 진로지도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의과대학생의 진로탐색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 84.8%의 의과대학생이 대학에서의 진로지도가 필요하다고 답하였으며, 특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문과목 선택방법이 진로지도의 중요한 교육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Chung et al., 2001). 졸업 후 선택하게 될진로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연구들(Kang et al., 2000; Lee et al.,2009)도 있었는데, 입학 학생들의 특성에 관계없이 내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진로선택변인에 대한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의과대학생들은 의과대학생활에서의 경험, 성격적 요인,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 임상실습에서의 경험, 주변 사람들(가족, 친지, 교수 등)의 권유,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Jung et al., 1999; Lee et al., 2009;Lim &Cho, 2002). 이처럼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일부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과대학생들이 졸업 후 선택하게 될 진로에 대한선호도나 진로선택변인에 대한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져 왔을 뿐,구체적인 진로탐색 및 지도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반면 국외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선호도나 선택과 관련된 요인에 대해 국가 단위의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거나(Lefevre et al., 2010), 시간에 따른 변화를 파악하는 등(Svirko etal., 2013) 다양하게 접근한 연구들이 많았다. 또한 미국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는 Careers in Medicine (CiM)이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의과대학들은 CiM을 각 대학의 특성에 맞춰 운영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Sweeney et al., 2012; Zink et al., 2007). 이 연구에서는 외국 의과대학에서의 진로탐색 및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고찰하여 향후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의 졸업 후 진로교육을 위한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미국의과대학협회의 Careers in Medicine과 운영사례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 CiM이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의과대학생들에게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선택하기 위한 기술, 정보, 자원들을 제공하는 포괄적인 진로지도 프로그램이다. CiM에서는 의과대학생들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결정하기 위한 4년에 걸친, 4단계의 진로계획과정(career-planning process)을 제시하고 있다(Figure 1). 좀 더 구체적으로 CiM은 전공선택을 효과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의과대학생 자신의 개인적 특징및 선호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각 단계별 개요는 Table 1과 같다.






진로계획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 이해하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전공 분야 미결정(specialty indecision), 흥미, 가치관, 성격등에 대한 자가평가활동들이 제공된다.

  • 먼저 전공 분야 미결정을 자가평가하는 specialty indecision scale는 35개의 문항으로 구성된측정도구로서 자신이 의사결정과정 단계 중 어디에 위치하는지를보여주고 전공 분야 선택에 대한 걱정이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 흥미(interest)는 medical specialty preferenceinventory를 통해 측정되는데, 이는 의과대학생들이 향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16개의 주요 전공 분야에 대한 선호도를 제시한다. 
  • 가치관(values)은 physician values in practice scale (PVIPS)를 통해 측정되며, PVIPS는 6개의 핵심 가치, 즉 자율성(autonomy),관리(management), 명성(prestige), 봉사(service), 생활방식(lifestyle), 학문적 추구(scholarly pursuits)에 대한 6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 마지막으로 성격(personality)은 Myers-Briggs type indicator나 Keirsey Temperament Sorter 중 한 가지를 이용하여 자가평가된다. 각 개인의 전공 분야 미결정, 흥미, 가치관, 그리고 성격 등에 대한 기록에 의거하여 가장 적합한 전공 분야를 제시하며, 이러한 기록에는 당사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전공 분야에 대한 탐색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주요 전공 분야의 수련과정뿐만 아니라 임상의사 이외의 다른 진로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특히 CiM에서는 125개 이상의 전공 분야에 대해각각 전공 분야의 업무, 전공의 프로그램, 경쟁률, 월급 등 상세한정보를 제공한다. 전공 분야에 대한 탐색과정을 통해 의과대학생들로 하여금 선택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의 폭을 좁히고, 관심 전공 분야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선택실습 등의 경험을 갖도록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통해 얻은 자기 자신과관심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여 전공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CiM에서는 의과대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전공 분야 선택을돕기 위해 의과대학생이 고려하고 있는 몇 개의 전공 분야를 비교한 의사결정과정모형을 제공한다.


마지막 단계는 전공의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의과대학생들에게 전공의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전공의 지원할 때 필요한 이력서, 자기소개서, 추천서 작성방법 그리고 면접 및 매칭 시스템에 대해 소개한다.


CiM은 각 의과대학의 교수나 교직원들이 의과대학생들의 진로탐색 및 지도를 돕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의과대학들은 CiM을 각 대학의 특성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1. 미시건 의과대학의 진로개발 프로그램(Career Development Program)


미시건 의과대학의 Career Development Program (CDP)은 미국의과대학협회의 CiM에서 제시하고 있는 4단계 프로그램에 맞춰평가(assessment), 진로탐색(career exploration), 진로선택(careerselection), 시행(implementation)의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 제1단계에서는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에게 전문 상담사의 지도하에 자가평가를 실시한다. 
  • 제2단계인 전공 분야 탐색과정으로서 의학과 1학년부터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전공 분야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의학과 2학년부터 4학년 학생들에게는 전공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체험할수 있는 섀도우 프로그램(shadow program)과 연구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제3단계에서는 의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지도교수(faculty career advisor)와 함께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결정과정을 제공한다. 
  • 제4단계에서는 특히전공의 지원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지원하는 위험군관리(at-risk plan)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CDP의 다양한 프로그램중 진로선택, 전공의 과정 지원준비, 면접 그리고 CDP 프로그램 평가에는 의과대학생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Zinket al. (2007)은 졸업생 설문조사로부터 미시건 의과대학생들이 교수의 멘토링, 진로와 관련된 자가평가활동,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등 CDP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다른 의과대학의 만족도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2. 벤더빌트 의과대학의 Careers in Medicine


벤더빌트 의과대학의 CiM은 의과대학생들이 4년에 걸쳐 전공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2005년에 도입되었다. 이 CiM의 특징 중 하나는 전공탐색 기회를 의학과 1학년때부터 제공한다는 것이다.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은 학기 초에 전공분야와의 만남(specialty speed dating)을 통해 각 전공 분야의 교수 및 전공의들과 5분 내외의 짧은 만남을 가짐으로써 조기에 다양한 전공 분야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전공 분야 박람회(specialtyfair)에서는 각 전공과의 의사, 전공의,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이 전공과목에 대해 홍보하고, 의학과 2학년 학생들은 관심 전공분야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학과 3학년 임상실습 시 어떤 과목을 등록할지 결정하게 된다. 백스테이지 패스 프로그램(backstage pass elective)은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의사 패널과 토의할 수 있는 수업과 전공 분야의 의사와 함께 그 분야에 대해좀 더 체험할 수 있는 섀도우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학기당 30명정도의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또 다른 벤더빌트 의과대학 CiM의 특징은 학생 대표들을 CiM 운영위원회의 위원으로 포함시켜 CiM 개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심 전공 분야에 대해 학생 스스로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학생자조모임을 활성화시키는 등 학생 참여를 최대화시켰다는 것이다. Sweeney et al.(2012)은 벤더빌트 의과대학에 CiM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졸업생들의 진로지도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유용성 평가점수가 다른 의과대학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하였다.


의과대학 자체 개발 진로탐색 프로그램의 운영사례


1. 메이오 의과대학과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진로탐색을위한 선택실습과정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탐색,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선택실습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eating et al. (2013)은 전공 분야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임상의학교육과정을 받기 전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소아과에서 일주일 동안 소아과에 대한 소개, 소아과학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워크숍, 패널 토의, 그리고 섀도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경험을 소개하였다. 의학과 1학년과 2학년 학생들 중25%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참여한 학생들은 소아과에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었고 흥미를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는의학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선택임상실습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정규임상실습과정과는 달리 외래 또는 지역사회에서 전공 분야와 관련된 경험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Mihalynuket al. (2006)은 선택임상실습과정이 전공 분야를 결정하는 데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2. UCLA 의과대학의 진로탐색 칼리지 프로그램


의학과 4학년 때의 교육과정이 다소 느슨하다는 지적에 따라UCLA에서는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칼리지 프로그램(college program)이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칼리지(college)란 교육과정 운영 및 실행을 위해 관련성이 있거나비슷한 특성을 갖는 전공 분야들끼리 묶는 구조를 말하며, UCLA에서는 6개로 구성하였다. 학생들은 의학과 4학년 교육과정이 시작될 때 1주일 동안 6개의 칼리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받고서브인턴십에 대비하게 된다. 그 후 칼리지 책임교수는 멘토로서 지속적으로 저녁식사시간을 이용하여, 최신 의학지식 및 술기 관련교육부터 전공의 지원과정 설명까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한다. Coates et al. (2008)은 학생들이 의학과 4학년 때의 자유가 침범된다고 불평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학생들이 멘토와 좋은 관계를발전시키고 유지할 수 있었고 전공의 과정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되었다고 응답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결 론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의과대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의사결정 중의 하나이다. 최근 진로탐색의 기회가 되었던 인턴제도의 폐지가 논의되면서 의과대학에서 졸업 후 진로지도교육이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일부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과대학생들이 졸업 후 선택하게될 진로에 대한 선호도나 진로선택 변인에 대한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져 왔을 뿐, 구체적인 진로탐색 및 지도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의과대학생을 위한 진로탐색 및 진로지도에 관한 국외 사례를 고찰하여 향후의과대학에서 졸업 후 진로지도를 위한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미국의과대학협회의 CiM은 의과대학생들에게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선택하기 위한 기술, 정보, 자원들을 제공하는 포괄적인 진로지도 프로그램이다. CiM에서는 4년에 걸친, 4단계의 진로탐색 및 지도과정을 제시하고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CiM은 전공선택에 대해 효과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의과대학생 자신의 개인적 특징 및 선호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선택하게하는 것이다. 미국의 의과대학들은 CiM을 각 대학의 특성에 맞춰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시건 의과대학에서는 전공의 지원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가진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을 지원하는 위험군 관리(at-risk plan)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벤더빌트 의과대학에서는 학생 대표들을 CiM 운영위원회의 위원을 포함시켜 CiM 개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관심 전공 분야에 대해 학생 스스로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학생 자조 모임을 활성화시키는 등 학생 참여를 최대화시켰다. 그외에도 메이오 클리닉과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선택 실습 과정이나 UCLA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의과대학생의 진로탐색 및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되었다.


향후 미국의과대학협회의 CiM에서 보듯이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를 미리발견하기 위해서는 전 학년에 걸친 체계적인 진로지도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학년에 따라 학생들에게 다각적인 진로정보가 제공되고, 다양한 진로와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체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과대학생을 위한 진로지도 시스템에 대한 양적 및 질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의거하여 그 경험이 공유되고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Medical students can choose to pursue any of a large number of specialties. This diversity reflects exciting opportunities,

yet it also present significant challenges, such as providing medical students with adequate resources

and guidance to help them to make informed career decisions. Additionally, because the medical internship

will be abolished in the near future, many Korean medical schools have recently focused on implementing

a career planning and advising program. This paper describes the Careers in Medicine (CiM) program

offered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s a framework for other schools to adopt or adapt as

they consider the best ways to address the career counseling needs of their own students. CiM is a comprehensive

career planning program that provides students with the skills, information, and resources to choose a specialty

and residency program that meets their career goals. CiM follows a four-year, four-step career planning

process including self-understanding, exploring a variety of medical careers, and finally choosing a specialty.

The CiM program has been evaluated as successful because of widespread participation and positive feedback

from medical students. The information in this study can be used to develop a formal career advising program

throughout the four years of medical school.

Keywords: Career choice, Vocational guidance, Medical school



의과대학 임상실습의 변화: 학생인턴제도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

Changes in the Clerkship in Korean Medical Schools: The Prospect of a Student Internship

윤태영1,2ㆍ이종근1ㆍ오인환1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1예방의학교실, 2의학교육학교실

Tai Young Yoon1,2 · Jong Keun Lee1 · In Hwan Oh1

Departments of 1Preventive Medicine and 2Medical Education, Kyung He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2011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는 수련기간 단축의 일환으로인턴제도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하였고, 이어서 보건복지부에 전문의제도 전담팀을 구성하고 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인턴제 폐지를 추진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인턴제 폐지는 의료계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2012).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보건복지부고시 제2011-174호「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기술된 ‘의사면허 취득자에 대하여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실지 환자진료를 할 수 있는 체험으로 향상시키는 과정이며 앞으로 독자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실력을 양성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다’는 인턴 수련의 교육목표 중 일부는 새롭게 계획되는 new resident 1년차와 의학과 학생에게 나눠지게 된다(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2). 인턴이 경험하는체험적 수련의 일부를 의학과 학생이 임상실습에서 습득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할 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임상실습교육 강화의 한 방법으로 학생인턴제도가 있다.


학생인턴제는 의학교육 기본과정에서 점차 강조되어온 임상실습이 좀 더 적극적, 참여적, 능동적, 자율적, 효율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장실습 학습형태의 하나로 미국에서 발전하였는데(Lee,2002), subinternship 또는 acting internship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서브인턴제(subinternship)로 쓰이기도하나 의학교육계에서 서브인턴제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학생인턴제(student internship)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다(Kim, 2005).


미국에서 의학과 3학년 임상실습은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WilliamOsler 등의 노력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데 비해 학생인턴제는 임상실습의 개념과 명확하게 구분이 어렵고 잘 정리되어 있지않은데, 학생인턴제가 학문적 배경이 없이 미국의 시대적 상황에의해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의사가 부족하던 많은 병원들에서 학생들에게 전공의 역할의 일부를 시켰는데,전쟁으로 교육병원 의사들이 대거 군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어 전공의 부족이 심화되면서 인턴 역할을 의대생들이 많이 하게 되었고이 상황이 전후에는 널리 제도화된 것이다(Fagan et al., 1998). 그 후학생인턴의 역할 변화와 현황에 대한 연구(Marracino et al., 1998)와 함께 이들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전국적인합의를 위해 학생인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내과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졌고(Green et al., 2002; Green etal., 2004; Sidlow, 2001; Sidlow et al., 2002), 학생인턴이 전공과목 선택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학생인턴교육과 관련 있는 전공에서 연구되었으며(Azizzadeh et al., 2003; Coates et al., 2003;Hueston et al., 2004), 이의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있다(Aiyeret al., 2008; Coates et al., 2003; Lampe et al., 2008; Lindeman etal., 2013; Lyss-lerman et al., 2009; Woodland et al., 2011).


우리나라에서 학생인턴제는 임상실습을 강화하는 개념으로1999년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내과실습에 subintern제도라는 이름으로 시도되어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Kim, 2002),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논의과정에서도 제시되었는데(as cited in Roh etal., 2007), 2002년 제11차 의학교육합동학술대회에서 이 주제의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나라 의학교육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Kim, 2002; Kook, 2002; Lee, 2002; Yoo, 2002). 그 후 일부 의과대학에서 진료참여형 임상실습 교육과정 개발로 학생인턴제를 시작하고(Park et al., 2003) 평가모듈을 개발하기도 하였으나(Kim etal., 2003), 미국에서와 같이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인턴제는 2006년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Roh et al., 2007). 2005년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에 ‘서브인턴제’를 추진하고 졸업 후에 인턴과정을수료하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 대통령령을 개정할 것을 골자로 하는‘서브인턴제 도입 시안’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였고, 이를 의학교육과 의료 관련 단체장들이 검토하게 되면서 의료계의 화두가 되었는데, 의료계에서는 참여형 임상실습의 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였으나, 서브인턴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하여 학생인턴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다(Kim, 2005). 그 이후 대형 대학병원을중심으로 방학기간에 전국의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2-4주간의학생인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자체 의과대학 정원보다 인턴 정원이 많은 대형병원에서 타 의과대학생에게 병원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Lee, 2013, January30). 2012년부터 시작된 포스트 2주기 의과대학인증평가에 ‘4주간이상의 학생인턴제의 실시’가 우수항목으로 포함되어 이의 시행이장려되고 있는 상태이고, 많은 대학에서 성과바탕교육과정으로의개편과 함께 4학년 임상실습과정에 학생인턴제를 시행을 준비하고있으며(Yoon, 2010), 학생인턴제 시행에 대한 평가도 보고되고 있다(Choi et al., 2012).


본 연구에서는 의학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인턴제 폐지라는 큰변화에 있어 학생인턴제가 미국과는 의료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인턴제의 공백을 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를 실시하기 위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것과 준비할 내용들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학생인턴제도


1. 학생인턴제의 개념 및 목표


전술한 미국 학생인턴제의 역사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인턴제의 정의가 아주 명확하게 합의된 것 같지 않다. Park et al.(2003)은 학생인턴제가 학생이 피교육생 신분이면서도 병동이나외래환경에서 진료팀의 일원이 되어 환자진료에 직접 참여하되 인턴에 준하는 역할을 담당케 하여 과거의 피동적인 임상실습에서 탈피하고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도록 하는 제도라고 하고, Lee (2002)는 지금까지의 견습 훈련적 실습교육의 개념에 참여와 책임이 따르는 수련교육의 개념이 가미된 좀 더 ‘현장 맞춤형’ 실습교육형태의하나로 정의하였으며, Kook (2002)은 학생인턴들이 상급자의 감독하에 입원 환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고 진료를 하며 처치명령(처방)권을 가지는 등 인턴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정의하였는데, 이 정의들에서는 시행시기인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한다는 내용이 표면적으로 강조되지는 않았다.


Sidlow (2001)는 미국의 의학교육과정에서 학생인턴제의 역할이변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상적으로는 학생인턴제의 교육목표가 3학년에서 경험한 임상실습의 전체 내용을 보강하고 확장하는내용이어야 하며 실제 입원 환자를 독립적으로 치료·관리하는데필요한 지식과 술기가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목표를 위해 학생인턴제는 상급 전공의의 감독하에 있지만 4학년 학생이 인턴의 역할을 완전하게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학생인턴에게는 

    • 1) 헌신적인 교육조정책임자가 필요하며,
    • 2) 명시적인 학습목표가 제공되어야 할 뿐 아니라,
    • 3) 환자관리를 강조하는 주제의 학생인턴 대상 집답회를 별도로 마련해 주고,
    • 4) 주치의가 공동서명하는 처치명령(처방)권이 있어야 하며, 
    • 5) 담당의사의 감독하에 새로운 질환에 대한 경험을 하도록 교차보완(crosscoverage)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 6) 교육목표의 달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평가척도가 개발되어 엄격한 평가를 받을 의무가 부과되어야 한다(Fagan et al., 1998).


Lee (2002)는 오늘날 미국의 의학교육 기본과정(basic/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B/UME)에 학생인턴제가 임상실습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데, 

    • 1) 의사양성이 주목적인 의학교육 기본과정에서 의과학의 발달로 과학적세부내용이 과도하게 교육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이 작용하고 있고, 
    • 2) 1975년 이후 미국에서는 졸업 후 의학교육(graduate medicaleducation, GME)에서 인턴과정이 없어지게 되면서 학생인턴제가UME와 GME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 3) 미국의 임상실습교육에서 과거보다 입원 환자에 비하여 외래 환자 교육의 중요성이 커져서 Fagan et al. (1998)은 3학년 임상실습교육에서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비중을 늘리고 4학년 학생인턴제에서 입원환자와 관련된 교육을 주로 하게 되었으며, 
    • 4) 현대 의학교육의 개념은 UME와 GME의 연계성을 중요하게 보는데, 학생인턴제는 이러한 개념의 변화와 잘 어울리는 교육방식이란 것이다.



2. 학생인턴제의 교육내용


명확한 교육목표와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학생인턴제의 시행에주요한 요소인데, Fagan et al. (1998)은 3학년 실습내용을 보완하고4학년에 필요한 임상실습주제를 포함하는 학생인턴의 교육주제를지식, 수기, 태도 및 전문성 개발로 구분하여 Table 1과 같이 진술하고 있는데, 흉통(chest pain), 용적 과부하/고혈압(volume overload/hypertension), 호흡곤란(dyspnea), 통증(pain), 열(fever), 전해질과산염기 부조화(electrolyte and acid-base disorders), 정신상태이상(altered mental status), 위장출혈(gastrointestinal bleeding) 등의문제를 가진 입원 환자의 관리에 중점을 둔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이들 질환에 대한 치료와 관련된 임상약리학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수기 영역에서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 이학적 검사(physical diagnosis), 의사소통(communication), 기본 처치수기(managerial, basic procedures), 근거중심의학의 적용(applying evidence based medicine), 환자교육(teaching) 등에 대한 술기들이 교육되며, 태도 및 전문성 개발 영역에서는 학생이 자율성(autonomy),책임감(responsibility) 및 스트레스 관리(managing stress)능력 등을 갖추도록 교육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Kim (2002)은 1999년부터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임상실습(subintern제도)의 목표를 다음과같이 8개로 두었다. 1) 환자진료에 필요한 병력을 청취할 수 있어야한다, 2) 진찰기술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3) 환자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4) 환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 의무기록지를 작성할 수 있어야한다, 6) 증례 환자에 대하여 제대로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7) 환자진료에 필요한 수기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8) 환자-의사와의 관계를 적절히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 목표를 Table2와 같이 정하였다. 1) 18가지 주소로 입원한 환자에 대한 의학적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2) 10가지 기본수기를 직접 시행할 수 있어야 하며, 3) 12가지 수기에 대하여 실습동안 1회 이상 관찰하여야하고, 각 수기의 목적과 방법 및 위험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4)학생의무기록지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Park et al. (2003)은 2002년부터 가천의과대학교 의학과 3학년을대상으로 내과학(12주), 소아과학(6주), 산부인과학(6주), 일반외과학(4주), 정신과학(4주), 응급의학(4주) 등 6개 핵심과목에 대한 학생인턴제를 시행하였는데, 학생들은 교수나 전공의의 적극적인 지도를 받아 병력청취, 신체검사, 각종 의무기록 작성을 맡았으며, 처치술이나 수술, 주간 진료와 야간 당직에 이르는 과거 인턴역할의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하였는데, 학생이 담당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한계를 고려하여 진료참여 임상실습 상황하에서의 기본의료행위를 임상지도자의 감독/지도 정도에 따라 수준별로 3단계로 구분하여 학생들과 전공의들에게 제시하였다.


Green et al. (2002)은 대부분의 미국 의과대학에서 내과 학생인턴제가 시행되고 있어, 이와 관련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합의된공통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Sidlow et al. (2002)이 조사한 내용을바탕으로 조사대상자의 60% 이상이 내과 학생인턴이 경험하고 알아야 할 내용 중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입원 환자에게 중요한 임상상황 17개, 14개의 종합적인 기술과 4개의 술기를 Table 3과 같이 정리하여 발표하였는데, 이 중에는 4학년생들이 그 동안의 경험을 정리해야 하는 것과 새롭게 경험해야 하는 것들이 포함되었다. 그 후17개의 입원 환자에게 중요한 임상상황과 4개의 종합적인 기술이포함된 핵심 내과 임상실습 주제(Table 4)가 공표되었고, 각 주제에대하여 Table 5와 같이 주제의 논리적 근거, 3학년 실습에서 미리알아야 할 내용, 학생인턴이 알아야 할 구체적 학습목표를 지식, 태도, 술기 영역으로 기술하여 관계자들에게 전달하여 합의를 이루는 업적을 세웠다. 좋은 의사를 만들어 내려는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Aiyer et al., 2008), 다른 전공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Coates et al., 2003; Hueston et al., 2004; Lampe et al.,2008; Lindeman et al., 2013). 각 대학의 교육위원회에서 고민하고있으며, 학생인턴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학생인턴제의 교육목표와 (핵심)학습목표의 합의된 표준안이 제시되는 것인데, 이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와 의학회가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 될것이다.







학생인턴제의 시행과 관련한 법적 문제와 대응 방안


학생들의 임상실습으로 인한 법적인 문제는 

  • 1) 회진, 외래, 수술,검사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관찰과, 
  • 2) 의료인의 지도하에서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것과, 
  • 3) 환자의 의무기록을 열람하는 것 등과 관련되어 있다(Korean Association of MedicalColleges, 2012).


임상실습에 관련된 법률로는 기본적으로 

    • 1) 의료법 제21조(기록열람 등)와 
    • 2)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 제3호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19조 2항 1호(전공 분야와 관련되는 실습을하기 위하여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 
    • 3)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와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 그리고 제18조(개인정보의 이용·제공·제한) 등을 들수 있다.

현행법상 임상실습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은 

    • 1) 학생들이 지도교수 외에 임상강사나 전공의의 지도를 받는 일이 많은데, 이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 제3호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19조 2항 1호(전공 분야와 관련되는 실습을 하기위하여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를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또한 교수가 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경우에도 의료법적 갈등의 요소가 있으며,
    •  2) 학생이 환자의 기록을 열람할 때 전공의의 명의로 정보에 접속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등)에는 의과대학생의 의료기록 열람에 대한 항목이 없으므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고, 
    • 3) 상기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병원의 개인정보를 의료진에포함되지 않는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있을 수있다.


이러한 임상실습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 첫째, 대학과 대학병원이 협의하여 임상실습 학생(특히 학생인턴)을 진료팀의 일원으로 구성하고 이를 사회에 천명해야 하며, 이에는 정부(보건복지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임상실습학생에게도 병원직원에게 부여되는 직원번호와 유사한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병원전산체계를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학생과 관련된 의료분쟁 발생 시 기존 병원조직이 대응하던 방식이 학생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 대학병원은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진료팀의 일원인 학생의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으며, 교육목적으로 환자의 의료정보가 열람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리고 이에 관하여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주의, 환자안전과 권리가 의료에서 주요한 사항이 되고 있는데, 좋은 의사가 잘 양성되어야 이러한 것들이확보될 수 있으므로 정부와 함께 의료계가 힘을 합쳐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것이 대학병원 이용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인정될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를 원활하게 이루려면 학생인턴에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실습면허(가면허, 임시면허)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고려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Kore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2012). 실습면허에 가장높은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3학년 임상실습을 완료할 시점에 실기시험을 실시하여4학년 학생인턴을 하기 위한 실습면허를 발급하는 것이다. 그러나현재 국시원의 자원과 시설로는 3천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실기시험을 단기간에 시행하기 어려우며, 또 학생에게 여러 번의 시험 기회를 주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방안은 3학년 임상실습내용과 수준을 표준화하여 핵심내용의 실습을 마무리하고 성적을이수하면 학생인턴을 할 수 있는 실습면허(자격)를 수여하는 것이다. 3학년 임상실습과정에 대한 평가·인증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의과대학인증사업과 함께 하던지 개별 프로그램 인증형식으로 시행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실습면허를 시행하게 되면 도리어 3학년 학생들의 임상실습이 위축되는 자가당착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검토해야 할 내용이다.
  • 둘째, 임상실습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야 한다. 1) 우선 의료법 시행규칙 제19조 2항 1호의 ‘전공 분야와관련되는 실습을 하기 위하여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에서 ‘지도교수’를 ‘지정된 의료인(지도교수, 임상강사,전공의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로써 임상실습 담당 지도교수의 지시를 받은(지정된) 주치의(전공의)나 임상강사가 학생을 지도·감독·평가하는 것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2)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등) 제2항에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전공하는 학생이 전공교육과 관련하여 임상실습을 하는 경우’ 환자에 관한 기록 열람이 가능하다는 항목을 신설하여야 한다.
  • 학생인턴제와 관련한 법적 문제는 학생들의 효과적인 임상실습이라는 더 큰 명제에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Kim (1992)은일찍이 의과대학생의 학내 의료행위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할지라도 학생 의료행위의 당위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대학은 
    • 1)필수 의료행위의 범주를 설정해야 하는데, 임상실습에서 경험해야할 내용의 종류와 수준을 미리 정해야 하며, 
    • 2) 학생들의 의료행위가 환자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면밀한 규범을 제정하고 이를 실습에 앞서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하며, 
    • 3) 의료행위에 대한학생들의 책임한계를 분명히 밝히고 안전보장책을 개발하며, 학생들은 실습내용별로 관찰, 부분시행, 완전시행 등으로 나누어 환자의 양해를 미리 얻어 두는 것이 필요하며, 
    • 4) 임상실습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과 지도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교수들의 적극적인 지도자세가 필요하며, 
    • 5) 전공의에게 학생실습 지도방법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임상실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하며, 
    • 6) 환자들에게 대학병원의 설립목적과 임무를 명확히 밝히고학생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원활한 학생임상실습이 이루어지도록 기획해야 하며, 
  •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 1) 학생실습교육에 대한 충분한 홍보를 통해 사회의 폭넓은 이해를유도하고, 
    • 2)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법적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 론


미국에서 발달한 임상실습교육과정의 한 유형인 학생인턴제는이미 우리나라 일부 대학에서 시행 중이며 많은 대학에서 시행을고려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처럼 인턴제가 폐지된다면 학생인턴제는 우리나라 임상실습의 중요한 교육방안으로정착될 것이다. 학생인턴제가 역량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려면 대학병원의 역할에 대한 대학과 병원관계자들의 각성과 노력, 표준 교육과정의 개발과 시행을 위한 의료계의 협력과 함께 관련법의 개정과 국민들의 대학병원에 대한 인식 변화를위한 홍보 등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의료계의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The subinternship (student internship), a subtype of bedside and clinical training was first developed in the

United States. Currently, some medical schools conduct a student internship and many other universities are

considering the implementation of a student internship in Korea. If the intern system is abrogated beginning in

2016 as in the United States, then the importance of the student internship will be greatly emphasized for clinical

training. To produce good and competent medical doctors, members of medical schools and affiliated hospitals

must acknowledge the role of the educational hospital and support student internships. In addition, the

effort of the medical community to develop and apply a standard curriculum to the student internship is also

required. Above all, the attention of society and the nation is essential to make legal policy changes regarding

the conducting of student internships and enhance understanding about the authorized practices in university

hospitals. The medical community’s effort to draw attention to this issue is greatly required to implement a student

internship at this time.

Keywords: Student internship, Subinternship, Clinical medical education

인턴수련제도 폐지에 따른 기본의학교육-졸업 후 의학교육의 변화

The Change of Basic and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after Intern Training System Dismantling

김병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혈액종양내과

Byung Soo Kim

Division of Oncology and Hematology,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의학교육은 크게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의학교육(basic medical educatrion, BME)과 의사면허 취득 후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졸업 후 의학교육(graduate medicaleducation, GME), 그리고 전문의 취득 후 이루어지는 평생의학교육(continuous medical education, CME) 등 크게 3과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우리나라의 인턴수련과정은 의사면허를 취득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졸업 후 의학교육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인턴수련제도 폐지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아마도 이와관련된 정책적 결단이 조만간 진행될 듯하다(Wang, 2011).

이에 본 고에서는 현행 인턴수련제도 역할에 대한 정리를 하고인턴수련제도 폐지가 기본의학교육에 미칠 영향으로 학생실습에미칠 법리-교육적 영향과 진로결정에 대한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기술한 후 졸업 후 의학교육에 미칠 영향과 관련 이슈들을 간략히고찰하고자 한다. 그런데 본 주제들은 의과대학 학생, 의과대학, 그리고 수련병원 등뿐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를 비롯한 병원에 내원하는 국민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져야 하리라고 여겨지며, 본 저자 또한 해당 이슈에 대한 모두 통달하고 있지를못한 연유로 일부 사안에서는 언급이 부족할 수 있음에 우선 양해를 구한다.


인턴수련제도의 역할

우리나라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를 보고 합격하는 순간부터 의사의 역할을 수행할법적 자격을 지니게 되나, 거의 대부분에서 의사 역할을 할 능력이부족하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정 규모 이상의 전공의 수련자격을 지닌병원에서 전공의교육을 받아야 실제 의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능력을 배양시키는 졸업 후 의학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졸업 후 의학교육의 주체는 수련병원이며, 현재의 병원중심전공의 수련교육체계의 틀은 1976년 4월에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8088호)이 제정되면서 체계가 완성되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특정 과목의 전문의를 준비하는 전공의과정은 해당 학술단체(학회)가 별도로 교육의 책임을담당하고 있으나, 인턴의 경우는 교육을 책임지는 학술단체가 없이전적으로 병원(협회)로부터 관리만 받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러면 인턴제도가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 왔을까? 이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보건복지부고시 제2011-174호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고시에 명시된 인턴교육내용을 발췌한 아래 내용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법적으로 명시된 인턴교육목표 및 교과과정을 정리하면, 현재의사면허 취득자는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환자진료를 할 수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병실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 전반에 대한 임상수련을 받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내용들로 규정된 인턴수련교육의 역할은 20세기 중반에 규정된 것이며 인증평가 등을 통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교육 질 보증(quality assurance)활동 속에서 임상실습교육이 강화되고 의사국시가 이론뿐 아니라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OSCE), 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CPX) 등 임상수기 및환자진료에 대한 평가도 시행함으로써 일차진료역량을 지닌 의사(primary care physician)로서의 자격을 측정하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병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산화 및 환자의 권리증진과관련된 진료 전문화 추세 속에서 인턴이 각 과 과장, 전문의 및 상급 전공의와 과거와 같이 man to man의 도제식으로 수련을 받을기회가 거의 없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인턴 때 내과, 외과,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자유선택 2개 과 이상의 순환근무규정은진로탐색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턴수련제도가가동됨으로써 학생들은 진로설정을 인턴 이후로 미루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턴수련과정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낮은 전문화된 임상의학 및 첨단 의생명연구 분야와 의료정책 및 윤리 등을 포함한 인문사회의학 등의 진로에 대해 학생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박탈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함도 사실이다.

결국 보건복지부 고시에 명시된 현행 인턴수련제도의 교육적 역할이 미약해지고 있음은 자명하기 때문에 인턴수련제도의 개선이요구되는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여러 이유들로 현행 인턴수련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인턴수련제도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인턴수련제도 폐지가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의 기본의학교육 및 졸업 후 의학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측하고 준비함이 중요할 것이다. 우선 기본의학교육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인턴과정의 체험적 학습을 최대한 임상실습과정에 포함시킴으로써 의사 역할을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여의사국시에 합격시킴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임상실습기간 중에 최대한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을 수행할 기회도 제공하여야할 것이다.

임상실습교육에 미치는 법리적 영향과 과제

인턴과정의 체험적 학습을 최대한 임상실습과정에 포함시키기위해서는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임상실습학생들이 정식 의사인 인턴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므로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하여 관련 법규를 찾아본 결과 다음과 같았다.




현재 법적으로 명시된 사항을 보면, 학생들은 실습과정 중 의료행위가 제한적으로 가능하며 전공 분야와 관련된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적 해석상 임상강사나 전공의의 감독을 받는 것은(사전에지도교수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의료법 제27조에 의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상 강사나 전공의는 무면허의료행위를 교사한 것에 해당하여 형사처벌 외에 자격정지 3개월에 처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당해 병원도 의료기관 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을 위험이 있다(법 제66조 제1항, 제5호 및제10호).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임상실습학생이 과제수행을 위하여교수를 대동하지 않고 환자를 문진, 진찰할 때 무면허의료행위로해석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학생이 학습 또는 과제수행을 위해 해당환자의 기록을 열람할 때, 지도교수, 임상강사, 혹은 전공의와 함께하지 않고 학생ID나 타 의사의 ID를 도용하여 환자 의료기록을 보고, 일부 영상기록과 검사기록을 과제에 첨부한 경우, 의료법 제21조(기록열람 등) 제1항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줌으로써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저촉되기때문에 만약 환자와 보호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고소를 제기하는 경우 관련 의료진은 형사처벌, 자격정지 및 민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실정에 있다. 물론 제2항에는 제1항에 예외 되는 제12호 항목이 있으나, 학생의 의료기록열람에 해당되는 항목은 불행히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현행 법률구조상 임상실습학생이 ‘학생인턴제’ 등의 제도를 통하더라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적 교육을 받기 곤란한여지가 있기 때문에 임상실습학생들의 지도감독의 권한을 지도교수의 감독하에 있는 전공의 이상의 의사로 확대하고 교육적 목적에서의 학생 환자진료 및 진료기록열람을 허용하는 등의 법률개정이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영국 등 선진외국에서 시행하는 임상실습을 통한 체험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단계별 면허’ 혹은 ‘가면허’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임상실습교육 내용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인턴수련제도 폐지가 결정된다면, 임상실습의 내용에 있어서도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 1) 일차진료역량을 갖출 수있는 교육과정 구성, 
  • 2) 다양한 진로탐색을 위한 선택실습 기회제공, 
  • 3) 임상실습 평가방법의 표준화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특히‘일차진료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필요한데, 그 이유는 ‘일차진료역량’의 정의가 제시가 되어야 이에 맞게 학습목표를 설정하고교과과정 및 실습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체험적 교육이 가능할 시스템이 병원에 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인턴수련제도 폐지와 무관하게 교육병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요소이다. 이에 관해서는 선진외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를 반영한 최근의 연구결과로 의과대학 졸업 후 병원에 투입된 인턴들의 임상술기수행능력이 진료현장의 요구에 부합하지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의과대학 3-4학년 학생들에게 1주마다점심시간 1시간을 할애하여 30주간 숙련된 트레이너에게 진료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표준화된 수기교육을 시행한 결과 인턴들의업무수행능력이 교육 전 25%에서 교육 후 90%까지 상승됨을 관찰함으로써 표준화된 임상실습교육의 중요성을 증명한 보고가 있었다(Costello et al., 2010). 우리나라에서도 학생인턴의 운영에 대한연구를 진행하여 그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었다(Roh et al., 2007).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행동은 평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전공의 선발기준이 임상실습의 내실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일률적인 필기시험 위주의 학교성적과 의사국시를 중요한기준으로 하여 전공의를 선발하면 임상실습교육의 내실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모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임상실습 항목들을 개발 결정하고 관련 performance record를 지원하여 수련병원에 제출하도록 해 전공의 선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진외국에서는 많은 노력과 시도를 꾀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연구로 외과 전공의 선발을 할 때 외과에 특화되어 표준화된 시험인 surgery-specific written exam (SSWE)을 보고 이를 수련을 마친 후 치르는 외과전문의시험인 American Boardof Surgery In-Training Exam (ABSITE) 성적과의 관련성을 분석한결과 SSWE가 미국 의사면허시험인 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Exam (USMLE)보다 매우 유의하게 상관관계가 높음을 증명한 보고가 있었다(Farkas, 2012).

마지막으로 현행 의과대학생의 진로결정을 위한 실습교육의 범위가 지나치게 임상의학에 치우쳐 있음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의학 분야에 최고의 두뇌를 지닌 우수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esearchand development, R&D) 분야에 의과대학생들을 노출시키고 R&D역량을 증진시킴은 미래의 우리나라 국력을 결정할 중대사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1950-1960년대에 사범대학 및 섬유 등 경공업학과가 최고의 인기학과였는데 1960-1970년에 우리나라는 치열한 교육열과 경공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1970-1980년 즈음에는 물리학과 등 기초과학과 전자 및 기계공학 등 중공업학과가 최고의 인기학과였는데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탄탄한 기초과학역량 속에서 전자 및 자동차 등의 중공업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의학이 최고의 인기학과가 된 지 십수 년이 된 현 시점에서 볼 때 의학관련 분야가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차세대 세계경제성장 엔진으로 주목을받고 있는 health technology의 기본은 기초의생명과학 R&D이기때문에 의료산업 관련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통한진로탐색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또한 리먼 브라더스 사건과 도요타리콜 사건 등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있을 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등 의료관리 측면에서 여러 현안들이 산적한 우리나라 의료계 설정을 감안할 때 의료윤리 및 보건의료정책 등 인문사회의학에 대한 중요성 또한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즉, 학생들에게 임상의학에만 매몰되지 말고졸업 후 개척할 많은 신세계(blue ocean)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알리는 취지에서의 진로탐색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수련병원 및 전공과 진로결정에 대한 영향 및 과제

인턴의 가장 중요한 의미인 전공 임상과 결정의 측면을 감안할때, 임상실습과정에서의 탐색을 차치하고, 졸업 후 수련병원 및 전공과 결정을 위한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함에 있어서 학교의 역할도요구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를 모집하는 수련병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는 졸업학생과 수련병원 간의 정보교환 기회를 제공할 수동적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리라고 보인다. 물론 미국의 경우처럼 수련병원과 전공의 지원자를연결하는 matching program을 학교 차원에서 운영할 수는 있으나,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조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matching program은 외관상 매우 공정하게보임은 사실이나, 예기치 못한 bias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로 의과대학수가 적은 지역이 많은 지역에 비하여 home-field advantage가 높음으로써 matching program에서도 bias가 발생함을 관찰한 보고가 있었다(Falcone, 2013).

본 저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감안할 때 걱정되는사안은 혹시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등학교 선생님과 비슷하게 진로지도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이 벌이지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과열과 파행성 속에서 고등학교 3학년 선생님들이 족집게식 대학 진로상담 역할을 요구받고있듯이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학생들이 특정 수련병원에 대한 지원 과열과 파행성에 노출될 경우 교수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본 문제의 배후에는 수련병원들의 질과 경쟁력의 편차가심한 사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인턴수련제도의 폐지가 수련병원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역설적으로 배가시키는 순기능도 가능하리라는 추측도 든다.

졸업 후 의학교육에 미칠 영향과 과제

현행 법률구조상 인턴의 교육적 역할이 기본의학교육의 임상실습과정으로 포함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면 인턴수련제도 폐지는 당연히 임상과 전공의 수련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의 전산화 및 전문 간호사와 physician assistant제도 등 여러 변화속에서 과거에 비하여 인턴의 진료 역할이 매우 축소된 현 시점에서는(현행 의과대학 임상실습과정이 원칙대로 잘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생각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으리라고생각된다. 다만 각 과별로 공통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이 필요해 보이나 이와 관해서는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각 전문학회들 간에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본 고에서 언급할 상황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인턴수련제도 폐지가 전공의 모집에 미치는 영향은 임상과 전공의 수련교육 자체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리라고 예상된다. 특히 현행 임상실습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특수 임상과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인턴수련제도가 폐지된다면 각 병원에서는 인기과와 비인기과를 막론하고 학생들에게 활발한 홍보(수련과정과 진로지도 포함)를 펼쳐야 하는 부담이 분명히있다. 그리고 선발과정의 공정성 또한 사회적 주목을 받을 것이기때문에 전공의 선발과정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운영을 위한 각 수련병원 간의 합의점 도출이 반드시 보증되어야 하며 구체적이고 정밀한 준비와 실행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학생들은 인턴으로 임상과에 지원할 때에 비하여 을(乙)이 아닌 갑(甲)의 입장으로 전공과를 공정히 선택할 기회가 늘 것이 기대되며,오랜 기간 동안 관행으로 굳어온 비합리적인 의국문화 또한 척결될순기능도 있으리라고 희망해 본다.

인턴수련제도 폐지가 졸업 후 교육에 미칠 영향은 의과대학의경우에 비하여 더 많은 변수 속에서 예측하기 힘든 다양성이 많기때문에 비교적 간단히 중요한 사항만 기술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히 바라보아야 할 핵심사항은 졸업 후 교육의 목표가 특수 전문분야의 의료인 양성과 유능한 일반 의사 양성의 측면에서 어떻게설정되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를위해서는 선진외국의 사례를 살펴봄이 가장 좋을 듯하다.

  •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수련제도를 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1948년부터 1년의 인턴과정을 이수한 후 의사국시에 응시하는 제도를도입하였으나 의사면허 취득 전 의료행위 및 병원 수련체제의 문제점 등이 제기되어 1968년에 인턴수련제도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의사로서의 인격함양과 일차진료역량을 지닌 의사(primary care physician)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04년부터 2년 과정의 졸업후 임상연수제도를 활성화시켰고 이 과정에 필요한 재정은 전액 국고에서 부담하여왔다. 즉, 6년 과정의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국가면허시험을 합격하면 임상연수과정 2년을 마치고 일반의가 되거나추가로 3-4년의 전공의과정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Sato &Fushimi,2012).
  • 미국은 일부 과에서는 transitional year로 여겨지는 internship과정을 거치나 대부분에서는 residency program에 졸업 후 바로응시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sub-internship제도를가동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병원수련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5년 과정의 의학 및 임상실습교육후 1년간의 pre-registration house officer (foundation year 1)과정을 마쳐야 General Medical Council에 등록이 인정되어 독립적인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그 후 2-3년의 senior house officer (foundation year 2)과정을 거친 후 The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and Training Board (PMETB)에서 전문의 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다. 
  • 프랑스에서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 후 바로 일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의과정을 희망한다면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을 포함하여 5년의 전공의과정을거쳐야 한다. 
  • 독일의 경우에는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 후 1년6개월 남짓의 실습의사과정을 거친 후 정식으로 의사면허를 부여받고 일반의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전문의 취득을 위한 전공의과정에 지원하게 된다.

이상 선전외국의 졸업 후 수련제도를 살펴보면, 제도는 서로 상이하지만,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의사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면서 특수 전문 분야의 의료인 이전에 유능한 일반 의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도 인턴수련제도 폐지와 관련된 졸업 후 교육의 개편이 본 취지에 부합하여야 하리라고 여겨진다.

결 론

리나라에서 1958년 전문의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전문의제도는 우리나라 의료인력 양성 및 질 보증의 근간을이루고 있으며, 그 동안 인턴은 전문의 취득을 위한 전공의 입문과정으로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임상실습 및 의사국시의 개선과 발전으로 진로탐색으로서의 기능과 체험적 의학교육으로서의 역할이 많이 퇴색하였으며 진료업무의 효율화와 환자들의 권리의식 강화로 인턴이 의사로서 수행하는 역할 및 피교육자로서의 수련기회 또한 현저히 축소되었다. 이에 2004년부터 인턴수련제도의 폐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인턴수련 폐지만이 우리나라 의학교육체계를 개선할 유일한 방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턴수련제도의 법리적 근거 및 시행 현황 등을 냉정히 평가할 때 인턴수련제도의 교육적 가치는 과거에 비하여 현저히 약화된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가뜩이나 의사양성교육기간이 과도히 긴 우리나라의 현실(기본: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총 11년, 남자 군대 포함14년], 전임의: 1-3년, 총 12-17년)을 감안할 때 인턴수련제도의 폐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인턴수련제도의 폐지와 함께 본 고에서 언급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준비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료기관의 집중과 특정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선호도 때문에 의료전달 및 전공의 수급체계가 왜곡된 현실에 대한 대책 또한 병행되어야 인턴수련제도 폐지의 취지를 왜곡하지 않고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턴수련제도 폐지는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의사인력 양성을 위하여 결정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기본의학교육의 임상실습교육 및 졸업 후 의학교육의 개선을 꾀하여 기본적 인격소양과 일차진료역량을 지닌 유능한의사들을 많이 배출함이 궁극적인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턴수련제도 폐지는 학생, 학교 당국, 그리고 수련병원 등뿐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를 비롯한 국민 전체와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신중히 다루어져야 하리라고 여겨진다. 그 이유는 전공의는 전문의학지식을 공부하는 피교육자를 넘어서 수련병원 내의 진료실무 및 교육(후배 전공의, 실습학생, 환자 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를 짊어질 엘리트들이기 때문이다(Kim et al., 2003).



This study aimed to review the expected changes in the medical educational environment and to evaluate approaches

to coping with the abolition of the postgraduate intern training system. It is expected that after the intern

training system is dismantled, postgraduate medical students will be deprived of the opportunity to practice

opportunity for clinical practice and to inquire into their medical specialization. Therefore, major improvements

in the clinical education curriculum must be made so that students can do so through the clinical education

program. Offering students the opportunity to perform clinical practice through the clinical education program

might require a revision in the laws and regulations on clinical education as well as the standardization of

the clinical education curriculum in line with international practices. Reform measures to provide students the

opportunity to inquire their specializations might be the introduction of a medical curriculum containing diverse

fields and the establishment of a matching program to assign medical students to their residency programs

after medical school. Finally, the fact that the basic concern of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is the cultivation

of primary care physicians must not be forgotten even after the dismantling of the postgraduate intern

training system.

Keywords: Intern training, Basic medical education,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의 역사성 고찰

Taking into Account the History of Korean Graduate Medical Education

이무상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Moo Sang Lee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Gachon University of Medicine and Science, Incheon, Korea



서 론

세계의학교육연맹(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은 의사양성을 위한 학교교육에 구대륙의 전통용어인 ‘의사교육(physician education)’보다는 기본(basic)과 의학(medical)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본의학교육(basic medical education)’이라는 용어를사용하고 있다. 기본의학교육은 의사교육과는 다르고, 의사양성에는 바람직한 이상(理想)이 있으며, 여러 단계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의사는 학문에 근거해야 하고 끊임없이 자질향상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의료의 바탕은 미신과 경험적 측면이 강해서 후계양성은 도제훈련(apprenticeship)일 수밖에 없었다. 의료의 바탕은 의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이 된 것은 근세의 일이다. 이러한 학문으로서의 의학은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자신의 직업적 능력과 자질을 향상, 전문화, 숙련하는 곳은 직장으로서의 병원이다. 자의로 시작한 직장 내에서의 학문에 근거한 단련(training)이 체계화되고 확산되면서 관행이 된다. 한자문화권은 이러한 관행을 수련(한국, 修鍊), 진수(중국, 進修), 연수(일본, 硏修)로 표현하여 자율의 뜻을 강조한다. 의료는 이미 의학이라는 학문이 바탕이므로 수련관행은 학문으로서의 교육과 학문으로서의 연구와 필연으로 연계된다. 그래서 수련관행이 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련교육이 된다. 수련교육이 제도가 되고, 제도의 완성을 위해 전문의제도가 된다. 많은 경우가 그러하듯 구대륙이 만든 관행을 신대륙이 제도화한다. 관행이 전통이 되고 특성이 된다.


모든 용어에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성질을의미하는 역사성이 있다. 초, 중등교육과 달리 대학교육은 졸업 전(undergraduate)과 졸업 후(graduate) 교육으로 나누어진다. 1620년대에 만들어진 ‘undergraduate’라는 용어는 학문의 원칙과 기본을 배우는 과정이란 뜻으로 영국이 1920년대부터 재사용하게 된다. 여기의 ‘graduate’은 라틴어 ‘graduātus’에서 왔고 영어 ‘grade’에해당하는 뜻이 변하여 ‘학위를 갖고 혼자서 갈 수 있다’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교육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 말로는 졸업전 교육은 학문의 원리와 기본을 교육하는 학부교육이 되고(undergraduateeducation), 졸업 후 교육은 학위를 갖고 혼자 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대학원교육(graduate education)이 된다. 학부의학교육(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UME)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Flexner (1910) 이후로 의사양성기관들이 정비되면서1920년대까지 모두가 대학의 일원이 된다. 마침 이 시기에 19세기말부터 체계화되어 가던 수련(residency)이 일반화된다. 그리고 의과대학교육은 의료의 원칙과 기본을 배우는 첫 과정으로서 대학의학부과정과 그 의미가 같다는 의미에서 1930년대부터 ‘학부의학교육(UME)’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 후에 상대적인 ‘졸업 후 의학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GME)’이란 용어가 생긴다. 그러면서 병원에서의 수련교육은 자연스럽게 대학교육의 이상을 추구한다. 의사는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졸업 후 의학교육이 가장 중요한 핵심과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된다. 그래서 원론적으로는 졸업 후 의학교육은 대학원교육과는 다르지만, 역사성에 따라졸업 후 의학교육을 대학원교육과 똑같이 보는 나라도 있는 것이다(Hunt, 1991).


의사교육에서 의학교육으로


서구역사에서는 도제훈련에 의한 의사양성이 중세에 학교교육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education: ‘bring out, leadforth’ 뜻의 라틴어 어원 educere에서 유래)이라는 이상이 적용된의사양성은 근세부터이다. 의료의 바탕이 의학이라는 과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 근세 초에는 중등교육을 마친 성인이 2년 직업교육으로 의사가 되었다. 
    • 우리도 조선왕조 말기 한때는 2년 교육으로 의사를 양성하였다. 
    • 미국도 학교마다 달랐지만 1860년대 전에는 2년 직업교육으로 의사를 양성하였다. 

의사양성이 의학이란 학문교육이되고 기간이 4년이 된 시기는 18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직업교육으로서의 의사교육이 제3기 교육으로 고등교육의 학문교육개념으로 발전된 시기는 나라마다 다르다. 이런 변화는 1860년대 이후로 독일과 불란서가 항상 선두주자이었다. 미국은 1910년Flexner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에 학문교육개념으로 발전하였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450여 개의 의사양성기관을 60여 개로 정비하였다. 이같이 의사인력양성제도의 변천은 나라마다 다르다. 현재도 의사교육과 기본의학교육은 결과적으로는 동일하게 의사인력이양성되기 때문에 혼용되지만, 엄격하게는 다른 의미이다. 그래서나라마다 다른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기본의학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의사양성과정에 입문하는 경우도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 첫째가 중등교육 직후에 의사교육에 입문하는 경우, 
    • 둘째가 학문의 일반적 원리와 기본을 교육받는 대학의 학부교육 도중에 기본의학교육에 입문하는 경우(undergraduate-entry, 졸업 전 입문, 학사 전 의학교육),
    • 셋째가 학문의 일반적 원리와 기본을 교육받는 대학의 학부교육을졸업하고 기본의학교육에 입문하는 경우(graduate-entry, 졸업 후입문, 학사 후 의학교육 등 세 가지이다(Kim, 2010).


일제 강점기의 의학전문학교는 ‘중등교육 후 직접 4년 의사교육’을 받은 경우이고, 제국대학교 의학부는 두 번째인 ‘일정 학부교육으로 기본의학교육’을 받은 경우이며, 현재의 전문대학원체제는 세번째 경우이다. 모두 결과적으로 의사가 되지만, 첫 번째는 직업교육에 방점을 둔 의사교육이고, 나머지 두 개의 제도는 학문에 방점을 둔 기본의학교육이다. 20세기 중반에 첫 번째가 소멸되었듯이 과학발전과 평균학력의 증가로 입문제도도 계속 변하고 있다. 한편,기본의학교육 졸업생들은 학위(degree)와 졸업장(graduation certification)을 받는다. 그런데 학위 정체성이 국가와 학교에 따라 아직도 다르다. 즉, 의사인력양성의 역사성에 따라서 학위의 성격(학술학위이냐, 전문학위이냐), 학위의 명칭(M.D., D.O., BMed., MBBS.,MBChB., Dr.med., etc.), 학위의 등급(학사, 석사, 박사)은 물론이고, 시기(졸업과 동시에 혹은 졸업 후에 일정 수련을 마치고 난 후에)도 다른 경우가 많다.


기본의학교육 졸업생도 의료에서의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인정하는 면허(certificate · licensure) 취득이 되어야 비로소 의사가 된다. 기본의학교육 졸업장과 학위가 곧 면허이기도 하고, 일정 경쟁시험 또는 합격-불합격(pass-fail)시험을 거쳐야 하는 경우, 일정 훈련기간의 경과 혹은 일정 절차를 거쳐야 면허취득이 되는 등 다양하다. 의사교육이 의학교육이 되었으나 역사성은 여전히 작용하기때문이다.



수련에서 졸업 후 의학교육으로


19세기 중반까지는 의사는 모든 의료 영역의 진료를 할 수 있었다. 19세기 후반 의학지식의 폭발적 증가와 전문적 진료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따라 의사양성기관들은 전통적인 직업교육으로서의의사교육을 학문교육의 기본의학교육으로 전환시킨다. 기본의학교육 4년을 포용하기 위하여 다양한 대학교육제도도 창안한다. 그래도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자질의 향상과 전문성 제고가 학교교육만으로는 어렵게 된다. 더 이상의 학교교육의 연장은 이미 성인이된 학생에게는 기회비용의 손실이었고, 국가와 사회에도 큰 부담이되었다. 의사 자신들도 학교교육만으로는 전문자질이 부족하다고자인하게 된다. 그래서 의학적 지식이 폭증하는 19세기 후반부터선진국인 구대륙에서는 신출내기 의사들은 병원에서 상주하며 진료지식과 경험을 쌓는 자율적 관행이 생긴다. 이를 신대륙 신생국들이 제도화한다. 바로 1889년 미국 Johns Hopkins병원은 ‘레지던트 제도(residency, residentship)’라는 수련제도를 공식 도입하였다.졸업 후 의학교육의 공식적인 첫 예이다. 초기 기본의학교육 졸업생들은 병원에 살며 선배 의사의 지도로 훈련을 받았다. 이 병원주민이 ‘레지던트’(초기에는 hospital resident. 그래서 중국어로 ‘住院醫生’임)이다. 물론 현재의 ‘인턴십(internship)’을 포함한다. 그런데레지던트 1년차의 근무 모양새가 로마시대 인턴과 유사하여 ‘intern’으로 불렸다. 신대륙의 제도가 구대륙으로 역류되어 나라에따라, 근무형태에 따라 ‘intern,’ ‘extern,’ ‘house pupil,’ ‘houseman,’‘house officer,’ ‘house physician,’ ‘resident,’ ‘resident physician’ 등다양하게 불리게 된다(Ludmerer, 1999).


제도를 만든 미국도 초기에는 교육보다는 병원 내 자율적 관행훈련으로 보고 ‘졸업 후 훈련(graduate training)’이라 불렀다. 그런데 레지던트가 각 영역에서 수년간의 ‘졸업 후 훈련’을 받으면 그 레지던트의 전문능력과 자질을 공식화하여 인정하여 주자는 의견이1908년부터 여러 전문 영역의 의사사회에서 제기되었다. 1917년 안과 의사들이 제일 먼저 전문의협회(specialty board)를 구성하고‘전문의시험’을 집행하여 ‘전문의 자격(specialty certification)’을 부여하고 ‘수련지침’도 발표하였다. 민간자율 전문의제도의 시작이다.1933년 전문의교육과 전문의시험을 통제하는 전문과목협회(AmericanBoard of Medical Specialties)가 결성된다. Table 1은 24개 주요전문과목과 145개 전체 전문과목과 세부 전문과목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최초 용어 ‘residency’는 1차 대전 후에 전문의제도가되면서 ‘졸업 후 훈련’이라 불리게 된다. 미국에서 ‘학부의학교육(UME)’이란 용어가 일반화되자 상대적으로 ‘residency’는 ‘졸업 후의학교육(GME)’이라는 시각이 보편화되는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1965년에 도입된 ‘Medicare’라는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이다. 민간자율의 수련교육(residency)에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면서 공공의 사회제도로 인정되었고 공식적으로 ‘residency’는 졸업 후 의학교육이 된 것이다(Ludmerer,1999).





역사성의 차이


국가마다 의사가 되는 과정의 입문제도(entry system)가 달라도국제화 시대에 의사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은 항상 학부의학교육이고, 내용은 기본의학교육이다. 기본의학교육에는 국제공용지침으로 각 나라의 의학교육 역사성이 다르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그러나 졸업 후 의학교육은 차이가 심하다. 세계의학교육연맹도 각나라의 의학교육 역사성 차이를 크게 인정하여 졸업 후 의학교육은 

  • 1) 전 수련(pre-registration training: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연방제도로 기본의학교육 직후에 1년간의 수련과정을 반드시 마쳐야의사등록이 가능하다. 등록이 곧 면허이다),
  •  2) 각종의 전문직업적수련(vocational/professional training), 
  • 3) 전문과목 또는 세부 전문과목 수련(specialist &subspecialist training), 
  • 4) 기타 특정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정형화된 수련과정 등 모두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국가마다 의료 관련 역사와 문화 및 국가재정과 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련교육의 목적과 결과는 유사하지만 그 출발과경과는 나라마다 다르다. 이런 역사성의 차이는 ‘기본의학교육’과‘졸업 후 의학교육’에 사용되는 용어의 약어에서도 나타난다. 세계의학교육연맹은 각 단계별 의학교육의 ‘국제표준(global standards)’을 발표하며 기본의학교육과 졸업 후의학교육(postgraduate medicaleducation, PME)이라 하였다. 이런 세계의학교육연맹의 기본의학교육(BME)과 졸업 후 의학교육(PME)이 미국에서는 학부의학교육(UME)과 졸업 후 의학교육(GME)이 되고, 영국에서는 기본의학교육(BME)과 PGME (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andtraining)로 표기가 된다.


의사면허의 효력도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기본의학교육 졸업생은 졸업예정자로 면허시험을 보고 졸업 후에 면허취득을 하면전공의 수련은 받지 않아도 환자진료를 할 수 있다. 거의 모두가 수련을 받으므로 문제는 없지만 제도로는 미숙하다. 미국은..

  • 기본의학교육 재학 중에 2회의 면허시험(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exam [USMLE] step I·II)을 거쳐야 졸업한다. 
  • 기본의학교육 졸업 후에 어떤 임상과목을 전공하건 주마다 차이 있는 일정 기간의 졸업후 의학교육을 받아야 ‘USMLE step III’ 응시자격을 얻게 되고, 
  • 합격해야 자신이 수련 받은 주의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미국에서는정통의학(allopathic medicine) 졸업 후 의학교육에서는 인턴십이1975년에 졸업 후교육 신임위원회(Accreditation Council of GraduateMedical Education, ACGME)에 의하여 없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소수이지만 남아 있는 정골의학(osteopathic medicine)의 졸업후 의학교육에서는 아직도 인턴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연방체제 다민족 국가라는 역사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Stevens, 1978).


역사성이 작용하게 되어 있는 졸업 후 의학교육의 정체성도 나라마다 다르다. 

    • 프랑스는 
      • 졸업 후 의학교육을 기본의학교육과 마찬가지로 학교교육의 연장으로 본다. 프랑스도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학교교육인 기본의학교육에서 학생들은 임상실습(clerkship)을 하므로 이때의 학생은 ‘extern’이라고 부른다. 출퇴근하며병원에서 실습하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 일정 자격을 취득하여 병원 내에서 수련(修鍊, residency training)을 할 때부터는 줄곧 ‘intern’(불어로는 ‘internat’; 미국의 resident에 해당)이다. 그 후에 다시 특정 의료 영역의 수련과정을 3-5년 받게 되며, 그 기간 동안에도 ‘doctor’라고 부르지 못한다. 수련을 마치고 국가 경쟁시험을 통과하고, 다시 논문을 제출하여 통과가 되어야 비로소 ‘doctor’가 된다. 즉, 프랑스에서는 수련교육과정 졸업 후 의학교육을 학문연구과정으로서 고등교육의 최종 단계로 본다고 할 수 있다.
    • 영국 
      • 기본의학교육 졸업생들의 졸업 후 훈련은 관습이고 관행이었다. 관습과 관행은 Medical Act 1956으로 공식으로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가 되고, Medical Act 1983으로 정착하게 된다. 기본의학교육 졸업생은 미국의 인턴에 해당하는 pre-registration house officer(PRHO)를 마치고 senior house officer (SHO) 생활을 최소 2년 이상 하면 ‘registrar’가 될 수 있다. Registrar는 전공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SHO를 마치고 ‘지역보건의(general practitioner, GP:직역한 우리말의 일반의와는 다른 뜻이다)’를 택하면 1년의 추가 수련을 하여 지역보건의가 된다. 그래서 지역보건의가 되려면 기본의학교육 후 최소 4년(PRHO 1년+SHO 2년+registrar 1년) 수련을 요한다. 다른 전문과목 전공을 택하면 기본수련 2년 이상의 SHO 후에 본인이 선택한 과목에서 registrar와 senior registrar (우리의 전공의 3, 4년 차에 해당)를 하게 된다. 1995/1996부터는 registrar와senior registrar를 합쳐서 specialist registrar (SpR)로 합쳐서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해당 전문과목에 따라 4-6년의 수련을 더 거친다. 따라서 최고 전문의인 ‘자문의(consultant)’가 되려면 기본의학교육 후에 최소 7-9년의 졸업 후 의학교육을 받아야 한다.
      • 그러나 이 제도는 2005년 발표된 ‘modernizing medical career’로 일부 변화가 있었다. 2007년부터는 기본의학교육 후에 누구나foundation year 2년(FY1, FY2)의 기본수련을 거쳐야 한다. FY1은과거의 junior house officer에, FY2는 SHO에 해당한다. 그래서 명칭도 PRHO 대신에 ‘foundation doctor’ 또는 ‘foundation houseoffice’로 불린다. 현재의 일본제도와 유사하다. 기본수련 2년을 마치면 최소 6년 specialty training (ST)이 시작된다. ST1/ST2 동안에는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에 따라서 ‘내과/외과 공통 핵심(core)’을수련 받는 specialty registrar (StR)이지만, 그 후에는 전공과목에따라서 StR로서 병원 내 수련을 계속한다. 이 과정 도중에 각 전문과목별 시험으로 Royal College of Physicians/Surgeons (RCP/RCS)회원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전문의 자격에 해당한다. RCP/RCS 회원이 되면 병원 내에서 특정 ‘세부 전문과목 StR’ 생활을 더 할 수 있다. 따라서 StR로 최소 6년 수련을 거쳐야 최고의 세부 전문의인‘자문의(consultant)’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의학교육 후에 최소8년(FY 2년+StR 6년)이 걸린다. 따라서 미국의 내·외과 fellow는 영국 SpR의 ST3-ST9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 후에 fellowship을2-3년 할 때는 영국의 수련의 4-7년에 해당한다. 한편 지역보건의가 되려면 FY1과 FY2를 거치고 다시 3년의 general practicespecialist training (GPST)를 거치므로 기본의학교육 후에 최소 5년의 수련을 거쳐야 ‘지역보건의’ 자격을 얻는다. StR들이 임상진료를 하면서 의학연구를 위한 2-3년의 fellowship (research fellow)을하거나 또는 다른 전문과목과 연계된 특별 자격을 얻으려 할 경우에는 당연히 기간은 연장된다. 이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의 졸업 후의학교육은 병원 내에서의 ‘지도하 수련교육’과 ‘임상의학 학술연구’라는 두 가지 교육이상을 함께 추구한다(Ludmerer, 2012).


한국의 졸업 후 의학교육 역사성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의 도입(1885년)과 더불어 1886년부터 의사교육이 시작된다. 

  • 그러나 본격적인 의사교육은 1890년대 후반이다. 
  • 제대로 된 임상실습(clerkship)도 당시에 가장 현대적인 세브란스 병원이 준공된 1904년부터이다. 
  • 그래서 최초로 면허를 가진 의사들은 조선왕조 멸망 직전 1908년에 나온다. 
  • 이들은 학교교육과residency 구분 없이 평균 7년의 교육을 받았다. 
  • 따라서 우리나라residency는 당연히 1908년 이후이다. 
  • 1914년에 세브란스병원이 조선 최초의 인턴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한다. 1910년 조선을 강점한일본 총독부가 의사인력양성을 4년으로 정하였기에 당시의 세브란스연합의학교가 교육 절대량이 부족하다며 도입한 것이다. 그래서당시의 인턴제도는 임상실습의 연장으로 보아야 한다.


일본은 원래 그들 문화 특유의 도제훈련(apprenticeship) 관행이모든 분야에 있었다. 그래서 서구의학을 도입한 일본은 병원에서도부수(副手)와 조수(助手)로 호칭하는 도제훈련 관행을 만든다. 그러나 역시 졸업 후 의학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졸업 후 의학교육은아니고, 일본 문화 특유의 전통적인 도제훈련이었다. 당연히 전문의제도는 없었다. 당시의 일본제국에는 의사면허 취득에는 대학교의학부에서 기본의학교육, 또는 의학전문학교에서의 의사교육을받는 방법이 주축이지만, 간혹 검정고시 경로도 있었다. 두 가지 학교제도에 따라서 면허취득 방법에도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가 의사가 된다. 그런데 1926년 조선총독부는 일본인을 위한 대학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는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으로 기본의학교육대학을 개교한다. 식민지 조선의 의사교육은 5개 전문학교(대구, 평양, 경성 등 3개 관립과 세브란스, 경성여의전 등 2개 사립: 광주와함흥은 광복 때까지 졸업생이 없었다)가 맡는다. 결국은 두 학교제도 출신 모두가 의사가 된다. 그리고 일본문화 특유의 도제훈련을받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일본 의사와 전문학교의 직업교육을 받은 조선 의사 간에는 차별적 인식이 생긴다. 한편총독부는 조선의 전통 의료직은 ‘의료유사업자(醫療類似業者)’로, 조선인 의사는 ‘의료업자’로 분류하며 은연중에 조선인 의사는의료업자라는 인식을 주입한다. 고도의 심리적 식민지정책이었다.여기서 한국의 졸업 후 의학교육의 역사성이 출발한다.



1. 의료업자의 표방허가


1945년 8월 15일 광복 후 미군정은 그간의 4년 의사교육을 대학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는 6년 대학교육(속칭 2+4)으로 전환(1945년 11월)하여 ‘기본의학교육’체제를 도입한다. 그러나 기본의학교육제도 정착 전 1950년 6월 25일에 한국동란이 발발한다. 부산 피난 정부는 1951년 9월 25일에 ‘국민의료법’ 개정으로 10개 전문과목을 가진 ‘의료업자-전문과목표방허가제’를 도입한다. 제도의 목적은 의사자질 향상이 아니고, 국민의료관리 차원이다. 제3대 보건부 장관 최재유(안과학 교수 출신)는 1951년 12월 25일에 보건부령으로 제도를 시행한다. 전쟁 중이라 법령대로 시험에 의한 허가는못하고, 1952년 2월 5일에 ‘의료업자-전문과목표방허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류전형방법을 택한다. 5년 이상의 수련규정이 있었으나, 전쟁 중이라 보건부 예규(2458호, 1952.7.3.)로 2년 이상의수련과 6년 이상 전문과목을 표방하며 의업을 계속한 사람에게 표방허가를 하는 특혜를 1956년 6월말까지 적용하기로 한다. 그러나제7차 회의에서 최초의 6년제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5년 수련을 마치는 해인 1959년까지 연장하기로 한다. 그래서 1952-1959년에2,505건을 심사하여 1,428명에게 전문과목 표방이 허가된다. 1959년 등록 의사가 7,322명이므로 19.5%이다. 1960년에는 7,765명 등록의사 중 1,640명이 표방허가를 얻어서 전체 의사의 21.1%가 된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1960). 이같이 빠른 증가 속도로새내기 의사들에게 수련은 필수라는 인식을 주게 되고, 사회에서도 전문과목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다(Table 2). 4개로 시작한 전문과목은 3년 후에는 법령대로 10개가 되고, 7회에 걸친 증설로 오늘날의 26개 전문과목이 된다(Table 3). 그리고 전문과목은 신설될때마다 초기에는 서류전형이 관행이 된다. 당시의 허가증은 지금과같은 전문의 자격증의 전문과목별 일련번호가 아니고, 표방허가전체 일련번호와 허가된 표방과목 명칭이 기재되어 있었다(예: 표방허가증 제1호. 정기섭. 표방과목 이비인후과). 이것은 당시의 제도가 표방허가라는 행정관리 자체에 더 의미를 두었다는 뜻이다.






2. 의료업자가 의사로


보건부 예규 2458호(1952.7.3.)로 정규 ‘residency 수련’은 1955년부터 시작된다. 1957년 9월에는 ‘수련병원 지정제도’가 도입되어 60개 병원이 처음 지정된다. 여기에는 정부가 의사 수련의 필요성을인정한다는 뜻이고, 수련이 교육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어서 보건사회부는 훈령 12호(1958.12.31.)로 그간의 ‘의료업자 전문과목 표방심사위’를 ‘의사-전문과목 표방허가 심의위원회’로 바꾼다. 아직도 표방허가이긴 하지만 그간의 ‘의료업자’가 처음으로 ‘의사’가 된다. 물론 그 후에도 ‘의료업자’라는 말은 가끔 사용된다.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한 고도의 심리적 교육정책으로 조선인의사를 대학의 학문교육이 아닌 전문학교 직업교육으로 양성하고,조선인 의사는 전문직보다는 의료업자라는 인식을 의사 자신은 물론이고 조선사회에 알게 모르게 반세기 동안 심어온 영향이었다.


휴전 후에 정규 6년제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기본의학교육을 받고 졸업생이 나오는 첫 해인 1960년 5월 24-25일에 ‘제1회 의사-전문과목 표방허가시험’이 실시된다. 첫 응시생은 1955년부터 5년 수련(인턴 1년+레지던트 4년)을 마친 의사들로 필기와 실기의 합계 평균이 70점 이상이 합격이었다. 1967년부터는 1차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하여 2차 실기시험 응시자격을 주게 된다. 1969년부터는 ‘전문과목 표방허가시험’이 공식적으로 ‘전문의 자격시험’이 되었고, 응시자격에 논문이 요구된다. 비로소 그간의 단순 수련(training)이고등교육 이상을 추구하는 수련교육(residency education)이 된다.다시 말하여 졸업 후 의학교육이 되어가고 있었다(Kim et al., 1992).




3. 수련의 파견수련


휴전 후 1955년부터 우수 군의관이 대량 전역한다. 그런데 의료업자-표방허가심사위원회 규정에는 ‘파견수련’이란 순수한 교육목적의 규정이 있었다. 국방부는 1957년에 우수 자원 확보를 위하여 이규정을 원용하여 군의관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련의로 ‘파견수련’하게 된다. 최초의 파견수련이다. 1958년에는 입영연기제도로‘군 위탁-수련제도’(속칭 Kim’s plan: 1930년대 미국이 도입한 군요원의 residency 수료를 위한 군-복무 연기제도인 Berry plan과 유사)를 도입한다. 이때 국방부는 오늘날까지도 논란이 되는 ‘수련 중 대학원교육’도 허락한다. 그리고 1959년에는 ‘군 위탁-수련제도’를 해외로까지 확대한다. 수련의의 대학원등록 허용은 의과대학의 연구능력을 신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또한 수련이 졸업 후 의학교육의미를 갖는 데 기여한다. 파견수련을 해외로 확대한 제도는 한국의학발전에 기여하였고 또한 한국 의사의 해외진출을 촉진하였다.


한편 ‘파견수련’이 오용 또는 악용되기도 한다. 1972년 4월부터수련의는 레지던트 4년 중 6개월은 무의촌에서 파견수련을 해야‘전문의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수련의 무의촌 파견수련제도’가 실시된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수련의는 의무적으로 6개월간무의촌에 근무하게 된다. 말이 파견수련이지 지도의도 시설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촌 보건지소에서 허송세월 6개월을 보내게 된다. 파견수련을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의촌 해소의 정책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수련의사는 의사가 아닌 것으로 이해하는 주민의 불신이 높아진다. 그래서 1976년 4월에는 ‘수련의’ 명칭을 ‘전공의’로전환한다. 결국 정책은 실패하고 1979년 3월에 끝난다. 고등교육의이상 추구와 자율이 기본인 졸업 후 의학교육의 정신이 훼손된 가장 전형적인 정책이었다. 이 정책의 후유증으로 내과계열 및 일부외과계열 전문과목의 수련기간이 1980년부터 3년이 되었다가 1986년과 1989년에 4년으로 복귀한다. 무의촌 파견수련의 대안으로 병역의무 3년을 대체하는 ‘공중보건의사제도’가 1978년 창안되고1979년에 처음으로 병역의무 대체로 300명의 의사가 무의촌에 배치되어 지금까지 유지된다.



4. 운영체계의 역사성


어느 나라에서나 기본의학교육은 학교교육이라서 현장교육인졸업 후 의학교육보다는 교육으로서의 이상을 적용하는 것이 용이하다. 태생적으로 민간자율인 수련교육 즉, 졸업 후 의학교육에는이해당사자가 기본의학교육보다 몇 배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련교육 즉, 졸업 후 의학교육은 고등교육과 학교교육의 이상을 계속 추구한다. 졸업 후 의학교육은 모름지기 항상 학문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전문직의 수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졸업 후 의학교육은 현장과 현실에 직결되어야 하므로 각 나라의 역사성 존중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졸업 후 의학교육의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로 인하여 수많은 과제가 제기되지만, 많은 이해당사자로 인하여 현명한 해결은 항상 용이하지 않다. 처음부터 민간자율이 아닌 정부 주도로 제도가 탄생한 우리나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사회부가 1957년부터 시작한 수련병원지정은 교육병원에 대한 신임업무 졸업 후 의학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이 업무는 현재 우리나라 기본의학교육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의학교육 인정평가’와 같은 성격이다. 그런데 전자는 정부주도로 출발하여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고,후자는 민간자율로 출발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 크게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하여 전자는 ‘residency’는 졸업 후 의학교육이라는 교육이상을 추구하는 현장을 평가하고 인정하는 업무이다. 보건사회부가 관리하던 이 업무를 1963년 4월에 당시의 대한의학협회에 위임한다. 그런데 보건사회부는 불과 4년만인 1967년 1월에 수련의는병원운영에 중요한 인력이고 인력관리는 병원의 업무라는 명분으로 병원 경영자 모임인 대한병원협회에 이관시킨다. 이 조치로 당시정부는 병원경영과 병원신임업무인 의료기관평가인증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고, 또한 ‘병원에서의 수련교육은 곧 졸업 후 의학교육이다’라는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한다. 결국 정부는 2010년에 의료기관평가인증 업무를 독립시킨다.


1952년에 시작한 ‘의료업자-전문과목 표방허가 서류전형’은 1960년에 ‘전문과목 표방허가시험’이 되어 1969년에야 비로소 ‘전문의자격시험’이 된다. 1967년 정책은 1969년 전까지는 우리사회에는일제가 심어놓았고 1951년 대한민국 신생정부가 수긍한 ‘의사는 의료업자’라는 인식이 살아있었다는 의미이다. 또한 당시 정부는 수련은 근로이고 레지던트가 교육(education)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과목 표방허가를 위한 병원에서의 훈련(training)으로 보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정부는 병원경영에서 중요한 ‘수련의’ 인력관리를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하게 한 것이다. 당연히 수련(residency)은 졸업 후 의학교육이라는 교육적 명분과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 후에도 이러한 괴리현상은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1970년대에 있었던 ‘수련의 무의촌 파견수련’이었다(Lee et al., 1995).


국내 수련교육 현실에 문제 제기를 하는 의학자들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Kim’s plan 또는 해외연수로 미국에서 residency 수련교육을 경험하고 전문의가 되어서 귀국한 교수들이 바로 그들이다.이들이 1970-1980년대에 수련교육으로서 졸업 후 의학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한 국내 제도에 대한 평가와 이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게 된다. 졸업 후 의학교육 역사성의 한 예이다.



결 론


어느 나라이건 한 사회가 만들어낸 관행은 전통이 되고, 전통은그 국가와 사회의 특성이 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역사성이 탄생한다. 관행이 역사성이 되기까지는 시행착오의 세월이 필요하다. 신생국가와 그 사회는 시간적인 여유와 경험이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식민지를 경험한 신생국은 흔히 선행 국가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은 일을 저질러 놓고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많은 제도가 그렇게 탄생하였듯이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도 같은 역사성을 갖고 있다.


현대의학이라는 서구의학이 도입됨과 동시에 곧 망국을 맞게 된우리나라는 차별화된 의사양성과정으로 우리사회에 전문직 의사라는 인식보다는 의료업자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위하여 광복 직후에 급하게 기본의학교육체제가 도입된다. 또한 신생 대한민국은 국민의료관리를 위한 제도를서둘러 도입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매우 나쁜 환경과 미숙한 고려 속에서 출발한다. 바로 우리나라 수련교육, 졸업 후 의학교육, 전문의제도의 출발이 그러하였다. 식민지에서 탈출한 지 6년, 신생국정부수립 3년인 1951년 9월 25일에 국민의료법 개정으로 졸업 후의학교육의 출발인 ‘의료업자-전문과목 표방허가제도’가 탄생한다. 유엔기 101대와 미그기 155대가 한국전 최대의 공중전을 벌인날이다. 오랜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모든 신생국가는 항상 의사인력이 부족하다. 전쟁은 의사부족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런데 영토 끝으로 피신한 정부가 미국이 점령하고 있던 일본에도 없던 미국 제도를 모방하여 의학교육에서 가장 핵심인 수련교육제도를 ‘의료업자-전문과목 표방허가제도’란 이름으로 출발시킨 것이다. 그래서제도 도입의 경위가 항상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졸업 후 의학교육 역사성은 신생 정부가 주도하여 의료관리라는 행정개념에서 만들었고 60여 년간 아직도 주도하고 있다. 졸업 후 의학교육 운영관리는 아직도 행정관리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주도가 긍정적인 역할도 하였다. 제도 10년 만에 기본의학교육 졸업생의 90% 이상이 수련은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였고 관행을 거쳐서 우리사회의 전통이 되었다. 우리사회와 정부의 시각도초창기에는 기본의학교육 후 훈련에서 수련을 지나 다시 수련교육으로 발전되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 졸업 후 의학교육이 되어가고 있다. 전술한 수난과 우여곡절을 지나며, 졸업 후 의학교육은 경제발전과 함께 국민의료에 기여하였고 오늘날 세계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한국의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과같은 고비용 저효율의 의사인력구조를 만들어 냈고, 고급 전문인력의 사장은 당연시되었다. 또한 이로 인한 의료의 왜곡은 심화되어갔다. 그리고 그간에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으나 대부분이 실패하였다. 서두르고 잘못된 출발로 초창기부터 제기되어 왔던 운영관리 측면의 여러 문제는 여전히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되고 있다.이제 남북통일을 대비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전체 의사양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과정은 졸업후 의학교육이다. 기본의학교육과 졸업 후 의학교육은 두 개의 과정이 아니고 이제는 하나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오늘날의 부실 의과대학으로 시끄러운 사회문제도 원론적으로는 기본의학교육과 졸업 후 의학교육을 따로따로 보아 왔기 때문에온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인턴제 폐지도 기본의학교육과 졸업 후의학교육은 하나라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졸업 후 의학교육은 현장과 현실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나름대로의 역사성을 만들어온 정부의 공로는 존중되어야 한다. 러나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졸업 후 의학교육은 기본적으로 제3기 고등교육의 하나이며, 또한 태생적으로 민간자율이었다는 점이 더 존중되어서 관리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기본의학교육 대학들도모른척하던 졸업 후 의학교육을 교육 차원에서 학교에서 다루어야하며, 정부 또한 부처 간에 협조가 절실하다.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in the Korean Peninsula, Chosun (ethnic Korean) physicians were trained in

vocational clinical schools, but Japanese physicians in medical school. Therefore, the Japanese government

treated the Japanese physicians as medical doctors but Chosun physicians as dealers or traders in clinical services.

This colonial discriminatory policy became a habitual concept to Korean physicians. Because of these traditional

concepts regarding physicians, after the colonial period, the newly established Korean government also

had the same concept of physicians. Therefore, in 1952, the Korean graduate medical education system was

launched under a government clearance system with the claim of supporting medical specialties as clinical

dealers or clinical businesspeople. During the last 60 years, this inappropriate customary concept and the unsuitable

system have evolved into medical residency training education, and then into graduate medical education.

Today graduate medical education has become inextricably linked to postdoctoral work in Korean hospitals.

Keywords: Medical school, Graduate medical education, Residency

의과대학 임상실습에서의 학생평가방법: 과거, 현재 및 제언

Assessment of Medical Students in Clinical Clerkships

이상엽1,2ㆍ임선주1ㆍ윤소정3ㆍ백선용1ㆍ우재석1

1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실, 2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클리닉, 3부산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Sang Yeoup Lee1,2 · Sun Ju Im1 · So Jung Yune3 · Sunyong Baek1 · Jae Seok Woo1

1Medical Education Unit, Pusan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2Family Medicine Clinic, Pusan National University Yangsan Hospital, Yangsan; 3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 Pusan National University, Busan, Korea





서 론

교육목표를 바탕으로 개발된 교육과정에 따라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고 나면, 교육평가를 통해 교육목표에 도달했는지 확인해야한다. 평가는 교육과정의 마지막 단계이며 동시에 평가결과를 다시금 교육목표에 반영하게 되는 시작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대두되는 성과나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에서는 성과나 역량을 무엇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가 실제적인 핵심이기 때문에 평가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의학에 있어 임상실습의 평가는지금까지 그 타당성과 신뢰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온 바 있다.따라서 본 종설에서는 의학교육과정의 임상실습평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과 거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기초와 임상의학만 모두 배우고 나면임상실습 진입식과 함께 졸업은 따 놓은 당상(堂上)이었다. 임상실습과정에서는 출석미달 이외에는 유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습병원에 출석만 제대로 하면 진급이 되었다. 전공의가 실습점수에 적지 않게 관여하기 때문에, 선배가 있는 학생은 더욱 마음 편히 실습을 하곤 했다(Lee et al., 2002; Park &Kim, 2004). 교수도 이제 다배웠다고 생각해서인지 여간해선 임상실습에서 유급을 결정하지않았다. 제도적으로도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집단(group)별로 실습을 순환하기 때문에 학생들 간에 실습점수를 비교하기에는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임상실습을 모두 마치고 나면오히려 실습 전보다 의학지식은 더 모자란 것 같았고, 할 줄 아는 임상술기도 별로 없었다. 어미 뒤를 쫓아가는 병아리처럼 학생들은교수의 꽁무니만 이리저리 따라 다녔다. 학생에게 인턴이나 전공의는 하늘 같은 존재였고, 온갖 수모를 당할지라도 실제로 교수보다는 이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각 과를 일정기간 돌며 환자의 진단과 치료과정을 어깨너머로 익혔다. 지금에야 실습 도중에간단한 수업이나 설명도 해 주지만, 이전에는 교수가 직접 가르쳐주는 것은 거의 없고 말 그대로 알아서 보고 스스로 배우도록 하였다. 환자 회진 때는 행여 질문이라도 할까 싶어 회진대열의 가급적맨 뒤에서 따라다닌다. 수술실에서는 교수의 어깨너머로 수술을참관하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가면 수술조명을 가린다고 야단맞기 일쑤였다. 간혹 견인기구를 당기면서 수술 보조역할을하게 되면 큰 영광이었고, 수술 도중에 교수가 질문을 하면 아무런대답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학생이 대답을 못 하고 쩔쩔매는모습을 즐기는 교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종 세미나,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이런 저런 경험을 겪으면서, 의사가 되면 저런 일을 하는구나, 이 과는 이렇게 아침 일찍 출근하는구나, 이 과에는 이런 환자들이 방문하는구나, 나중에 의사가 되면 나도 저렇게 할 수가 있을까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실습이 모두 끝나버린다. 임상실습학점이나오면 관심도 없었거니와 실습 때 질문해서 답을 제대로 한 경우가 없다보니, 실습학점이 낮다고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습평가가 객관적인지, 타당한지, 신뢰할 만한지에 대해 학생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교수 또한 임상실습평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고민은 있었으나 그것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못했다(Park, 2004).



현 재


임상실습 이전의 교육과정에는 강의식 수업, 팀바탕학습, 문제바탕학습, 토론식 수업 등 다양한 방식의 교수방법에 따른 교육평가가 시행되고 있으며, 임상실습평가보다는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도 의과대학 임상실습의 학생평가방법에 대해서는 신뢰도,타당도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유급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이유로 학업성취도 따라 유급(fail)이 결정되기도 하는 임상실습 전의 교육과정과 달리 임상실습에서는 그렇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때문에 대부분 높은 학점을 부여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임상실습과정은 학교마다 매우 다양한 학점부여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체계를 사용하더라도 전체 의대생의1% 미만은 임상실습과정에서 유급을 하게 되지만, 나머지 학생의대부분, 즉 97%는 최상위 세 가지 등급에 속하는 학점을 주고 있어,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임상실습평가에서 소위 학점인플레이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Alexander et al., 2012).


임상실습은 학생신분으로 정식의사가 되기 이전에 의사로서의역할과 업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이다. 즉, 환자면담과 진찰, 모의처방, 의무기록작성 등을 경험함으로써 임상실습 전에 익혔던 의학지식들이 임상추론을 통해 서서히 적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상지식습득, 구두사례발표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주로 평가하고 있었으며, 팀워크, 의사소통(면담)기술, 임상적 의사결정능력, 진단검사사용능력, 의무기록작성 등 의사의 실무에 대한 평가는 미흡했다(Kim et al., 2009; Yang et al., 2007) 또한 비교적 대표성을 지닌 우리나라 23개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의 임상실습평가현황에 의하면, 학생들이 주로 피동적으로 참가하는소규모 강의, 외래참관, 세미나, 수술실 관찰 및 지원, 병동회진 등의 교육방법이 임상실습에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임상실습평가는학생들의 수행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실습활동에 근거해야 하는데도(Miller &Archer, 2010), 실제로는 평가방법의 경우에도 필기시험, 출석, 보고서 같이 수행능력평가로는 타당성에 의문이 있는 평가방식이 전체 평가반영비율의 5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에 시작된 의학교육인증평가와 2010년도 제74회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 도입이라는 외적 동기는 의과교육과정,특히 임상실습과정에 대대적인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각 학교마다실기시험을 대비하여 각종 임상수기훈련센터, 혹은 임상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이름의 시설이 갖추어지고, 임상실습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른 새로운 평가방법으로 객관구조화진료시험, 진료수행시험과 같은 임상수행능력평가시험이 확대 . 보급되었으며, 실기모형 혹은 표준화 환자의도움으로 일차의료에 필요한 술기능력뿐 아니라 이전에는 평가하기 어려웠던 의사소통, 면담기술 혹은 환자의사관계까지도 평가가가능해졌다. 여전히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지만 학생들은 임상실습 전에 미리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있게 되었다. 아울러 의료윤리, 의료면담기술, 신체진찰교육, 의무기록작성, 외래실습확대와 같은 교육과정도 보다 확대되었다.


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학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제대로 된 문항의 개발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교수또한 임상수행능력시험 문항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업이 생겼다. 개별 학교에서 국가시험처럼 12문항의 임상수행능력평가시험을 실시하려면 학생 수가 120명인 경우 2일이 소요되며, 적지 않은 표준화환자와 교수평가자가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여러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과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하여 역할을 공유하게 되었다. 의학교육인증평가기준에는 모든 핵심과목에서 해당 과목별로 실습기간 중 임상수행능력평가를 시행하고, 그결과를 실습성적에 반영하는 것을 우수기준으로 정하고 있지만,대개는 한 학기 혹은 모든 학기의 임상실습과정이 종료되면 종합임상수행능력시험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해당 실습과별로 실습점수에 반영한다. 하지만 실습과별로 배당된 문항은 현실적으로 1-2문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1-2문항에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이 과연해당 실습과의 진료능력과 역량이 탁월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그렇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임상수행능력평가시험이 의학생의 진료수행능력평가를 위한 가장 신뢰할 만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Park, 2012; Ramchandani, 2011).




제언 및 논의


의학교육에서 평가는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목적을 지닌다(Yuet al., 1994). 평가도구가 양호한 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타당도,신뢰도, 객관도뿐 아니라 실용도, 구체성, 관련성, 효율성 등 다양한항목들이 있다. 또한 평가시기에 따라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등으로 분류되며, 평가방법에 따라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관찰이나 포트폴리오, 면접 및 구술 등을 통해 학습자의 수행과정 및 그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수행평가방식이 있다. 배운 것을 기억해 내거나 이해하는 것과 같은 지식의 회상(recall)과 지식을 응용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과 같은지식의 적용(application)은 필기시험으로, 술기(skill)는 실기시험으로 평가가 가능하지만, 창조성(creating)은 실제 임상상황에서학생이 하는 것을 관찰하거나 구두시험을 통해 학생의 사고흐름을파악해야 가능하다.


임상실습은 학생들이 강의에서 배운 의학지식보다는 그 지식을활용하여 실제 환자에게 의사소통기술과 임상술기를 적용해 보고,의사의 직무를 경험해 보게 하는 과정이다(Miller &Archer, 2010).기본적으로 매일매일의 실습활동이 평가대상이지만 모든 학생이임상실습에서 동일한 임상표현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동일한 상황의 평가는 아니고 구조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의과대학에서 학업성취도는 진급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지만(Park et al., 2009), 임상실습에서는 학업성취도를 명확히 구분할수 있는 평가방법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 임상실습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에서 임상실습성적은 필기시험성적과는 높은 상관성이 있었으나 임상수행능력시험성적과는 낮은 상관성을 보였는데, 이는 임상실습성적의 평가항목의 대부분이 지식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Kim,2003; Koh &Park, 2009; Lurie &Mooney, 2010).


임상실습평가에 있어서의 잠재된 문재 중 하나는 평가자 요인에있다. 아무리 좋은 평가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평가자의 잦은 변동은 신뢰도(reliability)와 객관도(objectivity)에 문제가 된다. 신뢰도는 평가도구나 결과의 일관성인 반면 객관도는 평가자의 평가에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도는 평가자가 다를 때의 평가자 간의평가결과 일치 정도(degrees of consistency)를 말하는 것으로서 평가자 간의 신뢰도라고도 한다. 객관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도구 자체를 객관화시키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며, 평가자가 주관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되도록 자신의 평가역량을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에서는 임상실습에 대한 공통평가체계를 수립하고 구조화,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평가자의 단순 관찰부터 소그룹지도, 일대일지도, 실습노트나 포트폴리오와 같은 다양한 평가자료의 활용및 자기성찰, 객관화한 임상수행시험, 실습현장의 다면평가, 환자안전, 의사소통과 협력, 리더십, 관리능력 등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실습과정 중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렇듯 학생들의 임상실습역량은 학생을 둘러싼 다면적 평가를 통해 비로소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Han, 2012; Wang et al., 2011). 기술적으로는 여러 평가자가 동시에 논의하여 하나의 종합평가를 내리는 것도 신뢰도를 높일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또한 각 실습활동에 대한 의미와 교육목적을 학생에게 사전에공지하고 평가지침과 평가항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효과적이다. 실습평가는 실습활동에 근거하여 각 활동별로 용이하게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자기주도 학생이라면 평가가 되지 않는 실습활동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주어진 실습계획 이외에도 자신만의 실습계획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실습활동을 하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평가하지 않는 실습활동은 피동적이기 마련이다. 한편 어떤 평가항목이 다른 항목의 평가기능을 포함한다면 그 항목은 삭제하여 간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많은 경우 출석이 임상실습평가항목의 기본요소로 활용이 되고 있지만, 만약 어떤 식으로든 날마다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출석을 하지 않으면 의례히 평가점수가 없기 때문에 출석항목이 평가항목에는 없어도 된다(Kim, 2003). 또한 수행평가 체크리스트의 경우에도교수입장에서는 학생의 수행을 일일이 관찰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거의 모든 학생이 결국 평가자의 확인을 모두 받아오기 때문에 평가점수에 포함하지 않고 점수 없이 기본항목으로만 두던지 점수를주더라도 비중을 줄여도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평가나 동료평가항목에 있어서는 임상실습 후 학생들은 교수보다 자신을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자기평가나 동료평가가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아직 교수평가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Hur et al., 2008). 임상실습교육방법과 평가의 향후 개선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임상실습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의학지식의 목록을 알리고 진단평가로 예습필기시험을 치고 실습을 마친 후에는 종합필기시험을 시행할 수도 있다. 또한 임상실습 전에 사전에 예고한 중요질환이나 임상표현에 관한 구술시험을 치고 임상실습을 마친 후 동일한 구술시험으로 사전-사후 구술시험결과의 향상 정도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둘째, 구성주의 교육이론에 근거하여 학생들이 임상실습에서 새롭게 배우게 되는 지식과 기술들을 사전에 통합교육과정에서 학습한 기초 및 임상의학지식과 연합하여 새로이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매 실습에서 배우게 되는 지식들이 다음 실습과 어떻게 통합되고 구성되어 갈 수 있을지 인지하도록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교수가 학생에게 순간순간 피드백과 코칭이 필요하다. 1분 지도(the one minute preceptor), summarize the case-narrow the differential-analyze the differential-probe the preceptor-plan management-select an issue for self directed learning (SNAPPS) 교수법, 혹은 set-tutor demonstration-explanation-practice-subsequentdeliberate practice set (STEPS) 교수법이 그 예들이다.

  • 1분 지도는 짧은 시간 이내에 학생이 파악하고 있는 입원 환자상태나 원인에 대해 먼저 묻고 답변에 따라 긍정적 피드백이나 잘못된 생각이나 실수를 교정해주면서 임상추론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지도방법이고, 
  • SNAPPS 교수법은 학생으로 하여금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에서 얻은 객관적 사실을 보고하도록 한 후, 학생이 미리 생각해 둔질문을 토대로 교수와 토론을 해나가면서 진단과정과 치료계획까지 다루어 보도록 하는 또 하나의 임상추론능력 계발방법이다.
  • STEPS 교수법은 특히 임상술기교육에 유용한 것으로 술기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 준 후 학생들이 해보도록 하는 과정을 단계별로구조화시킨 교수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것은 전 학생에게일관되게 시행되어야 하고 반드시 적절한 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Im, 2012).


셋째, 학생들이 집담회나 세미나에 참관한 경우는 마칠 때 학생을 위해 요약정리를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Park, 2004). 초보학습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배운 내용의 핵심적인 내용과 기억해야 할내용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요약정리시간을갖고 반드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사전에 공지한 범위 내에서 구술시험 혹은 질의응답을 시행하여 임상추론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모두에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답변에서 미흡한 부분이나 질의응답과정에 도출된 과제는 페이스북과 같은 웹사이트를 활용하여 탑재하고 내용에 대해 실시간 피드백을 시행할 수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http://www.facebook.com/ilovefamilydoc 사이트를 방문하면 참고가 될 것이다.



다섯째, 배정받은 환자의 증례발표의 경우 제대로 하려면 환자의동의를 구한 후 병력청취와 신체검사를 임상추론과정을 스스로해보아야 목표하던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임상실습이 주로 3차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고 배정받은 환자는 이미 1, 2차 의료기관에서 어느 정도 진단이 된 다음에 방문 또는 입원하였기 때문에임상추론과정을 경험해 보기가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졸업목표인일차진료영역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 이를 개선하려면 진단되지 않은 첫 환자를 배정하도록 하고, 1, 2차 병원의 실습을 확대하며, 외래진료 위주로 초진 환자에게 병력청취와 신체검사를 수행하도록한다.


여섯째, RIME란 reporter-interpreter-manager-educator의 첫글자를 딴 것으로 번역하자면 보고자, 해석자, 관리자, 교육자로 할수 있다

  • 보고자는 면담기술을 발휘하여 체계적으로 환자병력을수집하고 신체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사례별로 특히 살펴봐야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 해석자는 환자의 문제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감별 진단하는 것이며, 
  • 관리자는 환자에게 합리적인 진단과치료방법들을 여러 개 제시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 교육자는 지금 가진 의학적인 지식을 특별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공부를 더 하고 그 지식을 남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보고자, 해석자, 관리자, 교육자로 갈수록 높은 수준의역량을 가지게 된다. RIME는 1999년 미국의 Pangaro 박사가 제시한 이후 유용한 것으로 입증이 되어 임상실습평가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이론과 달리 2009-2010년 동안 미국의 119개 의과대학의 임상실습평가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조차도 학교 간의평가등급의 폭과 정확하지 못한 점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Kim, 2004; Pangaro, 1999, 2000). 그럼에도 다양한 임상실습 장면에 RIME 역량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곱째, 외래참관의 경우 대개 조원 전체가 진료실에 앉지도 못한 채 교수의 진료를 참관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재진이다.그런 경우 진료시간이 짧고 교수의 의무기록을 채 읽어보기도 전에다음 환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 한순간을 참관한 학생들은 어떤문제를 가진 환자인지 알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려면 만약 외래진료시간이 3시간이고 한 조에 3명의 학생이 배정되어 있다면 학생1명마다 1시간씩 교수 옆에 앉도록 하여 교수와 같은 눈높이로 교수가 의무기록을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보게 하고 간단하게라도 환자에 대한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혹은 학생마다 외래 환자를 배정하여 진료순서 이전에 초진부터 지금까지의 의무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그 환자의 진료 차례가 되면 함께 진료실로 들어와 참관하도록 하여 비록 짧은 진료의 한 단편일지라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진료를 마친 후에는 학생들과 함께 오늘 진료한 환자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면서 학생들의 임상추론능력을 간접적으로라도 평가하기를 권한다. 또한 환자나 간호사도 그 학생을평가할 수 있도록 360도 평가(360 degree assessment) 같은 다면평가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여덟째, 입원 환자의 경우에도 다양한 의사의 직무를 경험하도록 공동주치의 역할과 회진보고에 참여시켜 볼 수 있다. 병동실습을 마친 학생들의 피드백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은 평가교수가 배정된 병동 환자에게 공동주치의로서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해 주고,회진할 때마다 모든 학생을 참관하도록 하기보다는 참관이 용이하도록 한 번 회진에 학생 2-3명씩 배정해 주며, 학생 자신들이 실제진찰하는 장면을 평가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Park, 2004).


아홉째, 학생 수가 적은 대학의 경우에는 최근 일부 의과대학에서 시행하는 통합임상실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매주 전과를 임상실습하게끔 일정을 계획하여 멘토와 함께 1년 내내 지속하는 것이다. 개별 임상과의 단편적인 단기간의 임상경험이 아닌 최소한 1년간 그 임상과의 환자를 만나면서 환자-학생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수 있고 질병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Ogur et al., 2007). 가정의학과 임상실습 학생을 대상으로 6주간의전통순환실습(rotation-based clerkship, RBC) 학생과 32주간의 장기통합실습(longitudinal integrated clerkship, LIC) 학생의 실습만족도를 실습 전후에 비교한 연구에 의하면 LIC 학생의 만족도가RBC 학생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Myhre et al., 2013). 또 다른 면담연구에서는 학생이 LIC가 실제적이고 유용하고 건설적이라고인식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Bates et al., 2013).




결 론


임상실습평가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으나 평가자의 잦은 변동, 평가기준 적용의 차이, 부적합한 평가내용, 지속적인관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은 아직 어려움이 많다. 이는 외국의 선진의과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적인 설문을 통해 임상실습교육의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조사한 결과, 교수들은 임상실습 담당 인력의 부족, 학생 임상실습교육에 대한 관심부족, 임상실습시설 및 장비부족 등을 지적하였으며, 수기 위주의 실습교육, 수행평가 강화 및 타당한 평가도구의 개발 등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Yang et al., 2007). 임상실습 담당인력부족 등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관심부족, 평가도구나 방식의 개선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결국 임상실습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평가자이다. 평가자가 자주바뀌거나 평가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지 못한 전공의나 전임 의사에게 평가를 일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가자가 늘 일관되고 타당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평가방법은 현실 가능해야 하고용이해야 한다(Plymale et al., 2010). 한 임상과목에 여러 교수가 학생의 각 실습활동마다 할당되어 1년 내내 책임평가를 하면 타당도가 높아질 수 있다. 평가는 교육의 어떤 분야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타당하고 신뢰할 만한 평가를 위해서는 향후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으며, 각 대학마다 많은 노력들이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The clinical clerkship focuses students on developing their ability to perform comprehensiv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patients with common undifferentiated problems by the integration of knowledge and clinical

reasoning. Therefore, the clerkship evaluation system should assess their actual problem solving and professional

behavior. However, concern remains that clerkship evaluations are imprecise and highly variable. This review

is designed to provide faculty members with concepts, options, and a methodology to actively teach and

evaluate the clinical clerkship, as well as offer encouragement and inspiration to medical students. We reviewed

past and current clinical clerkship evaluations and discuss several tips to improve clinical excellence such as continuity,

transparency of the evaluation process, a faculty development program, practical examination of clinical

skills, implementation of a checklist for recording exposure and skills, providing prompt and constructive feedback

to students, self-evaluation of professional performance, varying multi-faceted assessment combinations,

being outpatient clinic-centered, and having dedicated faculty members who give students one-on-one contact

with a preceptor.

Keywords: Clinical clerkship, Medical education, Assessment

의학교육 학생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쟁점

Issues Related to the Objectivity of Student Assessment in Medical Education

민경석1ㆍ양길석2

1세종대학교 인문과학대학 교육학과, 2가톨릭대학교 교직과

Kyung-Seok Min1 · Kil-Seok Yang2

1Department of Education, College of Liberal Arts, Sejong University; 2Department of Education,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Seoul, Korea





서 론

교육 및 심리검사에서 객관성(objectivity)이란 동일한 능력 혹은특성을 갖는 피험자가 동일한 검사결과(예, 점수)를 획득함을 의미한다(Miller et al., 2009). 대학수학능력시험 혹은 전국단위 자격증시험(예, 의사자격시험)과 같은 대규모 평가(large scale assessments)에서 활용되는 표준화 검사(standardized tests)는 주로 선다형 문항(multiple choice items) 혹은 단답형 문항(short answeritems)으로 구성되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선택형 문항은 점수를 할당하는 채점과정에서 채점자의 판단적 의사결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객관식 문항(objective type items)이라 불린다.


한편 강의자가 직접 제작한 학교평가(classroom assessment) 혹은 학생의 실기능력에 대한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는선택형 문항 중심의 표준화 검사와 비교하여 객관성이 상대적으로낮은 것으로 취급된다(Miller et al., 2009). 예를 들어, 일반대학 학생평가에서 주로 활용되는 논술시험(혹은 보고서)은 채점자의 판단적 논리에 의해서 점수가 결정되며, 이에 따라 동일한 학생의 논술문에 대하여 서로 다른 채점자의 점수는 동일하지 않으며, 한 사람의 채점자 또한 여러 학생의 논술문을 채점하면서 일관된 채점기준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을 보인다. 의학교육에서 학생의 임상실기능력을 평가하는 전통적 방법인 관찰평가, 임상증례보고 등은 논술시험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Kogan et al., 2009), 채점자 내 혹은 채점자 간 점수의 차이는 평가점수의 비일관성을 의미하고, 이는 검사점수의 낮은 신뢰도로 이어진다.


또 다른 측면에서, 검사점수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학생평가에서선택형 문항 중심의 객관식 문항만을 활용하는 것은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바를 측정하고 있는가를 의미하는 타당도에 문제점을 드러낸다. 의학교육에서 추구하는 교육목표에는 객관식 문항으로 측정될 수 있는 지식의 획득 여부뿐만 아니라 실제상황에서 지식내용을 적용하고 처치결과를 판단하는 임상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포함될 때, 학생평가 또한 임상상황의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해야만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목표는 의학적 지식의 획득과 임상능력의 배양으로 의료현장에서 문제해결능력과 전인적 치료자로서 의사의 태도를 강조한다(Miller, 1990). 이러한 교육목표에 근거하여 의과대학의 학생평가는 저학년의 지식 중심 교육과정과 고학년의 임상실기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구분되며, 지식과 임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학생평가 방식(선다형 문항, 구술, 임상사례, 관찰평가, 업무일지, 표준화 환자 등)이 활용된다. Mavis etal. (2001)은 126개 미국 의과대학 설문조사결과를 통하여 객관구조화진료시험(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OSCE)과같이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s)를 활용한 학생평가방법이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의 임상능력 평가결과는 진급, 졸업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상대적으로 적게활용되며, 전체적으로 선다형 문항과 관찰평가(preceptor rating)와같은 전통적 평가방식이 보다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밝힌다.


현대 교육평가이론은 학생특성과 학업성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교육과정 개선을 위하여 활용하며, 이에 따른 교육성과를 높인다는 학생평가의 본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성취기준 기반평가(standards-based assessment, Stecher, 2010), 증거기반평가(evidence-centered design, Mislevy et al., 2003), 성과기반평가(outcome-based assessment, Dent &Harden, 2009) 등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부 강조점에서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평가의 목적은 교육과정을 통한 교육목표의 달성 정도를 명확히제시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위하여 전통적인 선택형 문항 중심의평가를 포함한 다양한 평가방식의 개발 및 활용을 제안한다. 특히,1980년대를 전후로 미국을 중심으로 평가의 타당도를 중시하는 수행평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고, 나아가 수행평가의 객관성즉, 학생평가결과의 타당도를 전제하면서도 그 신뢰성을 함께 높일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안되어 왔다(Lane, 2010; Lane &Stone,2006; Stecher, 2010).


학생평가를 포함한 교육평가는 측정의 양호도 판단기준으로 신뢰도와 타당도를 강조한다. 

  • 대규모의 평가 체제에서 평가시행 및 결과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점수의 일관성을 의미하는 신뢰도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타당도의 결여 측면을 검사의 설계, 문항내용의 충실성으로 보완하고자 노력한다. 
  • 반면에 실제적인 능력, 즉 수행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수행과제를 활용하여 타당도를 먼저 확보하고자 하며, 그 방법들의 특성상 인간에 의한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완적으로 신뢰도를 강화하려고 하는 노력을 수반한다. 

즉, 학생평가의 객관성은 측정이론적 측면에서 신뢰도와 타당도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평가계획, 실시, 결과보고 및활용 등 평가의 전 과정과 관련된다. 이 논문에서는 학생평가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항형식, 평가내용, 시행절차, 채점, 결과산출에 관하여 전통적인 지필시험과 수행평가를 대비하여 학생평가의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평가 문항형식의 객관성


학생평가에 활용되는 평가도구는 문항의 모둠으로 구성되며, 문항특성을 나타내는 문항형식은 평가상황에서 학생에게 요구하는바가 무엇이며, 이에 따른 응답방식을 결정한다. 또한 문항형식은학생 반응뿐만 아니라 평가내용, 시행환경과 절차, 채점방식 및 결과보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Allen &Yen, 1979), 평가의목적에 근거하여 적절한 평가 문항형식을 결정하는 것은 학생평가의 객관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학생평가에서 중요하게 대비되는 문항형식은 선택형(selectedresponse items)과 구성형(constructed response items)이라 할 수있다. 

  • 선택형 문항은 진위형(true-false form), 선다형(multiplechoice form), 연결형(matching form) 등을 포함하며, 학생평가의모든 분야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고 객관적인 평가 문항형식으로취급된다. 대표적인 선택형 문항인 선다형은 지문(stem)과 선택지(alternatives)로 구성되며, 선택지 중에서 지문이 요구하는 정답(key) 선택 여부에 따라 학생의 능력을 평가한다. 선다형 문항의 선택지에서 사전에 정답이 결정되어 있으며, 학생 응답과 정답의 일치여부를 통하여 문항점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채점자의 주관적 판단이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선다형 문항은 optical mark reader(OMR) 용지를 이용한 전산처리를 통하여 기계가 채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성, 공정성, 투명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 가장 대중화된 학생평가방법이라 할 수 있다.
  • 구성형 문항은 단답형(short answer type), 완성형(completiontype), 논술형(essay type)으로 구분되며, 지문에 대하여 간단한 단어나 문구를 제시하는 단답형이나 완성형에 비하여 논술형은 비교적 제한 없이 여러 개의 문장으로 학생이 응답하는 문항형태를 의미한다. 단답형과 완성형 문항은 선다형 문항과 유사하게 사전에정답이 결정되어 선택형 문항수준에 가까운 채점의 일관성을 담보한다. 반면에 논술형은 피험자의 분석력, 비판력, 조직력, 종합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 고차원적 사고능력을 측정한다는 긍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채점자의 판단에 의해 점수가 부여되며, 이에 따라 채점자 간 혹은 채점자 내 점수의 일관성이 선택형 문항에 비하여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구성형 문항을 대표하는 논술은 주로 언어적 사고와 표현능력을평가하는 것으로 수행평가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학생평가는 학생의 지식수준에서 수행능력을 강조함에따라 전통적인 학생평가에서 수행과제 중심의 평가로 전환되었다.즉, 학생 앎보다는 학생행동을 직접 측정하는 수행평가는 실제상황과 근접한 평가환경에서 시연되는 학생의 결과물과 성취과정에중점을 두며, 이에 따라 단순한 지식에 대한 평가가 아닌, 수행과정에 중심을 두며 부가적으로 의사소통, 태도, 성실성 등의 정의적 특성을 평가한다(Lane, 2010; Lane &Stone, 2006).


학생행동을 직접 평가하는 수행평가는 교육내용에 대한 실제적적용능력이라는 교육목표에 부합한다는 원론적 의미뿐만 아니라,학생평가를 통한 교수-학습과정의 개선을 강조한다. 즉, 교육목표로 인지적 영역을 포함한 다양한 수행목표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참여, 체험, 실기가 아닌 지식전달을 위한강의자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며, 학생평가 또한 절차적 객관성을강조하는 지식정보수준의 선다형 문항이 주로 활용되어지는 바, 수행평가를 통하여 교육과정과 성취결과에 대한 개선을 이루고자 하는 교육정책적 지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의학교육은 전문가양성 및 직업교육의 성격을 포함하며, 학교교육을 통하여 양성된신입 의사의 실제적인 임상능력검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임상실기 중심의 수행평가를 통한 교육과정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주장되어 왔다. 의학교육에서 학생평가의 수준을 구분한 Miller (1990)의 피라미드에 대응하는 평가 문항형식은 다음과 같다(Amin et al., 2006). 

  • 1) 지식과 방법(knows &knowhow): 구술시험(oral examination), 긴 논술(long essay question),짧은 논술(short essay question), 선다형 문항(multiple choice question),확장연결형문항(extended matching items, EMI), 핵심요소시험(key features examination);
  • 2) 행동시연(show how): OSCE, 긴사례(long case), 짧은 사례(short case); 
  • 3) 행동(does): 간편임상실습(mini clinical evaluation exercise), 진료과정관찰(direct observationof procedural skills), 점검표(checklist), 다면평가(360-degreeevaluation), 진료일지(logbook), 포트폴리오(portfolio).


Miller (1990)의 4가지 평가목적에 대응하는 다양한 평가방식은앞서 논의된 선택형, 구성형, 수행평가의 다양한 적용과 변형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MI는 채점의 객관성을 유지한 채, 복잡한 지식 및 다양한 주제의 연계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선다형 문항의 확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간편 논술은 비판적 사고능력을측정하면서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형 문항의 변형이며, OSCE는 실제적 상황의 학생행동을 평가하면서 채점의 일관성을 높이는 수행평가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문항형식은객관성을 의미하는 신뢰도와 타당도라는 측면에서 강점과 약점을가지며, 평가의 목적에 따라 문항형식의 변형과 개선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문항형식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현대 컴퓨터기술(시뮬레이션, 네트워킹, 인공지능 등)의 발달에 따라(Drasgow et al., 2006) 기존 문항형식의 제한점을 극복하여 객관성과 현실 적용력이 높은 새로운 문항형식이 지속적으로 개발될것이다.




평가내용의 객관성


학생평가 문항은 학생특성을 측정하기 위하여, 교육내용 혹은교육목표를 대표하는 표본과제(sampled tasks)이며 평가도구(시험)는 이러한 문항의 모둠으로 정의된다(Allen &Yen, 1979). 즉, 학생평가는 한 학기 강의 혹은 학과목 내용을 모두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목표를 대표하는 내용을 반영한 평가 문항을 통하여, 학생의 이해, 적용능력을 추정(inference)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교육과정의 표본으로서 평가 문항이라는 논리는, 사회여론을 알기위하여 모든 사람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모집단을 대표할수 있는 표본(일반적으로 1,000명 내외)을 조사하는 사회조사방법과 비유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Allen &Yen, 1979; Lohr, 1999). 즉,공정하고 타당한 사회조사를 위하여 지역, 성별, 연령, 소득 등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표집된 표본이 전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으며, 모집단을 적절히 대표하는 표본의 조사결과가 모집단의 의견으로 추정된다. 유사하게, 학생평가에서 제한적으로 구성되는 평가 문항이 교육내용과 교육목표를 얼마나 적절히 대표하는가는 평가의 내용타당도(content validity)를 의미한다. 검사이론에서 학생평가의 내용적 대표성을 위하여 평가 문항의 구성을 위한 설계도(blueprints)로서 검사명세표(test specification)의 세밀한설정을 중요하게 강조한다(Allen &Yen, 1979; Kane, 2006). 일반적으로 검사명세표는 내용영역과 행동영역이 교차하는 이원분류표로서 각 교차영역의 문항분포뿐만 아니라 문항형식, 난이도, 배점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한다.


구체적인 평가계획으로서 검사명세표가 명확히 작성되었음에도불구하고, 앞서 논의된 문항형식에 따라 검사의 내용 대표성은 이질적인 양태를 보인다. 문항당 풀이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선다형문항의 경우, 제한된 평가시간 동안 많은 수의 문항이 시행될 수 있으며, 많은 수의 문항은 정해진 교육과정의 범위를 포괄하고 대표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에 반하여 수행평가에 포함되는 실기, 논술, 구술의 경우, 평가시행과 채점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제한된 시험시간 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문항이 출제되고, 결국 내용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동일한 임상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3시간 동안500개의 선다형 문항을 출제하는 것과 5가지 임상사례에 기반한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평가를 비교할 때, 어느 방법이 보다 객관적인가의 문제는 문항 수에 따른 평가내용 대표성과 포괄성과 관련된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항 수는 내용 타당도뿐만 아니라 점수신뢰도와 관련되며, 일반적으로 문항 수가 많을수록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Allen &Yen, 1979). 표준화 검사의 신뢰도는 통상 0.9 이상이며 학교평가의경우 0.7-0.8 수준임을 고려하여, 0.8 수준의 신뢰도를 위하여 약 10개 내외의 수행과제가 요구된다(Lane, 2010). 결국, 학생평가에서내용적 대표성뿐만 아니라 평가결과점수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행과제를 분할하여, 여러 측면에서 학생 특성을 측정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평가내용의 대표성과 평가방식의 연관성, 이에 따른 평가결과의신뢰도는 평가시행을 위한 현실적 조건(예, 시간, 비용, 장소 등)에제약을 받는다. 고등교육의 목표가 단순 지식에서부터 문제해결력,비판적 사고 등의 폭넓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학생평가는 어느 한 가지 평가방법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수준의 평가방법을 활용하여 학생의 특성에 대한 종합적 정보를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임상의 기초가 되는 지식수준의 평가에는 선택형 문항이 강점을 가지며, 실제적 행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가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포괄하여 전체적 학생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학생평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교육목표 달성 정도를 확인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하기위한 학생평가 객관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평가시행절차의 객관성


평가시행절차의 객관성은 검사가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하게 시행되며, 채점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표준화된 시행절차에 따라 검사결과는 시행시기, 검사유형(test forms)과 관계없이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의미를 제공한다(Cohen &Wollack, 2006). 종종 표준화가 객관식 문항 혹은 표준점수로 산출되는 검사결과와 혼동되기도 하며, 검사의 표준화 절차가 규준참조검사에서만 필요한 것으로오인되기도 한다(Kane, 2006).


측정이론적으로 검사의 표준화는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바 이외에 검사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외재요인(nuisance factors)을 최소화하고, 평가상황에서 모든 피험자에게 자신 능력 혹은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등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위하여 전통적인 지필검사에서는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문항을제시하고, 검사시간을 포함한 검사환경을 엄격히 통제한다. 또한 검사에서 측정하는 특성 이외의 요소에 의한 차별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평가과목의 구성, 문항형태, 평가범위, 채점요소 및 절차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피험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절차적 요소의 명확성을 위하여 표준화 검사의 경우, 과거 기출 문항을 공개하고, 모의시험과 같은 사전 연습 기회를 제공하여 검사가 측정하는 바가무엇이며 검사상황에서 피험자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모든 피험자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한다.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실시되어 왔으며, 많은 선행연구가 이루어진 선택형 문항으로 구성된 지필평가는 이러한 시행절차의 표준화에 많은 장점을 갖는다. 즉, 검사내용과 형식에 대한 명확한 전달이 용이하며, 검사환경을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하게 하는 절차가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무엇보다 오랜 시행경험을 통하여 시행자와 피험자 모두에게 익숙한 평가절차라는 것은 지필검사의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실기능력평가는 수행평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행절차의 표준화에 어려움을 보이며, 이러한 점 때문에, 학생 간 점수의 차이가 평가하고자 하는 능력의 차이에서 나타난 것인지 시행절차의비표준화로 인한 외재요인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통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상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경우에서,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표준화 환자가 활용될 수 있는가,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환자가 제시될지라도 표준화 환자는 매번 동일한 양호도 수준에서 평가상황을 재현하는가,만약 현실적 어려움으로 여러 명의 표준화 환자가 피험자 집단에활용된다면, 서로 다른 표준화 환자의 수행은 학생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또한 평가장소와 시기가 피험자마다 다른 경우 이러한 조건은 학생 평가점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등의문제는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쟁점 사항이다(Epstein,2007; Miller, 1990).


검사시행의 표준화는 또한 검사의 보안(test security)과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피험자가 검사문항을 사전에 입수하여 연습하거나검사시행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정답을 표기한다면, 검사점수는 피험자의 능력을 정확히 표시할 수 없을 것이다(Cohen &Wollack,2006). 예를 들어, 표준화 환자에 대한 정보수집, 검사, 진단 등다양한 절차를 통하여 피험자의 임상능력을 평가하는 수행평가에서, 피험자가 구체적 평가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였다면, 이는 임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암기능력을 평가하게 된다(Epstein,2007).


학생평가에서 표준화의 목적은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평가조건과 기회를 부여하여 평가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하는 것에 있다. 의학교육에서 임상실기능력평가를 위하여 전통적으로 활용된 직접관찰, 증례, 실습평가는 실기능력배양이라는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대표성 및 절차의 표준화에 어려움을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임상평가는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임상능력을 평가하고 평가의 객관성을 위한 수행평가 표준화의 선도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외 의사자격시험에 포함된 OSCE는 임상사례 수, 단계(stations)의 할당시간, 표준화 환자의 훈련수준, 채점기준 등에 대한 다양한 개선을 통하여 수행평가 또한 선택형 문항수준의 객관성을확보할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면,수행평가결과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채점자, 과제, 환경에 대한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Cronbach et al., 1997),평가 환경(occasions, 예, 표준화 환자 특성, 장소, 시간 등)이 중요한요인 임에도 다른 두 요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왔기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평가점수 산출의 객관성


학생평가의 객관성에서 가장 직접적인 단계로 논의되는 것이 평가점수를 산출하는 채점의 공정성, 투명성, 일관성이다. 선다형 문항은 선택지 중에서 사전에 정답이 결정되어 있으며, 학생 응답과정답을 비교하여 문항점수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채점자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이에 반하여 학생이 응답/수행을 스스로 구성하는 수행평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응답양식과 포괄적인 채점기준으로 인하여 채점자의 판단적 의사결정이 개입되며, 채점의 일관성과 타당성을 위하여 앞서 논의된 문항형식과 시행절차의 표준화와 함께 채점절차의 객관화가 요구된다. 의학교육에서 임상능력 측정을 위하여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대체적 동의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의 어떤 행위/태도가 중요한 것이며, 동일한 피험자 행위에 대하여 복수의 채점자는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가, 채점자로서 표준화 환자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등은 이러한 채점의 객관성과 관련된 사항이라 할수 있다.


수행평가 채점의 객관성을 위한 절차로서 두 가지 단계가 제안된다. 첫째는 두 사람 이상의 채점자가 채점하며 채점자에 대한 사전훈련이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사전에 채점기준을 명확히 제시한채점기준표(scoring rubrics)를 활용해야 한다. 이때 수행평가의 채점방법은 크게 분석채점(analytic scoring)과 총괄채점(holisticscoring)으로 구분된다.


복수의 채점자를 활용하며, 채점자에 대한 사전훈련을 통하여채점자 간, 채점자 내 점수의 일관성을 확보하여 학생평가 점수의객관성을 높이는 절차는 대규모 학생평가 혹은 고부담평가(highstakeassessments)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수행평가에서 평가자의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학생 응답에 의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 채점자의 주관적 편견이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두 사람 이상이 채점에 참여하고 또한 이러한 차이를 사전에 조정하는 채점자훈련절차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복수채점의 수준은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일상적인 수업의학생평가에서는 모든 피험자에 대한 복수채점보다는 일부 피험자표본에 대한 복수채점을 통하여 평가의 객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또한 채점자 훈련의 가장 중요한 과정은 채점기준표를 이해하고 실제 채점에서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즉, 채점에 임하기 이전에 채점기준표와 일치하는 혹은 일치하지 않는 학생 응답/수행을 명확히 확인하고, 각 점수수준을 대표하는 수행에 대한 명확한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Lane &Stone, 2006).


의학교육에서 임상평가의 채점은 주로 교수자 한 사람에 의하여실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채점 공정성을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은 채점기준표를 명확히 작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바를 실제 측정하기 위하여 검사를 제작하기 이전에 검사명세표를 세밀하게 작성하여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채점기준표는 채점의 일관성과 주관적 요소를 배제하기 위하여 필수 과정이다. 채점기준표 설정의 근거는 교육목표에서달성하고자 하는 성취기준이며, 평가도구를 통하여 측정하고자 하는 학생의 지식, 기술수준을 세밀하게 나열하고, 이러한 평가내용에 대한 수행수준에 따라 점수를 할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채점기준표는 채점을 위한 수행요소를 구체적으로 설정함에따라, 학생이 수행해야 할 핵심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수행과제 자체의 타당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채점기준표는 평가자의 채점 일관성뿐만 아니라 피험자에게 자신의 점수가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평가를 통한 학생 성취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채점의 객관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은 채점방식이다. 수행평가에서는 분석채점(analytic scoring)과 총괄채점(holistic scoring)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이 활용된다. 

분석채점은 수행과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예, 문진, 검사, 진단, 처치 등)를 구분하여 각 영역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하여 전체 수행점수를 산출한다. 반면에, 총괄채점은 피험자의 수행에 대한 전체적수준에 대하여 하나의 종합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주로 논술시험의 채점방법에 관한 선행연구는 분석채점이 높은 채점자 신뢰도를 보이며, 전체 점수뿐만 아니라 세부 영역에 대한 학생수행정보를 제공하는 장점을 갖는 반면, 총괄채점은 개별요소보다는 이들이 모여 종합된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장점을 보인다. 음악회에서공연되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질은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 각 파트 연주의 탁월함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Mullis (1984)의 비유처럼,진단, 검사, 처치로 이어지는 임상과정은 세부 영역의 정확성과 함께 전체 과정의 효율성, 효과성 등이 동시에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다. 즉, 임상능력평가를 위한 채점방법은 평가의 목적과 채점기준표의 구성, 평가결과의 활용에 따라 분석채점과 총괄채점이 선택적, 종합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현대 컴퓨터기술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문항형식의 조합,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보탐색기능을 활용하여수행평가의 채점에서 사람을 대신한 기계 채점의 도입은(Lane,2010) 객관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 노력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평가결과보고의 객관성


학생평가의 최종 단계는 평가결과를 학생, 학부모, 및 교육기관에 보고하는 것이다. 앞서 논의된 문항형식과 내용, 시행절차, 채점등의 과정이 평가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절히 설정되어야 하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결과의 보고 또한 평가의 목적과 활용에 의하여결정된다. 예를 들어, 학과목 내용에 기반하여 평가가 실시되었다면, 평가결과는 교수학습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로 적절한 시간에 제시되어야 하며, 평가의 목적이 모든 학생의 능력수준을 구분하는 서열화에 있다면, 학생 전체의 능력수준과 개인의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점수 척도(예, Z점수, T점수)가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생평가에서 강의자는 다양한 평가방법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객관식 시험, 퀴즈, 임상실습, 출석 등과 같이 네 가지방법으로 평가를 실시하였다면, 최종 학생평가결과를 산출하기 위하여 네 가지 점수를 어떤 식으로 종합할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각 시험의 만점을 25점으로 설정하여 합산하면 100만점의 최종점수가 결정될 것이다. 이때 만약 출석과 퀴즈에서 모든 학생이동일한 점수를 받았다면, 실제적으로 최종점수는 객관식 시험과임상실습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경우, 형식적으로 네 가지 평가요소가 각 25%로 동일한 비중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학생 변별을 위한 실제적 요소는 객관식 시험과 임상사례 토의에만 해당되며, 출석과 퀴즈의 실제적 평가 가중치는 0%가 된다.의학교육은 매우 복잡한 교육과정을 포함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평가방법을 활용하여 학생정보를 수합한다. 그러므로 교육적 의사결정의 객관성을 위하여, 각 평가요소에 대한 명목 가중치와 실제가중치에 대한 계획이 명확히 설정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려할 사항으로는, 학생평가가 학생들을 서열화하여세부적으로 변별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가, 혹은 준거(criterion)에의하여 기본필수능력을 성취했는가를 중시하는가에 따라 평가 결과의 산출과 보고방식이 다르게 설정된다. 규준참조평가(normreferenced tests)의 경우 상위, 중위, 하위 모든 능력수준을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평가의 구성과 점수산출이 요구되는 반면, 준거참조평가(criterion referenced test)는 비/통과를 결정하는 기준선의 객관성이 주요한 관심 대상이 된다. 의학교육이 전문가 및 직업교육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본필수능력의 습득 여부가서열적 정보보다 학생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준거참조검사의 기준점수를 결정하는 준거설정(standardsetting)은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의사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다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인 준거설정에는 매우 다양한 방법(예, Bookmark 방법, 수정된 Angoff 방법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준거점수가 의미하는 피험자의지식, 능력수준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Kane, 2006).즉, 준거점수에 해당하는 지식과 능력수준이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이에 대하여 전문가, 교육자들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 준거점수를 기준으로 한 교육적, 행정적 의사결정은 객관성을 담보한다.


마지막으로 평가정보의 내용과 명세화 수준은 교육과정에서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목적에 따라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와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로 구분된다. 형성평가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 및 강의자에게 수시로 피드백(feedback)을 제공하여 교육과정 및 수업을 개선시키는 평가를 의미한다. 또한, 형성평가의 평가결과는 학생에게 학업동기를 유발하고, 자기주도적학습능력을 함양하게 하고, 사고능력을 배양하는 피드백의 역할을 한다. 교수자와 학습자의 의사소통이라는 피드백으로서 평가결과는 학생의 서열뿐만 아니라, 시간 흐름에 따른 발전 정도, 또한 학업에 대한 정의적 태도 등의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즉, 매번의 학생평가가 졸업과 진급과 같이 합격/불합격의 결정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면, 평가의 교육적 활용(교수학습의 개선, 학생 학업동기 배양등)이 결과 보고에 고려될 때 결과타당도(consequential validity,Kane, 2006)라는 측면에서 평가의 객관성이 확보된다.


요약하면, 평가의 마지막 단계인 결과보고에서는 

  • 다양한 평가요소의 합산을 위한 실제 가중치 수준, 
  • 준거참조검사에서 준거기준에 해당하는 학생수행의 수준에 대한 명확한 설정,
  •  형성평가와 총괄평가와 같은 평가 목적의 구분이 

필요하다.



결 론


이 논문에서는 의학교육 학생평가의 문항형식, 문항내용, 시행절차, 채점, 결과산출에 관하여 전통적인 지필시험과 수행평가를 대비하여, 신뢰도와 타당도를 중심으로 학생평가의 객관성에 대하여논의하였다.


문항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수행능력을 강조하는 의학교육은 수행평가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OSCE는 전국 규모의자격시험에 활용될 정도의 표준화가 마련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있다. 또한, 현대 컴퓨터기술(시뮬레이션, 네트워킹, 인공지능 등)의발달은 표준화 환자의 수행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항내용은 평가의 교육과정 대표성과 관련된것으로, 임상평가의 과제 수, 시행시간, 내용적 포괄성과 관련된 문항형식의 고려를 통하여 지속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평가 실시절차 표준화의 목적은 모든 피험자에게 동일한 평가 조건과 기회를부여하여 평가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하는 것에 있다.수행평가결과의 신뢰성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채점자,과제의 일관성을 위하여 많은 노력이 투입된 반면, 평가환경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평가결과 산출을 위한 채점기준표는 학생수행요소를 명시함에 따라, 학생이 수행해야 할핵심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수행과제 자체의 타당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또한, 채점기준표는 평가자의 채점 일관성뿐만 아니라피험자에게 자신의 점수가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를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평가를 통한 학생성취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가의 마지막 단계인 결과보고에서는 다양한 평가요소의 합산을 위한실제 가중치 수준, 형성평가와 총괄평가와 같은 평가목적의 구분,준거참조검사에서 준거기준에 해당하는 학생수행의 수준에 대한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에서 평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는 평가주도 교육과정(test driven curriculum)과 교육과정주도 평가(curriculumdriven test)로 대별된다. 평가주도 교육과정은 학생평가내용이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교육과정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개혁을위한 효율적 정책방향으로 지지되어 왔다. 물론 평가주도 교육과정으로 인한 교육과정의 협소화, 평가 만능화 등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증거기반 교육연구, 성과기반 교육정책과 같은 객관주의적 관점에서 학생평가의 결과는 교육의 성과를 판단하고 교육개혁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학생평가의 객관성은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책무성, 국가 교육정책의 효과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의학교육은 일반 교육의 공공성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양성이라는 사회적 책무성을 포함함에 따라 학생평가의 객관성이 더욱 강조된다. 학생평가의 객관성은 평가계획의 수립에서 결과보고에 이르는 전 과정의 내용적, 절차적 타당성에 근거한 것으로,Shepard (2000)는 학생평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바람직한 학생평가를 위해서는

    • 첫째, 학생의 사고능력 및 실제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제가 주어져야 하며, 
    • 둘째, 학습결과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을 다루어야 하며, 
    • 셋째, 수업과 통합된 지속적 활동이어야 하며,
    • 넷째, 학생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형성적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 다섯째, 학생들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명확히 확인시킬 수 있어야 하며, 
    • 여섯째, 학생들이 자신의 수행을 평가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 일곱째, 학생학습뿐만 아니라 수업개선을 위하여 평가결과가 활용되어야 한다.


Shepard의 제안은 전통적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모두에 적용되는 것으로, 학생평가의 교육적 활용을 강조한다. 평가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수집된 학생의 말, 행동, 반응 등은 그 학생이 보다 넓은범위에서 무엇을 알고, 할 수 있으며, 어떤 능력을 갖는지에 대한 추정의 근거가 된다. 이러한 추정의 정확성이 학생평가의 객관성을 의미하며, 이는 학생평가를 구성하는 문항형식, 문항내용, 시행절차,채점, 결과산출 과정이 논리적, 실천적으로 평가목적에 부합하였는가로 귀결된다.






This paper addressed various issues related to the objectivity of student assessment in medical education. The

objectivity of assessment was related to all the steps of test development, administration, and results reporting

in terms of reliability and validity. Specifically, the objectivity of item formats, representativeness of test content,

standardization of test administration, consistency of scoring procedures, and appropriateness of reporting test

results were discussed by comparing performance assessment with traditional paper-and-pencil tests. The conclusions

were derived from current measurement theories such as standards-based assessment, evidencebased

design, and outcome-based assessment. Further, based on Shepard’s propositions (2006), the objectivity

of student assessment could be achieved by improving the concordance between educational objectives and

assessment components such as item types, test contents, and test administration, scoring, and reporting.

Keywords: Objectivity, Reliability, Student assessment, Validity

의사면허 실기시험 제도의 성과와 과제

The Effects and Challenges of Clinical Skills Assessment in the Korean Medical License Examination

김종훈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실

Jong Hoon Kim

Office of Medical Education, Inh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ncheon, Korea





서 론

우리나라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이 도입된 지도 4년이 지나고, 2013년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노력한 결과 실기시험은 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의학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시행과정과 그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개선방향을 정리할 필요성이제기되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연구보고서와 논문 등을바탕으로 실기시험 도입의 취지와 그 준비과정, 그동안의 실제 시험의 시행 경과, 실기시험 도입에 따른 영향과 성과 등을 간략하게 기술하고, 저자 나름의 실기시험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실기시험 도입의 취지


의사면허 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실제로 실기시험을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저자가 판단하기에 이러한 필요성이 대두된 근본적인 원인은 1970년대부터 미주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의학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Caraccio et al., 2002). 20세기 초 의학교육은 Flexner의 연구보고에 따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기존의 비체계적인 도제식 교육과정을 체계적인 구조와 과정에 기반을 둔 교육과정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십 년이흐른 1970년대부터 새로운 의학교육의 흐름이 태동하기 시작했다.이는 대중과 사회로부터 의사 스스로가 사회가 원하는 의사로서적격(competent)한지 책임(accountability and responsibility) 있게담보하라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의 적격성(competency)을 정의하고 적격성을 구성하는 속성(attributes)을 파악하며 각 속성마다 일정 기간(의학대학 재학기간 혹은 전공의 수련기간) 안에 달성해야 할 수준을 설정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더하여 이러한 교육과정을 마친 결과 실제로 그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각 속성별로 검증하기 위한 평가(measurement of outcomes) 전략을 모색하게 되었다.의학교육의 적격성을 구성하는 속성은 흔히 Miller가 제안한 pyramid로(Figure 1) 설명되고 있다(Miller, 1990). 그러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러한 속성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략이 마련되지 않아 평가가 필기시험을 통한 ‘know’와 ‘know how’ 영역의속성에 국한되어 왔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구와 임상경험을 통하여 몇 의사들의 경우 지식은 풍부하나 환자로부터 의학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능력이나 환자와의 의사소통능력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Ramsey et al., 1998; Stillman et al., 1986, 1990;Suchman et al., 1997). 그리고 이러한 능력의 부재가 의료과오나 실수에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Beckman et al., 1995; Moore etal., 2000; Vincent et al., 1994).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Figure 1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4가지 영역의 속성 중에서 더 높은 직업적 신뢰성(professional authenticity)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pyramid의 상위 속성인 ‘showshow’와 ‘does’ 영역의 속성을 평가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직업적 신뢰성이란 어떤 평가의 내용과 형식이 평가를 받는 사람의 일(work)과 관련된 능력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knows how’의 영역보다는‘shows how’의 영역이 평가를 받는 사람의 직업적 신뢰성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여기서 ‘shows how’의 영역은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표준화 환자나 기계적 simulator를 이용한 실기평가로 1990년대부터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OSCE)나 임상수행평가(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CPX)같은 방법이 널리 전파되면서 이 ‘shows how’의 영역에 속하는 속성들이 실제로 평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 ‘Does’는 습관적인 실행에 있어 실제 수행(actual performance in habitual practice)을 의미하는데 이 영역이 ‘shows how’에 비하여 직업적 신뢰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으나 ‘does’ 영역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받는 평가이므로 의사면허가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일정한 체계를 갖추어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의학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알려지면서‘shows how’ 영역 평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OSCE, CPX와 같은평가방법이 실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각 학교별로 혹은 여러 학교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실기시험을 시행하게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기본의학과정을 수료한 사람이 실제 상황에서도 의사로서 적절한 수준의 임상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검증함으로써 의사의 직업적 신뢰성을 담보하고자 의사면허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실기시험 도입을 위한 준비과정


국가면허시험으로 실기시험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컨소시엄 차원의 준비보다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했다. 그 기술적인 내용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서 발간한 백서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Kim KS, 2011). 본 논문에서는 준비과정을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각 과정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1. 연구사업


1999년부터 실기시험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여러 연구가 수행되었다. 먼저 의사국가시험에서 임상수기 수행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의사시험을 당시의필기시험 일단계 평가에서 다단계 평가로 이행하면서 여기에 필기이외의 단계로 실기시험을 시행하는 방안의 타당성과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행되어 다단계 시험을 시행할 경우 실기시험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시험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사항과 다양한 시험의 시행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이후에 모든 진료문항에 공통적으로 사용될 환자의사관계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개발연구와 실기시험의 합격기준 설정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연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물이 현재 실기시험에적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실기시험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 시험문항 선정


2006년 당시 한국의과대학장협회에서 발간한 학습목표집과 실행방안연구를 바탕으로 1차 의사 수준의 환자진료능력을 평가할수 있는 항목을 추출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표현으로 분류하여 진료문항(초기에는 CPX문항이라고 명명함)의 제목(예를 들어,복통, 발열 등)을 결정하였으며, 1차 의사 수준에서 시행할 수 있어야 하는 단순임상술기와 진찰방법을 추출하여 수기문항(초기에는OSCE문항이라고 명명함)의 제목(예를 들어, 기관 내 삽관, 복부진찰 등)을 결정하였다. 1차로 선정된 문항들을 대상으로 빈도와 위험도 같은 임상적인 중요도, 시험에서의 실현 가능성, 의과대학의교육상황 등을 감안하여 최종적으로 실제 시험에 사용될 문항을결정하였다.



3. 시험문항 개발


진료문항은 일차적으로 각 임상표현의 환자를 주로 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가에게 환자 연기를 위한 시나리오와 수험생의 진료행위를 평가하기 위한 채점표를 의뢰하여 초고를 받은 후에 문항심의위원회의 집중 심의작업을 통하여 문항의 완성도를 높였으며문항들 간의 구조와 내용에 있어 통일성을 기하였다. 수기문항도각 문항의 전문가에게 수험생이 특정 술기나 진찰을 완수하기 위해 시행해야 하는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채점표를 의뢰하여 초고를 받은 후에 문항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하여 1차 의사가 수행할 수있는 수준으로 완성하였다.



4. 평가체계 개발


일정 기일 내에 많은 수의 수험생을 평가하면서도 진료와 수기로여러 영역의 문항을 고루 평가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하여 최대한 많은 문항을 사용하기 위한 평가체계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진료문항과 수기문항을 각 6개의 범주로 나누고, 각 범주에서 1개 문항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총 12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문항 set를 상당수 만든 후에 진료와 수기문항에서 같은 내용을 평가하는 문항이 있는지 검토(예를 들어, 진료 영역의 복통문항과 수기 영역의 복부진찰문항이 한 set에 있는 경우)하여 평가내용이 겹치는 문항이 없도록 조정하였다.



5. 예행연습


실제 평가를 시행하기에 앞서 준비상태를 점검하기 위하여 3차례 예행연습을 시행하였다. 첫 예행연습은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된 평가체계가 실제 시험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는지를 집중 점검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예행연습은 점차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실기시험이 시행될 국시원 실기시험센터에서 시행되어 센터의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교수 채점위원과 표준화 환자의 채점을 비교 검토하여 진료문항은 표준화 환자가, 수기문항은 교수 채점위원이 채점표를 완성하기로 결정되었다.또한 예행연습을 통하여 수집한 평가결과자료를 이용하여 연구사업을 통하여 제안된 합격선 결정방법을 실제로 적용하여 실제 시험에 사용이 가능함을 검증하였다.


이 외에 실기시험의 시행을 홍보하기 위해 의학교육학회에서 실기시험 시행에 대한 토론회를 하였고 각 대학에는 국시원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예행연습을 위해 각 대학에 참가학생을 모집하는 과정과, 그리고 준비과정에서 한국의과대학 . 의전원협회와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였다. 시험의 시행시기는 법률상 4학년 학생에게 졸업예정자의 자격이 주어지는 졸업예정일 전년도 9월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실기시험의 시행 경과


2009년 9월에 처음으로 약 50일간에 걸쳐 3,500여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기시험이 시행되었으며 작년까지 4년간 시행되었다.실기시험의 시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문항의 개발, 시험에 사용될문항의 선정과 수정, 표준화 환자 훈련과 수기문항을 위한 기구 준비, 시험의 시행, 합격선 설정, 시험에 사용된 문항의 정리 등의 작업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새로운 문항의 개발과정은 위에서 ‘시험문항 개발’과 거의 동일하므로 여기서는 다른 작업에 대하여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1. 문항 선정과 수정


진료문항의 경우 기출문항과 새로 개발된 문항을 대상으로 당해 연도에 사용될 문항을 6개의 범주에서 골고루 선정한다. 선정된문항을 문항 심의위원들에게 전문성과 경험을 기준으로 분배하여1차로 점검을 한 후에 시연(1차 점검본으로 표준화 환자를 훈련시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수험생 역할을 하고 다른 심의위원이 채점자 역할을 하며 문항을 점검하는 과정)을 통하여 문항의 문제점을발견하고 2차로 다시 수정을 한 후에 심의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토론을 거쳐 실제 시험에 사용될 최종문항을 완성한다. 시연 후에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거나 중요한 수정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시연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때 새로 개발된 문항은 기존문항과의비교 검토를 통하여 채점표의 내용이나 난이도 등의 측면에서 기존문항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한다.


수기문항의 경우 기존 시험에 사용되었던 문항은 다음에 기술할‘시험 후 문항정리’ 작업에서 수정을 마치고 다음 해에 다시 문항심의를 거쳐 재사용 여부가 결정되는데, 필요할 경우 시연을 하여 문제점이 있는지 다시 점검한다. 새로 선정된 문항은 진료문항과 같은 경로로 1차 점검을 마치고 시연을 통하여 문항의 문제점을 점검한 후에 2차로 수정을 한다. 이후 기존과 신규 수기문항 모두 심의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토론을 통하여 최종문항을 확정한다. 앞서‘평가체계 개발’에서 기술한 것처럼 이들 진료와 수기문항을 조합하여 각 수험생이 수행할 시험 set를 완성한다.



2. 표준화 환자 훈련


위에서 기술한 문항심의작업을 거쳐 당해 연도에 사용될 진료문항이 확정되면 이에 따라 표준화 환자의 모집이 이루어진다. 모집된표준화 환자들은 국시원의 표준화 환자 교육자와 대학교수로 이루어진 교육위원들로부터 표준화 환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훈련은 배당받은 진료문항의 환자로서 행동하기, 채점표 완성하기로이루어져 있다. 몇 차례 훈련을 마친 후에 교육위원으로부터 합격판정(문항의 환자를 올바르게 표현하고 채점표를 정확하게 완성)을 받은 표준화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시험을 시행하기 전에 여러교육위원이 최종 예행연습을 시행하여 여기서 최종 합격을 받은 표준화 환자가 실제 시험에 투입된다. 훈련과정이나 최종 예행연습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표준화 환자는 재훈련을 실시하여 다시 판정을 받는다. 여기서 합격 판정을 받으면 시험에 투입되지만 불합격판정을 받으면 표준화 환자를 교체하여 다시 훈련을 시행한다.



3. 시험의 시행


대개 9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50여 일간 하루에 최대 3회(한 회에24명씩, 2개 center에서 각 12명씩) 72명의 학생이 시험을 보게 된다.수험생은 진료문항과 수기문항 중에서 각기 6개가 추출된 모두 12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시험 set를 진료문항과 수기문항을 번갈아가며 수행하게 된다. 진료문항에서 표준화 환자를 진료한 수험생은 바로 이어 사이시험(대개 진료한 표준화 환자에서 감별해야 할 질환과 필요한 진단이나 치료계획을 기술하는 시험)을 완성하고 이어서 수기문항을 수행하고 수기문항을 마치면 바로 다음 진료문항을수행하는 형태로 시험이 이루어진다.

  • 진료문항은 표준화 환자가 짝을 이루어 연기와 채점표 완성을 담당하게 되는데 한 표준화 환자가 환자 연기를 하며 수험생의 진료를 받을 때, 동시에 한 표준화 환자는 시험장 외부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며 실시간으로 채점표를완성하게 된다. 
  • 수기문항의 경우에는 각 대학에서 추천된 교수채점위원이 시험방 내에서 학생의 수기 수행을 관찰하며 실시간으로 채점표를 완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점위원의 문항에 대한 개선 의견도 취합하고 있다.


매 시험일 각 시험 center마다 1명의 책임채점위원이 전체적인 시험의 진행을 감시하며 돌발사항이나 채점 시 의문사항 등에 대하여대처하고 있다. 책임채점위원은 사이시험의 채점도 담당하고 있다.



4. 합격선 설정


모든 수험생이 시험을 마치고 모든 자료가 정리되면 매년 시험에사용된 모든 문항에 대하여 각 문항마다 그 문항의 합격점수를 결정하게 되며 이를 토대로 각 수험생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상세한 합격점수 결정방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제2009-106호)로 공표되어 있다. 각 문항의 합격선을 결정한 후에는 각 시험set에 따른 점수와 합격률 등을 분석하여 특정 시험 set에 따른 편차가 있는지를 재차 검증한다.



5. 시험 후 문항정리


시험에 사용된 문항에 대하여 시험결과 채점표 항목에 대한 학생의 반응도와 표준화 환자나 채점위원의 의견 등을 분석하여 시나리오나 채점표가 표준화 환자의 연기나 평가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수정 보완이 가능한지를 논의하여 문항정리를 하고문제은행에 입고한다.



6. 문항 풀 관리


수기문항의 경우 새로운 시험항목이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문항을 만들고 있으며 몇 개의 특수한 문항의 경우 동일항목에 여러 형태의 문항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문항을 관리하고 있다. 진료문항의 경우 새로운 시험항목과 기존문항에 대하여 일정 수의 신규문항을 만들고 있으며 차후 충분한 수의 문항이 확보되면 오래된 문항의 도태를 고려하고 있다.




실기시험 도입에 따른 영향과 성과


지난 2011년에 저자도 참여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토론을 통하여실기시험의 성과를 분석하는 연구가 시행되어 그 결과가 보고서와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Park, 2012). 여기서는 그 내용을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설문조사결과 실기시험의 도입은 각 학교의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술기를 실습하기 위한 공간을 갖춘대학이 크게 늘어났으며 임상실습 준비과정, 임상술기평가 등을교과과정에 도입한 대학도 많아졌다. 그리고 임상술기 시험을 시행하기 위한 각 지역별 컨소시엄에 거의 모든 대학이 가입하면서 컨소시엄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졸업자격을 검증하는 평가에 실기시험이 포함되게 되었다. 임상실습에 있어서도 학생이 환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되었으며 교수들이 실습에 참여하는 시간도 늘었다고 답하였다. 교수와 간호사, 환자를 대상으로 실기시험을 도입한 후에 배출된 수련의나 전공의에 대한 평가를 물은결과 기본 임상술기, 환자에 대한 태도, 자신감,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전에 비해 향상이 되었다는 응답이 있었다. 반면에 의료과오나의무기록 작성능력에는 의사실기시험의 도입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기시험에 합격하여 의사가 된 수련의나 전공의들은 실기시험을 위한 준비과정이 자신의 일차의료 능력 배양,환자와의 대화능력 향상, 전반적인 임상능력 배양에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였다.


전문가 집중 토의모임에서는 의사실기시험의 도입이 의학교육의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측면이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실습의내실화 등 변화의 정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발전과 정립이필요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또한 새로이 수련과정을 시작하는 의사가 과거에 비해 임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고 실제 수행능력도 좋아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을 더욱 계발하고 발전시켜야 할 교육체계의 미비로 향상되었던 능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퇴보하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졸업 후 교육을 더욱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2004년도에 의사면허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한 바있는데 Hauer et al. (2006)은 미국 내 25개 의과대학의 학생교육 지도자와 반구조화된 대담을 하여 이를 분석한 결과 면허 실기시험의 도입이 각 학교가 임상능력 평가와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역할을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몇 년 후에 발표된 설문조사연구에서 많은대학에서 실기시험이 도입됨에 따라서 표준화 환자의 이용, 각종 수기교육, 임상실습, 교수개발 프로그램이 증가하거나 새로 도입되었다고 답하였다(Gilliland et al., 2008). 대만에서는 의사면허시험에실기시험을 도입한다는 발표가 교육병원의 OSCE 시행에 미친 영향을 설문조사한 연구에서 교육병원의 OSCE가 확대되었으며OSCE를 시행하기 위한 시설도 확충되었다고 보고하였다(Lin et al.,2013). 양국의 예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실기시험의 도입이 교육기관의 실기교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기시험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방안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의사면허시험에서 실기시험이 시행되어 왔다. 모든 평가가 그 목적한 바에 100% 충실하게 시행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제도 시행의 근본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어떤 가치가 중요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실제로 그 대책의실현이 가능한지를 면밀히 따져서 추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야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사국가고시에 실기시험을 시행하는 목적은 개인에 따라 생각하는 바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 실기시험 평가목표 개발연구과정에서 결론을 내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사실기시험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혹은 졸업예정자가 일차의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술기, 태도를 적용하여 환자중심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료를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데 있다(Park et al., 2012).’ 그러므로 수험생이 그렇게 수행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평가의 정확성).실기시험의 특성상 수험생이 어떤 시기와 센터에서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평가에 사용되는 내용이 상당 부분 다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이 평등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평가의 공정성). 현재 국가시험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제도나시설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여러 연구와 회의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각각의 과제를 정확성과 공정성의 개선 측면에서그 필요성을 기술하고 실제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저자의 의견을 기술하였다.


먼저 제도의 개선으로 실기시험의 시행을 상시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되는 의사국가시험은 필기시험이든 실기시험이든 졸업예정자(최종학년 학생으로 6개월 이내에 졸업이가능한 자)나 졸업생에게 1년에 단 1차례의 응시 기회만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1회의 시험에서 불합격의 판정을 받으면 정식 졸업 후 교육과정(여기서는 수련과정을 말함)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다음 시험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교육의 공백기간이 생긴다. 그런데 미국은 수험생이 첫 응시에 불합격하더라도 1년 이내의 기간에 다시 응시할 기회가 두 차례 더 부여되고 있으며(United States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2012) 캐나다의 경우에는 졸업 후1년 이상의 수련을 받은 후에 응시할 수 있으며 1년에 응시 기회는봄, 가을로 2회만 부여되지만 이 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수련이 중지되는 것이 아니므로 수련을 마치고 독자진료를 하는 시점까지 수련의 중단 없이 여러 차례의 응시 기회가 부여된다(Medical Councilof Canada, 2013). 우리나라도 단 1회가 아니라 수험생이 첫 응시에 불합격하더라도 졸업하기 전에(이미 졸업생이라면 다시 1년을더 기다리기 전에) 다시 응시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국과 같은 상시시험 제도의 도입이 연구된 바 있다(Han et al., 2010). 상시시험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의사로서의 실력 이외에 다른 조건에 의하여이익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예를 들어 원래 실력은 부족하지 않으나 시험 당일의 수험생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으로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당일의시험문항이 수험생의 실력 중에서 제일 취약한 분야에서만 출제되는 경우, 당일의 시험문항이 다른 날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경우 등은 수험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험생의 실력이 부족한데 당일의 시험이 다른 날에 비해서 난이도가 낮으면 운이 좋아서 시험에 합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문항을 사용하여 수험생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 1회의 시험만으로는학생의 실력이 정확하게 합격할 수준을 상회하는지 모든 학생에게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보장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시시험을 도입한다면 ‘운’보다는‘실력’이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시험제도를 수정할 수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행 합격선 결정방법에 의하면 각 문항의 합격선을 결정할 때 위원들이 제시한 합격선을 평균하여 그 값에서 표준오차를 빼도록 규정하고 있다(MinistryHealth and Welfare, 2009). 이는 합격선 설정과정에서의 오류가 수험생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오히려 평균에서 측정오차를 더하여 합격선을 설정하고 있다(Smee &Blackmore, 2001). 이는 기준을 엄격하게 하여 수험생이 ‘운’이 좋아서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단 수험생이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실력’이 있는데 ‘운’이 없어서 불합격한 경우라도 정식 교육의 단절 없이 다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므로 정식교육이 단절되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해서는 큰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상시시험을 도입하고 합격선을 현재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면 ‘운’이 좋아서 합격하는 경우를 줄이면서도, 학생이 ‘운’이 없어서 불합격하여도 정식교육의단절이라는 엄청난 불이익을 줄일 수 있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사항이 많이 있다

    • 우선 법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데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졸업 예정 6개월 전부터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되어 있는데 상시시험이므로 최소한 이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릴필요가 있다(Korea Ministry of Government Legislation, 2011). 
    • 다음으로 이런 상시시험제도를 감당할 수 있는 국시원의 시설과 특히인력의 보강이 필요하다. 
    • 또한 시험센터의 운영, 합격선 결정방법등 세부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상시시험제도가 도입되면 학생 1인당 시험시간을 현재보다 더 연장(시험문항 수 확대와 문항당 소요시간 연장, 모의시험[pilot test] 문항 도입)하고 시험의 형태도 더평가에 적합한 형태(진료수기 결합형 문항, 진료 후 구두시험 등)로개선하는 데 필요한 여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상시시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더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도 먼저 시험을 본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시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고(Baek &An, 2011) 앞으로 제기될 소지도 다분하다. 수험생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결코 찬성할 수는 없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저자는 그들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정보를공유하는 연유에 다음과 같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수험생은 한 번의 시험에서 불합격하더라도 경력의 공백 기간 없이 다시 응시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의 시험 실패가 수험생에게 1년의 공백기를 가져온다. 다시말해 시험을 앞둔 우리나라의 수험생이 느끼는 합격에 대한 절박함이 미국이나 캐나다 수험생보다 매우 클 것은 자명할 것이다. 특히시험의 실패가 병역 처분과 관계가 있다면 그 절박함의 강도는 훨씬 강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높은 도덕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합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수단이있으면 그 수단이 비도덕적이라고 하여도 은밀히 시행할 수 있다면수험생이 이를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상시시험을 시행한다고 해서 정보의 공유가 근절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외국에서도 시험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의사국가시험을관장하는 the national board of medical examiners (NBME)의 소식지에 학생을 대상으로 한 ‘Sharing isn’t always caring’이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은 의사로서의 직업정신을 생각하여 정보공유를 자제하고 공유를 발견하면 신고해 달라는 내용이다(NationalBoard of Medical Examiners, 2010). 이런 호소가 얼마나 수험생의 공감을 얻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험을 상시화하여 단번에 합격해야만 경력과 교육의 단절을 피할 수 있다는학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저자의 생각으로는 학생이 비도덕적 수단에 의존하고자 하는 절박함도 줄어들 것이고 무엇보다도 시험을주관하는 입장에서 더욱 떳떳하게 수험생에게 의사로서의 도덕성과 직업정신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진료수기 결합형 문항과 같은 새로운 형식의 문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형식의 문항이 필요한 이유는 정확성의측면, 즉 실제 의사가 진료현장에서 발휘해야 할 능력을 보다 현실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서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현행 수기문항의경우 많은 문항에서 실제 환자에게 어떤 수기를 시행할 때 수기를시행하기 전에, 수기를 시행하는 중에 그리고 수기를 끝낸 후에 반드시 동반될 수밖에 없는 환자의사 사이의 의사소통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험의 운영상 수기문항에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어 그 시간에 학생의 술기 테크닉과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모두 평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환자의사관계는 대개 진료문항을 통하여 평가되고 있으므로 현 시험에서도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보다 침습적인 시술을 해야 하는 술기를 시행함에 있어 의사소통은진료 시 의사소통과는 다른 측면이 있으므로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시험운영체계의 개선을 모색할 때 현재의 수기문항은 가능한 수기 자체의 수행과 그 수기를 시행받는 모의환자와 의사소통을 결합하는 형식의 평가가 가능해지는 방향으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진료수기 결합형 이외에도 진료문항과환자상태보고나 구두시험 결합형 문항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또 진료문항에 있어 표준화 환자의 특성상 표현 가능한 신체진찰소견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표준화 환자로는 표현 불가능한 소견(예를 들어, 심 잡음이나 비정상 폐음, 직장수지검사나 골반내진검사의 이상소견 등)도 현재 개발되고 있는 기술을 이용한다면 보다 풍부하게 문항을 만들 수 있다(Cardionics, 2012; Verma et al.,2011).



현행 시험제도에서는 새로 개발된 문항을 실제 시험에 사용하기전에 모의시험을 시행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물론 문항심의와 표준화 환자 훈련, 최종 예행연습을 통하여 시험에 사용하는 데 문제가없는지 철저히 검증을 하고 있지만 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문항을분석하기 위해 실제 수험생을 대상으로 문항을 점검하는 모의시험을 시행할 방법이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새로 출제되는 문항을 평가에 사용되는 문항과 섞어서 실제 국가시험에서 수험생이이 새 문항에 대하여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자료를 축적하여 실제시험에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다(Han etal., 2012). 이는 새로운 문항이 정확하게 수험생의 능력을 측정할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장차 시험의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고자 할 때 새로운 형식의 문항도입과 수험생을 상대로 새로운 문항에 대한 모의시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채점체계의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 시험운영방식에 의하면 수험생이 표준화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사이시험에감별진단과 앞으로의 진단이나 치료계획을 5분 내에 기술하도록되어 있다. USMLE step 2 clinical skills (CS)의 경우 표준화 환자를진료한 후 10분 내에 중요한 병력과 신체진찰소견, 감별진단과 앞으로의 계획을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 더하여 감별진단에는 반드시수험생이 이런 감별진단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병력과 신체진찰소견상의 근거를 3개 이내로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이시험에 병력과 신체진찰소견을 기술하도록 하고 그 점수와 병력, 신체진찰 점수 간의 관련성을 조사한연구결과 관련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Kim JH, 2010,2011). 이는 학생이 병력을 통하여 환자에게서 어떤 질문을 했는지,그리고 어떤 신체진찰을 했는지와 병력이나 신체진찰을 통하여 얻은 정보의 중요성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큰 관련성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의 임상적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측정하려면 사이시험에 병력과 신체진찰을 주요 소견을 기술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실기시험에서는 학생의 정보획득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학생이 표준화 환자에게 특정 정보를 얻기 위한 질문을 했는지(혹은 표준화 환자에게서 어떤 정보를 들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checklist 형태의 채점표를 사용하고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USMLE step 2 CS에서는 이 병력 checklist를 폐지하고 병력청취에 관한 부분은 사이시험을 통해서만 평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시행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지난2011년 NBME의 assessment scientist인 Ann King이 강의에서 그이유의 하나로 표준화 환자가 다양한 수험생의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보다 실제 환자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하였다(Lewis, 2011). 우리나라에서도 표준화 환자가 병력채점표를 정확하게 완성하기 위해 수험생이 특정 질문을 했는지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면 표준화 환자의태도가 실제 환자와 괴리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현행 실기시험의 채점체계가 평가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크게 저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다 시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채점표와 사이시험체계의 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시험운영체계를 개선하여 모의시험이 가능해진다면 반드시 그 시행 가능성과효과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결 론


이상에서 현행 우리나라의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앞으로의개선 과제를 열거하였다. 결국 현행 제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 자체를 통하여 개선책(새로운 형태의 문항도입, 채점체계의 개선 등)의 효용을 검증하는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런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시험운영체계의 개선(실기시험 상시화, 실기시험 중에 모의시험 도입 등)이필수적이다. 이를 통하여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수험생의 실기능력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Clinical skills assessment was recently introduced to the Korean Medical License Examination to test medical

school graduates’ competencies in clinical skills. Various measures, including research and rehearsals, had been

undertaken to prepare for the assessment for several years before the clinical skills assessment was first implemented.

The assessment has been repeated annually for about 3,500 examinees over the course of 50 days per

year for the past 4 years. The introduction of the assessment had significant effects on education in Korea’s

medical schools. Many schools have established clinical skills labs and the teaching of clinical skills has also

been strengthened. The residents who have taken the clinical skills exam now express more confidence in caring

for patients. To improve the quality of the assessment, it should be performed on a year-round schedule and

a pilot test and various forms of the items should be introduced.

Keywords: Clinical competence, Assessment, Licensure, Medical


의사면허 필기시험 제도의 성과와 과제

Major Reforms and Issues of the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Systems in Korea

백상호

가천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과

Sang-Ho Baik

Department of Anatomy, Gachon University Medical School, Incheon, Korea



서 론

우리나라에 의사시험(공식 이름은 의사국가시험)제도가 처음도입된 것은 반세기 전인 1952년이다. 그 뒤 62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의사시험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이에 따르는 시련과갈등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의사시험은 많이 개선되었으며 그 주된내용은 예전에 비하여 시험제도와 시험문항의 질 및 수준이 보다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사시험의 변화는 대학의 의학교육내용, 방법과 학생들의 시험 준비태도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주었다.당시의 변화 과정 속에 나타났던 모든 어려움과 고통, 갈등의 요소가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평가체계 자체의 발전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의식변화도 많이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 큰 변화를 지적하자면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이정부 부서에서 공익 중심의 민간 전문 평가기관으로 옮겨진 것을시작으로 시험목표 설정, 시험과목 수의 감소, 과목별 시험문항 수의 증가, 문항의 질 및 형태개선, 시험장소의 분산, 시험기관의 조직보강 및 업무확장, 시험업무의 전산화, 국제기구와의 협력체계 구축, 실기시험의 도입 등이다.


의사국가시험

의사시험의 기능은 의과대학 교육을 마친 졸업생을 대상으로 기본(1차)진료의사로서 적절한 능력을 가졌는지 여부를 평가하여 이기준을 통과한 사람에게 의사자격을 주고 의료업에 종사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하는 데 있다. 능력평가는 곧 전문지식, 임상수기, 태도, 윤리성과 도덕성 등의 측정을 통해 법 규정에 따른 정답 총계가합격선을 통과하면 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초기 시험의 질과 수준, 측정 범위는 만족스럽지 못하여 이것을 개선하는 데 오랜 기간 동안 의학계의 많은 노력이 기울여졌다.우선 시험과목 수가 너무 많았고 상대적으로 시험문항 수는 적었으며 문항의 형태는 출제 교수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섞여 있었고 과목 간의 중복사항을 검증할 만한 장치도 없었다. 그리고 이모든 것을 하루에 서울에서 시행하였다. 이러한 시험의 문제점을개선하려면 법(시행령, 규칙)을 고쳐야 할 부분도 있었고 문항이 얼마나 좋고 나쁜지 분석(문항분석)을 하는 전문가와 조직도 따라야했다. 그때의 의사시험이 전체적으로 내용수준은 높았지만 문항구성수준이 낮은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사회가 이것을 곧의사의 질과 수준으로 연관시키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의학계 자체적으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개선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과거에 시행한 시험이 내면적으로 의사의 역할 검증을 얼마나 수행했는지는판단할 명확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단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을 시험할 때 갖추어야 할 평가의 기본적인 측정원칙, 평가범위, 절차와 과정 등에는 원리와 논리에 어긋남이 많은 채 수십년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과거의 의사시험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Baik, 1988; Cha, 1993).



시험기관의 신설 및 업무 이관


의사시험은 1952년 제1회 의사시험제도 도입 이후 약 40년 동안은 당시 정부의 한 부서였던 보건사회부 보건원 고시과에서 주관하여 왔었다. 고시과는 소수의 사무직 인원과 시험시행만을 겨우충당할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부서의 몇몇 인원이 꾸려 왔었기 때문에 당시의 정부가 의사시험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시험의 비중을 어디에 두고 다루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의학계에서는특히 의과대학 학장과 의학교육 전문가들의 모임에서는 의견을 집약하여 정부에 대하여 많은 청원과 건의를 하면서 국민의 의료를담당하는 의사의 질을 국가가 보장하려면 시험의 질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오랜 기간을 두고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그 결정권이 주무부서 행정요원 손에 있는 동안은 개선이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입막음에 지나지 않아 큰 틀에서 볼 때 의사시험은 조리가안 맞는 상태로 변화해 왔다. 그러다가 천신만고 끝에 의학교육 평가 전문 교수를 중심으로 한 재단법인 성격의 의사국가시험원이1988년 창립되었다(Korean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Board, 1999a). 그러나 정부는 매우 미온적인 태도로 그 단체의 인가를 약 4년간 끌어오다가 1992년에 들어서야 한국의사국가시험원이라는 이름으로 인가를 하였고 시험위탁기관으로까지 공고를 내기에 이르러 시험개선의 물꼬가 트이게 되었다. 신설된 의사국가시험원에서는 시험업무를 위탁 받을 준비(전문 인력 확보, 과거 시험문항 인수 등)를 마침으로써 실제로 첫 시험을 치른 것은 기존의 문항을 가지고 1993년에야 이루어졌다. 1994년 본격적인 민간평가기관체제에서 새로 개발된 문항으로 시험을 시행하였다. 그 뒤정부는 의사국가시험원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라는 기관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보건원에서 관장하던 나머지 모든 보건의료인 관련 시험(18개 직종의 23개 시험)마저도 이 기관으로 이관하여현재에 이르렀다(Figure 1).





과거 의사시험의 제도와 질


국가기관에서 시행하던 당시의 의사시험은 연속성 없이 매번 위촉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자문에 의하여 나온 의견이 담당자의손에 의해 그대로 결정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험의 제도 및 시험문항의 질과 수준은 일관성도 없었고 개선의 의지도 없었으며 형식적인 문제은행의 보안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무엇보다 의사시험의 가장 첫 단계 핵심은 시험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평가(측정)하려는지 그 의도와 방향이 확고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명확하지않은 채 약 40년 동안 불합리한 제도를 가지고 시험을 치러 왔다. 그중에서도 시험과목, 과목당 문항 수와 배점, 시험시간은 가장 개선이 시급하였고 특히 문제은행 속의 문항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였었다. 당시의 내용을 항목별로 좀 더 깊이 돌이켜보고자 한다.



1. 시험과목


의사국가시험이 시작되면서부터 시험과목은 매우 변화가 많은 길을 걸어왔다. 

  • 1952년 첫 시험을 시작할 때부터 1958년까지는 5개 과목으로 유지해 왔는데 하루 한 과목씩 닷새 동안 시험을 보았다. 그당시에는 기본 핵심과목 4개(내과학, 외과학, 소아과학, 산부인과학)에다 해마다 당해 연도에 공고하는 안과학, 이비인후과학, 피부비뇨기과학이 교대로 선정되었다. 
  • 이것이 1959년도부터는 3개 과목으로줄고(수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 과목의선정도 6개월 전에 공고하는 임의의 3개 과목을 치르도록 하였다. 그당시의 시험과목은 목표 없는 시험처럼 보였다. 어떤 해에는 내과학,정신과학, 이비인후과학이었다가(1959년) 심지어는 외과학, 소아과학, 이비인후과학(1961년) 등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으로 알고있어야 할 비중이 큰 내과학이 온통 빠진 적도 있었다. 
  • 1962년에서1963년까지는 임상 10개 과목으로 늘어났고, 그 후 12개 과목(1964-1970년), 13개 과목(1971-1983년)으로 늘었다가 드디어는 15개 과목으로 늘어났다(1984-1993년). 이러한 갑작스런 과목 증가는 당시 학문의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하여 독립된 새 과목(피부과학과 비뇨기과학 분리, 신경과학과 정신과학 분리, 임상병리과학과 마취과학의신설, 예방의학과 의료법규의 분리 등)의 주장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의사시험과목에서 빠지면 정체성이 낮아진다는 이상한 위축감, 열등의식이 작용하였다. 이것은 의사시험이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대하고 큰 목표에 따라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보건부 차관이 주관하는 의사시험위원회에서 위원 교수들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결정해 버렸던 현상의 결과이며 의학계가 자업자득한 것이었다(Figure 2).





시험시간은 일정한데도 과목은 자꾸 늘어나면서 문항 수와 배점에도 불균형이 생겼고 바로 불합리한 상태로 굳어져 갔다. 가령 보기를 들어 1964년에 치러졌던 17회 시험은 과목이 12개로 총점이 250점이었는데 문제 수는 각 과목마다 꼭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시간(하루)에 제약이 있어 250문제로 결말이 났다. 이것을 각과가 한 문제라도 더 가져가려고 치열한 논쟁 끝에 문제당 0.5점씩이라도 좋으니 꼭 그 수를 채워야 한다는 요구에 이상한 배점계획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문제형태도 전 해(1963년)까지 모두 주관식 형태였으나 객관식 문제를 섞어서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주관식과 객관식문제를 일정 비율 섞어서 출제하게 되었다(Table 1).





2. 시험기간 및 장소


초창기에는 주관식 3-5문제를 서술하는 형태로 냈기 때문에 제1회의 경우 시험기간도 하루 한 과목씩 5일간(분량은 무제한)이었고그 다음 회부터는 2-3일이었다가 1966년 제19회 때부터는 여러 과목이 하루에 치러졌다. 시험장소도 1990년까지는 서울에서만 시행되었다. 지방대학의 학생들이 낯선 서울에 올라와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숙소 확보, 많은 학생들의 안전하고 빠른 이송문제,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등 수험생에게 부담도 컸고 경비지출도 많았다. 그러나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서울 한 곳이 편리하고 지방에 맡기면보안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그 제도를 지속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전국의과대학장협의회의 간곡한 요청과 함께 집행할 예산이 모자라면 의학계가 경제적 부담도 하고 교수들의 자율적 교차 감독을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하면서 분산 시행 안을 내놓았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1991년부터 서울, 부산, 광주 3곳에서 분산 실시하였다.그러나 시행 장소를 확장하는 것은 더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소위 필경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시험출제 장에들어와 기름종이에 쓰거나 수정하고 등판인쇄로 시험지를 만들어냈었다. 그러나 이미 그 때는 초기지만 컴퓨터를 쓸 수가 있어 의학계 관계 기관에서 컴퓨터를 동원하여 문제지를 작성하였고 프린터로 찍어내는 서비스까지 했었다.


3. 합격률과 합격기준


1952년 제1회 시험부터 1994년까지의 합격률은 평균 89.4% (그중 1983-1994의 합격률은 90-98%)이었으며 최고 98.6%에서 최저57.2%까지 변동의 폭이 매우 컸다(Figure 3). 그리고 합격률이 너무낮았던 해에는 한 해에 두 번 시험을 치른 적도 있었다. 합격기준은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총점의 60% 이상으로 되어 있고 과목도 40% 이하가 되면 불합격에 해당하는 과락(과목낙제)으로 법규에는 정해져 있다. 

  • 그러나 시험과목 수가 늘어나면서(1965-1983) 핵심과목에 해당되는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소아과학, 예방 및법규에 대해서만 과락을 적용하고 나머지는 과락에서 제외시켰던적이 있다.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로 1984년부터 1987년까지는 다시 전 과목 과락제로 바뀌었다. 
  •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생겨1988년부터 1993년까지는 핵심과목은 40%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나머지 과목(특과과목 또는 지원계열 과목)은 내과계열, 외과계열,지원계열로 세 그룹을 지어 ‘그룹과락제’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낸 적도 있다.





의사시험의 제도 변화


1. 의사국가시험원의 설립


의학교육 분야의 숙원이던 민간평가기관(의사국가시험원)의 신설이 드디어 1992년에 이루어졌다(Korean Health Personnel LicensingExamination Board, 1999b). 이 기관은 의사시험을 평가원칙에 입각하여 불합리하던 제도를 개선하고 시험문항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데 있었다. 시험의 제도와 질을 높임으로써 교육기관(의과대학)으로서는 교육에 대한 방향 설정이 의사시험과 일치하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게 되고 의사시험에 합격한 의사에게는 우수한 시험에 통과했다는 전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게 하고 사회적으로는 우수한 의료 인력을 배출함으로써국민(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큰 명분 등 여러 목적을 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민간평가기관이 설립되면서 시험의 질에는눈에 띄게 다른 점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이런 내용을 외국에도 널리 알리게 되었다(Baik, 2001, 2003, 2005). 그 후 의사시험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인정됨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여 시행하던 모든 보건의료인국가시험을 의사국가시험원에 이관하면서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확대 발전되어 현재는 24개 직종 27개 종목의 국가시험을 시행하는 전문평가기관으로 발전되었다(Figure 1).



2. 시험제도의 개선작


설립 이후 처음 3년 동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시험의 수준 향상에 있었다. 의사국가시험의 수준과 질은 전적으로 측정도구인 시험문제의 질에 달려 있었으며 법과 규칙이 이것을 움직이기 어렵도록만들고 있었으므로 첫 번째로 한 일은 주무 부서인 복지부와의 법령, 규정의 개정을 두고 일어났던 갈등이었다. 의사국가시험원이 생겨 업무 이관은 되었으나 시험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법에 묶여 있어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법적 규제를 고쳐달라고요청하는 길밖에 없었고 이 절차에서 주무 부서에서는 수 없이 되풀이 되는 설명과 논리만으로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에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몇 가지 항목은 기어이개선을 하도록 허락을 받아 모순된 내용을 하나 둘 고쳐나가게 되었다(Korean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Board,1999a). 중요한 개선 부분은 시험이 지향해야 할 목표설정, 시험과목 수의 축소, 출제기준표 작성, 문항 수의 증가와 시간연장, 문항형태와 자료형식 교체, 난이도와 분별도의 안정화, 문항 지식수준의조정,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실기시험에 대한 준비 등이었다(Hwang et al., 2001; Lee et al., 2004).



3. 의사시험의 변화 내용


1) 시험업무 개선 목표설정


의사시험을 수십 년 동안 실행하면서도 시험의 목표를 별도로설정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시험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려 왔기 때문에 시험업무의 개선목표 즉, 지향해야 할 목표를 우선 설정했다.그것은 어디까지나 좋은 시험, 좋은 시험의 잣대인 좋은 문항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Baik, 1989, 2002a). 

  • 1) 의사‘기본 임무’에 ‘평가내용’을 맞춘다. 
  • 2) 의사국시원의 해당 분야 ‘문항개발기준’을 따른다. 
  • 3) 시험의 주제는 전체 영역 범위 안에서 고르게 정한다. 
  • 4) 실제 의사 임무에서 필요로 하는 영역을 모두 포함시킨다. 
  • 5) 시험형식은 실제상황에 가깝도록 구성한다. 
  • 6) 주제와 내용에 따라 적절한 시험문항의 형태를 선택한다. 
  • 7) 전체 시험문항이 고른 난이도를 가지게 한다.


이 원대한 목표 성취를 위해 기준을 만들 때나 문항개발을 하는교수에게도 이와 같은 개선사항을 당부했다. 이것은 과목에도 통하도록 했고 문항 수, 문항의 내용에도 통하도록 했다. 목표는 평가의 참된 뜻을 반영시킬 두 가지 대표적 개념 즉, 관련성(내용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에 맞춘 항목들이다.


2) 시험과목


  • 1994년까지 15개 과목이었던 시험과목을 드디어 
  • 1995년 7과목으로 줄였고 다시 
  • 2002년에는 3개 과목으로 줄였다(Figure 4). 

이 3개 과목은 이미 교과목이나 진료과목이 아닌 통합형태의 영역이었다. 이것은 과거 시험과목이 곧 의학의 진료과목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교수들에게 기본 핵심과목과 특과과목의 개념 그리고 기본의사와 전문의사의 개념 및 임무 차이에 새로운 암시를 주기 위한것이었다. 당시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별 교육도 서서히 통합교육으로 옮겨가는 트렌드 및 시기와 맞물리고 있어서 몇 해를 두고 시험과목 축소를 진행시킨 결과였다

  • 그 개정된 첫 번째 내용(1995년 7과목)은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소아과학, 정신과학,예방의학, 그리고 보건의약관계법규였다. 
  • 그리고 과목의 개념과 벽을 좀 더 헐기 위해 2002년에는 의학총론, 의학각론 그리고 의약법규의 큰 세 영역으로 축소시켰다. 모든 질병의 진료와 예방은 실제로 기관계통을 중심으로 한 의학교육의 통합된 내용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1차적으로 그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며 그 내용 속에 중요도에 따라 시험문항 수를 조정하는 절차를 밟게 했던것이다. 그리고 총론은 그러한 기관계통을 벗어나서 각론에서 다룰내용의 기초의학적인 영역과 계통의 내용 및 특정 계통에 해당되지 않는 개념의 영역을 한데 묶었던 것이지만 총론은 문항개발자의이해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 임상 각 과목의 개념적인 내용으로대체하여 시작되었다.





3) 출제기준


출제할 때 출제자의 개인적인 의향, 선호보다는 처음부터 정한근거에 따라 출제도 고루 하고 중요성은 강조하고 문항의 성격도 정하는 그런 출제기준표(content outline)가 만들어졌다(Figures 5,6). 시험과목(영역)은 새로 개정된 의학총론, 의학각론, 법규의 큰세 개로 되어 있었고 각 과목 속에 출제할 구성 내용은 대항목(30),중항목 영역(202), 중항목(1,522), 소항목(출제단위)으로 되어 있었으며 소항목은 공개되지 않았고 소항목 속의 출제는 기능, 원인, 기전, 진단, 빈도, 예방, 치료 등이 들어 있게 하였다. 시험출제 항목 속에는 의사로서 기본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기본항목’으로별도로 분류하였다. 이 기본항목은 중항목에 속하면서 매해 되풀이하여 출제되는 의학의 가장 중요한 내용의 문항으로서 출제문항의 약 30%를 차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제은행도 별도로관리하였다. 이것은 전 해에 출제되었다는 이유로 제외시킴으로써사소한 문제는 출제되고 중요한 문제는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꼭알아야 할 사항은 해마다 내어 수험자가 풀이하는 능력을 확인하자는 데 있었다.






4) 문항 수와 시험시간


시험과목이 15개였던 1994년까지는 문항 수가 440개였고 시험시간은 330분이었다. 이것을 과목 수를 7개로 줄였던 1996년에는문항 수는 340개로 정해졌고 시험시간도 400분으로 늘었다. 그 후계속 문항 수를 늘려가면서 시간도 비례해서 늘려 나갔다. 그러나2002년에는 550문항이 되면서 시험시간은 715분이 소요됨으로써시험기간이 겨울철이어서 어두울 때까지 시험을 시행하는 데 현실적으로 제약을 많이 받아 2005년 이후는 더 이상 문항 수와 시험시간을 늘릴 수 없었다(Figure 7). 시험문항 수(length)와 시험시간(duration)은 신뢰성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의 하나인 효율성(efficiency)을 좌우하는 세부 요인이므로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간주하였다.






5) 시험 문항형태


의사국시원이 설립되면서 시험과목의 개선 외에 집중적으로 개선을 하려고 했던 것 중 한 가지는 문항형태 즉, 신뢰성 있는 객관식문항으로의 탈바꿈이고, 다른 하나는 문항내용을 실물에 가까운상태의 자료로 만드는 일이었다. 주관식 문항에서 완전히 객관식으로 바뀐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62년까지는 논술형의 주관식이었고 1962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단답형의 주관식 문제를 냈었다. 그에 이어 1985년까지는 주관식(단답형 30%)과 객관식(70%)을혼합하여 출제해 왔다. 그러다가 1985년부터 완전히 객관식 문항을 채택해 왔다(Figure 8). 객관식 문항형태는 대학에서 오래 전부터 흔히 써 오던 A형, K형 문항이 섞여서 출제되어 왔는데 그 중 K형 문항(complex true/false items)은 수험생의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매우 낮게 평가되면서 2010년 1월에 시행했던 74회 의사시험부터 완전히 배제하였다. A형(단일정답형 multiplechoice question [MCQ], one-best-answer item formats)은 가장 보편적으로 써 오던 문항형태였으며 그것과 함께 K형 문항 대신 새로이 미국국시원(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USMLE)에서 개발한 R형 문항(확장결합형 문항, extended matchingtype items)을 채택하기 시작했다(Figure 9). 그동안의 시험에는앞에서 기술하였듯이 객관식 문항도 A형과 K형이 섞여서 출제되었다. 그것은 문제 은행 속에 K형이 많았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고 A형 문항조차도 종전에 가졌던 5개의 답가지 중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 답가지에 너무나 명백한 오답가지가 1-2개, 많게는3-4개 있어 정답을 쉽게 고를 수 있는 문항작성의 오류가 심각하였다. 그래서 각 대학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문항작성 연수를 여러 차례 시행하여 같은 A형이라도 옳은 정도에 차이가 있는 가운데 가장 올바른 답 하나를 골라내는 one-best answer의 작성능력을 많이 보급시켰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문항형태인 확장형 객관식 문항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던 R형 문항의 작성법 연수를 거쳐 서서히문제은행 속의 내용을 바꾸어 나갔다. 이 R형 문항은 임상 영역의시험문제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영역의 문제작성에도 적합한 풍부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R형 문항은 임상상황에 매우 가까운 형식이어서 의사시험에 실용적인 것으로 판단되어 2002년부터 쓰기 시작하였다. 이 문항형식은 동질성이 있는 내용을 여러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과 우연에 의한 득점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아는 만큼 점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높은 지식수준의 문항개발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어 그 이후로 점차 채택 수를 늘려2010년에는 완전히 A, R형으로 대체되었다.







6) 문항 구성형식


문항 출제자료 내용의 다양화의 일환으로 글로 표현(텍스트 중심)하는 대신 임상자료를 제시하고 묻는 형식을 보강하였다. 시험문항이 아무리 객관식 선택형이라고 해도 글로 된 내용만을 중심으로 공부하던 경향에서 방사선사진, 심정도, 피부사진, 검사결과표, 내시경사진 등을 제시함으로써 임상상황에 좀 더 가까운 자료를 확실하게 판독, 이해, 판단하는 형태로 바뀌었다(Figures 10, 11).







7) 지식수준


지식에는 가장 낮은 암기수준에서부터 이해, 응용, 분석, 합성, 평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준의 등급이 있다. 의사시험에서 오랫동안지적되어 온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객관식 형태의 시험문제에 암기형과 이해수준의 문제가 가장 많았다는 분석보고가 있었다. 그동안의사시험위원회에서는 어떤 과목에 얼마를 배점하느냐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내용에서 실제 임상과 거의 비슷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풀어나가는 문제해결형 문항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의사에게는 실제로 모든 수준의 지식이 다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환자의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지식 중 상위의 분석, 합성, 평가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문제해결형 문항을 높이도록 함에 따라 많은 문항의 개선 또는 새로운 작성이 필요했다. 아무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객관식 형태,문항 수, 시간 등을 조정한다고 해도 문제내용이 암기형, 이해형의문제만으로는 의사시험의 질, 특히 관련성(내용타당성)을 나타내는 시험의 종합적인 타당성이 낮아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것은 새로운 문항을 개발할 때, 기존의 문항을 폐기할 때, 매우 중요한 지침으로 인식하고 정리하도록 하였다. 실제로 1990년부터 2000년 시험까지의 분석결과를 그림으로 보면 전에 비하여 암기수준의문제는 많이 줄고 문제해결형 문제의 비율이 많이 늘었음을 알 수있다(Figure 12).




8) 시험기간 및 장소


의사국시원이 생기면서 1992년부터는 시험장소를 대폭 확장하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6개 도시로 분산하여 2일간그 도시 안의 교육시설을 이용하여 분산 시행한 바 있다. 이것은 수험생의 편의 및 부담 경감을 위한 것이 주된 이유지만 시험시행에는의사국시원의 부담과 인력, 경비 등이 많이 소요되었다. 시험 감독은 그 대신 의과대학이 소재하는 도시 간에 교차하여 파견했기 때문에 교수 인력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시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9) 문항 난이도와 합격률


시험형태와 질을 대폭 개선하는 가운데 1995년 제58회 의사국가시험부터 새로운 노력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단순 암기형 중심에서 해석판단 및 문제해결 위주의 문항 비율 증가,텍스트 중심의 문항에서 임상자료 제시형 문항의 증가, 문항 수 자체의 증가 및 시간의 증가 등 여러 변화가 동시에 적용됨으로써 문항의 난이도와 분별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문항의 난이도와 분별도의 지수는 시험문항의 질적 검증의 한 방법이다. 말하자면 측정도구인 문항이 공부를 잘한 사람과 잘하지 못한 사람을 예민하게 판별해내는 중요 지수이다. 한편 이 난이도와 분별도는 합격률에도 예리하게 영향이 미쳤다. 그래서 1995년 제58회 의사국가시험은 근래의 의사국가시험 중 가장 낮은 합격률(64.3%)을 보였다(Figure 13). 이러한 출제 경향의 변화는 몇 해 전부터 학장협의회나 학회, 때로는 대학별로 공지하여 왔고 그것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예상 합격률을 생각했던 수험생이 대량 낙방을 하게 되어 소동이 벌어졌다. 이때의 평균 난이도가 62.7, 분별도가 0.195를 보임으로써 1994년 제57회 의사국가시험(합격률 97.5%, 난이도 76.8, 분별도 0.105)보다 문제수준은 어려웠지만 시험 후 문항분석결과 소위 ‘좋은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었다(Figure 14). 







난이도와 분별도를 그 이후의 평균과 비교해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그 이후(1997-2003년)의 평균 성적과 합격률은 큰 변화가 없이 안정되었다(Figure 15). 새로 설립된 의사국시원의 해야 할 일은 시험목적에 알맞도록 개선하는 일이었다. 그것의하나는 시험내용을 되도록 현실 상황과 비슷하게 적용시키는 일(관련성 강조)과 그 시험문제가 측정도구로 되도록 높은 믿음성을가지도록 하는 일(신뢰성 강조)이었기 때문에 문항내용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누차 강조한 바 있었다. 시험의 질 향상 노력에도불구하고 갑작스런 합격률의 저하로 예상했던 의료 인력의 공백이나타났기 때문에 학장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그리고 복지부의 승인에 따라 반년 후 시험을 다시 치르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것이 1995년에 두 번의 시험이 있었던 사연이다. 시험 경향과 문항의 질적 강화가 있었던 첫해인 1995년 1월 10일 시행한 58회 시험에서는 대량탈락현상이 나타났지만 그래도 응시자 2,971명 중 1,909명이 합격하여 64.3%가 합격한 것을 보면 많은 대학이 새로운 경향을 적극수용하여 교육시키고 응시한 학생 전체의 2/3가량이 합격하였다는것은 앞날의 변화에 희망적인 예고였다. 그해 추가로 본 시험은1995년 7월 24일에 시행되었는데 1,048명이 응시하고 898명이 합격됨으로써(85.7%) 수험자가 같은 대상이었지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뒤로는 대학도 수험생도 예전 같은 시험으로 대충 넘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모든 개선상황은 더욱 강화되었지만비교적 적응이 잘 되어 시험은 전반적으로 수준과 질의 향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의사시험은 치기만 하면 붙는 시험이라는 인식에서시험이 쉽지만은 않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런 시련을 전후한합격률을 비교해 보면 이해가 간다(Figure 16). 이러한 고충과 갈등을 겪으면서 의사시험은 성장한 것이다 그 이후 의사국가시험은 초기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진료중심의 평가”라는 의사능력 검증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의사국시원 개원 이후 그때의 시험은 가장 어려웠던 시험으로 국가시험 시행에 있어 시험의 질과 수준뿐만 아니라 문제의난이도 조정과 전문 인력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Korean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Board,2013). 그러나 이 목표를 위하여 의사국시원은 문항의 질은 좋게 하고 난이도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합격선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새로운 합격기준의 설정이 절실하게 되었고 이것이 법적인 문구의 개정으로까지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다.







10) 합격통지 및 면허 발급


합격 여부의 통지는 전에는 정부의 전통적인 제도와 규칙에 따라 특정한 한 신문에의 공지와 관할 기관 현관에 내걸리는 공고(방)를 통해 알려주었고 의사면허증 발급은 합격한 뒤 면허교부신청서를 내면 4월에야 복지부에서 발급하여 많은 불편을 주었던 것을 정보화시대에 알맞은 빠른 제도로 개선하였다. 채점(전산실), 합격사정(당일 위원회 소집)을 거쳐 확정이 된 합격자는 합격 통지는 핸드폰을 통해 바로 통지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면허증은 온라인등록을 할 때 미리 면허교부 신청서를 함께 받아두었다가 두 달 단축시켜 인턴 수련 시작 전인 2월 하순에 교부를 해 줌으로써 인턴수련을 시작하는 의료인 자격에 지장이 없도록 개선하였다. 이제는한국의 의사시험이 외국에서도 좋은 시험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시험으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


의사시험이 앞으로 개선할 과제는 많다. 더욱이 이 시험결과가인턴 선발에 연동 활용되고 있어 일부에서 의학교육의 변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시험제도와 문항의 질 향상 그리고 합격사정 등에 더욱 개선 향상시켜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우선순위가 급한 두어 가지만 집중적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1. 시험 출제기준


의사시험은 그 내용이 의대교육과 연동이 되어야 한다. 4년에 걸친 교육의 내용은 방대하고 이틀에 걸쳐 보는 시험은 한정적이고 선택적이다. 그러므로 의사시험은 의과대학 교육에서 공부한 내용 범위 중에서 항목이 선정되어야 하고 그 항목 속에서 문항개발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의과대학 교육이 20세기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유지하며 남아 있으면 그리고 교육과정 개발이 지지부진하면 의사시험이 그것을 마냥 따라갈 수는 없다. 의대교육이 좀 더 앞서가야한다. 지금 세계 의학교육의 변화 추세는 성과바탕교육(outcomebasededucation)이 대세이다. 그것은 곧 임무바탕 배움(competence-based learning)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의과대학에서이것(성과)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고 그것을 의사시험이 따라가도록분발해야 된다. 다만 졸업할 무렵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원천이 되는 지식은 1학년 시절부터 심어져야 하고 거기서 흐르는 원류는 작더라도 점점 과정이 진행하면서 여러 개가 모여 큰 강의 줄기를 이루게 되도록 치밀하게 잘 구성해야 한다.졸업할 무렵 의과대학 학생에게는 대학과 사회가 협동하여 만들어낸 임무가 계열별로 열거되어야 하며 거기에는 의과대학 교육의 필수인 지식, 수기, 태도의 3가지가 다 녹아 있는 상태의 수행능력(competence)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대학에서는 이 마지막 단계인 수행능력을 행동(behavior)과 실천(doing)으로 나타낼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해서 내보내야 할 것이다. 대학마다의 추가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내용은 다를 수가 있지만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기본교육성과(outcome)는 모든 대학이 같아야 하고 의사시험은 공통적인 그 부분에서 선별해야 한다. 과거 시험과목은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즉 진료 과목에서 시작하여 통합된 의학(총론, 각론)으로 나누어져 있는 시험은 되도록 빨리 개인의 임무능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의사시험의 출제기준(content outline)이 의과대학의 교육성과(outcome)에서 탄생해야 하고 거기에서 문항이 만들어져야 논리적으로 맞는 것이다. 이미 의사시험에서는 실기시험을 도입한 지 몇 해가 지났다. 새로운 출제기준을 검토할 때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사이에 출제항목이 중복되어 있는 것은 없는지 또 어느 한쪽으로 옮겨야 할 것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 즉 두 시험 사이에연계를 가지고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필기시험은 지적(cognitive)영역의 테스트가 주이지만 실기시험도 내용적으로는 어느 한 수기사항이 지적인 것(cognitive skill)도 있고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기계적 수기(mechanical skill)도 있기 때문이다.



2. 합격판정


지금까지의 합격판정은 총점의 60%를 넘어야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과목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전체 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과락이라는 탈락 함정도 있다. 이 두 가지는 근원적으로는 바로 출제한 문항마다의 난이도와 분별도에 달려 있다. 모든수험생이 모두 합격하도록 하려면 난이도를 낮추면 되고 대부분 탈락시키게 하려면 난이도를 올리면 된다. 그러나 시험은 이처럼 인위적으로 올리고 내리고를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서도공부를 잘한 사람과 못한 사람과의 구별은 예리하게 할 수 있도록분별도가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문항개발을 하는 사람이나 문제은행에서 선택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어떤 문항 하나만을 가지고시험 치기 이전에 예측하여 난이도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 오로지경험에 의존하여 판정하게 되거나 선행시험제도(pre-test system)를 가져야만 되는데 우리나라 교수들의 판정수준은 매우 높은 쪽으로 치중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기본의사와 전문의사를 구별하지않는(못하는) 개인적 식별태도와 안목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의대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된다”고 하지만실은 전공의 과정에서 공부해야 할 수준일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 선정위원들의 견해이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교수가 출제, 문항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 판정하면 다른 제동장치가 있지 않은 한 시험연도에 따라 전체적으로 어렵게 또는 전체적으로 쉽게나올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의료 인력의 수급문제는 시험의 난이도와 분별도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할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시험의 질과 수준이 아무리 좋아도 박자와 장단이 서로가 잘 안 맞으면 1995년의 대량 불합격 같은 현상은 언제고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인원을 합격시키려면 쉬운 문제만을 낼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의사시험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하루아침에 떨어뜨리는 일밖에 안 된다. 출제자, 문항 작성자의 이러한 고민을 덜어주고 적절한 인원 수급도 마련하려면 합격기준을 법으로 바꾸도록(appropriate setting of pass) 해야 한다(Korean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Board, 2013). 시험 선진국인 미국의 USMLE도 이러한 경험을 다 거쳤으므로 지금은 소신있게 좋은 문항을 작성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체제로 바뀔 준비는 다 되어 있다. 문제는 바로 이 법을 고치는 문제이다. 이것은 정부가 결단을 내려줘야 하지만 국장까지 다 결재를 받더라도 장관이정치적인 판단으로 안 된다고 하면 백지화가 되고 만다. 우수한 의사 인력을 길러내어 국민에게 안전한 의료를 서비스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소임이라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문제는 시끄럽지 않게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는 생각을 가지는 한 이것은 난관 중의 난관이다. 전문적인 문제는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가장 정도라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3. 문항개발 인력


모든 문항작성은 교수의 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서많은 좋은 문항을 작성하려면 몇 10배수의 교수가 참여해야 한다.특히 객관식 MCQ를 유형별로 참뜻에 맞게 작성하려면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문항개발에 관한 지식과 수기는 몇몇 교수의 훈련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마다 끊임없는 워크숍을 통하여 훈련과 실전 출제를 하도록 해야 한다. 분야별로 숙달된문항개발능력을 가진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즉 기본 문항은 말할 것도 없고 자료제시형 문항, 문제해결형 문항을 적절히 구성할인력이 더 많이 훈련되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어야 한다. 시험문항에 대하여 많은 질적 개선이 있어 왔지만 아직도 문항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길은 멀다. 그것은 시험문항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관여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요인을 개선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환경이 성숙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시험문항 구성단계에서는 전문 분야별 자문 인력의 자문 및 활용이 거의 안 되고 있다. 즉 전문성 내용에 대하여는 관련 분야의 교수 인력으로 충분하지만 문장 구성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 전문가, 한글 학자, 용어 전문가 등이 동시에 동원되어 모든 문항을 검토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 지금 현재로는 극히 한정된 분야만이관여하고 있다.



4. 정보화시대에 맞는 컴퓨터 시험


이미 국가시험에서 많이 도입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시험 시행 자체가 컴퓨터를 통해 실시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이것은 일단 개발되어 실행에 옮기면 많은 인력, 시간, 예산, 수함자의 간접경비 등이 감소된다. 1단계는 종이에 인쇄되는 시험지를 컴퓨터 모니터로 바꾸고 키보드를 눌러 답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지만(computerbasedtest) 이 방법만으로도 시험지 운반, 회수, 채점, 합격사정 등을 순식간의 짧은 시간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 컴퓨터 화면에서 시험문항을 제시하게 되면 지금까지 자료제시형 문항으로 보던 시험을 그림, 사진, 도표, 소리까지도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현장중심의 임상상황을 그려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는 수험자마다 다른 문항이 제시되면서도 그러나 평균 난이도는 비슷한다른 문항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좀 더 선진화된 전산화시험(computer-assisted test)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이것은 채점, 합격판정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이러한 체제로 바뀌면 시험이 끝난뒤 어디를 가 있든 지금처럼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통해 합격 여부가 알려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결 론


이처럼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한국의 의사시험은 예전에 비하여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는 한국의 의사시험이 외국에서도 좋은시험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시험으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다(Baik,2001, 2003, 2005). 과거의 의사시험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바뀐 점을 요약하면 

  • 1) 의사국시원 설립,
  • 2) 시험의 목표설정, 
  • 3) 시험과목(영역)을 3개로 감소, 
  • 4) 출제기준표 작성, 
  • 5) 문항 수와 시험시간 확대, 
  • 6) 적용할 MCQ (A, R) 형태 도입,
  • 7) 임상자료제시형 문항도입,
  • 8) 문제해결형 문항 증가, 
  • 9) 합격통지와 면허발급을 전산화,
  • 10) 시험장소를 전국으로 확대시킨 내용 등이다. 

서서히 바뀌지만달라지는 평가시스템에 맞추어 대학에서도 미리미리 이렇게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고 각의과대학의 학장들이 모여 평가를 포함한 의학교육의 여러 정책이의사국시원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실행하고 보급시켜야 할막중한 임무도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는 2년 또는 3년마다바뀌는 연속성이 없는 학장의 교체 제도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임용 절차로 바뀌어야 될 큰 과제로 남는다.




Since the establishment of the national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board in 1992, the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system has changed enormously and this has had a number of impacts on examination services. All

those reforms were aimed at improving the relevance and reliability of the test. Several attempts of the testing

system have appeared in the new examination service, and which have also brought about the changes in the

medical school curriculum such as introducing integrated courses instead of traditional subjects, using test

scores as a reference to the post-graduation selection test. Some examples of changes in the examination system

are as follows: 1) choosing three integrated test subjects and outlines of their reference content instead of

15 academic subjects, 2) adjusting the ratio of multiple choice question items to focus more on the problem

solving level, 3) introduction of ‘one-best answer’ single set and ‘extended matching type items, 4) item construction

based on real clinical cases and real clinical materials. Recently, a clinical skill test system has been introduced

to measure examinees’ basic clinical skills competencies. Despite continuing efforts, the examination

system still has many issues remaining to be solved. These problems include the differential weighting of test

items, appropriate threshold for passing, and practicality of pre-testing to stabilize the passing rate and avoid

the hazards of newness and undesirably difficult test items.

Keyword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Integrated subjects, Problem solving focused, Multiple choice questions

성과중심교육 측면에서 우리나라 의과대학 학생평가의 현실과 과제

Current and Future Challenges of Student Assessment in Medical Education from an Outcome-based Education Perspective

박장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Jang Hee Park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평가(evaluation)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각종 선택과관련된다. 출근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어떤 물건을 사야 할지 등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각종 선택의 상황에서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판단(결정)하는 것이다. 최종 판단에 있어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교육평가(educational evaluation)란 교육이벌어지는 장면에서 일어나는 선택의 상황에서 각종 정보수집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Sung (2009)은 교육평가란 교육과 관련된 모든 것의 양, 정도, 질, 가치, 장점 등을 체계적으로 측정하여 판단하는 주관적 행위로서 교육목적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라고보다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학교육에서 일어나는 학생성취와 관련된 정보수집과 판단에 관한 것을 의학교육평가라고 말할 수 있다. 평가의 대상은 인적 대상으로 학생, 교수, 학부모, 교육행정가 등이 있으며, 물적 대상으로 교수개발프로그램등의 소프트웨어와 교육환경과 예산의 하드웨어 그리고 평가의 평가로 분류할 수 있다(Kim, 2009; Sung, 2009). 본 연구에서는 학생대상의 평가에 한정하여 기술하겠다.


현재 의학교육은 학생의 역량 설정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outcome)중심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가르치는 사람 위주의 교육에서 배운 사람이 실제로 습득한 성과를 규정하고 이를중심으로 교육과정과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Harden, 2007). 성과중심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직업전문성 등을 포함한 전인격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학생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을 학습성과로서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학습성과 항목을 평가항목으로 활용하여 학습자들의 달성 정도를 평가하여 확인하는것까지 포함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평가할 내용과 수준을 시기별로 정해 놓고 이를 주기적으로 학생이 도달했는지 평가를 통해 학습성과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의과대학 교수들은 ‘형성평가’, ‘포트폴리오평가’, ‘합격선 설정’, ‘행동용어적 목표기술’, ‘도달수준 설정’ 등 생소한 평가 관련 용어들과 접하게 된다.성과바탕교육은 1985년 미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평가의 기준으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도 2012년 ‘post 2주기 의과대학평가인증기준’으로 발표되면서 교육평가 관련 지식은 단순한 학문적 경향이 아니라 대학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야가되었다(Ahn &Yang, 2013; Han, 2013). 많은 대학들이 이러한 의학교육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성과중심교육체제로 변화하면서 가장 난제로 여기는 것이 학생평가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본론에서 의과대학의 학생평가를 성과바탕교육과 연계하여 그 문제점과 과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성과중심교육에서 바람직한 학생평가의 10가지 제안


본론에서는 성과중심교육 측면에서 효과적인 학생평가방법을현실과 과제를 근거로 제안하였다. 제안 항목은 크게 평가인력, 평가기능, 참조준거, 평가내용, 평가방법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1. 평가인력

<제안 1> 교육과정 운영자들의 평가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의과대학은 성과중심교육체제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교육자들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체제에서, 학생들의 학습성과(결과)를 측정 가능한 수준에서 미리 설정하고 교육 후 이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그러므로 평가의 결과가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Ahn &Yang, 2013; Im, 2013; McAleer, 2005). 이러한 체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시기나 과정별로 측정이 가능한 수준과 방법을 사전에 고려하여 학습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교수들은 측정가능한 학습목표(성과)로 기존 강의를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새롭게 요구되는 형성평가, 학습시기별 성과, 새로운 교육방법의 도입과 평가 등 기존에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로 인해 지적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과대학교육의 특징 중 하나가 대부분의 과정이 옴니버스강의로 진행되어 있고, 교수들은 전체 수업 안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것이다. 학문의 융합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전체 교육과정의 철학이나 원리에 대한 공유가 없이는 교수 개인의 교육철학이나 능력에 의해 자칫 교육의 내용이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성과중심교육체제로의 변화에서는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학습성과를 확인하는 평가방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시기별, 과정별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 및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의과대학 중앙에서 관리하는 위원회나 의학교육 주체들이 평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의 평가 관련 위원회들은 매우 다르게 운영되고 있고, 위원마다 새로운 평가방법에 대한 이해 정도에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평가에 관한 총괄적이면서 조직 차원의 비전이 없다(Elizondo-Montemayor, 2004). 우리나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전체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주기적으로 학습성과를 검증하고 필요한 교육적 조치나 판단을 내리는 관련 주체들의교육평가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개별 교수들은 능력에 상관없이 전체 과정의 부분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이드와 관리해 주는 전문성 있는 주체가 더욱 필요하다.


<제안 2> 평가에 다양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위원회평가, 전공의평가, 동료평가, 자기평가).

진료와 연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다양한 교육방법과 평가방법을 이용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평가기능에 따라 진단,형성, 총합평가까지 평가의 시기가 다양화하는 것도 그렇다. 강의이외의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반영한 평가를 하려면 수업 및 평가를 도와주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평가적 측면만 보면 평가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Amin &Khoo, 2006). 먼저 학생의 자기평가(self-assessment)를늘려야 한다. 이는 진단평가 시 스스로 수업 관련 학습성과에 비추어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교수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학습활동과 소그룹활동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더불어 학생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동료평가를 늘릴 필요가 있다.소그룹활동 등에서 학생들은 서로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이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자기평가와 동료평가에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제시한다면 평가과정에서 학생들의 자기반성 및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평가가 될 수 있다. 또한 전공의나 대학원생을 교육자로 합류시킬 수 있다. 이들에게 교육내용과평가방법 등을 사전교육하고 교육이나 평가에 임하도록 한다면 교수는 평가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공의나 대학원생들은평가내용과 방법 등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며, 교육자의 역할을수행하므로 교육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전공의에게 교육자로서 역할수행을 위한 교육 및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Colleges, 2000; Mann et al., 2007; Morrison et al., 2005). 아울러 교수들 간에도 평가에 관한 업무분담을 해야 할 것이다. 과정과 시기에 따라 주기적인 평가를 시행한다면 과정별 학습성과(course outcomes)담당자와 시기별 학습성과(phase outcomes) 담당자와도 적절한 업무분담 및 협력이 필요하다. 이때 과정별 학습성과는 과정별(인체의 정상구조, 성장과 노화 등)로 구분되는 학습성과를, 시기별 학습성과는 학년별 또는 기초의학, 임상의학, 임상실습 등 시기별 학습성과를 의미한다(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and Evaluation, 2012).


2. 평가기능

<제안 3> 평가기능에 따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진단평가,성 형평가, 총합평가).


현대 의학교육평가의 방향은 직무수행의 실제 세계(real world)에 필요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피평가자의 능력을 타당하고 신뢰 있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는 평가목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에,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사람이 평가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평가하는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이 평가의 기능이다. 평가는 기능에 따라 진단평가,형성평가, 총합평가로 분류된다. 이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진단평가는 환자를 치료하기 이전에 환자의상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하듯이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가르쳐야 하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하는 것이다.형성평가는 치료의 과정에서 환자에서 투여한 의료적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환자에게 질문이나 각종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다양한 처방을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자가 가르치는 과정에서 피교육자의 학습상황을 점검하여 피드백해 주고개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내려 주기도 한다. 총합평가는 환자의치료를 중단하기 이전에 최종 검사를 통해 완치 등의 판단을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 학습과정을 모두 마친 학생들에 대해 최종 성적을 통해 교육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1) 진단평가

진단평가(diagnostic evaluation)는 의학교육에서 잘 언급되고있지 않다. 학습자에게 필요한 진단목적은 지식적으로는 해당 수업과 관련된 선행지식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고, 수업에 대한 흥미도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진단평가의 방법은 형식적인 방법과 비형식적 방법이 있다. 퀴즈 등 간단한 시험을 통해 형식적인 방법으로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옴니버스형태의 블록(block)강의에서 몇시간만을 할당받은 교수가 진단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교수들은 동일 강의의 작년 성취 정도와 강의평가 결과를 다시 확인하거나 현 강의 이전 과정에서의 학생들 성취 정도나 강의평가 등의 결과를 비형식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육과정 담당자가 수업의뢰를 할 때 전체 교육과정과 사전학습내용과 각 수업에서 기대하는 학습성과를 자세하게 제시한다면 수업을 계획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어렵다면 수업을 하면서 중요한 사전지식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학생에게 간단한 질문들을 통해 확인하거나 학습성과 자기점검표를 작성하여 학생 스스로 점검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


2) 형성평가

형성평가(formative evaluation)는 1967년 Michael Scriven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교육과정 중간에 시행하는 평가이다. 평가결과를 통해 학생에게는 성취 정도 등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에게 교육내용 및 방법 등 개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Sung, 2009). 형성평가는 학생에게 학습성취 등에 대해 피드백(feedback)을 주고교육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평가이다. 일반적으로 평가결과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형성평가를 일선에서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성적에 민감한 의과대학 학생들이성적에 반영되지도 않는 시험을 제대로 볼 것인가, 평가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피드백은 개별교수가 일일이 학생들을 대상으로주어야 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가, 블록에서 일부 강의만 담당하는 교수들이 형성평가까지 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 등이도출될 수 있다.


형성평가를 교육과정에 정착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의사가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환자에게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와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업의 과정에서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과 관련된 질문들을 수시로다양한 학생들에게 함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전체 과정에서 일정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해당 시점까지 배운 내용을 간단하게 평가할 수도 있다. 평가할 경우 컴퓨터기반시험체제가 갖춰진 경우에는기출문제를 이용한 시험을 통해 간단하게 성취 정도를 확인하거나간단한 문항형태를 활용하면 부담이 적을 것이다. 간단한 문항의예가 진위형(일명 OX문제) 문항(absolutely true-false type)이다. 진위형 문항은 추측도(확률)가 50%로 높아서 총합평가와 같은 고부담시험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항 출제가 용이하고 많은 내용을 빠른 시간에 평가할 수 있고 문항 수가 많을수록 신뢰도도 상승한다는 장점이 있어, 성적반영률이 낮고 학생의 최저 수행정도만 확인하는 차원에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추측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틀릴 경우(X일 경우) 틀린 부분을 수정하라고 할 수도 있다.


형성평가에 대한 피드백은 개별면담이 가장 좋겠으나, 각 수업차원에서는 결과와 피드백을 간단하게 서면이나 인터넷으로 공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개별면담을 하되 대상을 성적하위집단,무작위추출집단, 또는 두 방법을 혼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형성평가는 피드백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성적에 민감한 의과대 학생의 특성을 반영하여 학습자의 학습동기 차원에서 최소한의 성적을 반영하거나, 형성평가의 일부 내용을 총합평가에서 형태를 달리하여 출제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과정은비형식적 형성평가만을 활용할 수도 있다.


3) 총합평가

총합평가(summative evaluation)는 수업이 종료된 이후에 학습성과 도달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정하는 평가이다(Sung, 2009)(Summative evaluation은 ‘총괄평가’라는 용어로 흔히 사용되기도하지만 학생성취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서 최종 판단한다는 의미를살리기 위해 ‘총합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학생들의 최종 성적 산출을 위한 평가로 의과대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총합평가는 배운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평가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형성평가의 일부 내용을 총합평가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형성평가는 각 과정에서 최소한의 중요한 내용들로 문항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총합평가에 포함시킬 때는 동일 내용을 문항수준이나 평가형태를 달리하여 출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형성평가에 대한 동기도 함께 유발할 수 있다.


3. 참조준거

학생이 시험을 통해 90점이라는 점수를 받았으면 성취한 점수가학생이 학습을 통해서 성취한 성과와 관련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평가가 다른 학생들 성적에 비교해 해석하는 규준참조평가(norm-referenced evaluation)로서 상대평가로 불린다. 이에비하여 합격기준에 근거해 합격 여부를 판정하는 법이 절대평가로불리는 준거참조평가(criterion-referenced evaluation)이다. 이외에도 학생의 수업 시작시점의 성적에 비해(초기치)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성적 변화가 있었는가를 통해 해석하는 성장참조평가(growth-referenced evaluation)가 있고, 학생의 능력(예, 입학성적,지난 학기 평점 등)에 근거해 성취 정도를 해석하는 능력참조평가(ability-referenced evaluation)가 있다. 이 중에서 성과중심교육과관련하여 준거참조평가와 성장참조평가를 논의하겠다.


<제안 4> 준거참조평가로 학생의 학습성취 도달 여부를 평가해야다.

준거참조평가(criterion-referenced evaluation)는 학생의 학습을통해서 성취해야 할 교육목표의 기준을 준거점수(예, 합격점수 등)로서 미리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학생점수를 해석하는 것이다.만일 합격 여부만 결정할 때는 준거가 한 개 필요하고, 상 . 중 . 하로구분하기 위해서는 준거가 두 개 필요하다. 성과중심교육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습성과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며, 다음 시기로 나아갈 것인가 등의 결정을 해야 한다. 이때 의사결정에 해당하는 점수를 타당하고 신뢰 있게 설정해야 한다.


준거참조평가에서는 준거설정이 중요하다. 준거를 설정하는 방법은 평가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다양하며 같은 집단에 대한 준거설정이라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준거설정방법으로는 규준적인 준거설정, 피험자집단의 특성을 고려한 준거설정, 검사도구의 내용분석을 근거로 한 준거설정 그리고방법들을 병행한 준거설정방법들이 있다. 다양한 준거설정방법 중에서 평가의 목적과 현실에 맞는 것을 선택하되 병행하여 쓰는 방법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각 대학이 성과중심교육을 시행하면서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것이 준거참조평가를 의과대학에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이 기존의 규준참조평가체제에서 준거참조평가체제로 변화하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리라 예상된다. 현재 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은 준거참조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필기시험에서도 준거참조평가를 시행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National Health Personnel Licensing Examination Board, 2013). 교육과학기술부도 준거참조평가인 ‘성취평가제’를 2013년에는 현재 중학교 1, 2학년부터, 2016년에는 모든 중고등학교에 실시할 것을 공표하였다(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2013).


<제안 5> 학습성장검사로 성장참조평가해야 한다.

성장참조평가(growth-referenced evaluation)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학생의 능력이 얼마나 성장하였는가에 관심을 두는 평가이다(Sung, 2009). 성장참조평가는 학습의 초반 상황(초기치)에 비해 교육이 진행되면서 학생 성취 정도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변화율)를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학생상담 등에많이 활용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학습자와 소속 학교의 성취등 변화와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성장참조평가를 하기위해서는 동일 대상에 대한 여러 번의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등이 이뤄진다. 초 . 중 . 고등학생 대상으로 학생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기관별 평가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2013),’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Korean EducationalDevelopment Institute, 2013),’ 한국청소년개발원의 ‘한국아동 . 청소년패널조사(National Youth Policy Institute, 2013)’ 등이있다.


의학교육에서는 학습성과와 관련하여 progress test가 소개되고있다(Friedman, 2005). Progress test는 직역하면 진도검사, 진척검사, 진보검사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학습성장검사(progress test)’로 번역을 제안한다. 이는 성장참조평가와 연계할 수있으며, 경험중심교육과정에서 교육의 목적은 학생경험의 성장과진보라고 정의하고 있고, 교육의 목적은 학생의 바람직한 변화라는일반적인 정의와도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졸업성과를 의과대학의 최종 목표치로 설정했다면 졸업성과에관련해 학생의 초기에는 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과정을 거치며 시기별 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목표치에 다다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달성 여부 확인과 더불어 그 변화 정도를 파악해야한다. 변화가 많거나 없거나 정체될 때 각 시기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이러한 변화는 초기 능력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을 분석을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결과는 교육과정 전반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개인 차원에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위해서는 측정학적인 설계와 장기간의 자료수집이 필요하다.


4. 평가내용

<제안 6> 대학의 모든 평가가 학생의 졸업역량 달성도를 평가할 때용 내타당도가 향상된다.


타당도(validity)란 한 검사 혹은 평가도구가 ‘측정하려고 의도하는 것’을 어느 정도로 충실히 측정하고 있는가로 간단하게 검사도구 목적의 적합성(適合性)이다(Sung, 2009). 내용타당도란 검사내용이 검사도구의 목적에 적합한 정도를 말하며, 여기에는 교과타당도(curriculum validity)와 교수타당도(instructional validity)로구분된다. 교과타당도는 검사가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얼마나잘 포함하고 있으냐의 문제이고, 교수타당도는 교수 . 학습 중에 가르치고 배운 내용이 얼마나 포함되었느냐를 말한다(Sung, 2009).즉 수업한 내용이 평가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만일 수업은 교수가 하고 시험문제는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인용하여 출제하거나 전공의 등에게 맡겨서 출제하여 가르친 내용과 평가한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낮은 타당도를 보일 것이다.


학습성과 측면에서 보면 각 대학이 졸업역량과 각 시기 및 단계별 성과를 설정하였다면 이것이 반드시 각 수업에 반영되어 평가로이뤄져야 한다. Figure 1과 같이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실제 교육에서 노력한다면 보다 높은 내용타당도를 이룰 것이다. 즉 타당도란 과녁의 중심과 같이 검사의 내용이 목적에얼마나 부합되었는가이기 때문이다(Sung, 2009).





<제안 7> 기출문제의 반복 출제는 학생의 반응과정에 기초한 타당도거 근를 낮춘다.


타당도 중 반응과정에 기초한 근거(evidence based on responseprocess)란 문항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학생들이 반응했는가를 질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Sung, 2009). 예를 들어 출제자가 문제해결형 문항이라고 출제하였으나 학생들은 기출문제로 이미 답을 알았다면 암기형 문항수준으로 떨어져 타당도가 낮은 문항으로 간주된다. 의과대학은 정보공유문화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 문항을 출제하는 교수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실제 좋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문항분석을 하면 분별도가 상당히 낮은 문항으로 처리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기출문제였다. 꼭 알아야 하는 문항이라 중복 출제가 불가피하다면 문항의 수준이나 형태를 바꾸어서 출제하는 것이 타당도를 높일 수 있다.


5. 평가방법

<제안 8> 평가기능과 참조준거에 맞게 이(삼)원분류표를 작성해야한다.


앞에서 평가기능에 따라서는 진단, 형성, 총합평가가 있으며, 참조준거에 따라서는 규준, 준거, 성장, 능력참조평가를 제시하였다.이 두 가지를 연관하기 위한 비유로 운동경기 중 허들을 예로 들 수있다. 운동선수가 출발하기 전 출발선에 제대로 섰는지, 자세는 적절한지, 부정출발은 없는지를 확인하는데 이는 준거참조평가에 따라 진단평가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출발신호와 함께 선수는 달리면서 허들을 차례로 넘어서 달려간다. 이때 각 허들을 제대로 뛰어넘는지 평가하는 것은 형성평가를 준거참조평가하는 것과 유사하며, 도착지점을 제대로 빠르게 통과한 사람 순으로 메달을 부여하는 것은 총합평가를 규준참조평가하는 것과 유사하다. 각각의 평가는 그 목적에 따른 기준에 맞게 구성되고 해석된다. 현재 지식 영역의 평가에 있어서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주로 총합평가를 규준참조평가하는 경향이 많다.


평가를 위해서는 각 평가기능과 참조준거에 맞는 출제계획을 세워야 한다. 많은 대학이 대학에서 출제계획을 세울 때는 주로 각 수업별(교수별) 출제문항 수와 배점을 고려한다. 시험범위는 배운 내용 전체이고, 학생들에게는 특히 지식 영역에서 평가와 관련된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가를 위해서는 2(3)가지 차원에서 계획하는 이(삼)원분류표를작성할 필요가 있다. 3가지 차원이란 평가내용범위(시험범위), 각문항의 내용수준, 평가문항의 맥락(외래, 입원, 응급 등)이다. 맥락을 제외한 이원분류표가 주로 교육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출제계획에 대한 사항은 수업 전에 작성되어야 수업 시 평가내용을 고려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평가기능에 따른 진단, 형성, 총합평가와 참조준거를 고려하여구성한 것이 Table 1이다. 평가내용(시험범위)에서 학교에서 합의한각 수준의 학습성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졸업역량과 맥을 같이하여 평가도구의 내용타당도를 올릴 수 있다. 진단평가는주로 수업 진행을 위한 학생의 능력(주로 출발점행동)인 최소수행능력 확인을 위해 준거참조평가에 의해 이뤄지는데, 형식적으로 평가할 때는 수업 전까지 내용 중 최소능력수준에 해당하는 문항수준의 내용을 평가한다. 형성평가는 각 수업의 과정 도중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으며, 총합평가는 배운 내용을모두 포함하므로 범위가 가장 넓다.


문항수준은 진단평가와 형성평가가 주로 준거참조평가를 하기때문에 수업 전의 최소능력을 기준으로, 형성평가는 수업과정에서의 최소능력을 기준으로 준거에 맞는 수준의 문항들로 구성한다.총합평가를 규준참조평가할 때는 다양한 지식수준의 분별도 높은문항으로 학생들을 능력별로 구분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제안 9> 문항형태별 문항제작원리를 준수해서 문항을 제작해야다.


각 대학이 교수대상으로 문항제작법을 워크숍을 통해 교육시키고 있지만, 실제 의과대학에서 이뤄지는 문제들을 검토해 보면 기본적인 문항제작원리에 맞지 않은 문항들을 여전히 발견하게 된다.출제자는 피험자가 문항 관련 능력이 있을 때 충분히 풀 수 있도록문제를 구성해야 한다. 피험자가 문항 관련 능력 이외에 실수 등의이유로 문제를 틀렸다면 이것은 점수의 오차(error)를 일으켜서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


의과대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항이 선택형이고 선택형 문항에서 오차를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문항제작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신뢰도란 측정결과의 일관성 정도이고 일관적인 결과를 얻기위해서는 측정의 오차를 줄여야 한다. 문항구성 시 학생의 능력 이외의 것이 결과에 작용하지 않게 해야 한다. 즉 실력발휘를 제대로할 수 있는 문항을 구성하기 위한 몇 가지를 정리하였다. 

    • 첫째, 문장은 짧고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선택형 문항은 진술문과 답가지로 구성되는데, 진술문에서 임상상황을 반영한다고 장황하게 기술하는 경우가 있다. 임상상황에 여러 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좋지만, 일반시험 상황에서 너무 장황한 설명은 제한된 시간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피로와 혼란을 줄 수 있다.아울러 답가지들도 동일한 문장이나 단어의 반복을 피하고, 비슷한 문장구조로 구성해야 한다. 
    • 둘째, 실수로 틀릴 수 있는 것들에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표시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실수하는 것들로는 부정문, 답의 개수, 정답 선택조건(최선정답이냐 옳은 답이냐) 등이 있다. 실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밑줄이나굵은 글씨로 표시하여 주의를 요하도록 해야 한다. 
    • 셋째, 피험자들이 답가지만으로 정답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답가지들이 서로 유사한 문장구조, 문항길이, 동일 영역의 내용들, 정답 번호가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등을 고려하여 피험자들에게 정답의 단서를 제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넷째, 틀린 답도 어느 정도매력적이어야 한다. 정확한 답을 모르는 피험자들이 정답과 유사하게 간주하는 틀린 답들이 있어야 그 능력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문항들이 많을 경우 학생들의 능력을 구분하는분별도가 상승한다.


<제안 10> 일반수업에서도 전체 영역을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의항 문으로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평가 영역에 따라 인지적 영역(cognitive domain), 심동적영역(psychomotor domain), 정의적 영역(affective domain)으로구분된다. 인지적 영역은 지식을, 심동적 영역은 신체와 관련되는기능의 숙달과 발달로, 정의적 영역은 인간의 마음과 관련된 특성으로 태도, 인성, 가치관, 도덕성 등을 포함한다. 의과대학의 졸업역량은 대부분 이 세 영역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의과대학생의 역량과 관련하여 미국의과대학협의회인 Association of AmericanMedical Colleges (1998)의 의과대학 공통의 학습목표는 knowledgable,skillful, altruism, dutiful이다. 미국인증평가기관인 Accreditation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2006)은medical knowledge, patient care, interpersonal &communicationskills, system based practice, professionalism을, 영국인증기관인General Medical Council (2009)은 Tomorrow’s doctor에서 thedoctor as a scholar and a scientist, a practitioner, a professional로설정하였다. 우리나라 의과대학들도 다양한 영역을 포함한 졸업역량을 설정하였다.


대부분 의과대학이 지식전달 위주의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택형 위주의 문항형태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다. 강의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많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유용한 교육방법이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고과정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 선택형은 문항 출제는 용이하지 않지만 많은 내용을 평가할 수 있고,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고부담시험(high-stakes test)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학습자들이 주어진 선택형 답가지안에서 사고하게 되고, 추측이나 시험요령 등으로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지식수준을 평가함에 있어 선택형 문항(selection type) 이외에서답형(supply type or essay type)이나 이를 포함한 수행형(performancetype) 평가가 가능하다. 서답형 문항은 쉽게 주관식이라고할 수 있는데, 수준에 따라 괄호형(close form), 완성형(completionform), 단답형(short-answer form), 논술형(essay type)이 있고, 논술의 채점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논술의 내용을 제한하는 제한된 논술형이 있다. 수행형으로는 구술시험, 찬반토론에 대한 평가, 소그룹 토의, 과제(연구) 수행 및 발표 등을 통해 학생의 지식수준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태도, 자기주도력, 발표력 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Sung, 2009).


의과대학은 대부분 의학직업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졸업역량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직업전문성을 구분하여 별도의교육을 시킬 수도 있지만, 기존의 지식 위주 평가방법을 논술형, 구술시험, 토의와 발표 등으로 전환한다면 지식을 보다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업전문성과 관련된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발표력, 협동심 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다(Huxham et al., 2012).


서답형이나 수행형 평가는 많은 주제를 다룰 수 없으므로 평가하는 내용이 수업의 과정을 대표할 만한 내용타당성이 확보되어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한 자세한 채점기준표가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채점자의 신뢰도 확보도 중요한 문제이므로 채점자 훈련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거나 성적반영률이 낮은 형성평가 등에 활용할수 있다. 타당도가 높은 문항형태이므로 신뢰도 확보가 어렵고 시간노력이 필요하지만, 신뢰도가 높은 방법들(선택형 문항 등)을 함께 신뢰도를 보완한다면 의사로서의 종합적 능력 개발 및 평가에효과가 클 것이다. 지금까지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Table 2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결 론


본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학생평가의 현황과 문제점을 학습성과와 연관하여 평가인력, 평가기능과 참조준거, 평가내용과 방법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이들 논의를 근거로 한 종합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중심교육에는 학생에 대한 여러 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뤄지므로 많은 평가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에 대해 평가전문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평가인력들 간에 효율적인 역할분담도 필수적이다.성과중심교육에서 학습성과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란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성과(outcomes)를 미리 정하고 이에 도달했는지 여부를확인하여 교육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Post 2주기 의과대학 평가인증기준이 발표되면서 각 의과대학은 성과중심교육의 교육과정운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 수준에서 학습성과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학생에게 피드백하고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 및 개선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의과대학 교수 중 의학교육 관련 지식은 대체로 부족한 상태인데, 평가전문성까지 익히게 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요구되는 평가인력 중 전공의에게 기초적인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습득도록 하여 의학교육에 참여토록 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교육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전공의에게 resident aslearner &teacher, resident as teacher, clinical teacher 등으로 명명하고 많은 교육훈련들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배우며가르치는 전공의(resident as learner &teacher)’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2012). 학생들도 자기평가와 동료평가 등을 적극 활용하여, 태도 등 지식 이외의 학습 영역이 골고루 자극되고 평가될 수 있도록해야 한다. 학생의 전인교육이 일상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도록 교육과정 운영자, 담당 교수, 학생, 전공의 등이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노력하는 체제로 구성할 수 있다.


둘째, 효과적인 학생평가를 위해 평가의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평가방법과 점수해석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평가기능에 따라서는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합평가가 있으며, 점수해석을 위한 참조준거는 규준참조평가, 준거참조평가, 성장참조평가, 능력참조평가가 있다. 이 중에서 성과중심교육에서는 학생의 성취 도달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준거참조평가와 학생의 능력발달 및 성장을 기준으로 하는 성장참조평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준거참조평가는 준거설정방법이, 성장참조평가는 장기적인 평가 설계와 동등화(equating) 등의 통계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셋째, 일반수업에서도 학생의 다양한 영역을 다양한 문항형태로평가해야 한다. 대부분 지식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강의와선택형 문항 위주의 평가로 이뤄졌다. 하지만 리더십, 직업전문성,자기주도학습 등의 졸업역량을 이끌어 내려면 이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도록 수업과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지식습득도 자기주도학습이나 소그룹활동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평가도 지필검사 이외에서답형 문항, 수행형 문항으로 구성한다면 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평가와 더불어 태도와 관련된 각종 역량들도 함께 평가할 수 있을것이다.





Most medical colleges in Korea have been shifting from traditional education to outcome-based education,

which is the general trend in medical education.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make some suggestions in

light of the reality and challenges of student assessment in medical educ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outcome-

based education. First, those who are responsible for student assessment should be diversified to include

faculty, residents, students, and evaluation committee members. They need separate roles in educational evaluation,

so evaluation competencies are required for them. Second, various methods for evaluation and score interpretation

can be used for effective evaluation. We can adopt diagnostic, formative, and summative evaluation

functionally, and the norm-referenced, criterion-referenced, growth-referenced, and ability-referenced

evaluation based on criteria for score interpretation. Finally, various evaluation domains and test forms can be

administered together in the common lectures in the medical school. We can test not only knowledge but also

skills and attitudes, with diverse test forms such as supply and performance types.

Keywords: Medical education, Student evaluation, Outcome-based education

국내 성과바탕의학교육에 대한 비판적 논의: 역량의 개념을 중심으로

The Role of the Concept of Competence in Korean Outcome-based Medical Education

이요바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실

Yo Ba Lee

Office of Medical Education,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Daejeon, Korea





서 론

현재 국내의 많은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성과바탕으로의 교육과정 전환에 대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는 성과바탕교육이라는 의학교육의 세계적인 흐름(Harden, 2007; Marger et al.,2007; Swing, 2007)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주요 의학교육단체들을 중심으로 성과바탕교육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성과바탕교육을 도입하고자 하는 단체들의 움직임 중 대표적인 것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주최하는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평가인증제도를 들 수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post2주기 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 및 규정(Korean Institute of MedicalEducation and Evaluation, 2011)’의 교육과정 부분에 각 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교육과정을 성과바탕교육으로 설계할 것을 명시하였다. 이후 한국의학교육학회(Korean Society of Medical Education),한국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학장협회(Korean AssociationMedical Colleg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Sciences)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의학교육학술대회를 통해 성과바탕교육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7차 의학교육학술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국내 의학교육이 도약하기 위해서는성과바탕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Korean AssociationMedical College et al., 2011), 28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는 성과바탕교육과정의 개발방법, 사례 등에 대해 자세히 논의하였다(Korean Association Medical College et al., 2012). 그리고 한국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학장협회에서는 새로운 학습목표집인 ‘기본의학교육 학습성과: 진료역량 중심(Korean AssociationMedical College, 2013)’을 발간하여 기존의 지식 중심, 학문 중심의목표에서 벗어나 임상표현을 중심으로 구성한 학습성과를 기본의학교육의 학습목표의 표준으로 제시하였다.


성과바탕교육에 대한 관심은 의학교육연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성과바탕교육에 대한 연구로는 학습성과의 개념 및 배경이론, 학습목표와의 차이점을 소개한 연구(Kim, 2012), 성과중심교육과정의 개발 및 평가방법 대해 소개한 연구(Ahn &Yang,2013; Chae, 2009; Im, 2013) 성과바탕교육의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연구(Han, 2013; Kim et al., 2013; Lee et al., 2013)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국내에 성과바탕교육을 소개하고 적용방법의 모색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에 대한비판적인 접근의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국내 의학교육 분야에서는 성과바탕교육 도입을 추진하는 힘은 강하지만, 그 힘을 조절하는 비판적인 논의는아직 부족해 보인다. 이번 연구는 역량(competent)의 개념을 중심으로 국내 성과바탕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시도하고자 한다.성과바탕교육은 사전에 설정된 학습성과의 달성을 위해 학습경험및 평가를 설계하는 교육과정의 방식을 말한다(Harden, 1999). 성과바탕교육은 학생들이 달성해야 할 학습성과를 의사가 갖추어야할 역량을 바탕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종의 역량바탕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개념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위해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 역량의 5가지 차원을분석틀로서 사용하고자 한다. Stoof et al. (2002)은 역량의 개념이주로 논의되는 교육과 human resource development 영역에서 역량의 개념을 구성주의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정의하고자 했다. 이를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는데, 

  • 첫 번째 방법은 inside-out접근방법으로, 역량의 개념 및 접근방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정리하여 양극으로 표현되는 5가지 차원으로 역량을 설명하였다.이 접근은 역량의 다양한 양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준다. 뿐만 아니라 역량 개발자가 역량의 개념을 정의할 때, 자신이강조하려는 개념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을 돕는다. 
  • 두 번째로는outside-in 접근방법으로 수행(performance), 자격화(qualification),능력(capability, ability), 지식, 기술 태도(knowledge, skilland attitude), 전문성(expertise) 등과 같은 용어의 개념과 역량의개념 간의 차이를 구분하였다. 이 접근은 역량을 정의할 때, 용어사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Stoof et al. (2002)은 이렇게 역량개념의 inside-out 접근방법과 outside-in 접근방법을 통해 전반적인 역량의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 연구는 국내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국내 성과바탕교육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량의 개념과교육과정이 어떤 관점을 포함하거나 또는 간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논의하고자 하였다. 이에 역량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Stoof et al. (2002)의 역량에 대한 정의 중 inside-out 접근즉, 역량의 5가지 차원을 사용하였다. Inside-out 접근만으로 역량에 포함되는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는 데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outside-in 접근방법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Stoof et al.(2002)은 역량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역량에접근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정리하여 5가지 차원으로 설명하였다.그것은 개인특성 대 과업특성(personal vs. task characteristics), 개인 대 집단역량(individual vs. distributed competence) (필자는 이번 논문에서 distributed competence를 글의 맥락상 ‘집단역량’이라고 번역하였다. 하지만 distributed competence는 ‘조직역량,’ ‘공통역량’ 등의 용어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밝혀 둔다), 특수 대 일반역량(specific vs. general competence), 역량의 수준 대 수준으로서의 역량(levels of competence vs. competence as a level), 가르칠 수있는 역량 대 가르칠 수 없는 역량(teachable vs. non-teachable) 등이다. 역량의 5가지 차원에서 각 차원은 대립되는 두 가지 역량의관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어떤 관점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역량의 개념 및 접근방법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량의 5가지 차원 중 하나인 ‘개인 대 과업’ 특성 차원에서는 역량의 개인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관점과 과업 특성을 강조하는 관점이 존재한다. 역량바탕교육 개발자가 이 두 가지 특성중 어떤 관점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역량의 개념 및 접근방법은달라진다.


Stoof et al. (2002)의 5가지 차원은 역량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잘 드러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역량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서 역량바탕교육과정으로서의 국내의 성과바탕의학교육이 어떤 관점을 포함하고 간과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본 연구는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 다차원적인 역량의 개념을 살펴보고 국내 의학교육 분야의 성과바탕교육에의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Stoof et al. (2002)의 역량의 차원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의학교육의 성과바탕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도할 것이다.



역량의 5가지 차원


Stoof et al. (2002)은 역량의 개념을 5가지 차원으로 제시했는데,그것은 ‘개인특성 대 과업특성,’ ‘개인 대 집단역량,’ ‘특수 대 일반역량,’ ‘역량의 수준 대 수준으로서의 역량,’ ‘가르칠 수 있는 역량 대가르칠 수 없는 역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각 차원에서 역량의 어떤 특성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역량의 개념및 접근방법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Stoof et al.(2002)의 역량의 5가지 차원을 설명한다.


1. 개인 대 과업 특성


역량에 대한 접근은 우수한 수행자 개인이 가지는 특성에 중점을 두는 방법과 과업의 특성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있다. 역량의 개인 특성을 강조하는 측면은 특정 직무에서 우수한수행자의 ‘어떤 개인적인 특성이 탁월한 수행을 이끄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성과 향상을 위해 우수한 수행을 보이는 자들이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특성을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측면에서 역량은 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맥락, 직업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등에 의하여 개인이 효과적이고 탁월한 수행을 나타낼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행동이나 특성을 의미한다.


과업 특성을 강조하는 역량 접근은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수행수준을 규명하며, 직원의 능력을 진단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는 ‘수행되어야 하는 과업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역량은 직무에서 요구하는 기능의 표준을 의미하며, 역량 자체가 교육이나 학습의 성과이자 결과물과 동일시된다. 그러므로 학습자 및 고용자들은 업무수행 이전에 사전에 기술된 직업의 표준들을 만족하거나그 이상의 수행능력을 보여야만 한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이는 수행자일수록 지식과 기술보다는 가치관, 태도, 동기 같은 개인적인 특성이 역량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친다(Harden et al., 1999). 그러므로 높은 수준의 수행을 위해서는탁월한 수행자의 개인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역량을 규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신입사원교육, 전문직 면허 부여를 위한교육 등과 같이 남들보다 모든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을 강조할 때는 과업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역량을 규명하는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2. 개인 대 집단역량


역량을 한 개인에게 속한 어떤 것으로 보는 관점과 개인을 넘어집단이나 조직 가운데 퍼져 있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개인역량에 대한 관점은 수행을 위해 개개인의 역량 개발과 그것의 측정에 초점을 둔다. 그러므로 이 관점에서는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식, 기술 등을 개인의 내부에축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개인은 외부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만났을 때, 개인 내부에 축적된 역량을 동원하여 문제를해결한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집단역량의 관점은 역량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 혹은 체계적인(systematic)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는 일터에서 개인이 수행한 과업의 성패의 여부가 개인적인수준을 넘어, 조직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생각한다. Shon (2005)은 이러한 점을 항해사의 예를 들어 다음과같이 설명한다.


항구에 선박의 수로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선박 조종실 안의 두파일럿은 회전 나침반 위에 놓인 망원경을 사용하면서 선박의 지점을 다른 두 파일럿에게 읽어 준다. 그리고 선박의 지점을 전달받은파일럿은 다시 브리지 위에 있는 항법사에게 전화로 통보한다. 그러면 항법사는 장부에 방위 수치를 기입하고 큰 소리로 그 수치를 확인한다. 그 옆에서는 특수 장치를 사용하여 항해차트 위에서 선박의 위치를 기록하고 그 선박의 항해각도를 산출한다. 이러한 과정은 매 1분에서 3분 단위로 되풀이된다. 여기서 파일럿들의 직업수행 역량은 개인적인 능력의 이상을 것을 요구한다. 성공적으로 수로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이러한 시스템 전체에 분산되어있기 때문이다(Shon, 2005).


위의 항해사의 예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개인의 과업은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한 개인의 성공적인 수행이 반드시 문제해결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개인의 수행능력은개인별로 분리되어 접근하기보다는 한 조직이나 체계(system) 전체의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떠한 조직이나 집단에서의 개인의 수행은 그 집단 체제의 한 부분으로서 역할을 감당하는것이며, 개인이 체제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은 집단이 향유하는 문화나 체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관점에서는 역량 개발의 대상이 집단이나 조직으로 확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어떻게 실천의 현장 속으로 어떻게 사회화가 되고,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가 필요하다(Dornan et al., 2012).




3. 특수 대 일반역량


역량의 정의는 범위에 따라 특수역량에서부터 일반역량까지의스펙트럼을 형성할 수 있다. 역량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맥락에서요구되는 구체적인 수행능력을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상황이나 맥락을 포괄할 수 있는 수행능력을 강조할 것인지에 따라 개념 및 접근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의학교육에서 Frank et al. (2010)이 정리한 역량의개념에서 쉽게 확인을 할 수 있다. Frank et al. (2010)은 역량의 범위에 따라 역량을 competence와 competency로 개념을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 그에 따르면 competence는 특정한 맥락에서 의사의수행에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수행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한 실제현장의 맥락은 상황적인 결정, 불확실한 예측, 가치갈등의 문제들이 항상 놓여 있다. 이러한 실제현장의맥락으로 인해 의사는 과업수행 중에 매번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며, 매번 그 상황에만 해당하는 문제해결능력 즉, 특수한 역량을발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상황에서 요구되는 competence는 시간이나 공간적 변화에 따라 가변적이다. 
  • 반면, competency는지식, 기술, 가치, 태도 등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요인들로 구성된 관찰 가능한 능력이다. 몇몇의 세부적인 competency는 결합되어 더욱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핵심적인 competency로 발전할 수 있다.이런 competency는 수행자가 competence를 발휘하기 위한 일종의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즉, competency는 특정 맥락과 상관없이의료 전문성 전반에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역량의 일반적인 특성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competence는수행자 특정한 맥락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competencies를사용하여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역량의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특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직업이나 혹은 다양한 맥락들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에초점을 두고 있는 역량의 일반적인 특성 강조는 다양한 맥락에서활용 및 전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역량의 강조는 개인이 교육을 받은 후 다양한 실천현장으로 진출할 가능성과 여지가 있을 때, 적용이 가능하다. 
  • 반면 특정한맥락에서 요구하는 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는 특수역량의 강조는실제상황에서의 수행이 가지는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이 졸업 후 실제현장에 나갔을때, 현장의 맥락에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적 상황에 적용이용이할 것이다.



4. 역량의 수준 대 수준으로서의 역량


  • 역량의 수준’의 관점에서는 역량을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이 어느 정도의 역량의양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역량의 양은 초보자에서 전문가(expert)로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과바탕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전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학습성과를 선정하고 학습시기 및 수준에 따라 선정된 학습성과를 시기성과(phase outcome), 과정성과(course outcome), 수업성과(lessonoutcome) 등으로 세분화한다. 그리고 각 수준에 적합한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학생의 역량성취 여부를 확인한다. (Frank et al., 2010;Harden, 1999; Harden et al., 1999) 
  • 반대로 ‘수준으로서의 역량’의관점에서는 역량을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가는 단계 중에 하나의단계로 생각한다. 즉, 역량을 단계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발달단계의 특정 지점에 해당하는 능력 중에하나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Dreyfus의 전문성 발달모델을 들 수있다. Dreyfus의 모델은 전문성의 발달단계를 novice, advance beginner,competent, proficient, expert 등 5가지 단계로 나누고 있다(Dornan et al., 2012). 이 모델에서 역량은 전문가 수준으로 이르는하나의 수준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5. 가르칠 수 있는 영역 대 가르칠 수 없는 영역


역량에는 지식, 기술, 태도, 개인적인 특성, 동기 등의 많은 요인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량의 많은 요소들 중에 과연 어떤 것들을 교육에서 다룰 것인지, 어떤 것을 가르칠 수 없는지에 대한 결정에 따라교육에서 역량의 개념 및 접근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Spencer& Spencer (1993)는 역량의 요소들 중에 지식이나 기술 같은 것들을 가시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이 용이하지만, 개인적 특징, 동기, 자아개념 등의 요소들은 암묵적이고 심층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우 교육적 상황에서 암묵적이고 심층적인 요인을 가르칠 수 없는 역량으로, 행동적이고 가시적인 요인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으로 설정이 가능하다.또 다른 예로 Shon (2011)은 개인이 직무를 수행하는 현장은 매우복잡하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직무를 수행하는 개인은 맥락적이고 즉흥적인 문제해결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역량은 좁은 의미에서의 지식과 기술에서 나온다기보다는 그 지식과관련되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의 실천과정 그 자체에서 성취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Shon (2011)은 현재 학교의 경험만으로는 역량교육이 어려우며, 학교 밖의 경험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에는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의 요인은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맥락적이고 즉흥적인 문제해결능력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거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있다.


역량의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은 교육과정에서 소홀히 하거나, 공식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배재된 교육과정을 Eisner (1985)는 영 교육과정(the null curriculum)이라고 명명했다. 가르쳐야 할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배재된 교육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교육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즉, 역량의 가르칠 수 있는 영역 대 가르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성찰은 역량바탕교육의 내용 중에서 무엇이 배재되었고, 무엇이 포함되었는지를 판단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찰


Stoof et al. (2002)의 5가지 차원은 역량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드러냄으로 역량의 개념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역량 개발자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역량의 개념을 구성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Stoof et al. (2002)의 5가지 차원 중에서 의학교육의 역량은 어떤 범위에 위치할 수 있는가? 필자는 의학교육에서의 역량이 Stoof et al. (2002)의 5가지 차원을두루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량의 개념이 가지고 있는총체성 때문이다. Short (1985)에 의하면 역량이라는 용어는 행동이나 수행과 같은 특정한 측면을 통해 역량의 습득을 파악하기보다는 개인의 실제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총체적인(holistically)관점에서 역량의 습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것은 곧 어떤 사람을 유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의 자질(quality of aperson)이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로 역량을 인식하는 것이다. 역량을 세부 구성요소로 나누고, 특정한 기준에 의해 각 구성요소들을 수준화하는 것은 역량의 습득 여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며, 역량의 습득과정을 명확하게 함으로 교육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쪼개어진 역량의 구성요소에 집착을 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이나 수행에만 관심을 가지다보면, 자칫 역량의 전체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을 해칠 수 있다. 이런관점으로 볼 때, 의학교육에서 역량의 개념은 Stoof et al. (2002)의 5가지 차원을 두루 포함해야 한다. 비록 기본의학교육(pre-medicaleducation), 졸업 후 교육(graduated medical education), 평생교육(continuing medical education) 등 의학교육을 구성하는 각각의교육 하위수준에서 강조하는 역량의 개념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하지만 각각의 하위수준들을 포함하는 전체적인 의학교육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역량의 총체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역량의 총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 역량의 5가지 차원을 통해 현재 국내 의학교육에서의 성과바탕교육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 시사점은 성과바탕교육과정은 역량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모델 중 하나의 모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의학교육 분야에서 역량바탕교육과정은 주로 성과바탕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성과바탕교육과정과 역량바탕교육과정을 동의어로 사용하기도 한다(Lee, 2011). 그러나 성과바탕교육과정은 역량을 다루는 방식 중 하나의 방식일 뿐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 역량 차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국내에서 성과바탕교육의 적용은 다양한 역량의 개념 및 접근방식 중에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Stoof et al. (2002)의 차원에 의하면, 

    • 첫째, 국내의 맥락에서 성과바탕교육은 과업 특성을 강조한다. 물론이론적인 측면만 보았을 때, 성과바탕교육이 역량의 과업 특성을강조하는지 개인 특성을 강조하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없다.왜냐하면 성과바탕교육에서는 교육과정의 설계에 있어서 학습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학습성과를 가져야하는지에 대해서 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과정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과업 특성을 강조할 수도 있고, 개인 특성을강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이 의사자격부여를 위한 기본의학교육의 수준인 대학교육에 한해서 주로 논의되고있기 때문에 과업 특성 즉,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역량을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둘째,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은 교육의대상이 조직, 집단, 문화 등이기보다는 개인의 능력 획득에 초점을두고 있으므로 개인역량을 강조한다. 
    • 셋째, 특정한 환경이나 맥락에서 요구되는 능력보다는 의사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능력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역량을 강조하는 특성을 가진다. 넷째, 최종학습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역량을 하위요인으로 구분하고 세분한다는 점에서 역량의 수준을 강조한다. 
    • 마지막으로 역량을 사전에설정된 관찰 가능하고 행동적인 용어로 진술된 기준에 의해 판단하며, 그것을 학습성과로 설정하고 있는 측면에서 역량의 가시적인측면, 즉 행동적인 측면을 가르칠 수 있는 부분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성과바탕교육이 역량에 대한 이런 접근을 가지는 이유는 성과바탕교육이 R. Tyler의 목표중심교육과정을 뿌리로 하고 있는교육과정 전통주의자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바탕교육은 R. Tyler의 목표중심교육과정이 가지는 사전에 선정된 목표(학습성과)가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 개발방식, 행동적인 목표진술 및 평가방법, 목표의 세분화 등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교육과정에 접근하는 전통주의자들의 방식은 수업과 학습방법을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하는 점에서장점을 가지지만, 행동주의식 발상, 처방적인 교육과정 개발방식,교육목표와 결과의 동일시 등과 같은 면은 비판을 받아 왔다. Stoofet al. (2002)이 제시한 역량의 차원을 볼 때, 역량에 대한 접근은 개인, 사회, 학습, 실천 등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관점들이 요구되기때문에 전통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과학적 · 합리적인 방법만을 통해 역량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다차원적인 역량의 개념을 교육적인 상황에 적용하기위해서는 성과바탕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정 담론에대한 논의와 적용이 요구된다. 

  • 전통주의자들의 교육과정개발방식은 1950년 R. Tyler의 목표중심교육과정 모델의 등장과 함께 교육과정의 가장 지배적인 교육과정 패러다임으로 등장하였다
  • 그러나1950년대와 1960년대를 지배한 과학적 · 합리적인 패러다임이 가진행동주의적이고 기술공학적인 교육과정 접근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교육과정 탐구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 시작되었다(Park, 2007). 예를 들어 Pinar et al. (1993)은 1970년대 교육과정 학문의 여러 전통들이 새로운 학문 영역들과 결합하여 교육과정학의여러 담론과 텍스트들을 낳았는데, 이러한 것들을 역사적, 정치적,인종적, 젠더, 현상학, 탈구조주의적/해체적/포스트모던적, 자서전적, 미학적, 신학적, 정책적, 국제적 등 열한 가지의 담론들로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정에 접근하는 방식은 관점과 이론에 따라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역량에 접근할 때 역량의 특성을 교육적 상황에 더욱더 잘 드러내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학교육의 맥락에서 역량바탕의학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성과바탕교육이 가지는한계점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보안하기 위한 역량에 대한 다양한 교육과정의 이론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역량에 대한 논의가 기본의학교육을 넘어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 등으로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차원은 역량 교육적 적용범위가 직업을 얻기 위한 준비교육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 우수한 성과를 위한 교육적 상황에도 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예를 들어, 역량의 차원에서 개인 특성 대 과업 특성 차원 중, 과업 특성은 특정 직업이 요구하는 전반적이고 기본적인 역량을 강조하며, 그러한 전반적이고 기본적인 역량이 교육의 결과로 달성되어야 할 성과로 다루어지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기전의 교육적 상황에 적용이 용이하다. 반면 개인 특성은 현장의 특수한 맥락과 환경 가운데서 최소한의 수행능력을 뛰어 넘는, 남들보다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우수 성과자가 가지는 개인적인 역량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졸업 후 실제현장에서의 역량개발에 적용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개인 대 집단역량 차원에서 역량의 대상을 개인에게 두고 있는 개인역량은 학교교육의 상황에, 조직이나 집단에 퍼져 있는 집단역량은 졸업 후의 실제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더욱 용이하다. 
  • 뿐만 아니라 특수 대 일반역량 차원에서도 구체적 역량은 맥락적이고 다양한 맥락으로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제현장에 나가기 전인 직업 준비교육에 적용이 용이하다. 반면 구체적 역량은 실제현장이 가지는 독특한 맥락을 강조하기 때문에 졸업 후의 실제현장에서의 역량 개발에 적용이 더욱 용이하다. 이와 같은 예들을 볼 때 역량은 그 적용범위가 학교 직업 준비교육을 넘어, 취업 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있다. 이러한 점은 의학교육에서 교육적 상황에 대한 역량의 적용범위가 기본의학교육뿐만 아니라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의학교육에서 역량에 대한 논의는 주로 기본의학교육의 수준에서만 주로 논의되고 있으며,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제29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Jeon (2013)에 의해 이미 지적되었다. 그에 따르면 국내의 의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큰 의사단체인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 대한병원협회,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유기적 협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턴, 레지던트 선발에서 기본의학교육에서 강조되었던 역량이 반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턴,레지던트과정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기본의학교육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결국 국내 의학교육 분야에서 역량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다양한 방법의 교육적 적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역량의 적용범위를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 등으로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의학교육 관련 단체들이 역량교육의 연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다양한 의료현장의 맥락에서 의사 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역량을 개발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초보자에서 전문가에 이르는연속적이고 일관된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 론


이번 글은 Stoof et al. (2002)이 제시한 역량의 5가지 차원이 국내성과바탕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Stoof et al.(2002)의 역량의 차원을 통해 역량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존재할 수 있으며, 관점에 따라 교육적 접근방식도 달라짐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역량바탕교육은 다양한 접근방법이 공존하기보다는 기본의학교육이라는 한정된 기간 내에 성과바탕교육의 틀 안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다. 역량의 가진 다양한 특성을 교육적 상황에 풍성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 대한다양한 이론적인 논의 및 적용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기본의학교육에 한정되어 논의되고 있는 역량바탕교육을 평생교육의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국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역량바탕의학교육전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성과바탕교육모델의관점의 적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post 2주기 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이 역량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시도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역량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다양한 탐색과 더불어 역량바탕의학교육이 도입되는 현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교육현장에 역량바탕의학교육을 도입한 이후 나타나는 현상들을 다양한 이론과 방법을 통하여 분석 및 해석하는 일은 교육현장의 맥락에 맞게 역량바탕의학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Before Outcome-based curriculum reform, medical graduate school and medical schools of korea need to understand limit or threshold of outcome-based education’s point of view. This article examines the multi-dimensional concept of competence suggested by Stoof and colleagues and discusses about implication for outcomebased education in medical education of Korea. Because Stoof and colleagues’s five dimensions of competence reveal various concepts and educational methods of competence. Therefore, It is possible to use to identify the strengths and weaknesses of outcome-based education of Korea as a reference standard. Five dimensions of competence suggested by Stoof and colleagues is consist of ‘personal vs. task characteristics,’ ‘individual vs. distributed competence,’ ‘specific vs. general competence,’ ‘levels of competence vs. competence as a level,’ and ‘teachable vs. non-teachable.’ Implication for outcome-based education in medical education of Korea is, first, that It should recognize to outcome-based education as a one of educational models approaching to competence. Second, discussion about competence should be expanded from pre-medical education to graduated medical education and continuing medical education.


Keywords: Competence, Curriculum, Medical education


Corresponding author

Yo Ba Lee

Office of Medical Education,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266 Munhwa-ro,

Jung-gu, Daejeon 301-747, Korea

Tel: +82-42-580-8281

Fax: +82-42-584-2846

E-mail: yobaking@hanmail.net

Received: August 5, 2013

Revised: October 11, 2013

Accepted: October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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