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분야에서의 질적연구의 적용(가정의학회지, 2008)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교실

정 진 주ㆍ조 정 진*†





서 론


양적방법은 연구자가 가설을 설정하고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변인을 선정하여 인과관계 및 각 변인의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 을 말한다. 학문적 패러다임으로서 이러한 연구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의 실증주의(positivism)에 기 반을 둔 과학이 등장하면서부터이고 과학의 한 분야인 의학에서도 주요한 연구방법으로 양적 방법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양적방법이 주요한 연구방법으로 자리 잡 게 됨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통계적 기법이 발전하게 되었고 보다 복잡한 통계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학문적 우수성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설정되는 경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는 연구 방법으로서 양적방법만이 인정을 받고 수행되어왔기 때 문에 다른 방식의 연구방법에 대한 허용도는 매우 낮았 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의료연구의 상당부분이 양적연구 와 대비되는 질적 연구방법(qualitative method)을 사용하 여 연구를 진행함으로서 새로운 문제의 발견, 대상자의 주관적 인식 및 상황에 대한 해석, 의료행위 결정방식 등을 밝혀냄으로서 환자의 질병경험의 이해와 보건정책 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간호학1-3), 의료사회학4-6), 임상사회복지7-9) 등에서 질적 방법을 사용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의학 분야와 의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존재해 왔던 것이 현실이 다.



본 론


1. 질적 연구방법의 이해


예를 들어 당뇨병의 치료 순응도에 끼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가 있다고 하자. 여기서 연구의 목적은 ‘왜 환자들의 당 뇨병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일까?’를 알아내 는 것이다. 이 연구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 양적연구는 과거에 중요하다고 이미 밝혀지거나 추 정되는 요인이 정말 중요하거나 연구자가 선정한 요인 중 특정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릴 것 이다. 그러나 질적연구를 도입하면 그 방법이 조금 달라 질 수 있다.


“당뇨병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당뇨병을 치료하기는 어떠신가요?”라는 개방된 질문을 통해 연구대상마다 다양한 생활환경에 따른 치료현황과 치료에 필요한 지원 및 장애요인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 한 결과는 챠트조사나 설문조사에서 밝혀지기 힘든 부 분이고 연구의 내용이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을 밝히거나 새로운 질문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제시한다 면 그 연구는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 양적 방법의 저변에 깔려있는 인식론은 실증주의(po- sitivism)와 계량주의에 근거한 것으로 세상의 실체와 법 칙은 인간의 인식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이러한 객관적 사실은 연구자가 설정한 가설의 부단한 설립과 검증을 정량화하여 분석함으로서 ‘진리’(사물과 인간을 포함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밝혀낼 수 있다고 본다.주1

  • 반면 질적 연구는 사회적 현상은 행위자에 의해 구성되 는 ‘주관적 해석’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연구하고자 하는 실체나 현상이 연구대상자에 의해 어떻게 해석되 고, 이해되고, 경험되거나 생성되는가가 중요하다. 이러 한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과정 및 사회적 맥락 역시 매우 중요하게 된다. 여기서 ‘주관석 해석’이란 각 개인이 갖는 주관적 해석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개 인(집단)과 개인(집단)이 서로 간에 상호작용하여 의미를 전달하고, 이해하고, 그러한 근거 하에서 행동한다는 간 주관성(inter-subjectivity)을 말한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양적연구방법이 실험과 통계에 의해 일반화, 대표성에 관심을 둔다면 질적 연구는 임의 적이고 이론적인 근거에 합당한 소규모집단에 ‘진실’인 본질(essence, nature)에 관심을 둔다.12,13) 양적연구방법이 가설을 중심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연역적 방식을 택하 고 있다면 질적 연구는 열린 마음으로 대상에 대한 관찰 및 이해에 기반을 두어 결론을 내리는 귀납적인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양적연구는 연구자의 관점에서 인과관계가 정확하고, 밝혀진 사실에 대해 검증하는 환 원적인 방식이라면, 질적 연구는 연구대상자의 관점에 서의 인과관계가 설명되고 전반적인 설명이 포괄적, 총 체적인 경향이 높다.


연구자와 연구대상과의 관계도 두 방법은 상당 한 차이가 있는데 양적연구에서 연구자와 대상자의 관 계는 없거나 멀다면 질적 연구에서는 매우 긴밀하고 직 접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실증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져 무시되어 왔던 질적 연구방법은 지난 50∼60년 동안 정 량적 분석방법의 한계 및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유 형의 질적 연구방법을 개발해왔다. 양적연구에서는 조 작적으로 정의된 변수간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 을 통해서 사실과 원인을 밝혀내므로 주로 변수에 대한 수량적 자료를 산출할 수 있는 질문지, 면접용조사표, 건 강검진기록 등을 사용하게 된다. 반면 질적 연구방법은 개인 및 집단의 동기, 의미, 감정, 인식, 행위, 간주관성을 연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참여관찰, 면접, 사례연구, 기 록물, 사진 등의 방법이 이용되며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해석학(interpretive), 현상학(phenomenology)14-16), 민속학(eth- nography)17)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질적 방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연 구대상자의 표집과 선택은 양적방법과 차이가 난다. 양 적방법에서는 전체 모집단과 유사한 구성비율과 유형을 이루도록 모집단의 축소판 또는 닮은꼴의 표본을 추출 하여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모집단이 커질 수록 일반화의 가능성도 증대한다. 반면 질적 방법에서 는 연구자의 연구주제, 이론적 입장, 분석틀, 분석방법, 도출해내고자 하는 설명에 근거하여 표집의 기준이 정 해진다. 연구가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거나, 연구자의 이론이나 설명을 도출해내고 검증 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징을 포함한 대상자를 포함한 표 집 즉, 이론적 표집(theoretical sampling) 또는 의도적 표집 (purposive sampling)이 중요하다. 연구자가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연구주제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이끌어 낼 수 있고, 모집단을 대표하기보다 사회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크기로, 대상자를 추가하더라도 더 이상 새 로운 정보가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추가 표집을 중단한다.



일부 질적연구자18)는 미국사회에서 굳이 가설증명을 해보이지 않아도 아는 사실을 서베이를 하고 통계처리 를 하는데 급급해 있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음을 지적하 며 가능한 한 풍부하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 한 후에 어떠한 연구과제나 관점을 도출해 내고 그 과제 나 관점에 근거하여 새로운 단계의 개념틀을 형성하고 다시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여 나가는 계속적 과정,  즉 나선적 과정(spiral  process)을 제시



질적 연구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개인 및 집단면접은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며, 면접의 기획과 수 행, 그리고 자료 분석에 기술, 시간, 노력이 많이 소모된 다. 면접의 경우 양적연구방법에서 사용하는 구조화된 질문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비구조화된 질문을 하게 되 며 질문의 내용도 면접과정 중에 면접내용에 따라 변화 되기도 한다. 양적방법처럼 특정현상에 대한 가설이나 결정을 한 채 면접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방되고 추상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연구가 원하는 바를 면접 에서 얻어내는 것이 핵심이 된다. 면접을 할 때 면접장소 정하기, 적당한 면접시간, 구조화된 질문의 내용, 면접대 상자와 연구자와의 라포(rapport)형성, 다양한 질문방식, 기록하며 다음 질문 던지기, 더 캐묻기(probing), 질문순 서 정하기, 질문의 내용에 따라 면접방식 전환하기, 집단 면접시 면접자 구성방식, 자연스럽게 이야기 흘러가기, 면접과정 중의 감정조절 및 성찰, 면접대상자의 윤리적 차원의 배려 등은 면접 전과 면접과정에서 연구자가 부 딪혀야 되는 문제이고21-26) 부단한 장기간의 훈련과 경험 에 의해서만 능숙한 질적 연구자로 거듭나게 된다.



질적 자료는 어떻게 분석하는가? 질적 면접 및 분석이 일상생활의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일부의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질적 방법을 사용하여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자료의 수집과정과 동시에 시작하게 된다. 하나의 면접이 끝나 면 녹취를 풀어주2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다음 면접 에서 활용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표본의 크기와 표본전략도 세워진다. 면접내용을 세부영역으로 분석하고 하위범주, 상위범주 등으로 분류하면서 맥락 및 과정 속 에서 현상을 ‘설명’(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님)할 수 있어 야 한다.주3 질적 연구자는 확정적인 가설이나 논리적인 결론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수집 및 분석과정에서 대상자의 추가나 면접내용에 따라 가 설 및 설명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분석의 결과가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새로 운 설명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면 질적 연구의 성과는 극 대화된다.


분석된 내용의 결과를 양적연구에서는 일반화, 신뢰도, 타당도의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 연구는 연구대상자체가 이론 및 근거에 따른 ‘준거적 선택(cri- terion-based selection)을 한 경우로 모집단을 염두에 둔 일 반화가 될 수 없다.‘만일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을 전제로 일반화가 가능한 양적연구와 달리 질적 연구에 서는 인간세계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현상이고 양적연구의 일반화에 도전하는 다른 유형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 서 질적 연구는 일반화보다는 특정대상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비슷한 집단 또는 다른 집단에 대한 지속 적인 연구의 축적으로서 그 설명이 보편타당성을 획득 하게 된다. 한편 연구결과의 평가에 있어서 양적분석에 서 사용하는 신뢰도와 타당도의 기준이 질적 연구에서 그대로 적용되기는 힘들다. 질적 연구에 있어서 어떻게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할 것인지와 양적연구에서 중요 시여기는 신뢰도와 타당도의 검증이 크게 중요하지 않 다는 의견 등 이 분야에 대해서는 역동적인 논의들27-30) 이 지속되고 있으나 연구과정 및 분석에 있어 연구자의 자기점검과 성찰이 연구결과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 한 것은 질적연구가 양적연구에서 사물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기본적으로 다른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을 혼합 (triangulation)해서 사용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31-33), 두 가지 방법론의 인식 론적 차이와 실제 연구기법상의 차이로 인해, 하나의 연 구에서 양자의 연구방법을 결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니다. 두 가지 방법이 결합주4될 때는 대개 질적 연구가 양적 연구에 유용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거나, 양적 연구 의 결과가 놓치는 미세한 현상을 포착하도록 질적 연구 가 도와주거나 양적연구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질적 연구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결국 양적방 법과 질적 방법이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도 질적 방법은 대부분의 경우 양적 연구방법을 최소한 의 수준에서 ‘도와주는’ 종속적인 관계로 나타나게 되어 질적 연구방법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양적연구방법을 보조하는 질적 연구방법의 활용 외에는 질적 연구의 인식론이 확고한 연구자들은 특정 현상에 대해 양적 연구방법을 배제하고 배타적으로 질 적 연구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양적연구방법이 질적연구방법에 대해 ‘객관성’  및 ‘일반화’에 대해 부족하다고 하지만 객관성이란 결국 연구자의 객관성이나 과학의 한 패러다임으로서 가설검증에 의한 객관성이 아니라 연구대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객관성으로서 의미가 부여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이나 현상이 없듯이 특 정집단에 ‘진실’인 설명을 찾아내는 질적 연구방법은 사 회현상과 건강문제를 이해하고 개선하는데 매우 유용하 다고 하겠다.



2. 보건의료 영역에서 질적 연구의 사례 및 필요성


질적 연구는 자신의 관점을 놓고 상대의 관점 및 경험 살리기. 포괄적, 맥락적인 설명방식을 택하여 귀납적인 설명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많은 보거의료분야의 질적 연구의 적용은 의학적으로 판명된 증상이나 진단보다는 환자의 관점에서 질병에 대한 주관적 경험 및 과정, 고통 (suffering), 보건의료서비스이용의 현황을 밝혀내는데 집 중되어 시행되었다.34-36) 미국사회에서 기념비적인 연구 로 평가되는 Glaser와 Strauss37)의 “죽음에 대한 인식(Awa- reness of Dying) (1967)”은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 을 대상으로 질적 방법을 사용하여 죽음에 대해 환자가 알고 있는 정도는 다양하며 이것이 가족 및 의료진과의 관계,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이를 낳고 있다는 것을 밝히 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저자는 질적 연구방법 중 근거 이론(grounded theory)을 제시하였고 이후 질적 연구방법 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까지 질적 연구가 어떤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연구는 질적연구 방법을 사용 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시도한 논문내용이다. 1994 년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질적 연구를 사용한 연구를 메타분석한 논문을 대상으로 다시 메타분석을 분석한 Dixon-Woods 등46)의 결과를 보면 질적 연구의 주제 및 경향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 포함된 43개의 메타분석논 문의 대부분(25/43)이 간호분야나 간호관련 분야에서 시 행되었으며, Qualitative Health Research 학술지가 이 중 1/5를 발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주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사항은 연 구대상자가 의료진이던지 환자이던지 그 가족이던지 이 들의 경험, 인식, 판단을 이해함으로서 이제까지 밝혀지 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거나 의학적 지식, 의학적 개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환자 가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요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최근 보건정책과 최상 의 의료서비스 실천사례로 확대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질적 연구방법을 단독으로 사용하 기도 하지만 양적연구방법과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한다47) 는 것을 앞서 제시한 바 있다. 이의 구체적 내용을 알아 보기 위해 두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는데 특히 최근의 보 건의료분야의 추세는 의학뿐 아니라 타학문분야와 연계 하여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이런 부문의 연구사례 를 선정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영국에서 2000∼2003년에 실시한 ‘Developing and Evaluating Best Practice in User Involvement in Cancer Services (암치료서비 스 이용자참여에 대한 최고의 실천사례 평가와 발전에 관한 프로젝트)로 영국의 보건분야에서 The United King- dom Health in Partnership initiative (파트너쉽 이니시어티 브) 일환으로 시행된 프로젝트이다.48) 이 연구의 목적은 이용자참여라는 말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각각의 보건 조직에서 사용되는 참여의 방법,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 자가 이용자참여프로젝트의 영향에 관해 갖는 생각, 이 용자참여의 성공과 장애요인 확인, 최상의 실천사례 찾 아내기 등이 연구목적이었다.


또 다른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것으로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표준화도구 개발에 관한 연구이다.49,50) 직 무스트레스의 증가 및 이로 인한 건강악화와 사회적 비 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근로자가 경험 하고 있는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하고 건강관련성 을 알아볼 필요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의 연구자가 직무스트레스와 건강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한 척도는 외국에서 개발한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 였다. 외국에서 개발된 척도는 외국근로자의 노동환경 및 근로조건, 근로자의 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이를 그대로 한국 사회에 적용했을 경우 실제 우리가 측정, 파악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현실이 아닌 외국의 도구에 한국의 현실을 짜 맞추어 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현실이 측정도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측 정도구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결과 의 신뢰성과 그 결과에 따른 예방정책에 의문이 제기된 다.



3. 미국 가정의학회에서 질적 연구 적용 사례


미국 가정의학 영역에서 질적 연구를 단독으로 사용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양적, 질적연구를 혼합하 여 사용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가정의학과 연구소 중에는 질적 연구와 양적연구를 결합한 혼합연 구를 주로 하는 연구소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소 중 하나가 University of Medicine and Dental of New Jersey (UMDNJ)의 가정의학과연구소이다.


이 연 구소에서 이루어지는 혼합연구의 주제들은 다양하다. ‘Using Learning Teams for Reflective Adaptation’라는 연구프 로젝트도 대표적인 혼합연구 중의 하나로서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한 치료분야에서 의료진협력 팀의 치료중재 효용성을 살펴보는 연구이다. 의료진협 력팀에 대한 평가를 양적연구 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을 모두 이용하여 평가하고 있다. 즉 의사, 간호사, 의료기 사, 영양사 등 다양한 의료진 협력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설문지 등을 이용하여 자료수집(양적 연구방법에 의한 자료조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중 중심(key person) 의료진에 대한 심층면접, 외래진료소 에 대한 직접관찰 등을 포함한 현장노트(field note), 의료 진이 협동으로 치료 질을 높이는 과정에 대한 팀미팅 관 찰 및 회의내용 녹음 등의 자료수집(질적 연구방법에 의 한 자료조사)을 통해 다면평가를 하는 것이다.




결 론


이제까지 보건의료분야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연구방법 과 대비되는 질적 연구방법이 활성화되어 우리 사회의 건강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 지 현실적 변화가 요구된다.


첫째, 보건의료분야에서 질적 연구방법을 훈련받은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과대학 및 보 건관련 학과에서 연구방법으로서 질적 연구에 대한 체 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습이 제공되어야 한 다. 이를 위해서는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의학 및 보건학분야에서 연구를 해 온 연구자를 의학계 내에서 받아들여 채용하고, 다양한 종류의 질적 연구방법을 훈 련하고 각각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적용하여 건강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현재 발주되는 연구사업의 많은 부분은 암묵적 으로 양적연구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질적 연구를 포함 한다 할지라도 양적 연구에 종속적인 방법론으로서 주 로 허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연구사업의 기간도 양적 연구에 맞추어져 매우 짧은 것이 현실이다. 질적 연구방 법은 통상적으로 양적연구에 비해 자료수집뿐만 아니라 자료 분석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런 부분이 고 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질적 방법을 사용한 연구를 논문화하기 위해서 는 논문분량의 조정과 질적 연구를 심사하기 위한 인력 풀이 필요하다. 의학 분야에서의 논문분량은 질적 조사 결과의 충분한 내용을 담기에는 매우 제한된 지면만을 허용하고 있어 질적 연구결과를 논문화할 수 있도록 연 구방법에 따른 분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적연 구방법이 주류 연구방법이 될 경우 질적 연구논문의 심 사에 대해 불이익을 경험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 이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방법을 오래 동안 사용해왔고 심사할 수 있는 심사자의 인력풀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 하다. 당장 의학계 내에서 훈련된 인원이 부족하다면 질 적 연구방법은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 문에 다학제적인 심사자 풀을 형성할 수도 있다.



넷째, 질적 연구방법의 활성화를 위해서 국내외 의학 및 보건관련 질적연구방법 활용방법 및 연구에 대한 학 술대회, 심포지움, 워크샵을 주기적으로 시행하여 연구 의 활성화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보건관련 학술대회의 발표논문의 상당수가 질적 연구를 활용하고 있고, 연구방법습득을 위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이를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제어번호101602978 저자명 정진주  ,조정진 학술지명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권호사항 Vol.29 No.8 [2008] 발행처 대한가정의학회(Korean Academy of Family Medicine) 발행처 URLhttp://www.kafm.or.kr 자료유형학술저널 수록면 553-562(10쪽) 언어 Korean 발행년도2008년 KDC597 등재정보KCI등재 주제어 양적연구  ,보건  ,건강  ,가정의학  ,연구방법  ,질적연구


한국의 보건의료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연구들은 변인의 연관성을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인 양적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의료연구의 상당부분이 질적 연구를 사용하여 새로운 문제의

발견, 대상자의 주관적 인식 및 경험고찰, 의료행위 및 보건정책의 활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 분야 연구영역에서 질적 연구에 대한 이해나 질적 연구를 이용한 연구가 매우 빈약한 현실과 대비된다. 최근

보건의료계의 다양한 현실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있어 양적연구만으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하고자

질적 연구 또는 양적연구와 질적 연구를 결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 종설에서는 질적 연구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와 함께 보건의료영역에서 질적 연구의 활용 또는 질적ㆍ양적연구 결합의 필요성 및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미국 가정의학 연구영역에서의 질적․양적연구 결합의 활용사례들을 살펴보아 향후 우리나라가정의학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중심 단어: 질적연구, 양적연구, 보건, 건강, 가정의학, 연구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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