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방법으로서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적 특성에 대한 고찰 (열린교육연구, 2012)
이동성*·김영천**
Ⅰ. 들어가며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은 특정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거나 혹은 기존의 사회현상에 대하여 새로운 이해를 얻기 위해서 실제적 분야를 탐색하는 질적 연구방법론이다. 즉, 근거이론은 여타 연구방법론을 통해서 포착하기 어려운 인간 및 조직 의 사회적, 심리적, 구조적 현상(기본적 사회 과정: Basic Social Process 이하 BSP, 기 본적 사회․심리적 과정: Basic Social Psychological Process, 기본적 사회․구조 과정: Basic Social Structural Process)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질적 연구방법론이다(Morse, 2001: 14-23). 이러한 근거이론은 연구자와 독자들에게 특정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직관 력을 제공하고, 이해를 강화함으로써 인간의 행위(action)와 상호작용(interaction)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해 줄 수 있다(Strauss & Corbin, 1998: 10-11). 따라서 근거이론 은 인간의 행위와 상호작용을 둘러싼 과정(process)과 궤적(trajectory)에 대하여 추상적 개념화와 이론화를 시도하여 사회적 실재에 대한 실체적 이론(substantive theory)뿐만 아니라, 형식적 이론(formal theory)을 생성할 수 있는 유용한 질적 연구방법론으로 평가 받고 있다(Stern, 2001: 14).
이와 같은 특성과 장점 때문에 근거이론방법론(Grounded Theory Methodology)은 북 미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질적 연구방법론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교육학, 간호학, 경영학, 가족학, 노인학, 사회사업, 여성학, 문화연구 등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다(Strauss & Corbin, 1997: Bryant & Charmaz, 2007; Morse, et al., 2009). 또한, 근거이론방법론의 코딩방법은 질적 연구에서 대표적인 분석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기술지(ethnography)의 방법론적 명성과 권위를 넘어서는 근거이론방법론은 오늘날 사회과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방법론적 쟁점과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Charmaz, 2006). 근거이론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근거이론의 뿌리로 볼 수 있는 철학적 배 경의 난해함과 방법론적 다양성 및 복잡성에 있다. 서구에서는 최근 철학적 배경의 난해 함과 방법론적 다양성 및 복잡성 때문에 근거이론방법론과 근거이론 연구의 질에 대한 평 가준거가 이슈화되고 있다.
국내의 근거이론방법론 수용은 위와 같은 서구의 방법론적 쟁점과 논쟁으로부터 자유로 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원인은 근거이론방법론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심층적 이해에 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근거이론방법론이 질적 연구에서의 자료 분석을 위한 하나의 방 법적 도구나 기법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의 근거이론 연구동향은 주로 방법적 절차와 기법을 강조하는 Strauss와 Corbin(1990, 1998, 2008)의 버전(version)에 편중되어 있다. 질적 연구에서의 자료 분석은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유동적이고 유연성 이 있기 때문에 정형화된 방법이 있을 수 없다(Strauss & Corbin, 1998). 하지만 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절차와 기법을 강조하는 Strauss와 Corbin(1990, 1998, 2008)의 버 전은 한국의 질적 연구자들에게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근거이론방법론을 활용하는 국내의 일부 교육연구는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적 특성을 간과하고, 주어진 절차와 기법에 기초하여 자료를 대입하 거나 치환하는 방법론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손행미(2009)는 국내 학문영역(간호학, 사회 복지학, 교육학, 심리학, 행정학, 광고홍보학 등)에서 근거이론을 활용한 논문분석을 통하 여 이와 같은 사실을 입증하였다. 즉, 국내 근거이론 연구동향은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한 범주들 사이의 개념적 관련성이 미흡하고, 패러다임 모형을 과정분석으로 오해하는 경향 이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근거이론방법론에 기초한 국내의 질적 연구물들이 특수한 연구목 적과 연구주제에 부합하지 않게 방법론을 선택하여서, 연구결과의 진정성과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손행미, 2009).
이와 같은 국내의 수용은 1960년대 미국에서 출현한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 적 특성에 대한 고찰이 상대적으로 미흡하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비교적 최근에는 근거이론방법론을 둘러싼 Strauss와 Glaser의 방법론적 차이를 비교하거나(최귀순, 2005; 김인숙, 2011), 특정한 학문영역에서 근거이론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론적 특성을 주목하 고 있다(이숙정․이경아, 2007; 김성곤, 2011). 특히, 이명선(2009)은 Blumer(1969)의 저 작을 중심으로 근거이론방법론의 인식론적 및 존재론적 배경으로 볼 수 있는 상징적 상호 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을 국내의 간호학 연구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였다.
Ⅱ.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발전
1. 프래그머티즘과 상징적 상호작용론
2. 근거이론의 생성과 원형(prototype): ‘discovery’를 중심으로
3. 근거이론방법론의 분기와 쟁점: 방법론적 논쟁과 제2세대의 출현
가. 근거이론방법론의 분기: Strauss의 근거이론방법론에 대한 Glaser의 비판
나. 제2세대의 출현과 변형적 근거이론방법론
Ⅲ. 근거이론의 방법론적 특성: 분석절차와 평가준거
1. 근거이론의 분석절차: 개방 코딩, 축, 코딩, 선택 코딩을 중심으로
근거이론의 분석절차를 살펴보기에 앞서 방법론(methodology)과 방법(method) 그리고 코딩(coding)에 대한 용어의 정의를 밝히고자 한다.
방법론은 연구자가 사회적 실재에 대 하여 생각하고 연구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세계에 대한 사고방법 및 관찰방법을 제공한다 (Strauss & Corbin, 1998: 3-4; Corbin & Strauss, 2008: 1). 그리고 방법론은 연구자 에게 연구수행을 위한 능력과 통찰을 제공한다(Strauss & Corbin, 1998: 7).
방법은 사회 적 실재를 해명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절차(procedure)와 기법 (technique)을 말한다. 절차와 기법은 연구자의 통찰력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코딩은 자료(data)를 분해하고 개념화하며, 이론을 생성하기 위해서 개 념들을 통합하는 분석의 과정이다(Strauss & Corbin, 1998: 3). 즉, 이론의 검증보다 이 론의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코딩은 연구자에게 분석적 도구를 제공하며, 비판적 생각과 창의적 사고를 자극함으로써 이론 생성의 토대가 되는 개념(concept)을 발견하고, 발전시 킨다.
근거이론방법론에서의 이론화 작업(theorizing)은 개념정리(conceptual 시작된다(Strauss & Corbin, 1998). 개념정리란 개념을 속성(properties)과 (dimension)에 따라 조직하고, 등급을 매기는 분석 작업을 지칭한다(Strauss & Corbin, 1998: 3). 개념정리를 통한 이론화 작업은 개념을 직관적으로 구상하고, 개념들을 논리적, 체계적, 설명적 도식으로 연결시킨다. 근거이론에서의 이론화 작업은 흔히 자료로부터 이 론을 생성하는 귀납적 방식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분석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 론화 작업의 핵심은 자료로부터 개념과 속성 그리고 차원을 이끌어 내는 귀납(induction) 과 개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가설을 수립하는 연역(deduction) 사고활동의 상호작용 을 통한 ‘개념적 삼단논법(abduction)’이다(Strauss & Corbin, 1998: 19-20). 개념적 삼 단논법에 기초한 이론화 작업은 특정한 연구주제에 대한 설명과 예측을 제공하며, 높은 수준의 개념적 추상화를 지향한다(Charmaz, 2006).
가. 개방 코딩(open coding)
개방 코딩은 근거이론을 생성하기 위한 근거이론방법론의 기초단계로서 학자들(Glaser, Charmaz)에 따라 ‘초기 코딩(initial cod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방 코딩은 텍스트를 열어 젖혀서 자료로부터 사고와 의미를 드러내는데 있다. 즉, 개방 코딩의 목적은 자료로 부터 특정한 개념(코드-하위범주-범주-핵심범주)을 밝히고, 개념들의 속성과 차원을 발견 해 나가는 분석의 과정이다.
여기에서 범주란 현상(phenomena)을 대표하는 개념을 의미 한다.
현상은 자료로부터 생성되는 분석적 개념으로서 “여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가?”에 대한 대답이며, BSP를 밝히기 위하여 연구 참여자들의 문제(problem), 쟁점 (issue), 중심사건(central event)에 주목한다.
그리고 속성이란 범주의 특성, 정의, 의미를 지칭하며,
차원이란 범주의 속성이 변화되는 범위를 말한다. 차원은 범주에 구체성을 부여 하고, 이론에 변화를 준다(Strauss & Corbin, 1998: 91-106).
개방 코딩은 질적 및 양적 자료에 대한 분석도구로서 미시분석(micro-analysis)을 강조 한다.
여기에서 분석도구란 연구자가 코딩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와 기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시분석이란 원 자료(raw data)를 대상으로 단어(word), 줄(line), 문장 (구문), 문단, 문서전체 단위의 분석을 통하여 특정한 개념과 하위범주들(sub-categories) 그리고 범주들을 생성하고, 개념적 관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의 실제적 사건 과 행위 그리고 사물에 대한 기억, 자료수집과 분석과정에서 자료와 연구자 사이에서 발 생한 상호작용과 반영성(reflexivity) 등이 미시분석의 주요한 대상이다(Strauss & Corbin, 1998: 51-109).
개방 코딩에서는 사건 대 사건, 사물(대상) 대 사물(대상)의 비교분석과 이론적 비교 (theoretical comparative)를 통해서 범주를 밝히고 심화분석을 시도한다.
비교분석은 범 주들의 속성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 분류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론적 비교는 범주 의 속성과 차원이 명확하지 않을 때 특정 범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유사하거나 다른 개 념들과 비교를 시도하는 방법이다.
이론적 비교의 기법으로는 플립-플롭 기법(flip-flop technique), 현상에 대한 체계적 비교, 붉은 깃발 흔들기 방법이 있다(Strauss & Corbin, 1998: 85-87).
플립-플롭 기법은 분석자가 사건, 대상(사물), 행위,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 운 관점을 얻기 위해서 기존의 개념을 안에서 밖으로 뒤집거나 아래에서 위로 바꾸는 분 석기법을 의미한다. 이 기법은 개념의 다양한 변화와 이론적 타당성, 적용범위, 예외성을 검토하는데 유용하다.
현상에 대한 체계적 비교 기법은 연구자의 시야를 가로막는 분석적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료 안의 한 가지 사건을 경험에서 회상된 것이나 문헌에 있는 것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자료에서 간과될 수 있는 속성과 차원에 민감해지 도록 한다.
붉은 깃발 흔들기는 연구 참여자들과 연구자의 편견, 신념, 가정을 면밀히 검 토함으로써 개념화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입견을 최소화하는 기법이다.
나. 축 코딩(axial coding)
범주를 하위범주와 연결시키는 과정으로서 축 코딩은 한 범주(중심현상, BSP)의 축을 중심으로 속성과 차원에 따라 여러 (하위)범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코딩방법이다. Strauss와 Corbin(1990, 1998)은 ‘코딩 패러다임(coding paradigm)’이라는 분석적 도구 를 통해서 중심현상(BSP)을 둘러싼 구조(조건)와 과정을 하나의 도식(diagram)으로 통합 하여 현상을 개념화하였다.
여기에서 구조란 중심현상(BSP)을 나타내는 범주의 조건적 맥 락(conditional context)을 의미하며,
과정이란 한 (중심)현상과 관련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발전하는 연구 참여자들(사람, 기관, 지역사회)의 행위 및 상호작용의 순차적인 과정 을 의미한다.
축 코딩에서 구조(조건)를 과정과 연결시키는 이유는 구조 혹은 조건이 현상 (BSP)과 관련된 문제, 사건, 쟁점에 대하여 상황 혹은 배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축 코딩 의 목적은 개방 코딩을 통해 분해되었던 자료들을 BSP의 범주를 중심으로 하여 재조합함 으로써 단일한 개념 혹은 범주를 중심으로 집약적이고 일치성 있는 분석을 하는 데 있다 (Strauss, 1987: 64).
축 코딩의 과정에서
구조(조건)만을 강조할 경우, BSP를 둘러싼 원인과 맥락을 해명함 으로써 ‘왜’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지만, BSP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하여 제한적이다.
반면 과정만을 강조할 경우, 주체들(연구 참여자)이 BSP와 관련하여 어떤 전략(strategy) 을 사용하며, 어떻게 행위,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지만, '왜'라는 물음 을 간과할 수도 있다(Strauss & Corbin, 1998: 114-117).
따라서 연구자가 BSP의 본질 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특정 현상 의 핵심과 역동성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축 코딩의 역할은 특정한 개념을 중심으로 행위 주체들의 BSP를 해명함으로써 현상을 종합적이고 역동적으로 포착하여 선택적 코딩의 기 틀을 마련하는데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패러다임의 구성요소들을 위한 코딩을 인위적으 로 해서는 안 되며, 특정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축 코딩을 해야 한다. 왜냐하 면, 코딩 패러다임에 대한 경직된 적용은 사건의 역동적 흐름과 관계의 복잡한 본질을 간 과하기 때문이다. Strauss와 Corbin(1998: 117)은 축 코딩에 있어서 이러한 전도현상을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하는 예술가”로 비유하였다.
축 코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딩 패러다임의 기본적 구성요소를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Strauss와 Corbin(1990, 1998)의 코딩 패러다임 구성요소들(인과조건, 현상, 맥락적 조건, 중재조건, 행위/상호작용/전략, 결과)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건(명명조건: 인과적/우연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은 ‘왜’, ‘어디에서’, ‘언제’,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개념적 방식이다. 조건은 현상(BSP)을 둘러싼 구조(거시적 조건)와 상황(미시적 조건)을 형성한다. 조건의 핵심은 명명조건(labeling conditions)을 나 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BSP의 문제나 쟁점 그리고 사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화 상황을 세밀히 파악하는데 있다.
둘째, 현상은 “여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 한 대답이다. 현상은 연구 참여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 언어, 사건 등 의 BSP를 의미한다.
셋째, 행위/상호작용은 ‘누가’,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는 개념적 방식으로서 특정한 조 건에 놓여있는 연구 참여자들(개인 혹은 집단)이 BSP와 관련된 쟁점, 문제, 사건에 대처 하는 전략(strategy)과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행위(routine)를 말한다. 연구 참여자들의 행 위와 상호작용은 상이한 상황정의(definition of the situation)와 의미 부여방식 그리고 시 간경과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넷째, 결과는 BSP에 대한 행위와 상호작 용의 결과로서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결과는 행위 및 상호작용(전략, 일상 적 전술 포함)의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지칭한다(Strauss & Corbin, 1998: 114-119). 경 우에 따라 의도적 및 비의도적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시간경과에 따라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결과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Strauss & Corbin, 1998: 120-122). 결국, 연구자 는 축 코딩에서 한 범주(현상, BSP)를 조건, 행위 및 상호작용, 결과 범주들과 연결시킴으 로써 관계적 진술(relational statements) 혹은 가설형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다.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
근거이론방법론의 마지막 분석단계인 선택 코딩은 범주를 최대한 통합시키고 정교화 함 으로써 더 이상 새로운 속성과 차원이 드러나지 않는 이론적 포화상태(theoretical saturation)를 지향한다. 따라서 선택 코딩의 단계에서는 자료가 고도의 추상화된 이론으 로 전환된다. 특히, 개방 코딩과 축 코딩을 통하여 누적된 분석적 메모(analytic memo)와 도표(diagram) 그리고 범주는 중심(핵심) 범주(이하, 핵심범주)의 생성에 기여한다. 선택 코딩의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은 핵심범주(core category)를 생성하는 일이다 (Strauss & Corbin, 1990, 1998, 2008). 특정한 연구의 중심주제(BSP)를 대변하는 핵심 범주는 몇 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이 연구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추상화한다. 연구자 는 여러 범주들을 하나의 핵심범주로 통합함으로써 제 범주들 사이의 다양한 변화를 설명 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이한 지맥의 근거이론가들(Straussian, Glaserian, Charmazian 등)은 선택 코딩의 단 계에서 핵심범주를 발견 혹은 생성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밝 힌 것처럼, 이 연구는 Strauss와 Corbin(1990, 1998, 2008)의 근거이론 버전을 중심으로 핵심범주의 생성과정을 논의하고자 한다.
핵심범주는 개방 코딩과 축 코딩에서 생성된 기 존 범주(특히, 중심현상과 관련된 범주)에서 발견될 수도 있으며,
연구자가 창안한 추상적 용어나 구절을 통해서도 생성될 수도 있다.
전자가 주어진 자료와 개념으로부터 실체적인 이론을 발견(discovery)하는 방법이라면,
후자는 연구자의 지속적인 개념적 추상화와 해석 을 통해서 새로운 가설 혹은 이론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자의 방식이 면밀한 자 료 분석에서 출현한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이라면,
후자는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선택이 다소간 개입되는 방식이다. 후자의 방식은 Strauss와 Corbin(1990, 1998, 2008) 이 1976년 원형 근거이론방법론과는 달리, 시카고학파의 해석적 전통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Strauss(1987: 36)가 제시한 핵심범주의 선택 준거(criteria)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택 코딩을 통해 생성된 핵심범주는 모든 범주 및 속성과 개념적으로 연관되어야 한다.
둘째, 핵심범주는 자료에서 자주 나타나야 한다. 자주 출현하는 개념에 근거하여 핵심범주를 발 견하는 것은 실제로 그 핵심범주가 자료 내에 존재함을 입증한다.
셋째, 핵심범주는 다른 범주들과 논리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억지스럽지 않다. 또한 핵심범주는 개념적 포화상 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다른 범주들의 생성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넷째, 실체적 연구에 서의 핵심범주는 일반화된 이론을 위한 함의를 지녀야 한다. 즉, 핵심범주는 실제적 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추상적이어야 한다.
다섯째, 핵심범주는 범주들 사이의 분석적 정교화를 통해서 이론의 깊이와 설명적 힘을 지녀야 한다.
마지막 으로, 핵심범주는 자료의 핵심뿐만 아니라, 최대한의 변화(maximum variation)까지도 설 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핵심범주는 조건이 변화하더라도 유효해야 하며, 모순적 사례와 대체적 사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Strauss, 1987: 36).
한편, Strauss와 Corbin(1998, 2008)은 선택 코딩을 위한 네 가지 기법을 제시하였다. 핵심범주를 생성하기 위한
첫 번째 기법인 '이야기 개요(story line)작성'은 연구 참여자들 이 해결해야 하는 쟁점이나 문제(BSP)가 무엇인지를 서술적 문장으로 적는 방식이다.
두 번째 기법은 개방 및 축 코딩을 통해 이미 생성된 범주들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재작성하 는 기법인데, 서술적 수준의 내용을 추상화된 개념화 단계로 끌어올림으로써 범주들 사이 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도표(diagram)를 사용하여 개념(범주)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기법이다. 연구자는 도표를 통하여 범주들 사이의 개념적 관계를 시각화함으로써 자료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수 있으며, 자료에 대한 간략화와 추상 적 재현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방법은 메모를 통해서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검토하고 정 리하는 기법이다. 분석과정에 대한 지속적 기록이자 개념의 저장고인 메모는 범주들의 통 합과 추상화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포함하고 있다.
2. 근거이론 연구에 대한 평가 준거(evaluation criteria)
여기에서는 근거이론의 적용 및 평가와 관련된 고전적 평가준거(classic criteria)와 종 합적 평가준거(comprehensive criteria)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전적 평가준거는 Glaser와 Strauss(1967), Glaser(1987), Strauss와 Corbin(1990, 1998), Charmaz(2006)를 참조하 였고, 종합적 평가준거는 Birks와 Mill(2011)의 평가준거를 참조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Glaser와 Strauss(1967: 317-335)는 근거이론방법론의 함의 및 적용에 대 한 언급을 통하여 평가준거(적합성, 이해가능성, 일반성, 통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근거이론방법론에서 생성된 이론은 실질적인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적합성(fit)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연구결과는 관련분야의 비전문가들이 쉽게 이해(understandable)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근거이론방법론의 연구결과는 다양한 일상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general) 적용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넷째, 근거이론의 사용자(독자)는 생성된 이론을 부 분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통제(control)란 독자가 문제 상황을 이해하 고 분석하여 현실 개선을 위한 예측과 관리를 할 수 있는 적용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Glaser & Strauss, 1967: 335; Birks & Mills, 2011: 149-152).
Glaser(1978)는 ‘이론적 민감성’이라는 방법론적 저서에서 근거이론 연구결과에 대한 네 가지 평가준거(적합성, 효과성, 적절성, 변경가능성)를 제시하였다. Glaser(1978)가 제 시한 평가준거들은 1967년 ‘Discovery’에서의 네 가지 평가준거들을 보다 상세화한 것이 었다. 근거이론은 연구 자료와 상태(state)에 대하여 적합성(fit)을 지녀야 하며, 연구대상 에 대하여 설명적이고 예상적인 힘 즉, 효과성(work)을 확보함으로써 그 적절성 (relevance)을 증명해야 한다. Glaser(1978)는 이 세 가지 평가준거들에 더하여 근거이론 의 변경가능성(modifiability)을 제시하였다. 근거이론의 변경가능성이란 연구과정을 통해 구축된 한 이론이 이후 지속적인 적절성을 보증하고, 다음의 변화(later variation)를 수용 할 수 있음을 말한다(Glaser, 1978; Birks & Mills, 2011: 150).
Strauss와 Corbin(1998: 239-246)은 연구과정과 경험적 근거에 대한 평가준거들을 제 시하였다. 그들은 이 준거들을 엄격하고 고정된 평가규칙이 아니라, 하나의 평가지침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창의적 작품을 위해서 아래 지침들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Strauss & Corbin, 1998: 247). 우선, 근거이론의 연구과정과 관련된 평가준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표본은 어떻게 선정되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둘째, 주요 범 주로서 어떤 것들이 출현하였는가?
셋째, 주요 범주를 나타내는 사건이나 지시자 (indicator, 주로 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넷째, 어떤 범주에 기초하여 이론적 표 본추출이 진행되었는가?
다섯째, 개념적 관계와 관련된 가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떠한 조건에서 가설이 형성되고 검증되었는가?
여섯째, 가설이 자료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가? 만일 가설이 자료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며, 가설은 새롭게 변경되었는가?
일곱째, 핵심범주는 어떻게 발견 혹은 생성되었으며, 연구자는 어떠한 이유에서 특정한 핵심범주를 설정하였는가?
연구의 결과 혹은 경험적 근거에 대한 평가준거는 다음과 같다(Strauss & Corbin, 1998: 244-146).
첫째, 근거이론의 연구결과에서 특정한 개념이 생성되었는가?
둘째, 각 각의 개념들은 서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었는가?
셋째, 많은 개념적 연결이 존재하였는가? 즉, 범주들은 서로 잘 발전되었으며, 상호간에 개념적인 밀도를 나타내었는가?
넷째, 구축 된 근거이론에서 범주의 속성과 차원의 변화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가?
다섯째, 생성된 근거이론에서 범주의 속성과 차원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가?
여섯째, 생성된 근거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의 변화 그리 고 거시적 및 미시적인 조건의 변화에 따른 연구 참여자들의 행위, 상호작용, 전략의 변화 즉, 과정이 고려되었는가?
일곱째, 연구과정을 통해 생성된 이론에서 의미 있는 이론적 발 견이 발생하였는가?
마지막으로, 생성된 근거이론은 일반인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모두 에게 의미가 있으며, 특정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며,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는지의 여 부이다.
한편, 구성주의 근거이론을 개척하고 있는 Charmaz(2006)는 연구의 목적 및 맥락과 조 화를 이룰 수 있는 평가준거의 적용을 강조하였다(Birks & Mills, 2011: 152). 근거이론 방법론의 복잡한 과정을 간략화한 그녀는 최종적 이론의 평가와 관련된 네 가지 준거들을 제시하였다.
첫째, 최종적인 연구결과(이론)는 논리(logic)와 개념적 근거를 반영할 수 있 는 신뢰성(credibility)을 지녀야 한다.
둘째, 근거이론방법론을 통한 결과는 그 연구의 중 요성을 언급하고 지지할 수 있는 독창성(originality)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근거이론방법 론을 통한 최종적인 연구결과는 상식적이고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적 지식과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근거이론의 결과는 다수의 관련자들에게 최종적 이론이 의미 와 범위(scope)의 측면에서 적절하다는 반향 혹은 공명(resonance)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야 한다.
넷째, 근거이론의 결과물은 지식의 개발과 실제적인 적용의 측면에서 유용성 (usefulness)을 지녀야 한다. 연구결과의 신뢰성과 독창성은 공명과 유용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선결조건이다.
마지막으로, Birks와 Mills(2011: 152-154)는 지금까지 출판된 근거이론방법론의 고전 적 평가준거들을 종합하여 포괄적인 평가영역(전문적 지식, 방법론적 적합성, 절차적 명확 성)을 제시하였다. 근거이론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세 가지 영역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 음과 같다.
첫째, 근거이론 연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전문적 지식(researcher expertise)이 필요하다. 근거이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연구자가 학문적 글쓰기의 기술을 증명하고, 근거이론에 대한 방법론적 친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연구자의 전문적 지식은 연구에서 적절한 방법론적 자원(resources)을 인용하고, 연구 설계와 연구 과정에 서의 가능성과 제한점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둘째, 방법론적 적합성(methodological congruence)은 연구자가 철학적 입장을 표명하 고, 연구의 목적을 위해 적절한 연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방법론적 적 합성은 연구의 결과가 서론에서 진술된 연구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에 달려있으며, 철학적 및 방법론적 불일치를 연구결과물에 표현하고 밝히는데 있다.
셋째, 절차적 명확성은 연구자가 특정한 연구를 지지할 수 있는 분석적 메모와 개념 혹 은 이론 생성에 필요한 감사추적(audit trail)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나타내는데 있다. 그리고 절차적 명확성은 자료의 관리와 출처에 대한 과정을 기술하고, 연구의 맥락에 맞게 근 거이론방법론을 사용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는 자료와 추상화 사이의 논리 적 연결을 구축하고, 자료에 근거하여 이론을 생성하며, 이론의 잠재적 적용이 검토되었는 지를 밝힘으로써 방법론적 적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근거이론 연구의 다섯 가지 평가준거를 정리하면 다음의 <표 2>와 같다.
<표 2> 근거이론 연구에 대한 평가준거들
Ⅳ. 나가며: 교육연구를 위한 근거이론방법론의 시사점
이 연구는 교육연구자들에게 근거이론에 대한 철학적 및 방법론적 지식과 이해를 제공 하고자 하였다. 저자들은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을 고찰하기 위하여 근거이론의 철학적 기초로 볼 수 있는 프래그머티즘과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인식론적 및 존재론적 전제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배경에 터하여 Glaser와 Strauss가 창안한 근거이론의 원형을 조명하고, 근거이론방법론의 네 가지 분기(스트로스학파, 글레이저학파, 차마즈학 파, 클락의 상황적 분석)와 쟁점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이 연구는 근거이론의 방법론적 특 성을 포착하기 위해서 개방 코딩과 축 코딩 그리고 선택 코딩으로 불리는 근거이론방법론 의 구별적인 분석절차를 명확히 설명하고, 근거이론 연구물의 질에 대한 평가준거를 다각 적으로 검토하였다. 여기에서는 본론에서 제시한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교육연구를 위한 근거이론방법론의 방법적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근거이론방법론을 활용하고자 하는 교육연구자는 근거이론의 철학적 전제로 볼 수 있는 프래그머티즘과 상징적 상호작용론 그리고 요인분석에 대한 인식론적 및 존재론 적 전제를 공유해야 한다. 철학적 전제가 결여된 근거이론방법론은 연구주제와 연구대상 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인식론적 방법보다는, 하나의 분석적 도구 혹은 장치로 전 락할 수 있다. 따라서 근거이론방법론의 철학적 전제는 근거이론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방법적 통찰과 기술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거이론방법론과 철학적 전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묶음(package)'이며, 세부적 인 방법과 절차 그리고 기법은 철학적 전제와 방법론에서 파생된 부산물이다. 따라서 교 육연구자는 근거이론방법론의 세부적인 절차와 기법에 의존하여 교육연구를 수행하는 관 행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둘째, 원형으로서 근거이론은 콜롬비아학파의 양적 연구방법론과 시카고학파의 질적 연 구방법론 사이의 이종혼교적인 결합을 통하여 구성되었다. 그러나 Glaser와 Strauss는 사 회적 실재에 대한 사회학적 가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선험적 사회이론과 가설검증의 실증적 연구방식을 극복하려 하였다. 즉, 원형으로서 근거이론은 자료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하여 실체적 혹은 형식적 이론을 생성함으로써 특정한 사회현상 혹은 연구주제에 대하 여 예측과 설명을 제공하려 하였다. 따라서 교육연구자는 원형 근거이론을 통해서 자신이 왜 근거이론방법론으로 교육연구를 수행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근거이론방법론은 질 적 자료 분석을 위한 체계적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 학교와 교실 등과 같은 중규모 단위 의 사회적 집단에 살고 있는 연구 참여자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밝히고, 그것과 관련된 추 상적 이론을 생성하는데 있다. 따라서 근거이론방법론을 사용하는 교육연구자는 교육현상 을 개념적으로 기술하는 차원을 넘어서 개념들 사이의 지속적 비교분석을 통해 실체적 혹 은 형식적 이론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정한 교육연구자가 개념적 추상화 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굳이 근거이론방법론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셋째, 질적 연구논리와 양적 연구논리를 병합한 원형으로서 근거이론은 연구 패러다임 이 상이한 질적 및 양적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연구방법론이다. 따라서 교육연구를 수행 하는 초심자들은 자신의 방법론적 기초를 공고히 하고, 방법론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하여 명확한 절차와 기법을 지닌 근거이론방법론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거이론 방법론은 자료 분석과 이론 생성을 대신해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연구자 가 근거이론방법론의 절차와 기법을 숙지할지라도 개념의 생성과 발전은 연구자의 이론적 민감성에 달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연구자는 자료로부터 개념을 생성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구축과 추상화를 위하여 끊임없이 이론적 민감성을 길러야 한다. 교육연구자 가 이론적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주제에 대한 풍부한 문헌고찰과 분석과정 에 대한 글쓰기(특히, 분석적 메모) 작업이 필요하며, 수집된 자료와 연구의 상황이 자신 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개념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넷째, 근거이론방법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지맥들은 존재론적 및 인식론적 전제의 차이, 방법론적 전략의 차이, 지향하는 이론의 특성에 따라서 상이하게 분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한 이론적 특성이란 근거이론방법론을 통해 최종적으로 생성된 이론의 가치와 규범성을 의미한다. 그 예로, Glaser는 개념적 서술에 가까운 근거이론을 강력히 비판하였지만, Strauss는 근거이론의 결과가 반드시 추상적 이론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특정한 지맥의 근거이론방법론이 상대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연구목적과 연구문제 그리고 교육연구자의 철학적 오리엔테이션에 따라 근 거이론방법론의 적용이 유동적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교육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상황에 적합한 특정 지맥의 근거이론방법론을 선택하거나, 다른 지맥의 근거이론방법론과 결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 또한, 연구자는 앞서 제시한 네 가지의 지맥을 벗어나 자신의 연구 상 황에 최적화된 변형적 근거이론을 생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근거이론방법론은 그 분석절차가 무엇으로 명명되든지 간에 여러 차례의 분석 단계를 통해서 자료에 대한 개념화를 지향한다. 개념에 기초한 반복적이고 정교한 이론화 작업은 근거이론방법론을 여타 질적 연구방법론과 차별화시키는 주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교육연구자들은 근거이론방법론이 왜 여러 번의 분석단계를 거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여타 질적 연구방법론도 근거이론방법론과 유사한 분석절차를 거친다(예를 들면, 문화기술지에서의 영역분석→ 분류분석→ 성분분석). 따라서 연구자가 일반적인 질적 자료 분석의 방법으로써 근거이론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 연구자는 근거이론방법론의 분석절차가 철저히 ‘개념중심’이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즉, 1차 코딩을 통해 형성된 개념(범주)은 2차, 3차 코딩을 위한 근거가 되며, 자료수집의 판단준거가 된다. 따라서 분석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순차적인 귀납적 논리가 아니라, 개념적 삼단논법(abduction)을 통한 개념(코드-하위범주-범주)의 생성과 발전이다. 즉, 분 석의 출발점은 수집된 자료에서 비롯되지만, 그 종착역은 개념적 삼단논법을 통한 이론의 최종적 발견 혹은 생성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근거이론 교육연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준거는 근거이론방법론의 철학적 배경에 따른 지맥과 방법론적 특성에 따라서 상이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근거 이론방법론에 기초한 특정한 교육연구물에 대한 평가기준은 ‘누구’의 지맥을 ‘왜’ 근거하였 는지에 따라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가령, 한 교육연구자가 글레이저학파(Glaserian)의 근거이론방법론에 기초하여 교육연구를 수행하였다면, 그 연구결과에 대한 질은 Glaser가 제시한 평가준거에 기초하여 가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논문 심사자들과 독자들은 하나 의 고정된 평가준거를 통하여 근거이론 작품을 재단하기보다, 한 교육연구의 특수한 연구 목적과 이론적 배경, 연구문제, 연구방법, 타당도 작업을 유기적으로 검토하여 그 질을 가 늠해야 할 것이다. 근거이론방법론에 기초한 국내 교육연구의 평가준거는 이후 생성될 근 거이론 연구 성과의 누적과 발전을 통해서 더욱 정교화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의 결과는 ‘좋은’ 근거이론 연구에 대한 평가준거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일정부분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질적 연구방법으로서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적 특성에 대한 고찰
An Inquiry on the Philosophical Backgrounds and Methodological Characteristics of Grounded Theory as Qualitative Research Method
- 간행물명 : 열린교육연구
- 권/호 : 열린교육연구 제20집 제2호 / 2012 / 1~26 (26pages)
- 발행기관 : 한국열린교육학회
- 간행물유형 : 학술저널
- 주제분류 : 교육학
- 파일형식 : PDF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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