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적 교육학* 2) (The Korean Journal of Philosophy of Education, 2010)

이 남 인(서울대학교)





Ⅰ. 머리말 

1900/01년에 Husserl이 『논리연구』(Husserl, 1900/01)를 출간하여 현상학의 초석을 놓은 후 지난 100여 년 동안 현상학적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현상학적 통찰을 받아들이면서 여러 가지 교육학이 등장하였다. 필자는 이처 럼 다양한 현상학적 통찰을 수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교육학을 현상학적 교육학이라 부르고자 한다. 이 글의 목표는 그동안 전개된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그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데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필자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지금까지 연구되어 온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며 풍부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우리는 우선 2장에서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조망할 것이다. 우리는 3장에서 현상학의 전체 적인 구도를 살펴보고 4장에서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차원을 검토한 후 5장에서는 현상학 적 교육학의 방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우리는 6장에서 현상학적 교육 학의 역사를 평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해본 후 7장에서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연구 활성화와 관 련해 몇 가지 점을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논의를 마칠 것이다. 


Ⅱ.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의 역사 

그동안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정리한 몇몇 연구들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 우리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현상학적 교육학이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이처럼 다양 한 시도들을 고려하면 현상학적 교육학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정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개진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Lippitz는 철학적 현상학 안에서 여러 유형의 현상 학이 전개된 것과 유사하게, 현상학을 수용한 인접학문에서도 다양한 학파들이 분화되어 결국에 는 이론적으로 서로 대립적인 상태로 발전한 경우도 있었음을 지적한다(Lippitz, 1984: 102; 조상 식, 2002: 44-45에서 재인용).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Meyer-Drawe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상학적 교육이론은 그 방법 및 근본개념에 있어서 지금까지 일치된 견해에 이르지 못했다. 그 이론들이 서로 다른 철학에서 유래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주도하는 질문과 절차가 다양하며 때로는 상충하기까지 한 다. 이러한 사실이 한편으로는 그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왜 어려운지 설명해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상학적 교육이론이 다양한 전통에 의지하고 다른 학문분야와 협동하기에 충분하게 개방적이며 유연한 이유 이다. 교육학에 있어서 현상학적 사유는 동질적인 운동으로서 기술될 수 없다(Meyer-Drawe, 1997: 157). 


그러면 이제 그동안 등장한 현상학적 현상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검토해 보자. 필자가 접 한 여러 연구들 중에서 기존의 현상학적 교육학을 가장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연구는 Meyer-Drawe가 1997년 Encyclopedia of Phenomenology에 기고한 “Education"에 관한 항이다 (Meyer-Drawe, 1997: 157-162).1) 이 글에서 Meyer-Drawe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돌아보 면서 그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현상학적 교육학의 시작은 19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대 초반에 Aloys Fischer, Rudolf Lochner 등은 기술적 교육학 내지 사실연구(Tatsachenforschung)로서의 교육학을 전개하면서 교육학을 엄밀학으로 정립하고자 시도하였다. 기술적 교육학의 과제 중의 하나는 가능한 한 아무런 전제 없이 교육 현상을 기술하여 교육 현상의 본질을 해명하는데 있다. 그러 나 기술적 교육학이 꼭 본질 탐구의 형태로만 전개되었던 것은 아니며 경험적인 사실 탐구의 형태로도 전개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 교육학 중에서 교육 현상의 본질을 기술함을 목표 로 하는 교육학은 그 후 어떤 전통도 형성하지 못하였으나 경험적으로 정향된 연구, 즉 사실 탐 구는 그 후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2) 그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Friedrich Copei(1902-1945), Theodor Litt(1880-1962) 등이 전개 해 나간 소위 정신과학적 교육학이다. 이들은 W. Dilthey, Edmund Husserl, Hermann Nohl(1979-1960) 등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정신과학적 교육학을 전개해 나갔다. Litt는 주로 Husserl의 현상학적 방법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현상학이 삶 및 관념의 순수형식을 해명하는 방 식에 주목하였다. Copei는 생활세계적 경험이 과학적 지식의 토대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교육, 삶, 자기실현의 과정을 개인의 경험에 있어 위기의 역사로 기술하고자 시도하였다. 


3) Heidegger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Otto Friedrich Bollow는 실존론적 현상학을 토대로 정신과학적 교육학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그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교육의 분위 기, 정감적 측면, 의사소통관계 등을 파악하고자 시도하였다. 그의 제자 중에서 Jakob Muth는 교육 현상을 개인이 위기를 경험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그에 대해 분석하고자 시도하였고, Friedmann Mauer는 상황의존적 자기정체성의 문제를 분석하고자 시도하였으며, 또 다른 제자 들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 속에 들어있는 본래적인 세계 개시 기능을 해명하고자 시도하였다. 


4) H. Rombach는 Heidegger의 영향 아래서 교육학이 근본적인 가능성을 지닌 구조적 통일체 로서의 인간, 즉 인격체를 다루어야 함을 주장했고 E. Fink는 Husserl과 Heidegger를 따라서 교 육을 사회적, 인간적 실천의 근원 현상으로 간주하면서 교육 행위의 공-실존적 성격, 즉 상호주 관적 성격을 해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교육학은 구체적인 의사소통적 실천을 통해 산출되는 의 미를 찾아내 그에 대해 반성하는 “삶에 관한 이론”(Lebenslehre)이다. Fink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Egon Schủtz는 실존적 비판적 교육학을 발전시켰다. Heidegger의 영향 아래서 Theodor Ballauff는 교육행위가 사유의 사건을 _______준비하기는 하지만 자발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 문에 그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의 제자인 Klaus Schaller는 의미가 상호 주관적으로 산출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교사의 주도적인 역할을 상대화시키는 이론 을 전개하였다. 


5) J.-P. Sartre의 철학은 남아프리카, 브라질, 미국 등에서 인간 자유가 지닌 의미를 강조하는 교육학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비판적 기능을 지닌 의식의 역할을 강조하는 Sartre, Husserl 등의 영향 아래서 Feire는 문화식민현상과 경제적인 의미의 투자적 교육 개념을 비판하였다. 그에 의하면 참다운 의미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유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한 다. Juan Chales Melich는 Heidegger, Sartre, Schutz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지니고 있는 창조성과 유일성을 강조하는 교육학을 발전시켰다. 


6) 네덜란드에서는 Martinus Langeveld, Stephan Strasser 등이 인간학적 관점에서 교육학을 발전시켰다. Langeveld는 개방적인 의미 산출 과정으로서의 어린이의 세계 지각 방식을 분석하 고 어린이가 경험하는 세계의 고유성을 보여주면서 어린이의 세계를 단지 어른의 세계의 전단 계로만 이해하는 Piaget의 발달심리학을 비판하였다. Langeveld는 Utrecht 학파의 창시자가 되 었다. Strasser는 현상학의 영향 아래서 인간학적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환원주의적 이해 방식 을 비판하였다. 


7)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현상학을 토대로 한 교육학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교육학에서는 실증주의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증주의적 교육학을 통해서는 어린이들의 구체적인 상황, 생활세계 등이 고려될 수 없다 는 각성이 일면서 실증주의적 교육학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고 그와 더불어 경험에 관한 철학인 현상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Bollow의 교육학이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Ton Beekman의 주도로 Utrecht 학파가 형성되었으며 참여관찰의 방법 등을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 되었다. Max van Manen은 캐나다에서 Utrecht 학파와 관계를 유지하고 Heidegger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전체주의적이며 시적인 성격을 지니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발전시켰는데, 그것은 Carl Rogers의 인간주의적 심리학과 유사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8) 과학주의2)를 비판하던 초창기가 지나가면서 현상학에 토대를 둔 다양한 교육학이 등장하 였다. Werner Loch는 Husserl의 현상학과 정신분석을 결합시키면서 교육학을 전개해 나갔고 그 를 통해 구체적인 생애사 연구를 통해 발생적 차원에서 어린이들이 획득하는 “무엇을 할 수 있 음에 대한 의식”을 기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Wilfried Lippitz는 인간학과 사회현상 학을 결합시키면서 구체적인 교육의 실재에 더 많이 주목하는 교육학을 전개하였다. 그는 Husserl뿐 아니라 Merleau-Ponty의 철학을 토대로 생활세계 개념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하 면서 이러한 재구성 결과를 활용해 교육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명하고자 시도했다. 더 나아가 그 는 Levinas의 현상학을 해석하면서 교육학적 담론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어려운 윤리적 물음들을 재정식화하고자 시도하였다. Kảte Meyer-Drawe는 Merleau-Ponty의 현상학을 토대로 살아있는 신체 개념을 분석하면서 어린이의 경험 형식을 이해하고 합리성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시도하였으며 전통적인 인격 개념을 비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Horst Rumpf는 감각의 문제를 분석하고 생활세계적 경험 형식을 해명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어린이의 지식 형태에 들어있는 감각적인 것을 무시할 뿐 아니라 그것이 지닌 창조성을 억압하는 전통적 교육 학을 비판하였다. Gṻnther Buck는 현상학에 토대를 두고 배움에 관한 이론을 전개했는데, 그에 의하면 배움은 결과를 통해서만 그 의미가 해석될 수 없는 것으로서 갈등으로 꽉 차있는 과정 이며 경우에 따라서 그것은 자신의 경험사를 고통스럽게 재해석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에 따르면 배움을 지식을 연속적으로 축적하는 과정으로 간주하는 이론은 신화에 불과하다. Bruno Redeker는 물리학을 배움에 있어 감각 경험이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그에 따르 면 선과학적 지식이 객관적 지식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연속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자 연과학적 관점과는 구별되는 생활세계의 선지식이 지니는 근원적 성격을 이해할 때만 물리학에 있어서의 배움이 가능하다. Gottfried Brảuer는 감각경험이 지닌 창조성을 현상학적으로 보여주 면서 예술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에 의하면 어린이의 세계 지각을 진지하게 고 려해야 하며 교사 역시 어린이에게만 고유한 이해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그동안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전개되었다. 그러면 이처럼 다양한 교육학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현상학에 토대를 둔 다양한 유형의 교육 학을 소개한 후 Meyer-Drawe는 이처럼 다양한 교육학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현상학적 교육 이론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에 어떤 가족 유사성이 존재한다. 이 모든 사조에 공통적인 것은 과학적 연구가 지니고 있는 전능성에 대한 의심이다. 이러한 의심은 과학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 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과학과 철학이 서로 협동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Meyer-Drawe, 1997: 161-162). 


Ⅲ. 현상학의 전체 구도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평가하고 그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를 이해하는 일이다. Husserl에 의하면 전체 현상학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서로 구별되는 세 가지 유형의 학문으로 구성되어 있다.3) 


1) 경험적 현상학이란 세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험적 사실을 경험적 사실로서 연구하면 서 그의 여러 가지 측면을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학문을 포괄한다. 경험적 현상학이란 현상학적으로 정초된 모든 경험과학을 말하며, 우리가 흔히 언어학,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 학, 문화인류학, 법학, 행정학, 경영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의학, 농학 등 경험과학이라고 부르는 모든 학문을 말한다. 경험적 현상학 안에서도 우리는 논리적인 정초연관에서 볼 때 보다 더 근원적인 학문과 파생적인 학문을 구별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경제학은 경영학에 비해 보 다 더 근원적인 학문이고 물리학, 화학, 생물학은 공학, 의학, 농학 등에 비해 보다 더 근원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2) 존재론적 현상학세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험적 사실의 본질(Wesen) 내지 형상 (Eidos)을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학문으로서 본질학 내지 형상과학이라 불린다. 존재론적 현상 학이 다루고자 하는 본질에는 두 가지 유형의 것이 있는데, 어떤 특정한 대상 영역과 관련된 본 질인 내용적 본질과 모든 대상 영역과 관련된 본질인 형식적 본질이 그것이다. 이처럼 본질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짐에 따라 본질을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존재론적 현상학 역시 두 가 지로 나누어지는데, 내용적 본질을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내용적 존재론 혹은 영역적 존재론과 형식적 본질을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형식적 존재론이 그것이다.4) 내용적 존재론의 대표적인 예로는 심리현상의 일반적 구조를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현상학적 심리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상학적 심리학 이외에도 자연이라는 영역의 본질을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자연의 영역존재론, 역사라는 영역의 본질을 탐구함을 목표로 하는 역사의 영역존재론, 정치라는 영역의 본질을 탐 구함을 목표로 하는 정치의 존재론 등 다양한 유형의 영역존재론이 존재한다. 형식적 존재론의 대표적인 예는 전통적인 형식논리학을 들 수 있다. 형식논리학은 모든 인식 대상들이 갖추어야 할 형식적 틀로서의 형식적 본질을 탐구하는 본질학이다. 


3) 초월론적 현상학초월론적 주관과 그에 의해 구성된 대상 및 세계의 구조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경험적 현상학과 존재론적 현상학이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die Generalthesis der natṻrlichen Einstellung)을 전제한 상태에서 전개되는 학문인데 반해 초월론적 현상학은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에 대해 판단중지를 한 채 초월론적 현상학적 태도에서 전개될 수 있는 학문이 다. 여기서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이란 “세계가 존재하는 것의 총체이다”라는 생각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에 따르면 세계를 넘어서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 계를 넘어서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점에 있어서는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주관도 예 외는 아니다. 말하자면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전제하는 경험적 현상학으로서의 경험적 심리 학이나 존재론적 현상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의 경우 주관은 어디까지나 세계의 한 부분으 로 경험되는 주관에 불과하다.__  


그러나 이처럼 세계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의 총체로 경험되고 주관이 세계의 한 부분으로 경 험되는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우리는 주관의 상태가 바뀜에 따라 세계가 지금까지와는 전 혀 다른 의미로 경험되는 경우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분 (Stimmung)에 휩싸일 경우 우리는 세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경험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극도도 허무한 기분에 휩싸일 경우 우리에게 세계 전체는,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허무한 것으로 경험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의미로서의 세계 및 세계내 대상이 주관에 의존적이며 주관은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초월론적 현상학은 바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인 초월론적 주관을 중심으로 그의 다양한 기능을 해명하면서 세계 및 세계내 대상의 다양한 의미를 해명함을 목표로 한다. 이 경우 초월론적 주관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구성과정이라 불리며 따라서 초월론 적 주관은 의미로서의 세계를 구성하는 주관이다. 


초월론적 주관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매순간 부단히 의미로서의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주 관이며 그러한 한에서 그것은 부단히 의미를 창조하는 주관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초월론적 주 관은 다른 주관과 고립되어 존재하는 주관이 아니라 다른 초월론적 주관과 함께 존재하면서 의 미로서의 세계를 구성하는 상호주관적 주관, 다시 말해 사회적인 주관이며 역사적인 맥락 속에 서 존재하는 역사적 주관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초월론적 현상학의 경우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전제하 는 경험적 심리학이나 현상학적 심리학에서 타당했던 주관과 세계의 관계가 역전된다는 사실이 다. 경험적 심리학이나 현상학적 심리학의 경우 세계는 존재하는 것의 총체요 거기서 탐구되는 주관인 현상학적 심리학적 주관 역시 세계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세계에 의존적이지만 초월론 적 현상학의 경우에 의미로서의 세계는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 구성된 것이며 그러한 한에서 그 것은 초월론적 주관에 의존적이며 그것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초월론적 현상학은 사실적 초월론적 현상학으로 전개될 __________수도 있고 본질적 혹은 형상적 초월 론적 현상학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전자는 초월론적 주관 및 그에 의해 구성되는 세계 및 대상 을 사실(die Tatsache)로 간주하면서 그의 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현상학이며 후자는 초 월론적 주관 및 그에 의해 구성되는 세계 및 대상의 본질적인 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현 상학이다. 뒤에서 논의되겠지만 전자를 위해서는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 필요한 데 반해 후자를 위해서는 그뿐 아니라 형상적 환원, 즉 본질직관의 방법이 필요하다. 후설은 초 월론적 현상학을 형상적 초월론적 현상학으로 전개해 나갔다. 


경험적 현상학, 존재론적 현상학, 초월론적 현상학 등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유형의 현상 학은 정초연관 속에서 존재한다. 존재론적 현상학은 경험적 현상학의 정초토대이다. 그 이유는 존재론적 현상학은 경험적 현상학이 가능하기 위한 다양한 본질적 전제를 탐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월론적 현상학은 경험적 현상학과 초월론적 현상학의 정초토대이다. 그 이유는 경험적 현상학이 다루는 대상뿐 아니라, 존재론적 현상학이 다루는 대상도 그것이 우리에게 경험되는 대상인 한에 있어서 모두 초월론적 주관의 구성 작용에 뿌리박고 있으며 초월론적 주관이라는 원천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 정초연관 속에서 존재하는 세 가지 유형의 현상 학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인 전체를 형성하며 그러한 점에서 그들의 전체는 유기체인 나무에 비유될 수 있다. 경험적 현상학이 나무의 가지에 해당한다면 존재론적 현상학은 나무의 둥치에 해당하며 초월론적 현상학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기적인 전 체 속에서 존재하는 현상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함을 목 표로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와 관련하여 다음의 3가지 사실을 보충하고자 한다. 


1) 앞서의 전체적인 구도에서 경험적 현상학의 경우 질적 학문과 양적 학문의 구별이 고려되 지 않았는데, 이러한 구별을 염두에 두면서 구도가 보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이 구도에는 존재(Sein)의 영역을 다루는 이론적 학문들만이 고려되었는데, 당위(Sollen)의 영역을 다루는 규범적 학문들도 고려하면서 그 부분이 보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5)  


5) 이 글에서 우리는 존재의 영역을 다루는 학문을 이론적 학문이라 부르고자 하며 당위의 영역을 다루는 학문을 규범적 학문이라 부르고자 한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론적 학문은 크게 질적 학문과 양적 학문으로 나누어진 다.  


2)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서로 구 별되는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방법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른 대상 영역을 탐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각의 사태에 적합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 지 방법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다. 말하자면 어떤 특정한 학문 분과를 사태의 본성에 맞게 전개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 일차적으 로 필요한 방법은 그것이 다루고자 하는 사태의 본성에 맞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 법이다. 이 경우 현상학적 판단중지란 태도변경을 뜻하며 현상학적 환원이란 태도변경을 통해 구체적으로 사태 자체로 육박하는 과정을 뜻한다. 


현상학적 판단중지로서의 태도변경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동일한 어떤 것도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다름에 따라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현출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떤 사람은 내가 물리학적 태도를 취하면 물리학적 대상으로 경험되고, 동물학적 태도를 취하면 동물로 경험되며, 사회학적 태도를 취하 면 사회적 주체로 경험되고, 경제학적 태도를 취하면 경제적 주체도 경험되며, 더 나아가 현상학적 심리적 태도를 취하면 현상학적 심리학적 주체로 경험되며 초월론적 현상학적 태도를 취 하면 초월론적 현상학적 주체로 경험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하나의 태도에서 다 른 태도로 이행해 갈 수 있는데, 바로 이처럼 하나의 태도에서 다른 하나의 태도로 넘어가는 과 정이 다름 아닌 현상학적 판단중지이다. 이처럼 태도변경을 현상학적 판단중지라 부르는 이유는 이처럼 태도변경이 이루어지면서 여타의 다른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가 수행되고 우리가 원하는 태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판단중지란 연구하고자 하는 사태로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 법적 절차이다. 태도변경으로서의 판단중지가 없다면 우리는 그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 사태를 사태의 본성에 충실하게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판단중지가 태도변경을 통해 드러날 수 있는 사태가 우리에게 현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그것은 사태로의 해방, 진리로의 해방이 라는 아주 적극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방법적 절차이다. Husserl은 판단중지를 괄호치기 (Einklammerung), 배제(Ausschaaltung)라고도 부르는데, 판단중지를 포함해 괄호치기, 배제 등 의 개념은 오해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개념들은 마치 판단중지 를 통해 탐구하려는 사태가 배제되거나 또는 그에 대해 판단중지나 괄호치기가 이루어지며 따 라서 그것이 사태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방법적 절차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 이런 식으로 오해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3)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에 대한 앞서의 논의는 주로 Husserl의 현상학을 염두에 두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구도는 Husserl의 현상학뿐 아니라, Husserl 이후에 등장한 다양한 유형 의 현상학도 포괄할 수 있는 구도이다. 이 점과 관련해 필자는 Husserl의 현상학과 그 이후에 나타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의 관계를 단절적이며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많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예를 들어 Husserl의 발생적 현상학과 Heidegger의 해석학적 현상학 및 Merleau-Ponty의 지각의 현상학 사이에는 비록 세세한 점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있더라도 그 전체적인 구도에서 볼 때 연속성이 존재한다.6) 앞서 살펴본 현 상학의 전체구도 속에는 Husserl의 현상학을 비롯해 그 이후에 등장한 모든 유형의 현상학, 더 나아가 가능한 모든 유형의 현상학이 나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것은 현 상학 전체의 지형도 역할을 할 수 있고 특히 응용현상학 논의를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6) Husserl과 Heidegger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남인(2004), 『현상학과 해석학』을 참조. Husserl과 Merleau-Ponty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남인(2008),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참조. Husserl과 Levinas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남인(2006),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레비나스의 타자의 현상학” 참조.  


Ⅳ.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차원과 영역 


현상학적 교육학은 응용현상학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교육학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응용현상학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응용현상학이란 지향성, 노에시스-노에마 상관 관계, 명증, 다양한 학문의 정초관계,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 등 다양한 현상학적 통찰을 어떤 특 정한 대상 영역에 응용하여 정립가능한 학문을 통칭하는 개념이다.7) 역사, 언어, 정치, 경제, 사 회, 문화, 교육, 종교, 예술 등을 비롯해 무수히 다양한 대상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응용현상 학 역시 현상학적 역사학, 현상학적 언어학 등 다양한 유형의 응용현상학이 존재할 수 있다. 


앞서 우리는 현상학이 크게 경험적 현상학, 존재론적 현상학, 초월론적 현상학 등 세 가지 차 원을 지니고 있는 유기적인 전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에 따라 각각의 응용현상학의 분야 도 경험적 응용현상학, 존재론적 응용현상학, 초월론적 응용현상학 등 세 가지 차원을 가지고 있다. 


응용현상학의 한 분야인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면 이제 이 세 차원의 현상학적 교육학에 대해 살펴보고 그 각각의 것이 어떤 영역들을 가지고 있는지 검토하기로 하 자. 


1.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영역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경험적 사실로서의 교육현상을 연구함을 목표로 한다. 경험적 사실 로서의 교육현상이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면서 경험 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분야가 정립될 수 있다. 다음에 논의될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이 일종의 본질학이기 때문에 그것이 개인, 사회, 역사를 초월한 타당성을 지니는 명제들로 이 루어진 학문임과는 달리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사회성, 역사성 등을 지니는 명제들로 이루 어진 학문이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방면으로 수행될 수 있다. 


첫째,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각 시대,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교육현상의 사실적 성격을 해명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배움, 가르침, 교육자, 피교육자 등 교육현상을 구성하고 있 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한 사실적인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전개되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 학은 한 사회의 교육 현상 전반에 대해서 수행될 수도 있고 영역별(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 육, 가정교육, 사회교육, 직업교육 등)로 나누어 수행될 수도 있으며 교과목 별(국어교육, 외국어 교육, 수학교육, 사회교육, 과학교육, 미술교육, 음악교육, 체육교육 등)로 나누어 수행될 수도 있 다. 


둘째, 경험적 교육학의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역 시 이처럼 다양한 교육학의 영역별로 전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론, 교육사, 교육방법 론, 교육기술론, 교육평가론,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교육인류학, 교육행정학, 교육경제학, 교육 경영학, 교육환경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해 나갈 수 있 다. 


셋째,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사회적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및 대상들을 분석하면서 전개될 수 있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분석해 야 할 체험 및 대상으로는 의식, 정서, 의지, 지정의 삼자의 관계, 도덕성, 도덕판단, 가치관, 미 적 감수성, 미적판단, 종교적 심성, 창조성, 주의, 동기, 목표, 이상, 관심, 흥미, 지각, 판단, 추론, 본능, 충동, 습관, 발생, 변화, 자아, 인격, 정상성과 이상성, 생활세계 및 세계의식, 일상성, 역사 성, 사회성, 상호주관성, 상호신체성, 상호문화성, 공간 및 공간체험, 시간 및 시간 체험, 신체 및 신체 의식 등을 들 수 있다. 


그 어떤 교육학이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이라 불리는 이유는 뒤에서 논의되겠지만 그것을 전개하기 위하여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환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과는 달리 시대성과 역사성 을 지니는 연구라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처럼 시대성과 역사성을 지니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 육학적 연구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연구와 비교해볼 때 훨씬 더 다양하며 풍부한 형태 로 수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어떤 특정한 개인과 관련된 연구를 수 행할 수도 있고 개인들의 집합체인 다양한 유형의 사회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 두 경우에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인 연구의 형태로 수행될 수도 있고, 어떤 현상의 의미를 해명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다양한 차원의 일반성을 지니는 다양한 유형의 법칙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수행될 수도 있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형태로 수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 심리학 분야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교육심리학은 교육 현상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 현상을 연구함을 목표로 하는 학문 분야라고 정의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의식, 즉 심리 현상은 지향성을 지니며 그러한 한에서 대상을 향하고 있다”는 지향성에 관한 현상학의 근본 통찰에 따르 면 교육 현상과 관련된 심리 현상은, 그것이 향하고 있는 대상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다양하다. 그런데 이 경우 

    • 우리는 이 각각의 심리현상을 어떤 한 개인의 심리현상에 한정하여 연구할 수 도 있고 개인들의 집단을 설정하여 연구할 수도 있다. 

    • 우리는 이 두 경우에 심리현상을 단순히 기술하는 형태로 수행할 수도 있고, 그 의미를 해명하는 형태로 수행할 수도 있으며, 

    • 더 나아가 다양한 차원의 일반성을 지니는 다양한 유형의 일반법칙을 발견하는 형태로 수행할 수도 있다. 


이처럼 교육현상과 관련된 심리현상이 무수히 많고 또 그것을 경험적으로 연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실로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지 교육심리학의 영역에 대해서만 타당한 것이 아니라, 경험적 교육학의 여타 의 분야에 대해서도 타당하며,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의 지평이 얼마나 광활한지 알 수 있다. 




2.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교육현상 및 그와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의 본질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존재론, 즉 본질학(형상학)의 일종이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본질학으로서의 존재론 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교육현상과 관련해 개인적 조건, 사회적 조건, 역사적 조건을 초월한 타 당성을 지니는 진리를 발견함을 목표로 한다. 


앞서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1) 교육 현상, 2) 경험적 교육학의 다양한 영역, 3) 교 육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및 대상 등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이처럼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다른 점은 후자가 구체적인 역 사적, 사회적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연구대상의 사실적 측면을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것과는 달 리 그것은 연구대상의 본질적인 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한다는데 있다. 


그러면 존재론적 _______현상학적 교육학의 3가지 연구방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일차적인 과제는 교육영역, 교과영역 등을 포함한 교육 현 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해명하는데 있다. 이 점을 해명하기 위해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가르침, 배움, 교육자, 피교육자, 교육내용 등 교육 현상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본질을 해명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가르침, 배움, 교육자, 피교육자, 교육내용 등 교육 현상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다양한 유형의 교육 현상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 각각은 다른 것들과는 구별되는 나름의 본질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이처럼 무수히 다양한 유형의 교육 현상의 본질 각각은 유개념으 로서의 교육 현상의 본질의 종개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이처 럼 유개념으로서의 교육 현상의 본질뿐 아니라, 그의 종개념에 해당하는 다양한 유형의 교육 현 상의 본질을 남김없이 해명하는데 있다. 


둘째,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또 하나의 과제는 교육 현상의 전체 영역이 어떤 부분 영 역들로 나누어지는지, 그리고 이 각각의 부분 영역들의 본질은 무엇인지 해명함을 목표로 한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교육 현상의 영역이 교육과정의 영역, 교육 평가의 영역, 교육방법의 영 역, 교육기술의 영역, 역사적 영역, 심리적 영역, 사회적 영역 등 그 본질 구조에 있어 서로 구 별되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이 각각의 영역의 본질적 구조가 무엇인지 해명함을 목표로 한다. 


셋째,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더 나아가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및 대상의 본질구조 를 해명하는데 있다. 앞서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분석해야 할 체험 및 대상으로 의 식, 정서, 의지, 지정의 삼자의 관계, 도덕성, 도덕판단, 가치관, 미적 감수성, 미적판단, 종교적 심성, 창조성, 주의, 동기, 목표, 이상, 관심, 흥미, 지각, 판단, 추론, 본능, 충동, 습관, 발생, 변화, 자아, 인격, 정상성과 이상성, 생활세계 및 세계의식, 일상성, 역사성, 사회성, 상호주관성, 상호신 체성, 상호문화성, 공간 및 공간체험, 시간 및 시간 체험, 신체 및 신체 의식 등이 있음을 살펴 보았는데,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이 각각의 본질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한다. 


그러면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점에 대해 우리는 그의 필 요성을 우선 그것이 교육 현상의 정체 및 다양한 교육학의 다양한 영역의 정체를 해명함으로써 우리의 지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 육학 연구는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올바로 전개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말하자면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정초 토대 역할을 한다. 그러면 이 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앞서 우리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과제 중의 하나가 교육 현상의 영역이 어떤 부분 영역들을 지니며 이 각각의 부분 영역의 본질은 무엇인지 해명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 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교육 현상의 영역이 교육과정의 영역, 교육 평가의 영역, 교육방법의 영 역, 역사적 영역, 심리적 영역, 사회적 영역 등 그 본질 구조에 있어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영역 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는데, 이처럼 다양한 영역이 그 본질 구조에 있어 서로 구별되기 때문에 우리는 교육과정론, 교육평가론, 교육방법론, 교육기술론, 교육사, 교육심리학, 교육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올바로 수행되어 각각의 교육학 분야가 명료하 게 정의되어야만 어떤 특정한 교육 현상이 어떤 분야 혹은 분야들에서 연구되어야 할지가 결정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특정한 교육 현상을 어떤 분야에서 연구해야 할지 올바로 결정하지 못함으로서 연구에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부 비판자들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없어도 실제 로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분야는 나름대로 잘 구획되어 있으며 실제 어떤 특정한 현상을 어느 분야에서 연구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커다란 혼란이 야기되지 않는 다고 지적하면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의의를 폄하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비판자들 의 지적이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체계적으로 전 개시키지 않고서도 교육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구별이 있어왔고 또 어떤 특정한 교육 현상을 어느 분야에서 연구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많은 경우 커다란 혼선이 야기되지 않 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자들의 견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만일 이들 비판자들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교육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구별이 이루어져 왔고 더 나아가 어떤 특정한 교육 현상을 어느 분야에서 연구해야 하느냐 하는 점과 관련해서 도 커다란 혼선이 없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이미 암묵적인 형태로 수행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지금까지 암묵적인 형태로 수행되 어온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를 명시적인 형태로 체계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따라 서 비판자들의 지적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존재 의의를 폄하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그러나 비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교육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구별이 이 루어져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각각의 정체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분 야 사이의 구별에 있어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명시적인 형태로 체계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 서 출간된 교육학 관련 서적을 보면 필자는 실제로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 


그 대표적인 예는 “교육공학”이라는 분야이다. 현재 여기저기서 교육공학이라는 개념이 사용 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8) 예를 들어 그것이 영어 의 educational engineering을 번역한 말인지, 아니면 educational technology를 번역한 말인지 불투명하다. 이 점과 관련해 많은 연구자들은 교육공학을 educational technology를 번역한 말로 사용하고 있는데,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educational technology의 정확한 번역어는 교육공학이 아니라 교육기술론이다. 이러한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적어도 한국교육학계에서 교육공학과 교 육기술론의 구별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교육기술론뿐 아니라, 여타의 다른 분야 혹은 개념들과 관련해서도 교육공학 개념은 극히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데, 이러한 개념적 혼란 을 극복하고 그를 통해 교육공학 연구가 올바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관점에서 그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8) 교육공학이라는 개념은 예를 들어 다음에 제시된 몇몇 교육학 관련 저서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황정규 외(2008), 『교육학 개론』; 이칭찬 외(2006), 『신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유영만 외(2004), 『교육(공)학 과 질적연구방법(론)』.  


3.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앞서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는 대상이 동일하다 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양자는 단지 그것들이 어떤 관점에서 연구대상을 접근하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만 차이가 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 학,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는 동일한 대상을 연구한다.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특징은 그것이 교육학의 연구대상을 초월론적 구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초월론적 관점에서 연구한다는데 있다. 앞서 초월론적 현상학에 대해 논하면서 해명되었듯이 초월론적 현상학에서 주체는 대상 및 세계의 구성 근거인 초월론적 주관으로서 드러나며 대상 및 세계는 그 의미가 초월론적 주관에 의해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나는데, 바로 이러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교육 현상을 분석할 경우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정립될 수 있다.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에서는 자연적 태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교육 현상의 새로운 측면 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를 통해 우리는 교육 현상을 보다 더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 과 관련해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 첫째, 교육 현상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인 교육자와 피교육자는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의 차원에서 더 이상 단순히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각자 나름의 고유한 방식으로 부단히 대상 및 세계를 구성하는 초월론적 주관 내지 실존(Existenz)으로 자신 의 모습을 드러낸다. 

    • 둘째, 그에 따라 교육 행위 역시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구성하는 의미로서의 세계가 부단히 변 화되어 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그들의 실존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임이 드러난다. 말하자면 초월 론적 현상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 행위는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의미로서의 세계를 부단히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실존을 부단히 창조적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이다. 

    • 셋째, 교육 내용 역시 이처럼 어떤 주체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새로 부가되면서 그 세계를 변 화시켜 새로운 세계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 넷째, 교육을 통해 교육자의 세계와 피교육자의 세계가 변화하는 양상에는 점진적인 변화에서 부터 급격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것이 있을 수 있으며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은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변화를 모두 해명해야 한다.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사실적 현상학으로 전개될 수도 있고 형상적 현상학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사실적 현상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목표는 교육 현상의 사실적 구 조를 해명하는데 있으며, 형상적 현상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목표는 교육 현상 의 본질적 구조, 즉 형상적 구조를 연구하는데 있다. 전자가 사실학인데 반해 후자는 본질학 내 지 형상학이다. 사실적 현상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형상적 현상학으로서의 초 월론적 현상학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로 수행될 수 있다. 그 이유는 하나의 형상에는 무수히 많은 개별적인 사실들이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적 현상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을 전개할 경우 우리는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을 어떤 한 개인의 초월론적 주관에 한정하여 연구할 수도 있고 초월론적 주관들의 집단을 설정하여 연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두 경우에 연구하 고자 하는 현상을 단순히 기술하는 형태로 수행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다양한 차원의 일반성 을 지니는 다양한 유형의 일반법칙을 발견하는 형태로 수행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으로 구별되어 전개될 수 있다. 이 경우 정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교육현상의 본질, 교육현상의 제유형의 본질, 교육학 의 다양한 영역들과 관련된 타당성 정초관계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며 따라서 그것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타당성 정초토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는 달리 발생적 현상학적 교육 학은 교육현상의 본질, 교육현상의 제유형의 본질, 교육학의 다양한 영역들과 관련된 발생적 정 초관계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며 따라서 그것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발생적 정초토대로 서의 역할을 수행한다.9) 




지금까지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세 가지 차원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 원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와 관련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점을 보충하고자 한다. 


첫째,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관련하여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은 질적 교육학뿐 아니라, 양적 교육학까지도 포괄한다는 사실이다. 흔히 현상학적 교육학을 논하면서 그것을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동일시하고 양적 교육학은 현상학적 교육학 논의에서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상학적 교육학은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뿐 아니라 양적 현상 학적 교육학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교육현상이 두 측면, 즉 질 적 측면과 양적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현상학적 교육학은 현상이 지닌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탐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 두 유형의 교육학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지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비판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넘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면서 현상학적 교육학이 반대하는 것이 양 적 교육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앞서 논의되었듯이 현상학적 교육학은 양적 교 육학까지 포괄하며 따라서 그것은 후자를 비판하지 않는다. 현상학적 교육학이 비판하는 것은 다음 아닌 실증주의적 교육철학이다. 이 경우 실증주의적 교육철학이란 양적인 교육학만을 존재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학으로 간주하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10) 


둘째, 현상학적 교육학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존재(Sein)의 차원에서 논의되었는데, 그에 대한 논의가 당위(Sollen)의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존재의 차원에서 전개되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이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라 부를 수 있으며 당위의 차원에서 전개되는 현상학적 교 육학을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관 련해서도 이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험적 차원, 형상적 차원, 초월론적 차 원을 구별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상학적 교육학은 교육철학을 위해서 중요한 함축을 지니고 있다. 앞서 살펴본 현상학 적 교육학의 여러 가지 차원 혹은 영역 중에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가치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등은 교육철학의 분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주로 교육존재론과 교육인식론의 분 야에 해당한다면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규범적 교육학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현상학적 교육학은 교육철학의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상학적 교육학은 경 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예가 보여주듯이 경험적 교육학의 영역도 포괄한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통하여 현상학적 교육학은 경험적 교육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상학적 질적연구에 대한 논의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경험적 교육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함에 있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11)__  


Ⅴ.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방법12)

 “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라는 구호에서 출발하는 현상학의 입장에 의하면 어떤 사태와 그 사태를 인식하기 위한 방법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존재한다. 양자 사이의 이러한 밀접한 연관에 의하면 어떤 특정한 사태 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은 그 사태의 본성에 토대 를 두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특정한 사태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서 다른 사태 영역 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을 아무런 반성 없이 차용해서는 안 된다. 양자 사이의 밀접한 연관은 우리가 바다에서 잡고자 하는 물고기와 그물의 관계에 비유될 수 있다. 바다에 살고 있 는 물고기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그처럼 서로 다른 다양한 유형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우리는 각각의 물고기의 유형에 적합한 서로 다른 그물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등어를 잡 기 위해서 우리는 고등어라는 어류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그물을 짤 필요가 있으며, 멸치를 잡기 위해서는 멸치라는 어류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그물을 짤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만 우리는 우리 가 잡고자 하는 물고기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멸치를 잡기 위해서 고등어 를 잡을 때 사용되는 그물보다 더 오밀조밀한 형태의 그물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고등어를 잡 는 그물이 고등어를 잡기 위해서 아무리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멸치를 잡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물고기의 유형과 그것을 잡기 위한 그 물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존재하듯이 어떤 사태 영역과 그것을 인식하기 위한 방법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특정한 유형의 물고기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그물을 저 물고기의 유형을 고려하면서 짜야 하듯이 어떤 사태 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방법 역시 저 사 태 영역의 본성을 고려하면서 고안해 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태 영역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수단인 방법 사이의 밀접한 연관에 대해 Husserl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확실히 방법은 밖으로부터 어떤 사태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거나 끌고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형식에 __________대한 인식이 방법론적 연관에서 아무리 유용하다고 할지라도 형식논리학 내지 노에시스에 관한 학은 방법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의 형식을 부여해준다: 특정한 방법은 - 단지 기술적인 개별성에 따라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방법적 유형에 따라서 볼 때 - 어떤 영역의 영역적 근본 유형과 그의 일반적인 구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인식적 파악에 있어서 이러한 구조에 본질적으로 의존적이다(Husserl, 1976: 161).  


현상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 존재론적 구조에서 볼 때 본성상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사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각각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방법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사태 지체로!”라는 구호에서 출발하는 현상학은 방법론적 다원주의 를 옹호한다. 이처럼 방법론적 다원주의를 옹호하는 현상학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방법론적 일원주의이다. 이 점과 관련해 Husserl을 비롯해 모든 현상학자들이 실 증주의를 철저하게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실증주의가 방법론적 일원주의에 해당하기 때문 이다. 이 경우 방법론적 일원주의로서의 실증주의의 전형적인 예는 물리학적 실증주의이다. 물 리학적 실증주의는 바로 물리적 대상 영역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물리학적 방법이 모든 대상 영역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면서 물리학적 방법을 모든 대상 영역을 파악함에 있어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다양한 여타의 모든 학문을 물리학으로 환 원시키고자 하는 철학적 입장이다. 


물론 현상학이 실증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실증과학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 인 것은 아니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실증주의와 실증과학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에 유 의할 필요가 있다. 실증과학이란 물리학을 비롯해 실증적 경험에 기초한 다양한 경험과학을 의 미한다. 이와는 달리 실증주의란 특정의 실증과학이 모든 여타의 과학들, 더 나아가 심지어는 철학의 토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철학적 입장을 뜻한다. 우리는 이처럼 실증과학과 실 증주의를 명료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상학은 실증과학의 의의를 부정하지 않는 다. 실증주의는 실증과학의 권리와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뿐 아니라 현상학은 실증과 학이 참다운 의미에서 실증과학으로 정립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철학이다. 그러나 현상학은 실증주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판적이다. 그 이유는 실증주의는 그릇된 철학인데, 그 이유는 그것이 사태의 다원성을 무시하고 방법론적 일원주의를 고집하면서 다양한 사태 영역을 사태 영역의 본성에 합당하게 파악하는 일을 방해하면서 실증과학을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더 나아가 인류 전체를 위기 상황을 내몰기 때문이다.


 현상학이 옹호하는 방법론적 다원주의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경우에도 타당하다. 앞서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해명해야 할 다양한 사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는데, 이처럼 다양한 사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들 각각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방 법을 필요로 한다. 앞서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이론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으로 나누고 전자를 다시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으로 구별하는데, 우리는 이 각각을 전개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방법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 이제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예로 들어 그것이 전개되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이 필요한지 살펴보기로 하자.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점과 관해 유의해야 할 점을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 오직 한 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고자 하 는 사태들도 다양한 차원과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체계적으로 전개시 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사태, 다양한 영역의 사태에 합당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 이 필요하다. 


첫째, 경험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적인 경험적 교육 현상으 로 우리의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경험적 질적 교육학적 현상학적 환원이 필요하다. 이 경우 경험적 질적 교육학적 현상학적 환원은 Husserl이 발전시킨 현상학적 심리학적 환원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Husserl은 현상학적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넓은 의미에서 지향적 체험 과 지향적 대상을 포괄하는 지향성으로 간주하고 자연적 태도에서 이러한 지향성에 우리의 시 선을 집중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상학적 심리학적 환원의 방법을 개발하였다.13) 그런데 질적인 경험적 교육 현상 역시 그 근본구조에서 볼 때 결국은 지향성의 발현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경험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심리학적 환원의 한 유형인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환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 질적 교육학적 현상학적 환원에도 다양한 유형의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앞서 경험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논하면서 살펴보았듯이 경험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어야 할 대상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둘째,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적 환원을 수행한 후 형상적 환원을 수행하여야 한다.14) 그 이유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 육학은 교육 현상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경험적 측면이 아니라 그것들의 본질적 구조를 해명함 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상과 관련하여 앞서 살펴본 초 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여야 한다.15) 다양한 유형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존재하 기 때문에 이 각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유형의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앞서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는데, 정적 현상학의 방법과 초월론적 현상학의 방법은 각기 다르다. 그리고 초 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사실적 현상학과 형상적 현상학으로 나누어 전개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살펴보았는데,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형상적 현상학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 본 형상적 환원의 방법이 필요하다.__  


그러나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만으 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과 더불어 사태의 해명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다른 방법을 아울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사태를 직시하면서 우리에게 경험되는 그의 여러 측면을 단순히 들쳐 내 기 위해서 경험적 현상학적 차원, 존재론적 현상학적 차원, 초월론적 현상학적 차원에서 기술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적 현상학적 차원, 초월론적 현상학적 차원(발생적 현상학적 차원) 등에서 우리에게 직접 경험되지 않는 사태를 해명하기 위하여 해석의 방법을 사 용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사태의 본성이 요청한다면 재구성의 방법, 해체 및 구축의 방법, 설명의 방법, 이념형을 통한 방법 등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인터뷰, 참여관찰, 심층면접의 방법 등 최근 질적연구방법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예로 들어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 현 상학적 환원의 방법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 실은 단지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뿐 아니라,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더 나아가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에 대해서도 타당하다. 


우선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도 나름의 현상학적 환원이 필요하다. 그 이유 는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양적 교육 현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나름의 태도변경, 즉 현상학적 환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usserl 은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심리학 등의 질적 학문뿐 아니라, 물리학 등의 양적 학문을 전개하기 위해서도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Husserl, 1954: 255). 우리는 이처 럼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시키기 위한 현상학적 환원을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환원이 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환원을 수행한 후에 실험, 관찰, 수량화 등 다양한 유형의 양적 연구방 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16) 


더 나아가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기 위해서도 나름의 고유한 현상학적 환원이 필 요하다.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고자 하는 규범 현상은 앞서 살펴본 질적 교육 현상, 양 적 교육 현상과는 다른 차원의 현상이며 따라서 그것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체계적으 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태도변경, 즉 현상학적 환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을 우리는 규범적 현상학적 환원 또는 가치론적 현상학적 환원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경험적 차원, 존재론적 차원, 초월론적 차원에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규범적 현상학적 환원 역시 이처럼 세 가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처럼 규범적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한 후 다양한 차원 및 영역에서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데, 이 각각에 대해서는 다양 한 차원 및 영역의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상세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Ⅵ.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에 대한 평가와 그 전망 


그러면 이제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평가해보고 더 나아가 현상학적 교육학의 미래에 대 해 전망해 보기로 하자. 이러한 작업을 위해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 다. 필자는 이제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현상학적 교육학 의 지형도 1>을 살펴보자.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1>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1>은 현상학적 교육학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지 향도이다. 이 지형도는 가능한 모든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의 전반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지형도에 따르면 현상학적 교육학은 그것이 해명하고자 하는 교육현상의 측면에 따라서 

1) 이론 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 

2) 이론적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3)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 

등 3가 지로 나누어지고, 이 각각의 것은 다시 그것이 다루는 


현상의 차원에 따라 

1)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2)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3)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등으로 나누어지며, 


이 중 에서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은 다시 

1) 초월론적 사실적 정적, 

2) 초월론적 사실적 발생적, 

3) 초월론적 형상적 정적, 

4) 초월론적 형상적 발생적 


등 4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으로 나 누어진다. 


그러면 이제 다음의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를 살펴보자.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 이론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는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1>에 나타난 현 상학적 교육학의 3가지 측면, 즉 이론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 이론적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 중에서 이론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에만 한정하여 그 내용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지형도이다.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루어야 할 주 제들을 크게 1) 교육 현상, 2) 연구영역, 3) 교육과 관련된 체험 및 대상 등으로 나누어 그 각 각의 세부주제를 제시한 후 그 각각의 주제에 대해 1) 경험적, 2) 존재론적, 3) 초월론적 차원에 서 현상학적 교육학이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각각의 주제에 대해 1) 경험적, 2) 존재론적, 3) 초월론적 차원에서 현상학적 교육학이 전개될 수 있는 이유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우리가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이처럼 우리가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면 그 주제의 서로 다른 차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Meyer-Drawe는 지금까지 다 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등장했으나 경우에 따라서 그들이 서로 상충하는 상황까지 나 타나기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시도들을 고려하면 현상학적 교육학이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정 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모두 실증주의적 교육학을 비판하며 그러한 점에서 그들이 가족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 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평가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위에 있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두 가지가 보여주듯이 지금까지 그처럼 다양한 현상학적 교 육학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다양한 차원과 다양한 영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그들 중에서 어떤 것들이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중 요한 이유는 연구자들이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학적 교육학 각각이 현상학적 교육 학의 전체적인 지형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들이 각각의 교육학적 현상학이 전체적인 지형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그것들이 서로 상충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등장한 다양한 현상학적 교육학이 모두 실증주의를 비판하며 그러한 점에서 그것들이 가족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Meyer-Drawe의 주장은 타당하다. 실제로 앞서 논의되었 듯이 현상학은 실증주의를 비판하며 이 점에 있어서는 현상학의 한 분야인 현상학적 교육학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의 공통점이 단 지 실증주의 비판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태 자 체로!”라는 현상학의 구호가 말해주듯이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의 공통점은 그것들이 모두 “사태 자체로!” 육박하기 위해 나름의 고유한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을 사용한다는데 있다. 이 점과 관 련해 지적해야 할 점은 현상학적 환원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실증주의 비판의 이면이라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 양자는 단순한 가족유사성을 넘어서 모든 현상학에 공통적인 본질적인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지금까지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위에 있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두 가지는 지금까지 등장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가 능한 현상학적 교육학 전체 중에서 극히 한 부분에 불과하며 앞으로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점과 관련해 필자는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에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유형의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주제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 지형도에 경험 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원 내지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원에서 더 첨가되어야 할 주제 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지금까지 등장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 이 현상학적 교육학 전체 중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필자의 평가는 더욱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등장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 형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살펴보면서 현상학적 교육학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러면 우선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를 고려하면서 이 점을 살펴보자. 앞서도 지적하 였듯이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2>는 이론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차원과 영역 만을 담고 있는 지형도이다. 


1) 이론적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다양한 차원 중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곳은 초 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원이다. 우선 Copei와 Litt의 연구가 이 범주에 속하는데, 그들의 연구는 생활세계와 세계의식의 구조, 발생, 변화 등을 해명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Bollow와 그의 제자들이 발전시킨 정신과학적 교육학뿐 아니라, Rombach, Fink, Schủtz 등이 발전시킨 현상학적 교육학, 더 나아가 Langeveld, van Manen, Loch, Lippitz, Meyer-Drawe, Rumpf, Buck, Redeker, Brảuer 등의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원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이 모든 현상학자들이 세계 및 세계의 구성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교육현상 을 해명하고자 시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 언급된 여러 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진정한 의미에서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하는 점을 각각의 교육학의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점과 관련해 특히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것은 과연 연구자들이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하면서 실제로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명료한 형태로든 암묵적인 형태로든 사용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앞서 우리는 초월론 적 현상학적 교육학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는데, 앞서 제시된 여러 가 지 현상학적 교육학이 그 중에서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하는 점도 아울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월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는 지금까지 비교적 활발하게 수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연구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는 그 중의 조그만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2) 지금까지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분야의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장에서 살펴본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 중에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 은 Fischer, Lochner 등이 발전시킨 교육현상의 본질을 기술함을 목표로 삼은 현상학적 교육학 정도이다. 앞서 우리는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여러 가지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러 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존재론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될 필요가 있다. 


3) 지금까지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 분야의 연구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학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연구로는 기술적 교육학의 한 유형으로 언급된 사실연구, Utrecht 학파가 시도한 참여관찰의 방법을 사용한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경험적 현상학적 교육 학의 차원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 역시 거 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 『현상학적 교육학의 지형도 1』을 고려하면서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와 규 범적 현상학적 교육학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보자. 


현상학을 토대로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를 의식적으로 수행한 경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많은 연구자들 이 현상학적 교육학을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동일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논의 되었듯이 현상학적 교육학이 질적 현상학적 교육학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물론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적 연구를 의식적으로 수행한 경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그것이 전혀 수행되 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양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란 흔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양적 교육학적 연구와 동일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활발하게 이루 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연구자들이 그러한 사실에 대해 의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양적 교육학적 연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현상학적으 로 반성하고 그것의 의의와 한계를 통찰하면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현상학적 교육학적 연구 로 거듭나도록 하고 그를 통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다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규범적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도 경험적 차원, 존재론적 차원, 초월론적 차 원 등에서 수행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분야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규범적 현상 학적 교육학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연구로는 Sartre, Husserl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교육에 있어 서의 비판적 기능을 강조한 Freie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들의 연구, Levinas의 현상학을 해석하 면서 윤리 문제를 해명하고자 시도한 Lippitz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앞으로 규범적 현상학적 교 육학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Ⅶ.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현상학적 교육학의 연구 분야가 대양처럼 넓으며 앞으로 다 양한 차원과 영역에서 현상학적 교육학이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앞으로 현상학 적 교육학은 다양한 차원과 영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상학적 교육학 연 구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이 글의 논의를 마치기로 한다. 


1) 모든 여타의 응용현상학과 마찬가지로 현상학적 교육학 역시 현대 학문이 처한 위기, 현대 인류가 처한 위기라는 문제 지평에서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상학적 교육학이 필요한 이 유는 그것이 현재 우리가 교육 영역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영역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특정한 관점, 시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교육 현상을 다차원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다양한 차원과 영역을 포괄하는 현상학적 교육학이라 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해 지적해야 할 점은 앞서 살펴본 다양한 차원과 영역의 현상학적 교 육학은 서로 고립된 채로가 아니라 상호 연관 속에서 전개되어야 하며 특정 교육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과 영역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학적 교육학이 협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체계적으로 전개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현 상학을 너무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혹자는 현상학을 Husserl이 초중기에 『논리 연구』, 『이념들』등에서 전개한 현상학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상학에 대한 이처럼 편협한 이해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함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Husserl의 현상학과 Husserl 이후에 등장한 Heidegger, Merleau-Ponty, Levinas 등 여러 현상 학자들의 현상학을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현상학으로 간주하는 견해도 많은데, 이 점 역시 시정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 모든 현상학은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환원의 방 법을 사용하여 사태 자체인 넓은 의미의 지향성을 다각도로 해명하면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모 두 현상학이라 불리며, 그러한 한에서 우리는 그것들 모두를 포괄하는 지형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우리는 현상학적 철학의 전체 구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 구도가 바로 모든 가능한 현상학을 포괄할 수 있는 현상학적 철학의 일반적인 지형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상 학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지형도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 다. 이러한 지형도를 가지고 있지 못할 경우 우리는 Husserl에 기초한 현상학적 교육학, Heidegger에 기초한 현상학적 교육학 등을 전개하면서 분파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분파주의는 현상학적 교육학을 전개함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3)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현상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와 교육학자 사이의 대화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철학자는 다양한 교 육 현상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교육학자는 다양한 유형의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양자 사이의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현상학적 교육학 연구가 다방면으로 활발하 게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__    









교육철학 제47집

The Korean Journal of Philosophy of Education

F eb., 2010. V o l. 47. p p. 127~ 158


Phenomenological Pedagogy

Lee, Nam-In(Seoul National University)


The phenomenological movement that was inaugurated by E. Husserl has a history of more than

100 hundred years. Until now, it has also witnessed the emergence of various types of

phenomenological pedagogy. Phenomenological pedagogy means the pedagogy that is founded on

various kinds of phenomenological insights. It is the aim of this paper to look back on the history of

phenomenological pedagogy, on the one hand, and to take an overview of the abundant possibilities to

further develop various kinds of phenomenological pedagogy, on the other. This paper will show that

phenomenological pedagogy can be developed in much more various types than it has been developed

until now.


Keywords: Husserl, phenomenology, pedagogy, phenomenological pedagogy, phenomenological reduction,

empirical phenomenological pedagogy, ontological phenomenological pedagogy, transcendental

phenomenological pedagogy


지난 100여 년 동안 현상학적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학 분야에서도 다

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교육학이 등장하였다. 현상학적 교육학이란 다양한 현상학적 통찰을 받아들이면서 전개된

교육학을 뜻한다. 이 글의 목표는 그동안 전개된 현상학적 교육학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그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

데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필자는 현상학적 교육학이 지금까지 연구되어 온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며 풍부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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