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질적연구방법* **
1) 이 남 인(서울대 철학과 교수)
지난 50-60년 동안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수학적 인 정량적 분석의 방법이 지니는 한계 및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양 한 유형의 질적연구방법을 개발해 왔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질적 연구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이다. 현상학적 질 적연구방법은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썰을 비롯하여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등에 위해 정초된 현상학적 철학의 전통에 토대를 두고 발전된 연구방법이다.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 중의 하나는 “체험연구”(lived experience research)를 위한 방법인데,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은 심리 학, 간호학, 교육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과학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연 현상학적 철학의 전통에 토대를 두고 있 는 타당한 방법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 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동안 개발된 여러 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체험 연구방법을 활용하면서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군의 연구자들은 그러한 방법이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 하면서 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면 M. Crotty(1996)는 후썰 을 비롯한 현상학자들에 의해 전개된 현상학과 체험연구방법으로 개 발된 현상학을 구별한 후 전자를 전통적인 현상학 혹은 주류 현상학 이라 부르고 후자를 새로운 현상학이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현상학이 전통적인 주류 현상학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1) 또 J. Paley(1997)도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이 후썰의 현상학에 토 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것은 “현상학적” 연구방법이 라고 불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2)
이처럼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과 관련된 논의는 현재 다소 혼란스 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 일차적인 이유는 현상학적 질적연구방 법이 아직도 튼튼한 철학적인 토대 위에 정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다. 따라서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과 관련된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의 철학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 글의 목표는 바로 현상학 적 질적연구방법의 철학적 토대를 검토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 적 질적연구방법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있다.
아래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는 우선 제 Ⅰ장에서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의 정체를 간단히 정리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살펴볼 것이다. 거기에 이어 우리는 제Ⅱ장과 제Ⅲ 장에서 각기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문제와 본질직관의 문제로 나누어서 이러한 비판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제Ⅳ장에서 현상 학적 체험연구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제Ⅴ장에서 체험연구 이외의 현상학적 질적연구의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다. 이처 럼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의 철학적 토대를 해명함으로써 필자는 무 엇보다도 그동안 다소 혼란스럽게 진행되어온 현상학적 질적연구가 보다 더 튼튼한 철학적 기초 위에서, 보다 더 활발하고 풍부하게 수 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3)
Ⅰ.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과 그에 대한 비판적 견해
그동안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은 Giorgi, Colaizzi, Benner, van Manen, van Kaam, Moustakas 등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되어왔 다.4) 이들이 개발한 다양한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살펴보면, 그것들은 모두 그 절차라는 관점에서 볼 때 크게 i) 인터뷰 등을 통해 연구참여 자(피연구자)의 체험을 채집하는 연구자료 수집과정, ii) 이처럼 수집된 연구자료를 분석하는 과정, 그리고 iii) 이러한 연구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인 연 구절차라는 점에서 볼 때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그동안 현상학적 체험 연구로 분류되지 않았던 여타의 유형의 체험연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그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 여타의 체험 연구와 구별된다. 이처럼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여타의 체험연구와 구 별시켜주는 결정적인 징표는 그것이 대체로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썰 이 현상학적 탐구의 방법적 토대로 제시한 현상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경우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토대가 되는 현상학적 방법은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과 “본질직관의 방법”이 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무엇보다도 자료수집과정에서 후썰이 모든 현상학적 탐구의 핵심으로 간주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 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에 의하면 연구자들은 자료수집과정에서 수집될 자료와 관련해 자신들이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는 선입견에 대해 판단중지해야 한다. 말하자 면 연구자의 주관에 의해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채색되기 이전의 살 아있는 원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방법이 다름 아닌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다.
더 나아가 일군의 연구자들은 현상학적 체험연 구를 수행하면서 무엇보다도 자료분석과정에서 후썰이 제시한 “본질 직관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채험연구를 통해 어 떤 체험의 사실적인 구조가 아니라, 그것의 본질적인 구조를 탐구하 고자 하며 그를 위해 본질직관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비판자들은 지금까지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방법으로 간주되어온 이러한 방법이 사실은 현상학적 방법이라고 불릴 수 없다 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체험연구방법은 현 상학적 체험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후썰의 현상학의 방법 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소위 현상학적 체험연 구자들이 이러한 오류를 범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후썰의 텍스트를 직접 읽지 않고 후썰에 관한 이차문헌에 의지해서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방법을 개발해 나갔기 때문이다(Paley(1997), 187). 그러면 이들의 견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우선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 고 있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은 후썰의 현상학에 등장하는 현 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다르다. J. Paley(1997)에 의하면 이 양자 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후썰의 현상학에 등장하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초월론적 현상학으로서의 철학의 방법임과는 달리 기존의 체험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 법은 철학의 방법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J. Paley는 “어떤 사회과학자도 […] 탐구기술로서의 에포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환원을 수행하면 즉시 환원 을 수행하는 자가 사회세계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이다”(J. Paley(1997), 188)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에 대한 비판자들의 견해 에 의하면 지금까지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어온 본질직관의 방법은 후썰의 현상학에 등장하는 본질직관의 방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Paley에 의하면 이 두 가지 방법은 그 진행방향이 서로 정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서로 대립적인 두 가지 방법이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후썰의 경우 본질은 개념 혹은 보편자를 의미하며, 이러한 보 편자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인 본질직관의 방법은 상상적 절차 혹은 과정을 포함한다. 그리고 일종의 상상적 절차인 본질직관은 바로 보편자를 “직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본질직관에는 “어떤 추론과정, 추론과정과 유사한 활동”은 들어있지 않다(Paley(1997), 191). 그러나 후썰의 본질직관의 방법과는 달리 기존의 체험연구방법의 한 가지 구 성요소인 본질직관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을 포 함하고 모종의 추론을 필요로 하는 경험적 활동”(Paley(1997), 191)이 다. 따라서 후썰의 본질직관의 방법과는 달리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 의 한 가지 구성 요소인 본질직관의 방법을 통해서는 후썰의 현상학 에 등장하는 보편자로서의 본질이 파악될 수 없다. 더 나아가 후썰의 경우 현상학적 판단중지와 마찬가지로 본질직관 역시 다른 사람들과 의 관계가 단절된 채, 내가 스스로 행하는 과정으로서, 그것은 상호주 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라, 유아론적으로 수행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후썰의 현상학에 등장하는 본질직관의 방법과는 달리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본질직관의 방법은 유아론적으로 수 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본질직관의 방법은 후썰의 현 상학에 등장하는 본질직관과 대척적인 관계에 있다.
Ⅱ. 기존의 체험연구에 대한 비판에 대한 비판적 검토(1)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문제
그러면 이제 이러한 비판자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필자에 의하면 기존의 체험연구방법에 대한 이러한 비판 중에 타당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이러한 비 판은 타당하지 않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 구의 방법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것은 후썰의 현상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방법이며, 따라서 그것은 정당하게 “현상학적”이라고 불릴 수 있다. 이 점을 살펴보기 위해서 우선 후썰의 현상학에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과 본질직관의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5)
후썰의 현상학의 핵심적인 주제는 지향성이다. 지향성이란 ‘의식은 무엇에 관한 의식이다’라는 문장에서 표현되고 있는 바, ‘의식은 언제 나 그 무엇을 향한 의식’이라는 의식이 지닌 본질적 속성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지향성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될 수 있으 며, 그에 따라 지향성을 탐구주제로 삼는 다양한 유형의 학문이 등장 할 수 있다.
그런데 후썰은 지향성을 서로 다른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들어 가면서 서로 구별되는 두 가지 유형의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발전시 켜 나갔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현상학적 심리학과 초월론적 현상학이 다.
현상학적 심리학은 다양한 유형의 심리현상에 들어있는 다양한 유형의 지향성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함을 목표로 하며,
초월론적 현상학은 지향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다양한 유형의 심리현상이 지 닌 대상 및 세계 구성적 기능을 탐구함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처 럼 현상학적 심리학과 초월론적 현상학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 른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두 유형의 현상학은 지향성의 사실적인 구조가 아니라, 본질적인 구 조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따라서 이 두 가지 현상학이 정립되기 위해 서는 동일한 본질직관의 방법이 필요하다.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은 현상학적 심리학이 탐구하 고자 하는 지향성으로 우리의 시선을 집중하기 위한 방법적 절차이 다.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연과학적 사유방식에 익숙해 있 기 때문에 모든 것은 자연적 인과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하리라는 확 고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며,
따라서 자연적 인과관계와는 본질적으 로 구별되는 바, 의식과 대상 사이의 지향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따라서 지향적 관계의 정체를 올바로 파 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은 자연적 인과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 하리라는 저 확고한 믿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안되며 이러한 확 고한 믿음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저 믿음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데, 바로 이처럼 저 믿음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유보하 는 작업이 다름 아닌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의 방법이며,
현상 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를 통해 개시되는 다양한 유형의 지향성에 우 리의 시선을 집중하는 과정이 현상학적 심리학적 환원이다.
그런데 이처럼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통해 우리에게 개시되는 다양한 유형의 지향성은 일차적으로 개별적인 사 실로서의 지향성이다. 예를 들면 그것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내가 경험한 지각, 기억, 예상 등이다. 그러나 현상학적 심리학은 단순히 이처럼 개별적인 사실로서 주어진 지향성을 파악함을 목표로 하는 것 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지향성의 본질적인 구조를 파악함을 목표 로 한다.
후썰의 경우 본질은 그 어떤 일군의 대상들을 바로 그러그러한 의 미를 지닌 대상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 무엇이다. 예를 들 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군의 대상들이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대상으로 존재한다면, 바로 그 대상들을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대상들로 존재하도록 해주는 것이 그 대상들의 본질이다. 이 경우 이 대상들의 본질은 우리가 “인간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보편적인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인간임”이라는 이러한 보편적인 요소 가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는 저 대상들을 인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대 상들로 인식할 수 없다.
본질직관이란 바로 그 어떤 본질을 구현하고 있는 대상에서 출발해 자유변경을 통해 그 어떤 본질을 구현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개별적 대상을 상상 속에서 산출해 나가면서 저 모든 개별적 대상들에 공통 적인 보편적인 속성으로서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후썰 은 경험과 판단에서 본질직관의 중요한 세 단계로서
1) “다양한 변 경체를 만들어가면서 그것들을 모두 살펴나가는 과정”,
2) “지속적인 일치 속에서 [이 모든 변경체에 공통적인 요소를] 통일적으로 연결하 는 과정”,
3) “차이점들을 배제하면서 공통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확 인하면서 직관하는 과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6)
그런데 이러한 본질 직관의 방법은 앞서 지적한 인간의 본질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지 향성의 본질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적용될 수 있다.
현상학적 심리학과는 달리 초월론적 현상학은 지향성이 지닌 대상 및 세계 구성적 기능을 해명하고자 한다. 후썰은 이처럼 대상 및 세 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유형의 지향성의 담지자를 초월론적 주관이라 고 부르는데, 초월론적 현상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초월론적 주관은 의미로서의 세계를 구성하는 토대가 되며 반대로 의미로서의 세계는 초월론적 주관의 구성 작용에 의존해 있다. 다시 말해 초월론적 주관 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로서의 세계가 그 초월론적 주관에게 현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현재 내가 경험하는 의미로서의 세계가 내가 어릴 적에 경험했던 의미로서의 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초월론적 주관이 의미로서의 세계를 구성하는 토대 가 된다는 사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적 태도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순간 세계가 존재하 는 모든 것의 총체이며 주관 역시 세계의 조그만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후썰은 이러한 믿음을 “자 연적 태도의 일반정립”(Hua III/1, 60)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의미로서의 세계를 구 성하는 초월론적 주관의 본래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초 월론적 주관의 본래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 적 태도의 일반정립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데, 이처럼 자 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유보하는 작업이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 지이며,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초월론적 주관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그것으로 우리의 시 선을 집중하는 과정이 초월론적 현상학적 환원이다.
그런데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통해 일차적으로 자 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초월론적 주관은 개별적이며 사실적인 주관이 다. 그러나 후썰이 발전시킨 철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초월론 적 주관의 본질구조를 파악하고자 하며, 이처럼 초월론적 주관의 본 질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본질직관의 방법이 필요하 다.
그러면 이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에 대한 이러한 논 의를 토대로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수행되기 위해서 어떤 방법적 절차 가 필요할지 검토해 보자.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 일 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작업은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 중지 및 환원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판단중지 및 환원이 이루어져야 만 자연적 인과관계의 틀에 속박되어 있지 않은, 지향성을 본성으로 하는 심리현상 혹은 체험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파악한 심리현상은 자연적 인과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하는, 자연적 사실로서의 심리현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은 현상학 적 체험연구가 수행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상학 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 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수행한 후 또 다른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서로 본질구조를 달리 하는 다양한 유형의 체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체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한 유형 의 체험을 연구하고자 시도할 경우 이미 앞서 우리가 수행한 다른 체 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획득된 지식이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하면 서 저 체험에 대한 올바른 파악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어떤 체험의 구조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체험과 관련 해 우리가 앞서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는 “선입견”으로부터 해방되어 야 하며 바로 이러한 선입견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선 입견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체험의 영역으 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적 절차 역시 일종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라 불릴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현상학 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구별해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 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환원 의 방법을 통해서만 우리는 연구대상인 체험을 비로소 참다운 의미에 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는 과정 에서 우리는 연구하고자 하는 체험이라는 사태를 올바로 경험할 수 있기 위해서 자료수집과정에서 일차적으로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 지 및 환원을 수행한 후 이러한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부단히 수행하여야 한다.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은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경험과학이 정량적 경험과학과는 구별되는 정성 적 혹은 질적 경험과학으로 정립될 수 있는 토대이다. 이러한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학문분야가 다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또 동일한 학문분야의 경우에도 연구대상인 체험이 다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경험적 판 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유형 의 체험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후썰이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한 적은 없다. 그 이유는 철학자로서의 그의 관심이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 철학으로서의 초월론적 현상학 등을 정립하는 데 있었으며, 이러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학을 정립하기 위한 방법적 토대인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 필요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썰이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는 경험적 판단중 지 및 환원의 방법이 후썰의 현상학의 이념과 전혀 무관한 방법이리 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점을 살펴보기 위해서 우리는 후썰이 경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 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록 후썰의 일차적인 관심이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을 정립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는 현상 학적 입장에 토대를 두고 있는 심리현상에 대한 경험과학이 정립되어 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는 이미 논리연구 에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과 구별되는 경험과학으로서의 “순수 기술 적 심리학적 분석”이 필요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어떤 작용의 순수현상학적 내용이라는 말로 우리는 […] 그 작용을 실제 로 구성하는 부분체험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분체험들을 제시하고 기술하 는 일은 경험과학적 태도에서 수행되는 순수 심리학적 분석의 과제이다. 이 러한 분석은 언제나 일반적으로 내적으로 경험되는 체험을 그것이 경험 속에 서 내실적으로 주어지는대로 분석함을 목표로 하며 이 경우 이러한 분석은 발생적 연관에 대한 고려 없이, 또 그러한 체험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이 지니는 타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말의 고려없이 진행된다. 분절된 소리에 대한 순수심리학적 분석은 소리와 소리의 추상적 부분 또는 소리의 통일적인 형식이 무엇인지 해명하고자 하며 소리의 진동, 청각기관과 같은 것을 해명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또 이러한 분석은 저 소리를 그 누구의 이름으로 만들어주는 바 이상적인 의미라든가 또는 저 이름으로 칭해질 수 있는 사람 이 누구인지를 해명하려는 것도 아니다.”(Hua XIX/1, 411-412)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경험과학으로서의 순수심리학은 체험을 체험 발생적 연관 등에 대한 고려없이 그 자체로서 분석함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처럼 체험을 그 자체로 분석하기 위해서 우리는 “심리학적- 경험과학적 태도”(Hua XIX/1, 412)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심 리학적-경험과학적 태도”를 취해야만 체험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주 어질 수 있으며 경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 엄밀학으로서 정립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후썰이 제시한 엄밀학의 이념을 살펴보아야 한 다. 후썰에 의하면 철학은 엄밀성을 지니는 엄밀학으로 전개되어야 하며 이 경우 엄밀성은 철학이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사태와의 적합 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후썰에 의하면 철학뿐 아니라 경험과학 역시 그것이 올바른 학으로 전개될 수 있기 위해서는 나름 의 방식으로 엄밀성, 다시 말해 사태적합성을 지닌 엄밀학이 되어야 하는데 바로 경험과학이 사태적합성으로서의 엄밀성을 지닐 수 있기 위해서는 그 과학이 탐구하고자 하는 사태 자체로 우리의 시선을 돌 릴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처럼 어떤 과학이 탐구하고자 하는 사태 자체로 우리의 시선을 돌릴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사태를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태도가 필요하 며, 바로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그 사태를 주어 지는 그대로 받아들임을 방해하는 선입견에 대해 현상학적 판단중지 를 취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판단중지 및 환원이 경험적 판 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다.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은 후썰 의 현상학의 근본이념과 전적으로 부합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이제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대 한 비판자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자.
이러한 비판자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에 앞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들이 피력하는 견해중에는 타당하며 아주 중요한 견해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주장하듯이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 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인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살 펴보면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은 부당하게도 이러한 판단중지 및 환원 의 방법을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과 동일한 것 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면 Creswell(1998)은 “무전제의 학”으로 서의 현상학의 이념과 관련해 “현상학적 접근은 실재적인 것, 즉 자 연적 태도에 대한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데 있다”7)고 말하면서 현상 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몇몇 연구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기존의 현상학적 체 험연구방법에 대한 비판자들이 올바로 지적하고 있듯이 실제로 초월 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경험과학적 연구로서의 경 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8)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 이유는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은 초월론적 철학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지 경험과 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며, 이와는 달리 경험적 현 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은 경험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지 초월론적 현상학적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어떤 체험연구 자가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수행할 경우 그는 초월 론적 현상학적 탐구는 수행할 수 있어도 일종의 경험과학적 탐구로서 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할 수는 없다. 경험과학적 탐구 로서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의 토 대 위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판단중지한 후 초월론적 태도에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 적 태도의 일반정립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는 경험과학적 탐구를 수행 하기 위해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 다시 말해 자연적 태도의 일반정립을 배제할 때 비로소 가능한 방법을 사용하려 하는 것은 모순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을 비판 하는 연구자들의 견해, 즉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의 한 가지 구성요소인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후썰의 초 월론적 현상학에 나타난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 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8)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자연적 태도에서 체험의 사실적 구조를 해명함 을 목표로 삼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일종의 경 험과학적 연구라 할 수 있다. 일종의 경험과학적 연구로서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자연적 태도에서 체험의 본질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현상 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와 구별될 뿐 아니라, 자연적 태도를 벗어나 초월론 적 태도에서 체험이 지닌 초월론적 기능을 해명함을 목표로 하는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와도 구별된다. 넓은 의미에서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경험 적 현상학적 체험연구,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 험연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대 한 기존의 논의에서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구별이 분 명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비판자들이 이러한 견해와 연결지어 개 진하는 견해, 즉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인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후썰의 현상학 에 등장하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과 전혀 무관한 것이 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경험적 현상학적 체 험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이 필요한데,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 연구자들이 체험연구를 수행하면서 주로 사용해온 것은 바로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자들은 체험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대상인 체험을 올바로 파 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그릇된 선입견”을 배제한 후 연구대상 에 접근하고자 시도하는데 이는 철두철미 앞서 우리가 살펴본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동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 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후썰이 제 시하는 것과 다르며, 따라서 그동안 현상학적 체험연구로 간주되어 왔던 것이 후썰의 현상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의 체험연구방법을 비판하는 연구자들이 왜 이런 식의 부당한 비판을 제기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후썰의 경우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존재하며 더 나 아가 이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이러 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후썰이 단 한가지 유형 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 즉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 지 및 환원의 방법만 개발하였으리라는 그릇된 전제에 입각해 자신들 의 견해를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실제로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수행하면서 체험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리라는 잘못된 전제 에 입각해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체험연구자들이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 구를 수행하면서 그러한 연구를 위해 필요한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정체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점과 관련해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대부분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자들은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유 형의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및 이 각 각의 정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몇 몇 연구자들은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 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체험연구를 수행 하면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이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 의 방법이 아니라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 다. 말하자면 이들 연구자들은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 의 정체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방법을 초월론적 현상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으로 오해하였던 것이다.
둘째, 기존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자들은 현상학적 체험연구 를 수행하기 위해 수행되어야 할 두 가지 차원의 판단중지 및 환원, 다시 말해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을 구별하고 있지 않다.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보다 더 튼튼한 철학적 토대위에서 전개될 수 있기 위해서는 양자 사이의 철 저한 구별이 필요하며, 앞서도 지적했듯이 구체적인 현상학적 체험연 구를 수행하면서 학문분야 및 탐구주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에 대한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Ⅲ. 기존의 체험연구에 대한 비판에 대한 비판적 검토(2) ―본질직관의 문제
그러면 이제 기존의 체험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본질직관의 방법 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 용되고 있는 본질직관의 방법을 비판하는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것처 럼 실제로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은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본질직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본질 및 본질직관의 정체 가 불투명한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우리는 후썰의 경우 본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본질은 무 수히 많은 개별적인 대상들을 어떤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해주는 보편적이며 일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기존의 다양한 현상학 적 체험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는 많은 연구자들이 실제로 어떤 체험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실적인 구조를 연구할 경우에 도 이러한 사실적인 구조를 지칭하기 위해 본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 고 있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자들은 본질 및 본질직 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 채 본질 및 본 질직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 을 염두에 두면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된 본질 개념 및 본질직관의 방법이 후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비판자들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자들이 비판하는 것과는 달리 현상학적 체험연 구를 수행하면서 본질직관의 방법적 절차에 대해 후썰과 거의 유사하게 기술하면서 논의하고 있는 연구자들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 는 Giorgi이다. 실제로 Giorgi가 사용하고 있는 본질직관의 방법은 그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후썰의 본질직관의 방법과 대체로 유사하 다.(Giorgi(1985), 19) 후썰의 경우 본질이란 그 어떤 개별적인 대상을 그것이게끔 해주는 보편자를 의미하는데, Giorgi의 현상학적 체험연구 에 등장하는 본질도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본질직관의 방법 역시 후썰이 제시하는 본질 직관의 방법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후썰이 제시하는 본질직 관의 방법은 그 절차에 대한 논의만 충분히 이루어지고 보충된다면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위한 훌륭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시 말 해 후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상학적 체험연구에서도 본질직관의 방법은 어떤 체험의 본질적인 구조를 해명하기 위한 방법적 절차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본질직관의 방법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우리는 기존의 현상학적 체 험연구를 비판하는 Paley가 후썰의 본질직관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Paley는 후썰의 본질직관의 과정에는 추론과 유사한 과정은 들어있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후썰의 경우 본질직관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단숨에 본질을 파악하는 작용이 아니라, 자유변 경의 과정을 통해, 이 자유변경 속에서 드러난 다양한 대상들의 차이 점을 배제하고 공통점을 파악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나름대 로 “추론과 유사한 과정”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Paley 는 본질직관이 마치 유아론적으로 수행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후썰의 경우 본질직관은 결코 유아론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학자들의 작업공동체” 안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수행되는 작업이 며, 이러한 점에서 후썰의 본질직관이 유아론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라 는 Paley의 견해는 본질직관에 대한 전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후썰의 본질직관에 대해 이처럼 오해하면서 Paley 는 기존의 체험연구에서 사용되는 본질직관의 방법이 후썰의 본질직 관의 방법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체험의 본질구조에 관한 논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해결 해야 할 중요한 과제에 속한다. 물론 체험의 본질구조에 관한 논의는 경험과학으로서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와 철학으로서의 현상학 적 심리학이 공동작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서로 구별 되는 다양한 차원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길가에 서있는 어떤 소나무를 지각하고 저 소나무 를 토대로 자유변경을 통해 “소나무”, “침엽수”, “나무”, “식물”, “생 물”, “사물” 등 보편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차원 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풀 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어떤 양을 보고 저 양을 토대로 자유변경을 통해 “양”, “포유동물”, “동물”, “생물” 등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차원 의 본질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단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외부대상에 대해 서만 타당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류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 한 유형의 체험에 대해서도 타당하다. 우리는 체험의 영역에서도 “서 로 다른 일반성을 지니는 이념적인 체험의 종”(ideale Erlebnisspezies verchiedener Stufe der Generalität, Hua XIX/1, 412)이 존재한다는 사 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심리현상은 정상심리와 이상심리 로 나뉘어질 수 있으며, 이상심리는 다시 우울증, 강박증, 정신분열 등 다양한 유형의 이상심리로, 우울증은 다시 다양한 유형의 우울증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한 개인이 체험하고 있는 어떤 특정한 우울증을 토대로 자유변경을 통해 다양한 차원의 체험의 본질, 예를 들면 “특정한 유형의 우울증”, “우울증”, “이상심리현상”, “심리 현상” 등 다양한 차원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차원의 본질은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 험연구와 경험과학으로서의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공동작업을 통해 해명될 수 있다. 이 경우 경험과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체험연구 는 다양한 유형의 개별적인 체험을 수집하면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 적 심리학에게 본질직관의 자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유형의 체험의 본질을 직관하기 위해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은 경험과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 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우선 구체적인 체험에 대한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다각도로 수행한 후 그를 토대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9) 이러한 사실은 Giorgi(1985)가 제시하는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방법에도 반영되 어 있다. Giorgi가 제시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에 의하면 1) 체험 연구자는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사용해 개별적인 체험들 의 구조를 파악한 후, 2) 다시 이러한 개별적인 체험들을 토대로 하 여 자유변경과정을 거쳐 이 체험들의 본질적 구조를 파악하고 이러한 본질적인 구조를 기술함으로써 체험연구가 완결된다.
9) 물론 후썰은 본질직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자유변경을 하기 위한 출발점으 로 삼아야 할 모범적인 예는 우리가 상상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이어도 되며 그것이 꼭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이러한 후썰의 견해는 타당하다. 그 이유는 본질이란 가능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이며 따라서 그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세 계에 구속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썰의 견해에도 불구하 고 본질직관을 실제로 수행함에 있어 상상 속에서 떠올린 대상보다는 현실 적으로 존재하는 대상들을 자유변경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여러 가지 점 에서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연구자가 그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 지 않은 체험을 연구하고자 할 경우 연구자는 그 체험을 상상 속에서 떠올 리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이 경우 그는 그것이 비록 타인의 체험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체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자유변경을 통해 체 험의 구조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체험의 본질구조 를 해명하는 작업이 다각도로 진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체험의 본질구조를 해명하는 작업은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만 수행되어 왔으며, 이 분야에 서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가 수없이 많이 산재해 있다.
Ⅳ.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의 가능성
체험의 본질구조에 대한 해명이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중요한 과제 이긴 하지만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과제가 체험의 본질구조에 대한 파 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바로 이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현상학 적 체험연구가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 양하고 풍부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체험연구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 보자.
실제로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해온 중요한 몇몇 연구자 들은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과제를 체험의 본질구조에 대한 해명으로 국한하고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는 기존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van Manen인데, 그는 이 점에 대해 “현 상학은 경험적인 분석적 학문이 아니다”(van Manen(1990), 21)라고 규정하면서 “현상학은 어떤 사태의 사실적인 상태를 기술하지 않는 다”(van Manen(1990), 21)고 말한다. 따라서 그에 의하면 현상학적 체 험연구의 과제는 어떤 체험의 본질을 해명하는 데 있는 것이지, 사실 로서의 체험을 해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사실로서의 체 험에 대한 연구, 예를 들면 “제주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체험에 관한 연구” 등은 현상학적 연구라고 불릴 수 없다.10)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범위를 부당하게도 너 무 좁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체 험의 본질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사실로서의 체험에 관한 연구도 포 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로서의 체험에 대한 연구야말로 개별과학 적 연구로서의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아주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모든 경험과학적 연구는 우리 인간이 현실세계에서 당면하고 있는 특 정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함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체험연구와 관련된 현실 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험의 본질구조에 대한 연구뿐 아니 라, 구체적인 어떤 개인의 체험, 어떤 집단의 체험에 대한 연구도 역 시 필요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의사가 치료행위를 통해 병을 고치는 것은 보편자로서의 “인간”, 즉 본질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이 아무개, 김 아무개, 이 사람들, 저 사람들 등의 경험적 인간이라는 사 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체험의 본질구조 파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 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동안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해온 모든 연 구자들이 체험의 본질구조 파악에만 한정시켜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수행해왔던 것도 아니다. 일련의 연구자들은 체험의 “구 조”(Crotty(1996), 26)를 해명함을 체험연구의 과제로 간주하고 있는 데, 이 경우 체험의 구조는 체험의 본질적인 구조뿐 아니라, 그때마다 주어진 사실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는 체험의 사실적 구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또 일련의 연구자들은 말로는 체험의 본질적인 구 조를 파악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체험의 본질적인 구조가 아니라, 사실적인 구조를 해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들은 본질을 후썰 이 현상학을 전개해 나가면서 사용하고 있는 본질과 다른 의미로 사 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수행하고 있 는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후썰의 현상학과 아무런 관련도 없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체험의 사실적인 구조에 대한 탐구 역시 그것이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심리학적 판단중지 및 환원과 경험적 판단중지 및 환원의 방법을 사용하였을 경우 어디까지나 후썰의 현상학에 토대 를 두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정당하게 “현상학적” 체험연구 라 불릴 수 있다.
이처럼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체험의 본질에 대한 연구로 국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범위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어진다. 이 점과 관련해 우리 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우리는 체험을 연구주제로 삼는 현상학적 체험연구 의 유형으로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와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 구만을 살펴보았다. 이 양자는 모두 자연적 태도에서 머물면서 체험 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경험적 현상학적 체 험연구가 체험의 사실적인 구조를 다루는 데 반해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는 체험의 본질적인 구조를 다룬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점 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의 현상학적 체험연구 이외에도 또 다른 유형의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가능한데, 그것은 다 름 아닌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이다.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 와 현상학적 심리학적 체험연구와는 달리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 구는 자연적 태도를 벗어나 초월론적 태도에서 다양한 유형의 체험이 지닌 대상 및 세계 구성적 기능, 다시 말해 초월론적 기능을 탐구함 을 목표로 한다.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이라 할 수 있다.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체험이 지닌 초월론적 기능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초월론적 기능의 본질적 구조에 대한 탐구에만 한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월론적 현상학 적 체험연구는 초월론적 기능의 사실적인 구조를 탐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개별적인 초월론적 주관의 체험이 지닌 초월론적 기 능을 사실적으로 탐구함을 목표로 한다. Crotty(1996)는 기존의 현상 학적 체험연구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한 후 나름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을 제시하는데,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Crotty가 제시하고 자 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은 체험이 지닌 초월론적 기능의 사실 적인 구조를 해명함을 목표로 삼는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 에 해당한다. 이 점과 관련해 Crotty는 자신이 제시하는 체험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태도를 넘어서는 일”(Crotty(1996), 151)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11) 11) Crotty가 이처럼 자신이 제시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태도를 넘어서는 일”이 선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가 제시한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진정한 의미에서 초월론적 현상학적 체험연 구에 해당하는지 하는 점은 더 검토될 필요가 있다.
둘째,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한정시켜볼 경우에도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범위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다. 예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본질에 대한 연구와 동일시하면서 사례연구를 현상학적 체험연구와 구별되는 것으 로 간주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당연히 사례연구 도 포함한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일차적으로 가장 단순하게는 사례 연구라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van Manen이 현상학 은 “경험적 분석적 학문”이 아니며 따라서 “제주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체험”에 대한 연구 등과 같은 것은 현상학적 연구라고 불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특정한 집단의 체험에 대한 연구 역시 현상학적 체험연구라 불릴 수 있다. 물론 어떤 특정한 집단의 체험에 대한 연구는 앞서 언급한 사례연구를 토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본질에 대한 연구 이외에도 개 인의 체험에 대한 사례연구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집단의 체험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철저하 게 분석해 가면서 우리는 현상학적 체험연구와 그동안 현상학적 체험 연구로 분류되지 않았던 질적연구 사이의 관계를 조망하고 몇몇 연구 자들이 제안한 질적연구를 분류하는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질적연구를 분류하는 기준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를 살펴보면 우리는 연구자마다 질적연구를 분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 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van Manen은 질적연구의 범주로 현 상학, 문화기술지, 사례연구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12) J. W. Creswell(1998)은 자서전적 연구, 현상학,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사례 연구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적연구에 대한 이러한 구별이 커다란 문제를 지니 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자서전적 탐구, 사례 연구,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등과 상호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 니다. 우리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자서전적 탐구, 사례연구, 근거이 론, 문화기술지 등의 형태로 수행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 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이러한 여타의 연구와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현상학적 체험연구를 부당하게도 체험의 본질구조에 대한 연구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한정시켜 논의할 경우 대부분의 체험연구는 해석의 방법을 필요로 한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 리는 모든 경험적 현상학적 체험연구가 1) 연구자의 반성적 시선을 통해 직접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연구자 자신의 체험이 연구대상으로 등장하는 체험연구와 2) 그렇지 않은 체험연구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1인의 연구 자가 자신의 다양한 체험 중에서 반성적 시선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체험들을 분석해 들어가는 체험연구이며, 후자는 1인 의 연구자가 자신의 체험 중에서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체험, 예를 들면 연구자 스스로 기억할 수 없는 먼 과거지평 속에 들어있는 체험을 분석해 들어가거나 1인 혹은 다수의 연구자가 타인(들)의 체 험을 분석해 들어가는 체험연구이다. 그런데 방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전자의 경우에는 연구대상인 체험이 연구자에게 반성적 시선을 통 해 직접적으로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해석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지 만 후자의 경우에는 연구대상인 체험이 연구자에게 반성적 시선을 통 해 직접적으로 파악될 수 없기 때문에 해석의 방법이 필요하다. 말하 자면 이 후자의 경우 연구자는 면접자료나 기록을 비롯한 다양한 유 형의 언어적 표현 또는 비언어적 표현을 토대로 연구대상인 체험의 구조를 해석해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이루어진 현상학적 체험연구방 법을 살펴보면 우리는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이 현상학적 체험연구의 방법을 논하면서 해석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3)
그러나 이 점과 관련해 우리는 해석의 방법을 사용하는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은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 이며 그렇지 않은 체험연구방법은 후썰의 현상학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몇몇 연구자들의 견해는14) 정당하지 못하다는 사실 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알려져 있듯이 하이데거의 현상학만 해 석학적 요소를 지니고 있고 후썰의 현상학은 해석학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후썰의 저술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가 도처에서 해 석의 문제를 현상학의 중요한 문제로 간주하면서 그와 씨름하고 있음 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1929년에 출간된 논리학 에서 초월론적 현상학을 “초월론적 주관의 자기해석”(Hua XVII, 280) 으로 규정하고 1931년에 행한 한 강연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계 에 대해 “참된 의식분석은 의식의 삶에 대한 해석학이다”15)라고 밝히 고 있다. 필자가 다른 곳에서 자세히 밝혔듯이16) 무엇보다도 후썰의 발생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 사이에는 양자의 방법 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양자가 분석하고자 하는 사태의 측면에서 볼 때 근원적인 유사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해석의 방법을 사용하는 체 험연구방법을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에 토대를 둔 방법으로 간 주하면서 그것을 후썰의 현상학과 무관한 방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정 당하지 못하다.
Ⅴ. 현상학적 질적연구의 지평
그러나 현상학적 질적연구가 지금까지 논의된 현상학적 체험연구에 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지향성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체험에 대한 논의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지향 성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으로 체험대상 및 대상의 보편적 지평인 생 활세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체험의 본질적 속성으로서의 지향성 이 함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체험은 언제나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두 가지 계기, 즉 체험작용으로서의 노에시스와 체험대상으로서의 노에 마를 지닌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지향성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체험작용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의미를 지닌 것으로서 우리에게 경 험되는 체험대상에 대한 연구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 수 있 듯이 현상학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이러한 이중적인 의미에 의하면 현상학은 체험작용에 관한 학과 체험대상에 관한 학, 즉 노에 시스에 관한 학과 노에마에 관한 학을 의미한다. 이 점과 관련해 후 썰은 현상학의 탐구대상인 “현상”이 “현상작용”뿐 아니라, “현상하는 대상”도 포함하며 이러한 점에서 “현상” 개념이 이중적인 의미를 지 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17) 더 나아가 지향성에 대한 논의 는 어떤 체험이 그에 뿌리박고 있는 바, 사회적 맥락, 역사적 맥락 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후썰은 발생적 현 상학적 분석이 심화되어가는 후기에 접어들면서 체험의 사회적 맥락, 역사적 맥락 등에 대한 분석에 몰두하였다.
실제로 후썰은 지향성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키면서 무엇보다도 1920년대 이후에 전개되는 후기철학에서 발생적 현상학적 분석, 생활 세계적 현상학적 분석 등을 심화시켜 나갔는데, 우리는 이러한 분석 들이 현상학적 질적연구에 대해 지니는 함축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 다. 이러한 함축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면 현상학적 질적연구의 새로 운 지평이 드러날 수 있는데, 이 점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이 글 전체의 논의를 마무리짓기로 하자.
첫째, 후썰의 생활세계의 현상학은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질 적연구를 위해 중요한 함축을 지니고 있다. 생활세계는 물리학적 공 간과는 구별되는, 어떤 주체 혹은 주체의 집단이 경험하는 의미를 지 닌 대상의 총체로서의 세계를 의미한다. 후썰은 철학으로서의 현상학 을 전개해 나가면서 일차적으로 생활세계의 존재론과 초월론적 현상 학을 발전시킴을 목표로 삼았는데, 생활세계에 대한 이러한 철학적 논의를 토대로 우리는 인문사회과학의 분야에서 생활세계에 대한 다 양한 경험과학적 논의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인문사회과학 의 대표적인 예로는 의미로서의 생활세계를 탐구대상으로 삼는 인류 학, 인문지리학, 환경학, 건축학, 고고학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후썰은 1920년경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발생적 현상학적 분석 을 심화시켜 나갔다. 발생적 현상학의 탐구주제는 어떤 개인의 습성 체계의 발달과정, 어떤 개인이 경험하는 의미로서의 세계의 발생과정, 어떤 사회가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의미로서의 세계의 발생과정 등 다 양한 유형의 초월론적 발생과정을 탐구함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 러한 발생적 현상학은 발생의 문제와 연관된 다양한 현상에 대한 질 적연구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발생적 현상학적 통 찰은 사회구성론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이다.18) Paley는 후썰의 현상학과는 달리 하이데거의 현상학은 Giddens의 사회구성론과 잘 조화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는데 (Paley(1998), 822), 이러한 그의 견해는 후썰의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 도를19) 이해하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정당하지 못한 견해이다. 후썰의 발생적 현상학은 Giddens의 사회구성론과 잘 조화될 수 있는 철학이 다. Paley는 후썰이 발생적 현상학을 발전시켰다는 사실, 그리고 후썰 의 현상학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더 나아가 후썰의 현상학을 정적 현상학과 동일시하 면서 후썰의 현상학이 Giddens의 사회구성론과 조화될 수 없으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발생적 현상학과 사회구성론의 관계 는 앞으로 더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발생적 현상학 적 통찰은 학습 및 교육발달과정에 대한 질적연구를 위해서도 유용하 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및 교육발달과정의 문제는 본질적으 로 발생적 현상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8) 사회구성론에 대해서는 A. Giddens(1984), The Constitution of Society, Glasgow: Bell and Bain Limited를 참조.
19) 후썰의 현상학의 전체적인 구도에 대한 이해는 현상학적 질적연구의 가 능성을 이해함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필자는 현상학과 해 석학에서 후썰의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서 1) 발생적 현상학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불완전한 유형의 정적 현상 학으로 규정될 수 있는 초중기 초월론적 현상학과 2)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 상학을 두 축으로 하여 전개되는 후기 초월론적 현상학으로 나누어 후썰의 현 상학의 전체적인 구도를 그려보았다. 그런데 이종훈 교수는 최근 철학과 현실 (2004년 가을호, 224-230쪽)에 발표한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이 책은 [...] 후설과 하이데거 혹은 현상학과 해석학의 비교연구가 한 차원 더 높게 보다 더 진지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담론의 장을 활짝 열었다”(225)고 지적하 면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뜻 깊은 의미를 갖는다”(224)고 평가한 후 이 책에 서 선보인 후썰의 현상학의 전체구도와 관련해 필자에게 몇 가지 비판적인 질 문을 제기하였다. 이 교수는 필자가 후썰의 초중기 현상학을 정적 현상학으로 규정하고 후기 초월론적 현상학을 발생적 현상학으로 규정하면서 정적 현상학 인 초중기 현상학에서 발생적 현상학인 후기 현상학으로의 이행을 “배척적인 관계를 함축하는 전회”로 간주하고 있다고 이해하면서 필자에게 몇 가지 질문__ 을 제기하였다. 우선 필자는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이 책에 대해 서평해준 데 대해 이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제 필자는 다음의 네 가지 사실을 지적하면서 후썰의 현상학의 전체구도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보다 더 분명히 밝혀 보고자 한다.
1) 필자는 이 책에서 후썰의 초중기 초월론적 현상학을 정적 현상학으로, 후 기 초월론적 현상학을 발생적 현상학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앞서도 지적되었듯 이 필자는 후썰의 초중기 현상학을 “불완전한 유형의 정적 현상학, 다시 말해 발생적 현상학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정적 현상학”(현상학과 해 석학, 11)으로, 후기 현상학을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을 두 축으로 해서 전개되는 현상학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양자는 근본구도가 다르다.
2) “전회”라는 개념은 이 책의 전체적인 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 는 개념이 아니다. 이 책의 12-13쪽에 나타나 있듯이 “전회”라는 개념은 필자 가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을 전회 이전의 것과 이후의 것으로 나누어서 고찰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전회는 후 썰의 “초중기 현상학에서 후기 현상학으로 이행해 나간 것”이 아니라, “발생적 현상학” 안에서 일어나는 전회를 의미한다. 또 필자는 이 책에서 “전회”라는 개념을 “배척적인 관계”와 결부시켜 사용하지 않았다. “전회”란 해석학적 현상 학적 분석 또는 발생적 현상학적 분석이 극단적으로 심화되어 가는 과정을 의 미하며 극단적인 심화의 과정은 심화되기 이전의 것으로부터 심화된 이후의 것 으로의 “발전”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필자는 전회라는 개념을 이처럼 발전의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사용하였다.
3) 후썰의 초중기 초월론적 현상학과 후기 초월론적 현상학이 근본구도가 다 르긴 하지만 양자가 “단절적”, “대립적” 혹은 “배척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아 니다. 오히려 양자는 연속적인 발전의 과정 속에 놓인 것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후썰의 후기 현상학의 한 축인 정적 현상학은 그의 초중기 현상학 속에 불완전 한 형태로 있었던 정적 현상학이 보다 더 완전한 형태로 탈바꿈해 나간 것이며 후썰의 후기 현상학의 또 하나의 축인 발생적 현상학은 그의 초중기 현상학에 부분적으로 들어있던 발생적 현상학적 요소가 심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수는 후썰이 발생적 현상학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1920년 전후가 아니 라, 그 이전이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하면서(226), 필자의 분석의 시각을 문제시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후썰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을 본격적으로 구별하면서 후기 현상학으로 이행하는 시기가 대략 1920년경이라고 주장한 것 이지, 후썰이 발생적 현상학에 처음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1920년경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필자가 1920년경을 전후로 하여 후썰의 후기 현상 학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이유는 후썰이 바로 1920년경 을 전후하여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을 “본격적으로” 구별하기 시작하였 고 그 이전에는 이러한 본격적인 시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현상학과 해 석학, 312)
4) 이 교수는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하는 문제 를 제기하였는데(228), 필자는 이 점에 대해 이 책의 제IV장 제2절: “초월론적 현상학의 두 얼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에서 약 19쪽에 걸쳐서 자세히 논의하였다. 이 교수는 양자의 구별과 관련해 “가령 주제적으로는 보편학을, 방 법적으로는 엄밀학을 이념으로 한다는 정도의 구별을 뜻하는가?”(228)라는 질문 을 제기하는데, 거기서 논의된 양자의 구별은 보편학, 엄밀학의 문제와는 아무 런 관련도 없다. 또 이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필자는 양자를 배척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양자는 “구성”이라는 사태를 총체적으로 해명 하기 위한, 서로 구별되는 두 가지 시도를 대변하고 있지만(그리고 이러한 점에 서 양자의 근본이념은 다르다), 이 두 가지 시도 중에서 그 어느 하나라도 결여 되어 있을 경우 초월론적 현상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될 수 없으 며, 따라서 양자는 상호보완적이지 배척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주제분류】현상학, 응용현상학, 연구방법론
【주제검색어】현상학, 체험연구, 질적연구, 연구방법, 후썰, 하이데거
【요 약 문】지난 50-60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수학적
인 정량적 분석의 방법이 지니는 한계 및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질적연구방법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질적연구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이다.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은 현상학의 창
시자인 후썰에 위해 정초된 현상학적 철학의 전통에 토대를 두고 발전된 연구방
법이다.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 중의 하나는 “체험연구”(lived experience
research)를 위한 방법인데,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은 심리학, 간호학, 교육학 등
다양한 인문사회과학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연
현상학적 철학의 전통에 토대를 두고 있는 타당한 방법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동안 개발된 여러 가지 유형
의 현상학적 체험연구방법을 활용하면서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군의 연구자들은 그러한 방법이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면
서 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과 관련된 논의는 현
재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 일차적인 이유는 현상학적 질적연구
방법이 아직도 튼튼한 철학적인 토대 위에 정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과 관련된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의 철학적 토대에 대한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
하다. 이 글의 목표는 바로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의 철학적 토대를 검토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현상학적 질적연구방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있다.
Phenomenology and Qualitative Research Method
Nam-In Lee
In the past 50-60 years, pointing out the limitation of the
quantitative method in th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some
researchers have developed various kinds of qualitative research
method. One of them is the phenomenological qualitative method.
The founders of this method consider it to be rooted in the
phenomenological tradition that is developed by such
phenomenologists as E. Husserl, M. Heidegger, M. Merleau-Ponty.
The most well known phenomenological qualitative method is the
method of the lived experience research. It is widely used by
many researchers i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However, some
challenge that this kind of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is
really rooted in the phenomenological tradition. One can say that
the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is not yet founded on a
firm philosophical ground. The aim of this paper is to examine if
the phenomenological method of the lived experience research
could be considered to be really rooted in the phenomenological
tradition and to explore the possibilities of phenomenological
qualitative research.
Main scope: phenomenology, applied phenomenology, research method
Key words: phenomenology, lived experience research, qualitative
research, research method, Husserl, Heid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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