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구와 실행연구* (교육인류학연구, 2015)

조 용 환

서울대학교




실행연구(action research)는 연행적인 연구(performative research), 현지인의 연구(native research)와 더불어 질적 연구를 가장 ‘질적 연구답게’ 수행할 수 있는 연구로 최근 들어 주목 받고 있는 접근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이 주목 의 배경에는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 Schwandt, 2001)’를 가장 ‘질적으로’ 극복해보려는 뜻 있는 질적 연구자들의 상심과 지향이 깔려 있다. 즉 생활세계와 학문세계, 현장사람들과 전문연구자,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 극 혹은 분리를 최소화하는 접근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런 배경에 대한 관심 없이, 그리고 실행연구의 본질에 대한 ‘문질빈빈(文質彬 彬: 조용환, 2012a)’의 궁구 없이 실행연구의 원리와 기법을 허약하게 또는 그 릇되게 소개하고 가르치는 혼탁한 추세가 우리 학계 안팎에서 목도된다. 그 에 대한 상심으로 나는 이 글에서 실행연구에 대한 보다 온전한 이해와 그 바람직한 실행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더 나은 인간 형성의 존재론적 지향’(조용환, 2012b)이라는 본질상 교육(학)의 모든 분야에는 실행연구가 요청 된다. 그렇기에 실행연구다운 실행연구, 더 나은 실행연구에 대한 모색은 교 육인류학도와 교육 분야 질적 연구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조용환, 2004).


1. 현장연구와 실행연구

질적 연구를 소개하는 문헌들에서 실행연구를 현장연구와 동일시하거나 현장연구의 한 가지 접근방법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동일시의 단적인 예 는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가 편찬한 <교육학용어사전>(1994)에서 볼 수 있 다. 이 사전은 항목 분류에서부터 아예 “실행연구=현장연구(action research)” 를 표명하고 있다. 그 항목의 설명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행연구는 교육실천상에서 나타나는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현장의 실천 개선을 위하여 현장교사가 추진하는 연구이다. 실천연구, 현장실천 연구라고도 한다. 그 특징은 

  • ①연구주제를 교육현장에서 찾는다. 

  • ②교육 실천 개선을 그 목적으로 한다. 

  • ③현장교사가 추진한다.

  • ④조건 통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 

  • ⑤주어진 사태에 그 기초를 둔다. 

  • ⑥연구결과는 사태 와 조건이 비슷한 학교에만 일반화할 수 있다. 

  • ⑦연구 추진 과정에서 연 구계획의 일부를 변경할 수 있다. 

  • ⑧ 교사들에게 현직교육적 가치를 제 공한다. 

이와 같은 현장연구는 기본적인 연구나 학교의 계획 활동과 여 러모로 구분된다. 기본적 연구는 이론의 형성을 위하여 엄격한 과학적 절차에 따라 연구전문가들이 하는 연구이며, 학교의 계획 활동은 좋은 경영 활동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현장연구는 기본적 연구와 학교의 계획 활동의 중간에 있는 형태의 연구방법이며, 연구의 윤리성을 지극히 존중하고 연구의 시초부터 실천을 강조하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 다. (p.796)


여기서 실행연구는 현장연구, 실천연구, 현장실천연구와 동일시되고 있다. 반면에 “기본적인 연구”나 “학교의 계획 활동”과는 구별된다. “기본적인 연 구는 이론의 형성을 위하여 엄격한 과학적 절차에 따라 연구전문가들이 하 는 연구이며, 학교의 계획 활동은 좋은 경영 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리하여 실행연구는 “이론의 형성”에 관심이 없고 “엄격한 과학적 절차”를 따 르지 않아도 좋은 다분히 ‘비전문적인 연구’로 치부된다. 그리고 실천성과 윤 리성이 중시되는 현장 지향적인 연구로 소개된다.


실행연구를 현장연구의 한 가지 접근방법이라고 보는 예는 김한별(2012)에게서 볼 수 있다. 그는 “지식의 실제적인 가치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연 구를 통해서 지식이 만들어지는 맥락과 그 지식이 활용되는 맥락이 동일하 여야 한다. (...) 현장연구의 의의는 바로 이 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연구의 구체적인 실천을 안내할 수 있는 연구방법으로 실행연 구가 있다.”(p.124, 강조는 나의 것)고 하였다. 실행연구가 아닌 다른 접근방법 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연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므로 김한별의 이 관점 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구분법은 차치하고라 도, 이른바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구분법을 염두에 둔다면 <질적 연구방 법의 이해>(유기웅 외, 2012)라는 책의 한 장(chapter)으로 쓴 이 글에서 실행 연구가 그렇게 단순하게 혹은 안이하게 소개되어서는 곤란하다. 국내 사정에 국한하여 볼 때 기존의 현장연구는 거의 전부가 문적 연구로, 대다수가 양적 연구로 이루어졌기에, 그러한 실정을 도외시한 채 실행연구를 단순히 현장연 구의 한 갈래 방법이라 소개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처사이기 때 문이다. 달리 말해 <질적 연구방법의 이해>에서 논해야 하는 실행연구는 반 드시 ‘질적 실행연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덴진과 링컨(Denzin & Lincoln, 1994)이 말한 ‘방법혁명’ 이전(1970년대 이전) 의 연구자들은 실행연구와 현장연구를 애써 구분하지 않았다. 실행연구의 영 어 용어인 ‘action research’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현장연구를 뜻하는 ‘field research’, ‘on-the-site(job) research’, ‘practitionary research’ 등과 혼용되었을 뿐이다. 해방 이후 우리 교육계에서는 ‘학교현장 에서 이루어지는 현장교사들의 연구’라는 의미로 ‘현장연구’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어 왔다.1)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현장연구는 거의 전부가 문 적 연구로, 또 대다수가 양적 연구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교육 인류학도나 질적 연구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질적 실행연구’는 과연 어떤 연구인가? 이 질문에 앞서 먼저 기존의 현장연구가 어떤 연구이며 실행연구, 특히 질적 실행연구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현장연구

민주주의에 대한 링컨(Abraham Lincoln)의 정의를 패러디하자면, 현장연구 는 ‘현장의, 현장에 의한, 현장을 위한 연구’라 할 수 있다. 그것을 학교교육 맥락으로 가져온다면 ‘

  • ①현장교육에 종사하는 교원들이 

  • ②직무 일선에서 

  • ③ 현장의 교육적 요구와 문제들을 

  • ④연구를 통해서 파악하고 

  • ⑤그 개선을 도 모하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진 현장연구 의 구체적인 사례들은 아래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1)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 자신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더 나은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

  • (2) 각 교과의 교육과정을 실천적 지혜와 지식으로 구현하는 전략을 찾는 연구

  • (3) 수업의 효과를 진단, 형성, 총괄의 맥락에서 적절하게 평가하여 다시 수업에 피드백 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

  • (4)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충과 학습장애 요인을 파악하여 그 고충을 덜어주고 장애를 해소해주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상담과 생활지도를 잘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는 연구

  • (5) 각종 직무에 종사하고 있는 교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서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연구


그런데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져 온 현장교사의 연구’라는 의미에서 기존 현장연구들을 검토했을 때 나는 다음 몇 가지 공통적인 경향과 한계점을 발 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 현장교육연구는 문자 그대로 교육과 연구의 조화로운 결합이다. 현장교육을 잘 모르는 외부 전문연구자들과 달리 교사들은 직접 교육활동을 실행하면서 연구하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연구 자에 비해서 연구방법에 대한 훈련이 부족할 수 있는데, 그러한 취약점이 대 한교련과 한국교총이 주최해 온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출품작들에서 여실 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연구문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문제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서, 치밀하게 관찰하고 면담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2) 그 결 과를 면밀히 분석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소홀하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특 히 좋은 연구 성과를 얻고도 그것이 갖는 이론적 함의, 실제적 적용, 향후 연구와 정책에 대한 제언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현장을 개선하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충실한 근거에 기반을 둔 연구 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2) 이는 ‘3E(Experiencing, Enquiring, Examining: Wolcott, 1992)에 최대한 충실하여’라고 바꾸어 쓸 수도 있다. 여기서의 첫째 ‘E’는 질적 연구방법의 참여관찰(participation observation)과, 둘째 ‘E’는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과, 셋째 ‘E’는 현지자료조사 (field material analysis)와 상응하는 것이다.


둘째로, 연구에서 사용하는 개념 혹은 용어를 좀 더 면밀하게 혹은 엄밀 하게(Husserl, 1911) 다룰 필요가 있다. 무릇 연구는 개념에 대한 해체와 재구 성 작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에 도달하며, 새로운 이해와 해석은 새로운 실천의 기초를 이룬 다. 이 맥락에서 우리는 모든 연구가 현상을 보는 관점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관점이 바로 이론이다. 이론은 결코 현학적인 추상이 아니다. 질 적 연구자들은 현장 생활세계에서 얻게 되는 국지적이지만 구체적인 이론을 ‘현장이론(grounded theory: Glaser & Strauss, 1967)’이라고 부른다. 요컨대 현장 교육연구는 현장이론을 생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기존 학 계의 이론을 참조하되 무비판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문질빈빈하는 자세가 반 드시 필요하다.


셋째로, 대부분의 현장교육연구가 사전검사-사후검사의 형태를 답습하고 있다. 물론 이 모형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실행 과정과 현장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 및 분석을 생략하는 데 있다. 현장교육연구 는 연구인 ‘동시에’ 교육이다. 특히 학생들을 연구참여자로 삼을 경우에 연구 를 위해서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이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맥락에서 나는 교사들이 기존의 현장연구가 아닌 ‘질적 실행연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 했으면 한다. 실행연구는 교사가 수업, 생활지도, 평가 등에 관련된 새로운 개입, 즉 교육활동을 수행하면서 그 개입이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면밀히 살피는 연구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얼마든지 개입을 조정하고 수정할 수 있다. 실행연구를 비롯한 모든 질적 연구에서는 ‘적용보다 발견을 강조하는 연구’,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의 연구’,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 하는 연구’가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로, 계량적인 연구 일변도를 벗어나 ‘기술적이고 해석적인(descriptive & interpretive)’ 질적 현장연구가 좀 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교육현장은 그 성격상 질적 연구를 수행하기에 대단히 좋은 터전이다. 그리고 현장 교원은 좋은 질적 연구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질적 연구는 현상을 ‘설 명’하기보다 ‘이해’하고자 한다. 외부자의 눈인 ‘객관’보다 당사자의 눈인 ‘주 관’을 중시한다. 전통적인 실험 혹은 조사 연구는 현장 사람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입장, 심리, 고충, 적응전략 등을 온전히 밝혀주지 못한다. 특히 주류 집단에 떠밀려 소외당하고 있는 주변적인 소수집단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데 에는 질적 연구만한 것이 없다. 최근에 와서는 전문연구자와 현장교사가 질 적인 공동연구를 하는 추세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향후 ‘학교현장에서 이 루어지는 현장교사의 연구’에서도 그러한 비판적이고 공동체적인 실행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금까지 현장교사들의 현장연구와 그 동향을 검토하였으며, 그것이 질적 실행연구와 동류의 연구가 아님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른바 ‘전문연구자’들 에게서도 현장연구와 실행연구 사이의 혼동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이를 테면 <질적 연구방법의 이해>에서 김한별(2012)이 소개하고 있는 실행연구 도 내가 보기에는 기존의 현장연구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아래 에 인용하는 ‘문제의식’ 자체가 현장연구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전통적으로 연구와 실제 현상의 관계에 있어서, 연구는 연구자들이 하 고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실천가들이 한 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 연구자들은 현실에 대한 이론적 지 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적인 절차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능숙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서 현실의 문제가 탐구되는 것이야말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생산하 는 데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 반면 실천가들은 누구보다도 현실의 문제를 생생히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객관적 으로 도출해 내는 훈련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들이 현실 의 경험으로부터 제안하는 지식은 상황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흔히 간주되어 왔다. (...) 

그 결과 연구자와 실천가 모두 절름발이 신세 가 되었다. (...) 

  • 연구자는 실제와 유리되어 현실적 적용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화석화된 지식의 생산자가 되었으며, 

  • 실천가는 자신의 문제들 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단순 기능인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교육의 장 면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오늘날 학교현장의 많은 교사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체계적인 방법론 을 구사하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이 생산해 내는 지적 산물에 의존할 수밖 에 없게끔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 교사 스스로 지식의 생산자로서의 역 할을 간과한 채 수동적인 지식의 적용자이자 실행자로서 역할을 축소하 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pp.122-123)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장연구와 실행연구가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식을 어떻게 방법(론)적으로 구현해내는가에 따라서 양자는 명확히 구 분될 수 있고 구분되어야 한다. 물론 “실행연구가 생산하는 지식은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식’[즉 실천적 지식 혹은 상황적 지식]”이라거나 “실행연구는 실증주의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연구자와 실천 가를 구분하는 종래의 접근을 지양한다.”(p.123, 강조는 나의 것)거나 하는 김 한별(2012)의 표현들은 질적 실행연구의 중요한 특징을 단편적으로 부각시키 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연구와 구분되는 실행연구는, 특히 질적 실행연구는 어떤 연구이며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가?


3. 실행연구

밀스(Mills, 2003/2005)는 “실행연구자들은 복잡성을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수용한다. 더구나 실행연구자들은 그들의 결론을 타인에게 보고하 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실행을 하고 긍정적인 교 육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전념하기 때문에 전통적 연구자들과 구분된다.”( p.27)고 하였다. 다른 양적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적 실행연구에서는 조작 적 정의를 통해 설정한 변인들 사이의 관계를 가설적 기초 위에서 검증함으 로써 복잡한 세상을 단순한 질서로 설명하는 접근을 취해 왔다. 밀스는 그러 한 접근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실행을 하고”라는 표현은 ‘선-연구, 후-실행’이라는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 다.


1989년 호주 브리즈번(Brisbane)에서 열린 ‘산업·정부·고등교육에서의 실행 연구를 위한 제1회 국제심포지엄’(참고: 성열관, 2006)은 실행연구의 요건을 

  • ① 행위 당사자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개선하거나 성찰할 것, 

  • ②성찰과 실행 의 활동을 밀접하게 연계하여 반복할 것, 

  • ③연구 결과를 관심 있는 사람들 과 공유할 것 세 가지로 제시하였다. 

여기서 두 번째 항은 밀스가 표현한 ‘선-연구, 후-실행’의 오류를 이미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내 생각에 질적 실 행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실행, 실행=연구’에 있다.


김한별(2012)은 “전통적인 연구방법과 구분되는 실행연구의 특징은 체계 성, 참여성, 실천성, 그리고 협력성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p.127)고 하 였다. 그리고는 그 네 가지 성질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자신의 글 바로 앞부분에서 실행연구의 ‘세 가지 특징’으로 제시한 것과 합 치하지 않는다. ‘협력(성)’ 이외의 세 가지는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새로운 특 징들이다. 그가 제시한 실행(성), 현장(성), 협력(성)의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 래와 같다.


전통적인 연구와 비교해 보았을 때 실행연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 서 구분된다. 

  • 첫째, 실행연구는 실행을 필수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실행 이란 말은 단순히 연구자가 자신의 관심주제를 탐구하는 연구절차의 수 행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것은 일련의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절차를 통해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대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 

  • 둘째, 실행연구는 다른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바로 연구자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실행연구는 연구자이자 실천가인 연구 주체가 탈맥락 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에서 연구를 수행하기보다는 문제 그 자체가 발생 하는 현실 속의 맥락에서 문제 진단과 해결을 도모할 것을 지향한다. (...) 

  • 셋째, 실행연구는 연구자와 연구참여자 간의 교류와 협력을 전제한 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연구와 구별된다. 연구자의 역량에 상당한 무게중 심을 두는 전통적인 연구방법과 비교하였을 때 실행연구는 연구참여자, 즉 자료수집과 분석의 대상의 협력적 역할을 강조한다. (pp.125-127)


여기서 김한별은 무엇을 혹은 누군가를 ‘대상화 한다’거나 ‘대상으로 삼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숙고하지 않은 채 ‘연구대상’이라는 말을 너무 안이하게 쓰고 있다. 단적인 예로 그는 실행연구의 참여자를 “자료수집 과 분석의 대상”이라고 표현한다. 글의 말미에서 그는 김미옥(2009)을 인용하 여 “실행연구의 과정은 탐구의 과정인 동시에 현장의 실제 개선이 가능할 수 있는 접근으로서 ‘연구과정 자체가 변화의 기제’라고 요약될 수 있다.”(p.139) 고 하였다. 그러나 위 글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대상을 변화”시 킨다고 한 말은 실행연구의 핵심 특징 가운데 하나인 과정성을 경시했거나 오해한 것이다. 질적 실행연구는 어떤 연구이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적 인 성찰과 적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과정 속에 실행적인 개입(성찰과 적용)이 항상 이미 포함되어야 한다.


김한별(2012)은 “실행연구는 참여적인 연구방법이다. 참여적이라는 표현은 연구자가 본래 연구대상(research setting)의 구성원으로서 포함되어 있으며, 연구자와 연구대상이 구성원들이 함께 ‘우리’의 문제에 대한 집합적 활동을 전개해 나감을 의미하는 것”(p.128)이라 하였다. 여기서 그는 ‘setting’을 ‘연구 대상’이라 번역하고 있다. 하나의 글에서 자신이 ‘연구참여자’를 ‘연구대상’이 라 칭하는 것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다. 물론 내 생각에는 그 둘 어느 것도 객체적이거나 객관적인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굳이 질적 연구의 철학적 배경인 현상학의 기본원리 ‘대상(noema )-의식(noesis ) 상관작용’까지 거론할 지면은 없다. 그리고 연구현장의 구성원들은 그 모두가 연구참여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달리 말해 ‘구성원들’이라는 말 자체가 참 애매모호한 것이다. 생각해 보자. 학교나 교실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디까지인가? ‘집합적 활동’이라는 말 또한 애매모 호하고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점은 김한별(2012)이 그림으로까지 제시하고 있는 ‘실행연구의 모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그는 “실행연구의 수행은 전통적인 연 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연구결과의 도출에 그치지 않고 결과를 구체 적인 현실의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의 수립, 그리고 실행효과의 극대화 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행연구의 수행과정은 설계(design)- 현장활동(fieldwork)-의사소통(communication)-실행(action)의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p.133)고 주장한다. 여기서 실행은 맨 마지막 ‘단계’로 취급된다. 내 가 보기에 이러한 ‘모형’은 질적 실행연구를 지극히 잘못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질적 실행연구의 과정을 굳이 김한별의 ‘모형’ 혹은 ‘단계’ 형태로 제시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영어를 병기하였다.

-----------------------------------------------------------

  • (1) 관심 있는 현장(생활세계)의 체험(entering & experiencing the interested life-world)

  • (2) 현장(문제상황)의 이해(understanding the life-world & its problems)

  • (3) 연구 문제와 방법 설정(posing research problems & methods)

  • (4) 참여적이고 대안적인 실행(participating with alternative actions)

  • (5) 그에 따른 현장의 변화 분석 및 해석(analyzing and interpreting on-site changes)

  • (6) 연구문제와 방법 재구성(reconstructing the research problem & method)

  • (7) 새로운 참여-대안적 실행(participating with reformed alternative actions)

  • (8) 현장의 새로운 변화 분석과 해석(analyzing and interpreting new on-site changes)

-----------------------------------------------------------

물론 나는 질적 실행연구의 과정이 이러한 도식적 ‘모형’이나 선형적 ‘단 계’로 이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그 과정이 워낙 순환적이고 다차원적이고 중층적이기 때문이다. 실행연구가 아닌 다른 연구방법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질적 연구는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 완결형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특징을 공 유한다. 주어진 때에 맞추어 정리하여 보고할 연구의 결과가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매듭이나 마디 같은 것에 불과하다. 학문과 연구만 그런 것이 아니 라, 삶과 존재 자체가 항상 이미 ‘흐름 속(時中)’에 처해 있다.


김한별(2012)이 소개하는 실행연구의 네 단계에서 첫째(설계)와 셋째(의사 소통) 단계는 특히 문제가 있다. 

  • 예컨대 실행연구의 “첫 번째 단계인 설계 단 계에서는 연구자의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구체적인 연구 주제와 목적을 결정 하고 그에 합당한 연구대상의 범위와 자료수집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 결 정하는 것”(p.133)이라 하였다. 이는 연구의 문제와 방법을 현장 밖에서 연구 자가 에틱(etic: Harris, 1976; Pike, 1967)하게 결정한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아 무 계획이나 기대 없이 연구에 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한별(2012)의 설명 은 계획이나 기대의 ‘잠정성’을 염두에 둔 것이 전혀 아니다. 

  • 마찬가지로 “세 번째 단계인 의사소통은 도출된 결과를 연구 상황에 개입하고 있는 다양한 참여자 집단에게 알리는 동시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p.134)라 하였 다. 여기서 그는 ‘참여’와 ‘개입’을 혼란스럽게 쓰고 있다. 그리고 ‘알림’과 ‘의 견수렴’에서 그 주체는 ‘연구자’이며 객체는 ‘연구대상’이다.


이러한 혼란은 김한별(2012)의 글 여기저기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이 를테면 “실행연구는 연구자의 독자적인 활동에 의해서만 수행되는 것이 아 니라, 참여자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연구가 수행된다.”(p.129)는 말에서 그는 ‘교류와 협력’이 ‘참여’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문질빈빈’하지 않고 있다. 이 말에서 우리는 연구자와 참여자의 분리, 연구자의 주도성 혹은 중심성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나는 실행연구를 소개하는 김한별(2012)의 방식을 한 예로 삼아 서 실행연구에 대한 소개의 허약과 왜곡을 살펴보았다. 내가 

  • 보기에 이러한 혼란은 무엇보다도 질적 연구자들이 극복하고자 고투해 온 ‘재현의 위기’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의 부족 탓이다. 

  • 그리고 무엇이 실행연구를 실행연구답게 하는지에 대한, 즉 실행연구의 본질에 대한 ‘문질빈빈’의 궁구가 부진한 탓이다

  •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연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즉 연구의 본 질에 대한 ‘질적인 인식론과 존재론’이 공고하지 않은 탓이다. 

예컨대 김한별(2012)은 연구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과 학적인 방법으로 문제의 원인과 대안, 즉 지식을 생산해 내는 활동”(p.121)이 라 규정한다.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법한 연구관이다. 하지만 질적 연구자로서 내가 보기에는 문제투성이인 연구관이다. <질적 연 구방법의 이해>라는 책의 공저자임에도 불구하고 김한별은 질적 연구의 기 본 원리를 경시한, 그래서 질적 연구방법을 오해하게 만들기 십상인 연구관 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의식으로서 합리성과 현실성이, 접근방법으로서 체계 성과 과학성이, 활동목적으로서 지식(원인과 대안) 생산이 과연 질적 연구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깊이 신중하게 따져 보았더라면 그러한 연구관을 무심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합리성, 현실성, 체계성, 과학성, 지식생산 등이 질적 연구와는 무관하거나 무조건 상반되는 속성들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정의의 문맥과 글 전체의 문맥에서 살펴볼 때 김한별은 그 속성들을 결코 질적인 정신이나 철학에 입각하여 쓰고 있지 않다. 그렇다 면 나와 우리 질적 연구자 어느 누구도 과연 이러한 ‘안이함’ 혹은 ‘무심함’에 서 진정 자유로울까.


4. 실행연구의 생성배경과 방법(론)적 특징


강지영과 소경희(2011)는 와리칸(Warrican, 2006)을 인용하여 

“오늘날 활용 되고 있는 실행연구는 Kurt Lewin(1946)의 연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 Lewin 은 당시 미국의 사회적 문제였던 빈곤,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실행연구를 제안하였다. 제안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해당 문제의 당사자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뒤, 그 과정 및 결과를 성찰함으로써 이후의 또 다른 실천 계획을 수립하는 ‘계획-실행- 성찰-재계획’의 연속적인 과정을 반복해 나갔는 바, 바로 이러한 과정이 오 늘날 실행연구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Lewin은 이론의 가치는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실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 지식 생산의 방법으로 실행연구 를 제시했다.”(p.198)고 하였다.


이러한 생성 배경에서 교육(학) 분야의 실행연구도 태동하고 발전되어 왔 다. 그에 대해서 강지영과 소경희(2011)는 

“전통적으로 교육 관련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교육 현상 및 문제들에 대한 지식을 생산해내는 사람으로, 교사 들은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이론적 지식을 실천하는 실행가로 인식되었다. 말 하자면, 교사는 연구의 주체라기보다는 그 대상으로서, 그리고 지식을 생산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이를 소비하는 사람에 머물러 왔다. 실행연구(action research)는 기존의 교육 관련 연구 장면에서 흔히 가정되어 온 연구 주체와 연구 대상 간의 분리, 그리고 지식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분리라는 문제점 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p.198)이라 하였다. 


실행연구가 실행(action)과 연구(research)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실행이 무엇이 며 연구가 무엇인지, 양자가 어떻게 결합된다(되어야 한다)고 보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관점과 접근의 실행연구가 생성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래 왔다. 스 페인의 경우 20세기 중반부터 이미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한 실행연구가 시 작되었다고 하는데(Gomez, 2009), 이때의 의미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한국교원 단체총연합회(舊대한교원단체연합회) 중심으로 수행되어 온 우리나라의 ‘현장 연구’와 같은 맥락의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노프케(Noffke, 1997; 2009)는 실행연구에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하였다. 예 컨대 

  • 수업의 변화가 실행연구의 전문적(professional) 차원이라면, 

  • 교사의 변화 는 실행연구의 개인적(personal) 차원이라 할 수 있고, 

  • 교직세계의 변화는 실행 연구의 정치적(political) 차원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 세 가지 차원은 항상 이미 공존하면서 부단히 상호작용 하는 것이다. 

  • 번스타인(Bernstein, 1983)이 구분한 사회과학의 세 가지 패러다임에 비추 어 보면 실행연구는 실천주의적 접근에 속하는 것이다. 그의 구분법에서 실 증주의적 접근은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설명(explanation)’을 지향한다. 

  • 반면 에 해석주의적 접근상호주관적이고 생활세계적인 ‘이해(understanding)’를 지향한다. 그 둘과 달리 실천주의적 접근은 망각, 은폐, 왜곡, 억압, 수탈, 소 외 등을 극복하는 ‘해방(emancipation)’을 지향한다. 초창기의 질적 연구는 실 증주의적 접근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 게 해석주의적 접근을 취하게 되었다. 

  • 그러나 해석주의적 접근이 정치경제적 무관심 또는 무기력에 빠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계기로(참고: Clifford & Marcus, 1986; Marcus & Fischer, 1986), 성찰과 비판과 해방을 지향하는 실천 주의적 접근에 무게중심을 더 두기 시작하였다. 실행연구는 이러한 과정에서 일종의 “진화한 질적 연구방법”(Lincoln & Denzin, 2005)으로 각광을 받게 되 었다. 오늘날의 질적 실행연구는 인식론적 접근보다 존재론적 접근을, 설명 과 이해보다 성찰적 실천을 더 중시하는 연구이다.


나는 실행연구의 방법(론)적 특징이 다음 네 가지에 있다고 본다. 

  • 첫째로, 철저한 현장연구이다. 실행연구는 현장 밖이 아닌 현장 안에서 ‘실행=연구’ 의 문제를 발견하고 구성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모든 과정 또한 철저히 현장 안에서 이루어진다. 연구자의 해석적 개입과 참여자의 반성적 자기분석 또한 ‘현장의, 현장을 위한, 현장에 의한 것’임을 전제한다.

  • 둘째로, 생활세계의 실질적 개선이다. 실행연구는 연구가 이론적 혹은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부적절하다는 ‘실천적 지식 과 지혜’의 관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실행연구는 한 마디로 말해서 “메타 실 천(meta practice, Ulvik, 2014: 즉 실천에 대한 실천)”을 지향한다. 마르크스가 <포이에르바하를 위한 테제>에서 “[철]학자들이란 단지 여러 가지 다른 방 법으로 세계를 설명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세계를 변혁시키려는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입장이다. 실행연구는 상심 또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현장사람들의 문제 사태에 연구자가 동참하여 ‘실행=연구’를 통해서 현 장 맥락에 맞게 그 사태를 해결(극복)하고 그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더 나아 지도록 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다.

  • 셋째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주체 형성이다. 실행연구는 연구의 주체- 객체 분리를 거부한다. 즉 현장사람들을 연구의 대상 또는 수동적인 참여자 로 간주해 왔던 전통을 비판한다. 그 대안으로 현장사람들이 연구의 동등한 주체, 능동적인 참여자라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실행연구를 기획하고 수 행하는 과정 전반에 현장사람들이 직접 적극 참여함으로써 연구의 ‘객’이 아 닌 ‘주인’이 되도록 한다. 실행연구가 추구하는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가 현장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더 온전히 파악하고, 자신의 문제를 더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 실천력과 이론적인 힘을 함께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실상 연구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연구자가 이론적인 혹은 학문적인 업 적 쌓기에서 성과를 찾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의 실질적 개선에 동참하는 비판적이고 실천적인 지식인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 넷째로, 현장이론의 생성이다. 흔히 ‘근거이론’으로 오역되고 오해되어 온 글레이저와 스트로스(Glaser & Strauss, 1967)의 ‘grounded theory’는 현장에서 생성되고 현장에 뿌리를 둔 현장지향적인 이론이다. 실행연구는 바로 그러한 현장이론의 생성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실행연구를 통해서 생성되는 이 론은 전통적인 ‘학문적 이론들(academic theories)’의 양태나 구조를 답습하지 않고, ‘이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와 시스템을 찾아나가는 것이다(Holland & Quinn, 1987: folk theories or cultural theories). 단적으로 말하여 실행연구가 지향하는 현장이론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살아서 꿈틀거리며 부단한 ‘주름과 펼침’(Deleuze, 1988)의 역동 속 에 처해 있다.


다른 질적 연구와 마찬가지로 실행연구는 세부적인 연구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예비조사를 통해서 계획의 타당성과 실현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실행연구에서의 예비조사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반드시 필요 한 것이다. 

  • 먼저, 실행연구가 현장사람들의 편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개입적 인 성격의 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IRB 심사와 같은 제도적 장치에 한 정되지 말고 현장 및 참여자(들)의 심층적인 관심과 동의를 연구계획 단계에 서부터 확보해야 한다. 

  • 그리고 연구자가 지혜롭게 극복해나가야 할 현장의 여러 장벽(예, gate keeping)들을 미리 확인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예 비조사가 필요하다. 

  • 또한 현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네트워크들 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본격적인 연구 착수 전에 필 요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질적 실행연구는 열린 연구여야 한다. 실행과 그에 따 른 현장 변화의 목적 또는 결과를 미리 설정하고 연구를 그 방향으로 몰아 가는 것은 질적 실행연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 여건상 비록 국지적인 연구를 수행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총체적이고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현장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하 고, 어떻게 하면 현장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계 획을 수립하고 수정보완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실행연구의 초점은 개인적 차원에 둘 수도 있고 집단적 차원에 둘 수도 있다. 

  • 후자가 조직의 변화(Clark, 1972)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 전자는 참여자로 하여금 ‘실행가-연구자’(practitioner-researcher)와 같은 새로운 정체 성을 갖게 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Vetter & Russell, 2011). 

혹자는 

  • 전자를 ‘미 시적 실행연구’, 

  • 후자를 ‘거시적 실행연구’라 명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 느 쪽이든 질적 실행연구의 초점은 단순히 학문적 업적 쌓기와 같은 인식론 적 성취에 둘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망각, 은폐, 왜곡, 억압, 수탈, 소외 등 을 극복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함께 추구하는 존재론적 지향에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질적 실행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다음 세 가지 점은 반드시 유의 해야 한다고 본다. 

  • 첫째, 실천주의 패러다임의 견지이다. 연구참여자 혹은 관련자 모두가 ‘실행=연구’의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과정에 최대한 자발적으 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행=연구’가 일부 현장사람들의 여론몰이와 다수의 힘, 또는 상식과 인습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최대한 더 정당하고 타당한 ‘성찰적-해방적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장사람들 가운데 일부만 연구에 참여(해야)할 경우 구 성원들 사이의 위화, 소외, 불균형, 편파 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 로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바렛트(Barrett, 2011)가 언급한 ‘행함 (doing)과 생각함(thinking)과 존재함(being)이 타당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유 의해야 할 것이다.

  • 둘째, 불확실성의 지혜(Savin-Baden & Major, 2010)이다. 많은 실행연구에 서 현장사람(실행가)들과 연구자 사이의 긴장, 갈등, 대립, 파탄 등이 보고되 고 있다. 실행연구의 성격상 지위 및 정체성의 혼미와 협상은 어느 정도 불 가피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그러한 사태 자체를 ‘있는 그대로’ 직관하고 직면하는 것이 실행연구의 과정 및 결과보고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 다. 실행연구에서 실행의 방법과 연구의 방법이 항상 일치하거나 조화를 이 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양자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잘 다루는 것 자체가 질적 실행연구의 한 묘미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연구 과 정에서 연구자와 참여자가 함께 또는 별도로 작성하는 각종 일지, 기록지, 저널, 댓글 등은 확실한 사실이나 정리된 의견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감정, 궁금한 점, 정리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두루 담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서 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 셋째, 협동의 진화(Fernandez-Diaz et al., 2014)이다. 실행연구의 성과는 더 나은 프로그램, 제도, 정책의 개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 나은 지 식과 기술의 발견, 인식론적 향상에 국한된 것 또한 아니다. 어떻게 보면 더 나은 생활세계, 더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존재론적 성취가 질적 실행연구의 궁극 지향점일 것이다. 그러므로 각 참여주체가 타인들과 어떻게 얽히고, 제도와 상황에 어떻게 얽히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 사물, 사태들 사이에서 어떤 교차와 역동이 일어나는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 다. 또한 현장사람들 사이의 관계, 연구자와 현장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그러 한 과정 속에서 최대한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유의해 야 할 것이다.


5. 질적 실행연구의 진화


지금까지 살펴본 실행연구의 방법(론)적 특징들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 라 부단한 변화 혹은 진화 속에 처해 왔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서 그 목적, 관계, 상황 등에 따라 다각도로 이루어진 질적 실행연구의 실험과 도전은 괄 목할 만한 것이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질적 연구의 변천(Denzin & Lincoln, 1994; 2000; 2005; 2011)과 학문사 전반의 추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질적 실행연구의 진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전통적인 실행연 구와 참여적인 실행연구(PAR: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방법혁명’ 이전의 전통적 실행연구에서는 전문 연구자와 현장 참여자 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었다. 그때 연구자는 실행의 ‘관리자’, ‘촉진자’, ‘연결고 리’, ‘평가자’ 등의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실행연구, 특 히 양적 실행연구는 ‘사전검사-사후검사 모형’으로써 연구자가 실행한 개입 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치중하였다. 

  • 그와 달리 참여적 실행연구‘관점-태 도-실천’ 전반에 걸친 전환 과정을 주목한다. 또한 초창기 실행연구는 ‘계획- 실행-평가’의 선형적인 모형을 흔히 취하였으나, 최근으로 올수록 나선형적 (심화·발달적) 순환과 중층적 피드백을 중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장에서의 문제점 발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행, 그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 실행 과 반응에 대한 성찰, 성찰을 기초로 한 또 다른 실행”(전가일, 2014)이라는 ‘차이를 생성하는 반복’(Deleuze, 1968)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실행연구는 문 화기술지와 마찬가지로 그 성격상 ‘3E’를 온전히 다 수행할 필요가 있다. 

  • 전통적 실행연구가 ‘3E’ 가운데 일부에 치우치거나 제한되었던 실상을 반성하 면서 

  • 참여적 실행연구는 ‘3E’의 교차 및 통합에 주력하고자 한다.


질적 수준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최근에 이루어진 국내의 참여적 실행 연구를 예시하자면 견주연·정계숙(2013), 김은정·김현진·오보람(2010), 양윤희· 장진혜·성열관(2005), 이부미(2010), 천호성(2007) 등을 들 수 있다.3) 그리고 국 외의 참여적 실행연구로는 Brydon-Miller et al.(2011), Flores-Kastanis et al.(2009), Groundwater-Smith(2009), Johnson-Burel et al.(2014), Kemmis & McTaggart(2000; 2005), McIntyre(2008), McTaggart(1991), Thomson & Gunter(2009), Trauth-Nare & Buck(2011) 등을 예시할 수 있다.


3) 이 연구들은 공히 ‘PAR’을 ‘협력적 실행연구’라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협력’의 의미 가 모호하고 그 형태가 다양한 까닭에 내 생각에는 ‘participation’의 가장 일반적 번역 인 ‘참여’가 더 적절한 번역이다


브라이든-밀러와 그 동료들(Brydon-Miller et al., 2011)은 실행연구와 참여 적 실행연구를 구분하면서, ‘참여적’이라는 단서가 붙지 않은 실행연구가 좀 더 전통적이며 따라서 그 외연이 더 넓다고 하였다. 이들은 참여적 실행연구 가 재즈와 벵골보리수(banyan tree)의 속성을 닮았다고 비유한다. 

  • 재즈를 닮은 것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서 가능한 자원과 방법을 두루 활용한다는 점 에서다. 

  • 그리고 울창한 ‘잎의 지붕’ 아래로 많은 줄기들이 기근(氣根)을 뻗어 내리는 것처럼 참여적 실행연구 또한 관련된 사람들을 최대한 참여시켜 그 들의 다양한 입장과 지식을 두루 포용한다는 점에서 벵골보리수를 닮았다고 하였다. 

참여적 실행연구는 현장사람들의 자발적이고 다원적인 요구와 참여, 지속적인 교차(chiasma : Merleau-Ponty, 1964)와 협력, ‘계획-실행-평가’ 과정 전반에 걸친 순환적 피드백 등을 전제한다.


일찍이 프레이리(Paulo Freire)는 모든 연구가 참여적 실행연구여야 한다고 했다. 연구자와 참여자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는 연구여야 하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참여적 실행연구에서는 연구자만이 아니라 참여자도 연구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마땅히 되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보자면 교사 와 학생이 더 이상 연구의 객체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교사와 학생 모 두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문제를 푸는 사람’(problem solver)이 아닌, 부단히 자신의 ‘문제를 찾는 사람’(problem seeker)이며,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문제 를 삼는 사람’(problem poser)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실행연구의 경우 교사나 학교 관리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참여하게 하는 추세가 나타 나고 있다(예: Thomson & Gunter, 2009).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교육, 문화, 문 제 등을 다루는 실행연구의 경우 지역사회의 관련된 기관들과 주민들도 적 극 참여하게 하고 있다(예: Murrell Jr., 2009).


참여적인 실행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계획의 수립, 자료의 수집과 분 석, 해석 및 논의, 글쓰기 등 연구 과정 전반에 걸쳐서 참여자를 연구에 적 극 참여시키거나 참여자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때 참여의 성격과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서 ‘참여의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먼저 ‘연구자-참여자 합작 실행연구(collaborative action research)’를 살펴보 기로 하자. 이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문연구자와 현장사람들이 공동연구자 가 되어서 연구과정 전반을 함께 수행하고, 그 성과 또한 공동저자로서 공유 하는 방식의 실행연구이다. ‘실행=연구’의 기본입장을 취하지만, 연구에 더 비중이 있어서 학술적인 맥락을 중시하는 실행연구이다. 국내 연구사례는 확 인되지 않는다. 국외 연구사례 또한 흔치 않으나 Bartunek & Louis(1996), Deni & Malakolunthu(2013), Fernandez-Diaz et al.(2014), Wells(2009), Zipin & Hattam(2009) 등의 연구를 들 수 있다.

  • 다음으로 ‘참여자 주도 실행연구(practitioner action research)’를 살펴보자면, 이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문연구자가 주도해 온 종래의 실행연구에서 탈피 하여, 준비된 현장사람들이 주체적인 연구자로서 연구의 전체 과정을 기획하 고 진행하는 실행연구이다. ‘실행=연구’의 기본입장을 취하면서도 학술적인 맥락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세계 속의 연구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연구 사례는 찾기 힘들지만 이동성(2011)에게서 비슷한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국 외의 연구사례 또한 흔치 않다. 하지만 Anderson & Herr(2009), Anderson et al.(2007), Day & Townsend(2009), Griffiths(1999) 등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 한 가지 더 주목할 추세로 ‘비판적 실행연구(critical action research)’를 들 고자 한다. 이는 관심 있는 현상(예, 교육)에 작용하는 정치경제적 현실을 직 관하고 해체-재구성함으로써 더 나은 삶(과 교육)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존재 론적 ‘해방’을 특히 강조하는 연구이다. 참여주체들의 생활세계 밖에서 설정 된 목적과 틀에 의존하여 효율 또는 능률을 추구하는 기능주의적 실행연구 를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비판이론, 페미니 즘, 포스트모더니즘, 탈(신)식민주의, 실존주의 등의 진보적 이론에 토대를 두 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국내의 연구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국외의 연구사례 또한 Basten(2012). Gedžūne & Gedžūne(2013), Harnett(2012), Marshall & McLean(1988), Schensul(1973) 정도만 확인할 수 있어 아직까지 부진한 실정 의 실행연구라 할 수 있다.


6. 실행이란?


앞에서 거듭 언급하였듯이 질적 실행연구는 ‘실행=연구’라는 기본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연구’를 품고 있는 ‘실행’이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져 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질적 실행연구 의 핵심 개념요소인 ‘실행(實行, action)’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를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풀이하자면 실행은 실제적인 행위, 실질적인 행위, 실천적인 행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질적 실행연구에서의 실행은 다음과 같은 독특성을 가진 것이다.


  • 먼저 실행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것이다. 

  • 현장 혹은 현실에 밀접하 고 밀착한 것이다. 

  • 그리고 실행은 박제된 일반성이 아닌 생동하는 특수성을 지향한다. 

  • 또한 획일적이기보다 다원적인 실행이 보다 더 ‘실행다운 실행’일 것이다. 

  • 그것은 관념적이지 않고 실제적이어야 하며, 

  • 탈맥락적이지 않고 맥 락적이어야 한다. 

  • 그리고 기계적이지 않고 역동적이어야 한다. 

  • 뿐만 아니라 명목과 실질이 부합하는 ‘명실상부(名實相符)’, 존재와 존재자를 넘나드는 ‘문 질빈빈’을 그 원리로 삼아야 한다. 

  • 그리고 분절적인 단위별 또는 요소별 파 티션(partition)으로 접근하지 않고 총체적인 장(場, champ )의 게슈탈트(Gestalt )로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 상황 외부적인 조건, 환경, 구조 등을 고려는 하되 그것들에 종속되지 않고, 몸과 살의 부단한 ‘교차(chiasma )’를 중시하는 지향적인 것이어야 한다. 

  • 앞서 언급한 ‘노에마-노에시스 상관작용’을 중시하 는 것이어야 한다. 

  •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존주의적인 의미를 덧붙인다면, 자 폐적(自閉的)이지 않고 탈자적(脫自的)이어야 한다. 

요컨대 질적 실행연구의 실행은 질적이며(조용환, 2012a) 현상학적이어야(Husserl, 1936) 한다.4)


김한별(2012)은 실행연구의 첫째 특징으로 실행(성)을 들면서 스트링거 (Stringer, 2004)를 원용하여 효과적인 실행에 “관계(relationship), 의사소통 (communication), 포섭(inclusion), 그리고 참여(participation)의 네 가지 원리가 충분히 고려되고, 또 지켜져야 한다.”(p.136)고 하였다. 그리고는 그 하나하나 의 요소들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질적 실행연구에서 ‘실행다운 실행이 무엇인가’를 부단히 묻고 답해야 할 우리에게 유익한 시사점들을 제시한다.


스트링거(Stringer, 2004)는 먼저 ‘관계’가 다음 네 가지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다. “

  • ①모든 연구참여자들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간주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 ②연구참여자들 간의 갈등이 있을 경우, 열린 자세와 원활한 대화를 지속함으로써 갈등적 상황을 최소화한다. 

  • ③다른 연구참여자 들의 당위적 역할에 주목하지 않고 이들의 실제 역할 그대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한다. 

  • ④다른 연구참여자들의 감정과 정서적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 볼 수 있도록 한다.”

(김한별, 2012, p.137: 동그라미 번호는 편집상 내가 덧붙인 것 이며, 이하도 마찬가지임.)


그리고 다음과 같이 실행이 이루어질 때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고 하였다. “

  • ①다른 연구참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타인의 입장과 상황을 배려하는 행동을 한다. 

  • ②다른 연구참여자들의 의견을 자신의 입장에서 해 석하지 않고, 개진된 그대로의 내용으로 이해하고 수용한다. 

  • ③자신의 역할 수행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공유한다.”(김한별, 2012, p.137)


또한 스트링거는 ‘포섭’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사 항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

  • ①연구대상에 결부되어 있는 모든 잠재적 이해관 계자들을 연구참여자 범위로 포함한다. 

  • ②가능한 많은 참여자들의 이해와 관심을 연구주제와 연관하여 함께 다루도록 한다. 

  • ③연구를 통해서 연구참 여자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결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한다.” (김한 별, 2012, p.138)


끝으로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온전히 구비될 때 ‘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 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

  • ①연구참여자들의 개별적 활동이 능동적으로 이루 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 ②연구참여자들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 활 동계획을 수립한다. 

  • ③연구참여자들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은 정확하게, 직접 적으로 제공한다.”(김한별, 2012, p.138)


이상에서 우리는 질적 실행연구의 ‘실행’이 결코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음 을 알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실행연구의 ‘실행(action)’과 행위이론의 ‘행위 (action)’가 같은 영어 낱말임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양자는 무엇 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서로 다른가?


먼저 행위이론에서의 ‘행위’가 어떤 이론적 의미와 실천적 지향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다음 여섯 가지 점을 주목할 필 요가 있다. 

  • 첫째로, 우리 인간의 행위(action)는 행동들(acts)로 구성되며5) 상위의 활동(activity)을 구성한다.
    이를테면 축구 선수의 드리블 행위는 발놀림 행동들로 구성되며, 다른 행위들과 결합하여 축구라는 활동을 구성한다. 

  • 둘 째로, 행동-행위-활동은 신체라는 실존체(exentials: van Manen, 1990)를 시간, 공간, 관계의 맥락 속에서 현상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세 단위이다. 

  • 셋 째로, 객관화가 가능한 행동과 달리 행위는 주관적인 의식, 지향, 판단 등을 수반한다. 

  • 넷째로, 행위는 욕망과 능력(도구 포함)의 결합체이다. 욕망이 있어 도 능력이 없거나, 능력이 있어도 욕망이 없으면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 다섯째로, 비고츠키(L. Vygotsky)가 잘 지적하였듯이 행위는 방향성, 사회성, 통합성의 세 가지 요소를 충족시켜야 한다. 

  • 여섯째로, 행위의 의미는 개인 차원에서 이해될 수 없고 상호주관적인 ‘세계’ 혹은 ‘문화’ 차원에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5) 여기서의 ‘행동(act)’은 행동주의의 ‘행동(behavior)’과 같지 않다. 후자가 가시성, 객관 성, 실증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전자는 그런 뉘앙스보다는 행위를 구성하는 하위 차원의 몸놀림 혹은 기본적인 차원의 몸짓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의미와 지향을 가진 ‘행위’를 자신의 학문적 기초 혹은 토양으로 삼은 학자들로는 바흐친(M. Bakhtin: utterance), 비고츠키(L. Vygotsky: mediated action), 레온티에프(A. N. Leontiev: activity), 부르디외(P. Bourdieu: habitus), 드쉘토(M. de Certeau: practice and resistance of everyday life, strategy/tactics), 듀이(J. Dewey: inquiry as a form of human conduct), 하버마스 (J. Habermas: communicative action), 맥킨타이어(A. MacIntire: intelligible action), 미드(G. H. Mead: philosophy of the mind-act) 등등 무수히 많다. 이들 은 공히 인간의 삶을 미시적으로 객관화한 행동주의를 거부하는 동시에, 삶 의 이치를 지나치게 거시적으로 일반화하는 구조주의적 거대담론들을 거부 하였다.


질적 실행연구를 이론적으로, 방법(론)적으로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행위’와 ‘실행’, 그리고 행위이론과 실행연구 사이의 접점 또는 공 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쇼스탁(Schostak, 2006)은 인터뷰를 실천적인 행위로 본다. 그와 같이 볼 때 실행연구에서 연구 자가 하는 모든 ‘행위’는 실상 실천이며 ‘실행’이다. 행위이론의 강조점을 그 상대적인 이론 성향들과 대비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우리는 위이론 ‘행위’의 대다수 특징들이 실행연구의 ‘실행’과 근본적으로 상통함을 알 수 있다.


∙현실성 vs 이론적 관념성

∙구체성 vs 사변적 추상성

∙맥락성 vs 일반적 보편성

∙역동성 vs 기계적 정태성

∙다원성 vs 정초적 획일성

∙통합성 vs 분석적 분절성


7. 국내외 실행연구의 동향


글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질적 실행연구의 질적 발전을 위해 그간 이루어 진 국내외 실행연구의 동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 상황 을 살펴보자면, 실행연구 자체가 그 필요성과 유용성에 비해서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술지로는 1998년에 <열린교육실행연구> 가 ‘실행연구’를 표방하고 창간되었지만, 전통적인 ‘현장연구’에 치중하여 최 근 동향의 질적 실행연구를 게재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교육과 정연구>, <교육이론과 실천>, <교육인류학연구>, <유아교육연구>, <초등교 육학연구> 등에는 최근 동향의 질적 실행연구 논문들이 간간이 실리고 있 다. 특히 교과교육 분야의 전문학술지들은 비교적 일찍부터 실행연구를 다루 어 왔다. 반면에 학위논문의 경우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서 미세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내가 검토한 바로 국내 실행연구의 주요 주제는 

  • ①교직 전문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접근과 그 효과 확인, 

  • ②각 교과교육(시민교육, 환경교육, 특수교육 등 포함)의 개선, 

  • ③교육과정 및 수업 개발과 그 효과 확인, 

  • ④예비교사들에 대한 교사교육, 

  • ⑤대학 교수·강사들의 교육·연수 등이다. 

이 모두가 학교 상 황(교과, 수업, 교사 등)의 연구에 편중된 것이며, 학교 밖에서 혹은 학교와 걸 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학)적 실행연구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실 정이다. 강지영과 소경희(2011)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학술지에 게 재된 교육 관련 실행연구를 대상으로 연구의 목적, 주제, 방법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국내 교육 관련 실행연구는 주로 교사의 전문성 발달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연구 주제로는 개별 교실 차 원의 문제, 그 가운데서도 특히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탐색하는 연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연구 방법과 관련해서는 개별 연구보다는 공동 연구가, 양적 연구보다는 질적 연구가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197)고 하였다.


실행연구의 문제 혹은 과제가 현장에서, 현장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행연구 거의 모두가 현장 밖에서 설정된 연 구 문제 혹은 과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한계가 아닐 수 없다. 현장의 교사연구자들조차도 결코 그 폐단의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국 지적인 프로그램 적용·개발 및 그 효과 연구에 치중하여 실행연구의 방법적 특징이자 장점인 참여자들 생활세계의 실질적 개선에 충실한 연구가 드물다. 마찬가지로 연구자와 참여자 모두가 실천적 지식인 주체로 거듭나는 데 대 한 관심이 부족하다. 특히 노프케(Noffke, 2009)가 ‘정치적 차원’이라 칭한 비 판적 접근 혹은 해방적 접근의 실행연구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 울러 학교와 같은 교육현장에서 실행연구가 원만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위 계적인 조직보다 연대적인 공동체의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국내 실행 연구의 부진이 혹시 그 점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구방법상으로 국내 실행연구 대다수가 

  • 연구자와 현장 참여자의 역할을 분리하여 연구자 스스로 실행의 ‘관리자’, ‘촉진자’, ‘연결고리’, ‘평가자’ 등의 역할을 자임하는 전통적인 면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초기 양적 연구 에서 ‘사전검사-사후검사’ 형태로 이루어졌던, 실행의 ‘효과’에 대한 성급하고 강박적인 ‘검증’이 질적 실행연구를 자처하는 연구들에서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 객관주의적 합리화 형태의 삼각검증(triangulation), 구성원 검토(member check), 전문가 검토(auditing) 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 그리고 ‘계 획-실행-평가’ 과정에서 나선형적(심화·발달적) 순환과 중층적 피드백이 어떻 게 이루어졌는지를 더 소상히 언급했으면 좋겠다. 

  • 또한 ‘3E’를 교차적이면서 도 통합적으로 수행할 때 질적 실행연구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 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 특히 연구계획의 수립, 연구문제의 구조화, 자료의 수집 및 분석, 해석과 논의, 글쓰기, 연구윤리에 대한 제언 등에 이르 기까지 일종의 정형성이 나타나 확산되고 있다. 


외국의 방법론 ‘교과서’나 국 내 선행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초창기의 한계일 것이라 짐작되지만, 향 후에는 접근방법상으로 보다 독창적인 실행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존 이론 또는 연구모형을 적용한다고 해서 실행연구 답지 않다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앞서 언급한 새로운 ‘현장이론’의 생성을 지향하는 실행연구 가 부족하여 아쉽다. 그리고 연구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과학문이나 교과 에 지나치게 한정되거나 매몰되어서 인접 혹은 연관 분야들의 개념, 이론, 분석틀 등을 풍부하게 활용하는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쉬 운 점이다.


이어서 국외 실행연구의 동향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국외 실행연구의 대표적인 동향은 1993년에 창간된 <Educational Action Research>와 2003년 에 창간된 <Action Research>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먼저 우 리는 다른 분야의 실행연구보다 교육(학) 분야의 실행연구가 앞서 활성화되 었으며, 교육(학) 분야의 실행연구가 다른 분야의 실행연구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노프케와 소멕(Noffke & Somekh, 2009)은 그간 이루어져 온 교육(학) 분야 실행연구의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작업을 위해서 <Handbook of Educational Action Research >를 발행하였다. 그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 국외에서도 학교교육을 다룬 연구가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지역사 회 교육, 대중문화 교육, 사회정의 교육 등등의 다양한 교육 상황 및 쟁점들 에 대한 실행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그리고 최근으로 올수록 현 장과 참여방식의 다양성을 반영한 여러 새로운 실행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 참여적 실행연구는 물론이며 ‘연구자-참여자 합작 실행연구’, ‘참여자 주도 실행연구’, ‘비판적 실행연구’ 등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여 방식을 다원화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온라인 실행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 특히 문화기술지연구, 내러티브탐구, FGI(focus group interview), 사례연 구, 연행연구 등의 여러 가지 질적 연구방법과 실행연구를 결합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시와 드라마를 실행연구에 접목시킨 연구 도 있다(Barrett, 2011).


연구방법상으로 국외의 실행연구에서도 ‘3E’를 포괄적으로 온전히 수행한 연구가 드물다. 그러나 대다수 국외 실행연구들이 관련 주체들 간의 협력, 실천공동체의 형성, 질적 변화와 평가에 대한 감수성, 다양한 매체와 채널의 활용 등을 강조하는 경향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하 고 해석하여 글쓰기에 이르는 과정 내내 이해가 아닌 설명, 질적 서술이 아 닌 문적 분석, 특수성이 아닌 보편성, 상호주관성이 아닌 객관성을 알게 모 르게 드러내거나 오히려 강조하는 경향은 ‘재현의 위기’ 극복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일이다. 단적인 예로 범주, 요인, 유형, 단계 중심의 구조화가 워 낙 지배적이어서 맥락, 흐름, 역동, 변이 등이 사장되는 이른바 ‘생태학적 오 류(ecological fallacy: Williamson et al., 1982)’를 범하는 경향이 그러하다.


이론상으로는 구조기능주의, 발달론, 신자유주의와 같은 우파 이론들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최근 국외 실행연구는 마르크스주의, 포 스트모더니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공동체주의, 문화적 다원주의, 사회적 구성주의 등 비판과 해방을 지향하는 이론들을 그 기초로 삼는 경향을 보이 고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연구의 개념 혹은 모형으로는 담론 (discourse: Gedžūne & Gedžūne, 2013), 문제기반학습(PBL, Problem Based Learning: Barrett, 2011), 속죄양(scapegoat: Basten, 2012), 스테레오타입 (stereotype: Weaver-Hightower, 2010), 실천공동체(practice community: Harnett, 2012),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 Duenkel & Pratt, 2013),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Kemmis, 2010), 흐름(flow: Barrett, 2011), 형성적 평가(formative assessment: Swann et al., 2011) 등등이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창의 적이고 실험적인 실행연구들을 참조하면서 국내의 실행연구도 좀 더 다변적 이고 심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실행연구를 비롯한 어떤 질적 연구도 ‘문질빈빈’의 원리와 태도와 방법으 로 접근하지 않으면 결코 온전할 수 없다(조용환, 2012a). 이때의 문질빈빈은 인식론적 호기심보다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존재론적 상심에 관련된 것이 어야 한다(조용환, 2011). 근대 이후 우리 인간의 삶과 학문과 교육을 지배해 온 과학·기술은 그 존재론적 기초와 지향 없이는 공허할 뿐만 아니라 모든 파국과 불행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인류학연구

2015, 18(4), pp. 1-49


【Abstract】

Field Research and Action Research

Jo, Yong-Hwan

Professor, Seoul National University

Action research is highlighted these days for its strengths in overcoming

‘the crisis of representation.’ Action researchers have tried to minimize the gap

or separation between the life world and the academic world, between ordinary

people and professional researchers, between theory and practice. However,

we still have superficial understanding of the principle of action research as

well as insufficient technical know-how about action research. Grieving over

such problems, this paper tries to clarify the methodological essence of action

research and to examine its relevant research techniques from a critical

perspective.


The result is reported along with seven items including the diagnosis of

‘state of the art,’ the analysis of problems, and suggestions for further

studies. First, we easily find papers in which action research is either

confused with field research or regarded as a branch of field research.

Second, action research should be distinguished from field research for its

methodological specialties even though the two shares some of the same

problems and orientations. Third, the methodological specialties include: ①

research on the practical site ② the actual betterment of the life world ③ the

formation of subjectivity and transformation of research participants ④

production of grounded theories, among others. Fourth, especially in qualitative

action research, we should attend to: ① keep the emancipatory paradigm ②

value the wisdom of uncertainty ③ promote the evolution of collaboration.

Fifth, we are asked to take note of new-brand action researches including: ①

collaborative action research ② practitioner action research ③ critical action

research. Sixth, we need to develop the connotation and denotation of action

research along with various ‘action theories.’ Seventh, we offer suggestions for

further studies such as: ① getting out of the old ‘before-after’ effect

verification research models ② performing integrative and cross-modal research

practices on three ‘Es’ (Experiencing, Enquiring, and Examining) ③ developing

diverse analytic tools and creative interpretation frames ④ nourishing

descriptive researches based on understanding rather than explanation ⑤

furthering ontological ‘moonzilbinbin (文質彬彬)’ approaches.


Key Words: field research, action research, action theory, moonzilbinbin (文

質彬彬), the crisis of representatio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