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적 관점에서의 질적 연구과정과 연구설계(서울행정학회 동계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09)
박석희・이종원(가톨릭대학교)
Ⅰ. 머릿말
질적 연구는 오히려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서 사회적 실체를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가 질적 연구에 대한 일정한 ‘입장취하기’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보다 용이하게 사회적 실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적 지평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학문이란 주어진 가설에 대한 검증과 반증을 통해 성장한다는 후기실증주의적 사조가 행정학 분야에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Ⅱ. 질적 연구의 특징: 포괄적 접근
1. 질적 연구의 의의
질적 연구는 지식 구성에 대한 풍부한 관점을 지닌 매우 흥미 있는 다학문적 지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식형성의 과정에 대한 포괄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강조한다. 질적 연구 는 광범위한 인식론적, 이론적, 방법론적 가능성을 제공하며, 지식형성의 포괄적 접근과 관 련해서 질적 연구는 내용, 초점, 형태에 있어 매우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포괄적 접근이라 는 것은 질적 연구가 반성적(reflexive)이며, 과정지향적(process driven) 연구를 통해 이론, 방 법, 연구자와 연구대상 간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문화적 특수성이 있고 (culturally situated) 이론적으로 짜여진(theory-enmeshed) 지식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과정의 포괄적 특성이란 연구주제 선정부터 연구결과 작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다양한 국면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질적 연구는 오랜 기간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인과모형에 의한 설명보다는 탐색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의 창조를 강조한다.
그 동안 양적 연구는 경성과학(hard science) 혹은 좋은 과학(good science)으로서의 특권적 지위를 점해 왔다. 이에 반해 심층면접, 포커스집단면접, 구전역사면접(스토리텔링), 참여관찰(민속학방법론), 내용분석 등의 연구방법을 채택하는 질적 연구는 공통적으로 응답자의 언어와 관점에 기반해서 주제와 프레임을 발견하고 자료를 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질적 연구자는 문자(texts)와 언어(words)에 관심을 두고, 문장과 언어에 담겨 있는 일정한 주제 (theme or thematic category)1)를 발견하고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이러한 주제를 연구대 상자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코드(code)화한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는 다양한 연구방법을 통합하여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대상자들이 갖는 의미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1) 양적 연구는 사회현상에 대한 일정한 패턴의 발견과 예측가능성을 강조하지만, 질적 연구는 사회적 의미 이해와 해석을 강조하며, 주제 혹은 주제범주의 개발은 질적 자료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는 방식 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질적 연구방법이 다양한 이론적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만 질적 연구방법론에서는 공 통적으로 사회적 실체의 본성에 관한 해석적 접근법(interpretative approach)을 강조한다. 즉, 사회적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사상(events)을 검정하거나 통제하는 대신 각 개인은 사회적 실 체의 본성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인간은 각 개인이 사회적 실체에 부여 다양한 의미 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관심을 갖는다.
논리실증주의(positivist)와 후기논리실증주의(post-positivist)의 시각에서 보면 ‘좋은 과학 (good science)’은 실증주의에 기반을 둔 양적 연구를 의미하며, 질적 연구방법은 방법론적 엄 밀성(rigorousness)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실증주의에 의하면 사회적 실체란 객관적 연구자에 의해 기술되고, 설명되거나,
후기실증주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근사하게 파 악될 수 있는 연구자의 밖(out there)에 존재하는 외부적 실체로 이해된다. 연구의 객관성을 강조하며 가치개입을 배제한다.
Denzin and Lincoln(1998)은 질적 연구에서의 세 가지 해석적 패러다임으로 구성주의적 해 석론(constructivist-interpretive), 비판론(critical), 패미니즘(feminist)을 강조하였고, Newman (2003)은 세 가지 질적 패러다임으로 실증주의(positivism), 해석론(interpretive), 비판론 (critical)을 지적하였다. 각각의 패러다임은 실체와 개인의 본성(존재론), 이론의 유형(방법 론), 무엇이 지식을 형성(constitute)하는지(인식론)에 관해 차별화된 특성을 보인다. 가령 구 성주의 혹은 해석론에 입장을 취할 경우 개인들에 의해 구성되고 생산된 이야기와 의미로 구 성된 주관적 실체를 가정하며, 객관적 사회적 실체의 존재를 부정한다. 사회적 실체는 실제 (real) 혹은 진실(truth)보다는 표상되는 것(representational)으로 이해된다.2)
2. 이론(theory), 연구방법(methods), 방법론(methodology)과 인식론
전통적으로 양적 연구를 통해 획득된 자료는 경성(hard)이며 과학적인 것이고, 일반화가 능하고 대표성 있는 것(representative)으로 간주된 반면, 질적 연구를 통해 얻어진 자료는 연 성(soft)이며 덜 과학적인 것이고, 표상적(representational)인 것 혹은 구성된 것(constructed)으 로 간주되었다.3) 여기서 표상과 구성이란 덜 과학적이고, 덜 엄밀하며, 덜 중요함을 의미한 다. 질적 지식은 사회적 실체에 과한 다양한 관점(perspective)에서 창출되며, 공통적으로 해 석의 과정을 공유하면서도 사회적 실체의 상이한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3) 연구의 가치는 그것이 복제될 수 있느냐(replicable)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주제에 대해 그 것이 우리에게 본질적 지식을 더해줄 수 있느냐에 있다.
인식론은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인식론적 신념은 이론적 프레임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론은 경험적으로 조사되어 온 것 이상의 사회적 실체 또는 그것의 구성요소에 대 한 설명이며, 이론은 연구과정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질적 연구의 궁극적 목적이 이론 을 창출하고, 형성하며, 정교화하는데 있기 때문에 질적 연구의 수행에 있어 이론은 매우 중 요하다. 질적 연구자들은 단지 이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창조하는데 초점을 맞춘 다. 따라서 연역적 방법을 강조하는 양적 연구와 달리 질적 연구는 귀납적 접근을 강조한다. 가령 해석적 연구자와 패미니즘 연구자들은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의 모형을 자주 사용 한다.
흔히 연구방법을 논의할 때 그것은 자료수집방법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보다 궁극적으로 연구방법(research method)은 인식론 및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질적 연구에서 연 구방법과 이론의 연결은 더욱 강조된다. 즉, 질적 연구자들은 자신의 이론적 입장에 따라 민 속학방법론(참여관찰 등), 자전적 민속학방법론(autoethnography), 심층면접, 구전역사면접 (스토리텔링), 핵심집단면접, 사례연구, 담론분석 및 내용분석 등 다양한 연구방법을 사용한 다. 그런데 연구문제 형성부터 자료 분석과 해석에 이르는 연구설계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기 위해 방법론 이론과 연구방법을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Harding은 방법론은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론이라고 설명하였다(1987: 3).
요컨대 방법론(methodology)은 일정한 인식론적 토대를 전제로 이론(theory)과 연구방법 (method)을 연결 짓는 가교(nexus)역할을 수행한다. 즉, 각 연구자가 취하는 연구방법론은 논리실증주의 혹은 해석학적 인식론 기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인식론적 기반에 따 라 비판이론, 현상학, 해석학, 실증주의, 후기실증주의 등의 이론적 입장과 연구방법이 상이 하게 영향을 받는다. 즉, 방법론은 이론, 방법, 인식론의 통합적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방 법론은 연구과정을 통해 전략적이지만 가변적인 지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이론과 방법 을 통합한다. 가변적이라는 개념은 연구자의 인식론적 신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연구수 행 중에 방법론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질적 연구는 연구가 수행되는 맥락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연구방법론의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3. 실체(social reality)와 객관성(objectivity)의 문제
1) 실증주의의 인식론과 객관성
질적 연구에서는 대체로 사회적 실체가 무엇인지(what) 혹은 사회적 실체가 어떻게(how) 구성되는지에 관심을 가지며, 왜(why) 사회적 실체가 그렇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일반화를 지향하는 인과모형적 설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양적 연구에서는 보편적 시스템으로부 터 인과모형적 설명에 의한 복제(reproduction)를 강조하는 반면 질적 연구에서는 개별 행위 자들 혹은 그들 간의 의미작용에 관심을 둔다.
실증주의 혹은 후기실증주에서 강조하는 객관적 인식론은 연구자가 파악할 수 있는 인과 모형과 같은 사회적 실체(knowable reality)는 연구과정과 독립해서 존재하며,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지식발견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증주의적 인식론은 연구자와 분리돼서(out there) 존재하며,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 연구자에 의해 객관적인 복제가능한 방법 (replicable method)을 통해 설명될 수 있는 객관적 실체가 존재한다고 본다. 이에 의하면 사회 적 실체는 객관적이며, 가치중립적 연구자에 의해 경험적으로 연구되고 검증될 수 있다. 또 한 연구대상자는 물론 연구자도 연구의 복제를 위해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본다.
2) 사회적 실체의 본성에 관한 해석적 인식론
질적 연구방법은 전체주의적 접근법(holistic approach)을 취하며, 의미창출과 해석을 통한 이론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논리실증주의와는 다른 인식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질적 연구 는 탐색적 지식, 기술적 지식 창출을 모두 목적으로 할 수 있고, 사회적 실체에 대한 유일한 인과모델의 중요성을 배척한다. 이는 연구주제의 선정부터 연구결과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연구과의 전 과정이 보여주는 전체적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연구문제의 선정은 연구방법의 유형을 결정지으며, 반대로 특정한 연구방법의 선호가 연 구문제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구문제 선정과 구체화에 있어 질적 연구방법론에 있어서도 문헌검토(literature review)는 연구자의 관심영역과 연구문제 선정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질적 연구에서 문헌검토는 연구과정의 특정한 시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분석적 귀납에 의한 새로운 이 론의 발견 시 연구의 후반부에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이해하기 위한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문헌검토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Ⅲ. 질적 연구과정과 연구설계
1. 질적 연구에서의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의 의의
1) 질적 연구에서의 타당성의 의의
질적 연구에서는 기존 논리실증주의에서 제시된 타당성 유형인 내용타당성(content validity), 기준타당성(criterion validity), 구성개념타당성(construct validity) 등과는 차별화된 타당성 개념을 강조한다. 질적 연구에서 사회적 실체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보기 때문에 객관적 실체와의 일치성(correspondency)로서의 타당성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질적 연구 에서 타당성이란 진실로 우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의미한다. 즉 경쟁적 주장이나 해석에 대해 어떠한 연구자의 발견을 주관화하는 형태 그리고 독자들에게 연구자의 특정한 지식에 대한 강한 논변을 제공하는 형태를 취한다. Kvale(1996)는 질적 연구에서 타당성의 세 가지 타당성(validity as craftsmanship), 기준으로 연구전문가로서의 의사소통적 타당성 (communicative validity), 실천적 타당성(pragmatic validity)을 지적하였다.
(1) 전문가적 타당성(validity as craftsmanship)
전문가적 타당성은 ‘연구자가 도덕적으로 고결한가(moral integrity)’와 같은 연구자와 연 구의 신의(credibility)에 대한 지각의 문제를 말한다. 고결함과 신의는 연구자의 지각된 행동 을 통해 형성된다. 연구자가 발견된 사실을 어떻게 조사하였는가 혹은 연구가 어떻게 검토되 었는가 등과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적 타당성은 검토적 타당성(validity as checking) 을 의미하며 질적 연구자료에 대한 검토는 통상 ‘반대사례분석(negative case analysis)’을 통 해 확인될 수 있다. 반대사례분석은 연구자의 초기 이론적 주장이 수집된 자료에 의해 타당 화될 수 있는 정도와 관련하여 일정한 환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전문가적 타당성의 또 다른 측면은 연구자가 질적 자료로부터 이론을 도출하는 능력이다. 즉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는 확 신할 만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연구자가 수집한 자료를 주어진 이론적 프레 임에 적합하게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신의를 줄 수 있는가와 관련된 다.
(2) 의사소통적 타당성(communicative validity)
의사소통적 타당성은 지식형성에 있어 경쟁적인 주장을 하는 정당성 있는 지식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통해 획득될 수 있다. 어떠한 발견에 대한 각자의 해석은 많은 연구자들 간에 자유롭게 토론되고 반박될 수 있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토론과 반박이 연 구대상집단에까지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의미를 둘러싼 대화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 의 미에 대한 상호주관적인 이해에 대한 관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누가 이러한 대화에 참 여할 수 있고, 지식을 해석할 권한을 누가 갖고 있으며, 의미에 대한 불일치를 어떻게 해소해 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간에 완전한 합의는 없지만, 연구자들 간 혹은 연구자와 연구 대상자 간에 지속적인 대화와 담론이 연구결과의 의사소통적 타당성을 제고할 수 있다.
(3) 실천적 타당성(pragmatic validity)
사회과학연구에서 연구는 연구대상과 분리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연구자와 연구대 상자는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질적 연구에서 실천적 타당성은 매우 중요하다. 실 천적 타당성이란 발견된 사실이 연구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그리고 연구가 수행된 사회 적․역사적 맥락 내에서 발생한 변화와 관련된다. 즉, 수행된 연구와 발견의 유형에 따라서 우리는 어떤 특정한 행동결과를 발견할 것을 기대하는데, 우리는 어떠한 연구의 결과로 발견된 사실이 연구가 수행된 지역이나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실 천적 타당성은 권력동학(power dynamics)과 관련이 있다.
2) 타당성 확보수단으로서의 통합(triangulation)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첫째, 연구방법(methods triangulation)의 통합을 채택 할 수 있다. 두 가지 연구방법이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면 이는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제 고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양적 연구방법(설문조사)과 질적 연구방법(면접)을 통합할 수도 있다.
둘째, 동일한 연구문제에 대해 이론적 통합(theoretical triangulation)을 채택할 수도 있 다.
셋째, 동일한 연구 내에서 다양한 자료원천을 사용하는 자료통합(data triangulation)을 채 택할 수도 있다.
넷째, 동일한 현상을 연구하는 다양한 연구자를 채택하는 연구자 통합 (investigator triangulation)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질적 연구에서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특정한 실체나 목적이 아니라 그것은 연구자 들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독자들의 신뢰(confidence)를 확보하는 하나의 과정(process)이라 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질적 연구에서는 진실(truth)보다는 신빙성(trustworthiness)을 강조하며, 따라서 연구자 편이(researcher bias), 측정편이(measurement bias) 등이 타당성을 위협하는 요 인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질적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을 찾는 것은 연구과정에 대한 실증주의적 모형으로의 귀환을 의미한다.
3) 질적 연구에서 신뢰성(reliability)의 문제
전통적 실증주의에서 신뢰성은 반복측정의 일관성을 의미하는 반면, 질적 연구에서 신뢰 성은 크게 내적 일관성(internal consistency)과 외적 일관성(external consistency) 개념에서 접 근할 수 있다(Neuman, 2003). 내적 일관성은 수집된 자료가 합리적인가(reasonable), 수집된 자료들이 모두 일치하는가, 관찰결과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일관성이 있는가 등의 문제와 관 련된다. 한편 외적 일관성은 관찰결과를 다른 자료원천들과 상호검토(cross-checking) 혹은 확인(verify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질적 연구에서도 타당성과 신뢰성은 비록 그것이 실증주 의 관점과는 상이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하고 복잡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표상(representation)과 일반화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Gay and Airasian(2003: 56)은 질적 연구에서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연구자의 연구대상과 연구현장의 관계가 완전하게 기술되었는가?
모든 현장기록(field documentation)이 포괄적이고, 완전 상호언급되고(cross- referenced), 주석이 달리고, 엄밀하게 상세하게 작성되었는가?
관찰과 면접이 다양한 수단(기록노트, 녹음 등)을 사용해서 기록되었는가?
면접자의 훈련이 기록되었는가?
모든 도구의 구성, 계획, 검증이 기록되었는가?
핵심 피면접자들이 표상하는 집단과 그들의 공동체 지위에 관한 정보를 포함해서 핵심 피면접자들이 완전히 기술되었는가?
조사대상선정방법(sampling technique) 연구에 적합할 정도로 충분히 기술되었는가?
2. 질적 연구에서 연구대상 선정(sampling)
질적 연구는 적은 표본에 대한 심층적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연구대상이 그들의 주 어진 사회적 상황에 부여하는 의미와 과정을 이해하는 것으로 반드시 일반화를 목적으로 하 는 것은 아니다.4) 따라서 이러한 연구목적 달성을 위해 질적 연구에서 자주 활용되는 연구대 상선정방법(sampling)으로 목적표출(purposive sampling) 혹은 판단표출(judgement sampling), 우연표출(opportunistic sampling) 혹은 편의표출(convenience sampling), 이론표출(theoretical sampling) 등이 활용되고 있다.
목적표출과 판단표출은 연구자가 특정한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연구대상을 주관적 판단 을 통해 선정하는 것으로 연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특정한 연구 문제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연구자는 연구대상들이 갖는 특성이 연구에 포함 되도록 하기 위해 층화목적표출(stratified purposive sampling)을 채택하기도 한다.
둘째, 질적 연구에서는 일정한 논리적 계획 등에 근거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우 연표출(opportunistic sampling)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종의 편의표출(convenience sampling)로서 연구대상집단이 모두 샘플에 포함될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이론표출(theoretical sampling)은 근거이론접근법(grounded theory approach)의 한 부 분으로 자주 활용되는데 이는 이론형성을 위한 자료수입의 과정을 의미한다(Glaser and Strauss, 1967). 질적 연구에서 분석가는 자료 수집, 코드화 및 분석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전 단계에서의 연구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다음 단계에서는 어떠한 자료를 수 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다른 표본을 통해서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는 이론적 포화(theoretical saturation)상태를 의미하며, 따라서 연구자는 새로운 각도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집단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게 된다.5)
5) Morse(1995)에 의하면 이론적 포화(theoretical saturation)는 이론표출을 통해 가장 빨리 달성될 수 있고, 누적표출과 편의표출에 의해서는 느리게 달성될 수 있다. 이에 반해 무작위표출에 의해서는 표본이 이론적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고, 좋은 정보담지자가 아니므로 이론적 포화가 전혀 달성될 수 없다.
3. 질적 연구의 과정
기존 논리실증주의 연구과정에서는 연구문제의 정의, 선행연구 검토, 가설설정, 연구설계 (연구방법), 도구화(instrumentation) 및 표본추출, 자료수집, 자료분석, 결론 및 해석, 가설수정 등의 단선적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양적 연구과정에서 가설은 반박과 대안가설을 통해 수 정될 수 있으며, 후기실증주의자들은 실체에 대한 진실보다 궁극적 실체에 다가가는 개연성 혹은 실체에 대한 연속적 근사치(successive approximate)를 강조한다. 그러나 질적 연구설계 는 인식론과 방법론 간에 긴밀한 연결을 강조하며 이는 연구문제 선정, 표본추출절차, 자료 분석 유형 및 해석전략 등 질적 연구의 연구궤도를 결정짓는다. 특히 질적 연구에서는 이러 한 연구과정의 각 요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 상호작용을 나타 낸다.
즉, 질적 연구에서의 연구과정은 역동적 무도장(dynamic dance)이라고 할 수 있다. 질적 연 구에서 중요한 것은 철학적 기반(philosophical substructure) 혹은 패러다임 선택(paradigm choic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분석적 귀납화(analytical induction)’를 통한 이론형성(theory generation)을 추구하며, 일부 질적 연구자들은 근거이론관점(grouded theory perspective)6)을 채택하기도 한다. 즉, 질적 연구에서는 가설설정, 자료수집, 자료해석, 결론도출 등이 일방향 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synchronic) 혹은 반복적으로(iteratively) 이루어지 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자는 자료를 수집함과 동시에 그것을 해석하고 광범위한 관념들을 검 증하고, 다시 추가자료를 수집한다.
Ⅳ. 질적 자료의 분석과 해석
질적 연구에서 자료의 수집, 분석 및 해석은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dialectic)이며, 순환적으로 이루어진다(Agar, 1980: 9). 일반적인 질적 자료의 분석과 해석은 다음과 같은 단 계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단일의 최선의 방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Tesch(1990)에 의하면 질적 분석은 예술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극적으로(playfully) 이루어 질 수 있고, 또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은 많은 방법론적 지식과 지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첫째, 자료준비(data preparation) 단계는 자료의 필사(transcribing) 단계로서 연구자는 다양 한 연구방법(심층면접, 핵심집단면접 등)을 통해 얻어진 자료를 문자화된 형태로 정리하고, 이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서 관련 오류를 수정할 수도 있다. 해석적 입장에서 보면 필사단계 에서 연구자가 자료를 어떤 형태로 혹은 어느 정도까지 정리할 것인지는 연구자의 이론적 입 장과 연구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연구대상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둘째, 자료탐색(data exploration) 및 자료축소(data reduction) 단계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탐 색단계에서 연구자는 각종 문자, 시각, 청각자료를 분석하며, 핵심적인 내용 등을 요약하여 문자, 도표, 그래프 형태 등의 메모를 작성하면서 코드화 작업을 하게 된다. 자료의 코딩과 분 석은 주로 근거이론접근7)에 의해 이루어진다. 연구자는 자료수집과 동시에 개방형 코딩 (open coding)을 통해 분석과정을 시작하는데, 메모작성을 통해 코드를 범주(category, 개념) 의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8) 근거이론접근에 의한 분석은 한 줄 한 줄 주의 깊게 읽어 가 면서 각 줄, 문장, 단락에 대한 코딩과 메모작성을 통해 핵심적인 범주나 개념을 도출하는 것 이다.
7) 근거이론은 Glaser and Strauss(1967)에 의해 개발된 분석의 형태로서 질적 자료로부터 의미를 추출하 는 전략을 제공해 준다. 근거이론접근은 자료수집에서 시작해서 자료에 근거를 두거나 자료로부터 생 성되는 이론으로 종료되는데, 이러한 분석과정이 상호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근거이론접근은 담 화분석(narrative analysis), 담론분석(discourse analysis) 등 여러 분석전략의 한 유형일 뿐 유일한 질적 자료 분석방법은 아니다.
연구자가 작성한 코드는 기술적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해석적일 수도 있다. 질적 자료 에 대한 1차 코딩(initial coding)이 이루어지고 나면, 2차적으로 심화된 코딩작업(focused coding)이 이루어지며, 심화코딩을 통해 개념형성과 구체화가 이루어진다. 즉, 심화코딩에서 는 단순히 자료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분석적 범주화(analytical category)를 요구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론적 구성(theoretical constructs)을 시작하게 된다. 또한 코딩과 메모작성의 과정은 선형이 아닌 순환적 과정을 통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셋째, 자료해석(Interpretation) 단계에서는 코딩과 메모작성을 통해 도출된 질적 자료의 핵 심개념, 주제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최근에는 방대한 양의 질적 자료분석을 위한 각종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에 의한 분석과 해석과 관련한 이슈도 제기 되고 있다. 그런데 근거이론접근뿐 아니라 모든 질적 연구에서 자료의 분석과 해석이 구별되 는 것은 아니며, 자료수집과 동시에 분석과 해석이 이루어진다. 특히 메모작성이 질적 자료 의 분석과 해석을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질적 자료의 해석에 있어 연구자와 연구대상자의 역학관계(power dynamics)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9)
넷째, 원고작성(writing up) 단계로서 질적 자료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이루어지고 나면 혹 은 분석 및 해석과 동시에 원고를 작성하게 된다. 여기에는 실존주의적 관점(realist)과 비실존 주의적 관점(non-realist)이 대립된다. 연구자에 의해 발견될 수 있는 실재가 연구자 밖에 존재 한다고 가정하는 실존주의 관점에서는 전통적으로 공식화된 글씨기가 강조되는 반면, 포스 트모더니즘을 토대로 하는 비실존주의 관점에서는 연구발견을 표출(represent)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즉, 극장공연과 같이 예술과 인문으로부터 글쓰기 장르를 차용하면서, ‘공연과 같은 글쓰기(performative style)’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적 글쓰기와 전통적 글쓰기가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연구과정에서 상호 활용되기도 한다.
Ⅴ. 맺음말
질적 연구들은 어떠한 이론적 입장을 채택하든지 공통적으로 사회적 실체에 대한 접근에 있어 해석적 과정(interpretative)을 통한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을 강조한다.
질적 연구에 있어서는 정형화된 단일의 연구방법과 연구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질적 연구는 응답자의 특성, 연구가 수행되는 맥락 등에 따라 상황의존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단일의 질적 연구방법을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양적 패러다임으로의 귀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제어번호
76359530
• 저자명
박석희 ,이종원
• 학술지명
서울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 권호사항
Vol.- No.- [2009]
• 발행처
서울행정학회
• 발행처 URL
http://www.sapa21.or.kr
• 자료유형
학술저널
• 수록면
785-799(15쪽)
• 언어
Korean
• 발행년도
2009년
• KDC
350
• 판매처
(주)누리미디어 에서 제공하는 논문입니다.
• 목차 (Table of Contents)
o Ⅰ. 머릿말
o Ⅱ. 질적 연구의 특징: 포괄적 접근
o Ⅲ. 질적 연구과정과 연구설계
o Ⅳ. 질적 자료의 분석과 해석
o Ⅴ.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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