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 방법의 내용과 적용전략: 양적인 질적 연구와 질적인 질적 연구*

1)임도빈**





Ⅰ. 질적 연구가 왜 중요한가?


질적연구방법이란 빈도(frequency) 등 수치적 방법에 의한 이외의 방법으로 현 상을 해석하고, 재코딩하고, 설명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의미하는 광범위한 개념 이다(Van Maanen, J. 1979).


한국의 행정학 및 정책학의 연구경향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권경득, 2006; 박흥식, 2006). 이에 따라 학생들의 질적 연구에 대한 이해는 매우 혼란스럽고 단순히 계량연구의 반대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 다. 하지만, 밀턴 프리드만(Friedman, M,1966:4)이 제기한 대로, 실증연구는 원칙적 으로 규범적 연구와는 다른 연구이므로, 만약 어떤 질적 연구가 계량 연구가 아니 면서 동시에 규범적 연구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실제 일어난 일 또는 행위에 대 한 연구일 수 있으므로 경험적, 실증적 연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적 인 방식으로 수행된 연구가 경험적 실증적 연구가 아닐 것이라는 편견은 일종의 과학주의의 미신이다. 다만, 질적 연구의 중대한 특성으로 연구자와 사물 간에 상 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토대로(윤견수, 2005:1) 연구자 저마다의 사회적 현실 (multiple realities)의 형성(구성)이 가능하다. 그 과정은 연구자가 사물을 이해해가 는 의미해석(sensemaking)과정과도 무관하지 않으므로 가치개입적일 수 있으며, 결국은 “실증적(positive)”이라는 용어는 ‘질적 연구다운’ 것과는 어느 정도는 상존 하기 곤란한 것이 되기도 한다.




Ⅱ. 기존 질적 연구들의 맥락적 이해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라는 용어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 다르게 나타난다(Strauss and Corbin, 1998:11).


1. 무엇이 ‘ 질적’ 인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질적 연구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비수학적(non-mathematical) 분석, 비수치적(non-numeric) 자료, 비통계적(non-statistical) 방법을 차용(Strauss & Corbin, 1998: 10-12) 하는 연구를 질적 연구라고 알고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질적 인 것이란 주관적인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 심지어 비과학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 다. 혹은 계량적 방법이나 사례연구를 하지 않은 것이란 의미에서 이론적인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 완벽하고 객관적이고 명확한 사실이나 개념이란 존재하 지 않는다. 사회현상에 대한 서로 다른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질적인 것은 주관적인 것 즉, 가치적인 측면을 포함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 라서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관찰이란 것이 이론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찰이 현실에 대해 진실을 말해줄 것이며 과학적 주장은 검증할 수 있 다고 보는 실증주의자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Johnstone, 2000). Cameron 등 (1992)은 관찰과 현실에 대한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 시한다. 


  • 하나는 이른바 상대주의(relativism)로서 관찰만이 아니라 현실 또는 이론 에 의존하므로, 세상은 개인들에 따라 차이가 나며 따라서 기술(describe)할 수 있 는 단일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사례에서 관찰과 현 실간의 상호작용이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여부에 대한 일반화 작업을 하지 않는다.

  • 반면 객관적 현실주의(realism)는 관찰은 이론에 기반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 다고 보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장들은 서로 다르며 잘못 들릴 수도 있지만 같 은 발언을 듣는 두 사람의 경험은 어느 정도 같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학자 들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현실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Johnstone, 2000).


한편, 어떤 이들은 접근방법과 패러다임 등도 질적인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접근방법이란 어떤 현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을 말하 며, 이러한 특징은 특정 학문분과에 있어서 “문제와 자료”의 선정기준이 된다.


이렇듯, 질적 연구란 매우 다양하고 다중(multiplicity)적인 방법론을 포괄하는 것 으로 ‘질적’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여러 질적 연구방법의 공통분모를 추출해 보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질적 연구는 비교적 덜 알려진 영역에서의 사회적 실체 와 현상이 어떻게 해석, 이해되고 경험되거나 생성되는가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연구대상의 사회적 맥락에 큰 관심을 갖는다. 설명방법에 있어서도


현상의 피상적인 유형, 추세나 상관관계의 묘사보다는 ‘본질적인’ 형태의 분석과 설명을 보다 강조한다(제니퍼 메이슨, 1999).





2. 양적 연구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양적 연구는 질적 연구와는 달리 ‘객관적 연구’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객관적 이라는 말은 사실(fact)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Simon(1958)은 행정현상을 가치 (values)와 사실(facts)로 분리하여 후자에만 국한하여 실증적으로 연구할 것을 주 장하였다.


사회과학에서 통상적으로 간주하는 ‘객관성’2)의 의미는 첫째, 경험적 사실인가 여부, 둘째,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느끼는가의 여부, 셋째, 신뢰성 있는 사실인 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식하거나 느끼는가 하는 문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특정 현상을 동일하게 보고 느낀다는 이유자체만으로 그 현상을 사실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과거 천동설이 지배적인 시대에 사람들은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태양이 움직인 것으로 경험적으로 느꼈지만, 실제로는 지 구가 움직이는 것이 올바른 사실이었다. 신뢰성이 있는 사실이란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실험을 수행했을 때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 성립한다.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가 추구하는 수치의 통계적 결과에 의해 제시된 “사실 (facts)”를 추구하는 것(남궁근, 2004)과는 다르다. 즉, 연구대상이 특정 사회 환경에 놓여 있는 행위자에 의해 지각된 사회적으로 구성된 실제(socially constructed reality)를 추구한다(Meyer and Rowan, 1977; Granovetter, 1985; Weick, 1993). 행위자나


연구자의 인식(perception)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상술한 객관성의 기준에서 볼 때 문제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림 1> 연구방법의 유형




그런데, <그림 1>의 [유형 Ⅱ, Ⅲ, Ⅳ] 모두 질적 연구로 알려져 있다. [유형 Ⅱ, Ⅲ, Ⅳ]는 귀납적이라는 점에서 질 적인 방법론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유형 Ⅱ]는 일단 자료수집단계에서 개방적인 태도로 문제를 본다는 점 에서 질적인 연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연구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 을 수치(즉, 통계)로 판별한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질적인 연구라고 보기 는 어렵다. 특히 [유형 I]은 물론이고 [유형 II]의 연구도 연구자가 연구대상이란 연 구자와는 별도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자세를 갖는 경우, 협의의 질 적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


흔히 알려진 내용분석(contents analysis)이 그것인데, 연설이나 대화에서 특정단 어의 출현빈도수를 찾아 통계법(예, 카이자승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이다. 또한 과거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소시오메트리(sociometry)를 사용 하다가 최근에는 네트워크 이론이 발달되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크 분 석기법에 의해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네트워크가 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를 그래픽화하는 것을 넘어서 통계적 유의성 검증기법에 의해(예컨대 두 네트워 크의 중심성(centrality)을 유의성여부를 검증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검증한다면 질적 연구라기보다는 오히려 ‘양적 연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질적인 질적 연구는 결국 [유형 Ⅲ]과 [유형 Ⅳ]이다. 이 두 유형 의 공통점은 주요한 결론을 통계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자의 사유능력에 의존 한다는 점이다. [유형 Ⅲ]의 대표적인 것은 근거이론과 행위이론 등이다. 미리 정 해진 분석틀이 아니라 철저히 개방적인 태도로 현실을 이해하고 순차적인 귀납적 방법에 의해 이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Michel Crozier(1964)나 Friedberg의 행위이 론은 조직연구에서 인터뷰에 의하고, 연구대상 행위자들의 실제 행위내용을 근거 로 한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주관을 배제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자의 주관 을 인정하고 밝히도록 하는 근거이론과는 차이가 있다.


[유형 Ⅳ]는 현상학이나 비판이론과 같이, 통합적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유형 Ⅲ]과 구분된다. 결국 연구자의 주관이 가장 중요한 연구추진력이 되고, 사회는 부 분으로 나누어 분석적으로 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3. 양적 연구와의 보완 가능성


King et.al.(1995)은 최고의 사회과학 연구들은 계량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혼합이 주류인데, 이것은 근본적인 추론과정 간 에 모순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밀성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림 1>에서 제시한 유형들을 기분으로 할 때, [유형 I]과 다른 유형들 간 결합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질적 연구가로서 조용환(1999a:104~109)은, 한국에서 수행되는 소 위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결합은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어정쩡하게 결합시 켜놓은 경우로, 석・박사 학위논문에서 자주 발견되며, 그 원인으로써, 질적 연구 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나 지도교수가 심사위원들의 몰이해와 반발을 우려하여 과 감하게 질적 연구를 추진하지 못하고 우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가 연구기법상 혼합할 수는 있지만 연구논리상 화합할 수 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Sydney Tarrow(1995) 역시도 다각화(Triangulation)의 효 능은 양적 데이터가 부분적이고 질적 조사가 정치적 환경에 의해 막혀있을 때 특 히 적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Ⅲ. 질적 연구의 유형과 연구전략


1. 양적인 질적 연구: [유형 II]


양적인 질적 연구에서는 ‘검증해야 하는 기존이론이란 좋은 것’이라는 암묵적 인 전제를 하고 있다. 가상적 예로서,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서 ‘공공서비스’ 정 신이 많이 포함되면 될 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때 ‘공공서비스 정신’을 담은 단어를 찾아내는 내용분석을 하는 것이다.


즉, 양적인 질적 연구를 옹호하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선행연구를 통해 연구문제를 도출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므로 이론으로부터 가설을 도출할 가능성이 많으며, 자료에서 가설을 도출하는 세련되지 못한 경험주의((brute empiricism)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충분히 개방되고 유동성 있는 질문(홍영기, 2006)을 가지고 자료와 연구자와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Creswell, 1998) 진행되는 질적인 질적 연구와는 다른 것이다,


결국 진정한 질적 연구는 연구문제에서부터 차이가 있게 된다. 

  • 양적인 연구는 사회의 모든 현상이 인과관계라는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전제하고 이를 규명하 기위해 이론(가설)검증한다. 따라서 어떤 설명대상(종속변수)이나 독립변수의 출 현여부나 정도를 어떻게 경험적으로 측정하느냐의 문제와 이들 간에 관계가 있느 냐 여부를 통계적 유의성으로 검증하는데 중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 질적 연구는 사회현상의 단일성이나 인과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개별 사례(연구대상)의 독특 성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다. 따라서 독립변수나 종속변수의 측정보다는 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왜 일어나는가를 탐구하는데 연구자의 노력이 집중된다. 

  • 예컨 대 관료부패와 관료의 월급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양적 연구가 해결해야 하는 연 구문제라고 한다면, 젊고 청렴한 관료가 어떤 환경과 과정을 통해 부패에 연루되 는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질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같은 관료에 대한 인터뷰의 내용도 이 접근방법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아무리 계량화되지 않는 자료(인터뷰, 비디오, 문서 등의 질적 자료)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질적인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적인 질적 연구는 방법 자체가 이론부터 설 명하고 들어가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론을 전제로 연구 참여자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점은 인터뷰 내용의 진실의 신 빙성 여부나 인지적 편이(bias)문제를 중요 이슈로 다루는 질적인 질적 연구에서 는, 인용문을 사실적 주장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이 점에서 두 연구방식의 인식 의 간극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2. 질적인 질적 연구


1) 연구의 관심과 특성


흔히 질적인 연구를 겨냥한 잘못된 비판(Eight Common Erroneous Critiques)을 보면 다음과 같다.7)


첫째, 논문작성은 가설을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This paper needs to start with a hypothesis). 이것은 가설검증을 연구의 핵심으로 보는 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연구자가 어떤 연구대상을 대상으로 가지고 있는 궁금증(즉, 넓은 의미 의 연구문제)만 가지고 있어도 연구의 개시는 충분한 것이다. 넓은 의미의 연구문 제가 있으면 논문작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둘째, 외적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This study lacks external validity). 가설검증을 주 장하는 실증주의자들이 가진 편견으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통계적 유의성검증 이다. 즉, 일반화를 위해 다른 유사한 집단에 적용가능성을 표본추출 오차라는 측 면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적 연구에서는 개별 연구대상의 독특성을 강 조하기 때문에 연구결과의 외적 타당성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왜 극단사례를 가지고 연구하느냐(Why are you focusing on these extreme, negative cases anyway?)라는 비판을 하게 된다. 그래도 대표성이 있는 중간정도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극단적 사례를 통한 이해가 훨씬 설명력이 더 클 수 있다. 더구나 사회과학 연구의 목적이 현실을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과 모든 연구대상들은 독특하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셋째, 종속변수가 무엇인가( So what’s the dependent variable?)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질적 연구에서 현상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두면 소위 독립변수라고 할 수 있 는 것을 파악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작성된 연구는 가설검 증을 지지하는 연구가의 눈에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질적 연구는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가를 묻는 연구가 아니다. 따라서 시간선행, 혹은 인과관계를 규 명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적 연구의 관점은 “현재진행형(ongoing)”으로 진리를 향해 정진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연구대상은 항상 진화 내지 변하는 것이기 때문 에 어떤 확정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넷째, 연구자의 주관성 문제나 오류문제(Author error)가 배제되었느냐의 비판이다. 실증주의에서는 연구자의 무오류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질적 연구는 객관적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가 가진 편견을 그대로 내포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므로 항상 연구자로부터 기인하는 오류가 있다고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질적 연구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예컨대 GNP와 같은 자료도 사실 그 나라의 자연적 조건, 산업구조, 인적 자원, 분배구조 등에 따라 나라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채 국가간 GNP를 비교하는 가설 검증을 한다면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믿는 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상의 연구자가 인터뷰를 하고 코딩을 하는 경우에는 이들 연구자들간의 일관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근거이론과 같이 개방코딩, 축코딩을 하는 경우 이들 간 코딩결과가 완전히 서로 다른 것이 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The problem with this coding process is that you can’t establish inter-rater reliability about what things mean?). 이 점은 질적인 연구방법의 태 생적인 약점으로 연구자간에 상호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어느 정 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 연구는 일반화나 객관성의 확보가 연구의 핵심적 목적이 아니므로 치명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섯째, 질적 연구는 소수 표본이어야 한다는 믿음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But Helen, you’re not a qualitative type; you interviewed 200 people!). 200명이 넘는 사 람을 인터뷰하여 질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사실 질적인 연구도 다양한 사 례를 보고 연구를 하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 표 본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수 표본으로도 훌륭한 연구가 가능하 다. 거꾸로 최근 통계기법이 발달하여 소수의 표본의 경우는 정규분포를 가정하지 않고 통계검증을 하는 양적 연구를 할 수 있다.


여섯째, 질적인 연구는 사적인 비밀보호의 원리를 침해한다(Aren’t the death row inmates at risk of having their privacy violated by your research?). 연구의 기본단위가 주 로 개인이고, 인터뷰나 관찰 등의 방법으로 이들 연구대상 인간들의 생각이나 행 동을 면밀히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하고 그 과정이 어떻게 되었느냐가 연구의 질 을 좌우 한다. 이 연구과정에서 연구대상인 개인의 사적 생활이 연구자에게 노출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연구자와 연구대상간의 정보보호의 문제가 생긴다. 따 라서 질적인 연구에서는 연구윤리를 매우 중시한다. 우선 연구대상으로부터 연구 를 진행하겠다는 동의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고, 연구결과물에서는 익명성을 유지 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필요하다.


논문제목이나 내용목차에 “질적” 혹은 그밖에 질적 연구의 전통에 해당하는 용어가 포함되어있다고 해서 모두 질적 연구로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음(조용환, 1999a:92)을 명심해야 한다.




2) 질적 연구방법(유형 Ⅲ)의 특성


Guba & Lincoln(1994:107)에 의하면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는 연구를 이끄는 존 재론, 인식론, 방법론상에 그 전제가 되는 신념체제(belief system)가 다르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양자의 차이가 단순한 연구방법상의 차이가 아니라, 연구논리상 에 그 기저가 다름을 의미한다. 질적인 질적 연구란, 이렇게 연구방법상의 차이 뿐 만이 아니라 연구논리상 차이 즉,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른 연구 방식인 것이다.


질적인 질적 연구(즉, [유형 Ⅲ], [유형 Ⅳ])는 연구의 출발 단계에서 전혀 이론 (theory)에 근거를 두지 않고 출발한다. 왜 이러한 질적 연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moments)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연구참여자(natives 즉 연구대상)의 모멘트, 

둘째, 연구자(researcher)의 모멘트, 

셋째, 독자(audience)의 모멘트이다(Brower, 2007).


질적 연구는 바로 이 세 가지 모멘트들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토대로 ‘의미’를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윤견수, 2005:1). 요컨대, 질적인 질적 연구는 기존 용어나 이론에 기대지 않 고, 생활세계(life world)의 상황에 근거를 두고, 그것을 담아 낼 수 있는 이론적 개 념(theoretical concept)을 정립(build)해 나간다.8) 그 일천(一淺)한 수준으로부터 발 견된 몇 가지 사실로부터 점점 더 코딩 작업을 고양화시킴으로써 마침내 모든 개 념을 아우르는 이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즉, 자료로부터 명명된(label) 개념으로부 터 점점 더 넓게 추상화 시켜나가는 상향식(bottom-up) 귀납연구이다.9)


9) 결국은 기존에 코딩된 개념이 모든 개념을 포착해낼 수는 없기 때문에, 연구자 자신이 최종 범 주를 독자적으로(즉, 질적으로) 산정하게 된다. 그 최종범주가 더 이상의 내러티브한 군더더기 없다고 평가가 되면, 만족(saturation)스러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순간 마침내 “질적인 모멘트의 발견”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질적 연구가들이 여전히 자료 수집 이후의 과정을 ‘분석’ 으로 통칭하는 관행을 보여 왔다. 이는 다분히 양적 연구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조용환, 1999b:28). 

      • 나아가서 양적 연구(혹은 양적인 질적 연구) 에서는 연구자가 사물(thing)에 대해 대자(對自)적 관계로 설정되기 때문에 ‘적용’ 이라는 용어가 성립 가능하나, 

      • 질적인 모멘트에서는, 연구자와 대상 간에 주객의 혹은 주종적 존재 양식의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 이, 질적인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사물과 즉자(卽自)적 관계에 놓여있음으로 말미암아, 연구자의 인식의 범위(perceptual field) 내에서 사물이 지각되고, 의미가 해석・재해석되는 것이다.10)



이러한 설명방식은 기존 이론을 사례를 통해 확인하는 연역주의적 방식과는 거 리가 있는 방식이고, 이러한 설명방식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자료로부터 범주 화된 개념들이 이론을 구성함에 있어 직결되는 증거(evidence)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구자가 독자적(질적)으로 구축한 이론이 결국 ‘왜(why)에 대한 대 답’(Kaplan, 1964; Merton, 1967; Sutton & Staw, 1995: 378)으로서 그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질적인 질적 연구는, 개인 조직원이 제도를 사회적으로 습득한 사 고방식 즉, 각 개인의 의식에 각인된 사고의 사회적 습관으로 보는 사회학적 신제 도주의에 기초하여 질적 연구의 의미를 재조명할 수 있고, 그 방법으로서의 현상 학과 깊은 관련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질적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는 중점을 둬야하는 측면이 타당도와 신뢰도 에 중점을 두는 양적인 연구의 경우와 다르다. 이를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 다.(Lawrence F. Locke, Stephen J. Silverman & Waneen Wyrick Spirduso, 2004:221~225)


우선 충분한 연구기간(The machinary of time)의 문제이다. 사실 이러한 연구성과 물의 질은 연구자가 연구대상 상황에 얼마나 충분한 시간을 보냈는지가 절대적 결정요인이다. 실제로 몇 시간, 몇 일을 보내야 하는지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그 러나 연구자가 연구대상에 대해 충분한(만족할만한) 수준의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대체로 행정학계에서 질적 연구를 표명한 연구들이 매우 짧 은 시간을 소비하여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주관성의 원칙(The machinary of subjectivity)이다. 질적 연구는 연구자의 주 관이 개입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연구자가 이에 대해 스스로 어 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세상에서 객관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1차 자료의 획득 후 한 걸음 물러서서 이를 관조해보는 자 세 등이 필요하다.


셋째, 부정합성의 원칙(The machinary of What Does Not Fit)이다. 조사결과 연구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것,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극단적 예외 등에 대해 양심 적으로 처리하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를 그냥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시 키고, 마치 자신의 결론이 거의 현실에 부합되는 것처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사 실 복잡한 현실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멋있게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러다 보니 거짓연구를 하려는 유혹이 있는 것이다.


넷째, 관계성의 원칙(The machinary of Relationship)이다. 연구 대상 사람들 간에 오간 대화나 인터뷰 내용에는 이들 간의 인간관계가 내포되어 있음을 항상 주의 깊게 감안해야 한다. 연구자와 인터뷰 대상자의 관계도 마찬가지 차원에서 엄격 히 고려되어야 한다. 즉, 연구자와 연구대상간의 상호작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 다. 정책연구에서는 정책입안부터 집행 시, 그리고 평가 시까지 외부연구자가 대 상집단과 긴밀히 상호작용하여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조직진단의 경우, 조직개 편안을 담은 보고서 제출이 최종점이면 안 되고, 그 개편안의 실행에도 연구자가 깊이 관여하여 소정의 효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맥락의 원칙(The machinary of Context)이다. 사회적, 역사적, 물리적 환경 을 제대로 묘사하고 분석(설명)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독자 들은 연구의 결론을 유사한 상황으로 적용해 볼 수 있을지를 판단하게 된다. 이것 은 두터운 기술(Thick description)의 주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근거이론을 사용한 정책시뮬레이션(권선필, 2007:34) 연구에서, 예컨대 검색된 뉴스기사 데이터는 개방코딩(open coding)의 개념들의 소스이다. 이후, 상위 범주인 축코딩(axial coding) 단계에서는 몇 개의 하위 단계의 개념들이 하나의 상 위 범주의 소속으로 묶이게 된다. 이때 하나의 개방코딩은 복수의 축코딩에 중복 되게 소팅(sorting)이 된다거나 혹은 누락되지 아니하며, 타개념과 상호 배타적으 로(즉, 비중복적으로) 일관성있게 범주화가 진행된다. 그러한 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 ATLAS.ti나 MAXqda와 같은 소프트웨어들이다.




3. 질적 연구의 유형별 연구전략


질적 연구를 하는 데에는 많은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Strauss & Corbin, 1998:11). 

  • 첫째, 연구자들의 경험이나 선호로 인하여, 

  • 둘째, 연구자들의 기질이 질적 연구 작 업의 형태를 수행하는데 더 적합하기 때문에, 

  • 셋째, 연구자의 배경 학문 분야가 인 류학(anthropology)에서 왔거나, 전통적으로 질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현상학이라 는 철학적 지향을 들고 있다. 

이러한 이유 중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여러 질적 방법론중 어느 방법에 의존할 것인가가 어느 정도 정해질 것이다.




우선 사례연구는 연구대상의 단위(unit)를 결정할 때 적어도 지리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 경계가 뚜렷한 경우를 의미한다. 사례의 크기는 천차만별 인데, 질적 연구를 할 때에는 대규모의 사례단위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사례연구 란 이런 연구대상에 대한 관찰, 인터뷰, 자료분석 등을 통해 어떤 현상을 기록, 보 고, 진술하는 것이다. 실험이 자연과학에서 이론의 검증과 발전의 재료이듯이, 사 회과학에서는 관찰이 이론의 검증과 발전의 재료이고, 사례연구는 이 재료의 한 종류이다.13)


사례연구는 관찰의 보고 및 기록이고, 관찰은 어떤 시각과 관점이 없이는 이루 어질 수 없다. 이때 시각과 관점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포퍼는 관찰은 더욱이 관찰 진술이나 실험결과의 진술은 언제나 관찰된 사실의 해석이고, 이론에 비추어본 해석이라고 말한다. 뒤집어 본다면 이론(혹은 가설)이 없으면 어떤 의미 있는 해석 도, 관찰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최병선, 2006).




다음으로, 문화기술적 연구방법은 사회집단의 총체적인 문화(holistic culture), 즉 집단구성원들의 행위, 신념, 가치,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구성하는 문화적 요소들 을 종합적으로 기술하여 이해하고자 한다(남궁근, 2004). 이 경우 특정 민족집단, 원시사회, 갱(gang)집단과 같은 특수하위집단을 대상으로 심층연구하기 때문에 전술한 사례연구의 범주에 들어간다.


문화기술적 방법에서는 인간의 행위는 맥락적 성향(contextual orientation)이 있 다고 본다. 즉, 인간의 행위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맥락에서 형성되며 모든 인간사 는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남궁근, 2004).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사회 문화적 유형이 행위자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며, 활동 이 일어나는 상황과 조건들에 집중한다. 문화기술적 연구는 양적 연구와는 달리, 사전에 연구가설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연구가설을 명확 하게 하고 이에 따라 연구전략을 수시로 수정하는 전형적인 질적 연구방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남궁근, 2004).




질적 연구 방법론의 의미 있는 또 다른 전통으로서,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근거이론 접근법은 수집한 자료로부터 귀납적으로 이론을 개 발하는 방법이다. 연구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에 기초하여 가설을 설정하 고, 그 자료를 이용하여 가설을 검증하며, 이론을 개발하려고 시도한다(이종규, 2006). 이렇게 개발된 이론이 근거이론인데, 이는 이론이 특정한 상황에서 도출되 었고 그것에 직접 근거(grounded)하기 때문이다. 근거이론의 연구 절차는 매우 엄 격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근거이론 방법을 개발한 Glaser와 Strauss는 근거이론 연구의 일곱 가지 주요단계를 제시했다.(남궁근, 2004:317~320)


첫째, 관심주제 선정를 선정한다. 중요한 것은 근거이론 연구에서는 미리 설정 된 가설을 가지고 연구주제를 선택하지 않고 연구를 시작한다. 이렇게 이미 시작 한 연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로부터 비로소 가설이 도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 드시 가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는 연구목적을 결정해야 한다. Glaser와 Strauss는 근거이론의 목적을 

  • 초기증거의 정확성 평가, 

  • 경험에 기초한 일반론의 확립, 

  • 개념의 확인, 

  • 기존이론의 검증, 

  • 새로운 이론 형성 

등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어느 것 을 연구목적으로 해도 좋은 논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것은 새로운 이론 형성이다.


세번째로 연구대상 집단을 선택한다. Strauss와 Corbin은 이를 이론적 표본추출 의 문제라고 불렀는데, 이는 연구주제에 관한 상당량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대 상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연구대상의 크기는 연구목적이나 자 연상태의 (연구대상가능) 집단의 크기에 달려 있다. 표본은 미리 몇 개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략 몇 개 정도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정도이다. 실제로 표본추출 과정은 한 차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표본을 추가로 선정한다. 필요에 따라 더 필요한 표본을 추가시키는 방법인 눈덩이(snow ball) 만 들기와 같은 것이다.


네번째로 실제로 연구자료를 수집한다. 이 때 자료는 인터뷰, 회의록 등 언어로 된 것이 지배적이다. 이를 풍부히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거이론 방법이 가진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자료수집, 코딩, 그리고 해석 단계가 별개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조사 시작부터 끝까지 상호 교 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예컨대 학위논문 논문프로포절을 할 때는 상 술한 3번째 단계까지 하고 가상적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보적이나마 어느 정도 연구를 진행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다섯째, 자료의 개방된 코딩단계이다. 개방형 코딩은 자료분석의 첫 단계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범주를 발견하고 설정하는 것이다. 자료분석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자료를 범주와 대비하여 검증함으로써 연구자는 범주를 종합하고, 단순화 시키고, 축소하여 핵심개념으로 정립해 나간다.


여섯째, 자료의 이론적 코딩으로 이론적 또는 선택적 코딩은 자료의 최종적인 구조를 확정하고 개념적 범주들을 중요성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과정이다. 연구 자는 소수의 핵심범주를 제시하고, 수집한 자료 중 이에 적합한 자료를 골라낸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모든 자료가 범주화될 때까지 계속한다.


마지막 단계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연역적 방법이 아닌 귀납적 이론개발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사유(speculation)능력이 연구의 질을 좌우한다. 이 와 같이 개발된 근거이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추어야 한다. 

  • 첫째, 이론이 연구 주제 및 학문분야와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 둘째, 그 이론은 연구 상황의 참여자 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에게 유용해야 한다. 

  • 셋째, 이론은 연구대상 영 역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한 것이어야 한다.




세 번째의 질적 연구방법으로는 행위 연구(action research)를 들 수 있다. Crozier (1964)의 행위연구는 인간의 행위를 체제론적 입장에서 연구하는 것이다.15) 행위 자의 생각보다는 실제로 행위한 결과만을 가지고 분석을 한다는 점에서 실증적이 면서 질적인 연구방법이다(임도빈, 2004;2009). 행위체제론에서는 조직구성원 개 인의 행위를 중시하여 실제로 일어난 조직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조직인들의 전략과 조직인들이 벗어날 수 없는 제약점을 본다. 이를 통하여 일종의 반복적인 행위전략들의 총합으로서 행위체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에 밀접한 근거 를 둔 조직분석으로서 개인의 생각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식 조직이해와는 구분된다. 즉, 주관성을 강조하는 질적인 방법론과는 달리 이런 점에서 행위체제론은 실증적이면서 객관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행정학에 있어서 현상학적 방법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도 실증주의 적 연구경향이 지배적인 한국행정학계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에는 사례조사가 현상학적, 비판이론적 방법론에 적합한 것으로 인식되어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Hummel, 1991:31-32; 박병식, 1993:26 재인용).


끝으로, 해석학적 관점은 중요문헌과 서적, 서면 등으로 전달된 의미를 해석하 고자 한다(안영섭, 1996). 해석학은 19세기 성서를 분석했던 독일의 신학자들에 의 해 시작되었다. 그 이후 법규, 고전문학작품 등과 같이 문헌류에 부여된 의미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자료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최근 사회과 학 연구자들은 성서해석에서 출발한 해석학의 응용영역을 확대하여 세속적인 문 헌을 해석하려고 시도한다(남궁근, 2004).






4. 좋은 질적 연구결과물의 요건


질적인 연구방법론에 입각하여 수행된 결과물에 양적인 결과물과 다른 기준으 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학술지 논문심사에서 질적 연구방법론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심사자들이 맥락에 맞지 않는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질적 연 구물이 논문이 되었든 보고서가 되었든 전형적인 표현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 배경→가설→표본추출→가설검증→결론’ 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가설 검증적 양적 연구에 비하여 자유로운 편이다. 따라서 이런 기준으로 질적 연구물 을 판단하는 것은 학문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연구는 무형식에, 아무것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질적 방법론 나름대로 갖추어야 할 사항이나 조건이 있는 것이다. Lawrence F. Locke, Stephen J. Silverman & Waneen Wyrick Spirduso(2004:214~215)이 주장하는 질 적 연구물이 담아야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어느 것을 연구했는가 연구대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You should find a description of the provenance of the study and what is about). 연구대상의 독특성이 연구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 둘째, 정보(자료)가 수집된 맥락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You should find a description of the context in which the data were collected). 같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나 가치가 맥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 셋째, 위와 같은 맥락에서 과연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했는가에 대한 설 명이 있어야 한다. (You should find an account of what was done in that context)

  • 넷째, 실제 획득한 1차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You should find presentation of actual data) 비록 지면의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뷰 내용 등 1차 정보가 어느 정도 제공되어야 그 내용이 실감 있게 전달된다. 핵심이론부분만 서술하지 왜 인 터뷰 내용을 넣느냐고 지적하는 것이나, 아니면 저속한 용어를 학술논문에 넣는 다고 비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16)

  • 다섯째,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을 하나 또는 복수이상의 결론으로 요약해 야 한다. (You should find an explicit effort to summarize as well as articulate, one or several conclusion)


이상의 내용은 보통 양적인 연구에서는 익명성이나 주관성의 배제를 보장하기 위해 연구물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들이다. 반면 양적 연구에서 중시하는 가설 설정이나 표본의 대표성 확보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질적인 접근법을 연 구물을 심사할 때 기고자와 심사자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드물지 않은 것이 다. 질적인 연구방법에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질적 연구물에 대한 심사를 자제해 야 될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연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외부 심사자의 기준보다는 연구자 자신의 윤리가 더욱 중요하다. 윤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질적인 연구는 인권의 침 해는 물론이고 연구의 내용을 왜곡시키게 된다. 즉, 자칫 잘못하여 질적인 연구를 남용하면 거짓연구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양적연구에 치우친 학계의 풍토를 감 안하면 질적 연구방법론의 확산도 중요하지만, 윤리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국학술 풍토에서는 매우 주의를 요한다.


우선 연구자는 본인의 연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으며, 그 연구에 누가 관심을 갖고 있고 있으며 이해관계가 있는지 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모 든 학술연구가 연구자 윤리를 요구하겠지만, 질적 연구에서는 특히 연구자의 윤 리가 중요하다. 이는 질적 연구의 특성상 연구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면담과 관찰 등으로 인해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직접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 구대상자도 모르는 사이에 요즘 잘 발달된 녹음기구인 MP3기기와 같은 것으로 녹음하는 것은 명백히 연구윤리를 어기는 것이다.


연구진행과정에서는 질적 연구는 풍부하고 세밀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분석 또한 이러한 세밀성을 활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연구에 관련된 사람들 의 비밀이나 사생활권을 보호하기가 양적 연구에 비해 어렵게 된다. 질적 연구의 특성상 연구 대상자와 친밀한 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연구 자는 이러한 관계를 공식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를 지닌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결과물의 발표단계이다. 연구결과물에서는 전술한대로 생생한 1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건과 연구자의 익명성과 정보비밀의 원칙을 확보 해야 한다는 상반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더구나 연구자가 고의든 실수든 인 터뷰내용을 다른 맥락에서 사용함으로써 의미를 완전히 왜곡시킬 수 있다.17) 런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인터뷰나 관찰 대상이었던 본인들에게 연구논문을 읽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들은 자신이 한 얘기를 불리한 것은 삭제토 록 요구한다. 그러나 연구자와 대상자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질적 연구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연구이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움에도 불 구하고 남용 내지 오용될 소지가 많다. 본인이 현장조사를 직접 해야 가장 신뢰할 수 있으므로 다른 연구보조자에게 현장조사를 대신하게 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심층면접이나 관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실제로 준수하지 않 고 마치 한 것처럼 거짓진술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실제로는 3명 정도 인 터뷰를 했는데, 일반화가능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20명을 인터뷰했다고 과장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더 나아가서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꾸 며 내거나 문장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행위도 드물지 않다. 사실 연구대상은 현실 은 이론과 같이 잘 정리된 것이 아니라 모순이 얽혀있는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전 술한 부정합성의 원칙(The machinary of What Does Not Fit)이 많이 발견된다. 그런 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터뷰를 더 하든지, 이론적 사유(speculation)를 하기 위해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고 성급하게 연구결과를 발표하려 든다. 여기서 정보의 고의적 누락이나 선택의 문제와 왜곡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질적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이 일 년에 서로 다른 주 제의 논문이 여러 편 발표되는 다산(多産)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실제로 이러 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표절보다 더 무거운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어긋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연구윤리가 담보되지 않으면 질적 연구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진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




Ⅳ. 맺는말


일단 질적 연구가 활성화 된다는 전제하에 좋은 질적 연구 를 활용하고 감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Lawrence F. Locke, Stephen J. Silverman & Waneen Wyrick Spirduso, 2004:216~219)


- 연구자의 특성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아냈는가? :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연 구대상과의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봄으로, 연구 자의 주관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연구대상(내용)에 영향을 미쳤는 가를 감안할 수 있도록 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소위 ‘객관적’인 내용과 아닌 것과 다른게 비중을 두어 이해할 수 있다.


- 실제 연구에서 얻은 정보를 지칭하는데 얼마나 자주 어떤 단어나 표현을 쓰는가 를 알 수 있어야 한다 : 즉, 어떤 실제 현상에 대한 명명(naming)이 중요하다. 실제 무엇이 일어났는가, 무엇을 실제로 했는가, 어떻게 그것이 작동했는가, 어디에 서 그런 것이 일어났는가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예컨대 인터뷰의 실행시 행위 가 일어난 시간의 차원에 주의해야 한다. 주요 정보제공자가 제공해주는 정보는 시간차원에서 혼돈적인 것이 많다. 예컨대 공식적인 계획이 마치 일부 실현된 것처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정부의 보고문서에도 보면 앞으로 할 일, 아직 진행되고 있는 것도 마치 실적(實績)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연구과정(연구방법이나 연구설계)에서 다른 대안을 얼마나 폭넓게 검토하여 특 정방법을 사용했느냐와 결과의 해석에서 얼마나 개방적으로 대안적 설명들을 충분히 찾았는가가 중요하다.


- 얼마나 생생하게 연구대상의 맥락, 참여자, 연구자, 사건에 대해 묘사했느냐가 중요하다. 양적 연구에서는 설명이나 해석에서 간결하고, 중립적이고, 명확한 표현이 바람직한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질적 연구에서는 있는 그대로 생생하 게 표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요건이다. 1차 자료에서 얻은 것을 인용문 등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기획논문 「정부학연구」 제15권 제1호(2009): 155~187 원고투고일: 2009. 3. 15

원고수정일: 2009. 3. 29

게재확정일: 2009. 4. 10

질적 연구 방법의 내용과 적용전략:

양적인 질적 연구와 질적인 질적 연구*

1)임도빈**


이 글은 최근 행정학계에서 관심이 제고되고 있는 질적 연구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소개를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흔히 질적인 연구라고 일컬어지는 것중 많은 부분이 양적인 질적 연구로서 협의의 질적인 연구와는 구분됨을 주장한다. 아울러 진정한 질적인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한다. 즉 질적 연구가 가져야 할 요건, 질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 질적인 연구의 구체적인 유형 등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연구대상에 대해 얻은 자료를 계량화하는 방법으로 가공을 하느냐의 여부와 논문의 핵심 주장부분을 통계적 유의성 검증에 의존하느냐의 여부가 질적 연구인가 아닌가의 판단기준이 된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계량적 실증적 연구에서부터 완전한 질적인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유형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질적인 연구가 다양하고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질적인 연구란 평가하는 기준이 양적인 연구의 평가기준과는 다름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질적인 연구는 무엇보다도 연구윤리의 확보가 치명적임을 주장한다. 


주제어: 질적 연구, 연구기준, 연구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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