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연구에서의 현상학적 글쓰기의 전략과 방법의 탐구* (교육문화연구, 2014)
정 상 원(경북대학교)**ㆍ김 영 천***(진주교육대학교)
Ⅰ. 서론
간호학,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현상학 적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하여 다양한 연구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현 상학적 질적 연구는 인간의 체험(lived experience)의 본질적인(essential) 의미 구 조를 규명하는 질적 연구 방법으로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에 그 기반을 두고 있 다(van Manen, 1990: 15-19; 2011, 2014: 88-112; moustakas, 1994: 25-42; Creswell, 2007: 92; 김영천, 2014: 90).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은 Husserl이 인간경험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정초한 방법론인데 이후 Husserl Heidegger, 등을 거치면서 발전되었고, 질적 연구로서의 현상학적 탐구는 Merleau-Ponty Giorgi, van Kaam, Collaizzi, van Manen과 같은 질적 연구자들에 의해 질적 연 구의 한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Polkinghorne, 이남인, 1983: 66-74; 2004: 3-18; 2014: 23-60; 이근호, 2001: 189-191).
이러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해 많은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Denzin & Lincoln (1994), Creswell (2007) 등의 학자들은 문화기술지, 근거이론 등과 함께 질적 연구의 대표적인 전통으로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소개하고 있으며, van Manen(1990, 2011, 2014), Moustakas (1994), Crotty (1996), Giorgi (2009)와 같은 학자들은 심리학, 교육학, 간호학 등의 분야에서 현상학적 질적 연구 방법론과 절차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체계를 좀 더 세밀하게 정 립시켰다. 이러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어 van Manen (2014), Vagle (2014) 등의 학자들이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방법론 과 절차에 대해 논의한 바 있으며, 이와 더불어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기반으 로한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Taylor, 2013; Ginsberg & Sinnacore, 2013; Prendergast & Chan Hak, 2013; Hermann, 2013; Ofonedu & Percy & Harris-britt & Belcher, 2013).
우리나라에서도 최근까지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많은 연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표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현 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한 관심이 영미권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 경림(2004), 고미영(2012), 김영천(2014)은 질적 연구방법의 대표적인 연구 전통 으로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소개하며 이에 대해 개괄적으로 논의한 바 있으며, 이남인(2014)은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현상학의 한 갈래인 ‘응용 현상학’으로 보고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다양한 철학적 기반에 대해 논의 한 바 있다.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 한 단일한 논의는 이남인(2014)의 논의 정도가 전부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가진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에 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영미권의 그것에 비해 매우 부족한 것도 현실이 다.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논의된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글쓰기에 대한 탐구는 김영천(2013)의 논의 정도만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인데, 이러한 글쓰기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부재는 현상학적 글쓰기를 현상학적 연구의 핵심적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단히 모순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van Manen (1990: 149-175; 1997, 2002b, 2006, 2011, 2014: 240-296)은 현상학적 글쓰기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측 면에서 논의한 바 있는데 그것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크게 ‘현상학적 탐구 그 자체로서 현상학적 글쓰기’, ‘현상학적 글쓰기의 어려움’, ‘배려를 이끌어 내기 위한 글쓰기’로 주제화 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제들을 살펴봐도 현상학적 질 적 연구에 있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짐작해 볼 수 있으며 이런 이론적 논의의 빈약함은 필연적으로 질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 결과물의 양 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방법론으로 표 방하지만 글쓰기에 있어서의 실패로 인해 현상학적 민감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연구결과물을 산출해버리고 마는 연구결과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현상에 대한 단순한 정보의 나열 수준에 그쳐 버리는 경우나 지나친 인지적 접근을 추구하여 연구 결과로서의 현상의 의미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현상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야 하는 현상학적 글쓰기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두 가지의 연구문제를 설정하 여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상학적 글쓰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이 며 둘째는 ‘성공적인 현상학적 글쓰기를 수행하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전략들 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이다. 이러한 연구문제들에 대한 탐구를 통해 연구자 들로 하여금 현상학적 글쓰기에 대한 접근을 좀 더 용이하게 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는 글쓰기와 표현의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현상학적 글쓰기는 방법론에 있어 여타의 다른 질적 연구 전통들과 차이를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글쓰기를 ‘현상학적 글쓰기’로 구 별할 수 있는데, ‘현상학적 글쓰기’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결과물로서 현상학 적 텍스트를 현상학적 민감성이 뚜렷이 드러나게 구성하여 독자에게 호소하는 (vocative) 글쓰기라 할 수 있겠다(김영천, 2013: 290). 이러한 현상학적 글쓰기 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우선 van Manen (1990, 1997, 2006, 2011, 2014)의 논의를 중심으로 현상학적 글쓰기에 대해 살 펴보자.
먼저, 현상학적 글쓰기란 탐구의 과정과 분리되어 생각되어질 수 없는 탐구 그 자체이다(van Manen, 2011). 현상학적 탐구의 핵심적인 부분(heart)은 바로 글쓰기이며 연구자는 탐구의 결과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그 현 상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는 Ely (2007)의 논의와도 유사하다 하겠는데, 그의 논의에 따르면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우리의 생각을 알기 위함이요, 배우기 위함이요, 우리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이다(Ely, 2007: 716). 결론적으로 현상학 적 탐구에 있어 글쓰기는 발견한 의미의 기술이 아니라 의미의 발견을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현상학적 질적 연구는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둘째로, 현상학적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부분이다. van Manen (2006, 2011) 은 우리의 기술은 그 현상 자체가 아니라고 논의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그 현상에 대해 기술하는 순간 그 현상 자체는 사라져 버리고 오직 그것의 재현 (representation)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재현이 그 현 상을 대신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기술한다는 것 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상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또한 글쓰 기 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현상의 의미에 대해 기술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 현상학적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그 현상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측면이다(van Manen, 1990; 27-28). 현상학적 글쓰기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다. 현상에 대한 기술을 통해 독자들에게 의미를 전달해야하고 독자 를 흔들어야 하고 독자의 끄덕임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 현상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호소적인(vocative) 텍스트를 구성하여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호소적인 텍스트는 인지적 접근과 비인지적 접근이 함께 할 때 이루어 질 수 있다(van Manen, 1997; 345-350).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현상학적 글쓰기를 이룩할 수 있는가? 위에 서 살펴본 van Manen의 논의는 현상학적 글쓰기의 본질적 의미에 다가가는 시 사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귀중히 다루어야 할 논의임에는 분명하지만 무언 가 구체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Ⅲ. 연구방법
이 연구는 현상학적 글쓰기와 관련된 글쓰기 전략을 도출하고 또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결과물들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현상학적 글쓰기와 질적 연구 글쓰기에 대한 폭 넓은 논의들을 전체적으로 살피며 관련된 전략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결과물을 살펴보고 이 속에서 이러한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글쓰기의 예들을 찾고 이러한 예들의 어떤 측면이 이러한 전략과 부합하 는지 살펴보았다.
1. 현상학적 글쓰기와 관련된 시사점 추출을 위한 분석
현상학적 글쓰기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는 van Manen이다. 그는 서적 혹은 논문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발표한 바 있다(van Manen, 1990, 1997, 2002b, 2006, 2011, 2014). 이 연구에서 는 그의 저서 ‘Researching Lived Experience. (1990)’, ‘Phenomenology of 그리고 그가 발표한 논문 Practice (2014)’, ‘Writing Qualitatively, or the Demands of Writing (2006).’, ‘From Meaning to Method(1997)’을 중심으로 하 여 온라인 사이트 ‘Phenomenologyonline(2011)’에 게재된 그의 논의를 함께 살 펴보았다. 이와 함께, 다른 질적 연구자들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함께 살펴보았다. Nicol의 ‘Creating vocative text (2008)’에 드러나는 현상학적 텍스 트를 더욱 호소적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들을 살펴보았으며, ‘Qualitative Inquiry (2007)’에서의 Creswell의 논의와 ‘For and Research Design the lack of a boilerplate: tips on writing up (and reviewing) qualitative research. (2009)’를 통 해 살펴본 Pratt의 논의를 통해 현상학적 텍스트 속에서의 표와 그림의 효과에 대한 시사점을 얻었다. 또한, 김영천의 ‘소설적 글쓰기’와 Humphrey & Watson 의 ‘Ethnographic Practice: From Writing-Up Ethnographic Research To Writing Ethnography. (2009)’에서의 논의를 통해 현상학적 텍스트 속의 ‘일화’의 가능성 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Constructing Grounded Theory: A Practical Guide (2006)’에서의 Chamaz의 논의와 through Qualitative Analysis. ‘Basics of Qualitative Research: Grounded Theory Procedures and Techniques. (1990)’에서 의 Strauss & Corbin의 논의를 통해서는 현상학적 주제들을 연결하는 도구로서 의 ‘축코딩’의 가능성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으며, 독자와 텍스트와의 관계성에 대한 시사점을 ‘Writing Up Qualitative Research. (2005)’에 나타나는 Drisko의 논의와 ‘Writing Strategies: Researching Diverse Audiences. (1990)’에 서의 Richardson의 논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특히, Richardson의 논의에서는 질적 연구 결과물을 기술하는데 있어서 은유법과 제유법의 가치에 대한 시사점 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는 ‘Writing A Good Read: Strategies for Re-Presenting Qualitative Data. (1998)’에 드러나는 Sandelowski의 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이었다. Goodall의 ‘Writing Qualitative Inquiry. (2008)’의 논의를 살펴봄으로서, 전체를 구성하는 틀의 중요성과 성찰의 가치, 문학적 장치로서의 은유법의 가치 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으며, Holliday의 ‘Doing and Writing Qualitative Research. (2002)’에 나타난 논의를 통해서는 질적 글쓰기에서의 인칭대명사의 사용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2. 현상학적 글쓰기 전략이 잘 드러난 연구 결과물 분석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현상학적 글쓰기의 시사점을 추출한 후 이러한 전략 들이 잘 드러난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글쓰기 예들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예들 은 학술지 논문과 출판물을 중심으로 추출하였는데, 이들 예시와 함께 이들에서 어떠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분석하였다.
Ⅳ. 현상학적 글쓰기 전략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현상학적 글쓰기를 실현하기 위해 여기서는 좀 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전략적 접근에 대해 단순한 논의에 그치기보다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연구결과물들을 살피며 그 적 용의 실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데이터를 살펴 체험(lived experience)의 의미를 최대한 추출하여 매력적인 문장으로 개념화 시켜라
현상학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료 안에 내재되어있는 체험의 의 미를 규명하고 이를 ‘문장’이나 ‘절’로 문장화 하여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주요한 목적은 체험의 본질적 구조를 밝혀내는 것 이다.(van Manen, 1990: 24-29; 2011, 2014: 26; moustakas, 1994: 100; Creswell, 2007: 91)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 체험(lived experience)안에 내재하는 본질적 의미를 규명해내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본질(essence)이란 그 어떤 ‘대 상들을 바로 그러그러한 의미를 지닌 대상들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이며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서는 이러한 본질적 의미들을 문장 혹은 절의 형 태로 기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본질적 의미들은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고 오직 풍부한 기술을 통하여 그 진정한 의미를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장화된 주제 진술은 현상학적 텍스트의 기술에 있어서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체험에 대한 의미의 기술을 좀 더 용이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van Manen, 1990: 108-127). 즉, 현상학적 체험속의 의 미를 드러내는 문장화된 주제진술은 체험 속에 뒤엉켜 있는 주제들을 규명하고 이를 개념화함으로서 체험의 의미를 기술하는 작업을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표 1> 환자의 죽음을 경험한 중환자실 간호사의 체험의 본질적 의미들 (Camargo, 2011)
위에서 살펴본 이런 주제의 개념화는 자료에 대한 분석과 코딩을 통해 이루 어질 수 있다. 현상학적 분석은 과정은 Giorgi, van Kaam, Colaizzi 등의 학자들 에 의해 제시된바 있다(Cotty, 1996: 29-31). 또한 Moustakas (1994: 120-122)는 이런 분석방법을 변형시켜 조금 더 구체화된 분석절차를 제시하기도 하였으며, Wertz (2011)는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여 실제로 현상학적 분석이 어떻게 이루 어지는지 보여주었다. 김영천(2013)은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여 현상학적 분석 절차를 제시한바 있다.
위의 학자들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우리는 텍스트 속에 담겨있는 개념들을 추출하는 과정을 ‘➀ 반복적으로 읽기 ➁ 성찰하기 ➂ 의미있는 구절 찾기 ➃ 의미 단위로 묶기 ➄ 개념 추출하기 ➅ 문장화하기’ 의 순환적 과정으로 단순 화 해 볼 수 있다.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료에 대한 읽기와 성찰을 통해 그 체험 속에 담겨 있는 주제들을 파악 하고 이를 문장화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주제의 도출하는 것과 관련하여 van Manen (1990: 127-132)은 좀 더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하고 있는데 ‘전체론적 방법 혹은 경구 적 방법’, ‘선택법 혹은 집중 조명법’, ‘세분법 혹은 추행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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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론적 방법 혹은 경구적 방법’은 자료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문장을 기술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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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법 혹은 집중 조명법’은 자료 중 의미를 드 러내는 몇 개의 구절에 집중하여 그것을 주제화 하는 것이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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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법 혹은 추행법’은 자료안의 문장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것 각각에 대해 주제문을 만 드는 것이다.
주제를 도출하기 위한 위와 같은 van Manen의 전략 이외에 Saldaňa (2009)의 ‘현장부호화(In vivo coding)’ 전략을 살펴봄직하다. 현장부화화란 현장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표현에 무게를 두는 코딩방법으로 연구 참여자들이 실제 로 사용한 표현을 사용하여 코딩을 하는 것이다(Saldaňa, 2009: 118-123). ‘현장 부호화’ 전략은 연구 참여자의 목소리를 그 주제로 드러냄으로서 좀 더 그 의 미를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매력적인 주제와 관련하여 van Manen (1990)은 현상학적 글쓰기에 있어서 주제문이 갖추어야 할 조건도 제시하고 있 는데, 그는 현상학적 텍스트의 주제문은 좀 더 ‘현상학적 민감성이 돋보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van Manen, 1990: 132). 이는 체험의 현상을 드러내는 주 제문들이 단순하고 피상적인 진술이기보다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 게 도와주면서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주제문’들은 앞에서 제시한 예들과 같이 단순 한 단어나 구, 혹은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평서문 이외에 의문문, 혹 은 구어체의 문장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표 2> Winning(2011)이 도출한 주제들
2. 추출된 주제들 사이의 관계를 밝혀 이를 포괄하는 중심주 제로서의 체험을 구성하라.
현상학 글쓰기를 위해서는 분석을 통해 도출된 주제들을 연결하여 이들이 연 결되어 있는 중심주제로서 체험의 구조를 구성해야 하여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목적은 체험의 본질적 의미 구조를 밝히는 것이 다(van Manen, 1990: 111; 2011; moustakas, 1994: 100; Creswell, 2007: 96). Keen (1975: Moustakas, 1994: 78에서 재인용) 은 본질적 구조에 대해 ‘일상의 체험 속에 내재되어 있는 질서(order)이며 오직 성찰을 통해서만 획득되어 질 수 있는 것’이라 언급했으며 Creswell (2007: 96-97)은 모든 경험이 ‘근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연구자는 이러한 ‘본질을 제시하는 혼합적 기술’을 제시 하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결과로서 텍스트 도 그 체험을 구성하는 의미 구조를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때 말하는 의미 구조란 체험 내에 존재하는 의미들이 서로 관계를 가지며 구성되는 체계이지 단순한 의미의 나열이 아니다. 서로 관계 맺거나 조직되지 못하는 파편적인 의미 들의 집합체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것을 피상적 으로 전달할 뿐이다. 체험의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이끌고자 하는 연구자는 추출된 주제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의미구조를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의미구조가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Goodall (2008: 30-38)의 논의에서도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는 질적 연구의 결과를 기 술함에 있어서 전체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틀(frame)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 연구자들은 이러한 의미구조를 밝히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구 사할 수 있는가? 여기서는 의미구조를 밝히기 위한 도구로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의 ‘축코딩(axial coding)’의 적용을 논해보고자 한다. ‘축코딩’은 Strauss (1990)이 제안한 코딩(coding) 기법으로 ‘코딩 패러다임(coding & Cobin paradigm)'에 따라 범주들을 조직함으로서 범주들을 연결하여 전체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도구이다. 하지만 현상학적 질적 연구는 ‘환원(reduction)’, ‘괄호치기 (bracketing)’, ‘에포케(epoche)’와 같이 ‘선개념’ 혹은 ‘선이해’와 같은 종류의 선 지식에 대한 거리두기를 그 철학적 방법론적 기반으로 한다. 그렇기에 ‘코딩 패 러다임’과 같은 ‘선개념’에 맞추어 주제들 간의 관계를 밝히거나 조직하는 것은 결국 van Manen (2011)이 언급한 모든 정형화된 방법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방법론적 환원(Methodological reduction)’에 배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 기에 현상학적 주제들의 관계를 밝히는 데는 Strauss & Cobin의 ‘축코딩’보다는 Chamaz (2006)의 ‘축코딩’이 더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것과 비교해 후자는 ‘코딩 패러다임’ 같은 특정한 조직의 틀을 상정하지 않고 범주와 범주간 의 관계를 밝히려 한다는 점에서 현상학적 질적 연구에 더 합당한 도구라 할 수 있겠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범주간의 관계를 밝혀 체험의 의미구조를 도출하였다면 이제는 이러한 의미구조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연구결과의 기 술은 연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이처럼 범 주들 간의 관계에 기반을 두어 전체적인 의미구조를 파악하였다면 텍스트를 기 술할 때도 이러한 의미구조가 잘 드러나게 기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상학적 텍스트에서 주제들 간의 관계를 드러내어 전체적인 의미의 구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주제의 배열 순서이다. 이 는 구체적으로, 유사한 주제들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주제들의 인과적 관계나 시간적 관계를 고려하여 이에 맞게 배열함으로서 주제들 간의 관계를 독자들에 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살펴보자.
Winning (2011)이 제시하고 있는 주제들은 전반적으로 시간적 관계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3> Winning (2011)의 물음들이 관심 가지는 사실들의 시간성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전략은 이러한 체험의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표나 그림(figures)을 사용하는 것이다. Pratt (2009: 860)은 구조화된 그림이 연구자가 발견한 연구 결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논의 한 바 있으며 Creswell (2007: 260)은 질적 연구 결과물을 기술하는데 있어서 표나 도표가 효 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표 4> 본질적인 진술로 부터의 주제들
Allane & Dixon (2009)은 노인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로서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의미구조에 따라 배 열하였다.
[그림 1] 노령 여성 우울증 환자들의 체험의 의미구조도
3. 일화(Anecdote)의 형태로 자료를 재구성하여 제시하라.
현상학적 글쓰기에서는 수집되고 분석된 자료들을 그대로 제시하기보다는 일 화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화(anecdote)는 사건(특히 전기형식의)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van Manen (1990: 153-162)은 이러한 ‘일 화’가 체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화는 학 자들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삶과 이론적 명제’와의 연관을 밝히는 것이며 ‘가르 침이나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며 ‘지혜’, ‘통찰', ‘진리’ 등을 제시하는 것이며 ‘사례로 남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논의 하였다. 이러한 일화적인 이야기의 사용은 독자의 ‘의지적인 관 심’을 끌어내고 ‘사고’하게 하고 ‘감동이나 심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일화를 제시전략은 Humphreys & Watson (2009)의 논의와 김영천 (2013)의 논의에서도 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Humphreys & Watson (2009)은 문화기술지의 글쓰기 형식에 대해 크게 ‘평범한 문화기술지(Plain ethnography)’, ‘강화된 문화기술지(Enhanced ethnography)’, ‘반소설화된 문화기 술지(Semi-fictionalized ‘소설화된 문화기술지(Fictionalized ethnography)’, ethnography)’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소설화된 문화기술지’와 일화 구성을 통한 자료제시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하 다고 할 수 있으며, 김영천(2013)은 질적 연구의 글쓰기 중 한 장르로서 ‘소설 적 글쓰기’를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글쓰기들이 연구자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그것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러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여 구체적으로 의미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일화’를 통한 의미 의 전달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일화’는 이러한 글쓰기와 차이점도 가지는데 그것은 ‘일화’가 전적으 로 저자의 구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일화’의 출처는 어디까지나 자료(인터뷰, 문서 등)에 드러나는 이야기이고 저자는 그것을 재구성하여 하나의 ‘일화’를 조직한다. 연구자들은 자료의 수집과정에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 집하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 중에는 체험의 의미를 극명히 전달해 주는 연구 참여자의 사례도 포함된다. 이때 이들 사례를 제시함에 있어 인터뷰 내용을 그 대로 전달하는 것보다 이를 일화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내러티브로서 일 화를 제시하는 것이 독자들의 직관적인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어서 더욱더 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화(anecdote)는 비네트(vignette)와 구별되는데, Ely (2007: 732-734)에 따르면 비네트는 ‘연구자가 발견한 주요 단 면을 포착한 간략한 묘사’라는 측면에서 일화와의 차이점을 논의 하였다.
‘일화’가 현상학적 텍스트에서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일화’를 구성하고자 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일화’가 텍스트 내에서 그것의 진정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체험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이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van Manen(2014)은 이러한 일화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 하고 있다.
<표 6> 일화가 갖추어야 할 요건(van Manen, 2014: 252)
그렇다면 이러한 일화를 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 는가? 이와 관련하여 van Manen은 일화를 구성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소개하 고 있다. 그는 좋은 일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료로부터 제시할 일화를 결정하고 그것이 나타내는 주제가 무엇인지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논의하 고 있다. 그 후, 그것을 핵심적인 내용만이 드러날 수 있게 축소, 삭제하는 과 정을 통해 편집(재구성)함으로서 좋은 일화를 구성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다음
<표 7> 좋은 일화를 구성하기 위한 전략(van Manen, 2014: 254)
하지만 위의 표에 나타난 논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일화는 연구자가 그것 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 해서는 일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van Manen은 연구자가 유념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 아래와 같은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표 8> 좋은 일화를 위한 가이드라인(van Manen, 2014: 256)
4. 구체적인(concrete)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현상과 자신의 관련성을 느끼게 하라.
현상학적 글쓰기는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여 야 한다. van Manen(1997)은 우리가 연구하게 되는 현상은 ‘생활세계 안에 구체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독자는 그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하 였다. 그에 따르면 현상학적 텍스트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독 자로 하여금 자신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과 같이 느끼게 하여 자신의 생활세계 와 텍스트 속의 생활세계를 관통할 수 있게(lived throughness)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예와 독자의 인 생에 있어 특별한 부분과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 주어야 한다(van Manen, 1997: 351-353). 이러한 현상학적 텍스트의 ‘구체적임(concreteness)’에 대해 Nicol (2008: 318)은 ‘현상학적 텍스트에서 구체적임(concreteness)이란 명 확하고 특정한 묘사를 사용하여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명하게, 그리고 독 자들이 읽고 있는 것을 밀접하게 느끼도록 돕는 것’이라 하였다. 결국, 현상학 적 텍스트에 있어서 구체적임이란 독자들이 텍스트 속에 기술된 내용(의미, 상 황 등)을 좀 더 쉽고 구체적으로 떠올려볼 수 있게 하여 그것에 좀 더 쉽게 다 가갈 수 있게 만드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체적임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Nicol (2008: 318)은 구체적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따옴표를 사용하여 연구 참여자의 언어를 그대 로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텍스트의 예를 살펴보자.
숙련된 병실 간호사인 Irene은 일을 하는 동안 그녀가 얼마나 많이 이동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그때쯤, 당신은 병실의 한쪽으로 내려가야 해요, 모든 사람들의 소변을 비
워내고, 소변을 볼 수 없는 환자들의 기저귀와 패드, 침대보를 갈고....환자 모두를 씻기
고....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거나 직접 먹여주고....의학적 처치를 하고...응급상
황을 다루고...대소변을 받고, 씻기고, 자세를 바꿔주고 ... 그리고 또 하고 또 하고, 정말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어요. 환자들에게 큰 의미를 주는 그런 것들,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
을 보여주면서 침대 한켠을 정리하거나 그들의 머리를 감기고 빗겨주는 것, 그들을 위해
전화하는 것, 아니면 그냥 들어주는 것 같은...그런 일들은 못해요. 일단 응급상황이 발생
하거나 누군가가 숨을 못 쉬는 상황이 생기면 당신은 그런 것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죠. 당
신은 ‘좋아, 무얼 해야 하고 무얼 뒤에 하지.’하고 결정해야 하죠. 하지만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다 하면, 때때로 스텝들이 좀 많이 있는 날도 있거든요. 나는 누가 진짜로 관심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는지 기억해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 간호 이상의 것을 하기 위해 노
력하지요.”(Cameron, 2002)
5. 성찰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독자들이 ‘깨달음 (epiphany)’에 이르도록 하라.
현상학적 텍스트에는 연구자의 성찰의 과정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되어 야 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을 깨달음(epiphany)에 이를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것 이어야 한다. van Manen (1997: 364-368)은 현상학적 글쓰기의 전략으로 독자 의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깨달음은 어떤 ‘살아있는 의미에 대한 순간적인 이해 혹은 직관적인 포착’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깨달음은 최종적인 텍스트 기능으로 독자들을 그들이 읽은 것에 대해 느낌이 남도록 하는 것이다. Nicol (2008: 323)
텍스트가 가져야 할 요소로서 ‘깨달음’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으며 이러 한 깨달음이 ‘텍스트의 전반에 걸쳐서’ 이루어 져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비단 현상학적 텍스트뿐만 아니라 여타의 질적 텍스트에서도 이러한 텍스트 내에 나 타나는 성찰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Holliday, 2002; Goodall, 2008). 이 러한 논의들은 결국 독자의 깨달음을 위한 논의라 할 수 있겠다. 현상학적 질 적 연구자는 글쓰기를 통해 독자가 체험에 대해 성찰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도 와야 한다. 그러한 깨달음이 있어야만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독자의 깨달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힌트를 우리는 Goodall (2008: 38-42)의 논의에서 얻을 수 있다. Goodall은 독자의 성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글쓰기 속에 연구자의 성찰의 과 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는 연구자의 성찰과정을 통해 독자도 성찰과 깨달음으로 이를 수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는 이러한 연구자의 성찰 과정을 따라 연구자와 같은 성찰에 이를 수도, 혹은 연구자의 성찰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 만의 또 다른 성찰에 이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상학적 텍스트는 독자의 성 찰을 도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의 성찰의 과정을 독자에게 소상히 전 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자의 성찰이 텍스트에서 어떻 게 나타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또한 연구자는 어원에 대한 탐구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성찰과정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토의하다(discuss)”는 타동사이고 “대화하다(converse)”는 자동사이다. 우리는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discussing an issue)”라고 말하지 “주제에 대해 대화하기(converse an
issue)”라고 말하지 않는다. … (중략) … 라틴어 “discutere”는 “거칠게 흔들다, 분쇄하다,
박살내다, 흩어버리다, 흐트러트리다.”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때림, 타격함, 질타함과
같은 거친 의미를 “충격을 주다(concussion)”나 “타악기(percussion)”같은 단어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두 주체가 하나의 토픽이나 대상에 대해 토론을 할 때 그 대상은 요동치고,
충돌하고 공격당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들이 논쟁하고 열성적으로 반대할 그 주체 자신이
그 대상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사실상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가 “격렬한 논
쟁”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유사하게 “토론하기” 라는 말 역시 어원적으로 “싸움, 전투”와
“치다, 때리다” 같은 의미를 암시한다. “토의”와 “토론” 둘 다 강요, 갈등, 대립 그리고 대
결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conversation)”는 이런 강제적인 행동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화(conversation)는 “누구와 관련 맺다”와 “돌아보다, 머물다, 살다”의 의미를 가
진 라틴어 “conversari”에서 그 어원적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대화(conversation)”라는
단어는 함께함, 접촉함과 관련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접두사 “con”은 그
것과 관련된 “집중하다(con-verge, 한곳을 향하게 하다)”, “접촉하다(contact, 매우 가깝게
붙어있다)”, 그리고 “소집하다(con-vence, 모이다)”와 같은 단어들처럼 가까이 모여 있는
감각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함께함의 의미가 대화(conversation)의 어원적인 의미의 바탕인 것처럼 보인다. 좋은 대화는 대화가 공유된 세상 속에서 함께 하는 삶의 감각이나 공간
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토론과 다르다.(Li, 2002)
6. 강조의 기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강화하라.
현상학적 글쓰기에서는 강조의 기법을 사용하여 체험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강조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van Manen, 1997: 355-359) 그리고 이러한 강조를 통해 독자는 그 체험의 의미에 인지적으 로 좀 더 깊이 자극받을 수 있는 것이다. van Manen (1997: 355-356)은 이러한 의미를 강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상학적 텍스트의 기법이 문학적, 시적 글쓰 기를 차용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고 있으며 또한 Nicol (2008: 320-322)은 단 어의 배치나 은유법 등을 사용해서 텍스트 안에 드러나는 의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결론적으로 현상학적 텍스트를 구성할 때는 그 체험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적, 수사적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현상학적 텍스트에서 의미를 강조할 수 있는 수사적 기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은유(metaphor)를 사용하는 것이다(Nicol, 2007: 320). 은유법은 질적 연구 텍스트에 사용될 수 있는 시적 수사법으로 많은 학자들이 강조해 오고 있다 (Richardson, 1990; Sandelowski, 1998; Goodall, 2008). 특히, Richardson (1990: 11-15)은 ‘은유법’과 ‘제유법’이 사회과학적 글쓰기에 있어서 ‘사고를 구체화’하 고 ‘핵심적인 주장을 설득력과 신뢰성’있게 만들고, ‘다른 사람이 쉽게 인식하 도록’ 하기 위한 문학적 수사적 장치라고 논의 하였으며, 특히 ‘은유법’에 대해 서는 사회과학적 글쓰기의 기둥이라 칭하며 강조하였다.
마치 온라인 추적 도구 같은 파놉티콘(원형감옥)은 관찰의 경험을 바꾸는 기술이다. 교
사가 교실, 복도, 학생 식당에서 학생의 대화를 ‘엿듣기’ 할 때, 교사와 학생은 상호의 존
재를 알고 있다. 교사가 온라인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완전히 보이지 않고, 알아챌 수 없는
상태에서 ‘들여다보는 것’ 혹은 ‘엿듣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이러한 방식의 파놉티콘에 대
한 비유는 온라인상에서의 학생 관찰 경험을 이야기한다. 물론 파놉티콘 비유의 결정적인
약점은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이 작업을 할 때는 ‘완벽하게 관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에, 컴퓨터실에서 사용되었던 교실관리 소프트웨어는 놀랍게도 파놉티콘 비유와 매우
유사하다. (Boger, 2011)
자판기 동전도 넣지 않고 버튼도 누르지 않은 채, 자판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한편으로 필요한 작업이 이미 수행되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의 기다림은 여전히 불가피한 것이다.
7. 생생한(vivid) 언어를 사용하라.
현상학적 텍스트는 생생함(vividness)을 확보하여 독자의 공감을 호소해야 하 여야 한다. van Manen (1997: 353)과 Nicol (2008: 319)은 현상학적 글쓰기란 생생함이 전달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Keen (1975, Polkinghorn, 1989; 72에 서 재인용)은 생생함에 대해 ‘진정성 있는 느낌을 창출하여 독자를 사로잡는 것’이라 언급하였다. 이러한 생생함은 경험을 현실로 이끄는 것이며 독자에게 경험을 현실화하여 현재성과 근접성 확보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그 의미를 불러일으킨다(van Manen, 1997: 353-354). 하지만 이러한 생생함을 앞에 서 언급한 구체적임과는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Nicol (2008: 319)은 현상학 적 텍스트에서 구체적임과 생생함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임은 현상에 주목하지 만 생동감은 생생하게 즉각적으로 확실한 경험을 초월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것 이라 논의 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살펴보면, 구체적임이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현상에 다가갈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면 생생함은 그 생생한 표현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그 의미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돕 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텍스트에 이러한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 전체적 인 분위기를 묘사하는 표현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러한 방법을 통해 텍스트의 생생함을 살리고 있는 기술을 살펴보도록 하자.
창백하고 땀에 젖은 얼굴이 내 앞에 있다. 중환자실에서 내게 익숙한 소리는 산소 호흡
기, 모니터 그리고 중환자실에서의 다른 행동 절차에 따른 경고음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죽음 속에 존재한다고 느꼈다.
왜? 어떻게 내가 내 환자가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 나는 몰랐지만 중환자실에서 예
전에 겪은 죽음에 관한 경험이 생생하게 내 마음 속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마치 중환자실
에서의 모든 경험과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고 되살아나서 새로운 경험으로 마주하게 되었
다. (Camargo, 2011)
8. 독자에게 말을 걸며 대화하는 것과 같은 어조(tone)를 유 지하라.
현상학적 텍스트는 의도한 어조(tone)를 통해 독자와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상학적 텍스트는 독자의 공감과 배려를 이끌어 내는 글쓰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조는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텍스트의 깊은 의미가 독자에게 영향을 끼치도 록 하여야 한다(van Manen, 1997: 359-364). 현상학적 질적 연구뿐만 아니라 전 체적인 질적 연구의 글쓰기에 있어서도 독자에 대한 고려는 여러 학자들에 의 해 강조되어왔다(Richardson,1990; Drisko, 2005; Shakespear, 2009; Blowers, 2014). 특히, Drisko (2005: 590-591)는 질적 연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효과적 인 도구임을 언급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질적 글쓰기에 있어서 독자에 대한 고 려가 꼭 필요함을 논의한바 있다. 그의 이러한 논의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질적 연구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텍스트가 독자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논의는 현상학적 텍스트에 대 한 van Manen (1990)의 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van Manen (1997: 359-364)에 따르면 현상학적 텍스트는 어조(tone)를 통해 텍스트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게’ 하고 ‘설명하게’ 하여 체험의 깊은 의미를 비인지적인 방법으로 독자에게 효과를 미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Nicol (2007: 322-323) 또한 현상학적 텍스트에서 말을 거는 듯 한 어조가 글 전체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고 논의 하였다.
그렇다면 현상학적 텍스트에 있어 이러한 독자와의 관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Blowers (2014)의 제안을 살펴보자. 그는 Arizona 대학 출판사 의 편집자인 Townsand의 논의를 기반으로 하여 ‘대상독자(Target Marshall reader)’를 선정하여 글을 전개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방법은 구체 적으로 자신이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하는 하나의 독자층을 선정하는 것으로 시 작된다. 그리고 주변인중 그러한 독자층에 해당하는 실제인물을 떠올린다. 그리 고 글을 전개하는 동안 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전개하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학생들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과 관련된 정보에 다가서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쉬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면, 교사들이 이 통계를 보
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까? 직접적으로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교과서를 펴놓는 시간이 얼마
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를 유지하라고 하는 교육적 시나리오는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온
라인 세계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이 전자 문서를 그들의 브라우저에서 얼마동안 접속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이러한 정보가 교육자료 혹
은 이것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나타내는 것은 매우 적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통계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은 전자적으로 학생들을 온라인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
한 경험에 대한 유혹을 가지게 한다.(Boger, 2011)
Nicol (2008: 322-323)은 이러한 어조(tone)를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텍스트 를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텍스트를 통해 계속적
으로 질문을 던짐으로 인해 독자는 텍스트를 읽는 것을 넘어서서 텍스트와 지 속적인 대화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다음은 환자를 타인으로 보지 않고 그의 상황에, 어쩌면 그에게 공감하고 있는 모습에 대한 Camargo (2011)의 기술이다.
누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한 일종의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순간, 이 사람
은 단지 깨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사람이 아니다.-그는 내 아버지 같았다. 이
순간 그의 상황은 내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러한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상황에 대한 나의 자각은 그의 가족에게 공감하게 된다. (Camargo, 2011)
Ⅴ. 결론
많은 질적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물로서 텍스트를 좀 더 자신의 연구 목적에 맞게 기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상학적 텍스트의 목적은 독자로부 터 체험에 대한 공감의 끄덕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그 러한 체험과 관련된 ‘배려’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우리는 앞에서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현상학적 텍스트를 구성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들에 대해 살펴보았 다. 그것을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주제를 찾아라.’, ‘주제를 연결하여 라.’, ‘일화를 제시하라.’, ‘성찰을 드러내어라.’, ‘구체적으로 기술하라.’, ‘의미를 강조하라.’, ‘생생함을 살려라.’, ‘독자에게 말을 걸어라.’로 나타낼 수 있겠다.
이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기술은 인지적 글쓰기와 정서적 글쓰기가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질적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결과가 과학적인 어떤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혹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결과의 기술에서 지나치게 인지적인 측 면이나 사실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온 경향이 있다. 물론 현상학적 질적 연구가 과학적이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기술에 있어서는 정서적인 측면 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독자들의 공감과 배려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는 인지적 측면 못지않게 정서적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전략을 구현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전략은 문학적 장치에서 그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문학은 과거로 부터 독자들에게 정서적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이루어져 왔으며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하여 왔다. 현상학적 글쓰기의 목적이 문 학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그렇다면 이러한 문학의 수사적 장치 들을 좀 더 과감하게 도입하여 텍스트를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상학적 글쓰기에 대한 더욱 폭 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현상학적 글쓰기의 주요한 개념들은 대부분 영미권의 학자들의 논의에서 가져 온 것들이다. 이는 그들의 논의가 훌륭하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러한 논의가 매우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논의를 살펴본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관련된 좀 더 많은 논의가 활성화되면 이것에 대한 우리 연구자들의 이해도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고미영(2012). 초보자를 위한 질적 연구 방법. 청목출판사.
이남인(2014). 현상학과 질적연구. 응용현상학의 한 지평. 한길사.
질적 연구에서의 현상학적 글쓰기의 전략과 방법의 탐구
- 교육문화연구 제20-3호, 2014.09, 5-42 (38 pages)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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