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병원에 붙은 '줄기세포 설명회' 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줄기세포"라는 단어에서 상당한 어색함을 느꼈다. 저 이상한 이름은 도대체 누가 지은걸까? 이제서야 이 "줄기세포(stem cell)"이란 단어의 어색함을 느꼈던 것은 아마도 이미 학부생때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왔기 때문일터다.

즉흥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줄기세포(stem cell)를 간단히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즉, totipotent 혹은 적어도 pluripotent)"의 개념으로 도입했다면 도대체 왜 '줄기'인가? (당연히 아니겠지만)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 이러한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면 아마도 '뿌리세포'라고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근원' '근본' 이란 단어에서 '근(根)'자가 '뿌리 근'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다른가? 그렇지 않다. 영어에서도 root는 "MAIN CAUSE OF PROBLEM | [C] [주로 단수로] (문제의) 근원[핵심]", "ORIGIN | [C] [주로 복수로] 기원, 뿌리"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네이버 영어사전). 짐작컨데, 아마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이러한 개념을 처음 도입했더라도 그 사람은 "root cell"이라 이름을 붙였지 "stem cell"이라 명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뿌리세포"가 아니라 "줄기세포"인 것일까? 

몇 번의 검색을 통해 On the Origin of the Term “Stem Cell” (Cell Stem Cell, Volume 1, Issue 1, 35-38, 7 June 2007, doi:10.1016/j.stem.2007.05.013)을 찾을 수 있었다. 본문의 내용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줄기세포'라는 용어는 일찍이 저명한 독일 생물학자 Ernst Haeckel의 1868년 저술에서 등장한다. 다윈의 진화론의 주된 추종자였던 Haeckel은 이 책에서 생물체(organism)의 진화를 '공통의 조상에서부터 내려오는 계통수(phylogenic tree)'로 묘사하고, 이 계통수를 "Stammbaume"(Family tree의 독일어)이라 칭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Haeckel은 [모든 다세포 생물체의 진화에 있어 조상이 되는 단세포 생물체]를 "Stammzelle"(Stamm(Stem)+Zelle(Cell))이라 하였다.』

요약하자면, 줄기세포의 "줄기"는 한 독일 생물학자의 단어선택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이다. (거창한 시작에 비해서 결론은 너무 단순했다.)

결론이 심심하니, 여기에 덧붙여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새로운 전문 용어를 도입할 때, 용어 자체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용어보다 그것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된 Ernst Haeckel의 이 책은 (http://openlibrary.org/books/OL23408631M/Natürliche_Schöpfungsgeschicht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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