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윤리교육에 대한 비판적 고찰*
권 복 규**
Ⅰ.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41개 의과대학은 오늘날 어떤 형태로든 의 료윤리를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으며 그 중 37개 대학 은 정규과목으로, 3개 대학은 특강이나 통합강의 형식으 로, 그리고 1개 대학은 세미나 형식으로 이 교육을 실시 하고 있다.1) 그러나 의료윤리교육의 교육 목적과 방법, 효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가 별로 없다.
교육 목표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로는
2006년 의과대학 학장협의회에서 발행한 <의과대학 학습목표>정도가 있 을 뿐이며2),
교육방법에 대해서는
역할극을 사용한 윤리 교육에 관한 권복규 등의 연구3),
의예과 영어시간을 활 용한 교육에 관한 이정구 등의 연구,
딜레마토론을 활용 한 김익중 등의 연구4),
토론회를 활용한 박은경 등의 연 구5) 등이 있다.
의료윤리교육 평가에 대한 연구로는
DIT를 활용한 홍성훈의 박사학위 논문6) 및 이미 언급한 김익중 등의 논문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로는 의과대 학이 어떤 교육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교육 효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에 대해서 뚜렷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이미 출간된 대표 적인 교재 2종, 즉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펴낸 <의과 대학 학습목표에 기초한 의료윤리학>과 한국의학교육연 수원이 펴낸 <임상윤리학>역시 각 주제에 대한 일반적인 기술(description)에 머물러 있고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접근방법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의료윤리 교육의 필요 성에 대해 모든 의과대학이 공감하면서도 효용성에 대해 서는 회의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의료윤리 교육의 이러 한 현실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윤 리 교육의 문제점을 필자의 교육 경험에 비추어 분석하 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임상 에서 겪게 되는 흔한 윤리적 갈등의 해결 능력(medical ethics competence) 배양>을 기초의학교육과정(BME) 에서 의료윤리교육의 목적으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구체 적인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본 문
1. 교육 목적
<표 1> 한국의과대학학습목표 중 <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7)
위 표는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가 펴내는 <의과대학 학습목표> 중“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에 대한 내용이 다. 대부분의 내용이“나열한다”, “설명한다”, “정의한 다”와 같은 이른바“행동 기술(behavior description)” 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학생들이 이와 같은 내용을 나열 하고, 설명하고, 정의한다고 해서 실제 현장에서 접하는 의료윤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 스럽다. 즉 이 학습목표는 의료윤리를 어디까지나“지식 (knowledge)”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일 컬 어 지 는 의학교육 의 3대 요소 , 즉 지 식 (knowledge)-수기(skill)-태도(attitude)의 차원 중에 서 오로지 지식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라는 명제는 의료윤리 교육에도 역시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의료윤리교육에 서 항상 언급되는“태도”의 문제는 이 학습목표에서는 그다지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8)
실제로 대부분의 교육현장에서는 의료윤리교육의 목 적이 분명하지 않다.9)
의료윤리 교육은 생명윤리 (bioethics) 교육, 혹은 윤리학 교육과 혼동되고 있으며, 때로는“인문사회의학”혹은“인성교육”과도 혼동된다.
생명윤리의 4원칙, 낙태, 안락사와 같은 주제들은 가장 흔히 다루어지는 학습 내용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소위 “윤리적인 의사”를 양성하는 데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
“인성교육”은 의사학, 의 료윤리, 대화술, 심리학, 행동과학, 철학 등의 과목, 즉 기초의과학이나 임상의학, 혹은 전통적인 예방의학에 해당하지 않는 거의 모든 교과목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 고 있는데10) 이러한 과목들이 학생의“인성 함양”에 얼 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연구는 거의 없 으며, 또 그러한 교육 효과를 측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 다.
그렇기 때문에 의과대학에서의 윤리교육, 혹은“인 성교육”은 효과가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격이라는 회의 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11)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윤리교육”과“인성교육”은 서로 분리될 필요가 있다.
“ 인성교육”은 의사로서 기본 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격과 품성, 그리고 프로페셔널리 즘12)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특정 교과목을 통해 양성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의 전체 프로그램, 그 리고 일종의“학습 생태계(learning ecosystem)13)”를 통해 습득되는 것이다. 물론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이 러한 학습 과정을 촉진시킬 수는 있으나 오로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의“인성”을 계도하기란 불가 능하다.
아울러 의사의 인성이란 의사의 프로페셔널리 즘과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일반인의 인성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즉 의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품 위와 인격, 가치관과 자세를 심어주는 것이 프로페셔널 리즘 교육이다. 지금까지 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에 입 각한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프로페셔널리즘의 개념 자체가 발달하지 못한 한 국 의사 사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14)
8) 동일한 학습목표집에서 윤리적“태도”와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은 소위“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항목이다. 그러나 이 항목의 내용은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 의료자원 배분, 실습학생과 환자 및 다른 의료인 관계에 있어서 주의할 점, 그리고 자문과 의뢰의 차이를 설명하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정도의 학습목표로는 우리가 원하는 자질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어렵다.
9)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전국의대 의료윤리교육 향상 워크숍 자료집. 2006. 5. 23. 이 자료집에 수록된 여러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과목 계획서에 나타난 교육목표는 학교에 따라 매우 다르다.
10)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 한국의학교육학회. 제4차의학교육합동학술대회자료집 : 의과대학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1996. 12. 이 자료집 발간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의과대학에서의 윤리교육, 혹은 인성교육에 관한 포괄적인 고민은 여기서 별로 진전된 바가 없다.
11) 이런 이유 때문에 임기영은“윤리교육, 인성교육 하지말자!”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계의 모든 문제를“의사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되었다”는 식의“환원적 도덕주의”로 돌리는 식의 윤리교육이라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자들 많은 수가 윤리교육을 임기영이 말하는“환원적 도덕주의”에 입각하여 생각한다.
임기영. 의사와 사회·윤리적 측면. 제8차 의학교육 합동학술대회 결과보고서 : 의사와 사회 2001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한국의학교육학회 : 41-42
12)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는 여러 분분한 논의들이 있고 정의도 다양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감과 일반적으로 기대되는의사의 표상이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며. 따라서 전문직업성이라는 번역어 대신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프로페셔널리즘에 관한 국내의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
김선,허예라. 의학전문직업성,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국의학교육 2005 ; 17(1) : 1-14
13) 학습이 그 자체의 규칙에 따라 교수자의 계획을 넘어서서 자체의 역동성에 따라 진행되며 궁극적으로 질서를 찾아간다는 학습생태계의 개념은 최근 성인교육과 e-learning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의과대학의 모든 정규, 비정규 프로그램을 포괄하며 의과대학 자체가학습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14) 강신익은 한국의 치과의사가 주체적 직업전문화과정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의사 집단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사회 환경에 관한 강신익의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강신익.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과 윤리. 의료·윤리·교육
2002 ; 5(2)__
1999년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가 발간한“21세기 한국 의학교육 계획 : 21세기의 의사상”과 2003년 영국의 General Medical Council이 발간한“Tomorrow’s Doctor : Recommendations on 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이를 잘 볼 수 있다(표2).
<표 2>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21세기의 의사상”과 GMC “Tomorrow’s Doctor”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의 <21세기의 의사상>은 의료 윤리와 관련된 제안에서 의료윤리교육을 크게 두 갈래로 파악하고 있다.
하나는 다음과 같은 위 제언의 본문에 나 타난 대로“…… 또한 의학의 발전은 인간 복제, 안락사 등 의학 윤리적인 문제를 가져왔다. 이런 문제는 윤리적 인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로까지 연 관된다. 따라서 의사는 생명윤리에 관한 윤리적·법적 인 문제를 잘 이해하고 숙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서 의료윤리를 첨단 의학의 발전에 따르는 소위 “생명윤리 문제(bioethical issues)”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의료윤리를 소위 “인성”의 영역에서 파악하고 있 는 것으로서 위 제언에 나타난 바와 같이“환자의 이익 과 생명을 보호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높은 도덕관과 윤 리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이익과 생명 을 보호하는 것은 의사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기본적 인 프로페셔널리즘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높은 도덕관 과 윤리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요청이며 이와 같은 높은 도덕관과 윤리관을 의과대학 교육을 통 해 달성하기란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이 이 제안의 한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대부분의 의과 대학 의료윤리교육에 있어 지배적인 흐름으로 생각된다.
의료윤리 교육을“생명윤리 교육”과“인성 교육”으로 만 생각한다면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생명윤리”교육을 통해서 임상에서 접하는 여러 갈등사례에 대한 분석과 이해 능력은 증진시킬 수 있지 만, 그 사례에 대해 의사로서 어떻게 접근하여 해결하는 가를 알려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의료윤리 문제들, 예컨대 환자-의사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금전적 요인과 결부된 갈등에 대해서 보다는 낙태와 안락사 같은 매우 극한적인 상황에서의 갈등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 자칫하면 교육이 비현 실적이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15)
반면“인성 교육”을 통 해서라면 과연 어떻게 이미 성인이 된 의과대학생들의 “인성”을 높이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성인에게서 몇 시간, 혹은 몇 학점의 교육으로“인성”을 바꿀 수 있 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16)
게다 가 의료윤리 문제를“인성”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즉 현재의 의료윤 리 문제는 기성 의사들의“인성”이 문제가 있어서라는 식의 논의와 함께 이상화된“쉬바이처”, 혹은 비현실적 으로 신비화된“허준”등이 의사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라 는 결론과 연결되기 쉬운 것이다.17) 그러나 평범한 의대 생을 쉬바이처 박사와 같은 인격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 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의과대학생 의“인성 교육”을 논하기 시작한다면 그 교육자는 상당 히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 장이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의과대 학에서 실제 의료윤리를 교육할 담당자를 구하기 어려 운 문제가 발생하며, 전문성보다는 최연장자, 혹은“원 만한 인격자”라고 생각되는 교수들에게 윤리교육을 미 루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모두가“프로페셔널리즘”과 개인의“인성”, 혹은“도덕성”을 혼동하는 데서 오는 문제들이다.
15) 우리나라 의사들이 가장 흔히 겪는 의료윤리 문제는 불법적인 환자유치, 과잉/과소진료와 같은 소위 직업윤리적인 문제로 뇌사, 장기이식, 유전자연구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들은 거의 관련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의료윤리 문제는 의사의 인성과 관련된 것이기 보다는 열악한 의료환경과 더 큰 관련이 있다.
구영모,권복규,김옥주 등. 의료윤리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 의사들의 의식 조사. 의료·윤리·교육 1999 ; 2(1) : 59-60
16) Rest는 대학생활을 통해 도덕판단력지수인 DIT 점수가 크게 변화하며 대학 생활의 경험이 DIT변량의 40%까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지만 DIT는 인지적 수준에서의 도덕판단력을 측정하는 지수로서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인성”, 혹은“도덕성”을 바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 .”, 혹 .“도 .성”에는 항상 개인의 결단과 실천(practice)이 포함되어야 하나 DIT는 그렇지 않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무엇이 도덕적으로 잘못인지를 학습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올바른 행동을 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라 도덕적 비난을 피해가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17) 일반 국민들의 한국 의사들에 대한 누적된 감정적인 불만, 특히 2001년 의사 파업 사태 이후의 의사 집단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인해 의사들의 인성과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왔지만 1999년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의 직업별 부정부패 정도에 대한 조사에서 의사들의 부정부패지수는 평균 2.66으로 법조삼륜은 물론 교수나 교사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임기영. 제8차 의학교육합동학술대회 결과보고서 2000 : 43
따라서 의과대학의 의료윤리교육, 즉 기본의학교육 (BME)과정에서 의료윤리교육의 교육 목표는 일반적인 의학교육 목표와 마찬가지로 일차진료의사(primary physician)으로서 갖추어야 할 프로페셔널리즘을 바탕 으로 하여 흔히 접할 수 있는 임상 환경에서의 윤리적 갈 등 사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medical ethics competence)을 양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또 이는 장 차 졸업후 교육, 혹은 평생교육을 통해 보다 심화된 의료 윤리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2.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
의료윤리교육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 가 있었으며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그 러나 교육 목표를 앞에서 논한 대로 의사로서의 “프로페 셔널리즘에 입각한 흔히 접하는 의료 윤리적 문제의 해 결”로 국한한다면 이는 오히려 교육 방법론의 차원에서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면이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윤리교육 방법론의 혼선은 이렇듯 의료윤리 교육의 목표가 분명하지 못한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 하지만 교 육 목표를 명료하게 제시한다 해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의를 계 속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료윤리교 육 방법론은 강의, 소그룹토론, 역할극 등의 학생 활동, 봉사학습 등의 체험 활동, 그리고 일부에서 시도되고 있 는 PBL과 TBL18)을 이용한 윤리교육 등이다.19)
일부 대 학에서는 문학과 예술 등을“의학인문학”,“ 또는 의료인 문학”의 개념으로 인성교육 및 광의의 의료윤리교육과 연결시키기도 한다.20)
미국의 의과대학들에서도 의료윤 리 교육을 위해 토론/논의(84%), 자료 읽기(83%), 에세 이(64%), 강의(64%)와 같은 방법론을 주로 사용하고 있 어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21)
미국 의과대학의 의료윤 리교육 목적이“의료윤리 문제들과 익숙해지기(77.5%가 채택)”, 혹은“윤리적 판단력과 문제해결능력의 배양 (63.8%)”22)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방법론으로 이러 한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어 떤 식으로든 교육을 하면 학생은 해당 주제들과는 친숙 해질 수 있겠으나 이는 마치 의학교육의 목적이“질병 및 의료 행위와 익숙해지기”인 것처럼 받아들이기는 곤 란한 것이다. 또 문제해결능력의 차원에서 본다 해도 강 의, 에세이, 토론, 혹은 자료읽기나 시청각자료의 시청 이 문제해결 능력과 어떻게 연관된다는 것인지 더 자세 한 논의가 필요하다.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의사가 흔히 접하는 윤리 적 문제의 해결 능력 배양”으로 의료윤리 교육의 목표를 설정했을 경우 이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의사가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 가 있다. 일반적으로 윤리적 사안(ethical issue)을 접했 을 때 의사는 다음과 같이 반응할 것이다. 다음 그림은 의사가 윤리적 사안을 접하였을 때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과 그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도식적으로 보여준다.23)
19) 설문에 응답한 총 37개 대학 중 34개 대학(91.9%)에서 강의’를 의료윤리교육 강좌의 수업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의료윤리교육 강좌에서교육방법으로‘강의’가 보편적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수업 방식은‘전체 토론’‘, 소규모 증례 토론’으로 각각 24개 대학(64.9%), 23개 대학(62.2%)에서 수업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그 외‘비디오 상영’을 수업 방식으로 택한 대학이 15개 대학(40.5%)였으며, ‘병원내 실습,’‘지역사회실습’등 실습을 수업 방식으로 택한 대학도 각각 3개 대학(8.1%), 5개 대학(13.5%)이 있었다.
최은경,장기현,김수연 등. 우리나라 의료윤리 교육의 현황과 발전방향. 미발표 논문.
<도표 1> 윤리적 문제의 해결 과정
위 사례에서 윤리적인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이러한 요청을 의학적인 것과 아울러 윤리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의사들은 이러한 요청에 윤리적인 문제가 내재하고 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며 그 결고 과“환자가 원하는데 그냥 한번 찍어주지”나“내가 문제 없다는데 뭔 말이 많은가”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러 한 반응은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윤리적으로 민 감한 의사라면 이러한 환자의 요청에 대해 자신이 해결 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며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하여 나 갈 것이다. 모든 문제해결의 첫걸음은“윤리적 문제를 윤리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24) 따라서 의료윤리 교육 방법 역시 윤리적 민감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 도록 해야 한다. 윤리적 민감성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부분도 있지만 의사와 같은 전문직 영역에서는 교육과 모범, 그리고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접촉 및 성찰에 의해 길러지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된다. 윤리적 민감성은 타 인에 대한 공감(sympathy)과 정서적 예민함, 그리고 윤 리에 관한 지식에 의해 길러지는데 이를 위해서 역할극, 영화, 문학작품 등이 활용될 수 있다.25)
두 번째 단계에서 윤리적인 문제로 사태를 파악한 의 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태를 분석하려고 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윤리적 지식과 분석능력이다. 생명윤리 4원칙과 같은 원칙들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 본다면“MRI를 찍어달라고 하 는 환자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 합당한가?”, “의사는 환자의 요청에 모두 응하여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MRI의 이득/위험은 무엇인 가?”,“ 더 급한 환자에게 MRI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희소하고 귀중한 자원의 정의로운 배분이 아닌가?”하는 등의 물음을 물을 수 있고 여기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분 석과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명료화하여 “환자의 자율성 존중과 의사의 전문적 판단의 갈등”으로 결론을 짓고 그 각각이 우세할 수 있는 조건들을 탐구하 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윤리적 지식 과 분석능력은 각종 사례 분석과 윤리학 강의를 통해서 증진될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 윤리교육은 이 두 번째 단계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번째로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하여 분석을 하였다 하더라도 실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판단 요 인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 사례에서 본다면 왜 이 환 자는 굳이 MRI를 원하는가에 대해 의사의 관심이 집중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좋은 의사소통능력이 필수적 이며, 환자의 불안, 기대, 관심사, 욕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심지어 MRI가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경제적 수준 역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요인 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판단 요인 은 매우 중층적이고 다차원적이며 의사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엄격하게 윤리학적 인 분석을 넘어서 현 시점에서 의사집단과 개별 의사의 행위를 규율하는 각종 <지침>이 필요하며 그 중 핵심적 인 부분은 학생들에게 교육되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외에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자세한 지침 이 없다는 것도 학생들에게 윤리교육을 하기 어려운 이 유 중의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면 이를 실천할 용기와 결단력, 즉 도덕적 실천 의지가 필요 하다. 예컨대 어떤 의사가 전문직 정신에 입각하여 위 사 례와 같은 환자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서 그냥 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실제로는 MRI를 찍는 것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니 환자의 원대로 하게 해 준 다면 이는 올바른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용기와 결단력은 정규 교육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의사 집단의 문 화와 정서, 그리고 의료행위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의 영향 을 더 많이 받는다. 학생들의 올바른 의료윤리 실천을 위해서는 먼저 선배 의사들의 모범과 전문직 정신의 고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도덕적 실천 역시 섬 세한 교육적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는 증진될 수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부정적 사례(bad case)”에 대한 분석26), 자기 성찰27), 리더십 훈련, 모델 제시28), 선서, 혹은 맹 세, 우수 학생에 대한 표창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러한 방법들은 학생에 따라 그 교육효과의 차이가 매우 크다.
24) 이와 같은 능력을 윤리적 민감성(ethical sensitivity)라고 한다. Rest의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도덕적 행동은 moral sensitivity, moral judgement, moral motivation & commitment, moral character & competence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가 파악하는 도덕적 민감성은“윤리적 문제를 윤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윤리적 민감성”과“도덕적 민감성”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할 것이다.
Rest JR, Morality. Handbook of Child Psychology : Cognitive Development. vol 3. New York : John Wiley & Sons
25) 윤리적 민감성을 측정하려는 몇 가지 시도가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 간단한 사례를 주고, 어떤 윤리적 문제가 얼마나 있는지를 서술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Hebert의 다음 논문 참조.
Hebert P, Meslin E, Dunn E. Measuring the Ethical Sensitivity of Medical Students: a Study at the University of Toronto.
Journal of Medical Ethics 1992 ; 18 : 142-147.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개인별 비교와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지적이고지식 의존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즉 어떤 사례에서 사전의 경험이나 노출을 통해 몇 개의 문제를“인지(perceive)”한다 하여 그 문제를 정작 진지하게 취급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3. 의료윤리 교육의 평가
의료윤리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 로 학생들이 졸업 후 임상에서 겪는 윤리적 갈등상황들 에 얼마나 효과적이고 전문직답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보 아야 할 것이나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덧붙여 의료 윤리 교육이 인지적이고 행동적인 발달을 추구할 뿐 아 니라 정의적인 발달 역시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어려워진다. 의료윤리교육의 효과에 관한 포괄적이고 유효한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최근까지 우리나라 의 료윤리교육의 평가는 주로 교육 후 학생의 도덕적 추론 능력을 보는 DIT검사29)와,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 만족 도 평가에 머물러 있었다. DIT검사와“의료윤리민감성 검사(Medical Ethics Sensitivity Test, MEST)를 사용 한 이와 같은 측정은 딜레마토론이라는 교육방법론과 맞 물려 있고, 정량적인 평가가 가능하며, 평가가 비교적 용 이하다는 이유로 널리 사용되었다.30)
도덕적 판단력과 도덕적 민감성이 의료윤리교육이 다 루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것만 가지로 의사, 혹은 의대 생의 윤리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거나 교육의 효과를 평 가하기란 불가능하다.
우선 이 지표들은“의료윤리”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 혹은 도덕 판단력의 수준으로 치환 시키는데 앞서 여러 차례 지적하였듯이 의료윤리의 실천 은 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 해야 하며, 범용한 의사라도 일반적인 의사집단의 판단 기준을 따라가면 큰 오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 다. 예컨대“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의 내용과 절차를 이해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 할 수 있는 능력은 특정한 경우에 이를 받느냐 마느냐 하 는 도덕적 추론의 문제보다 의사에게 실질적으로 더 중 요할 수 있다.
두 번째 낙태, 안락사, 뇌사, 유전자 검사 와 같은 생명윤리적 사안들에 대해서 인지적 관점의 도 덕 판단과 도덕추론은 어떤 결정도 내려주지 못한다. 그 러나 의사는 어떤 식으로든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생명윤리의 정치한 지식과 논의들, 그리 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 의료윤리교육을 통해 이와 같은 지표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승한다는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연구는 성인, 특 히 의과대학생이나 의사에게서 도덕판단력과 도덕민감 성이 교육, 혹은 학년에 따라 올라간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음을 시사한다.31) 의료윤리교육이 이러한 도덕판단력 의 추락을 일부나마“저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32)은 의료윤리 교육의 목표로 삼기에는 빈약한 것으로 생각된 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표들은 의료윤리 교육의 성과 를 개인의“도덕성”과“도덕판단력”과 관련된 것으로 간 주하나 이는 다양한 의료윤리의 영역과 문제들을 개인도덕성의 차원으로 치환하는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저지 르고 있는 것이다.33)
이상적인 의료윤리 교육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지식,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실천의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식은 지필시험 등 기존의 평가방법을 쉽 게 적용할 수 있으며 실천의지는 사실상 개인의 품성과 관련되는 부분이니만큼 이를 평가하는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34) 그러므로 의료윤 리 교육의 평가의 핵심은 의료윤리문제의 해결 능력 (medical ethics competence)에 두어야 한다.
이를 평 가하는 방법으로는 특정 의료윤리 사례(case-vignette) 를 주고 그에 대한 에세이 작성, 의료윤리 사례를 준 다 음 구술 평가하기, 표준화환자(standardized patient)를 활 용 한 객 관 화 구 조 화 된 임 상 시 험 (Objective Standardized Clinical Exam, OSCE), 표준화환자를 활용한 임상수행능력평가(Clinical Performance Exam)등이 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사례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학생의 반응과 의사결정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나 평가 결과에 대한 통계적인 타 당도와 신뢰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Savulescu등은 이와 같은 의료윤리 문제해결능력 평가 도구의 개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있는데
첫째, 의료윤리 지식과 해결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는 서 로 관련이 있어야 하며 통계 타당도(statistical validity) 보다는 내용 타당도(content validity)를 가져야 한다.
두 번째, 이 도구는 다른 평가자에 의해 신뢰성 있게 적 용되어야 하지만 아무 평가자나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세 번째, 평가 도구는 임상 의료 환경과 관련을 가져야만 하며 마지막으로 이 평가 도구는 공개 적인 검증과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35)
이와 같 은 원칙을 적용한다면 다양한 형태(format)와 내용을 갖 춘 임상 의료윤리 문제 해결능력 평가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평가도구의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의사와 전문 의료윤리학자가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33) 개인도덕성이나 인성, 혹은 도덕판단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고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한 의료윤리 교육에 있어서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하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한 의료윤리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의 인격과 인성이 고취된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34) 임상멘터(clinical mentor), 혹은 동료학생 평가(peer evaluation), 상벌기록 등을 통해 특정 학생에 대한 인격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면에 대한 평가보다도 프로페셔널리즘을 준수할 때 자신은 물론 의사 집단에게도 유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심각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집단으로서의 제재가 있을 때 실천의지가 고양될 수 있을 것이다.
Ⅲ. 논의 및 결론
우리나라 의료윤리교육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문인 력과 예산 등의 지원 부족, 교육 시간 부족36)에 기인하 는 바도 크지만 이는 외국의 의과대학 역시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의과대학 의료윤리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우선 의과대학 교육, 즉 기본의학교육 과정에서 의료윤 리 교육의 목적은“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윤리적 문제의 해결능력(medical ethics competence)의 배양이 되어 야 한다. 의료윤리 문제해결능력은 의료윤리에 대한 지 식과 함께 분석, 추론 및 의사결정능력(decision making ability)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이해상충 (conflict of interest) 등 전문직 윤리(professional ethics)와 관련된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실천의지와 아울러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자질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임상시험이나 줄기세포 연구 와 같은 첨단의학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관련 지식을 알아야 해결이 가능하다. 편의적으로 의료윤리교육의 주제들을 각각 의료윤리(medical ethics)/생명윤리 (bioethics)/전문직 윤리(professional ethics)의 영역 (domai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37) 이들 영역들은 서 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한편 고유한 부분들도 가지고 있 다.
(협의의)의료윤리 영역은 주로 환자의 비밀보장, 진 실을 말하기, 환자의 보호와 존중 등 전통적으로 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적 문제를 다루며,
생명윤리 영역은 낙태, 안락사, 장기이식, 임상연구 등 의학의 발전에 따라 생겨 난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전문직윤리 영역은 이해상충, 동료의료인 관계, 금전 문제 등을 다룬다.
의료윤리 영역 에서는 지식과 함께 사례 중심의 문제해결 능력이 중시 되어야 하며,
생명윤리 영역에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 식이 중시되어야 한다.
전문직윤리 영역에서는 지식과 함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강의, 토론, 사례연구, PBL, TBL, 봉사활동 등의 각종 교육방법은 원하는 결과가“지식 획득”,“ 문제해결능력 고취”, 혹은“인성 및 프로페셔널리즘의 함양”인지에 따라 각기 달리 사용되 어야 하며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 목적과 교수전략에 따 라 적절하게 배치될 필요가 있다.38)
<도표 2> 의료윤리교육의 영역
37) 이 구분은 문제의 명료화를 위한 지극히 편의적인 구분이다. 실제로 이 세 영역은 함께 교육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겹친다. 다만 어느 영역에비중을 두는가는 개별 학교의 교육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의료윤리교육의 목적이 의료윤리 문제의 해결능력 고 양이라고 전제한다면 평가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추 어져야 한다.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능력을 평 가할 평가 도구는 이미 언급하였듯이 몇 가지가 개발되 었고 현재에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의학 지식이나 수 기의 숙련 정도를 평가하는 의과대학의 일반적인 평가도 구와는 달리 의료윤리교육 결과에 대한 평가 도구는 그 한계를 인식하고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지나치게 경직된 통계적인 타당도나 신뢰도 보다는 전문가의 판단 과 내용에 대한 전문가 집단(교수)의 합의를 중시할 필요 가 있다. 이는 의료윤리의 본질상 불가피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의료윤리교육이 겪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어려움은 실질적인 교육 컨텐츠의 부족이며 이는 한국 의사사회의 프로페셔널로서의 미성숙함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기성 의사집단이 프로페셔널리즘의 입장에서 민감한 의료윤리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제대로 내려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내용과 의료 현실이 일치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39)
예컨대 보라매병원 사건의 예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 로 보호자가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에 한국 의사는 어떻 게 대처하는 것이 윤리적인가? 환자의 자율성 존중과 비 밀보호가 보호자의 요구와 대립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의 문제해결능력(competence)은 무 엇인가에 대해 의료윤리 전문가들조차도 어느 정도 일치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며 이 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구미의 논의들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의료윤리교육은 학교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 기성 의사집단의 판단과 의지, 생명의료윤리학의 원리와 법률 적 판단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효과 적이고 의미 있는 의료윤리교육을 위해서는 자격 있는 교육자, 충분한 시간, 좋은 교육프로그램, 좋은 평가 및 측정도구 등이 필수적이나 그 전제로 프로페셔널리즘의 입장에서“의료윤리 문제 해결능력”의 내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성 의사집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38)“의사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어”와 같은 식의 개탄은 대개 의사들이 돈만 너무 밝힌다는“전문직 윤리”의 추락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해결하기 위해 안락사나 뇌사 등의 주제를 열심히 강의하고 토론시키는 식의 교육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방식의 교육이 궁극적으로 의료윤리 교육 전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39) 미국의사협회(AMA)가 매년 민감한 윤리적 사안에 대해 윤리법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보고서와 의견, 강령 해석들을 제출하고 대의원회의결의에 따라 회원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참고가 되어야 한다.
@@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각국 의사단체 윤리위원회 조직 및 기능 비교연구. 2005. 2. : 20-22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지 제9권 1호(통권 제15호) : 60-72, 2006년 6월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Korean J Med Ethics Educ 9(1):60-72, June 2006
ISSN 1229-0904
A Critical Review of the Current Medical Ethics Education in Korea
KWON Ivo*
There are numerous problems with the medical ethics education currently practiced in Korea. In
the first place, there is a lack of consensus regarding the goals of medical ethics education. Some
educators seek to promote morality or good character in medical students, while others focus on
advanced bioethical issues such as euthanasia or organ transplantation. Secondly, there is confusion
concerning teaching methods. Lectures, small group discussions, so called “dilemma discussions”,
PBL, TBL, and public service components are all used without any clear educational purpose and
strategy. Thirdly, there are problems with evaluation; few know how to evaluate students’
performance or measure the effects of medical ethics education.
In this article, I argue that the promotion of medical ethics competence based on the medical
professionalism should be recognized as the ultimate goal of basic medical ethics education.
Medical ethics competence is composed of knowledge, problem solving skills, and professionalism,
and it covers three different domains: medical ethics, bioethics, and professional ethics. Instructional
tools and methods should be constructed and implemented to achieve this goal of medical ethics
competence, which will in turn help to promote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
key words : Medical ethics education, Professional ethics, Medical ethics competenc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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