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문직의 자율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실천 방안*

김도경**, 권복규***

 

 


 I. 서론


전문직은 오랜 기간 동안의 훈련을 받으며, 상당한 지적 요소를 갖추고 이를 이용하여 사회에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이다.1) 대부분의 전문직들은 대상 집단과 사회에 대한 의무를 지니고 그에 대해 직업적 자율성과 재량권을 보장 받으며, 자신의 조직을 관리, 유지하기 위한 내부적 윤리강령을 가지고 스스로를 규제한다. 의사는 역사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전문직의 하나이다. 전문직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하며, 이에 대해 사회는 환자 치료 영역에서 의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다. 사회의 신뢰와 자율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의사들은 또한 내부적 윤리지침을 제정하여,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고 정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모든 것, 의사의 역할, 책임, 자율성, 윤리지침 등을 아울러 우리는 의학전문직업성이라고 한다.

 

 의료가 환자-의사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때, 의학전문직업성에서 가장 강조되는 가치는 환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회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선행을 베풀 것이라는 신뢰하에 의사들에게 환자 진료에 대한 자율성을 인정해 주었다. ,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 논의는 환자 진료에서 의사의 역할과 권위를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재량권 보장이 환자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의료사회가 환자-의사-3지불자 중심의 계약관계로 변하고, 환자와 제3지불자의 권한이 증대되면서 사회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의사들은 단순히 환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제한된 의료자원 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보건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 개념은 의사들의 새로운 역할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며 때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논문에 서는 계약관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의료 전문 직의 자율성을 제안하고, 이를 보장받기 위해 의 사들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II. 본론


1. 의료사회 변화에 따른 의료 전문직 자율성의 변화


1) 의료 전문직의 고전적 자율성 개념


전문직의 자율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으 나, 전문가의 역할과 관련하여 의료 전문직의 자 율성은 주로 의사가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 는 치료를 제공하는 데 있어 외부의 압력에 자유 로워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2,3) 의료 전문직 의 자율성은 환자 치료를 통해 의료 전문직이 공 동체의 선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하며 사회가 의사들에게 보장해 주는 재량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의사들 은 무엇보다도 환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환자- 의사 관계는 일종의 계약관계이다. 계약관계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규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약은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는 신뢰하 에서 성립된다. 환자-의사 관계에서의 규칙은 환 자는 치료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 과정에 협조하며, 비용을 지불하며, 의사는 자신이 가진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관계에서 신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일반적인 계약관계에 비해 특히 중요하다. 그 이유는 계약 당사자인 환자-의사 관계가 비대칭적이기 때문 이다. 의사는 환자 치료와 관련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 으나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취약한 상태에 있다. 때로 환자들은 자신이 받는 치료를 다 알지 못하 고, 치료가 잘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판 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들은 치료 를 시행한 의사들의 설명에 의존하여 치료 경과 를 이해한다. 만약 치료 과정 중에 의구심이 생기 고,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해결 하기 위해서는 환자는 다른 의사나 의사 집단을 찾아 자문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환자 들은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취약한 상태로 의사 와 계약을 맺으며, 계약에서 합의된 규칙이 이행 되고 있는지조차 판단하는 데 어려운 입장에 있 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의사 관계 유지를 위해 신뢰는 필수적이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을 위 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의 사를 찾아가고, 그들에게 자신을 맡긴다. 만약 환 자-의사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환자들은 의사를 찾지 않을 것이며, 치료를 받더라도 자신이 해를 당하게 될 것을 걱정하여 의사들의 행동 하나하 나에 의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의사 집단이 사회와의 관계에서 확보한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은 실제 개별 의사의 환자 치료 과정에 적용되며, 환자-의사 계약관계에서의 규 칙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제약받는다. 의사들은 개별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환자에게 이익 이 되는 의료 내용을 선택할 자유를 의료 전문직 의 자율성으로 여긴다. 따라서 의사들은 환자에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진단과 치료를 제공 하기 위해 환자를 설득하고, 환자의 무리한 치료 요구를 거절하기도 한다. 실제 이것은 의사들의 권한과 동시에 책무이다.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법뿐만 아니라 환자의 권리, 의료전문직업성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의사의 의무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4)


2) 의료사회 변화에 따른 의료 전문직의 위상


지금까지의 의학전문직업성이나 의사의 선행의무 이행에 대한 자율성 보장은 의료의 계약관계가 환자-의사 중심이었을 때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3지불자의 등장과 환자의 권한 강화로 의료의 계약 관계가 변하면서 진료에 있어 의사들의 재량과 자율성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었다.


의료 전문직의 역사를 계약의 성립과 변화의 역사라고 표현한 더핀(Duffin J)5)19세기에 경외와 존경의 대상이었던 의사가 20세기 이후 환자들의 신뢰를 잃고 자율성과 통제성을 상실하게 된 이유를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설명하였다

    • ① 의학 지식의 오류,
    • ② 지식보다는 정보 위주의 의학 내용의 증가
    • ③ 의사들에 대한 불신
    • ④ 권리로서의 치유
    • ⑤ 제3지불자의 개입

19세기 중반 이후, 임상의학이 발전하고, 유명한 내외과 의사들이 등장하며, 전문과목이 출현하면서 의사들이 사회적 권위와 신뢰는 의학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옳다고 여겼던 지식에 오류가 발견되고, 밝혀진 의학적 내용들이 상충하면서 의학에 대한 불신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의학지식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서도 오류와 실수가 드러나면서 신망의 대상이었던 의사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약해졌다. 여기에 의료혜택을 받는 것이 시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되고, 환자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한 윤리적 원칙으로 강조되면서 환자-의사 사이의 계약관계는 급속도로 변화하였다.6) 기존의 의료진에 의한 온정적 간섭주의는 지양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으며 극단적으로 환자-의사 사이의 관계가 고객과 의료 제공자 사이의 계약관계로 그려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이 가시적으로 위협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제3지불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강제적 국가 보험은 1883년 독일에서 노동자들의 건강불평등을 해소시켜 정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당시 의료의 수준은 마취와 소독제를 사용한 수술이 시행되던 초창기로, 임상 진단에 체온계가 갓 이용되기 시작하였고,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사혈, 동종요법이 여전히 중요한 치료방법의 하나로 여겨지는 정도였다. 그 후 약 100년 사이 과학으로서의 의학이 임상에 적용되면서 의료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고가의 치료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최첨단의 의료 기술과 기기가 등장하였으며, 지금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달라지는 의료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질병 퇴치의 희망을 주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빠르게 경제적인 부를 획득한 많은 선진국들은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환자의 권리의식 확대, 고가 의료 기기와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비는 예상을 초월하여 증가하게 되었다. 질병은 없어지지 않고 급성에서 만성으로 양상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질병을 의식하며, 지속적인 의 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 도입된 국가 보험이 비용의 증가로 인해 국 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3지불자는 보건의료 관리자로서, 환자, 의사 사이에 발생한 의료에 대한 지불자의 의무를 지 닌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내에서 기하급수적으 로 증가한 보건의료를 감당하기 위해 제3지불자 는 환자와 의사가 합의한 의료 내용을 평가하여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용을 지불하며, 의 료를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수년 전 부터 법정 공방이 끊이지 않는 임의 비급여 문제 는 표면적으로 환자 또는 환자 집단과 병원과의 갈등으로 보이나, 본질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와 의료비를 억제하려는 제3지불자의 갈등 이라고 할 수 있다.7) 의사들이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을 기대하고 시행한 보험급여 밖의 치료 행 위에 대해 제3지불자가 그 발생한 비용을 환자 에게 청구하는 것을 부당청구로 규정한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 의사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에 대해 수가를 청구할 권리를 주장하 며 파업까지 강행하였으나 역시 부당청구로 매 도되었으며, 파업 사태는 오히려 포괄적인 수가 인하로 일단락되었다.8) 결국 의료 전문직의 자 율성은 환자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사 계약관계 에서 고려해야 했던 법, 환자의 권리, 치료에 대 한 의사의 의무 등의 요소 외에 제3지불자가 등 장하면서 보험의 제약을 받게 되었다. 의사들의 선행은 제3지불자가 정한 범위 내에서 합당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환자 치료를 위해 외압 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 은 제3지불자의 간섭으로 퇴색되었다.


3) 변화된 계약 관계에서 요구되는 의료 전문직 의 자율성


의료가 환자, 의사, 3지불자의 계약관계로 구성되고, 환자와 제3지불자의 권한이 증가하면 서 의학적 의사결정에 새로운 갈등들이 나타나 고 있다

    • 대부분의 환자들은 최대한의 치료, 양 질의 치료를 받기 원한다
    • 반면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제3지불자는 비용이 적게 나가는 치 료, 보험급여 내의 치료를 적당한 의료라고 생각 한다
    • 의사들은 치료의 양과 질을 떠나 환자에 게 이익이 되는 치료가 올바른 치료이며, 제공되 어야 하는 치료로 생각한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추구하는 의료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의료 자원을 가지고 다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 는 상황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최선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와 최소의 치료를 추구하는 제3지불자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의료에서의 갈 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의사의 역할은 중요하 다. 환자와 제3지불자가 의사와 직접적인 관계 를 맺기 때문이다. 상반된 입장에 있는 환자와 제3지불자는 서로 대면하지 않는다. 그들은 의 사를 만나며, 의사에게 각자의 입장을 표출할 뿐 이다. 두 당사자 사이의 불만은 의사를 향하며, 환자와 제3지불자의 갈등이 환자와 의사 사이의 갈등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의사들은 자신의 의 학적 소견에 환자와 제3지불자의 주장을 고려하 여 가장 바람직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의사가 이러한 조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의사를 포 함한 환자, 3지불자의 관계는 악화되며, 개선 될 여지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림 1> 의료 계약관계 변화에 따른 의료 전문직 자율성 확보의 조건의 변화.

 


보험제도의 등장으로 환자 진료에 3지불자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3지불자를 외압으로 보는 시각은 환자-의사-3지불자 사이의 갈등을 더 어렵게 한다. 의사들은 환자-의사-3지불자 관계의 의료 구조에서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의료와 그 의료 행위를 둘러싼 삼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변화된 계약관계에서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이란 이러한 숙고된 판단을 이행할 자유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의사의 숙고된 판단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의사의 판단이 환자와 제3지불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의료 전문직으로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판단이 환자와 사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을 확보해야 한다. 의사는 자신의 편견이나 이익이 아닌 환자와 제3지불자의 입장이 반영된 윤리적 원칙을 이용하여 갈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환자 입장에서의 자율성 존중과 선행의 의무, 3지불자 입장의 분배 정의 원칙들이 의사결정에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림 1>. 환자와 제3지불자는 이러한 원칙하에 합리적으로 내린 의료 전문직의 숙고된 판단을 존중해 주고, 자신의 입장을 수정하여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환자와 제3지불자 사이에 내린 의사의 판단이 두 입장을 주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면, 이 결정의 존중은 자신과 다른 당사자를 함께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의사의 이중 역할(치료자, 관리자) 이행과 의료 전문직 자율성


환자-의사-3지불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의사의 치료자, 관리자 역할의 상충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치료자와 관리자의 역할이 환자와 제3지불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자와 제3지불자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의사의 숙고된 판단이 단순히 타인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니엘즈(Daniels N)9)는 의학전문직업성이 분배정의에 의해 제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 면서 의료 전문직의 관리자 역할을 인정하였다

    • 과거에 의료의 생산과 제공의 주체는 의사였다. 의료는 의사의 진료 가방 속에 있었고, 의료의 제공은 환자-의사의 개인적 계약 관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의료의 접근성은 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환자의 능력과 의사의 자선적 노동으로 결정되었고, 의사에게 요구되는 프로페셔널리즘은 주로 환자와 관련되어 있었다
    • 그러나 20세기 이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상당부분이 제약회사와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 등 여러 산업과 관련되었고, 의사가 환자에게 재화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과 지분을 소유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픈 환자가 있으면 진료 가방을 들고 찾아가던 의사는 이제 온갖 의료기기에 둘러싸여 환자에게 검사를 시행하거나 약을 처방하고, 여러 가지 시술을 시행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가입된 보험을 이용하여 의사를 찾아가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
    • ,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하나의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데 다양한 생산자가 관여하며, 3지불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다니엘즈는 비록 의사들 단독으로 재화를 소유하고 통제하지는 않지만, 의사들이 필요한 재화를 결정하고, 재화에 대한 접근을 인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보다 복잡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가적 규범들은 그런 복잡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의료에서 필요한 재화를 결정하고 재화에 대한 접근을 인준한다는 것은 치료라는 행위 이전에 누구에게,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보건의료 분배의 관리 문제라 할 수 있다

    • 의료의 생산과 제공이 의사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관리의 역할은 생산의 역할과 구분되지 않았다
    • 하지만 각각이 분리되어 산업화되고, 상업화되면서 의료자원의 관리는 의료 시스템 유지에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의사에게 관리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의사들이 의료자원 배분에 있어 중요한 의학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근거하에서 의사들은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3지불자와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건의료 관리자의 역할은 종종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치료자의 역할과 상충한다

    • 보건의료 관리자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료자원의 분배에 관여한다면
    • 료자는 개별 환자라는 미시적인 상황에서 의료자원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정된 의료자원에 대해 공정한 의료분배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가지고 이를 분배에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기준과 절차도 모든 사람들의 의료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거시적 정책이 개별 환자의 치료에 작용하는 복잡한 사안들을 모두 고려할 수 없으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원이 한정되어 치료에 제한선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주어진 

    • 치료자 역할은 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환자의 이익을 위해 의료를 행하는 것이다. 또한 
    • 관리자의 역할은 정의로운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의료자원의 배분을 담당하는 제3지불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의 치료자와 관리자의 역할은 환자와 제3지불자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두 역할의 상충은 의사가 환자와 제3지불자 사이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유사하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기 위해, 그리고 동시에 의미 있는 보건의료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대립하는 치료자와 관리자의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사들은 종종 개별 환자의 치료에서 관리자 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의사가 식별 가능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치료를 위해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보고 환자들의 가치관을 알게 된다. 임상에서 의사들에게 환자는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는 알지 못하는 무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믿음을 보이는 아는 개별 환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실제 의사들은 제3지불자보다 환자의 입장을 중시하며, 관리자보다는 치료자 역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의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치료이며, 이것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료욕구에 비해 의료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관리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의사들이 관리자의 역할을 소홀히 했을 때, 오히려 치료자의 역량이 제한당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강화된 제3지불자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 치료에서 의사의 역량을 잘 발휘하고, 환자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의사는 관리자의 역할을 잘 담당해야 하며, 의료자원이 적절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림 2>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의사는 치료자와 관리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단적으로 

    • 치료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 관리자의 입장에서 제3지불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 치료자의 입장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선행을 베풀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또한 
    •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제3지불자와 함께 한정된 자원과 의료필요를 고려하여 정의로운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사의 역할은 이 모든 입장과 의료 원칙들이 조화롭고 합리적으로 환자의 의학적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며,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 존중이란 그러한 의사들의 노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림 2> 의료 전문직의 숙고된 판단에 포함되어야 할 환자-의사-3지불자의 역할과 가치.

 



2. 개별 환자 치료에서 자율성 확보를 위한 실천 방안


그렇다면 환자와 제3지불자의 입장이 갈등하고 의사의 내부에서 치료자의 역할과 관리자의 역할이 상충할 때 의사들은 어떻게 숙고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개별 환자의 치료에 있어 

① 근거바탕의학

② 의료의 목적

③ 의료의 효율성

...의 세 가지 기준은 의사들이 갈등 상황을 평가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10,11) 


이 기준은 의사들이 지금껏 중요하다고 여긴 치료자로서의 가치와 환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며, 관리자로서 역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를 통해 식별 가능한 자신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분배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의사들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감소되기를 기대한다.


1) 근거바탕의학


거의 모든 치료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의사결정으로 시작되며, 의사결정에 어떤 요소가 포함되느냐에 따라 치료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레이(Gray M)12)는 환자에 관한 의사결정이 주로 근거(evidence), 가치(values), 이용 가능한 자원과 욕구(resources and needs)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특히 근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근거가 부족하여 무엇이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인지 잘 알지 못하던 시절에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는 견해(opinion)였다. 하지만, 의학 지식이 증가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입증되면서 의사들은 견해의 오류와 위험성을 알게 되었고, 근거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의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적응증에 따른 치료는 근거바탕의학의 핵심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근거바탕의학은 치료의 유용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근거바탕의학의 정보는 지금 수준의 의료에서 환자에게 이익이 되는 치료가 무엇인지를 의료 전문가들에게 알려준다. 의사들은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근거바탕의학의 정보를 의료에 적용한다. 또한 근거바탕의학은 환자와 의사, 3지불자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졌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객관적 자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근거바탕의학은 이후에 이야기하는 의료의 목표, 의료의 효율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환자에게 달성할 수 있는 의료 목표의 수립은 치료의 효과, 안전성, 환자의 만족도 등의 근거바탕의학의 척도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효율성에 관련하여 근거바탕의학을 평가하는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비용-효과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등의 도구들이 보건의료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또한 근거바탕의학이 개별 환자 치료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13)


근거바탕의학을 추구하는 데 있어 주의할 것은 근거가 있다고 하는 치료들의 상당수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아직까지 확률적으로 입증된 자료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에게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하며, 동반할 수 있는 해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의학의 불확실성과 함께 의사들이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사항은 무지 (ignorance, 잘 알지 못하는 것)’ 자체를 근거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한 한다는 것이다.14) 아직까지도 많은 의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을 자신의 견해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그것이 입증되어 가는 과정에서 의학이 발달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하지만 동의된 연구가 아닌, 치료의 영역에서 견해에 바탕을 둔 치료는 환자에게 해를 줄 수 있으며, 전문가의 품위를 낮추는 결과를 야기한다.15)


근거바탕의학은 의사가 현재 보고되어 있는 최선의 증거를 양심적이며, 솔직하고, 신중하게 치료의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이다.16) 의사들은 의학이 가진 불확실성의 영역, 무지의 영역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근거로 제시된 자료들을 보다 신중하고 양심적으로 분석하여 의사결정에 임해야 한다.



2) 의료의 목표


폐암의 뇌전이로 의식이 없는 환자 사례이다. 환자는 이미 심폐소생술이나 승압제 등의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며, 수일 이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환자의 혈압이 올라 수축기 혈압이 200이상까지 보고되었다. 이때 주치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환자의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 경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부지런한 의사들은 환자에게 혈압강하제를 투여할 것이다. 의사들은 수축기 혈압 200을 빨리 교정해야 하는 수치로 배웠고, 정상에서 벗어난 수치를 교정을 하지 않을 때 환자에 대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이 환자의 경우 혈압 조절이 적어도 환자 본인에게 해는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고민 없이 불편한 임상수치를 교정하려 든다.


이 사례는 의사들의 의료 행위가 어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의료는 의학적 적응증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의과대학과 전공의 기간 동안 의사들은 질병과 증상에 대한 치료의 적응증을 배우며, 그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의학적 적응증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환자에게 이익을 주고 해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문제는 종종 적응증에 따른 치료와 환자 개인에게 혜택이 되는 돌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데에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치료는 비록 의학적 적응증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의미 없는 치료가 된다.


환자 치료에서 의료의 목표를 설정하고 재확인하는 것은 치료가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의료의 목표 설정이 의학적 판단을 통해 개별 환자에게서 달성할 수 있는 건강 수준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가 모자라거나 과도한 치료로 인해 해를 입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종종 의사들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요구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며, 의료를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음에도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를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의사들은 환자와 의료 목표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즉 의료 목표의 설정은 환자에게 이익을 주며, 치료 과정 중에서 발 생하는 갈등을 축소시켜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의사들은 환자 개인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의료의 목표로 삼고, 이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의학적 처치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상당수의 많은 의사들은 자신이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이 질병을 낫게 하고, 증상을 개선시키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가 기대되지 않는 환자에게 더 이상 할 치료가 없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를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그 이상이다. 의사들은 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보존할 수 있고, 교육하고 상담해 주는 역할을 하며, 임종기를 평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환자 치료의 목표가 된다<1>.


위의 사례에서 의사들이 제시할 수 있는 환자의 의료 목표는 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혈압조절은 이 환자의 의료 목표와 무관하다. 즉 환자에게 의미 없는 치료가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환자들이 목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의사들은 항암제 등에 효과가 없는 말기암환자에게 호스피스 치료를 권하고, 장기간의 요양이 필요한 노인환자나 만성질환 환자에게 그에 맞는 의료기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호스피스 치료나 장기 요양 환자를 돌보는 의사는 환자의 의료 목표에 맞게 치료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의료의 일반적 목표*

 

 


3) 의료의 효율성


개별 환자의 치료에서 의료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 상황을 다루는 판단 기준으로 의료의 효율성을 제시하는 이유는 의료자원이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제3지불자와의 갈등을 줄이고,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는 것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의사들은 무의미하며, 중복되거나 과도한 검사와 치료가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고, 이러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의료의 효율성을 치료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투자한 자원에 대한 결과의 양을 가지고 효율성을 평가한다. 의료 영역 역시 주로 비용에 대한 결과로 효율성을 평가한다. 무엇을 의료의 결과로 삼을 것이냐에 따라 의료의 효율성 평가는 달라지며,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치료로 인한 이익과 해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에서의 효율성 평가는 쉽지 않다. 비록 효율성 산출이 어렵다 하더라도, 의료 자원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 의료의 효율성 평가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다행히 효율성 평가에 이용할 수 있는 장애보정생년(disability adjusted life year), 활동장애가 없는 건강여명(disability free life ex­pectancy), 질보정생활년(quality adjusted life year) 등 사망 및 상병수준을 포괄하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다.18) 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표들의 결과를 치료에 적용하며, 의료정책을 세우는 데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의료의 효율성을 산출하는 작업은 치료자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연구자의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이것을 치료자인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치료자가 가장 정확히 의료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 결과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 환자들이 생각하는 이익과 해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치료자이기 때문이다.


의료의 효율성에 대한 결과는 주로 보건의료 자원의 분배에 이용되며, 개별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임상 사례마다 환자의 질병 정도가 다르며, 추구하는 의료의 방향과 결과가 다양하고, 그에 따라 이익과 해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환자의 치료에서 의사가 의료의 효율성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돌봄을 제공하되 환자에게 무익한 치료가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같은 진단을 확인하기 위해 중복하여 시행하는 검사는 없는지, 불필요한 약이나 처치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환자 질병의 중증도, 위급도, 회복 가능성 여부에 따라 환자가 적절한 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사들이 임상에서 취할 수 있는 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자율성에 대한 이론들에서 행위자(agency)와 자유(liberty)는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자율성의 핵심 요건이다.19) 

  • 행위자의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자유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람들은 행위자의 판단과 행동이 타인과 사회에 적어도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행위자에게 자유를 허용한다

전문직에게 허용되는 자율성은 사회가 전문가에게 자신의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그 직업의 결과가 공동체에 이익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 의료 전문직의 경우 자율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의사의 행위는 환자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적 선에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의사들은 선택의 어려 움을 겪으며, 선택한 결과에 대해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제시한 세 가지 기준-근거바탕의학, 의료의 목적, 의료 효율성-은 복잡해진 의학적 의사결정에서 의사들의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근거바탕의학, 의료의 목적을 고려하는 행위는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가해질 수 있는 해를 최소화하며, 이익을 주고, 의사들이 치료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의료의 효율성 고려는 제한된 자원을 가장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으로서 관리자의 역할을 대변하며, 중복된 검사나 치료가 행해지지 않도록 예방함으로써 의료행위에서 환자에게 가해지는 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개별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근거바탕의학, 의료의 목적, 의료 효율성 고려를 통해 정당화된 판단은 자율성의 중요한 요건이 되는 행위자의 역량을 보장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행위자의 역량, 능력이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공동체가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자율성은 보장될 수 없다. 자율성의 중요한 요건인 자유는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게 누군가가 행위자의 활동을 보장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문직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고유의 전문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전문직을 가진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전문직의 역할을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의료의 영역에서 전문성 존중은 의사가 개별 환자를 치료하고,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자신의 전문성을 잘 발휘하여 환자와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 있다. 의사들의 전문성이 환자와 사회에 도움을 주며, 사회가 그 전문성을 존중해 줄 때,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은 확보될 수 있다.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의사들은 환자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환자 치료에 있어 근거바탕의학, 의료의 목표, 의료 효율성의 고려는 신뢰를 얻고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의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역량이다. 하지만 현실의 의료 환경에서 이 기준의 적용에 몇 가지 제약점이 있다.


  • 첫째는 근거중심의학, 의료의 목표를 추구하는 의사 결정이 제3지불자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의료의 효율성 고려가 환자와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기, 기술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제도의 개선은 의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며, 상승하는 의료비용을 한정된 보건의료 자원으로 감당하기는 벅차다. 반면 의료 이용자는 가능하면 새롭고 효과적인 최첨단의 의료 기술의 혜택을 받기 원한다. 의사들은 이러한 충돌하는 욕구들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각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 둘째로 제도적인 제약점이 있다. 3지불자의 등장뿐 아니라 의료 제도, 의료의 산업화, 상업화 등이 모두 의료 전문가의 역할과 역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민간 의료 기관으로 첨단 의료 기기와 최신의 의료 기술을 유지하여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려한다. 반면, 정부는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지나친 저수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에서 근거중심의학, 의료의 목표, 의료 효율성을 고려한 의사들의 선택은 병원 정책과도, 정부 정책과도 상충하게 된다. 많은 환자를 보고, 많은 검사를 시행하며, 때로 고비용의 치료를 해야 만이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준에 따른 치료를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면의 제도적 결함보다는 의사들의 과도한 의료 행위가 표면적으로 드러나면서 의사들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자율적인 행위자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신뢰를 잃은 의사는 환자와 제3지불자 사이의 계약관계, 그리고 환자 치료라는 의료의 본질과 상업화된 의료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며, 이는 다시 의사들의 신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 의사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설정된 의료의 목표에 맞게 효율성을 고려하며 개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 셋째로 의료자원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공적자금의 이용에 대한 향상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단지 자신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며, 필요 이상의 검사와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태도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환자를 끌기 위해 고가의 검사와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들의 태도는 모두 필요한 곳에 의료자원이 이용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은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치료 기준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을 도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문직의 자율성의 확립은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함께 전문성을 인정하는 제도와 높은 시민 의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III. 결론


환자-의사 계약관계에서 사회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선행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외압에서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도록 의사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자율성은 의사들의 신뢰도 상실, 환자의 권리 증대, 3지불자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게 되었다. 환자의 자율성이 의사의 자율성으로 표현되는 선행의 의무에 앞서게 되었고, 3지불자의 권한이 환자와 의사 사이에 협의된 의료를 통제하는 범위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환자와 제3지불자의 권한 강화는 환자-의사-3지불자 사이에 다양한 갈등을 야기하였다. 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원하며, 3지불자는 보험범위 내에서 최소의 치료를 제공하려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와 제3지불자를 직접 대면하는 당사자로서 둘 사이의 갈등을 다루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의사는 갈등 상황에서 환자와 제3지불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며, 환자와 제3지불자는 이러한 의사의 판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 환자-의사-3지불자 계약관계에서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은 삼자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의 숙고된 판단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의사의 숙고된 판단은 환자와 제3지불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자율성 존중, 선행의 의무, 분배정의의 원칙을 고려해야 하며, 의사의 이익이 아닌 환자와 제3지불자의 이익을 반영해야 한다.


환자-의사-3지불자 사이에 갈등 해결을 위한 의사의 숙고된 판단은 의사의 치료자와 관리자 역할의 실천과 밀접히 관련된다. 단적으로 치료자는 환자의 역할을, 관리자는 제3지불자의 역할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환자 치료에서 의료윤리의 원칙하에 이 두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것은 의사들의 자율성 확보에 중요하다. 하지만 식별 가능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사에게 제3지불자의 입장을 고려한 관리자의 역할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의사들 에게 근거바탕의학, 치료의 목적, 의료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개별 환자를 치료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기준은 의사가 개별 환자를 치료할 때에 환자와 제3지불자의 주장을 조율하고, 치료자와 관리자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 국민 의료보험은 약 30년이라는 단기간에 완성되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과 국민 전체의 건강수준은 짧은 기간 동안 놀랍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전 국민 의료보험의 완성 이면에는 저부담-저급여-저수가의 구조적 불합리성이 자리하고 있다.20) 의사들이 자비를 투자하여 병원을 세우고, 의료행위를 한 것에 대해, 정부가 치료로 발생한 비용을 저수가, 저급여로 제한하고 간섭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의 불합리성은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박리다매식의 진료, 과잉진료, 부당진료 등의 의료의 왜곡을 조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프로페셔널리즘의 강조는 때로 부당하게까지 느껴지며,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 확보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의사들이 아무리 훌륭한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이를 환자나 제3지불자, 사회가 존중하지 않는다면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 , 의사 집단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만 자율성의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제3지불자는 시스템의 문제에서 야기된 의료의 왜곡을 의사의 전문직업성의 부재로 돌리며,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제한해 왔다.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이 궁극적으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의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의사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한 문제 해결 방식이 되지 못한다. 실제 많은 문제들이 의료 제도의 불합리한 구조에서 비롯되었으며, 3지불자는 제도의 문제에서 발생된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지불자는 시스템의 불합리성과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새롭게 제시된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와 제3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사회에 이익이 되는 판단을 통해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의사의 숙고된 판단이 의료제도에 반영된다면, 이는 환자와 사회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제16권제2호(통권 제37호) : 159-173 ⓒ한국의료윤리학회, 2013년 8월

Korean J Med Ethics 16(2) : 159-173 ⓒ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August 2013


Autonomy in the Medical Profession and the Practice

in Ensuring Respect for Their Professional Autonomy*

KIM Do-Kyong**, KWON Ivo***


Abstract

Physician autonomy and medical professionalism have been changing ever since the patient-physician medical relationship was changed to patient-physician-third-party payer medical relationships. Until now, physician autonomy has meant that physicians should have complete freedom to provide the best treatments for their patients, without external constraints, but ever since medical insurance was introduced, medical decisions have been controlled by the third-party payers, and many conflicts have emerged in the patient-physician-third-party payer medical relationships. The concept of physician autonomy thus has to be changed. That is, the society should respect the rational and deliberated decisions of the physicians to resolve the conflicts between their patients and the third-party payers beyond the obligation of beneficence towards the patients. To mediate between their patients and the third-party payers, the physicians should carry out two roles - as healer and as manager - and should adjust the different applicable principles, such as patient autonomy, beneficence, and justice. The physicians have to be well acquainted with such principles and should make the appropriate decisions so as to gain social trust. To help resolve the conflicts between the patients and the third-party payers, the physicians should effectively carry out their roles as healer and manager by considering evidence-based practice, the treatment goal, and cost-effectiveness in their clinical practice. These criteria can help the physicians make reasonable and well-deliberated decisions in relation to their just provision of medical care for their individual patients.

Keywords

professional autonomy, third party payer, manager, evidence-based practice, care goals, cost effect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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