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학 출신 학생들의 국내 의학전문대학원 적응에 관한 질적 연구 (KJME, 2015)

Returning students’ perspectives on adjusting to medical graduate school in Korea: an interview study

박소연, 권오영, 윤태영

So Youn Park, Oh Young Kwon and Tai Young Yoon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 및 의인문학교실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and Medical Humanities, Kyung He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1996년 대통령자문 교육위원회가 처음 제안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는 법학이나 의학 분야의 전문인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성을 제공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1]. 당시 기존의 의학교육은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이 취약하다고 비판 받았으며, 각 학교들은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2]. 이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한 가지 방편으로 지원자들에게 다양한 입학기회를 제공하였으며 그 중 하나가 국외 소재 외국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이다. 한국의학교육 평가인증 규정에 따르면 학생 선발에 대해 특성화된 대학원 편제에 합당한 다양한 경력을 소유한 학생 선발 여부가 평가의 한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으며[3], 이러한 특별전형을 통해 현재 해마다 일정 비율의 외국대학 출신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있다. 일례로 2011년 기준 주요 13개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생의 외국대학 출신 합격자 비율은 평균 6.2%였다[4].




1.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동기

연구 대상자로 면접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16명으로 각각 1학년 5명, 2학년 1명, 3학년 4명, 그리고 4학년 6명이었다. 이들의 특성을 입학 배경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별로는 남학생 7명, 여학생 9명이며, 학사학위를 받은 국가는 캐나다 4명, 미국 12명이다. 이전 전공은 인문사회계열이 3명, 공학계열 1명, 자연계열 12명이다. 한국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동기로는 더 좋은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서거나 (9명),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위해 입학하였으며(3명), 기존 학업 수행 국가에서의 진학이 어려워서 택한 경우(2명),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내고 싶어서 진학한 경우(2명)가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진학을 본인 스스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당시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를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해준다. 재학 중인 대학원을 선택한 배경에는 대학원의 순위나 평판도(7명), 교육 과정 및 교수진(1명)에 대한 고려 이외에도 지인이나 친척의 추천(3명)과 입학조건(5명)이 영향을 미쳤다. 본 연구에서는 면접 결과를 바탕으로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학교에 대한 적응을 크게 학업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2. 의학전문대학원 적응 문제

1) 학업적 측면

먼저 학업을 성취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구조적 원인으로는 경직된 의대 학습 문화, 제한적인 교수-학생 관계, 부족한 학업지원 서비스 등이 지적되었다. 학습량이 방대한 의학의 특성상 빽빽하게 수업 스케줄이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주로 수동적으로 수업에 임하기가 쉽다.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위축감을 느끼거나 본인의 학습 능력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쉽게 규정하기도 하였다(case 2, case 6).

한국사회 분위기인 것 같은데, 외국은 수업도중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교수님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라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말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선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어서 질문하는 것이 수업에 방해되는 것 같아 질문하기가 어려워요. 학업량도 많아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교수님이 말씀하시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요(case 6).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제한적인 교수-학생 간 관계가 지적되었다. 의과대학에서의 교수-학생 관계는 타 학과와는 달리 졸업 후에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들의 영향력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사제 간의 관계를 좀 더 어렵게 느낀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생들도 적극적으로 지도교수님들과 상담하는 경우는 전체 면담자의 32%에 지나지 않았다. 상담을 경험한 학생들의 주된 상의 내용은 개인적 고민에 대한 내용과 향후 진로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었으며 그 외에 시험 및 성적에 대해 상의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업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특별한 조언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ase 15, 16).

학교생활이 가끔 힘들 때도 있다는 것을 교수님들이 좀 알아줬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특히 1, 2학년 때는 하루 종일 수업을 받아들이면서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case 15).

1학년 때 도서관에서 밤새면서 이게 뭐 하는 걸까 고민한 적도 있고……. 버티면 지나간다는 느낌은 있는데 순간순간 힘들었어요(case 16).


학과 강의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13명의 학생이 80% 이상 이해한다고 대답하였으며 나머지 3명은 60%~80% 이해한다고 응답하였다. 수업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로는 전공 특성상 내용이 어렵고 수업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그 외에 본인의 기초학습이 부족하거나 예습, 복습을 하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학과 과제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5시간 이상에서 10시간 미만이 소요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예습, 복습에 투자하는 시간은 개인별로 차이가 컸는데 가장 많은 6명의 학생들이 일주일에 평균 5시간 이상에서 10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 4명이 20시간 이상 투자한다고 대답하였다. 학업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서 19%가 불만족한다고 대답하였으며 그 내용은 Table 1과 같다. 학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특히 불만족하는 부분은 장학금 혜택과 학업지원서비스, 그리고 학교 시설 및 교육 여건 조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진로지도서비스와 행정지원서비스에 대한 부분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 문화적 측면

학생들은 의학전문대학원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위계질서를 더 많이 강조하며 경직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민감한 사안들(성적 발언이나 특정 계층 비하 발언)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쉽게 언급하는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문화 차이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선 이 정도 의견을 제시해도 정당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선배들이 봤을 때는 ‘그건 아니지.’라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case 1).

이건 제가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친해지려고 하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이것을 외국에서 들었다면 아니라고 했을 것 같은 성적인 발언들을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쉽게 하는 모습을 봤어요(case 1).



이러한 문화에 대해 입학 전에 어떠한 사전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어 입학 후 문화 충격이 좀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입학 직후인 1학년 때 문화충격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적응해 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재 문화가 특별히 바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본인이 적응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문화에 대해 알고만 들어왔어도……. 이 정도이다라고 솔직하게만 말해 줬어도 괜찮을텐데 예상을 못한 것들이 갑자기 다가오니까……(1학년).

학교생활에 있어서 위계질서가 다른 집단보다 강하다 보니까 그것에 대해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이건 여기 생리니까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고, 겪는 과정에서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2학년).

학업적인 것만 해결이 되면 다른 부분들은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솔직히 우리 학년에서 문화에 적응을 못하는 것은 거의 못 봤어요. 3학년 정도 되면 병원 등의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거든요(3학년).



의학전문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면담 학생의 43%가 차별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주된 내용으로는 성별에 대한 차별이 가장 많았다.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다양한 학문적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였으며, 다음으로 더 좋은 취업기회 확보를 언급하였다. 의학전문대학원 과정 중 생활에 대한 전체적 불만족 비율은 학업 불만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6%로 확인되었다. 앞서 언급한 문화적 측면 이외에 특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 것은 기숙사 시설의 부족이었다(Table 1).



졸업 후 계획에 대해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4명을 제외하고 7명이 한국에서 수련 과정을 지속하겠다고 대답하였으며 나머지 5명은 외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 더욱 강하였다.

외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한국에서 힘든 것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여기 학교생활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거든요. 한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닌 학생들과의 차이가 느껴져요.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도(case 12).

한국 와서 느낀 것이 나이가 좀 있는 상황에서 입학한 친구들에게는 불이익이랄까? 갈 수 있는 곳도 좀 제한되어 있고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전혀 그런 것을 못 느끼다가 한국에서 그런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외국의사자격 시험을 보고 나갈까 해요(case 16).





Abstract

Purpose:

The recent trend of switching from medical graduate school to medical school in Korea raises questions about the adjustments that students must make in medical education. We examined the perceptions of medical graduate students with regard to their adaptation in medical education.

Methods:

Sixteen semistructured, in-depth interviews were administered to medical graduate students who received their first degrees in foreign countries. The interviews addressed their perceptions of their experience in medical graduate school and on how well they adjusted to medical education.

Results:

Students perceived their adaptation to medical graduate school in two dimensions: academic achievement and cultural adjustment. In academic achievement, a limited student-teacher relationship was recognized by students. Students tended to be passive in the classroom due to an uncomfortable atmosphere. They also reported witnessing culture shock in relation to the paucity of information on entrance into medical graduate school. Freshmen voiced many difficulties in adjusting to the unique culture in medical graduate school, in contrast to upper classmen. However, only 32% of students experienced helpful mentoring for their problems.

Conclusion:

Students’ perspectives should guide all decisions made about medical education in an altered educational system.Self-regulated learning and a good mentoring program can help prepare students for medical education and professiona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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