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생상담의 ABC

ABC of medical student counseling

이수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Lee Su Hyun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최근 들어 학생상담에 대한 교수들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교수들의 학생상담을 의무화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학생상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막상 상담을 하려고 할 때 무엇을,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얘기를 간혹 듣는다. 초, 중, 고등학교 교사들은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교직과목으로학생상담 및 생활지도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지만 대학의 교원들은 그러한 기회가 없기 때문에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상담 교육은 그 필요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강혜영, 이제경, 2009).


교수들에 대한 학생상담교육의 필요성은 의대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다른 대학생들과 공통적인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의대생들만의 독특한 문제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적성에 대한 고민이 많고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결여되어 있고 공부에 재미를 못 느끼고(암기식, 분량과다), 여가가 없다고 한다(박정한, 김경환, 김광우, 전혜리, 1999). 또한 친구사귀기에 인색하고 배타성이 크며 수동적인 공부(족보 중심의 공부)를 하며 교양 공부가 부족하여 세상 물정이 어둡다고 한다(민성길, 구민성, 1999). 이 같은 학생 특성으로 볼 때 의대 교수들도 학생상담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며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따라서 의대 교수들은 교과교육 뿐 아니라 학생들의 고민과문제를 인식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의대 교수들에게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 또 다른 업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학교교육은 교과교육과 생활지도라는 두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과지도 뿐 아니라 생활지도를 위한상담활동을 하는 것은 교원의 매우 중요한 교육활동중의 하나다. 따라서 교수들은 학생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방법을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상담은 왜 필요한 것인가? 학생상담은 두 가지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된다. 

  • 첫째는 교육적 측면으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나아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데 필요하다. 
  • 둘째는개인적인 측면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 개인의 발전과 행복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지도하는데필요하다.


학생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유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주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고민하는 문제 영역은 학업영역, 진로영역, 개인사회적 영역으로구분할 수 있다. 의대에 입학할 정도의 학생 수준이라면 학업과관련해서는 고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학업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중고등학교 때의 공부와 달리대학공부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매우 중요하며 더욱이 의대공부는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에 있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업상담에서는 학습전략 습득, 학습방법 지도, 교육정보제공 등이 포함된다. 교수들은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의 고민을 노력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결과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학생의 문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확인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로상담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직업을 선택하도록 돕고 나아가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을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단순히 학생과 직업을 기계적으로 짝짓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진로상담을 위해서 학생에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의대에 입학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부모나 주변의권유에 의해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입학을 했더라도 다행히 의대공부가 적성에 맞으면 괜찮지만 생각보다 재미없고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실제로 의과대학 재학생들에게 다시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면 의과대학에 진학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50.3%의 학생만이 진학의사를 밝히고 지금 전과가 가능하다면 전과를하겠다는 학생들이 28.1%에 달했다. 또한 의과대학 졸업 후 진로나 전공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36%로 조사되었다(전우택, 양은배, 김은경, 2006, 재인용). 이미진로결정을 하고 왔더라도 의과대 안에서 세부적으로 관심있는직업군(임상가, 연구자, 내과,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야 하기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한 순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따라서 진로고민을 하는 학생의 경우 적성에 대한 고민인지, 정보부족으로 인한 고민인지, 의사결정의 문제인지를 먼저 구별하고 문제에 따라 세부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사회적 영역으로 정서와 성격문제, 대인관계, 건강과 여가지도 등이 포함된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문제를 함께 살펴야한다.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이 미숙하거나 인간관계에서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있다. 또한 심인성 질환으로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관리가 안되거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경험하는 학생들은 남들도 다 그런다고 생각하거나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계속 악순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들을 간과하고 진로나 학업문제로 상담을 요청할 경우 여러 문제들이 어떻게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야하며 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루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성격적인 문제나 정서적인 문제가만성화되어 우울이나 불안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일 경우,전문가에게 연결(refer)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는 학교상담의 특징과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살펴보고자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의 가장 큰 특징 중하나는 비자발적인 학생들이 상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초, 중, 고등학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학 상담에서도유급 대상자들이나 제적 위험에 있는 학생들, 학교에 적응하지못하는 학생들을 지도교수나 담임교수가 학생을 불러서 상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비자발적인 학생들은 상담에 대한동기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변화되지 않는 원인을 상담이나 상담하는 선생님의탓으로 귀인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의대는 학생들의 학업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급생이나 제적 위험생들의 자발성만 기대해서는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상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학생들이 상담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볼때, 유급이나 제적문제로 상담 받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는 낙인찍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움 받는 것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이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도움추구 행동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상담에 대한 거부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으로생각하는 하는 것은 위험하다. 상담 받는 학생에 대한 낙인찍기나 학생에 대한 편견, 평가적인 태도만 개선되어도 상담에 대한거부감은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학교 상담의 특징은 이중관계와 관련된다. 이중관계란 상담자가 내담자와 둘 또는 그 이상의 역할을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가지는 관계를 말한다. 즉 교수는 이미 학생과 사제관계이면서 상담자 역할을 하게 되니 이중관계라 할 수 있다. 물론전문적 관계에서 이중관계는 불가피하고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아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중관계가 야기하는 몇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 첫째는 객관성과 중립성의 상실이상담자의 판단에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중관계에 들어갈 경우 학생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담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둘째, 학생과교사,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착취와 위해의 가능성 커진다는 점이다. 학생을 착취로부터 보호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교수의 의무라고할 수 있다. 따라서 교수나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판단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의사결정과정이 매순간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상담이라는 맥락이 또 다른평가의 장이 될 수 있다. 즉 상담 받으러 온 학생을 공부 못하고부적절한 학생으로 낙인찍기를 할 수 있다. 이는 교수의 학생에대한 기본적인 태도와 관련이 되는데 학생을 상담할 때 문제에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상담한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수의 학생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 배려, 신뢰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상담의 효과에도 매우 큰 영향을미치게 된다. 따라서 학생상담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담자 역할을 하는 교수의 인간적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상담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첫째, 비록 학생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보다 장점 찾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학생이 변화될 것이라는 인간적인 신뢰이며 또 하나는 문제를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긍정적 자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이 가져온 문제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학생에게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둘째,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심리적 문제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어떤 얘기에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는 믿음만 학생에게있다면 학생은 솔직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얘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학생을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경청하기만 잘 된다면 머릿속으로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자연히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성과가 생각만큼 나오지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 상담 성과는 금방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뒤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로 상담자로서의 노력을 평가절하 할필요는 없다. 가장 효과적인 상담이 학생에 대한 존중과 긍정적인 관심임을 잊지 않는다면 학생에게 존중받는 스승이자 상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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