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표현 교육과정개발

The Process of Developing a Clinical Presentation Curriculum


이병두, 박훈기1

인제의대 내과학교실, 한양의대 의학교육학교실1

Byoung Doo Rhee, M.D., Ph.D., Hoon-Ki Park1, M.D., Ph.D.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Busan, Korea

1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Hany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책임저자 주소: 박훈기, 133-791,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Tel: 02-2290-8740, Fax: 02-2281-7279

E-mail: hoonkp@hanyang.ac.kr



서론

국내 의과대학의 기본의학교육(basic medical education)과정은 전통적인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수직적 연결 과정에서, 장기계통중심의 통합교육과정 추가[1,2], 문제바탕학습 도입, 팀 바탕학습 도입 등의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본론

1. 국내 의과대학 교육과정 변화

의과대학 인증평가 및 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 도입은 평가가 교육을 좌우한다는 금언을 실감케 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통합의학교육은 서울의대에서 처음 도입한 후 여러 의과대학으로 전파되었다[3]. 통합교육과정은 1950년대 미국 Western Reserve School of Medicine에서 시행한 수평통합(horizontal integration) 교육과정을 모델로 하여 서울의대에서 1971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한 교육과정이다.


1990년대 말에 처음으로 문제바탕학습 방법이 국내에 소개되고 성균관의과대학은 문제바탕학습 교육과정이 임상 전 교육과정의 골격을 이루는 최초의 의과대학이 되었다.


통합교육과정에 문제바탕학습을 접목시킨 경험은 튜터(tutor) 동원, 의학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 등으로 보완책으로서 자리매김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4]. 통합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강의 내용의 일관성, 교수학습 방법의 다양성, 통합을 강조하는 평가 방법의 도입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5]. 통합교육에 문제바탕학습, 혹은 팀 바탕학습 도입을 시도하였지만 지나친 튜터의 개입으로 학생들의 역동적인 토의가 어려워지고 학생들의 긴장을 유발하여 학생들은 오히려 학습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6].



2. 외국 의과대학 교육과정 변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Flexner는 미국과 캐나다 의과대학을 일일이 방문하여 의학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나누어 체계적으로 교육할 것을 제안하였다[7]. 그 이후 의대 교육과정은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적 지식의 과부하, 적절한 교육과정 부재, 기초와 임상의 연결 구조 결함, 통합 부족, 맥락 및 관련성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8]이러한 흐름에서 캐나다 McMasters 의과대학을 시작으로 문제바탕학습 교육과정이 새로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임상의사의 문제해결능력은 모든 임상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역량(generic competency)이 아니고, 임상 맥락이나 사례별 문제의 특이성을 반영한다는 점이 인지과학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문제바탕학습 교육과정에서 배양되는 문제해결능력은 의사가 된 후 현실에서 접하는 임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더구문제바탕학습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졸업 후 임상에 들어오기 전에 체계적인 지식을 충분히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9].


1990년대에 들어와 역량바탕평가(competency-based assessment)와 학습성과바탕교육(outcome-based education)이 의학교육의 화두로 떠올랐다[10]. 학습성과바탕교육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 1) 교육과정이 끝나면 달성해야 하는, 명백하게 기술한 학습성과를 개발하여야 하고, 
      • 2) 학습성과를 성취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학습전략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 3) 학습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 있고, 학생개개인이 학습성과에 도달했는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 4) 필요에 따라 학생들에게 재교육 혹은 보강 교육(remedial learning)이 이루어져야 한다[11].

영국 Dundee 의대에서는 1997년 의대교육 과정 5년 전체에 학습성과바탕교육 방법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학습성과바탕교육이 교육과정에 반영되는 정도와 변화 속도는 매우 다양하다[12,13]. Table 1은 영국의 Dundee의대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의 학습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졸업후 의학교육인증평의회(accreditation council on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는 2003년에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에서 학습성과바탕교육을 채택하도록 권고하였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은 졸업 후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와 환자가 요구하는 능력 위주로 편성된 진료(practice)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의사를 준비시키는 접근방법이다[14]. 역량바탕의학교육은 학습성과바탕교육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수련기간 자체를 중요시하지 않고 책무성, 유연성, 학습자 중심 원칙을 강조한다.


역량바탕의학교육은 특정한 학습전략이나 형식을 한정시키지 않고 의도하고 있는 학습성과를 명백하게 기술한다. 1993년 영국에서 Tomorrow’s Doctors가 제정된 후 졸업 후 의학교육은 기간 혹은 과정 중심에서 역량바탕교육체제로 전환되었다. 그 후 역량바탕의학 교육은 캐나다 Canadian Medical Education Directives for Specialists (CanMEDS) Framework, 스코틀랜드, 미국 졸업후 의학교육인증평의회의 Outcome Project, 영국 General Medical Council (GMC)의 Good Medical Practice, 네덜란드 의학교육 등에 전파되었다[16]. 이 방법은 의료분야에서는 진료 현장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authentic)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게 하고 기본의학교육이 평생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17].









3. 캐나다 캘거리 의대의 임상표현교육과정


1) 캘거리 의대 교육과정 변천사

캘거리 의대는 1968-1970년에 처음으로 의대 교육과정이 신설되었다.


교실 혹은 교과목 단위로 분리된 교육 체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초와 임상의학을 병합한 통합교육과정(integrated curriculum)을 선택하였다. 통합교육과정은 1950년대에 미국 Western Reserve School of Medicine에서 처음으로 발전시킨 신체계통(body-system)중심 접근교육과정이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1990년대 초 당시 캘거리 의대 교육과정을 자체 재검토한 결과 장점도 많았지만 몇 가지 결함이 발견되었다.


른 하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임상문제해결능력 배양이 필요한데, 정작 임상문제해결능력은 일반적인 역량이 아니고 특정한 임상 문제마다 관련된 구조화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갖추어진다는 점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과정은 임상문제해결능력 배양과 성인학습원리에 입각한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2) 주요 임상표현(clinical presentation) 중심 교육과정 구조

임상표현 중심의 교육과정에는 인체가 수많은 손상이나 기타 여러 외부 영향을 받았을 때 보여주는 반응 양식은 몇 가지로 정해져 있으며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이러한 반응 양상은 안정적이며 변화가 적다는 대전제가 있다[18]환자가 의사를 찾아와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또는 보여주는 양상을 ‘임상표현’이라고 부른다. 임상표현은 한 사람,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 지역 사회, 인구 집단이 의사에게 찾아 왔을 때 자신 혹은 집단의 상태를 표현하는 공통적이고 중요한 방식이다.


1994년 가을, 캘거리 의대 교육과정위원회(curriculum committee)에서는 임상표현 일관성의 대전제가 원론적으로 옳다고 인정하고 이전의 교육과정에 대한 대체하는 임상표현을 중심으로 한 역량바탕교육과정을 채택하였다. 그 후 캘거리 의대에서 개발한 대표적 임상표현 목록은 캐나다 의사국가시험 학습목표집의 개발의 모태가 되었다[19]. 캐나다 Medical Council of Canada (MCC)에서는 1992년 초판, 1999년에 제2판, 2004년에 제3판 의사국가시험 평가목표집(objectives for the qualifying examination)을 발간하였다. 제2판에서는 임상표현을 127개로 정리하였고 제3판에서는 120개로 정리하였다. 2009년에는 ‘The 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CanMEDS에서 정의한 7가지 영역의 의사 역할(communicator, collaborator,health advocate, manager, scholar, professional and expert)별로 임상증상을 재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2009년 개정판에는 Considerations of the Cultural-Communication, Legal, Ethical and Organizational Aspects of the Practice of Medicine (C2LEO)의 목표를 추가하였다.


3) 최종목표(terminal objectives)

최종목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해당 임상표현을 접했을 때 해야 할 일(what to do)로 정의하였다(Table 3). 최종목표는 아래의 4가지 기준(criterion)에 따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였다.






(1) 첫 번째 기준

개별 임상표현의 최종목표는 6가지의 표준적인 임상수행영역(병력청취; 신체진찰; 추정진단 목록 나열-감별진단 목록 나열; 적절한 검사 처방; 추정 진단의 자연사, 예후, 합병증 등에 대한 환자 교육; 예방, 치료, 합병증 관리에 대한 상담)에 따라 기술하여야 한다.


(2) 두 번째 기준

일반적 목표의 기술인데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적절한 임상표현을 선택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면, 일시적인 의식소실이 있을 때 경련(24번 증상)이 맞는 표현인지 혹은 실신(84번 증상)이 해당 표현인지 확인할 수 있다.


(3) 세 번째 기준

최종목표 카드에 6-9개의 진단 범주를 나열하고, 전형적인 진단명(prototype)을 가장 먼저 제시한다. 여기에는 가능성이 있는 진단명을 모두 다 나열하지는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 스스로 졸업 후 전공의 수련교육이나 수련 후 평생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질병으로 나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나열한 질병목록은 시대 및 지역사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하지만 120개의 임상표현은 바뀌지 않는다.


(4) 네 번째 기준

최종목표는 학생들에게 전문가가 임상 문제를 해결할 때 활용하는 “감별진단체계(스키마, schema)”, “접근법(approach)”, “진단 길잡이(road map)”등으로 조직화 된다[20]. 학생들은 소그룹 활동이나 문제바탕학습 과정에서 이러한 진단체계를 활용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임상표현교육 과정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전문가의 감별진단체계를 각 임상표현 별로 작성한다는 점이다. Fig. 2는 빈뇨라는 임상표현을 시각적으로 도식화한 스키마를 나타내고 있다. 스키마는 관련 지식을 조직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복잡한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지식을 인지적으로 범주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스키마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만들고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 기본 틀을 제공해주고 임상문제해결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지식체계가 취약한 사람은 명백한 조직체계를 보여주거나 새로운 정보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임시 모델을 제시하여 새 지식의 획득 초기 단계에서 얼개를 알려 주어야 한다. 따라서 스키마는 지식의 구조인 동시에 지식 탐색 전략을 제공한다. 임상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반화된 공통된 방법으로만은 안되고 임상문제마다 특정한 해결책을 사용해야 한다[21].


학생들이 이 카드 시스템을 통하여 전문가의 임상 문제해결 방식을 배우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학생들이 임상 상황에서 의식소실이라는 임상표현을 접하면 Fig. 1의 제일 앞면의 카드에 나와 있는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6가지 원인 질병을 우선순위에 입각하여 재정리한다. 예를 들어 실신의 기전이 대뇌로 가는 혈류 감소로 인한 경우라고 생각하면 이에 해당하는 우선순위가 높은 질병을 떠올린다(Table 1의 일반목표와 Fig. 1의 b-1칸 적용). 만약 심장박출 경로의 폐쇄에 의한 경우라면 전형적인 질환으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먼저 감별진단 하려 할 것이다(c-0칸). 마찬가지로 실신이 심장의 펌프작용의 이상에 의한 경우라면 부정맥을 우선순위에 놓을 것이고(d-0칸), 뇌혈류 감소가 동맥의 협착에 의한 경우가 의심되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c-0칸), 압력수용체의 과민성에 의한 실신이 의심되면 경동맥동자극에 의한 실신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Fig. 1의 h-0칸). 둘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임상표현은 일반목표에 의해 구분이 된다. 예를 들면 실신이 있을 때, Table 3의 일반 목표를 보면 경련과 구별을 짓는 병력을 청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경련발작이 아닌지를 감별하는 병력청취를 하게 될 것이다. 셋째, 만약 임상 증상이 실신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확인되면 학생은 그 다음으로는 Fig. 1의 c-1 칸에 해당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과 관련된 병력을 청취하고 이어서 필요에 따라 나머지 5가지 의료행위 영역에 대해서도 같은 작업을 진행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이러한 임상 소견에서 출발하여 감별진단을 하는 전향적인 추론과정(forward-reasoning problem solving)을 지면의 사례, 표준화 환자, 실제 환자를 통하여 반복 적용함으로써 전문가의 진단체계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4) 실행 목표(enabling objectives)

일단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임상표현별로 최종목표가 확정이 되면 각 교실에서 실행목표를 수립하게 된다. 이는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 수기, 태도를 포함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120개 임상표현별로 하나씩의 최종목표와 23개씩의 실행목표가 생겨 결국 총 2,880개의 카드가 만들어지고 이들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하여 쉽게 입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curriculum dataBase for medical education, CUBE)으로 개발하였다. 각 임상 증상별로 21개 실행목표는 과나 사무실 단위로 설정이 되었지만 나머지 두 카드는 학생 개인이 혹은 환자-인구집단 관계와 관련이 있는 실행목표 카드였다.


평가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5) 평가(evaluation)

과거의 장기계통중심 교육과정과 비교하여 어떤 성과를 보이는 지 알아보기 위하여 결과평가 영역으로 기초의학지식, 임상문제해결능력, 임상술기능력 등에 관한 지속적인 평가를 시행하였다. 학생들과 교수의 교육과정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지속적으로 평가하였다.






The Process of Developing a Clinical Presentation Curriculum
임상표현 교육과정개발

이병두, 박훈기1
인제의대 내과학교실, 한양의대 의학교육학교실1
Byoung Doo Rhee, M.D., Ph.D., Hoon-Ki Park1, M.D., Ph.D.
Department of Internal Medicine, Inje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Busan, Korea

1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Hanyang University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Abstract
In Korea, many medical schools have adapted their curricula to the recent paradigm shift introducing a professional graduate school system with universal accreditation criteria for medical education. This rapid transformation has driven the new adoption of system-based integrated curriculum, problem-based learning, team-based learning, and competency-based assessment. In the hundred years since the publication of Flexner’s report that suggested a two-phase educational structure consisting of a basic science didactic curriculum followed by the practicum of clinical clerkships, there have been many advancements in curriculum development for medical education. Medical education is undergoing a major paradigm shift from structure- and process-based to competency-based education utilizing outcome-based assessments. The Process of Developing a Clinical Presentation Curriculum authors reviewed the existing medical literature to provide practical insight into the clinical presentation curriculum introduced by University of Calgary in 1994, developing a roadmap to accomplish full implementation and evaluation. In the clinical presentation based curriculum, schemata (schemes) are organized by experts from terminal objectives, and are considered to have two functions: first, to serve as frameworks around which students can learn new information and secondly, to provide an approach to clinical problem solving. We conclude that there should be further meticulous review of this new system and a prospective evaluation of the students’ ability to benefit from it before launching a program based on the indiscreet adoption of a fashionable curricular r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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