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의과대학생의 교과목별 학업성취도

을지의과대학교 산부인과학교실, 을지의과대학교 교육개발연구센터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과2

박원일․전수경1․정민승2

한국의학교육 : 제 19 권 제 2 호 2007 



서 론

입학 당시 학생의 특성이 향후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학생지도에 중요한 부분이다. 국내 의과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학제 변경에 따라 많은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기존의 의예과(premedical)-본과 과정을 고수하여 고등학교 졸업생을 신입생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많다. 국내 고등학교는 크게 일반고와 과학고, 외국어고로 대표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의과대학 입학생 중 특수목적 고등학교 졸업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들이 일반고 졸업생과 비교하여 의과대학에서 학업성취도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고등학교 유형별로 출신학생의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를 과목별로 비교한 문헌은 발표되지 않았다.


특수목적 고등학교 중 특히 과학고의 경우는 과학과목의 경우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선행학습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며 이는 의과대학 교과과정, 특히 의예과와 전임상과정 (preclinical)의 일부 교과목에 대한 선행학습이라 할 수 있다. 초, 중등교육과는 달리 의학교육에서 선행학습의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학대학원 제도이므로 학부시절에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생과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의 의학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와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되어 왔다 (Dickman et al., 1980, Koenig, 1992). 

또 학부시절 생화학, 유전학 등 의학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을 이미 이수한 경우,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하여 해당과목의 성적이 어떠한지를 비교한 연구도 발표되었으며 (Canaday & Lancaster, 1985), 

의과대학 입학 전에 이수한 예비학교의 성격을 가진 과정(postbaccalaureate course)에서 역시 의과대학에서 이수할 과목에 대한 선행학습이 이루어진 학생들의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를 확인하는 연구도 여러 편 발표되었다 (Hojat et al., 1990, Smith, 1998).


유럽과 호주의 경우에는 한국의 학제와 유사하게 고등학교 졸업 후 6년간 의과대학에 다니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거의 없기에 고등학교에서 의과대학 이수과목에 대한 선행학습의 효과를 연구한 문헌은 없으나, 고등학교 때의 학과목 성적, 대학입학시험 성적과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소수 발표되었다(Lipton et al., 1988; Frischenschlager et al., 2005).


지금까지 발표된 외국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1980년대 이전에는 학부에서의 선행학습과 의과대학의 학업성취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와 상관이 없다는 보고가 혼재되어 있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Hamberg et al., 1971; Thomae-Forgues et al., 1980). 그러나 1980년 이후의 문헌에서는 학부에서의 의과대학 이수과목 선행 학습여부, 해당과목의 성적 등은 의과대학 초반에는 약간의 상관관계를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으며, 의과대학 후기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Canaday & Lancaster, 1985; Hojat et al., 1990; Koenig, 1992; Smith, 1998).



대상 및 방법

학업 성취도는 최종 취득 학점을 4.3만점으로 수량화하였다. 의과대학은 학년제로 운영되어 한 과목만 F학점을 받아도 유급되므로 유급생의 경우는 유급을 했던 학년의 성적을 적용하였다. 평균 점수는 평균±표준편차로 표시하였다. 통계 분석은 일반고, 과학고, 외국어고의 3군을 비교하기 위해 분산 분석(ANOVA) 검정과 다중 비교 방법인 Duncan post-hoc test를 적용하였다. 분석 이전에 K-S test로 정규 분포 여부를 확인하였으며 모든 변수는 정규분포를 이루었다.


결 과

가. 일반적 사항

나. 의예과 및 전임상 과정의 교과목별 학업성취도 비교

다. 임상과목에서 강의 및 실습의 학업성취도의 비교

라. 성별, 나이, 고등학교의 유형이 유전학, 정신과 실습의 성적에 미치는 영향





고 찰

가. 고등학교에서의 학습과 의과대학 학업성취도

외국의 경우 고등학교의 유형에 따른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고등학교 성적과 의과대학에서의 성적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문헌은 몇 개가 발표되었다 (Frischenschlager et al., 2005; Lipton et al., 1988). 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성적과 의과대학성적에는 관련이 깊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나뉘는데 이는 각 나라의 의과대학 신입생 전형 방법, 신입생의 인종적, 학문적 다양성의 정도, 의과대학의 위상 등이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나. 의예과 및 전임상 과정의 교과목별 학업성취도 비교

미국의 경우 이전에는 뚜렷한 연구 결과 없이 막연히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이나 화학계열을 전공한 학생이 의과대학 수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에 근거하여 많은 의과대학이 자연과학을 전공한 신입생을 선호하였고 이런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68년 Korman 등은 의과대학은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생만을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할 것을 최초로 주장하였다 (Korman et al., 1968). 그 후 Gough는 의과대학 입학생의 과학 과목의 대학 시절 성적과 의과대학 입학자격시험의 성적을 의과대학 성적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Gough, 1978).상외로 과학 과목의 성적은 의과대학 1, 2학년의 성적과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3, 4학년의 성적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또 1980년 이후의 몇몇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부시절에 생화학, 해부학, 발생학, 조직학 등 의과대학의 전임상 과목과 매우 유사한 과목을 이수한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이런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에 비해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Canaday & Lancaster, 1985).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학생들이 실제로 자연과학 계열의 과목에 흥미나 특기가 있어서 선택을 한 것이라기보다는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선택한 경우가 많고 또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자신이 학부에서 경험한 과목에 대해서는 학습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설명은 본 연구의 결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연구에 의하면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에 고등학교 성적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12~14%에 불과하였다 (Lipton et al., 1988). 의학대학원의 경우는 학부과목의 성적이 미치는 영향은 23%라는 보고도 있다 (Ferguson et al., 2002). 이는 학업성취도의 대부분은 학문적 배경보다는 의과대학에서의 학습에 따라 좌우된다는 뜻이 된다. 또 의과대학에서 한 과목의 성적이 우수한 경우 다른 과목의 성적도 우수할 확률도 별로 높지 않았다. 즉 공통적 중요사항(common core)이 의과대학의 여러 과목 사이에 별로 많지 않다는 연구 결과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시절 과학이나 영어의 능력이 의과대학의 수많은 과목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비교적 고등학교 졸업 직후라고 할 수 있는 의예과 1, 2학년에서 졸업한 고등학교의 유형과 과목 성적 사이에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한 예로 자연과학 계열인 정보전산의 경우 차이는 매우 작지만 오히려 외국어고 졸업생이 약간 점수가 높았다. 전임상과정에서도 사회과학적 성격이 강한 예방의학의 성적이 과학고 졸업생에서 더 높았다. 그리고 의예과 및 전임상 과정의 7개 과목 중 유일하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 유전학의 경우도 외국어고의 선행학습과는 전혀 관계없는 과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우연한 결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는 출신 고등학교에서의 이수과목 혹은 이수시간의 차이는 의과대학에서의 유사한 과목의 학업성취도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국내 연구로서 본 연구 결과와 상반된 보고가 발표되었는데 이 연구에서는 의예과 과목만을 분석한 결과 의예과 1학년의 경우 과학고 학생의 성적이 일반고 보다 더 높았으며 특히 과학 분야 과목의 성적이 높았으나 예과 2학년에서는 출신 고등학교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Kim et al., 2002). 기존 연구와 본 연구 모두 일개 의과대학의 결과이므로 학생의 입학성적, 교과과정, 평가방법 등의 차이가 다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존의 국내연구에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의 과목이 포함되었으나 본교의 교과과정에는 수학은 없으며 물리학 대신 생물리학을 가르치므로 교과과정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측한다.


다. 임상과목에서 강의 및 실습의 학업성취도의 비교

연구 가설과 다른 연구 결과로는 정신과의 임상실습에서의 학업성취도가 과학고 출신에 비해 외국어고 출신 학생이 높다는 것이다. 분석한 13개 과목의 평균은 과학고와 외국어고의 차이가 전혀 없지만 (2.99 대 2.98)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유전학과 정신과 실습 성적은 외국어고의 성적이 높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우선 과학고출신의 대부분이 남학생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분석 결과 유전학의 경우는 출신학교 이외에 성별 변인도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 의과대학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학생들의 성적이 높으며 학사경고, 유급 등 성적 불량학생의 대부분이 남학생인 경우가 많다 (Ahn et al., 2000; Kim et al., 2002). 그러나 정신과 실습의 경우에는 성별과 나이는 성적과 무관하고 출신 고등학교만이 영향을 주었다. 본 연구에서 예상과 다른 가장 중요한 결과는 임상과목의 경우 외국어고 졸업생이 강의에서는 낮은 성적을 나타냈지만 같은 과목의 임상 실습에서는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에서의 특정 학문을 많이 이수한 것은 의과대학의 학업성취도와는 무관하다는 근간의 여러 연구 결과와 대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등학교에서의 특정학문 (과학, 외국어)을 보통학생보다 많이 이수했다고 해서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유사한 과목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또 의과대학 교과목 중 실제 의사의 직무와 가장 유사한 임상 실습에서는 외국어고 졸업생이 과학고 졸업생보다 오히려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나타내었다. 따라서 외국어고 졸업생은 인문, 사회 계열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 일부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대상자의 수가 너무 적고, 또 일개 의과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이므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향후 많은 수의 특목고 졸업생을 포함한 유사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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