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교육의 검토와 반성
글·이 무 상
연세의대 교수
Ⅰ. 들어가면서
모든 고위 전문직은 완전 자유시장 체제를 선호하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다. 모든 나라에 서 모든 전문직업인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인에 대한 통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강화 일변도이다. 예로서, 의과대학의 의학 - 기본교육(BME, Basic Medical Education ; 과거의 UME)1)후에 졸업 또는 면허시험에 합격하였다고 의사로 인정하는 나라는 없어져 가고, 의대 졸업 직후의 의사 면허 취득자는 의료에 입문할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보는 것이 세계적 조류이다. 즉, 많은 국가는 의대 졸업생이 일정 수준의 졸업후 교육(PME,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 =GME)인 전공의 수련(residency program)을 받아야 의사로 인정 한다.
- 전형적인 예가 미국이다. 미국은 의사면허가 연방면허가 아니라 주 면허이기 때문에 자치령을 포함하여 54개 의사면허 관리기구가 있다. 대부분의 주는 의대 저학년 재학 중에 지식 검증위주의 USMLE Ⅰ과 고학년에서 USMLE Ⅱ-CK(clinical knowledge)와 졸업 전후 에 USMLE Ⅱ-CS(clinical skill)를 합격해야 졸업 후에 병원에 의사 - 수련자(수련의)로서 취업 이 가능하다. 즉, 의대 졸업 후 병원 취업 전에 최소 3개의 면허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리고 다시 의사 - 수련자로서 그 주에서 1~3년 근무를 해야 USMLE Ⅲ에 대한 응시자격이 생기고, 합격해야 그 주의 의사면허가 발급되어서 그 주에서만 독립 진료와 수련 및 연수가 가능하다. 엄격히 말하면 이때부터 의사이다. 물론 전문의 자격은 의사면허 취득과정인 수 련의 과정과 중복되어 진행되지만 그 의미는 별도의 해석 과정으로 집행된다.
- 일본에는 미 국보다는 덜하지만 유사한 제도가 재작년부터 도입되었다. 의대 재학 중에 Kyoyo Test(共用 試驗)를 거치고, 의대 졸업 직전에 의사면허시험을 거치고, 합격 후에 기본 수련 2년을 거쳐 야 의사면허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 미국을 중심으로 사용하여 왔던 의과대학 교육을 의미하는 UME(Undergraduate Medical Education; (의사양성교육으로서의 졸업전 교육)는 학문기초교육을 하는 학부교육인 UE(Undergraduate Education)와 유사하다. 그러나 school system(학제)로서의 의사양성교육과 정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업교육인 의학교육으로서의 기본, 기초교육이란 의미로 WFME(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 WHO 후원기관)은 BME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시도된다. 지난 5월 26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사 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보건의료인력인력개발 기본계획 정책방향 및 과제’공청회에서 2009학년도 4학년부터 의사면허 다단계 시험과 실기시험의 실시 계획과 기성의사의 면허 갱신제도 도입 계획의 검토를 발표하였다. 또한 작년에는 의사면허 취득 후 2년의 기본 수련 과정을 거쳐야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한 의사로 인정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하 였다. 사실 이런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연구는 이미 20년 전부터 일부 전문가로부터 있 어왔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특별한 저항 분위기가 의료계에서 느낄 수가 없다. 모든 분야 에서 국제화 개방화가 촉진되며 국민의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과 이런 제도들이 국 민의료는 물론이고 국내의 기성의사들의 보호와 국익의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공 감하고 있거나, 의사면허 또는 전문의 자격에 대한 이해가 의학·의료·의학교육·병원계 에서 이제는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의료계 가 등한시 하든 전문직 양성에 관한 사회학적 검토와 연구가 의약분업 갈등을 계기로 우리 의료계의 개원가 내에서 스스로 일고 있다. 그래서 의학교육, 특히 GME인 수련교육의 정체 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한다.
2) WFME는 PME를 사용하지만, 「졸업후 의학교육」이란 의미에 혼동이 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지금까지 사용한 용어인 GME를 많이 사용한다.
Ⅱ. 수련교육은 교육부 소관인가? ; 과정 측면
모든 나라 의료계에는 항상 많은 난제가 있듯이 작년의 우리나라에는 약대 6년제가 그 중의 하나였다. 약학교육계·약사계는 약사도 이제는 보건인이 아닌 의료인3)의 하나인 임상약사 (clinical pharmacist)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임상약학(clinical pharmacy) 교육을 위한 학교교육 기간연장을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약사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를 목표로 한다는 명분이다. 하기는 우리나라 약사들은 professional인 pharmacist라기 보다는 businessman 인 단순 druggist인 경우가 많아서 고도의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국민의료 차원에서 약사의 질 향상은 분명히 필요하고 시급하기도 하다. 문제는 양성과정에 대한 해석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전문직 기초교육은 학교교육체제이고 교육부 관할이다. 그러나 학교교 육을 마치고 전문직 자격을 취득한 전문직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를 위한 전문 직 양성·관리에 관한 1차적 책임부처는 교육부가 아닌 타 부처이다. 세계 어디에도 전문직 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 과정을 순수 학교교육으로 진행하는 나라는 없다4). 물 론, 어느 나라에서나 이러한 양성과 관리과정을 학교교육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경우는 많 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약대 6년제가 약사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라는 명분임 에도 불구하고 약사양성과정에 관한 직업교육학적 검토를 부실처리하고, 약대 6년제는 교육 과정(curriculum)이라는 단순 문제라며 교육부로 넘겼다. 복지부 논리가 맞다면 현재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전문직의 기본 질과 전문성 - 고도화 업무를 맡고 있는 타 부 처의 업무도 교육부로 이첩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행정처리는 많은 종류의 타 보건의료 직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지금까지의 행정과도 괴리 되었고, 또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이라는 전문직 양성과 관리 책임을 맡고 있다면 전문 직 자격 취득을 위한 기초적 직업교육을 하는 학교교육과 전문직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 - 고도화를 위한 직업교육에 대해 최소한의 교육학적 식견과 검토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보건복지부의 처리는 직무유기일 수 있다. 왜 그런가를 검토하기로 한다.
3) 미국 약사양성교육의 목표는「from basement to patient bed-side, from product oriented to patient oriented, from health personnel to medical personnel, from marginal occupation(professional도 아니고 businessman도 아닌 중간이란 의미의 용어) to professional occup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4) 사시 합격으로 자격을 취득한 법조인의 기본 질 향상과 전문성-고도화는 대법원의 사법연수원 소관이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위하여 연구위원회를 운용하였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취급한 것이 우리나라 고등교육 학제(high education school system)에서 학문의 기초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부교육(undergraduate education, UE)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러한 학부교육에서의 전문직 양성을 위한 기초교육 과정의 타당성을 점검하였으며, 전체 고등교육과정 체제 내에서 이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였다. 고등교육 기관에서의 학문 기초교육(UE)과 직업교육과의 관계 정비 및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목적으로 신학·의학·법학·경영학 등등의 전문대학원 체 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학제와 학위제도를 정비하겠다며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노력하여 온 교육부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두 번째가 약학대학 교육에 대한 교육평가학적인 검토였다. 즉, 지금까지의 약학대학 교육이 약학(pharmacy, pharmaceutical science)이라는 학문의 학부기 초교육과정(academic program in UE)이었는가, 아니면 약사라는 전문직 양성을 위한 기초교육 과정(Pharmaceutical Education as a professional or occupational education)에 충실하였는가에 대한 검토이었다.
이러한 검토에서 현 약학대학 교육은 학문기초교육이었지, 전문직 양성교육은 아니었다 는 평가와 약계의 약대 6년제 주장은 의사의 학교교육인 BME와 수련교육인 GME의 정체 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들어났었다. 즉, 당시의 교육학 전문가 와 비 - 약계 위원들은 의사의 수련교육의 예를 들면서 약사에게 임상약학의 수학이 필요 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학교교육 기간의 연장으로 해결하는 것은 직업교육학 논 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교수 이기주의 및 학과목 이기주의로 편성 운영되는 현 약 학대학 교육과정은 학문기초교육에 해당되므로, 이를 개선하여 직업교육 교과과정으로서 의 개선과 함께 약사면허시험제도의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그리 고 또한 임상약학 교육이 필요하고 임상약사가 필요하다는 약계와 보건복지부의 명분과 논 리를 그대로 받는다고 하면, 의과대학에서 기초교육을 마친 의사를 임상의사(clinical physician)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과대학교육 6년에 4~5년의 임상수련 교육기간을 더해 10~11년의 고등교육기관 교육인 학교(대학)교육이 필요하고, 현재의 전공의 수련교육 도 교육인적자원부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의료계도 약계의 임상약사 양성을 반대하기보다는 약대 6년제 교육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전문직 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사회·교육부·약계는 약대 6년제에 반대하는 것을 의료전문직의 사회학적 특성5)으로만 이해하면서 밥그릇 싸움이라고 의료계 를 매도하였다. 여기서 우리 정부와 사회는 고위 전문직 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이건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1차적 과정은 「BME+GME」로 이루어진다. 우리 의학계·의료계·의학교육계·병원계는 비록 직역 간에 이해와 권익이 서로 상충하는 면이 많이 있어도, 이러한 의사양성을 위한 의학교육과정의 특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간혹 갈등하며 수련교육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이러한 고 위 전문직 양성과정의 특성을 국외자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GME의 특성이고 또한 수련교육 과제의 근본이다. 그래서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양성교육제도에 대한 교육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이해를 의학계·의료계·의학교육계· 병원계도 이제는 직역 간의 권익을 떠나 좀 더 심화할 필요가 있다.
5)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이건, 갈등론적 관점이건, 또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전문직업적 특성이건
Ⅲ. GME는 훈련인가 수련인가? ; 개념 측면
기술전수가 주 목적인 도제교육(apprenticeship)과 같은 성격에서 출발한 의사양성 과정을 졸 업후 의학교육과정(GME)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로 학문적, 과학적으로 교육프로그램화하 고 공식화해서 전문의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과 전문의 제도로 정착시킨 나라는 미국이 다.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한지 1세기가 되어가는 미국에서도 이제는 그들의 제도와 국민의료 와의 관계를“disaffected public”,“ disspirited residents”,“ disturbed & dys-functional government”, “disorganized specialty movement”, “discouraged faculties”, “dissonant calls between distancing medical organization”한“Dis”시대라고 폄하하면 서, GME의“disenchantment”를 역설하지만(Walt, 1993), 개선이 여의치 않다고 한탄한다.
여기서 의학교육과 전문직의 정체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의학교육(Medical Education)은 전문직인 의사의 양성이 목표라고 한다. 의사학적으로 physician과 surgeon은 기원이 다르지만 오늘 날의 physician은 양자를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면 왜 의사양성교육 (Physician Education)라고 하지 않을까? 두 가지 용어의 목표가 같은 동의어임에도 세계는 굳 이 전자를 선호한다. 하기는 전자는 학문적인 의미가, 후자는 기술적인 의미가 강하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특성을 갖는 것이 고위 전문직 양성과정의 특성이다. 즉, 학문과 연구에 바탕 을 둔 양성과정이 고위 전문직업인 양성과정이다. 그래서 학문과 연구에 바탕을 둔 양성과정 이기에 GME를 훈련(training)이 아니라 교육(education) 개념으로 본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강한 것이다6). 그래서 우리나라도 GME인 전문의 훈련(residency training)을 훈련(訓練)이 아니라 수련 (修鍊; self-directed learning and rarely involve supervised training)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련교육인 전공의 과정을 직업교육학 개념으로 교육으로 보는 이유는 교육은 훈련 을 포함하나 훈련은 교육을 포함하지 않고, 교육 없는 훈련으로는 스스로 학습하는 CPD(Continuous Professional Development)7)가 불가능하고, 교수자(teacher)가 아닌 주인(master) 에 의한 훈련은 주인의 자기 복제(self-replication)과정으로서 학습자인 도제(apprentice)는 주 인의 능력을 능가할 수 없으나, 목표에서 교육은 교수자와 같은 능력 수준이 되는 것이 종점 (endpoint)이 아니라 기점(starting point)로 본다는 점이다. 직업 분류로 보면, 일반적으로 기술 직에는 장인(crafts), 기술자(technicians), 전문직(professions)이 있고 전문직은 전문직 정신 (professionalism)을 강조한 특별한 훈련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6) Training may produce a physician who is elegant in his skill, but a education should produce a physician who is elegant with his skill; Charles Gregory.
7) CPD는 지금까지 CME(Continuous Medical Education)이라고 하여 왔으나, 연수교육 및 보수교육은 모든 직종에 적용되고, 또한 의사에게는 전문직 정신(professionalism)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WFME는 CPD를 사용한다.
의사들은 누구나 의사양성 과정 중에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BME보다는 GME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교육학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교육학에는 성인교육학 (androgogy)라는 분야가 있다. 원래 교육학(pedagogy)은 이름 그대로 어린 사람(pedi; ex. pediatrics)의 교수·학습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성인교육학과는 교수·학습의 속성이 전연 다르다. 성인 학습은 반드시 그 내용이 학습자 자신에게 되먹임 되도록 학습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게“problem-centered”,“ experience-center”,“ meaningful to learner”해 야 한다. 이런 원칙은 일반 교육에서도 당연하지만 매우 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수 련교육은 전형적인 성인교육으로서, 더구나 학교교육으로 기초교육(BME)을 마친 학습자는 이 특별한 성인교육 과정으로 사회화와 전문화(socialization & professionalization)가 이루어져서 전문직업인(profession)으로 비로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임상의사로서는 BME보다 는 GME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WFME 의견을 빌어서 다시 검토한다. WFME는 2003년 3월에「Global Standards of Medical Education」발표하면서 일반적으로 의사양성 교육과정의 3단계를 BME, GME, CPD로 나누지만, 의사는「BME + GME」로 비로소 양성되고, 나라마다 다른 양성교육 체제 때문에 GME 과정이“pre-registration training”, “vocational / professional training”, ”specialist and subspecialist training”, “other formalized training program”일 수는 있지만 이 모두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또한 GME는 수료 후에 학위(degree or diploma)나 자격증(certificate)을 주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BME와 GME는 분명 하게 구분할 수 있지만, GME와 CPD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고 엄격히 구분해서도 안 된다 고 말하고 있다. 즉, 전문직인 의사양성에서 완성이란 없고, 끝임 없는 교육과 수련이 있는 것 이 전문직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 WFME의 GME 국제기준은 9개의 대영역(Mission and Outcomes, Training Process, Assessment of Trainees, Trainees, Staffing, Training settings and Educational Resources, Evaluation of Training process, Governance and Administration, Continuous Renewal)에38개의소영역을“must”는기본적인기준으로,“ should”는질적발전을위한기 준으로 나누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국제화 개방화된 지구촌에서 이 국제 기준을 어느 나라도 거부하기 어렵게 되었다.
Ⅳ. GME는 BME보다 어렵다? ; 관리 측면
모든 나라에서 국민의료 이상(양질, 공공성, 윤리, 저 비용, 고효율, 균배 등등)은 동일하다. 이상적 국 민의료라는 말에서는 사회주의 색채를 느낀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국민의료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민의료 이상 달성에 중요한 요소는 국 가 경제력과 적정한 의사인력의 수급이다. 특히 국가 경제력에 걸 맞는 의사인력의 적정 공급 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료 이상을 달성하는 것 이 쉽지 않다. GME 이상이 국민의료 이상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의사라는 전문직이 이해 하고 지향하는 의사로서의 책무와 역할에 대한 지향 방향과 국민의료의 그것과는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전문직인 의사는 Science, Technology, Cure, Action, Individual을 의사의 책무와 역할로서 중요시함에 반해서, 국민의료는 Science 보다는 Humanism, Technology 보다는 Social Context, Cure 보다는 Care, Action 보다는 Health Promotion, Individual 보다는 Community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 민의료와 GME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그래서 의학교육학 원로들은 흔히“GME가 BME보다 어렵다.”고 한다. GME는 학교교육 의 특성을 벗어난 본격적인 성인 교육과정이고, 기성 사회에 진출한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 를 양성하는 실질 과정이고, 또한 병원이라는 기업에서 근로를 제공하면서 학습하기 때문이 다. 그래서 GME 실행과정인 전공의 수련과 관련된 관리에는 항상 갈등이 있다. 전공의 과정 은 분명히 교육이고 수련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엄연히 근로이고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이 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이 고위 전문직 양성교육과정의 특성이다. 전공의 노조라는 문제가 불거진 최근의 갈등도 그 한 예이다.
최근의 갈등의 원인을 보면 첫째가 약대 6년제 문제에서 검토하였듯이 전문인 양성을 위한 기초 교육과정인 고등교육 체제하에서의 학교교육에 대한 이해 수준조차도 낮은데, 이보다 더 나아간 GME에 대한 이해 수준의 차이는 수련지도자, 경영자, 학습자, 의료소비자, 의학·의 료·의학교육·병원계, 정부를 포함한 각각의 관계자간에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관계자 모두가 아전인수의 해석으로 일관한다. 즉,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학·의료·의학교육·병원계 조차도 직역별로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서 주장이 수시로 바 뀐다. 예로서 동일인임에도 불구하고 수련중인 전공의 때와 전문의 때의 인식이 다르고, 전문 의라고 하더라도 지역사회 개원 시와 병원계의 지도전문의 봉직 시의 주장이 다르며, 이 같이 수시로 변하는 주장과 해석은 GME 관련 단체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전인수식 주장을 조장시키는 요소로는 GME인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법과 제도의 미 비에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제도 미비의 근저에는 GME와 관련된 여러 정부 부처의 행 정적 통제의도도 엿볼 수 있다. 즉, GME인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의학·의료·의학교육· 병원계의 분열된 주장을 빌미로 정부는 GME는 양질의 국민의료의 근본 중의 하나라는 명분 으로 통제 하에 두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Rational-Legal 관료제의 전형이다. 그 러나 관료제로는 교육학적인 의미로 수련교육의 발전은 어렵다. 수련교육은 전문직 정신에 충 실한 미래 전문직의 양성을 전제로 하고, 전문직 정신의 제일의 기본은 자율·자유(autonomy) 이며, 바로 이러한 자율·자유에 의한 양성교육과정이 수련(修鍊; self-directed learning and rarely involve supervised training)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GME 제도의 출발과 전개 과정은 미국의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 자율·자유 는 처음부터 없었고, 정부는 의학·의료·의학교육·병원계가 자율·자유로 GME를 운영한다 고 강변하지만 사실은 현재에도 전연 없다. 하물며 수련교육제도에 관한 혁명적 발상의 창안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수없이 반복되는 주제인「전문의료인력 수급정책과 전공의 수련교육의 발전 과제」또는「의료인력의 질 수준의 향상」이라는 주제가 너무 진부한 것이다.
Ⅴ. 마치면서
우리 의과대학의 학교교육인 BME에서는 엄청난 많은 변화가 지난 10년간에 있었고, 지금 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의사양성을 위한 기초교육제도에 학제의 변화, 의사인력의 수급과 직결된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감축, 의학교육계 스스로 자율로 도입한 의과대학 인정평가제도, 다양한 학문을 이수한 학생의 모집, 다양한 임상실습과정의 도입, 다양한 학과목의 도입, 고비 용의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의 도입, 강의평가, 의사면허시험제도의 변화 등등,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대학들은 엄청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 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은 이러한 BME에서의 변화만이 아니라 GME와 CPD에서도 혁명적 변화를 주고 이미 시행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GME와 CPD에 변화가 전연 없다. 다만, 정부의 Rational-Legal 관료적 조정 의지와 의학·의료·의학교육·병원계의 각 직역 간에 권익에 연연한 체면치례를 위한 변화 흉내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역시“GME는 BME 보다 어렵고, CPD는 GME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서 원칙에 충실하지 않 고, 자율·자유가 없으면 근본적 발전이란 없게 마련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BME의 변화처 럼 우리나라 GME도 변해야 한다. 국제화 개방화가 촉진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세계적 흐름에 따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면, 결국은 국민의료와 의학·의료·의학교육·병원계 모두에게 손실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결론적으로 GME인 수련교육의 발전과 전문의료 인력의 질 향상 과 수급에 대한 방안을 지금까지 몰라서 못하고, 또한 못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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