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 변화의 리더십

Leadership Challenges in the Advancement of Medical Education


신좌섭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Jwa-Seop Shin, M.D., Ph.D.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1. 의학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

의학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로는 의과대학 외부로부터의 압력과 내부로부터의 동력이 존재한다. 외부로부터의 압력으로는 ‘교육-연구-진료의 삼중고’로 상징되는 서로 상충하는 미션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의과대학 인증 및 의사국가시험의 압력, 재정적 유인 혹은 압박 등을 들 수 있다. 내부로부터의 동력은 의사집단, 졸업생, 교육환경의 현 상태와 이상적 상태의 격차로부터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비전을 설정한 리더 혹은 리더 집단으로부터 나온다[5].


1) 외부로부터의 압력

(1) 상충하는 미션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의과대학 및 제휴 교육병원(affiliated training hospital)에 주어진 사명은 교육, 연구, 진료(봉사)이다. 이 3가지 사명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의학과 의학교육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와 지역의 상황에 따라 3가지 사명은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5].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병원들은 진료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의과대학들은 연구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학과 병원에 대한 사회적, 재정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서 연구와 진료는 각각 대학과 병원의 가장 중요한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이 같이 교육과 상충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의학교육을 변화시키는 외부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진료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도 학생이나 전공의 교육을 병행하는 방법론들이 의학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교육과 상충하는 미션의 압력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2) 인증 및 자격시험의 압력

의과대학 인증평가도 의학교육 변화에 대한 외부적 압력의 하나로 작용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인증유예나 인증불가 판정을 받는다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평판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인증유예나 인증불가를 받지 않기 위한 혹은 우수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의학교육의 변화는 인증평가 매 주기마다 크든 작든 각 의과대학에서 반복되고 있다.


의사국가시험도 의학교육 변화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의사국시 실기시험 도입은 임상수기센터 설립, 반복적인 모의 실기시험의 시행, 임상실습과정의 강화 등 각 의과대학의 교육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증 및 자격시험의 압력에 의한 의학교육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의학교육의 발전을 지향하지만 ‘평가 주도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규정이 요구하는 형식 요건이나 성과 지표를 충족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져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3) 재정적 유인 혹은 압박

의과대학과 교육병원에 대한 재정적 유인이나 압박도 의학교육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조건으로 한 재정 지원과 이에 따른 교육변화가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이 겪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적 유인에 의한 변화는 비교적 추진하기가 용이하지만, 지원의 지속성에 따라 성공 여부가 크게 좌우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의료수가 정책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의료수가 관리정책은 진료 행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학생, 전공의 교육에 할애하는 절대적 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재원 일수의 감축은 학생들이 환자의 질병 경과를 추적할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재원일수 감축은 최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과목간 통합임상실습(longitudinal integrated curriculum) 도입의 배경이 되었다[6].


2) 내부로부터의 동력

(1) 의사집단, 졸업생 역량에 대한 인식

내부로부터의 동력은 의사집단, 졸업생의 역량과 관련하여 교육과정의 현 상태와 이상적 상태의 격차로부터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변화의 목표를 세운 리더 혹은 리더 집단으로부터 나온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각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프로페셔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졸업생이나 이미 배출되어 활동하고 있는 의사집단의 특정 역량 부족에 대한 인식이 교육 변화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수련기간 연장이나 인턴제도의 폐지 등도 의사집단의 필요 역량에 대한 인식변화에 따른 교육 변화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교육환경(의학지식의 팽창과 세분화, 환자의 권리의식 향상 등)의 변화

1950년대 미국 케이스웨스턴 리저브 대학이 통합교육을 도입한 것은 전문분야의 과도 세분화와 의학지식의 고도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플렉스너 스타일의 기초 2년, 임상 2년 교육의 한계를 통합교육이라는 교각(bridging science)으로 연결한 창의적 변화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7].

최근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성과바탕의학교육(outcome-based medical education)이나 임상표현교육과정(clinical presentation curriculum)도 의학지식의 팽창과 세분화 속에서 필수 역량을 제대로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한편 의료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의식 향상은 환자안전교육, 시뮬레이션 교육이 급속히 보급되는 배경이 되고 있다.


(3) 새로운 교육이론이나 기법의 등장

1970년대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이 문제바탕학습을 도입한 것은 임상적 맥락으로부터 동떨어진 무미건조한 이론학습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차피 의사가 될 학생들이 보다 즐겁게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8]. 이렇게 도입된 문제바탕학습이 구성주의(constructivism) 교육철학의 이론적 성원을 받아 전세계로 보급된 것은 교육이론이 교육변화를 촉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법이나 이론을 벤치마킹하는 교육변화는 목표가 명확하고 가시적이어서 변화를 추구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방식을 채택해야 하는 교수와 학생의 특성, 교육환경의 특성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 도입된 통합교육이 미국과는 달리 기초-임상 교실간 갈등으로 파행을 겪은 것이나[7], 북미에서 성공적이었던 문제바탕학습이 아시아권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2. 의학교육변화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3. 변화 추진 주체에 대하여


변화는 후원자(sponsor)와 변화촉진자(change agent), 동참자(target)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으레 학장단 등 정책결정자로 간주할 수 있는 후원자의 역할은 변화의 범위와 깊이를 결정하고 변화의 비전을 조직구성원에게 설파하며 변화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고 스스로 변화된 행동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변화를 기획하고 이론적으로 지원하는 변화촉진자의 역할은 변화의 각 단계를 이끌어나갈 전략을 수립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에 대처하며, 변화의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조직에 전파시키며, 변화활동이 각 현장에 잘 접목되도록 하는 것이다. 변화를 실제로 현장에서 실천해나가는 조직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동참자의 역할은 변화활동의 기획에 함께 참여하고 현장의 목소리로 의견을 내며 변화에 필요한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과대학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여기후원자는 학장단, 변화촉진자는 의학교육실이나 의학교육학 교실, 교육위원회 등이 될 것이고 동참자는 일반 교수와 학생들이 될 것이다. 즉, 학장단이 의학교육담당기구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교수와 학생들을 설득하고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변화 추진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이다.


그러나 의학교육 변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할 의과대학 리더십의 수명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2년이고, 변화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의학교육실의 전문성을 일반 중견 교수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학교육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서 대학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중견, 원로 교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9]. 중견, 원로 교수 집단이 의학교육실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학장단 교체 후에도 리더십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구조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4. 변화의 단계


변화의 실패는 무엇보다도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신화들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교육개혁자들은 구성원들이 자기들의 생각에 동참하기만 하면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개혁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들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그들의 완고한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탓한다. 따라서 변화를 성공시키려면 먼저 개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먼저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11].


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에 기반한 방법론, 즉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이론에 근거하여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변화관리란 변화를 이끌어가는 변화촉진자가 변화를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조직구성원과 대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직상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조직적 유대감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관한 방법론이다. 변화관리 이론은 기업 조직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대학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육을 바꾸고자 하는 변화촉진자(change agent)들도 변화관리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이론의 대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Kotter에 의하면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변화의 8단계를 따라야 한다[12]. Kotter가 말하는 변화의 8단계는 

조직 내 위기감 조성(increase urgency), 

변화추진팀 구축(build the guiding team), 

비전 개발(get the vision right), 

비전의 전파(communicate for buy-in), 

변화의 실천 독려(empower action),

단기적 성공사례 창출(create short-term wins), 

화의 지속적 추진(don’t let up), 

변화의 고착(make change stick)이다.

8단계 각각은 변화촉진자가 수행해야 할 임무이며, 여덟 단계 각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후원자(sponsor)와 동참자(target) 등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8단계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변화실패의 잦은 원인으로는

변화이론에 무지하거나 인간행동의 변화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변화촉진자 측의 미숙’, 

총론에는 찬성을 얻지만 각론에서 반대에 부딪치는 ‘비전 구체화의 실패’, 

설득과 동참에 걸리는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변화를 중도에 포기하는 ‘변화 동력의 조기 무력화’, 

2년 주기로 학장단이 교체되고 새로운 학장단은 전임자들이 한 일을 무력화시키는 ‘후원자의 잦은 교체’ 등을 들 수 있겠다.



5. 의과대학의 조직 특성: 느슨하게 결합된 조직


기업에서의 변화보다도 의과대학이나 교육병원에서의 변화가 더 어려운 것은 의과대학과 교육병원의 독특한 조직특성 때문이다. 의과대학이나 교육병원은 조직이론가들이 말하는 ‘느슨하게 결합된 조직(loosely coupled organization)’의 전형적인 예이다[13]느슨하게 결합된 조직은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하위조직 단위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자율성을 갖고 있어서 시스템 내 한 단위가 다른 단위에 별로 혹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때로는 정반대로 예상 밖의 강력한 반응을 촉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느슨하게 결합된 조직에서는 전문화, 세분화를 지향하는 힘에 비해 조직 통합의 힘(전체로서의 정체성, 전체로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약하다.

때문에 권위가 상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구성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성원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느슨하게 결합된 조직을 이끄는 데에는 치밀하게 결합된 조직(closely coupled organization)을 이끄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조직 특성 때문에 의과대학에서의 변화는 상명하달의 위계적 조직의 변화와는 달리 일종의 캠페인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Gilmore에 따르면 성공적인 캠페인은 아래 4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14].


1) 조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Listen to the Institution).

미래가(아직 완전한 형태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미 조직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조직 내에서 파일럿 사례를 찾아야 한다.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혁신의 사례를 발견하고 조직 내 혁신의 리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갈등과 긴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 널리 공명할 수 있는 테마를 찾아야 한다(Develop a theme that resonates and mobilizes).

사람들을 스스로 동요하게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테마를 찾아야 한다. 조직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테마를 발견할 수 있다. 좋은 테마는 창발적이고 개방형(open-ended)이며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인다.


3)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Sweep people in).

이미 변화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만남을 새로 만들려 하지 말고 기존의 만남과 포럼을 활용한다. 사람들의 에너지를 포착하고 이것을 극대화하여 구성원들과 연합해야 한다.


4)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Build the infrastructure).

전략회의실을 만들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종자돈과 같은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명료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조직구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Leadership Challenges in the Advancement of Medical Education
의학교육 변화의 리더십

신좌섭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Jwa-Seop Shin, M.D., Ph.D.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Abstract
Constant change is inevitable in medical education. Medical education is continually influenced as medical schools adapt to new environments, as the society redefines the role of doctors, by ongoing advancements in medical practice, and as educational theory and practice continues to improve. In addition, the external stakeholders such as consumers, government, and accreditation bodies and internal stakeholders such as professors and students are seeking for changes in medical education. Developing an adequate response to the ongoing change in medical education is not easy. Making changes in a complex system like medical education has been compared to ‘moving a graveyard’. In order to facilitate successful adaptation to the evolving social and educational parameters involved in medical education, leadership would benefit greatly by the study and application of change management theory that has proven successful in corporate manage ment. A number of authors have suggested Leadership Challenges in the Advancement of Medical Education that ‘in loosely coupled organizations like medical schools, a campaign approach is more effective than a general change management approach’. To make the campaign approach successful, change leaders in medical education need to be facilitative leaders who can stimulate and guide constructive dialogue between faculty members and students, and who can promote a sense of ownership of the ongoing changes developing in the consultations between the internal stakeholders comprising the professors and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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