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의 리더십 (KJME, 2008)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

왕 규 창

Dean's Leadership

Kyu-Chang Wang

Department of Neurosurger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지도자(리더)는 조직의 역량을 파악하여 이를 집 약하고, 내외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하며, 조직의 목 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함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 을 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러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 또는 지도 능력을 리더십이라 한다. 리더의 역할에는 내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외부의 기회 요소와 위협 요소를 이해하며 이들을 종합하 여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경로(시간안 배, 인력동원, 능력배양, 경비조달 방법 등을 포함) 를 구상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전략기획(stra- tegic planning)이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내부와 외부에 친화적이며 무리가 없 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이 추진력을 위하여 적지 않은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 조직 구성원이 형성하는 문화 역시 중요하다. 동일한 지도자가 서로 다른 조직에서 나 타내는 성과가 같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과대학은 그 존재이유로서 첫째는 당연히 학생 들이다. 자신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뿐 아니라 의학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전달을 필요로 하 는 현재, 과거, 미래의 의학 지식과 기술의 수요자를 모두를 포함한다. 둘째는 국가와 사회이다. 설립 주 체가 국가인 국립대학교의 의과대학은 물론이거니 와 사립대학교 의과대학 역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와 헌신의 의무가 있다. 모든 분야의 대학이 그 렇듯이 사회와 격리된 상아탑은 오늘의 대학의 모 습이 아니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으면서 학문의 자유를 신봉하며 정의, 공익을 위한 행보, 특히 국 민, 나아가서는 인류의 건강을 위한 치료, 예방, 재 활, 그리고 보건정책, 관련 산업육성 등 폭넓은 역할 을 하여야 한다. 셋째 존재이유는 동반자이다. 의과 대학과 함께 하는 기관들, 기업들, 개인들을 지원하 고 이들과 협력하여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넷째 존재이유, 구성원들의 행복감 증진이다. 구성원의 행복감은 1) 결핍으로부터의 해방뿐 아니 라, 2) 과거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자기의 능력 과 지위가 향상됨을 뜻하는 ‘자기발전’과, 3) 자기의 꿈(대개는 이타적인 사랑과 봉사, 기여)을 이루며 보람을 느끼는 ‘자아실현’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얻 어질 수 있다. 의과대학 학장은 의과대학의 존재 이 유를 바탕으로 미션을 설정하고 조직의 비전과 핵 심가치(core value)를 제시해야 한다.


의과대학 학장(이하 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을 포함 함)은 다른 조직, 기업이나 관공서의 기관장과는 다 른 토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의과대학의 구성원은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인들이다. 다룰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으나 이윤 추구의 압박은 없다. 학생들의 요구는 과하지 않으며 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어느 정도 봉사와 희생의 덕목을 가지고 있다. 대신 우리 사회 최고의 인재에 대한 기대감과, 교육 과 의료가 갖는 전문성과 도덕성에 관련되어 사회 모범 집단으로서의 요구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의과대학 학장은 최고 지성의 전문 그룹 지도자 로서 그 스스로의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가지 고 있어야 하고, 많은 전문인들이 따를 수 있는 인 성을 겸비하고 있어야 하며, ‘무리 없는’, 그러나 훌 륭한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프로페셔널리즘의 대표 집단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자신과 구성원들이 자신 을 고용한 대학재단이나 의료원보다 ‘공익’을 우선 가치로 행동하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특히 규 모가 커지다 보니 의과대학 교수 사회에서 교육과 의료에 관련되어, 또는 이와 무관하게,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하여, 스스로 문제화하고 이를 수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과대학 학장은 사회로부터 받는 기대감과 그들이 요구하는 높은 전문성과 도 덕성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 른 기관에 비하여 훨씬 좋은 여건에서 지도력을 발 휘할 수 있다. ‘사심을 버리고 조직과 사회에 헌신 하며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잘 정리된 전략기 획 하에 이를 성실하게 실행한다면’, 중견 교수 누 구든지, 환자와 가족, 의료진 또는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전문 의료인, 전문 연구자, 그리고 전문 교육자 로서 닦아 온 소양으로 얼마든지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전제로 한 ‘사심을 버리고 조직 과 사회에 헌신하며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잘 정리된 전략기획 하에 이를 성실하게 실행한다’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필 수 조건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이러한 전제에서 어 긋나 올바른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예를 많이 본다.


의과대학 학장의 태생은 리더십에 영향을 준다. 임명제, 간접선거제, 직접선거제는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선임의 방법과 무관하게 학장 이 편을 가르지 않고 구성원을 포용하며 소통하고 매사 투명하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낙하산, 파벌, 선동 등, 학장의 태생적 결함 때문에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지 못하고 상호 소통에 장애를 일으 키며 심지어는 리더가 조직 내 분열을 조장하고 업 무, 특히 인사와 재무를 투명하게 수행하지 못하며 매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난하게 임명된 학장의 경우에도, 학장의 개인적 성격, 업무 스타일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집행진과 행정팀의 특성 때문에 이러 한 문제들이 야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과대학 이라는 조직이 리더의 지도력을 발휘하기 좋은 비 옥한 토양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빚어지는 안타 까운 일이다. 사심을 버리고 독선을 경계하며 구성 원과의 소통과 홍보에 신경 쓰고 공정하게 매사를 집행하며 일관성을 갖도록 노력하고 각 사안 처리 에 있어 조바심을 버리고 미리미리 차분히 준비하 면 일이 저절로 잘 풀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라고 생 각한다. 리더의 자신감과 깨끗함, 그리고 창조성은 다른 기관의 지도자에 비하여 덜 강조되어도 된다 는 생각이다. 이미 구성원들 모두 당연히 그런 덕목 을 가지고 있고 학장 또한 그런 소양을 이미 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흔히 의과대학 학장들이 갖추지 못하는 덕목은 조직을 위한 저자세와 기관장으로서의 업무 몰입 부족인 듯싶다. 먼저 조직을 위한 저자세 부족을 지 적하고 싶다. 의사로서, 교수로서, 게다가 학장으로 서, 대학의 어른 역할에 익숙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 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이들을 설득하여 대학의 부 족한 점을 보완하는 일에 미숙한 경우가 많다. 품위 를 잃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사정을 하여 무엇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가 인정하 는 의과대학의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사회로부터 의 기대가 있기에 오히려 용이한 점도 있다. 다음은, 기관장으로서 낮은 업무 몰입도를 지적할 수 있다. 학장은 의과대학에 한 명 밖에 없다. 교수 보직자는 교수 역할도 해야 하고 보직자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학장은 보직자로서의 역할이 단연 우선이다. 교수로서, 의사로서, 우수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접거나 크게 줄여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나 많은 학장들이 학장 임기 이후 교수로서의 업무 연 속성 때문에 학장 업무에 몰입을 못하는 예가 많다. 전화를 걸면 학장실이 아니라 개인 연구실에서 전화를 받는 분들이 많다. 물론 교수 역할을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에 한 사람 밖에 없 는 직책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남으면 그 시간을 학장실에서, 학장의 업무 현장에서, 대학과 사회를 생각하고 고민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많은 대학의 공통적 문제인 2년 학장 임 기를 지적하고 싶다. 2년은 학장 업무 적응과 학습 기간을 제외하면 너무 짧다. 조직 지도력의 낭비이 다. 2년 후 중간 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 다. 그러나 뚜렷한 문제가 없는 한 학장이 적어도 4 년 이상을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 다. 여러 사람들이 순서대로 2년씩 학장직을 맡기 에는 의과대학이라는 조직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 이다.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 2008;20(3): 173-175. doi: http://dx.doi.org/10.3946/kjme.2008.20.3.173

학장의 리더십
왕규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
Dean's Leadership
Kyu-Chang Wang
Department of Neurosurger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Kyu-Chang Wang ,Email: kcwang@snu.ac.kr
Received: 25 August 2008;  Accepted: 27 Augus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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