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에서 자기주도학습원리를 통한 배움의 용기 고찰 (KMER, 2010)
Implications of Erudition Through Self-Directed Learning Principles in Medical Education
김성길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Seong Gil Kim, Ph.D
Kwangwoon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서 론:교육의 본질에 관한 질문
1st Question:‘ 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르치고(敎) 기르는(育) 일로 표현되는 교육(敎育, education)의 중핵에는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이 있다는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중핵을 이루는‘교수-학습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육의 3요소로 이야기되는 교수자, 학습자, 교과내용의 상호 연관성이 높으면 교수-학습이 원활이 이루어진 것이고, 그러면 교육이 잘 진행된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2nd Question: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교수자가 교과내용을 잘 전달하기만 하면 교육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학습자가 교과내용을 잘 받아들이기만 하면 교육의 목적이 성취되는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그렇다면‘잘 전달하고 잘 받아들이기’위한 교육의 방법은 그 목적에 부합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용인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3rd Question:‘ 교육의 주체’는누구인가? 교육의 3요소중에서 교과내용이 주체는 아니라고 볼 때, 교수자가 주체가 되든지 아니면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주체는 교수자인지, 학습자인지, 아니면 이 두 존재 모두 다 인지 질문하게 된다.
배운다는 것은 배움 본성을 타고난 인간인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 스스로가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한준상, 1999).
평생교육시대의 자기주도학습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를 엄밀히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도 이제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생각이 되었다. 교수자와 학습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평생토록 자신의 학습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평생학습자이자 지식의 생산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평생학습자라는 인간관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인식의 틀이 되었다. 평생학습사회가 구축되기 위해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 각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관리할 수 있어야한다.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한순미, 2004).”
평생학습사회의 핵심인 자기주도학습은 그 의미를 목표에 두는지, 과정에 두는지, 또는 목표와 과정의 통합에 두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제기한다.
- 첫째로, Brookfield(1985)는 자기주도학습을 하나의 목표로 바라본다. 다시 말해서, 자기주도학습은‘자아실현을 추구하는 학습자의 특징적 학습방식의 하나로서, 학습과정의 결과로 기대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학습자 내면의 의식변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 둘째로, Knowles(1975)와 Long 등(1988)은 자기주도학습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들에게 있어서 자기주도학습은‘학습자가 교수자 혹은 외부인의 도움에 관계없이 스스로 주도권을 지니고 학습의 필요성 진단, 목표 설정,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확보, 적절한 학습 전략 선택 및 적용, 최종적인 학습 결과 평가를 실행하는 과정’이며, ‘학습자 스스로의 통제와 관리에 따라 학습상황에 집중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교?대조하는 등의 메타인지행동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 셋째로, Candy(1991)는 자기주도학습을 목표이자 과정으로 바라보고, ‘학습자가 스스로의 학습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율적 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러한 자기관리능력의 향상을 위해 교수-학습 과정에 학습자의 주도권을 증진시키는 훈련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학교육에 있어서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국내연구는 윤소정 등(2007)의 연구와 천경희 등(2010)의 연구를 들 수 있다.
- 윤소정 등(2007)은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간의 학습성향 차이를 학습접근방식, 비판적 사고성향, 자기주도학습준비도 측면에서 연구하였는데, 그 결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의과대학생들에 비해 보다 심층적 학습접근, 학습모니터일과 노력관리 및 학습조직화를 잘하고, 비판적 사고성향과 자기주도학습 준비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천경희 등(2010)은 의과대학에서의 교육풍토, 자기주도학습, 창의적 사고 등에 대해 의과대학생과 공과대학생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특히 자기주도학습 태도를 학습에 대한 애정, 학습 및 과제에 대한 효능감, 독창성과 새로움 추구, 자신에 대한 긍정적 기대, 학습에 대한 자기성찰, 학습에 있어서의 자율성 등 여섯 영역으로 구분하여 비교하였는데, 그 결과 의과대학생의 평균이 공과대학생의 평균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의학교육 영역에서는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싹트기 시작하는 태동기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자기주도학습의 활용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의 효익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설정 및 프로그램의 선정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학습형태를 말한다. 즉, 자기주도학습은 학습목표의 설정, 학습자원의 확인, 학습전략의 선택, 학습결과의 평가와 자기성찰 등의 일련의 과정을 학습자 스스로 동기를 발견하고 지속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최성우 김판수, 2010).”
1. 동기부여(motivation) 증진
서머힐(Summer Hill)의 창시자 닐(A. S. Neil)은‘자기 자신이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학교’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머힐을 열었다(대교, 2010).
“부모들의 지나친 불안은 어린이의 건강을 해치는 한 원인이 된다. 이런 불안이 자식은 아버지보다 더 출세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소원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이런 아버지는 그의 자식이 배우고 싶을 때 읽기를 배운다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 그는 아들을 야단치지 않으면 건달이 될 것이라고 겁을 내고 있다. 그는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대로 전진하는 것을 지켜볼 만큼의 참을성이없다.‘ 만약에 내 아들이 열두 살이나 되어서도 글을 읽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 애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만약에 열여덟 살에 대학입학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그는 무식한 노동자 밖에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나는 이와 반대로 참고 기다리면서 한 어린이가 조금씩 발전하거나 전혀 발전을 못하는 것들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어린애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으면 마침내는 인생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A. S. 닐, 2003).”
2. 도제정신(apprenticeship) 확충
“최고의 교수들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생과의‘소통’을 뽑는다. 수업이란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소통과정이므로, 교수와 학생이 소통만 잘 한다면 그 수업은 대체로 성공적이다.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은 수업시간에 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소통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소통이란 개인적인 교류에서 시작된다. 교수와 학생이 개인적인 교류를 이루기란 그리 쉽지 않다. 쉽게 건널 수 없는 깊고 넓은 강이 교수와 학생 사이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이의용, 2010).”
장인(master)과 도제(apprentice)와의 관계는 교수자와 학습자와의 관계로 대치될 수 있다. 이들 사이의 인간적 사회적 관계와 경험의 공유는 교수(teaching)라는 원인변인에 의한 학습(learning)이라는 결과변인으로의 일차원적 단편적 수준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김성길, 2010). 오히려 학습자 스스로‘어깨 넘어 배움’을‘그저 시도(just do it)’해 보는데 도제정신의 활용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눈에 보이는 교수작용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서 제자 스스로 배움의 넓이와 깊이를 깨달아 가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다층적인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다.
3. 가르침보다 서로 배움 지향
“좋은 교육이란 유창한 말솜씨로 잘 가르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말로 가르치기’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널리 퍼져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고정관념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지식을 전달할 때 주로 말로 가르치므로 이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침묵으로 가르치기’는 이처럼 검증되지 않는 믿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핀켈, 2010).”
지금껏 교육을 교수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가르치는 일이고, 학습자 입장에서 이해하면 배우는 일이라고 구분하곤 했다. 교육학의 중핵을 교수-학습으로 여겨왔고, 그 속에서 학습(learning)은 교수(teaching)의 결과물로 치부되어‘가르치면 배운다’ 는 식의 기계적이고 도구적인 인식에 사로잡혀왔다(김성길, 2010). 이런 이분법적인 구별짓기는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에 간극을 넓히고 벽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교육문제는 나날이 산적해 가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대책 없이 시대 반복적이고 임기응변적으로 제시될 뿐이다. 이는“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교사가 되기를 좋아하는 결점이 있다(孟子曰人之患在好爲人師)”는 맹자(孟子)의 지적처럼, 배우기보다 가르치기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긴 부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움(erudition)은‘좋은 교육’이다. 좋은 교육은 그 어떤 타자(他者)에게서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다(핀켈, 2010). 우선, 좋은 교육에서‘타자’는 반드시 교수자라는 인간 존재여야만 할 필요가 없다. 학습자 주변의 환경 모두가 타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은 자연(Nature)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자연(自然)스러운 일인 것이다. 또한, 좋은 교육에서 배우는 지식(knowledge)은 단순한 자료(data)나 정보조각(information)의 총합이라기보다는 교수자와 학습자 각자의‘생각의 사고(thought about thinking)’로서(한준상, 2009) 지혜(wisdom)까지를 망라한다. 그리고, 좋은 교육에서‘만드는’상황은‘만들어지기’도 하고‘만들어내기’도 한다. 외부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 있는가 하면, 내부에서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황도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독단적인 학습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은 교수자의 교수활동(teaching)보다는 학습자의 학습활동(learning)을 우선시 하며, 나아가서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의 배움활동(erudition)을 가장 중요시 한다. 다시 말해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각각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교수자면서 동시에 학습자고 학습자면서 동시에 교수자인‘교수학습자’,‘ 학습교수자’로서 모두가 배움의 본능을 타고난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임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결 론:배우려는 용기
“의학이 종합학문으로서 모든 학문분야를 포괄하고 응용하듯이 의학교육도 일반 교육학의 원론적 분류에 속하는 모든 분야를 포괄하면서 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주지의 사실이다. 즉, 의학교육은 의사라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특별한 목적이 있으면서도 그 의사라는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능력, 태도 등을 갖춰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이승희, 2009).”
교육에는 가르침이 필요하다. 가르침은 좋은 교육을 이루어내기 위한 필요조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가르침이 좋은 교육의 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그 무엇인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선행조건이 바로‘배움’이다. 좋은 교육을 위해서 배움은 필수 불가결하다. 가르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배우기 위해서다. 인간은 가르치기 위해서 태어났다기보다는 배우기 위해서 태어났고 이미 배우도록 되어있다(한준상, 1999). 모태의 양수로부터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배우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윤소정, 이상엽, 강신영, 정해진(2007). 의과대학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간의 학습성향 차이. 한국교육, 34(3), 3-27.
천경희, 박원균, 이상숙, 박영순, 강이철(2010). 의과대학에서의 교육풍토, 자기주도학습, 그리고 창의적 사고에 대한 고찰:타 대학 유사전공 학생들과의 비교를 기반으로. 사고개발, 6(1), 179-200.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propose an alternative viewpoint on medical education, known as the Erudition paradigm. This study aims to confirm the essence of erudition rather than teaching and learning through discussing the foundations of self-directed learning principles in medical education. By reactivating the meaning of self-directed learning, this study debates the proprieties of the erudition paradigm beyond pedagogy; that is to say, the school-oriented educational paradigm. After all, this study reveals that all humans are Homo Eruditio, born with an erudite instinct, and it is necessary to inspire his/her encouragement in erudition by using self-directed learning.
Key Words: Erudition, Self-directed learning, Motivation, Apprenticeship, Self-efficacy, Inter-experience, Self-sculpting,
Medic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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