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사회적 역량
The public dialogue and conflict resolution skills of Korean physicians
안 덕 선*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학교실
Ducksun Ahn, MD*
Department of Plastic Surgery,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서 론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집행부와 정부 부처 간에의료를 둘러싼 의견대립으로 인하여 상호간 소통이 쉽지 않은 불편한 관계가 설정되었다. 의료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때 의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의사들이 심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있어서이제 의사들이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된 것에 대한 분개함도 토로하고 있다. 따져보면 이러한 반감은 의사에게 억울하고 불합리한 의료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데 왜 의사는 자신들의요구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느냐에 대한 자괴감과 무기력함의 표출이며, 이러한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노동자 집단과같은 물리적이고 원초적인 방식을 취하는 데서 오는 또 다른자존감 상실의 표현이다. 의사집단의 무기력감과 자존심의상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사전문직에 대한 자부심과직업만족도에 심각한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의사들이 억울하다고 하여도, 그리고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요구를 하여도 사회와 정부는 의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현상을 보이고 있다.
의사의 사회적 역량
10만 의사를 지지하는 인구가 의사 가족까지 합친다고 해봐야 전국에 50만이라고 추산한다면 나머지 대한민국 국민중 과연 의료정책에서 의사를 지지할 집단은 얼마나 되는가는 매우 궁금하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도입된 지 100여 년이지난 지금 서양의학을 구사하는 의사들에 대한 일그러진 이미지와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오는 의학교육의 취약성이 합하여져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의사는 집단적 영역에서 답답하고 억울한 사항이 있어도 이것을 정치 쟁점화하는기술이 부족하고 사회로부터 지지를 얻는 능력은 더더욱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비약하여 함축하자면 대사회적 영향력은 물론 의사 자신의 사회적 역량이 떨어진다고 하여도결코 무리는 아닐 것 같다 .
프랑스대혁명이 한창이었던 시절 프랑스 의사이며 철학자인 카바니스는 의료라는 것은 바로 사회이며 이것은 곧 국가라는 확장된 의미의 의학과 의료를 주장하였다. 한걸음더 나아가 카바니스는 의사는 직무상 공권력도 갖고 있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의사는 단순한 의료의 기술자인 장인적[1] 위치를 벗어나 의료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하고, 의료의 도덕적 감독자, 공중보건의 수호자가 되어야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놀랍게도 공중의 일반적 도덕성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이나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의사 자신부터 고도의 윤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안고 있고 의료자체가 태생적으로 윤리성이 부여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당시 프랑스혁명의 확장된 의미는 독일의 국가의료를 탄생시켰고 민주주의가 상대적으로 늦게 발달한 독일과 일본에서매력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의학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일제시대부터 인구대비 극소수의 의사인력을 양성하였던 조선사회에서 의사는 정치적 사안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일본제국주의의 틀을 훼손하는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아 단체로써의 또는 조직으로써의 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은 미비하였다. 즉 일제시대에 의사를 비롯한 조선인전문직은 일본인 지배계급의 피지배계층으로 위치하게 되었다[2]. 즉 전문직의 지식과 기술은 당시 식민조선 사회에서대단한 부와 자본축척도 가능하였으나 정치적 사안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해방 후 혼란기를 거쳐 군사정권에 의한 강압적인 의료보험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되었으며 의사는 상대적 수요 공급의 괴리로 특권 아닌 특권이 유지될 수 있었고 정치적 사안에는 당연히 둔감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의학의 과학적 발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하고 경제발전과 함께 의학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중시한 결과 의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게 되었다. 아울러 과학위주의 의학교육은 질병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 주가 되었고 인간에 대한이해나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키워주지 못하였다.
소통과 갈등해소 역량강화교육
의학교육에 진입하기 전 부실하기 그지없었던 대학의 교양교육이나 예과과정이 사회적 시각을 키워주지 못하였던것도 의사전문직의 사회적 역량을 약화시킨 요인 중의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로 의사들은 의과대학 졸업후 자신이 선택한 전문과목 내에서 의학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관심만 갖는 좁은 시야의 장인처럼[1] 양성되었을 뿐 사회와 동일한 눈높이 조절이나 사회를 볼 수 있는 힘이 없어졌다. 이런 의사 직업군의 문화적 특성은 현재도 의료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의사집단과 정부 그리고 사회 대표들 간의 소통부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민감한사항에 대한 3자의 회담에서 의사대표에 대한 평은 대체로‘대부분 듣기만 하고, 대표자들이 차분히 알아듣기 쉽게 의사표현을 할 줄 모르고, 회의가 합의시점에 도달하여 잠정적합의에 이르면 별다른 의사 표현 없이 또는 거부감 없이 회의를 마치나, 일단 회의가 끝나고 동일사안이 의사집단내의회의에 붙여지면 대개는 구성원의 굉장한 반발을 일으키고합의된 사안에 대한 재해석과 회의를 다시 하여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사회와 정부대표는 불만을 토론하고 있다.즉 대 사회적 소통능력의 교육과 경험부족이 자신의 정당한주장을 펼치는데 있어 매우 미숙하다는 평을 받는다. 사회나정부대표는 의사는 모든 사람이 의사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의사중심 사고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상 이런 현상은 비록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우리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발달하였고 비교적우리보다 좋은 교육을 받았던 선진국도 의사의 사회적 역량강화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의과대학 및 졸업 후 교육에서 의사들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실행되고 있으나 가장 대표적으로 평생전문직업성(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으로 설명되고 있다. 평생전문직업성 개발에는 리더쉽, 의사소통, 의료제도 등 의사가 갖추어야 할 사회적인 역량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인 또는 민감한 의료제도를 논의함에 있어서 의사들은 의사단체를 대표해서 자신들의 의견표출을 명확하게 할 수 있고 의견차이로 나타나는 갈등해소에 대한 역량의 함양을 도모하고 있다[3].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사양성제도에서 아무도 이러한 내용을 전공의 시절이나 그 후 제도적 장치로 배워본 것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이런 것을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도 의학의 역사로 배워보지도 못하였다. 우리나라 의사가 받은 교육은 전문의 양성을 위한 의국교육이 보여주는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에 익숙하여 양방소통이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가족적 개념이 바탕이 되는 의국교육은 의국이외의 사안은 관심이 없게 만드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이러한 의국교육의 특성은 졸업 후에도 유지되어 대사회대정부 협상에서 조차도 일차로 수동적이고 조용한 무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의사소통의 결렬과 함께 2차적인공격적인 모습을 차후에 나타나게 하여주고 있다. 의국에서 배운 의과학적 지식이외는 담론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의료에 대한 중요한 정책적 결정에 대한 적절한 반론이나 합리적인 주장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차원의 결정에 감정적 대처는 금물이다. 이와같은 낭비적이고 비효율적 소통구조는 분명 우리의 의견이정당하다는 주장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될 수 있는 함정이존재한다.
결 론
유럽은 프랑스혁명 이래 의료의 사회성에 관한 치열한 논의를 하여 왔다. 영, 미를 대표하는 영어권은 나름대로 전문직업성에 대한 발달을 이룩하였다. 이제 100여 년이 넘은 우리나라의 의사양성제도에서 의사의 사고장애의 원인이 되는 가족주의적 의국중심의 문화를 탈의국적이고 사회적 차원의 사고가 가능한 넓은 시야의 교육으로 전환시킬 시점이되었다. 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차원의 큰 그림에 대한 인식과 의료환경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대처가 가능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의학교육의 관심 밖이었던 의사의 사회적역량을 학부나 전공의교육, 평생교육에 함양시켜 의료를 둘러싼 각종 의사결정에서 의사단체와 사회가 대화 가능한 집단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사가 사회적 변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J Korean Med Assoc. 2012 Dec;55(12):1156-1159. Korean. Published online December 18, 2012. http://dx.doi.org/10.5124/jkma.2012.55.12.1156 | |
Copyright © 2012 Korean Medical Association |
Ducksun Ahn, MD | |
Department of Plastic Surgery,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 |
Corresponding author: Ducksun Ahn, |
Abstract | |
The recent conflict between the organization of medical professionals and the government agencies regarding health policy exemplified the incapability of doctors to resolve social conflicts. Doctors have shown strong dissent against a range of government healthcare policies. One policy that is at the center of this heated conflict is the cost containment measure of the national healthcare system. The healthcare professionals argue that the government policy was created in an undemocratic manner and is downright oppressive. However, the current opinion of the public is not supportive of the doctors, who are seen as self-interested and well-endowed. This disagreement among the public, government, and physicians is the source of huge contention in Korean society. The Korean medical professionals have been criticized on many grounds: they are self-interested; too focused on biomedical sciences as opposed to the holistic view on patients; lack a macro-level perspective on their actions and plans; and are isolating themselves from the general masses, treating themselves as a special class of professionals. These perceptions have led doctors' due and just claims for reimbursement for their efforts to be considered as greedy and excessive attempts to extract money in popular opinion. Whether these claims are true or not, doctors should attempt to correct these negative perceptions through a public dialogue. A concerted effort for social understanding and constructive relationship-building between doctors and the general public is highly recommended. The current Korean post-graduate medical curriculum does not include any communication or conflict resolution components. Therefore, when societal conflict arises regarding healthcare or medicine, doctors are inadequately trained to resolve the issue. Efforts should be made to change medical education to better equip physicians with social and communication skills in order to amend this status quo. In order to take control of social situations and function as agents of change, doctors should attempt to build their capacity. When doctors are more adept at handling conflict resolution and leading a dialogue between the public and the professional society, then they will be enabled to achieve their aims. |
Keywords: Health policy, Conflict resolution, Social capaci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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