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교육 내실화 방안

Quality Improvement Strategies of Medical Ethics Education in Korea


정유석

단국의대 가정의학교실/의료윤리학교실

Yoo-Seock Cheong, M.D., Ph.D.

Department of Family Medicine, Medical Ethics, Dankook

University Medical College, Cheon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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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의료윤리가 언급되는 상황은 주로 배아복제나 줄기세포치료와 같은 첨단의료기술의 적용이나 연명치료 중단, 임신중절 시술의 윤리성 등 딜레마 상황과 관련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리베이트 관련 문제, 연구논문 조작, 수면내시경 시술시의 성추행 등 새로운 윤리 문제들이 주목받게 되었다. 

    • 전자의 경우는 새로운 기술이 의료현장에 적용될 때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윤리물음에 답하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 현상이다. 하지만, 
    • 후자의 경우는 의사 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조장하고 의사-환자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안타까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교육은 1980년대에 소수의 의과대학에서 시작되었다. 이미 1970년대에 의료윤리 교육이 시작된 미국의 경우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정착하였다. 2005년 의과대학교육현황을 보면 41개 대학중 40개 대학이 의료윤리과목을 채택하고 있었다[1].



본론

1. 의료윤리교육의 목표


전통적으로 의료윤리교육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 첫째는 선한 의사, 또는 덕스러운 의사를 만드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 두 번째는 윤리적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한 의과대학생들에게 선한 성품을 강요하는 것이 교육을 통해 가능하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 Freedman,Wilson, Pellegrino와 Thomasma 등은 선한의사 만들기야 말로 의료윤리교육의 최종목표라고 주장한다[2-5]. 그들은 의학은 태생적으로 도덕성을 담보로 해야하며, 의사의 덕성은 의료윤리를 배우고 훈련함에 의해서 함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반면, Miles, Gross 등은 의료윤리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임상 진료에 있어서 문제를 인식하는 ‘실제적 지혜(practical wisdom)’를 가진 의사를 키우는 것이며 환자 진료 과정에서의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였다[6,7]. 이들은 의과대학생들의 도덕적 특성은 입학시점 이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더 선한 의사로 만들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를 표명하였다. 


2000년대 초반 북미지역 87개 학교들을 대상으로 의료윤리 관련 교과목의 교육목표를 조사한 James 등의 연구에 의하면, 북미의 의과대학들은 평균 3가지의 학습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중 ‘의료윤리문제들에 친숙해지기’(77%)와 ‘윤리적 판단력/ 문제해결능력 배양’(64%)의 두 개 항목만이 전체 코스의 절반이상에서 채택되었다[8].


2006년에 발표된 최은경 등의 연구에 의하면 국내 의과대학에서 다루는 의료윤리의 주요 주제 상위 5가지는 

      • 의료윤리의 기본개념, 
      • 죽음과 관련된 윤리, 
      • 출생에 관련된 윤리, 
      • 의사환자관계 윤리, 
      • 첨단 의학과 관련된 윤리였다[1]

그 다음으로 의학연구윤리, 특수 환자 관련 윤리, 동료의료인 관련 윤리 등이 뒤를 잇고 있었는데 이는 북미 의과대학들의 학습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국내 의과대학들도 의료윤리교육의 목표로서 다분히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 의료윤리의 교육자


의료윤리교육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교육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 상당 부분 좌우된다. 전기한 바와 같이 국내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교육의 목표로 윤리적 감수성과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현실적인 목표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 교원의 참여가 국내 의과대학에서 흔하다는 점은 강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임상 교수들 대부분은 학부시절과 수련기간에 의료윤리를 배운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다르지 않아서 Smith 등은 의료윤리 교육의 중요한 장벽중 하나는 교수진 스스로가 이 분야에 대하여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임상 교수들을 위한 의료윤리 교육가 양성 과정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하였다[9]. 


조금 다른 각도의 문제점은 의료윤리만을 전담하여 가르치는 전임교원의 유무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각 의과대학이 의료윤리과목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대한 간접적인 지표로 볼 수 있다.


이는 의료윤리 전임 교수 충원율이 70%인 북미의 경우와 확연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8]. 이상적으로야 윤리학자, 법학자, 임상 의사가 팀이 되어 의료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여건이 성숙하기 까지는 관심 있는 교원 누군가는 윤리교육에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3. 의료윤리교육 시기


2006년 조사에 의하면 국내 의과대학의 의료윤리강의 시간은 평균 20시간(최소 2-52시간)이었고 부여된 평균 학점은 1학점이 48%, 2학점이 24%의 순이었다[1].


현실적으로는 의료윤리 고유 과목의 시간 배정은 저학년과 고학년에 한 번씩 도합 두 번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보는데, 이 경우 

      • 저학년 과정은 윤리/철학자가, 
      • 고학년 과정에서는 임상 의사가 교육의 중심이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10].



4. 의료윤리교육 방법론


국내 의과대학에서 흔히 진행되는 의료윤리 수업방식은 

      • 강의 91.9%, 
      • 전체 토론 64.9%, 
      • 소규모 증례토론 62.2%, 
      • 디오 상영 40.5%의 순이었다[1]. 

북미 의과대학의 경우는 

      • 토론 84%, 
      • 자료읽기와 에세이작성 83%, 
      • 강의 64%의 순이었다[11].


미국의 John Curley 재단에서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의료윤리 교육에 대한 에세이를 제출하게 한 바 있는데, ‘의대생들의 윤리적 사고와 행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의 견해를 요약해보면, 부분의 학생들은 강의식보다는 스스로의 견해를 마음껏 피력할 수 있는 소그룹 토의 형식을 원했다[13]. Perkins 등은 입원환자에 대한 윤리적 자문 활동(ethical consultation), 집중 임상윤리 과정(intensive clinical ethics course), 의료윤리 집담회(ethics rounds)라는 세 가지 교육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의료윤리 집담회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였다[14]. 


결론적으로 저학년 시기의 의료윤리 강의는 윤리이론 전반에 관한 읽기자료와 에세이작성 등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강의식 수업형태로 하고, 고학년의 경우 사례와 영상자료 등에 대한 소그룹 토론, 의료윤리 집담회의 운영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5. 국내 의료윤리교육 내실화의 걸림돌


국내 의료윤리교육 내실화를 기하는데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임상 경험과 윤리적 전문성을 갖춘 교육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의과대학 교수진들의 대부분이 학부시절과 전공의 시절에 의료윤리과목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 근본 원인이 있다.


두번째는 공통의 학습목표와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발간한 의료윤리교과서의 초판이 나온지가 1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 신간이 나오지 않았고 각 대학마다 외국의 교재들을 짜집기 하여 나름의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번째는 평가의 문제인데, 의료윤리 과목의 도입에 있어서 의과대학 인증평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듯이 의료윤리 과목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의사 국가고시, 혹은 전문의 고시에 의료윤리 문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표준화된 학습목표와 교과서의 발행이 선행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 논점은 의료윤리 교육을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국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졸업 후에도 전공의 시절과 그 이후의 평생의학교육의 과정에서도 윤리 교육은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의료윤리학회가 발간한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 교과서는 세부 전문과목에 관한 내용보다는 의사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서바이벌 윤리’를 강조하고 있어 일부 의과대학에서도 학습교제로 그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15].









Quality Improvement Strategies of Medical Ethics Education in Korea
의료윤리교육 내실화 방안

정유석
단국의대 가정의학교실/의료윤리학교실
Yoo-Seock Cheong, M.D., Ph.D.
Department of Family Medicine, Medical Ethics, Dankook University Medical College, Cheonan, Korea

Abstract
In the past twenty years, medical ethics has emerged as a priority within medical schools in Korea. This article contains important messages about the general overviews and current status, such as the educator, teaching method, and goals of medical ethics education in medical schools. The author suggests ideas of improvement and qualification of the medical ethics education in Korea. There are two points of view regarding the purpose of teaching medical ethics: (1) that it is a means of creating virtuous physicians; and (2) that it is a means of providing physicians with a skill set for analyzing and resolving ethical dilemmas. The field would benefit from further theoretical work aimed at better delineating the core content, core processes, and core skills relevant to the ethical practice of medicine. They are in agreement that a multidiciplinary team of ethicist-philosophers and physicians should teach medical ethics, and ethics education should be integrated longitudinally throughout the 4 years of medical school. Within a few decades the number of Korean medical schools requiring medical ethics has increased in volume. Further progress in ethics education may depend on medical schools’ willingness to devote more curricular time and funding to medical ethics for faculty development and re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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