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과제와 전망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맹 광 호






서 론 - 문제 제기

우리나라에서 통상 ‘의학전문직업성’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는 ‘Medical Professionalism'은 지금 거의 모든 나라 의학교육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회자(膾炙)되고 있는 화두 (話頭) 가운데 하나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바라는 ‘의사다운 의사로서의 바람직한 태도와 언행’이라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 있는 이 말의 기원은, 아무래도 1984년 미국의과대학협회 (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가 펴낸 GPEP 리포트, 즉 <21세기 의사상> (Physicians for the 21st Century)이라고 할 수 있다 (AAMC, 1984). 그것은 이 GPEP 리포트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권의 신장, 그리고 각종 의료제도의 도입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21세기 사회에 맞는 새로운 의사 양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최초의 의학교육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이 후로 미국의과대학협회는 이런 21세기 미국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양성을 목표로 하는 의학교육을 위해 ‘Medical Professionalism’,즉 ‘의학전문직업성’에 관한 많은 논의와 연구를 해 왔으며, 1998년 1월에 발표된 ‘의과대학 목표 프로젝트’ (Medical School Objectives Project, MSOP)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AAMC, 1998). 실제로 이 ‘의과대학 목표 프로젝트’가 포함하고 있는 의사들의 4가지 덕목, 즉, 타심 (altruism), 지식 (knowledge), 기술 (skill), 그리고 책무 (duty) 가운데 ‘이타심’과 ‘책무’는 오늘날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의학전문직업성’의 핵심 내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의학전문직업성’은 1970년대 이후 이미 많은 의과대학들에서 교육해 온 의료윤리라든지 인문사회의학의 개념들을 확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의료윤리나 인문사회의학, 그리고 ‘의학전문직업성’ 논의의 배경은 다소 다르다. 

      • 즉, 의료윤리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인권 신장의 문제나 이즈음 피임이나 낙태와 같은 생식의학 분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의사와 환자관계, 그리고 생식의학 기술 적용의 윤리문제 등이 주요 배경이 되어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 이보다 다소 뒤늦게 거론되기 시작한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필요성은 의사들이 인간인 환자와 이들 환자가 사는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논의되기 시작되었다면, 
      •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은 정부에 의한 관리 의료와 의료의 산업화 과정에서 의사들이 더 이상 의사다운 점을 잃어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Sullivan, 1999). 

아무튼, 의학교육에 있어서 의료윤리와 인문사회의학을 포함한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의 배경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외국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Moore, 1976; Pellegrino, 1979; Swick, et al,, 1999; Stephenson, et al., 2001; Murray, 2004), 국내에서도 몇몇 의학교육연구자들에 의해 이에 대한 의견 개진이 있었으며(Meng, 1998; Kim & Hur, 2003; 권상옥, 2005; Chung, 2004; Lim, 2007), 2004년에는 국내 모든 의학교육 담당자들이 모이는 제14차 의학교육합동학술대회에서 ‘의학 전문 직업성교육’을 주제로 비교적 깊은 논의를 한 일도 있다 (한국의과대학장 협의회, 2003).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의 성격이나 내용, 그리고 이를 교육하고 평가하는 방법 등에 관해서는 한 두 편의 원론적 의견 제시 (Kim & Hur, 2003; Kim & Hur, 2005)가 있었을 뿐, 아직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 왔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모든 대학에서의 의학교육 최종목표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고하고 각 대학에서 가르치는 ‘의학전문직업성’ 관련 과목의 내용과 교육방법 및 평가 방법들이 서로 다름으로써 교육효과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만큼 ‘의학전문직업성’을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교육내용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은 나라마다 또 의과대학마다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의사협회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와 미국 의과대학 협회가 미국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이어 관련 모임을 갖던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조사된 한 연구에 의하면 당시 125개 미국 내 의과대학 가운데 116개 (89.7%) 의과대학이 일정한 형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나 교육 및 평가 방법이 매우 다양해서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Swick et al., 1999).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는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현실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Chung (2004)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다루고 있는 ‘의학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수가 1998/1999년도에 28개였으나, 2000/2001년도에는 48개, 그리고 2002/2003년도에는 76개 과목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각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관련 교과목 내용은 매우 다양한 실정이다.


‘의학전문직업성’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윤리의 경우는 그나마 그 동안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가 학습목표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까지 발간한 상태여서 어느 정도 공통적인 내용의 교육이 각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타 행동과학이라든지, 의료사회학, 의사학, 그리고 의학과 문학 등 의학과 관련된 인문사회계열 교육과정은 대학마다 그 내용과 분량이 매우 다양해서 거의 공통성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Meng, 2007).


의과대학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의과대학들은 이제부터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가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데 있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며 이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별 의과대학이나 관련 단체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관해 몇 가지 논의를 하고자 한다.



본 론 - 한국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과제와 전망

가. ‘의학전문직업성’ 내용 정의와 학습목표의 개발


의과대학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 정의와 학생들이 성취해야 하는 일정 수준의 학습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의학전문직업성’은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의학전문직업성’이 학문 체계상 별도로 분류되어 있는 분야가 아니라, 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올바로 실천하는 의료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의료윤리나 인문사회의학 같은 분야의 내용들을 다-학제적 multidisciplinary), 또는 간-학제적 (interdisciplinary)으로 포괄하는 하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학전문직업성’에 관해서는 Swick (2000)가 정리해서 발표한 ‘의학전문직업성’의 규범적 정의 (normative definition)라든지 미국개원의협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와 미국 내과학회(American Society of Internal Medicine)가 공동으로 개발한 소위 ‘의학 전문 직업성에 대한 선언' (A physician charter on medical professionalism) 등 많은 관련 연구 발표가 있지만 이들 모두 ‘의학전문직업성’을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기 보다는 의사다운 의사가 갖춰야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이나 규범들을 나열하는 상태로 이를 정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 개원의 협회와 미국내과학회가 공동으로 개발한 ‘의학 전문 직업성에 대한 선언’의 경우, ‘의학전문직업성’의 내용을 3가지 원리와 10가지 덕목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3가지 원리로는... 

          •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Principle of primacy of patient welfare)과 
          •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Principle of patient autonomy), 그리고 
          • 사회적 공평성을 준수하는 것 (Principle of social justice)을 들고 있으며, 

의사가 전문 직업성으로 갖춰야 할 10가지 덕목으로는 

          • 첫째, 환자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전문성 (Commitment to professional competence), 
          • 둘째, 환자에 대한 정직성 (Commitment to honesty with patients), 
          • 셋째, 환자와 관련한 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 (Commitment to patient confidentiality), 
          • 넷째, 환자와의 적절한 관계유지 (Commitment to maintaining appropriate relations with patients), 
          • 다섯째,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노력 (Commitment to improving quality of care), 
          • 여섯째, 의료제공 기회를 높이기 위한 노력(Commitment to improving access of care), 
          • 일곱째, 한정된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노력 (Commitment to a just distribution of finite resources), 
          • 여덟째, 과학적 지식을 위한 노력 (Commitment to scientific knowledge), 
          • 아홉 번째, 이해 갈등상황을 잘 관리함으로써 신뢰를 유지하려는 노력 (Commitment to maintaining trust by managing conflicts of interests), 그리고 끝으로 
          • 열 번째, 전문직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려는 노력 (Commitment to professional responsibility)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정의는 결국 ‘의학전문직업성’이 기본적으로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를 위한 의사들의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규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의학전문직업성’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나 사회제도에 따라 그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형편에 맞는 ‘의학전문직업성’의 내용을 정의할 필요가 있고, 이런 ‘의학전문직업성’의 내용정의를 바탕으로 학습목표와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의 개발

일단 ‘의학전문직업성’교육에 대한 교육내용과 학습목표가 정해지면 대학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전체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실천하게 된다. 이 경우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교육 내용인데,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의 경우 대개는 두 가지 교육 모델, 즉 다-학제적 (multidisciplinary) 모델과 간-학제적 (interdisciplinary) 모델에 따라 교육내용을 달리할 수가 있다고 본다. 

        • 여기서 말하는 다-학제적 모델을 이용한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이란, 의과대학생 들에게 ‘의학전문직업성’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인문학과 사회과학 교과목들, 예컨대 철학, 윤리학, 신학, 문학, 역사학, 법학 (보건의료 관련법 포함), 사회학, 경제학 등은 물론 음악이나 미술, 연극, 및 의사소통 기술 등 다양한 과목들을 독립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이들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쌓아 이를 스스로 의학적 지식에 통합해서 장차 의료 활동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 이에 비해, 간-학제적 모델을 이용한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은 가령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과목들로부터 의학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전문가들이 미리 추출하고 종합해서 이를 간-학제적 교과목 내지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는 것을 말한다. 의료윤리, 의-철학, 의학사, 의학과 문학, 의사와 사회, 의학과 예술, 의사-환자 간 의사 소통 기술 등이 그 좋은 예다. 


두 모델이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 많은 의학지식과 기술을 학습해야 하는 의과대학생 들에게는 간-학제적 모델에 의한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이 효율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1학년에서 3학년까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환자-의사 관계' (Patient Doctor Relationship, PDR) 프로그램이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1학년에서 4학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의사와 사회' (Physician and Society, PAS) 프로그램, 그리고 UCLA 의과대학 전 학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의사 만들기' (Doctoring) 프로그램 등이 이런 간-학제적 ‘의학전문직업성’교육과정의 좋은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2004년부터 새 교육과정, CDP 2004 (Curriculum Development Project 2004)를 시작하면서 4개 학년 모든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의학입문, 의료경제, 대체의학, 죽음과 의학, 의사와 사회, 의료선교학, 의료윤리 등 다양한 내용의 간-학제적 인문사회의학 교과목 내지 프로그램을 필수 또는 선택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간-학제적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교육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효과적인 교육방법의 개발이다. ‘의학전문직업성’교육 또한 다른 교육에서와 같이 전형적인 강의식 교육을 포함해서 다른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고르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 같은 가치교육은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보다는 학생들의 참여가 극대화 되는 방향의 교육방법, 예컨대 소집단 학습, 학습자중심, 자기주도 학습, 문제바탕 학습 (problembased learning), 협동학습, 역할놀이 (role play), 모의환자를 이용한 수업 등 그 접근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Kim & Hur, 2003). 특히 여러 가지 유형의 인간상이 반영된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독서라든지, 의학적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다양한 의학적지식과 인간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요구 되는 사례들을 만들어 문제바탕학습 방법으로 교육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에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역할모델이다. ‘의학전문직업성’과 같은 가치교육에 있어서 역할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대상이나 내용에 대한 신뢰성(source credibility)이 성인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이며 따라서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양성하는 교육에 있어서는 역할 모델의 교육적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Sethuraman, 2005).


한편,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 개발의 마지막 과제는 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 대한 학습성과 평가방법을 결정하는 일이다. Miller (1990)에 의하면, 학생들의 학습평가는 지식수준을 측정하는 소위 ‘지식' (knows) 수준 평가와 지식을 이해하는 정도를 평가하는 ‘지식 이해' (knows how) 수준평가, 그리고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식응용' (shows how) 수준평가 및 실제 생활에서 지식을 실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실천' (does) 수준평가 등으로 구분해서 각기 다른 평가방법 들을 사용해야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 평가에 있어서도 지식을 전달해 주기 위한 강의 교수법 등을 사용했을 경우 MCQ와 같은 객관식 문항평가를 주로 사용하게 되며 지식을 이해하고 있는 정도는 에세이나 구두시험이, 그리고 배운 것을 제대로 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역시 구두시험 등이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실제 배운 ‘의학전문직업성’ 내용을 실천하는 능력평가는 표준화환자를 활용한 OSCE나 CPX, 그리고 교수의 관찰 평가서나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같은 체험수기 등을 통해 평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결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다양한 평가방법의 개발과 활용 못지않게 평가 시기나 장소 그리고 누가 평가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평가를 위한 환경과 평가의 높은 책임감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Kim & Hur, 2005)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과대학들이 앞 다투어 ‘의학전문직업성’에 관한 교육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여러 형태와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외국의 예를 본받아 유사한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의학전문직업성’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과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해서 적어도 비슷한 ‘의학전문직업성’을 갖춰야 하는 한 나라의 의과대학생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Jeon (2003)이 제안한 것처럼 의과대학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투자와 운영을 통한 ‘의학전문직업성’ 교육과정과 교재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령 의학교육학회나 의과대학학장협의회 차원의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서 우리나라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내용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과대학 4년간 소화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전문가 양성과 관련 제도의 개선


의과대학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내용 정의와 학습목표가 정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전체 교육과정이 정해지면 일단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계획이 현실적으로 잘 실천되자면 직접 학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전문가가 확보되어야 하고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 관련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우선, 대학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장, 단기연수과정을 통해 이 분야 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며, 대학 내 의학교육 전담부서나 위원회를 설치하여 ‘의학전문직업성’교육과정 발전을 위해 꾸준히 연구와 논의를 해 가야 한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는, 대학 상호간에 ‘의학전문직업성’교육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연구회 같은 것을 만들어 이 분야 학술활동을 활성화해 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의과대학 인정평가에서 ‘의학전문직업성’ 교육내용 평가를 강화하는 일이나 의사국가시험에 최소한의 ‘의학전문직업성’ 관련 문제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이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제도적 접근이라고 하겠다.


이외에도, 처음부터 좋은 의사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선발 제도에 대해서도 연구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의학전문직업성’ 수준이나 대학에서의 ‘의학직업전문성’ 교육효과가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격이나 의학에 대한 적성과도 깊은 관련이 깊다는 연구들 (McManus, 1998; Stephenson, et al., 2001)이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 론 - 우리나라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발전 전망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 어떤 덕목 내지는 능력을 갖춘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각 나라마다 나름대로 합의된 소위 ‘학습결과' (Learning Outcomes)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 1984년에 발표된 미국의과대학협회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의 GPEP 보고서, 일명 <21세기 의사상>이나, 
      • 역시 미국의과대학협회가 1998년에 펴낸 <의과대학 목표 프로젝트, Medical School Objectives Project, MSOP>, 
      • 1993년 영국의학협의회(General Medial Council, GMC)가 발간한 <미래의사, Tomorrow's Doctors>, 그리고 
      • 1999년 우리나라 의과대학학장협의회가 발간한 <21세기 의학교육 계획>같은 의학교육 보고서들에 담겨 있는 21세기 의사들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 또는 능력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보고서에 담겨 있는 의학교육 학습결과들은 나라마다 그 내용이 다소 다르게 표현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의사라면 누구나 환자진료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학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이타심과 사회적 책임성 등 전문직 종사자다운 덕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의과대학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의학전문직업성’은 이제 21세기 의사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덕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 여러 형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거나 이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의 최근 이런 노력은 몇 가지 점에서 그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로 최근 국내 여러 의과대학 들이 학제를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런 의학교육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실제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대학들 가운데 이 일을 계기로 의학교육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의학전문직업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해 가고 있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는 금년부터 시작된 제2주기 의과대학 인정평가에서 의료윤리나 인문사회의학 관련 교과목 같은 ‘의학전문직업성’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즉,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영역평가에서 이런 교육과정 개설 여부와 함께, 관련 현장체험 학습 및 사회봉사 프로그램 운영 실태를 평가함으로써 모든 의과대학이 ‘의학전문직업성’ 관련 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학교육학회나 한국의과대학장 협의회 차원의 ‘의학직업전문성’ 교육과정 개발위원회 같은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우리나라에 맞는 ‘의학전문직업성’의 내용 정의와 학습목표를 개발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한, 교재도 만들어 각 의과대학이 형편에 맞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Korean J Med Educ > Volume 20(1); 2008 > Article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 2008;20(1): 3-10. doi: http://dx.doi.org/10.3946/kjme.2008.20.1.3
한국에서의 ‘의학전문직업성’ 교육: 과제와 전망
맹광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Teaching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n Medical Schools: Tasks and Prospect
Kwang-ho Meng
Department of Preventive Medicin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Kwang-ho Meng ,Tel: 02)590-1235, Fax: 02)532-3820, Email: khmeng@catholic.ac.kr
ABSTRACT
The Medical Student Objectives Project of the 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states that physicians must demonstrate "a commitment to advocate at all times the interests of one's patients over one's own interests," as well as "an understanding of the threats to medical professionalism posed by the conflicts of interest inherent in various financial and organizational arrangements for the practice of medicine." Due to these concerns, for the last some 30 years, there have been many attempts to improve medical professionalism curriculum in medical education such as altruistic attitudes and professional behaviors that those pursuing careers in medicine should possess. However, physicians today are not infrequently confronting conflicts of interest, such as those arising between the health system that employs them and the individual patient seeking care. This paper briefly reviews current status of teaching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n medical schools, and discusses tasks to be coped with to further improve the medical professionalism curriculum in Korea including development of effective teaching and evaluation methods. This paper also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the role of the medical education systems such as National Licensing Medical Examination and the Medical School Accreditation System in improving the teaching of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n medical schools.
Keywords: Medical ProfessionalismLearning ObjectivesTeaching MethodsStudent EvaluationMedical Education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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