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의료전문직의 개념과 논의

강윤식*




I. 서 론


2005 10 10일 자로 대법관을 퇴임한 유지 담 판사의 퇴임사 중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글에서 나오는 반성과 성찰이 의사들의 전문직 논의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건 당사자들의 입장을 깊이 헤아려서 그 들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주며 신속하고 공정하 게 결론을 내려 주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덕목(德目)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말을 자세히 듣거 나 써낸 글을 끝까지 읽는 것을 가지고도 마치 시혜적(施惠的)인 일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도 했습니다.


“법관의 권위는 그 법대 아래에 내려가서 재 판을 받고 있는 사건 당사자의 발을 씻겨주는 심정으로 그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려고 정성을 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임에도 불 구하고,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당연히 존경과 신뢰를 받 아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경청할 만한 비평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한 채‘사법권 독 립’이라든지‘재판의 권위’라는 등의 명분으로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려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움직임에도 냉정한 판단을 유보 (留保)한 채 그냥 동조하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 다.1)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의사들의 이미지 중 대표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권위적이라는 것과 자신들의 집단이익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다. 이러한 평가는 법조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듯 유지담 판사의 글에는 대중에 대한 봉사를 본분으로 하는 법관이 자신의 권위와 이익에만 집착하지는 않 았는가 하는 반성이 드러나고 있고, 역설적으로 전 문직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대중에 대한 봉사와 공공의 이익 추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의사 는 경제적 수준에서나 사회적 지위에서 여타의 직업 들에 비해 높은 위치에 있다. 직업 자율성이나 의료 영역에 대한 전문적 지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의사 는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분류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들 스스로도 의사는 의료 에 대한 유일한 전문가이며 이에 걸맞은 수준의 사 회적인 대우를 받기에 합당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전문 직으로서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정부와 대중으로부터 자신의 직업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감이 팽배해 있다. 의약분업이 있었던 2000년 이후에 의사의 전문성 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의학교육에서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 것도 뒤집 어 보면 전문직으로서 의사의 위상에 대한 위기의식 이 그만큼 널리 유포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전문직, 특히 의료전문직의 개념과 특성들을 살펴보고 오늘 그러한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2)

 

II. 본론`-`의료전문직

 

어떤 직업이 일반적인 직업(Occupation)과 구 분되는 전문직(Profession)이냐에 대해서는 사람마 다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론적이 고 체계적 지식과 기술, 그 직업만의 직업결사와 직 업윤리, 봉사지향적 직무 특성, 그리고 높은 직업 자 율성 등을 가진 일련의 직업군을 전문직으로 지칭한 다고 할 수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교사 와 법률가가 그러한 직업이었고 의사가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라고 볼 수 있다.


  • 의료사회학자인 Cockerham은 소명의식을 바탕 으로 하여 환자에게 고도의 수준을 갖는 의학 지식 과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집단이 의료전문직이라고 정의하였고,3)

  • Goode는 추상적 지식에 대한 장기 간의 훈련,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을 전 문직의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으로 제시하였다.4)


전문직으로서의 의사 지위에 대해서는 이론적으 로 몇 가지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먼저 구조기능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의료전문직이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 다

  • 질병이라고 하는 사회적 일탈(deviance)은 어떤 사회에서든 존재하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서 질병 도 필연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 는 만큼, 원활한 사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체계 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 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며, 질병의 관리 를 위해서 특별히 훈련받은 의료전문직은 사회적으 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의사는 이미 사회에 의해서 어느 정도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받으며, 환 자의 통제에 있어서 일정한 정도의 지배력을 행사함 이 온당하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기능주의적 관점에 의한다면 의학 지식 자체가 이미 의료전문직의 정당 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엄밀히 말한다면 의료전문직에는 의사 이외의 다른 보건의료직종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의사와는 그 개념 범주를 달리하지만, 이 글이 의사들의 전문주의를 다루는 논의이니만큼 여기서는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로 하겠다.

3) Cockeram WC. Medical sociology(5th Ed). Prentice-Hall Inc, 1992 : 53-76.

4) Goode W. Encroachment, charlantalism and emerging profession: Psychiatry, sociology and medicin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 Vol 25 : 1960; 정경균, 김영기, 문창진 등. 보건사회학.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5 : 209-219에서 재인용.

 

반면 갈등론적 관점에서는 의학 지식 자체보다 는 이러한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방식에 의하 여 의료전문직의 사회적인 지위가 결정된다고 본다

  • 의학 지식과 그 수행자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어떤 사회적인 설득을 이루어내느냐가 전문직의 사회적인 지위 결 정에 더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식 자체의 소 유와 실행 여부보다는 그러한 지식을 가진 집단이 다른 사회적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는 정치적인 과정이 더 중요시된다.5)


  • 기능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 의사의 프로 페셔널리즘에 대한 위기 논란은 사회 자체의 미성숙 에서 일정 부분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의료전문직 이 적절한 사회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한국 사회의 성숙 정도가 낮아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 하지만, 갈 등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의사들이 자신의 직업 적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전문직으로서 의 지위에서 위기를 경험하는 것은 사회적 설득 과 정의 부족과 그에 따른 전문적 지배의 미흡함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이 자신의 의학 지 식과 그 지식을 사용하여 행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대중들에게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함으로써 이에 걸 맞은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 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관점 모두가 현재 한국 의사 들의 위기의식과 의사 지위의 위기를 설명하는데 부 분적인 유용함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결론 부분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의료전문직 의 특성과 변화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진행하고자 한다.


앞서 Goode가 이야기했던 전문직의 두 가지 핵 심적인 특성 즉, 전문적 지식의 소유를 위한 훈련과 서비스 지향적 업무로 인해 전문직은 다양한 파생적 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자체적인 훈련기준의 설정, 심오한 성인사회화 과정, 면허제도의 성립, 전문직 성원 스스로에 의해 관리되는 면허와 자격부여, 사 회적 통제로부터의 자율성, 자체적인 직업결사체의 조직, 높은 직업윤리와 직업자부심 등이 그러한 특 성이다.6) 성숙한 전문직은 이러한 특성들을 모두 갖고 있으며, 대중들에게도 이를 인정받는다.


이러한 전문직의 특성은 다시 구조적 요건도적 요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7) 

  • 교육제도, 자격 의 부여, 전문적인 조직과 윤리 강령 등은 구조적 요 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일정한 제도적인 형 태를 갖추고 있어서 객관적인 확인이 용이한 반면에 

  • 직업윤리나 소명감과 같은 태도적 요건은 내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직업 구성원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 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 의과대학 졸업자 만이 응시할 수 있는 국가시험 제도에 의한 의사 면 허의 독점적인 부여, 의과대학을 통한 구성원의 공 식적인 충원구조, 전문직 결사이자 이익단체로서 의 사협회의 존재, 전문의 제도의 정착 등 구조적인 측 면에서 한국 의사들은 전문직의 특성을 비교적 확고 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윤리의식, 직업 자부심과 만족도, 소명감과 봉사 정신 등 태도적인 요건에서는 그 구성이 구조적 요인만큼 정착되 었는지 단언하기 어렵다.8)


한국에서 의사들은 전문직으로서의 구조적인 요 건을 확립하고 있으며 높은 소득 수준 등에서 전형 적인 전문직으로 인식되지만, 사회적인 신뢰도나 직 업윤리의 측면에서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  지 못하는 측면이 많으며,9)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 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로 지난 10여년간 오 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료전문직의 구조적 요인은 비교적 확고하게 정착되 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태도적 요인 들은 그만큼 확고하지 못했고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 로 의료전문직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과 관심이 표면 화되면서 의사들 내부에서는 의료전문직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전문직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 명이 가능하다

  • 자연과학적 논리에 근거하여 이루어 진 생의학적 모델과, 이에 기반하는 의학 교육에 필 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문적 인식의 미비는 의학 내부의 지식 논리에 의한 것이고,10) 

  • 회구조의 전반적인 탈전문화, 컴퓨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지식의 독점이 희석되는 점 등은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와 연결되며,11) 

  • 짧고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대사회적 설득과 타협을 통한 집단 자율성의 획득이 부재한 채 의료전문직 자체가 국가 에 의해 하향적으로 조직되어 온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관련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12)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 서 별다른 사회적인 설득이 필요없이 전문직으로 자 리잡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들을 외부적으로 수여받아 온 한국 의료전문직의 특수한 경험, 자 체적인 직업윤리의 형성, 전문적인 교육과정의 성 립, 혹독하다고 할 정도의 내부 징계 과정 등을 통해 높은 전문가적 신뢰를 획득해 온 유럽이나 미국의 경험과 대비된다. 공과(功過)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 지만, 1901년에 발표된 플렉스너 보고서 이후 의과 대학의 자체 조정 과정이나 징계 사유가 존재하는 의사들에 대한 과감한 제재를 통해 전문가적 자율성 을 공고히 해 온 미국과는 달리, 한국 의사들의 경우 는 자기 집단의 이익을 주장해 온 경험 외에 스스로 자율 규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의사집단의 전문가적 윤리수준을 증명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13)


높은 직업 자부심과 낮은 윤리의식, 집단 이익에 대한 민감한 반응에 비해 부족한 대사회적 접촉면과 정치력의 미숙, 직업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14)으로 대변되는 전문직 인식의 위기 상황이 지금까지의 논의를 기반으로 거칠게 규정한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대체적인 현실이다.


한국 의사들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회적인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언론 과 시민 사회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으 로도 전문직 의식의 미비로 인한 정체성 확립의 혼 란 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한국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절대적인 위 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 사회는 이제 형식적, 절차적 수준의 민주주의 를 지나서 내용적, 실제적인 수준의 시장경제와 시 민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겪고 있으며, 그에 따 른 다양한 혼란과 논쟁을 경험하고 있다. 그 이전 시 대에는 당연한 특권으로 여겨지던 많은 사회적인 기 득권들이 지금은 공론(公論)의 장에서 정당성에 대 한 추궁을 당하고 있다. 의사들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의료전문 직 위기는 위기라기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재정 립에 더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물론 이러 한 도전을 잘 넘기지 못하면 진정한 위기가 닥칠 수 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여타 부문과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지금 질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 으면 안 될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 이다.

 

9) 박종연. 한국의사의 전문직업성 추이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1992.

10) Mishler EG. 생의학적 모델에 대한 비판적 견해. 이종찬 편저. 서양의학의 두 얼굴. 서울 : 한울, 1992 : 81-112.

11) Light D., Levine S. The changing character of medical profession: A theoretical overview. The Milbank Quarterly 1988 ; 66(suppl 2)

: 10-32.

12) 조병희. 한국의 의료전문직의 구조분석. 현상과 인식 1989 ; 13(1,2) : 9-25.

13) 폴 스타 지음. 이종찬, 윤성원 공역. 의사, 국가 그리고 기업 - 미국의료의 사회사. 명경, 1994.

14) 저자의 2000년도 조사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의사의 88.6 %가 앞으로 의사의 사회적인 지위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하였다. 강윤식. 앞의 논문. 2004 : 14.

 

III. 결어`-`한국의료전문직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하며


의사들은 의료에 대한 전문가라는 말들을 곧잘 한다. 맞는 말이다. 의료지식의 구성과 그 수행에 대 해서 의사보다 잘 아는 직업은 없다. 하지만, 생의학 적인 의료지식이 곧바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의료 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이해나 의료의 사회적인 역할 과 책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기능적 전문의료인이 곧바로 의료전문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의사들은 이 두 가지 차원을 혼동한다. 임상적 장면에서는 의사가 모든 결정의 권위자이며 전문가이지만, 사회 적인 관계망에서 의료와 의사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서는 생의학적인 지식만으로 이해하거나 해석하기 가 곤란하다. 어떻게 보면 의료의 사회적인 성격이 나 역할에 대한 의사들의 평균적인 이해는 일반인들 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 간격 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 기능론적인 관점에서 의료전문직의 위기는 사회 구조의 미성숙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권위적, 비민주적인 시대에 의료전문직에 대한 사회적인 비 판이 크지 않았던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 지 못했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의료 전문직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국민적인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획일적이고 중앙집중적으로 결정되던 시대, 다양성과 상반된 가치에 대한 자유 로운 발언이 차단당했던 시대에는 의료전문직에 대 해서도 대중적인 불만이나 요구가 공론화되기 어려 운 측면이 있었다. 이것은 비단 의료전문직에만 국 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에 공통된 것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다양한 위기와 불만들이 표출 되고 있는 것은 역으로 한국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 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 갈등론적 관점을 들어서 말하자면, 한국 사회는 이제 통제와 권위의 시대를 지나갔으므로 전문가 집 단들은 공적인 영역에서 사회적인 설득을 통해서 끊 임없이 전문가적 지배(professional dominance)와 전문가적 자율성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를 획득해 나 가야 하며, 이것은 국가나 외부적인 세력에 의해서 전문가 집단에게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이다.


따라서 의사라고 하는 자격증만으로 대중적인 권위가 획득되는 시대는 이미 아니며, 의사들은 성 숙한 사회에 적합한 존재 의의를 공론의 장에서 스 스로 증명해 보이면서 전문가적 입지를 쌓아 나가야 만 할 것이다.


전문직은 서비스 지향적 업무와 추상적 지식의 사용을 특성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다 른 직업에 비해서 훨씬 혹독하고 장기적인 훈련을 거쳐야 하며, 그 결과로 그러한 노력에 상응하는 사 회적인 지위와 보수를 보장받게 된다.15) 저자는 의 사들이 그러한 훈련 과정을 거치는 집단이며, 그러 므로 그러한 노력에 합당한 사회적, 경제적인 대우  를 받아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문제는 의사들이 자 신 존재 의의를 스스로 성찰하고, 그것을 대중들에 게 설득해 냄으로써 의사의 정당한 이익 추구가 사 회 전체의 공적 이익에도 기여함을 보여주는데 성공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왜 의료전문직에 대한 이해, 의료의 사회적 의미에 대 한 이해가 그토록 중요한가 하는 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생의학에 대한 많은 지식이 의료가 갖 는 사회적 의미에 대한 성찰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이기에, 의사들에게는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 적인 관계망 속에서 파악하고 반성할 수 있는 능력 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익힌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와 의료, 인간과 의학에 대한 성찰적인 교육과 인문학적 훈련 을 통해서만 습득될 수 있다.


위기는 언제나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의 한국 사 회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받는 시기라는 데 동의한 다면, 의료전문직만이 그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 다는 데도 동의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위기라기보다는 의료전문직에 대한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파악하는 것이 온당하 다. 그 동안의 의학교육과 훈련이 외부적으로 부여 된 권위와 기득권에 대한 보장에 기대어 기능적인 역할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의 의 학교육은 생의학적 지식만이 아니라 의학의 의미와 의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적 성찰을 할 수 있으 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접촉면을 확장해 나가는 성숙한 의식을 지닌 의사들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 다. 여기에는 합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서, 엄격한 전문가적 직업윤리의식에 대한 요청이 포함될 것이다.


의료전문직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받 고 이를 통해 온당한 전문가적 지위를 확립하는 것 도 그 하나일 터이다. 이것은 단기적인 처방을 통해 서 얻어질 수 있는 성과가 아니며, 모두의 반성과 노 력을 통해서 이루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시 의료에서 전문직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어떻게 그 내용과 형식을 채워나가는가가 미래 한국 의사들의 위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제13권 제3호(통권 제27호) : 255-261 ⓒ한국의료윤리학회, 2010년 9월

Korean J Med Ethics 13(3) : 255-261 ⓒ The Korean Society for Medical Ethics, September 2010

ISSN 2005-8284


The Concepts and Discussions about Medical Professionalism

in Korea

Yunesik Kang*


Abstract

Many Korean physicians are dissatisfied with their socioeconomic status. While they report

high levels of pride in their chosen profession, Korean physicians tend to have a poor

understanding of ethical issues, weak social skills, confusion about their job identity, and high

levels of anxiety toward the future. These problems are partly addressed by current medical

school curricula, most of which provide students with at least some basic training in medical

ethics. However, this article argues that in order to resolve the aforementioned problems fully,

greater awareness is needed of the concept of medical professionalism. Awareness of the

requirements of medical professionalism would not only assist physicians in their practice of

medicine, but would also help physicians gain greater levels public trust and thereby improve

their standing in society.

keywords

professionalism, structural functionalism, conflict theory, physician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