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살인면허 (KJME, 2010)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연수원

이윤성





어쨌든 면허(license)란 본디 “국가나 권위 있는 기관이 특 정의 행위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면허에는 허가하는 특정 행위가 따른다. 007 살인면허 의 ‘살인’도 행위이고, 운전면허의 ‘운전’도 그러하다. 그런데 의사면허의 ‘의사’는 행위나 영업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다시 사전을 보면, 면허에는 허가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 (certificate)의 의미도 있다. 아마도 의사면허는 의사의 자격 을 국가가 증명한 것인가 보다.


의사면허는 의사 자격과 함께 ‘진료행위’ 면허를 함께 의미 하는 것으로 본다. 즉, 의사면허를 가지면 의사라는 자격과 동 시에 진료를 할 수 있는 면허를 모두 취득한다. 대한제국 때에 초기 의사들에게는 의사면허를 부여하지 않았다. 1908년에 첫 의사면허가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의사가 부족하던 때에 의사면허는 동시에 의 사 자격과 진료 면허를 의미하여도 문제가 없었다.


의사 자격은 한 번 취득하면 영원하다. 마치 박사 학위와 같다. 의사 자격이란 의학을 전공하고 사람의 몸이나 질병, 건강 등에 대하여 일정한 지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 일 터이고, 진료 면허는 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 가운데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 치료나 건강 증진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즉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룰 수 있는 허가라고 보아야 한다. 나는 의사 자격은 있되 진료 면허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의사 자격과 진료 면허를 구별하는 까닭은 의사 자 격은 해당하는 사람의 자격이지만, 진료 면허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료 면허를 유지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운전면허도 제2종은 9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진료 면허를 유지하는 조 건으로 교육을 요구한다. 전문직에는 당연히 필요한 평생의 학교육(continuing medical education, CME)이다. 평생교 육은 우리나라에도 연수교육이라는 형태로 있다. 있지만 연 수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아니다! 의료법에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연수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 받은 의사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의사 자격과 진료 면허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 연히 진료 면허는 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 가운데 진료 수행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부여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개념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미국에서 독립진료면허(license to practice medicine without supervision)는 USMLE step 3 에 합격하여야 한다. 이 시험에 응시하려면 의사(M.D.)로서 국내 졸업생은 1~2년(주마다 다름), 외국 의대 졸업생은 3년 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USMLE step 3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의사지만 진료를 할 수 있는 면허는 없다. 다만 전공 의 과정처럼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진료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일본에는 졸업 후 임상연수(卒後臨床硏修) 과정이 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임상수련을 받지 않으면 (달리 시 험은 없지만) 개업을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의사국가시험이 없다. 여러 영연방국가도 그렇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의사 자격(M.D.)을 얻고 1.5년 정도 수련을 받아야 등록된 의사 (registered physician)가 된다.


우리 사회는 실력 있는 의사보다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의 사를 바라고 있다. 그것도 친절하고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의 사를 바란다. 사회가 바라는 의사 상(像)이 바뀌었다면 의학 교육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죽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는 것 은 없다.









Korean J Med Educ > Volume 22(2); 2010 > Article
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 2010;22(2): 89-90. doi: http://dx.doi.org/10.3946/kjme.2010.22.2.89

007 살인면허
이윤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연수원
Certificate or License
Yoon-Seong Lee
National Teacher Training Center for Health Personnel,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Yoon-Seong Lee ,Tel: +82.2.740.8352, Fax: +82.2.764.8340, Email: yoonslee@snu.ac.kr
Received: 20 May 2010;  Accepted: 27 M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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