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ng issues test(DIT)를 이용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학년별 도덕 판단력의 발달 정도 : 인제 의대생을 대상으로
권혜미*․김병진*․김성록*․김영민*․문정휘*․박민우*․방종욱*1)
가. 용어의 정의
1. 도덕과 윤리
도덕이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또는 바람직한 행동기준을 뜻하는 용어이다. 즉, 그 사회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질서이며,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는 것은 도덕이다. 윤리는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인륜적으로 모든 사람이 양심이란 것이 작용하여, 가르치지 않아도 지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함부로 남을 죽이지 않는다거나, 강도질을 하지 않는 것 등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 양심의 작용에 의해 인간들이 스스로 지키는 인륜적 이론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도덕과 윤리는 크게 구분되지 않고 쓰이고 있으며, 인지발달 이론가들과 Kohlberg 또한 도덕과 윤리는 같은 것으로 가정하고 이론을 기술하였다.’1) 여기에서도 Kohlberg의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도덕과 윤리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로 한다.
2. 도덕발달(moral development)과 도덕판단력(moral judgment)
도덕발달은 도덕 판단력의 발달을 가리키는 것이다, 도덕 판단력이란 보편적이며 포괄적인 일관성을 가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찰하는 이익 또는 권리를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관점을 조정하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추론의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2)
3. 인지(cognition)와 인지발달 이론
인지란 지각한 내용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하고 부호화하여 기억한 다음, 필요할 때 그것을 인출하는 정신과정을 일컫는다. 인지발달 이론은 외적행동을 가져오는 인간의 내적 정신과정의 발달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의 일종이다.3)
4. 정의 지향
정의 지향은 자신의 역할과 관련된 의무, 책무, 혹은 약속에 관심을 가지며, 자기, 타인들 혹은 사회를 위한 표준, 규칙, 혹은 원리로서 상호성과 공정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정의 지향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규칙, 원리, 권리, 의무에 따라 생활함으로써 서로를 공정하게 대우해야만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것은 논리적, 합리적,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보다 직접적으로 도덕적 사고와 연관되는 것으로 이해된다.3)
5. 배려 지향
배려 지향은 관계, 즉 서로간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타인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일이나 혹은 그들의 해를 방지하는 일을 고려하며 타인들의 짐, 상처, 혹은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려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직관적, 비논리적, 비합리적, 주관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보다 직접적으로 도덕적 감정과 연관된 것으로 이해된다.3)
나. DIT의 이론적인 배경
1. 인지발달 이론
인지발달 이론은 인간의 인지발달을 생물학적 연구 를 바탕으로 설명하였으며, 인간의 도덕발달 또한 인지 발달을 바탕에 두고 해석하였다. 인지발달 이론가들은 도덕발달을 개인이 도덕적 원리들을 이해하고 그것들 에 동의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혹은 그가 스스로 성취 하게 된 도덕적 원리들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상태로 나 아가는 적극적, 역동적, 구성적 과정으로서 간주한다.3)
이 이론에서는 전통적으로 도덕성을 정의 지향과 동일시하여 왔으며, 또한 도덕발달을 질적으로 다른 정의의 개념을 구성해 가는 단일한 과정으로 이해하였 다. 도덕적 영역의 일차적인 것으로 정의를 가정한 것 은 정의 지향이 모든 사람들의 사고에서 도덕 판단의 기본적인 양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사람들 은 도덕적 문제 사태에 직면하면 정의 지향에 따라 옳 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것을 뜻한다.4)
인지발달 이론을 기초로 한 도덕발달 이론에 가장 기 본적인 토대를 제공한 것은 피아제이다. 피아제는 도덕적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규칙 위반에 대해 판단을 하지 못 하는 전도덕적 국면(전인습적 수준)으로부터 물리적 결 과에 의존하는 외적인 도덕성(인습적 수준), 그리고 마지 막으로 내적인 혹은 자율적인 도덕성(후인습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3단계의 뚜렷한 방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3)
2. Kohlberg와 Rest의 이론
Kohlberg는 이런 피아제 이론의 기본적인 골격들을 받아들여, 이론적 차원에서 발달의 세 수준을 포함한 보다 세련된 도덕발달 계열을 제안하였다. Kohlberg 의 도덕발달의 구조는 3수준 6단계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단계는 도덕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혹은 도덕 판단을 내리는 각기 다른 종류의 동기들을 품고 있다. 모든 단계가 도덕적 이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 다. 각 단계는 단지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 되는 하나의 관점에 해당한다. 높은 단계일수록 보다 진정으로 혹은 본질적으로 도덕적이다. 따라서 최고의 단계가 도덕적 이상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3)
Kohlberg의 도덕발달의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
- 1단계 : 처벌 및 복종 지향
- 시킨대로 행동한다.
- 2단계 : 개인주의, 도구적 목적 및 거래 지향
- 손해 보지 않는 거래를 한다.
- 3단계 : 개인 상호간의 기대, 관계 및 개인 상호간의 동조 지향
- 남들에게 신중하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면 친구가 많아질 것이다.
- 4단계 : 사회체제와 양심 지향
- 사회 속의 개인은 모두 법을 지켜야 하고 법의 보호를 받는다.
- 5단계 : 사회계약, 공리성과 개인 권리의 지향
- 개인의 의무는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이 루어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부과된다. 특히 5단계는 사회계약으로서의 도덕성을 나타내는 5A단계와 직관적 인간주의로서의 도덕성을 의미하는 5B단계로 나누어진다.5)
- 6단계 : 보편적 윤리적 원칙 지향
- 도덕성은 합리적이고 비편파적인 사람들이 협동을 이상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정의된다.
Kohlberg의 다음 세대 연구자인 Rest는 도덕 판단 력 이외에도 도덕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통합하여 4-구성요소 모형(The Four Component Model)을 제시하였다. 4-구성요소 모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4-구성요소 모형은 각 요소마 다 연구 사례들을 갖고 있다.1)
- 제1요소 도덕 감수성 : 상황의 해석
- 제2요소 도덕 판단력 : 특정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 은지 그른지에 대해 판단
- 제3요소 도덕 동기화 : 도덕적 가치를 다른 가치보 다 우선시하는 것
- 제4요소 도덕적 품성 :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용 기 있게 행동에 옮김.
‘이러한 네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한 평가가 용이한 요소는 바로 제2요소인 도덕 판단력이다. 즉, 도덕 판단력이 높은 사람이 그만큼 도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고, 도덕 판단력 수준이 높은 의사가 윤리 적인 직무수행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미 상당히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거나 주장되었다.’6)
이런 이유로 도덕 판단력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 하게 이루어졌다. Kohlberg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 로 도덕 판단력 검사법을 고안해 냈는데, 이것이 도덕 판단 면접법(The Moral judgment Interview; MJI)이 다. Rest는 MJI가 검사 실시와 채점방법의 객관성이 부 족하다고 생각하고 도덕발달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표 준화 검사인 DIT를 개발하였다. 이는 Kohlberg에 의 해 제작된 인터뷰 방식의 검사(MJI)를 Rest가 객관형 검사의 방식으로 표준화하여 전환시킨 것이다. 즉, DIT는 Rest의 4-구성요소 모형 중 제 2요소인 도덕 판 단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도구이다.
'도덕 판단력의 수준을 측정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대상자가 어느 단계의 사고를 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 느 정도까지의 다양한 도덕 판단을 하고 있는가에 관 심을 두는 것이다. 즉 도덕 판단력의 발달은 낮은 단계 의 사고가 줄어들고 점차로 높은 단계의 사고가 비례 적으로 증가해 나가는 것이므로 발달단계에 속하는 사고의 출현빈도는 양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5)
3. Kohlberg 이론의 비판
앞에서 인지발달 이론에서는 정의 지향을 도덕 판 단의 기본적인 양식으로 보았다고 언급하였다. 이 이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DIT 역시도 정의 지향에 입각 한 도덕 판단만을 측정한다. 도덕 판단에 정의 지향 이 외에도 다른 과정들과 구성들은 존재하며, 어떤 하나 의 접근법으로 그것을 개념화하고 또한 평가한다는것 은 불가능하다. 이는 Kohlberg 자신도 인정하였다.1)
정의 지향 이외의 다른 도덕 판단 해석체계 중 가장 대표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것은 바로 Gilligan의 배려 지향이다. Gilligan의 주장에 따르면, ‘Kohlberg 이론과 채점체계는 특수한 관계와 의무에 대한 딜레마(또는 그 러한 딜레마에 대한 지향)를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계가 있다. 여기에서 특수한 관계란 가족, 친구 관계와 그 자신이 구성원으로 있는 집단과의 관계를 포함한다. 그러한 특수한 관계는 정의 지향에 의해 다루어지는 보 편주의적 관계와는 구별된다. 특수한 관계의 윤리에 핵 심적인 것은 감정적인 색조를 띤 생각과 배려, 사랑, 충 성, 책임감의 태도이다. 이를 배려 지향이라 한다.’7)
이와 같이 정의 지향 이외의 배려 지향과 같은 다른 도덕 판단 해석체계들도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이 론의 정립이 필요하다.
다. DIT의 구성
DIT 완성형 검사지는 총 6가지의 딜레마로 구성되어있고 그 내용은 남편의 고민, 학생 데모, 탈옥수, 의 사와 환자, 고용주의 처지, 학생 신문 이다. 각 이야기 마다 12개의 질문이 주어지고 그 질문에 대한 5가지의 평정(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중요하다, 약간 중요하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을 하고 마지 막으로 12개의 질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질 문 4개를 순서대로 선택 한다. 각 문항은 도덕발달 단 계를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 DIT의 채점 점수
DIT채점 결과는 Kohlberg의 도덕발달 6단계별 점 수가 나오고, 추가로 P, M 점수가 있다.
P(%)점수(5,6단계 문항에 주어진 가중치가 부여된 순위매김들의 합)의 의미는 “피험자가 도덕딜레마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5,6단계 수준의 도덕성 을 고려하는 것에 상대적 중요성을 둔 정도”로 해석된 다. P(%)점수는 DIT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점수로 서, 0~95점 범위에 있다.
M점수는 고상하게 보이는 문항이나 의미 없는 문항 을 나타낸다. 이 점수는 사고의 단계를 나타내기 보다 는 피험자가 진술문의 의미보다는 그것의 허세성 때문 에 진술문에 찬성하는 견해를 나타내므로 이 점수가 8 점 이상일 경우 연구 대상에서 제외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P(%)점수는 5,6단계 즉, 인습이후 도식의 발달 정도만을 나타내는 점수로서, 더 낮은 단계들의 변화(개인적 관심도식에서 규범준수 도식으로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했다. 또한 이 점수는 순위매김 과제에만 기초하여 계산된 점수이므로 평정 과제의 결과를 배제했다. 이에 따라 Rest 등에 의해서 새로이 N2점수라는 것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인습이후 도식과 개인적 관심 도식 간의 평점점수 차이를 전통 적인 P(%)점수에 더한 것이다. 또한 순위매김 점수뿐 만 아니라 평정 점수도 사용하여 계산된다. 인습이후 도식 문항들과 개인적 관심 도식 문항들의 평균 평정 점수간의 차이가 N2의 평정 부분을 구성한다.8) 이 지 수의 의의는 순위매김 요소에 평정을 더하게 되면 전 통적인 P(%) 지수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의 변화를 탐 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N2 점수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N2=P(%)+3*(S56-S23)
S56-S23계산은 5,6단계 문항에 대한 평정치를 모두 더한 후 5,6단계 문항수인 21로 나누어 5,6단계 평균 평정치를 구하고, 마찬가지로 2,3단계의 문항의 평정 치를 모두 더한 수 2,3단계 문항수인 22로 나누어서 2,3단계 평균 평정치를 구한다. 그리고 ‘5,6단계 평균 평정치-2,3단계 평균 평정치’에 대한 표준화를 위해 (5,6단계 평균평정치-2,3단계 평균평정치)를 2+3+5+6 단계의 통합된 표준편차로 나눈다. S56-S23의 변량 크 기는 P의 변량 크기의 1/3이기 때문에, S56-S23에 가중 치 3을 준다.8)
우리나라에서 N2점수를 바탕으로 도덕 판단력에 대 해 연구한 것은 문미희의 연구8)가 유일하다.
마. DIT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
1. 성차
‘Gilligan은 남성 편파성이 개입된 정의지향 도덕 판 단력 검사로 여성에게 적용하면, 여성의 배려 지향 도 덕성을 간과하게 되어 도덕 판단력 점수가 남성보다 낮게 나온다고 했다.’9)
하지만 ‘Rest는 Kohlberg의 도덕 판단력 검사와 DIT 에서 의미 있고 일관성 있는 성차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차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였다.4)
DIT 검사결과의 성차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 지만 아직 그 결론은 명확하지 않다. ‘성차에 관한 불일 치하는 결과들이 측정상의 오차를 반영하는지 진정한 성차를 나타내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연구에서 유의미한 성차가 나타난다 해도 그 실제크기는 작은 경향이 있다.’9)
2. 연령과 교육수준
‘Rest의 횡단 연구 결과 연령과 교육수준은 DIT점수 변량의 38~49%를 설명했으며, 종단 연구에서는 연령 에 따른 상향 발달 경향을 보여 주었는데, 이러한 경향 은 하향 이동 경향보다 약 10배 더 높게 나타났다.’4)
‘18세 이전의 아동 및 청소년에서는 연령에 의한 생 물학적 인지구조의 발달이 일어나면서 교육받는 기간 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들의 도덕 판단력에 대한 영향 이 중복된다고 한다. 그러나 성인에서의 연구결과는 단순한 연령보다는 교육수준이 도덕발달에 더 큰 영향 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국내에서는 대부분 횡단적 연구가 이루어 졌으며, 연령과 교육수준에 따른 도덕 판단력의 발달경향이 나 타났다.4)
3. 종교
‘Rest에 의하면 종교 가입은 도덕 판단력과 거의 관 련이 없었다. Kohlberg의 연구에서도 신교도, 가톨릭 교도, 유대교도, 불교도, 모슬렘교도, 무신론자의 도덕 판단력 발달 간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으며, 마찬가 지로 Getz의 연구에서 DIT의 P(%)점수와 종교가입 간 에는 의미 있는 상관이 없었다.’9)
국내에서도 종교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분석연구가 있었으며, 여기서도 종교는 도덕 판단 력의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9)
4. 지역
국내의 논문분석연구에서 연령과 교육을 통제한 상 태에서 도시-농촌간의 도덕 판단력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7편의 논문 중 5편에서 나왔다.9)
5. 가정/사회적 변인
Rest는DIT를 사용한 연구에서 성별, 정당, 사회경 제적 지위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인이나 사회학적 변 인과 도덕 판단력 발달과의 상관은 의의 없거나 매우 낮다.고 밝혔다.4)
가정과 사회적 변인에 대한 국내 청소년의 연구를 보 면, 부의 학력, 부의 직업, 가정의 심리적 환경, 시설아 /정상가정아 차이에 따른 의의 있는 차이가 있었다.4) 이는 Rest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6. 지적/성격적 변인
‘Rest에 의하면 DIT 점수는 IQ, 적성, 성취 척도와 .20~.50정도의 상관을 가지며, 지능 척도나 인지 발달 척도와의 상관은 의의 없거나 비일관적이다.’4)
국내의 지능을 변인으로 다루고 있는 논문에 대한 분석 연구에서 대체로 양의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왔 다. 하지만 관계가 없다는 결과와 음의 상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논문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9) 이는 도덕 판단력이 지능을 바탕으로 논의된다고 해도 다른 여러 요소의 작용을 더 많이 받고 있으며 이를 규명하 는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인지발달 수준에 따른 도덕 판단력 발달 경향은 정향인의 연구에서 P(%)점수의 경우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Rest의 견해와 일치한다.
Ⅵ. 고찰
<표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학과 1,2학년의 P(%)점수는 표준 집단의 P(%)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 의하게 높았다.(p<.05) 이는 대학 입학 당시의 불안정 한 도덕발달상태에서 교육을 통해 후인습적 수준으로 도덕적 사고가 발달되면서도, 4년제 대학과는 다르게 아직 졸업반이 아니고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또 한 아직 임상실습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사회적 및 현실적 제약이 비교적 적고 자유분방한 시기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의학과 4학년의 P(%)점수는 표준 집단의 P(%)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p<.05) 이는 의학과 3, 4학년 동안 강의실에 앉아 공부하던 것에서 벗어나 임상실습을 통해 현실적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서 현실화 효과6)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학생 들이 개인적 사고 내에서만 경험하던 문제들을 현실적 상황과 마주침으로써 더 구체적인 도덕적 사고를 하고 되고, 도덕판단을 더 낮지만 더 현실적으로 하게 되었 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김용순14)과 김익중6)의 딜 레마를 이용한 윤리 교육의 결과와 일부 일치하며, 김 용순5)의 종단적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학년 수준별 도덕 판단력의 변화추이는 P(%)점수와 N2점수에서 동일한 경향성-본과 2학년에서 가장 높았 고 본과4학년에서 가장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통 계적으로 유의하지 못하였다.
쉬한 등의 연구1)에 따르면, 의과대학생 52명의 도 덕 판단력 점수를 입학 후부터 3학년말까지 조사한 결 과 의미 있는 상승을 확인할 수 없었고, 셀프와 슈레이 더 등의 연구1)에서도 의학교육을 이수하는 동안에 도 덕 판단력의 의미 있는 향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는 가설이 입증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연구결과와 일 치하는 것으로 김용순 등의 연구5)에서도 확인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도덕 판단력의 발달에 대한 일 반적인 대학교육의 효과(대학4년동안 도덕 판단력에 있어서 강한 종단적 발달이 나타났음을 보여준 베델대 학에서의 연구1))와는 달리 전통적인 의학교육과정이 도덕 판단력의 발달을 돕지 못하고 오히려 도덕 판단 력을 인습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것은 본 연구에서 도덕 판단력의 단계별 평균점수에서 4단계(인습수준으로서 권위와 사회질서유지의 도덕 성)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과 일치한다.
학년별 표준편차에서는 의학과 4학년의 표준편차가 P(%)점수와 N2점수에서 각각 ±9.85,±9.58로 전체학 년 가운데 가장 작게 나타났는데,(표4) 이 같은 결과는 간호대생을 대상으로 했던 이미애 등의 연구16)와 셀프 와 슈레이더 등의 연구1)와 일치한다. 이는 의과대학 생의 교육경험이 도덕 판단력을 촉진하기보다는 억제 한다는 사실과 의학교육을 경험하는 것이 강력한 사회 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1) 이미애 등 16)이 지적한 것처럼 학생들의 도덕 판단력이 서로 비 슷한 수준으로 맞추어지고 있는 것(평균수렴효과)6)-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의사결정하도록 만드는-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즉, 우리나라 의료전 문직의 지적환경이 매우 보수적이고 교육형태 역시 인 간의 생명과 안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 치의 오차나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 하고 행동하여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닫고 배우면 서 의사결정을 해나가기 보다는,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모범적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미리 제시되며 이것이 진 지하게 받아들여지고 그 외의 행동이나 판단은 엄격히 통제되어지는 도제식 교육방법을 채택한 결과로 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16)
본 연구 결과 중 5A 단계의 경우 의학과 4학년의 P(%)점수가 본과 2학년의 P(%)점수 보다 유의하게 낮 았다. 이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의 특성과 더불어 다원적 민주주의, 자율성, 평등성, 개인주의 전통에 입 각한 서구사회와는 다른 전통과 보수성 그리고 안정성 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문화적 현실 및 의료 환경의 영 향에 의해 후인습적 도덕성이 발달하기 보다는 인습 적 수준의 도덕발달단계를 지향하게 된 결과 때문으로 생각된다.12)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미국의 초, 중, 고 등학생과 대학생의 도덕발달을 비교한 박종영과 이종 현의 연구결과17)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미국남부와 북부의 대학생 집단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1) 또한 각 단계별 평균 점수에서 4단계가 가장 높은 본 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Simpson, Rest, Krebs &Gillmore 등12)에 의하면 성별 차, 연령, 성장지역, 종교 등이 도덕 판단력의 발달 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고 하였으나, 본 연구결과에서 는 성별차를 제외한 변인들 즉, 연령, 성장지역, 종교, 형제관계, 형제 수에 의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 았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각 도덕 판단력의 발달 에 대한 이들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도덕 판단력의 발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 변인은 성별로 나타났는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자가 남자보다 높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남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여학생 45.85, 남학생 39.18 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도덕 판단력이 유의하게 높다 는 결과가 나온 오갑례의 연구2)와 일치한다. 또한 중 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등의 폭넓은 대상으로 실 시된 박찬주의 연구 결과13)(여자 40.93, 남자 38.49, p=.01)와도 일치한다. 부모 양육 태도와 성별에 따른 도덕성 발달의 차이에 관한 연구에서는 ‘국외 연구 대 부분이 성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문화적 배 경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우리 나라의 가정에 서는 여자는 남자보다 더 정숙하고 성실하며 얌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바 이 같은 가정 교육이 남 녀의 도덕성 판단의 차를 초래한 것 같다’라고 기술하 고 있다.4)
그러나 56개 연구를 종합하여 여성이 남성보다 다 소 높은 도덕수준을 가지나 그 차이는 유의하지 않다 고 보고한 Thoma의 연구 결과와, DIT에서 성차는 미 약하며 단지 DIT변량의 0.5% 이하를 설명한다는 Rest 의 결론과는 상반된다.4) 또한 8편의 논문을 종합하여 한국 청소년의 도덕 판단력 발달에서 성차가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 문용린4)의 연구와 48편의 논문을 분석하여 60.4%의 논문에서 남녀 간 성차가 없 다고 한 진미숙의 연구9)와도 상반된다.
이와 같이 선행 연구결과들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 므로 성별에 따른 도덕 판단력의 차이는 좀더 많은 연 구를 통하여 확실한 관계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도덕 판단력의 발달은 의도적인 교육프로그램에 의 해 촉진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도덕 판단력의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며14), 교육프로그램은 도덕 판단력의 평 가지표인 DIT점수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 여준다.1) 또한 연구들에 따르면 도덕 판단력이 4년 동 안의 의과대학 교육을 통해 가르쳐질 수 있고 한번 획 득된 것은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1) 그리고 학생들의 도덕적 사고 수준은 개인적 특성보다는 정규 교육 과 정 내 여러 교과목이나 전공을 통해 습득한 경험들에 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좀 더 체계화된 윤리 교육 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한다.5)
이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전문직인 의사들의 윤리성에 대한 사회적요구가 증대되고 의대 생들에 대한 도덕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 과 관련하여 의료윤리교육의 필요성과 그를 통한 교육 효과를 제고시키기 위한 방안의 모색을 요구한다 .18)19) 그렇지만 우리의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의학 교육을 이수하는 동안에 도덕 판단력의 의미 있는 향 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와 이를 위한 의료윤리 교 육 현황(강의시간과 배정학점 등에 있어서 의료윤리 교육이 그 목적에 부합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1),20) 이와 관련해서 Fotion은 의료인들에겐 인간에게 보다 나은 건강을 제 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윤리교육이 교과과정 의 핵심에 위치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윤리교육을 통 하여 직관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의 수준을 높여야 하 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교육의 전반에 걸쳐 윤리적 문 제에 대한 계속 교육이 요구되고 사례연구를 통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도출해 낼 수 있 는 교과과정이 운영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1,21)
인제의과대학의 경우 의예과 과정에서는 생명의료 윤리(3학점)가 그리고 의학과 과정에서 의료윤리(1학 점)가 개설되어 있고, 관련과목으로 의예과 과정에서 의료인문학(3학점), 예술과 의학(2학점), 문학과 의학 (2학점)이 의학과 과정에서 환자-의사, 의료와 역사, 전 문주의 과목이 각각 1학점으로 개설되어 강의시간과 종류에 있어서 41개 의과대학의 평균(강의시간 29.7시 간, 학점1.6학점)보다 나은 것을 알 수 있다.20) 그러 나 의예과 과정에서의 개설과목이 모두 필수과목이 아 닌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어(2007학년도를 기준으로 의 료윤리 관련과목의 선택현황을 보면, 생명의료윤리 (35.8%), 의료인문학(29.4%), 예술과 의학(54.9%), 문 학과 의학(수강인원부족으로 폐강))실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의료윤리 교육은 의학과 과정에 서 비로써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의학 교육 초기단계에 의료윤리를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의 도덕 판단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마련하 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하여 검토, 개선되어져 야 할 사항이라 생각된다.1) 아울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윤리 관련과목들이 도덕 판단력을 향상시키 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관련 과목들 간 의 연계성 등에 대한 심화연구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07년 8월 인제대학교 김해캠 퍼스에 개소한 인문의학연구소는 그 설립배경 및 취지 에서 밝히고 있듯이 앞으로 의학과 의료에 대한 인문 학적 접근을 통해 의료윤리 교육에 있어서도 올바른 방향의 제시와 함께 교육효과를 제고 시킬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Articles (Medical Education) >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건의료인들 간 이메일 의사소통: 근거기반 가이드라인 (Academic Medicine, 2015) (0) | 2015.04.17 |
---|---|
의대를 다니는 동안 마음이 오히려 차가워지는가? (Academic Medicine, 2008) (0) | 2015.04.07 |
의료윤리의 4대원칙: 측정가능한가? 윤리적 의사결정을 예측해주는가? (BMC Medical Education, 2012) (0) | 2015.03.11 |
임상실습 전 의과대학 교육을 받으며 도덕지향이 변하게 될까? (Journal of Medical Ethics, 2012) (0) | 2015.03.10 |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 의사의 부적절 행위에 대한 대처 (Medical Teacher, 2010) (0) | 201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