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교육의 활성화 전략

A Strategy to Activate the Basic Science Education in Medical School


양은배, 안덕선1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1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Eunbae Yang, Ph.D., Ducksun Ahn1, M.D., Ph.D.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1Department of Physiology,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책임저자 주소: 안덕선, 120-752,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50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Tel: 02-2228-1707, Fax: 02-393-0203

E-mail: dsahn@yuhs.ac







최근 들어 의과대학 교육의 내실화 또는 활성화를 명분으로 여러 의과대학에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즉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실행능력이 있는 의사(performable physician)’로 변화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기존의 ‘과학에 기반한 의사 양성’에서 ‘임상 추론 능력 및 술기 능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임상(pre-clinical clerkship) 교육과정에 개편 압력이 집중되었다[1,2]. 이 결과 전통적인 기초의학 교육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점 감소되었고, 이는 일선에서 기초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커다란 반발과 우려를 유발하였다. 즉 기존의 기초의학 교과목을 장기중심의 통합교과목으로 대치하고, 기초의학에 배정되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성과중심으로 교육목표 및 과정을 개편하는 일련의 시도들로 인해 의과대학 교육이 ‘역량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의료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 기초의학 교육의 목적과 가치는?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교실 별 교과목 체제하에서 기초의학 교육은 “학생들이 의학연구의 자세와 방법, 그리고 임상의학을 학습하는데 필요한 인체의 구조와 기능 습득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를 통해 ‘과학에 기반한 의사 양성 교육(science-based education)’을 담당하여 왔다[6]. 그러나 기초의학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한 많은 학생들이 임상실습 과정에서 환자사례를 해결하는 데 기초의학에서 배운 원리나 개념을 적용하는 일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의 원인으로 기초의학교육 내용이 임상적 연관성이 결핍되어 있고, 교육내용이 교과별로 분절된 채 통합되어 있지 않으며, 전임상교육(pre-clinical education)이 임상교육(clinical clerkship)과 해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하였다[7-9].


이같이 기초의학자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기초의학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원리나 사고체계가 학생들의 임상추론 능력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학습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때 일면 당연하다. 즉 인지심리학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지식의 ‘전이(transfer)’ 과정, 즉 하나의 맥락에서 습득한 개념이나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맥락 상황을 해석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쉽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므로[10], 단순히 기초의학의 원리와 개념을 습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서 학생들이 임상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 기존의 기초의학 목표는 그 효용성에 의문이 있다.


맹광호[11]는 ‘21세기 한국 의학교육계획-희망과 도전’라는 논문에서 기초의학 교육의 목표와 방법에 대해 두가지 제안을 하였다. 즉 “기초의학 교육은 의사로서의 정확한 판단 능력과 연구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하며”, “임상의학 교육과 기초의학 교육이 연계되어야 한다”라고 제안하였다. 이 같은 맹광호의 제안은 기초의학 교육의 역할과 가치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임상 추론 및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사고 능력 개발에 있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지적과 일치하며[12,13], 의학교육에 대한 사회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기초의학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는?


많은 기초의학교수들은 학생들이 기초의학에서 배운 내용을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빨리 망각한다고 불평하며, 이 같은 망각 정도는 임상실습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다[14,15]. 이 같은 단순 기억에 미치는 효과 외에 ‘전이’ 현상에도 임상증례와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즉 기초의학의 원리와 개념을 임상상황과 연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시킨 경우에 비해 임상사례에 기반해서 기초의학을 교육시킨 경우 전이가 발생하는 확률이 5%에서 25%로 증가하였고, 다양한 임상사례를 이용해서 동일한 원리와 개념을 연관 지어 학습시켰을 때 전이의 확률이 더욱 증가한다는 보고[16,17]로 미루어 볼 때, 해당 학문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식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과목 중심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맹광호[11]의 제안과 같이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연계된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초의학 과목과 임상의학 과목을 통합하는 추세에 있으며[7,15]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에 비해 통합교과목 체제를 도입한 의과대학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18]. 다만 이런 개편의 방향이 많은 경우 외형적 개정(cosmetic revision), 즉 장기(organ)에 따라 단순히 기초과목 시간과 임상과목 시간을 묶어서 함께 배치하는 정도에 그치고 실질적인 교육 내용이나 교수방법 등의 변화는 미흡하여, 학생들이나 임상교수들은 여전히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분절되어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2,8]. 즉 통합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존의 학문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두개 이상의 과목을 합쳐서 새로운 과목을 구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나 경험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여 학습자의 성장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19,20]. 따라서 기초 및 임상 과목의 학습목표를 시간적으로 나열하여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맥락에 기반하여 학습 내용을 재조직함으로써 학생들이 기초의학에서 습득한 개념과 원리를 임상 상황에 맞춰 ‘전이’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질적인 면에서의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초의학 교육이 의과대학 저학년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선 의과대학 저학년에서 기초의학 교육을 시행한 후에 순차적으로 임상의학 교육 및 실습이 이루어지는 선형접근방법(linear approach)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결과 임상실습 과정에서 학생들의 기초의학 지식의 활용 및 잔류 정도는 매우 미미하게 되었다[14,15].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초의학의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서 임상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확보’한다는 기초의학 교육의 목적과 역할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학 교육을 전임상과정(pre-clinical clerkship) 기간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임상실습 과정에도 독립적인 기초의학 학습용 모듈 등을 적용함으로써 의과대학 전 학년에 걸쳐서 기초의학의 교육내용을 유의미한 반복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하여야 한다[12,15].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임상추론 능력이 강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합교육으로의 변화 과정에서 전 임상교육과정의 기초의학 배정 시간이 감소하고, 교실 별 교과목의 폐지 등으로 인해 기초의학이 홀대 받고 있다고 느꼈던 기초교수들의 부정적 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일선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과 실행으로부터 얻은 교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어떤 교육이 성과를 얻기 위해선 교육을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인 교수, 학생, 그리고 교육과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24]. 따라서 기초의학 교육 개편과 이를 통한 기초의학 교육 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수, 교육과정, 학생의 삼자가 모두 의미있게 변화하여야 할 것이나 현재 기초의학 교육과정을 개편하였거나 혹은 개편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경우, 대부분의 노력이 교육과정, 그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고, 실제 이의 실행을 직접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교수들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거나 형식적인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통합교과목의 과목책임교수로 기초의학 교수와 임상의학 교수를 함께 임명하는 제도의 도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초의학 교수들에 대한 지속적인 설명과 설득을 통해 ‘임상문제의 해결과 환자진료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능력 개발’이라는 기초의학 교육 목적에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함께 수반되어야 학습목표와 내용의 실질적인 재조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며, 새로운 교수법이나 평가 방법 등의 도입 역시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A Strategy to Activate the Basic Science Education in Medical School
기초의학 교육의 활성화 전략

양은배, 안덕선1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1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Eunbae Yang, Ph.D., Ducksun Ahn1, M.D., Ph.D.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1Department of Physiology,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Abstract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identify roadblocks prohibiting effective education of medical students in the basic sciences and then propose strategies for designing and implementing a better curriculum in the basic sciences that remove the roadblocks thereby increasing the relevance to students’ clinical experiences in medical training. Traditionally, the medical student experiences basic science education in a setting where there is little or no communication between the basic science and clinical science professors, where basic science content is given with very little clinical context, while clinical training does not enhance understanding of the scientific foundation for clinical practice. Herein, we re-address the purpose of basic science education proposing the concept of ‘transfer’ as a bridge to connect the basic and clinical science education. We also propose a continuing education program for staff development in the successful implementation of these proposal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