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워먼트 평가(Empowerment Evaluation)에 대한 고찰과 정부업무평가에의 적용 가능성 탐색: 자체평가를 중심으로

1)이석민(서울대학교) newmind6@snu.ac.kr


임파워먼트 평가는 지역사회심리학, 행동인류학, 현장연구 등에 뿌리를 두고, 참여와 협동을 통한 자기평가와 개선, 자기결정 능력 향상 등 개인역량을 배양함으로써 주체적인 삶의 복원을 그 특징으로 한다. 또한 개인의 변화를 넘어 조직 그리고 공동체의 사회문제 해결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제도개선과 사회변화를 추구한다. 이 평가는 10가지의 평가원리, 3단계의 평가과정을 통해 5단계의 평가의 주요 국면들을 거치게 된다.

한편 한국의 정부업무평가 중 자체평가는 임파워먼트 평가의 자기평가와 동일한 취지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실제 운용은 그렇지 않아 지속적인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그래서 자체평가의 좀 더 실효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임파워먼트 평가모형의 개념과 방법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고 적용 가능성도 있음을 본문에서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자체평가제도의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제시보다는 자체평가제도의 숨겨진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고 더욱 발전시키는 관점에서 임파워먼트 평가모형의 적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임파워먼트 평가

1. 평가의 배경과 이론

1) 배경

Fetterman은 그의 저서 “Speaking the language of power: Communication, collaboration, and advocacy(1993)”에서 그리고 1993년 미국 평가학회(American Evaluation Association) 회장 연설에서 임파워먼트 평가의 아이디어를 언급하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당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갈등해결, 낙오(dropout)문제, 건강과 안전, 주거, 교육개혁, 에이즈, 인디언 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이들의 목적은 성공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시민과 정책결정기관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때 협력(collaboration), 참여(participation), 그리고 임파워먼트가 중요 요소로 등장하면서 임파워먼트 평가의 개념을 형성하였다.


임파워먼트 평가는 지역사회심리학(community psychology), 행동인류학(action anthropology), 현장연구(action research)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지역사회심리학에서는 그들의 일상사에서 주체가 되려는 사람들, 조직,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어 시민참여와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져 오고 있다(Rappaport, 1987). 
    • 행동인류학자들은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과 같은 그룹들이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도록 돕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Tax, 1958; Gearing et al., 1960). 
    • 한편 현장연구와 임파워먼트 평가는 둘 다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하고, 목표지향적이고, 실용지향적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성찰(reflection)과 실행(action)의 순환 그리고 가장 적합한 단순한 데이터 수집방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Soffer, 1995).


2) 이론

일반적으로 정치, 사회, 교육, 환경 등의 분야에서 임파워먼트3)는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나 계층에게 힘을 부여하는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다. 그리고 경영학에서는 조직의 팀이나 구성원에게 의사결정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든 임파워먼트는 단순히 힘을 주거나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경영학에서는 권한부여를 단순한 권한의 위임이나 분배가 아니라 권한을 창조하고 확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사고변화와 역량을 증대시키고, 아울러 집단 내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더 많은 힘을 발생시켜서 이를 조직이나 제도의 변화 즉 집단과 조직의 임파워먼트로 연결시키고 있다(박원우, 1997). 한편 사회복지나 교육 분야에서의 임파워먼트는 “개인, 집단 또는 지역사회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하고 목적을 달성하며, 이로써 자신과 타인의 삶의 질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으로 정의하는 등(Adams, 2003: 8) 좀 더 사회변화(social change)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임파워먼트 평가는 다양한 분야(고등교육, 정부, 저소득층 공교육, 비영리단체, 재단 등)에서 사회복지, 범죄예방, 에이즈 예방, 약물남용 방지, 장애인 재활, 농촌발전 등의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혁신적이고 진화하는 접근방법이다. 그리고 개선(improvement)과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을 촉진하기 위한 개념이자 기술로서 양적, 질적방법론 모두 수용한다. 또한 이 평가는 개인, 조직, 공동체(community)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주로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Fetterman, 1996: 3-4).


특히 이 평가에서 역량부여 과정(empowering process)과 역량이 체화된 결과(empowered outcome)의 의미는 중요하다. 

      • 먼저 역량부여 과정에서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결정능력을 습득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조직차원에서는 책임성과 리더십이 공유되고 결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공동체 차원에서의 역량부여 과정은 정부, 미디어 그리고 다른 공동체에 대한 접근이 포함되어야 한다. 
      • 한편 역량체화 결과에서 먼저 역량이 체화된 개인은 무엇이 변해야 하고 통제되어야 하는지 분석하고 자신감있게 행동한다. 역량이 체화된 그룹은 자원획득을 위해 효율적으로 경쟁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Schulz et al.,1995; Zimmerman, 2000: 46).


임파워먼트 평가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돕고, 자기평가(self-evaluation)와 성찰(reflection)을 통해 그들의 프로그램을 개선시키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 로그램 참여자들은 그들 자신의 평가를 수행하며 또한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 한편 평가자의 역할은 협력자 내지 촉진자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협력자로서 평가자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문화, 세계관, 삶의 방식을 통하여 참여자에 관해 배우고 그들을 이끌기보다는 같이 일하고, 평가자들의 기술, 관심, 계획은 공동체에 부여되기보다는 공동체의 자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Zimmerman, 2000: 44-45).


임파워먼트 평가는 개인적 활동보다는 협력적인 집단활동 과정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때로 도움을 받아) 자신을 역량부여할 수 있으며, 이는 참여적이며 민주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한 사정(assesment)은 평가의 마지막 목적이 아니고 프로그램 개선과정의 한 부분이 된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스스로 결정한 목표를 향한 과정을 사정하면서 이 결과에 따라 계획과 전략을 수정한다. 대상집단, 목표, 프로그램 실행과 가치에 관한 지식, 그리고 외부조건들이 변화하기 때문에 자기평가와 성찰의 순환 과정을 내부화, 제도화함으로 가치사정과 프로그램 개선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기결정 능력이 길러지고 계발(illumination)이 일어나고 해방(liberation)이 실현된다(Fetterman, 1996: 5-6).


2. 평가의 원리

Fetterman(2005a: 42-72, 92-122)과 Wandersman(2005: 27-41)은 임파워먼트 평가의 실무를 지도하는 원리를 10가지(개선, 공동체 주인의식, 포섭, 민주적 참여, 사회정의, 공동체의 지식, 증거에 기초한 전략, 능력배양, 조직학습, 책임성 등)로 나누고 각 원리가 평가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첫 번째 원리인 개선(Improvement)에서, 임파워먼트 평가 또는 평가자들은 평가 참여자들이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도록 평가개념과 평가기법을 활용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고, 평가의 목적을 프로그램 개선에 두게 한다. 
      • 두 번째, 공동체는 평가의 설계와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공동체 주인의식(Community ownership)을 형성하게 된다. 
      • 세 번째로 포섭(inclusion)이란 가능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키고 독려하는 협동적인 노력을 말한다. 특히 다양성이 높은 조직일수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목표와 전략에 대한 토론에 참여시킴으로써 장래의 공동체적 합의도출을 용이하게 한다. 
      • 네 번째로 민주적 참여(democratic participation)는 포섭된 집단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민주적 참여는 공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는 한편, 증거에 입각한 토론과 신중한 사고 및 행동을 통해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측면도 있다. 
      • 다섯 번째로 사회정의(social justice)는 임파워먼트 평가의 근본적 지도원리이다. 평가자료에 따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이라 해도 사회정의 아젠다가 부정적 평가에 우선하는 경우에는 효과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 여섯 번째 원리인 공동체의 지식(community knowledge)에서, 지역공동체는 자체적으로 공동체의 지식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상향식 접근을 취하는데, 이러한 지식이 확산된다면 조직변화를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일곱 번째로 증거에 기초한 전략(evidence-based strategies)은 특정 전문가의 판단에 기초하기 보다는 다른 유사한 공동체나 집단에서 사용되고 검증된 성과에 대한 정보와 신뢰성 있는 대안들을 제시해준다. 
      • 여덟 번째로 량을 배양(capacity building)하는 것은 임파워먼트 평가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서,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평가논리, 논리모형, 평가설계, 평가윤리의 습득뿐만 아니라 판단과 해석, 자료의 활용, 프로그램에 대한 형성적(formative)・총괄적(summative) 평가를 수행하는 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우게 된다.
      • 아홉 번째로 임파워먼트 평가는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을 통해 학습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게 한다. 피드백을 통해 환경변화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조직의 반응성을 높이고 새로 도입된 전략의 수용성을 높인다. 
      • 마지막 원리로서 책임성(accountability)은 먼저 조직이나 프로그램에 구조적으로 피드백 메커니즘이 설계되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 개인이나 조직 모두 내부적 압력에 책임을 지게 된다. 이와 같은 내적 책임성은 외부적 요구 및 수요에 대응하는 외적 책임성도 달성할 수 있다.


<그림 1>은 공동체, 자금제공자, 평가자 등 필수요소로 구성된 사회구조(social container)에서 참여자 간 상호작용과 평가의 원리에 의해 임파워먼트와 자기결정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20권 제1호: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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