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 개선, 그들만의 잔치(KJME, 2006)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실

이 윤 성




우리 대학에서 새 교육과정을 제시하였을 때에 교수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현 교육과정에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지금의 교육과정으로 의사와 의학자를 훌륭하게 양성하였는데 “그런 교육과정에어떤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가?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보라.”거나 “그렇게 바꾸면 더 나은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급기야 교육 개선이란 의학교육을 한다는 인사들이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하여 만든 일거리라는 비난도 있었다. 이른바 의학교육 전문가들만의 잔치일 뿐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그렇더라도 이제 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 의문을 가진 교수는 많지 않다. 의학교육은 정말바뀌어야 하는가? 그 답은 의학교육을 둘러싼 여러 분야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① 환자들이 의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달라졌다. 

② 건강보험과 같은 관련 제도가 바뀌어 관리의료 (managed care)로 변환하였다. 

③ 의학 지식이 진화하였다. 

④ 의사가 할수 있는 일과 할 일이 변하였다. 그리고 

⑤ 학생들의 요구가 이전과 같지 않다 (Dent et al., 2001). 


의사가 활동하는 사회가 변하였다면,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의사의 역할이 변하였다면, 의사 양성을 목표로 삼은 의과대학의 교육은 변하여야 한다. 몇 가지만 설명한다.


생명과학은 숨 가쁘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교육 내용도 당연히 많아졌다. 그러나 의사 양성 기간은 예나 지금이나 4년이다. 모든 지식을 쏟아 부을 수도 없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교수의 강의가 거의 전부였다. 이제 지식은 정보라 부르고 정보는 너무많다. 의사는 정보를 찾아 가치를 판단하고 적용할수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의료가 “혜택의 의료”에서 “권리의 의료”로 바뀌었는데도 의사만 의료시혜자로 남을 수없다. 의사는 보건의료의 공급자로서 역할이 강조된다. 다른 용역 제공과 다른 것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전문가정신 (professionalism)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 ① curer가 아닌 care provider, 

  • ② 윤리성과 효율성을고려한 보건의료의 decision maker, 

  • ③ 개인과 집단의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교육자로서 communicator,

  • ④지역사회 건강을 위한 community leader, 

  • ⑤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manager

...를 21세기 의사의 역할로써 제시하였다 (World Health Organization, 1996).


어떻게 변하여야 하는가? 의학교육 전략을 수립하는 원칙으로 이른바 SPICES model이 제시되었다.즉 

  • ① 교수보다는 학생을 중심으로 (Student-centered),

  • ②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문제나 업무를 바탕으로 (Problem-based/Task-based), 

  • ③ 교과목이나 학문보다는 통합하고 전문직간 교육으로 (Integrated and interprofessional), 

  • ④ 병원보다는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Community-based), 

  • ⑤ 일률적인 교육과정보다는 선택 과정으로 (Elective), 

  • ⑥ 우연한 기회에 맡기기보다는 체계적으로 (Systemic) 

....교육전략을 마련하도록 권유한다 (Harden et al., 1984).그런 까닭에 PBL, OSCE, subintern, CPX, Skill Lab등이 교육과정에 거론되었다.


교수의 교육법은 어떠한가? 자기의 전공에서 남보다 깊은 지식을 많이 지니면 교수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던 때도 있었다. 지식이 일부 학자에게 집중되었던 시절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교수가 독점 (?)하던 지식이 아니라 무한히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교수는 지식도 많아야 하지만 잘 가르쳐야 한다. 오히려 대단한 학자보다는학문은 덜 깊어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생이 더 좋은 교수이다. “Teacher must teach to learn. Teacher must learn to teach.” 요컨대 교육에서 가르침 (teaching)보다 배움 (learning)이 더 중요하다. 의학교육 변화는 학생에 맞추어야 한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되도록 즐겁게 배워 몸에 지녀야 한다.


교육은 여러 면에서 변하여야 한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교수를 의학교육 전문가라 한다면, 의학교육은 의학교육 전문가만의 잔치일 수 없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아냥거림은 무엇 때문일까? 그 해결방법을 모색해 본다.


(1) 변화의 방향과 범위와 속도를 정확하고 바르게 기획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의학교육 전문가’는공부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용기만으로는 또는 다른 나라, 다른 대학의 변화를 단순히 복사하는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2) 결국 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은 교수들이다. 교수들에게 끊임없이 교육 개선의 필요성이나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알리고 부추기고 강조하여야 한다. 또 교육에 관한 교수 개발 (faculty development)은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다.


(3) 지원 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일기당천의 실력과 패기가 있더라도 큰 변화에는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 학장과 의학교육에 뜻을 가진 핵심 교수들의 지원은 필수이고, 나아가 지지 세력과 후원 세력이 필요하다.


(4) 교육 변화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를들어 학장이 교육의 변화를 선언하고, 주임교수회나전체교수회에서 범위와 방향과 방법을 합의하도록하고, 여러 단계에 걸쳐 하나씩 결정하는 방법이 정당하다.


(5) 의학교육학회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야 한다. 한 대학에 모든 분야의전문가를 확보할 수는 없다. 교육과정, 교육 방법,교육 평가, 교수 개발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한 수준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런 분야를 연구하고,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가오는 변화를 선도할 것인가, 그냥 따를 것인가, 아니면 무시할것인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 자체를 부인하지는 못 한다. 의학교육과 관련된 논의와 활동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들만’이 아닌 ‘우리’의 잔치로 바꾸어야 할 ‘그들’의 노력도 적지 않다.





119Perspective of e-Learning in Medical Education
Y S Lee
Korean J Med Educ. 2006;18(2):119-120.   Published online August 31, 2006   
DOI: https://doi.org/10.3946/kjme.2006.18.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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